[562] 제44장. 소요원(逍遙園)/ 5.관살(官殺)과 식상(食傷)

작성일
2024-12-20 05: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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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62] 44. 소요원(逍遙園)

 

5. 관살(官殺)과 식상(食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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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다음 구절은 말이 되는 것으로 보이는걸.”

기현주는 다시 책을 펴고는 다음 구절에 눈길을 두며 말했다.

이편의 이름이 관살(官殺)이니 말이야.”

이때, 주방에서 요리가 준비되었다는 연락이 왔다. 그러자, 기현주가 자신의 배를 만지면서 말했다.

아니, 공부에 취해서 배가 등에 붙는 줄도 몰랐잖아. 모처럼 오라버니의 점심 턱인데 어서 먹어야지. 모두 식당으로 갑시다~!”

식탁에는 고기를 굽는 냄새와 함께 푸짐한 점심상이 차려졌다. 현령이 상석에 앉고 차례대로 앉자, 현령이 술병을 들어서 모두에게 권하고 저마다 적당한 양을 받아서는 마시며 담소와 함께 즐겁게 시간을 보냈다. 밥을 먹고서 후식을 먹는 자리에서 비로소 현령이 찾아온 목적을 이야기했다.

실은 머리가 아픈 일이 생겼는데 이것을 어떻게 해결해야 할지 알 수가 없어서 우창 선생의 조언해 주는 것을 들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소. 물론 공화의 이야기도 같이 듣고 싶었기도 했고 말이오.”

현령의 말에 기현주가 웃으며 말했다.

어쩐지! 그럴 줄 알았어요. 여하튼 문제를 들어봐야 해답을 찾든가 말든가 할 테니 우선 이야기나 들어봅시다. 호호호~!”

기현주가 이렇게 말하자 현령은 우창을 보며 말했다.

관내(官內)에 기막힌 일이 생겼소. 중년의 사위가 함께 지내던 장모를 강제로 겁탈한 일이 생겼단 말이오. 거참....”

현령이 이렇게 말을 맺지 못하자 기현주가 답답하다는 듯이 말했다.

아니, 오라버니가 그런 때는 또 왜 그리도 머뭇거리신단 말이야? 단칼에 사위 놈에게 곤장을 안겨서 옥에 가두면 될 일이잖우?”

그런데, 그게 또 간단치가 않아. 딸과 모친이 입은 상처를 치유할 방법도 모르겠고, 사위를 벌하게 되면 또 두 여인의 마음이 편치 않을 테니 그것도 곤란해서 어떻게 하는 것이 최선인지 판단이 서질 않아서 말이네.”

우창은 이야기를 들으면서 정황을 생각해 봤다. 과연 패륜(悖倫)을 저지른 사위를 처벌하는 것이야 쉬운 일이지만, 그 사위를 볼 때마다 그 치욕적인 장면이 떠오를 장모의 입장도 생각해 보고 비록 사위를 동정할 필요는 없다고 하더라도 그 남편과 평생을 살아야 할 아내의 마음은 또 얼마나 불편하겠는지를 생각해 보니 현령의 고민을 이해할 수도 있을 것도 같았다. 다만 딸이 이혼하겠다고만 하면 일은 간단히 풀릴 수가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 부인이 이혼할 생각은 없겠지요?”

, 그렇게만 한다면 고민할 일이 뭐가 있겠소? 그런데 그 사위라는 놈이 실은 현관(縣官)이라 내 수하란 말이오. 사람도 성실하고 평소에 일 처리도 깔끔한데 어쩌다가 그런 짓을 저질렀는지 그것이 원망스러울 따름이오.”

현령의 말을 듣고 보니 간단하게 해결할 방법을 찾기가 쉽지 않아 보여서 모두 말이 없었다. 그러자 이야기를 듣고 있던 자원이 말했다.

말씀하시는 중에 나서도 될지는 모르겠어요. 그래도 백지 한 장이라도 같이 들면 낫다는 말도 있기로 작은 의견이나마 말씀을 드려볼까싶은데 괜찮을까요?”

자원의 말에 현령은 반기면서 말했다.

지금은 어린아이의 의견이라도 구해보고 싶은 마음이니 조금도 꺼리지 말고 어서 의견을 내어 보시오.”

그러자 모두의 눈이 자원에게 쏠렸다. 자원이 우창을 보며 말했다.

싸부, 이 문제는 감정적(感情的)인 문제와 이성적(理性的)인 문제가 같이 얽혀있어요. 감정적으로 본다면 사위를 내치고 헤어지는 것이 상책(上策)이겠죠. 그런데 이성적으로는 집안의 일이고, 딸의 입장은 남편이 평소에 막된 행동을 했었다면 더 생각할 필요도 없겠으나 항상 경우가 반듯한 사람인데 한순간에 귀신이라도 씌어서 실수를 저지른 것일 수도 있고 모친께서도 이미 산전수전 다 겪으신 세월이 있으니, 딸의 행복을 위해서 자기만 눈을 질끈 감으면 딸의 부부는 별탈없이 잘 지낼 수가 있겠다는 심사가 있을 거예요. 이것은 이성적으로 판단하면 그렇게 될 텐데 이 둘을 연결해 줄 고리가 없어서 문제네요.”

그러자 기현주가 답답하다는 듯이 말했다.

맞아, 그니까 말이야. 어떻게 하면 된다는 거야? 답을 말하지 않았잖아.”

답은 너무 깊이 생각하면 더욱더 오리무중이죠. 호호~!”

아니, 그렇다면 쉬운 곳에 답이 있단 말이야?”

기현주가 다시 얼른 답이 듣고 싶어서 다그쳤다. 그러자 자원이 현령에게 말했다.

아마도 그 관원(官員)은 매우 성실해서 내치는 것이 아까울 수도 있겠어요.”

맞소!”

자원의 눈썰미는 탁월했다. 현령의 고민이 무엇인지 핵심을 찾아서 찔렀는데 제대로 말했다. 그 말을 듣고서 자원이 다시 말했다.

자원이 생각한 해결책이에요. 우선 그 사위에게 어떻게든 벌을 줘야 해요. 그런데 모친의 연령은 어떻게 되시나요?”

, 모친은 올 68세라 하오. 참 나 ……

현령은 말하기에도 민망한지 또 혀를 차면서 말했다.

아마도 술이 과했을 수도 있었겠죠. 현장의 상황은 어땠나요?”

자원이 현령에게 묻자, 현령도 잠시 생각하더니 말했다.

실은 내 책임도 없다고는 못하겠소이다. 그날 저녁에 큰 사건을 해결한 기념으로 주연(酒宴)을 벌였는데 그 관원이 공을 세운 것을 기념하여 귀한 술을 권했고 그것을 사양하지 못하고 다 받아마시고는 겨우 파연(罷宴)했소이다. 내가 기분에 취해서 그렇게 권하지만 않았더라도 이런 일은 생기지 않았을 것이라는 생각에 일말(一抹)의 가책(呵責)도 느끼고 있소이다.”

현령은 여전히 그러한 일이 생기게 된 것이 자신의 탓이라는 듯이 움츠러든 모습으로 말했다. 그것을 보고 자원이 현령에게 말했다.

만고(萬古)의 영약(靈藥)을 처방하시면 되겠어요. 호호호~!”

자원의 뜬금없는 말에 모두 의아해서 바라봤다. 이 상황에서 약을 운운하는 자원의 말이 선뜻 이해되지 않은 까닭이었다. 모두 자신을 바라보고 있자 다시 말했다.

세월약(歲月藥)이죠. 그것은 인간의 머리나 국법으로 찾을 방법은 없어요. 다만 유일하게도 세월의 약을 처방한다면 모두가 최소한의 상처로 넘어갈 수가 있고, 그것조차도 세월이 흐르고 나면 우스갯소리가 될 뿐이거든요.”

자원의 말을 듣고서 가장 먼저 이해되었다는 듯이 기현주가 말했다.

와우! 자원은 그렇게 냉정한 판단력이 있었구나. 놀라워. 호호호~!”

그렇지도 않아요. 다만 이러한 일은 이성의 편을 들면 감정이 상처받게 되고, 그렇다고 감정의 편을 들게 되면 이성이 번뇌가 되어서 괴롭히죠. 마치 술은 항아리에서 세월을 머금고 익어가듯이 시간이 흐르게 되면 감정은 어디론가 사라지고 이성만 남게 된단 말이죠.”

역시! 멋진 자원이네. 그럼 해결되었잖아. 호호호~!”

자원의 말에 찬동(贊同)한 기현주가 현령에게 말했다.

오라버니도 벌을 받아야 하잖아요? 원인을 제공했으니까. 그렇죠?”

기현주의 말에 현령이 의아해서 물었다.

아무리 그래도 내가 현행범(現行犯)도 아니고 사주(使嗾)한 것도 아닌데 벌을 받을 명분이 없지 않은가? 그리고 벌을 받는다면 현령이라도 사임해야 한단 말인가?”

현령이 정색하고 말하자 자원이 웃으며 기현주 대신 말했다.

당연히 도의적(道義的)으로 책임을 지셔야 두고두고 마음이 편안하실 테니 그것도 필요한 처방(處方)이 아닐까싶어요. 호호호~!”

어떻게 말이오?”

현령(縣令)의 옆에서 잘 보필해 줄 수하(手下)를 다른 곳으로 떠나 보내는 고통이 정든 님과 헤어지는 것만은 못하더라도 무덤덤할 수는 없을 테니까 말이에요. 호호~!”

그제야 현령도 무슨 말인지 이해하고는 자원에게 다시 물었다.

구체적으로 설명해 보시오. 어떻게 하는 것이 해결책인지 자세히 듣고 싶어서 말이오.”

그 관원에게 허물은 묻지 말고 경험을 쌓게 한다는 명분으로 다른 곳으로 발령(發令)을 내리는 거죠. 물론 천 리 밖은 되어야 하겠지만 말이에요.”

그건 또 무슨 의미인 거요?”

가까우면 벌칙의 효과가 없기 때문이에요. 멀리 떨어져 있으면 미움은 사라지고 그리움이 쌓이게 될 텐데 마침 모친의 연세가 그만하니 5년 정도의 기간을 예상해 봐요. 그리고 모친의 상황을 수시로 지켜보시고 미움이 사라지고 난 것을 확인하신다면 비로소 불러들여도 될 거예요.”

그렇게 해서 해결이 된다면 오히려 쉬운 일이잖소?”

현령은 이마에 땀을 닦는 시늉을 하며 말했다. 해결책이 보여서 다행이라는 표정이 드러났다. 그것을 본 자원이 다시 마무리했다.

이제 해결되셨으니 마음 편히 차를 마시면서 담소하시면 되겠어요. 자원의 소견이나마 들어주셔서 고맙고요. 호호~!”

이렇게 말한 자원이 할 말을 다 했다는 듯이 차를 마시자 이번에는 기현주가 나서서 정리했다.

오늘 오라버니의 점심값을 자원이 갚은 셈이 되었으니 우린 다시 공부하면 되겠다. 마침 다음 구절이 관살(官殺)편이니 이것도 신기하다면 신기한 일이네.”

기현주는 완전히 적천수에 빠져있었다. 경도 선생이든 가탁 선생이든 심지어 사족 선생이라고 할지라도 그 내용은 모두가 소중하다는 듯이 빨아들이고 있었다. 모두 서둘러 책을 펴자 기현주가 준비했다는 듯이 읽고 풀이했다.

 

관살혼잡래문아(官殺混雜來問我)

유가유불가(有可有不可)

 

관살(官殺)이 혼잡(混雜)하면 어떠냐고?

괜찮은 것도 있고 안 되는 것도 있다네

 

이번 구절은 앞에 비해서 짧네. 제목은 관살 편인데 대뜸 관살혼잡(官殺混雜)의 이야기를 썼어? 이것이 그렇게나 중요한 것이었나?”

이렇게 말하며 우창을 바라봤다. 현령은 그사이에 소화를 시킬 겸 산책을 하겠다고 하고 밖으로 나갔다. 우창이 기현주의 물음에 대답했다.

그만큼 학자들 사이에서 설왕설래(說往說來)하는 것이 관살혼잡이 되다 보니 그렇게 썼으리라고 짐작해 봅니다. 그러니까 신경을 쓰지 말라는 뜻입니다.”

아니, 중요하니까 잘 살피라는 뜻이 아니고?”

다음 구절을 보면 알 수가 있지요. ‘()’도 있고 불가(不可)’도 있다는 말은 이름에 매이지 말고 상황에 따라서 판단해 보면 된다는 의미일 테니까 말입니다.”

그런데 문맥(文脈)이 좀 뜬금없어 보이기도 하잖아? 나에게 와서 묻는다는 말이 여기에서 왜 나오는 거지?”

아마도 이 구절도 사족 선생의 글인가 싶기도 합니다. 그렇게 생각하면 되고, 특히 관살혼잡에 대해서 신경이 예민해진 사족 선생이 하지하(下之下)의 설명을 한 것으로 봐도 되겠습니다. 아무리 마음이 바빠도 그렇지 관살에 대해서 해야 할 말이 이것뿐이라는 말이겠습니까? 하하~!”

그러니까 말이야. 이렇게 해 놓으면 관살을 어떻게 받아들이겠어?”

관살은 혼잡(混雜)에 대해서만 알고 있으면 모두 다 통한 것처럼 설명하고 있는데 실은 설명이랄 것도 없지요? 한낱 주장일 따름이라고 하겠습니다.”

어쩐지, 이러한 내용으로 알 수가 있는 것이 아무것도 없잖아, 그렇다면 동생에게 물어봐야겠어. 관살은 어떻게 이해하면 되는지부터 말해 줘봐.”

특별히 관살만 해결책을 찾는 것도 편중한 생각입니다. 모든 십성의 오행은 같다고 보면 되는 것이지요. 이러한 관점으로 자평법에 대해서 회통(會通)하면 되지 싶습니다. 어찌 관살만 특별하게 다뤄야 할 필요가 있겠는지를 묻는다면 그야말로 질문이 틀렸다고 해야 하는 것이지요. 하하~!”

우창이 이렇게 말하는 소리에 기현주가 깨닫는 바가 있었다.

아하! 맞아. 모든 십성(十星)의 뿌리에는 오행(五行)의 생극(生剋)이잖아? 그런데 어떻게 해야 십성의 이치에 회통할 수가 있지? 말은 쉬워도 그것을 깨닫기는 쉽지 않잖아?”

그렇지도 않습니다. 하나의 이치를 잘 깨달으면 미뤄서 다른 이치도 그대로 연결이 되는 것이니까요. 관살의 이치와 재성의 이치와 식상의 이치가 다를 것이 무엇이겠습니까? 결론은 강자의억(强者宜抑)하고 약자의부(弱者宜扶)하면 모든 것은 만사여의(萬事如意)할 테니 말입니다.”

에구~! 말로 하기야 쉽구나. 그래서 관살을 기준으로 놓고 말한다면 어떻게 하면 되는 거야?”

기현주도 완전히 이해될 때까지는 집요하게 파고들었다. 그것을 본 우창이 미소를 짓고 다시 물었다.

만약에 사주에 관살이 많아서 일간이 약하다면 어떻게 하면 되겠습니까?”

약자의부니까 인성(印星)을 찾으면 되고, 만약에 인성이 없다면 비겁(比劫)을 찾아서 도움을 청해야 하겠지? 그러면 인겁(印劫)이 용신이잖아?”

그렇습니다. 이것이 어렵습니까?”

아니! 전혀 어렵지 않네. 만약에 일간은 인겁이 많아서 강하다면 어떻게 하면 되는 거지?”

그것도 쉽습니다. 식상과 비교해 봐서 식상이 유력하면 식상을 용하면 관살은 가만히 내버려 두면 됩니다. 식상이 보이지 않으면 그대로 관살로 용신을 삼으면 되는 것이고요. 그 외에 다른 법을 찾으려고 해도 찾을 수가 없는 것이 아니겠습니까?”

정말이네. 그렇게 쉬운 거였어? 그럼 관살혼잡은 전혀 신경을 쓰지 않아도 되는 거야?”

당연하지요. 일간이 약하다면 정관(正官)도 편관(偏官)과 같이 부담만 주는 역할을 할 것이니 두려운 존재이고, 일간이 강하다면 편관(偏官)도 정관과 같은 역할을 할 테니 용신으로 얼마나 훌륭하겠습니까? 어찌 관살혼잡이라고 해서 두려워한단 말인지도 모르겠고, 왜 그런 말을 하는지 이해가 되지 않을뿐더러 이 글을 쓴 사족 선생의 수준이 참으로 누추하다는 것을 모두 드러낸다고 해야 할 것 같습니다. 하하~!”

정말 듣고 보니까 동생의 말에 공감이 더 되네. 이렇게 애매모호한 글을 써놓고 편명(篇名)을 관살(官殺)이라고 붙여 놓으면 후학은 뭔가 대단한 것인 줄로 알고 매달려서 궁리하고 주석을 달면서 찢어 벌리게 될 테니 그 혼란은 온전히 사족 선생의 몫이라고 하더라도 거기에 허비한 인생의 시간은 누가 보상을 해주겠느냔 말이네. 동생의 풀이가 정말 멋져~! 호호호~!”

이것은 다음 구절도 마찬가지입니다. 이로 미뤄서 보건대, 관살편과 상관편은 분명히 사족 선생 한 사람이 썼다는 것을 확실하게 알겠습니다. 아니, 사족 선생의 이름도 아깝습니다. 그야말로 인족 선생으로 강등해야 할까 봅니다. 그래도 뭔가 손해를 본 듯하기는 합니다만. 하하하~!”

그렇구나. 다음 구절도 훑어보자. 뭐라고 썼는지 궁금하니까.”

기현주는 얼른 다음 구절을 읽고 풀이했다.

 

상관견관최난변(傷官見官最難辨)

가견불가견(可見不可見)

 

상관(傷官)이 관살(官殺)을 만나면 가장 어려운데

봐도 되는 것도 있고 보면 안 되는 것도 있느니라

 

뭐야? 정말 한 사람의 손에서 나왔다는 것은 확실하구나. 봐도 되는 것도 있고 보면 안 되는 것도 있단 말이지?”

참 싱겁고 일할 머리 없는 선생이 끄적거려 놓은 것이 분명하지요?”

이제 관살편을 이해하고 났더니 이것은 저절로 보이는구나. 그렇다면 아무짝에도 쓸모없는 내용은 또 누군가 설명을 붙여서 살려놓을 테니 지금 그 일을 해야 할 사람은 동생이잖아? 어떻게 이해하면 될 것인지 말해 줘.”

회통(會通)하라고 하지 않았습니까? 그 이치로 모든 것이 해결이 되어버리는 것입니다. 관살의 해결책을 알았다면 상관의 해결책도 알게 되는 것이지요. 그리고 편명도 우습지 않습니까? 앞에서 관살이라고 했으면 뒤에서는 식상(食傷)이라고 했어야만 했고, 뒤에서 상관이라고 할 요량이었으면 앞에서는 정관(正官)이라고 했어야 균형이라도 알았다고 할 텐데 말입니다.”

그러면 좋겠는데 난 아직 그 수준이 못되니까 동생이 설명해 줘.”

기현주가 이렇게 말하자 우창도 웃으며 설명했다.

설명을 안 드리겠다는 것이 아닙니다. 하하하~!”

기현주는 우창의 말에 귀를 기울였다. 그것을 본 우창이 설명을 이었다.

누님, 일간이 왕()하면 그대로 식상을 용신으로 삼으면 됩니다. 그리고 식상이 많아서 일간이 쇠()하면 이번에는 인성으로 용신을 삼으면 되는 것입니다. 무엇이 어렵습니까?”

동생의 말만 들으면 세상에 어려울 것이 하나도 없겠다. 호호호~!”

문제는 인족 선생이 상관견관(傷官見官)이라고 써놨으니 그 점에 대해서는 조금 언급할 필요가 있지 싶습니다. 어쩌면 당대에서도 이러한 주장들로 인해서 의론(議論)이 분분했을 것으로 짐작을 해 보는 것은 가능하겠지요?”

맞아. 그랬을 거야. 그러니까 한 사람의 사주에 상관과 정관이 같이 있다면 어떻게 하면 되는 거지?”

어렵지 않습니다. 우선 일간이 약하다면 논할 필요도 없이 인겁으로 용신을 삼으면 됩니다. 인성이 있으면 좋지만 없으면 어쩔 수 없이 비겁으로 용신을 삼고 인성은 기다려야 한다는 것만 다를 뿐이지요.”

그렇구나. 약할 가능성이 있으니까 그렇게 생각하면 일단 그 문제는 해결이 되겠구나. 만약에 일간이 강하다면 어떻게 하지?”

일간이 강하면 상관과 정관을 같이 놓고 비교를 해 보면 됩니다. 상관이 유력하고 정관이 무력하면 상관을 용신으로 삼으면 됩니다. 반대로 정관은 유력한데 상관이 무력하다면 이번에는 정관을 용신으로 삼으면 됩니다. 만약에 둘이 비교해 봐도 우열을 가리기 어렵다면 당연히 상관을 용신으로 삼으면 됩니다.”

아니, 그렇게 되면 정관으로 용신을 삼아야 하는 것이잖아?”

왜 그렇습니까?”

우창은 기현주의 말이 무슨 의미인지는 짐작했지만 그래도 옆에서 듣고 있는 사람들을 생각해서 짐짓 물었다. 그러자 기현주가 다시 말했다.

왜긴 뭘 왜야? 정관은 국록(國祿)을 먹는 관리가 되는 것이잖아? 그러니까 당연히 정관을 용신으로 삼아야 한다는 것은 입문자(入門者)라도 능히 알 수가 있는 기본적인 이야긴데 그걸 동생이 모를 리는 없고 무슨 의미이지?”

누님은 정관이 용신입니까?”

아니, 난 무관(無官)이야. 정관이 있었더라면 얼마나 좋겠어.”

기현주는 우창이 만들어 놓은 덪에 걸려들어서 말했다.

그렇다면 또 여쭙겠습니다. 누님은 삶이 불행하십니까?”

? 불행하냐고? 내가 왜 불행하지?”

아니, 정관을 써야 한다니까 드리는 말씀입니다. 어찌 정관을 쓴 자는 고귀(高貴)하고 상관을 쓴 자는 하천(下賤)하다고 할 수가 있겠느냐는 말이지요.”

기현주는 우창의 말을 듣고서야 정관에 집착하는 것이 관습(慣習)이었다는 것을 깨달을 수가 있었다.

정말, 그렇게 자유로운 것이었어? 완전히 아무런 걸림도 기준도 없다는 듯이 자유자재(自由自在)로 설명하는 것을 듣고 있자니까 내 속이 다 시원해지는 것 같네.”

기준이 왜 없다고 하십니까? 첫째로는 오행생극(五行生剋)이 기준이고, 둘째로는 억부(抑扶)가 기준이고 마지막으로는 중화(中和)가 기준입니다. 이렇게 분명한 기준이 있으니, 좌고우면(左顧右眄)하지 말고 여기에 비춰서 답을 구하면 된다고 봅니다. 아마도 그것이 경도 선생의 뜻이기도 하지 않겠습니까?”

알았어. 정말 동생의 말은 장광설(長廣舌)과 같아서 거침이 없구나. 부러워서 약이 오르려고 할 지경이야. 호호호~!”

누님도 이미 장광설의 부류에 동참하셨습니다. 이제 누님을 만나는 사람들이 누님을 부러워할 차례인 셈이지요. 하하하~!”

그런데 인족 선생이든 가탁 선생이든 왜 하필이면 관살과 상관에 대해서만 거론했는지도 생각해 봤어?”

그야 천만다행이 아닙니까? 인성과 재성과 비겁까지 거론했더라면 후학은 또 그만큼 낭비했을 테니 말이지요.”

우창이 이렇게 말하자 기현주가 웃으며 말했다.

아니, 내 말뜻은 그게 아니라 특별히 생각할 의미는 있을까 싶은 궁금증이지 뭘. 호호호~!”

그건 하충(何忠) 스승님의 말씀이 있습니다. 생생지도(生生之道)라고 하셨지요. 그러니까 관살로 이타심(利他心)이 생()겨서 백성을 이롭게 하거나, 식상으로 이기심(利己心)이 생()겨서 자신의 능력을 천하에 드러내어 삶을 이롭게 하는 것이라고 하셨는데 그것은 참으로 지당(至當)하다고 하겠습니다.”

생생지도라고 하셨단 말이지? 그럼 다른 십성에 대해서도 그렇게 설명한 것이 있어? 정말 귀에 쏙쏙 들어오는구나.”

있습니다. 인성(印星)과 재성(財星)은 양명지원(養命之原)이라고 하셨습니다.”

양명지원이라면 목숨을 길러주는 근본이란 말이야?”

그렇습니다. 의식주(衣食住)는 인성(印星)이 되고 일상의 도구는 재성(財星)이 되어서 삶을 유지하게 해주는 것이라고 하셨습니다.”

우창의 말을 듣고서 기현주는 흡사 벼락을 맞은 듯이 온몸이 짜릿한 느낌을 받았다. 소름이라고 해야 할 수도 있었다.

동생의 말에 갑자기 온몸의 신경이 곤두서는 느낌이 들었어. 어떻게 그런 멋진 말로 십성을 정리할 수가 있지? 상상도 못 했는데 말이야. 감동이야.”

그건 누님의 열정이 가져온 결과물일 따름입니다. 비록 인족 선생이 형편없는 글을 남겼으나 후학이 오히려 그것을 바탕으로 하여 새로운 이치를 깨닫게 된다면 또한 무용(無用)의 대용(大用)이라할 만하지 않겠습니까? 하하하~!”

우창도 유쾌하게 웃었다.

과연 쓸모없는 것은 없구나. 어떻게 쓰느냐는 것만 다를 뿐이지. 오늘 동생의 가르침에 참으로 감동했네. 관살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동생의 설명이 중요할 뿐이라는 것을 깨달았으니 정말 고마워. 호호호~!”

기현주는 기쁨에 가득 찬 표정으로 우창에게 합장하며 말했다. 우창은 말없이 합장으로 인사를 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