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50] 제43장. 여로(旅路)
22. 팔괘(八卦)와 팔자(八字)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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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시 후 웃음을 멈춘 기현주가 우창에게 말했다.
“그러니까 ‘심리추명’에서 말하는 경을(庚乙)의 일주(日柱)를 팔괘(八卦)에 배치(配置)하는 것에서 살펴봐도 일리가 있단 말이지? 정말 깜짝 놀랐는데 말이야.”
“당연합니다. 우창도 그것까지는 미처 생각하지 못했습니다. 과연 누님의 통찰은 박학다식에서 나온 것으로 봐야 하겠습니다.”
우창의 칭찬이 섞인 격려에 미소를 짓고서 다시 물었다.
“그런데 말이야. 팔괘에 대해서 생각해 보면 다른 세 오행은 모두 음양이 있는데 수화(水火)는 상하에 위치하면서 홀로 있는 셈이잖아? 그래서 감수(坎水)를 임계(壬癸)로 보고, 리화(離火)는 병정(丙丁)으로 보게 된단 말이야. 이것은 어떻게 생각하지?”
“아니, 그건 누님이 더 잘 아시지 않습니까? 오히려 우창이 여쭤야 할 것을 누님이 말씀하시니 뭐라고 답변을 드려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하하~!”
“뭘 그렇게 말하지 않아도 공부가 깊은 것을 아니까 생각하고 있는 것을 말해 줘봐. 난 우창의 견해가 궁금하단 말이야. 몰라서 묻는 것도 있고 알고 있지만 더욱 새롭게 다듬기 위해서 묻는 것도 있다는 것은 알잖아?”
“알겠습니다. 우창이 생각하기에는 오행(五行)의 목화토금수(木火土金水)에서 글자를 자세히 들여다 보면 도(十)가 없는 글자는 수화(水火)입니다. 그런데 팔괘에서 수화는 한 가지밖에 없어서 이것을 표로 한다면 수(水)는 극음(極陰)이요, 화(火)는 극양(極陽)이라서 그런 것으로 생각해 봤습니다. 그러므로 계절로 본다면 수(水)는 동지(冬至)가 되어서 겨울의 극으로 가는 것은 음극(陰極)이기에 다시 돌이켜서 양극(陽極)을 향하게 되는 것도 겸합니다. 그렇다면 동지로 가는 것은 음수(陰水)가 되고 동지를 지나서 소한으로 돌아 나오는 것은 양수(陽水)라고 생각해 보면 되겠다는 생각은 해 봤습니다. 그러니까 이 둘을 나눠놓으면 십간(十干)이 되지만 묶어놓으면 팔괘(八卦)가 된다는 이치로 봤습니다. 다만 이것이 말이 되는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내, 그럴 줄 알았다니까! 세상 어디에서도 듣지 못한 이야기를 이렇게 청해서 듣게 되잖아, 정말 진귀한 설명이구나. 호호호~!”
“누님이 즐거워하시니 일단 본전(本錢)은 한 것으로 보겠습니다. 하하~!”
“본전이 다 뭐야. 수지맞았는데. 그러니까 리화(離火)도 마찬가지로 하지(夏至)까지는 양화(陽火)이니 병(丙)으로 보고 하지가 지나면 음둔(陰遁)으로 변하게 되니까 정(丁)으로 보자는 말이잖아?”
“아, 맞다! 음둔(陰遁)과 양둔(陽遁)으로 설명하면 훨씬 더 감칠맛이 나겠습니다. 역시 누님의 식견은 멋지십니다. 하하~!”
“자, 팔괘의 수화를 그렇게 본다면 심리추명에서의 일월(日月)은 어떻게 설명할 것인지를 들어볼 차례구나. 어서 설명해 줘봐.”
“일간(日干)은 긍정(肯定)과 부정(否定)으로 구분합니다. 그러니까 긍정은 동지부터 새롭게 출발하는 양둔(陽遁)이 되니 경(庚)으로 봅니다. 사람의 생각으로는 동지를 끝으로 보지 않고 한 해의 시작으로 보는 까닭에 경(庚)은 동지를 출발점으로 삼는다고 해도 되겠습니다. 다만 오행이 금(金)인 것은 정신을 논하기 때문이고, 팔괘는 자연을 논하기에 서로 다른 것일 뿐이고 모두가 이치에 합당하다고 보면 되겠습니다.”
“어머! 그렇구나. 그럼 신(辛)은 동지까지의 음둔(陰遁)을 말하고 음극(陰極)으로 본다는 말도 되는 거네?”
“그렇습니다. 그래서 비견(比肩)은 투명(透明)하다면 겁재(劫財)는 무명(無明)하여 깜깜한 칠흑(漆黑)과 같다고 보게 됩니다. 이것을 하충 선생은 흑체(黑體)라고 명명(命名)하셨습니다.”
“오호라~ 그러니까 사람의 정신에는 흑백(黑白)이 같이 존재한다는 말이잖아? 어떤 사람은 밝은 생각으로 살고, 어떤 사람은 어두운 생각으로 살아가는 것과도 흡사한걸. 정말 오묘한 논리구나.”
“정말 잘도 정리하십니다. 그래서 비겁(比劫)은 한 자리에 머무는 것으로 판단하게 된 것으로 이해할 수가 있었습니다. 아마도 하충 선생도 겁재의 자리를 어떻게 할 것인지에 대해서 얼마나 많은 궁리를 하셨을 것인지를 생각해 보면 이와 같은 결론에 도달했으리라는 짐작으로 감탄하게 됩니다.”
“알겠어. 과연 깊은 사유와 통찰로 얻어낸 결과라고 봐야 하겠구나. 그렇다면 월령(月令)도 정관궁(正官宮)이라고 했으나 이것은 겉으로 드러난 부분이고 이면에서는 편관궁(偏官宮)도 된다는 말이겠다. 그렇지?”
“그렇습니다. 월령은 세상(世上)이 되는 것이므로 일간(日干)이 세상에서 살아가는데 국법을 준수(遵守)하면 월령은 본래의 기능을 갖고서 정관이 됩니다. 그러다가 일단 국법에 저촉(抵觸)되는 순간에 정관은 통제가 불가능한 편관으로 돌변(突變)하게 되는 것이지요.”
“그렇구나. 못난 행성이 녀석이 일을 저지르고서 피신해야 하는 것과 같단 말이지?”
“예? 그건...?”
“아, 조카 녀석 말이야. 그사이에 잊어버린 거야? 호호호~!”
“맞습니다. 그러므로 정관이 되기도 하고 편관이 되기도 해서 하나만 둔 것으로 본다면 하지(夏至)의 전후(前後)와 비교할 수가 있다고 해도 되겠습니다. 그 나머지의 궁(宮)은 모두 음양(陰陽)을 갖고 있으니 그대로 대입하면 되겠습니다.”
“정말 일월론(日月論)의 오묘한 이치에 감동했어. 어쩌면 명학(命學)에서 그러한 절정종사(絶頂宗師)가 출현했을 줄은 꿈에도 생각지 못했네. 오늘 우창을 만난 인연으로 다시 명학에 몰입하고 싶어졌어. 아무리 여행길이 바쁘다고 하더라도 그러한 이치를 전수해 주고 가셨으면 좋겠어.”
이때의 기현주 표정은 거의 애원에 가까웠다. 이치를 배우게 되면 자존심도 돌아보지 않는 진리의 탐구자 모습을 그대로 보는 듯해서 우창도 감동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이것은 자원도 마찬가지였다. 괜히 숙연해져서 잠시 할 말을 잊게 만들었으니. 분위기가 다시 차분하게 가라앉자 기현주가 후천팔괘도를 그려놓고서 말을 꺼냈다.

“이걸 좀 보면서 이해를 해 볼게. 그러니까 후천팔괘를 다시 살펴보면, 상하(上下)의 감리(坎離)는 수화(水火)가 되어서 변화를 드러내고 좌우(左右)의 진태(震兌)는 하루의 시작과 끝을 나타내는 것이었어. 그리고 대각선의 간곤(艮坤)은 산천(山川)의 경계(庚癸)를 말하고, 건손(乾巽)의 대각선은 인간(人間)의 본질을 말하는 것으로 정리하면 된단 말이로구나. 그렇지?”
“맞습니다. 그런데 간곤의 관계를 산천의 경계로 봐도 되겠으나 대지(大地)와 허공(虛空)으로 보는 것이 더 낫지 싶습니다.”
우창이 이렇게 말하자 이번에도 ‘그게 무슨 말이냐?’는 듯이 기현주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뭐라고? 그건 또 무슨 말이야? 간산(艮山)이고, 곤지(坤地)인데 대지야 곤토(坤土)라고 하면 되겠지만 간(艮)을 산으로 보는 관점은 어디로 하고 공(空)을 거론하다니 이것이 무슨 말인지 어서 설명해 줘봐.”
“그 또한 하충 선생의 가르침입니다. 가없는 허공이 있어서 지상(地上)의 만물을 관리하고 생멸(生滅)한다고 하셨습니다. 이것은 허공이 아니고서는 이룰 수가 없는 것으로 봐서 매우 지당하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래? 그렇다면 산(山)은 어떻게 하지?”
기현주는 그래도 미심쩍어서 우창에게 물었다.
“높은 산도 발아래에 있는 셈이므로 이것은 비습(卑濕)에 속한다고 보면 어떻겠습니까? 무토가 높다고 하는 것을 알면서 시선이 머무는 곳이 고작 산꼭대기여서야 되겠습니까? 산보다 더 높은 곳에 있는 하염없이 높은 하늘이야말로 진정한 무토(戊土)가 아니겠나 싶습니다.”
우창의 말이 잠시 생각에 잠겼던 기현주가 물었다.
“우창의 말은 알겠는데 그렇게 되면 하늘이 둘이 되어버린단 말이야. 이것은 어떻게 해결해야 하나?”
“예? 하늘이 둘이라니 무슨 말씀이신지요?”
“건괘(乾卦)가 있잖아? 하늘을 의미하는 건괘를 두고 또 허공이라고 하니 나는 그 말이 이해되지 않아서 다시 묻는 거야.”
기현주의 말을 듣고서 우창이 눈을 깜빡이다가 웃으며 말했다.
“아, 난 또 무슨 말씀이시라고요. 하하하하~!”
“음, 그렇게 웃는 것은 이미 답이 마련되어 있다는 뜻이로구나. 우슨 의미인지 어서 말해 줘봐.”
“너무 기가 막혀서 웃었습니다. 이미 앞서 건괘(乾卦)는 정신(精神)이라고 말씀드렸는데도 여전히 하늘에 갇혀계신 누님의 관점이 재미있어서 말이지요. 아직도 의문이 남으셨습니까? 하하하~!”
“아, 그렇긴 하지, 그래도 괘명이 일건천(一乾天)이니 이것은 어떻게 된 거야? 고인들이 아무래도 글자를 잘못 선택한 것은 아닐테고......”
“글자를 잘못 선택한 것은 아닙니다. 다만 후학이 오해한 것으로 봐야 하겠습니다.”
“그렇다면 천(天)은 어떻게 받아들이면 되는 거야?”
“천(天)에는 하늘만 있는 것이 아닙니다. 천연(天然)도 있고, 천성(天性)도 있고 천품(天稟)도 있는데 이들을 모두 하늘천(天)에 치우쳐서 하늘을 의미한다고 해석하면 되겠습니까?”
이렇게 말한 우창이 글자를 썼다.

우창이 쓴 글을 지켜보던 기현주가 말했다.
“이건 누가 봐도 사람인걸? 갑골문이야? 무슨 자를 쓴 거지?”
“이게 바로 하늘 천(天)입니다. 우측(右側)은 금문(金文)에서 나온 것이고, 좌측(左側)은 갑골문(甲骨文)에서 나온 것이라고 합니다. 여기에는 지금의 눈으로 봐서 높고 높은 하늘의 의미는 없다는 것을 믿어도 되겠습니까?”
우창의 말에 기현주가 깜짝 놀라서 말했다.
“뭐라고? 혹 사람인이라고 하면 그런가 보다 하려고 했는데 이게 하늘이라고 하니까 정말 상상 밖의 뜻이었네? 어떻게 알았어?”
“하충 선생이 무(戊)를 하늘이라고 하는 까닭에 우창도 의심이 들어서 글자를 살펴봤는데 이렇게 된 것을 보고서 다시 한번 하충 선생의 탁견에 감탄했었습니다. 어떻습니까?”
“무슨 말이 더 필요하겠어. 그러니까 팔괘를 놓고서도 역경을 연구하는 선비들은 허공의 하늘만 생각하고 있다는 말이잖아? 안타까워서 어쩌냐?”
“안타까우십니까? 그냥 저마다 알고 깨달은 만큼만 누리다가 가는 것이려니 하면 되지 않겠습니까? 그 또한 인연일 테니 말이지요. 하하하~!”
“정말 놀랐어. 팔괘는 물론이고 역경에 대해서도 대강은 알고 있다고 자신하는 마음이 있었는데 그것이 와르르~ 무너지는 심정이야. 우창의 말이 아니라 다른 사람이 이런 말을 했다면 말도 되지 않는다고 반박했을 텐데 말이야.”
기현주는 아직도 충격에서 헤어나지 못한 것처럼 멍한 표정으로 말했다. 그것을 보면서 우창이 다시 말했다.
“학문은 그렇게 갈고닦는 것이 아니겠습니까? 이 스승에게서 얻지 못한 답을 저 스승에게서 얻고 을에서도 얻지 못한 답을 병에서 얻기도 하니 고인들도 박람(博覽)을 항상 권했으려니 싶습니다. 그리고 이렇게 드리는 말씀을 편협하게 생각지 않으시고 포용하는 누님의 도량에 감동입니다.”
우창은 진심으로 한 말이었다. 그러자 기현주도 그 말의 뜻을 알고는 잠시 숙연한 표정으로 침묵했다. 다시 팔괘의 모습을 정리하고 있었다. 우창도 기현주가 생각하는 것을 방해하지 않으려고 가만히 있었다. 그러자 이야기를 정신없이 듣고 있던 자원이 조용하게 속삭이듯이 말했다.
“아니, 싸부. 왜 여태까지 자원에게는 그런 말을 한 번도 하지 않으셨던 거예요? 오늘 내심으로 너무 놀랍고 한편으로는 섭섭하기조차 하잖아요. 알면서도 말해주지 않은 이유가 뭐죠?”
“그야 묻지 않았으니까 말하지 않았던 거지 뭘. 서운할 일도 참 없네. 하하~!”
“아무튼요~!”
입을 삐쭉하면서 고개를 돌리는 자원을 보며 옛날 노산에서 공부하던 시절이 생각나서 미소를 지었다. 잠시 후 기현주가 말했다.
“이제 정리가 되었어. 오랜 세월을 믿어왔던 것이 뒤범벅되어서 잠시 혼란스러웠으나 설명을 듣고 갑골문에다가 금석문까지 써준 것을 보면서 생각하니까 모두 이해가 되네. 오래된 문자가 오히려 더 진실에 가깝다는 것을 생각해 보니 뭐든 꼭 발전하는 것만이 좋은 것은 아니라는 생각이 드는구나. 오랜 예전에 고인의 붓끝에서도 새로운 이치를 발견할 수가 있으니 말이야. 이러한 것을 알게 해준 우창에게 고마워. 호호~!”
“누님께서 팔괘를 통해서도 새로운 관점을 얻으신 것에 축하드립니다. 물론 우창도 그 바람에 또 팔괘를 다시 바라보게 되었으니 즐겁고요. 하하~!”
“그나저나 이제 심리추명의 이야기를 해줘야지. 그게 너무 매력적이란 말이야. 경을(庚乙)에 대한 말만으로도 이미 정신이 절반은 나간 것 같았는데 다음엔 월주(月柱)에 대한 설명을 들어 봐야지?”
“아, 월주도 설명해 드리지요. 월간(月干)의 임수(壬水)는 그 본질이 식신(食神)입니다. 그러니까 그 사람의 표현하는 형태는 월간의 십성에 따라서 큰 영향을 받는다고 보게 되는 것이지요.”
“그래? 그렇다면 내 명식으로 해석해 봐.”
우창은 기현주의 명식을 앞에 놓고서 설명했다.

“누님은 월간에 정인(正印)이 있습니다. 그러니까 표현하는 형태를 논한다면 정인과 같은 모습이라고 보는 것이지요.”
“이를테면?”
“예를 들면 포용하는 표현력이라고 할 수가 있겠네요. 자기의 주장을 쏘는 듯이 말하는 사람이 있는 방면에 정인이 표현하는 방법은 상대방의 말을 받아들이면서 자기의 생각을 섞어서 말하는 것이지요. 그래서 남들이 느끼기에는 온화(溫和)한 사람으로 보게 됩니다.”
“오호~! 그럴싸~한걸. 내 주장을 표현하는데 남들과 다툴 필요는 없다고 생각하니까 말이야.”
“맞습니다. 그리고 월지(月支)를 보면 강호(江湖)에서 접하는 생각도 모두가 신비롭고 오묘한 마음으로 받아들이게 됩니다. 그래서 종교와 같은 것에도 마음이 쏠릴 수가 있고 뛰어난 감수성(感受性)으로 받아들이므로 상황에 대한 인식이 빠르다고 봅니다. 특히 예감(豫感)이랄까? 예지력이 발달해서 어떤 사안에 대해서 말하기 전에 느껴지는 감각이 탁월하다고 해석합니다. 그것은 월지에 편인이 있는 까닭이지요.”
“그렇다면 월지에 편인이 있는 사람은 모두 그렇다는 말이지?”
“기본이 그렇고 상황에 따라서 또 열 가지로 나뉘게 됩니다. 그 편인의 본질이 무엇이냐에 따라서도 작용은 달라지는 까닭이지요. 자수(子水)는 본질이 계수(癸水)이기에 경(庚)의 기준으로 대입하면 상관(傷官)이 됩니다. 이로 인해서 새로운 것을 발견하게 되면 어떻게 해서라도 그것을 자기의 능력으로 흡수하는 수단이 뛰어나다고 하겠으니 지금 우창을 붙잡고 이렇게 파고드는 것도 그와 유관하다고 하겠습니다. 하하~!”
“아하! 그러니까 예를 들어서 기토(己土)가 월지에 편인을 두게 되면 또 다른 형태의 마음을 갖고서 세상을 바라보게 된다는 말이잖아?”
“역시 빠르십니다. 하하~!”
“알았어. 그렇다면 시주(時柱)는 어떻게 해석하는 거지?”
“시간(時干)의 정화(丁火)는 본질이 정관(正官)입니다. 그러니까 어떤 학문이든 종교를 선택하더라도 항상 합리적인지 객관적인지를 먼저 생각하게 됩니다. 그리고 이 정화가 식신(食神)이 되는 까닭에 그러한 것에 대해서도 관심을 두고서 연구하고 궁리하는 성향을 나타내게 되는 것이지요.”
“맞아~! 틀림없어. 이치에 부합되지 않으면 두 번 돌아보지도 않으니까 말이야. 참 신기하네.”
기현주가 이렇게 동의하자 우창이 계속해서 설명을 이어갔다.
“시지(時支)는 축토(丑土)가 있으므로 신계기(辛癸己)가 모두 작용하는 것으로 살펴보게 됩니다. 여기에서는 미래(未來)와 희망을 판단하는 것인데, 앞으로의 삶에 대해서 생각한다면 아무에게도 소속되지 않고 자유롭게 오고 싶으면 오고 가고 싶으면 가는 삶을 추구한다고 하겠습니다. 축중기토(丑中己土)는 정인(正印)이 본질이기 때문에 미래에 대한 것도 대체로 수용합니다. 다만 그중에서도 신금(辛金)의 편관이 있어서 일말(一抹)의 두려움도 없지 않은데 계수가 또 있는 까닭에 앞으로의 삶도 공부하는 마음으로 바라본다고 하겠습니다.”
“연주(年柱)도 같은 정축(丁丑)이니까 기본적으로 해석은 같은 것이겠지?”
“다만 연간(年干)은 편재궁(偏財宮)이기 때문에 통솔하는 것으로 작용하게 되는데 식신이 되는 까닭에 무리하지 않고 순리에 따라서 통제하기 때문에 아랫사람도 어떤 일을 시키게 될 것인지를 짐작할 수가 있어서 편안하게 상전을 대합니다. 연지(年支)는 정인궁(正印宮)인데 편재가 있으므로 아무 곳에서 인정을 베풀지 않기에 때로는 냉정하다는 말을 들을 수가 있습니다. 가령 오늘처럼 강행성의 일을 처리함에는 냉정하게 실행할 수가 있다고 하겠습니다.”
“아, 그렇게 해석이 되는구나. 그러니까 하충 선생의 가르침은 두 가지로구나. 본질적인 십성의 고유(固有)한 성질이 있고, 그것이 어떤 십성에 해당하느냐에 따라서 맡은 일이 드러나게 된다는 것이지?”
“맞습니다. 틀림없이 잘 판단하셨습니다. 하하하~!”
“긴 이야기를 빨리 설명해 줘서 고마워. 대략 어떻게 판단하는 것인지 어렴풋이나마 짐작되네. 참으로 멋진 학문이구나.”
“누님의 사주가 청하니까 사유하고 처신함에 구차하지 않습니다. 강호를 유람하면서도 항상 스승을 만나면 그 가르침의 정수(精髓)를 받아들이되 이끌리지 않고 자신의 판단으로 정리하게 됩니다. 그런데 도락(道樂) 스승님을 만나서 오주괘를 배우면서 어떤 가르침을 받으셨는지 궁금합니다.”
기현주가 어느 정도 궁금증을 해결했다고 생각했는지 질문을 하지 않자 이번에는 우창이 궁금한 점을 물었다. 도락에게서 무엇을 배웠는지도 궁금했다.
“응? 아, 도락 스승님께는 사물을 객관적으로 바라보는 시각을 얻었지. 자신의 관점으로 편중되게 관찰하고 있었는데 그러한 점에 대해서 많은 가르침을 주셨어. 참, 내가 어른을 공경하는 성격이 못되었는데 그것에 대해서도 전혀 탓을 하지 않으셨구나. 이건 왜 그런 거지?”
기현주가 도락에 대해서 이야기하다가 생각이 났다는 듯이 자신의 성향에 대해 우창에게 물었다. 우창이 잠시 사주를 살펴보고는 말했다.
“우창이 생각하기에는 관살이 약해서 허례허식(虛禮虛飾)에 대해서는 괘념(掛念)치 않은 까닭이었지 싶습니다. 마음에서 느낀 대로 생각하며 그에 따라서 말하더라도 그 언행에 거짓이 없으면 그것으로 충분한 것으로 생각하는 까닭이 아닐까요? 한마디로 솔직담백한 성품이 원인인 것으로 생각해 봤습니다.”
“아, 그래서였구나.”
“누님을 잘 모르는 사람은 무례하다고 오해할 수도 있습니다만 조금만 사귀어 보게 되면 그 진심이 오히려 솔직(率直)하고 담백(淡白)하다는 것을 알고는 한 번 사귀게 된 지기(知己)는 오래도록 변하지 않을 것입니다.”
“이제 조금은 이해가 되는구나.”
“오랜만에 친구가 찾아왔는데, 고단해서 잠을 자고 싶다면 친구에게도 가서 쉬라고 하고 내일 보자고 하는 것이지요. 고단한데도 참으면서 이야기를 들어주려고 노력하는 마음은 없다고 봐도 되겠습니다. 하하~!”
“그러니까 한마디로 하면 제멋대로라는 거지? 틀림없는 이야기네. 호호호~!”
이야기를 나누는 사이에 해가 뉘엿뉘엿 넘어가는지 하늘이 붉게 물들어서 객실을 물들였다. 그것을 본 기현주가 저녁을 먹게 준비하라고 일러두고는 말했다.
“나는 잠시 볼일이 있으니까 쉬고 있다가 밥을 먹도록 해. 어둡기 전에 돌아올지 모르겠으니까, 혹 늦더라도 편하게 쉬어.”
이렇게 말하고는 마차를 타고서 급히 밖으로 나갔다.
우창은 화원을 한 바퀴 돌면서 풍경을 감상했다. 뜰은 밖에서 보는 것보다도 뒤쪽이 더 넓었고, 연못도 있어서 아직 연꽃은 피지 않았으나 잎이 무성하게 자라고 있는 것을 보니 마음도 한가로웠다. 자원도 나왔다가 우창을 보고는 다가와서 말했다.
“싸부, 언니는 무슨 일로 저리 바쁘게 나간 걸까요?”
“모르겠어?”
“혹시 강행성의 일 때문일까?”
“그렇겠지. 현령을 만나서 상의하려고 갔겠지.”
“혹 유시가 되기를 기다려서 간 것에도 이유가 있을까?”
자원도 궁금했던지 혹 그러한 의미도 있으려나 싶어서 물었다. 그러자 우창이 점괘를 살펴서 땅바닥에 적어봤다.

자원이 넘겨다보고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어쩐지, 유시(酉時)가 되기를 기다려서 현령에게 간 언니의 마음을 이해하겠네. 이미 내심으로 점기(占機)를 꿰고 있었다는 말이잖아?”
“그랬구나. 오주괘를 갖고 놀 정도의 수준이었다니 놀랍구나. 하하~!”
“점괘를 봐하니 원만하게 해결이 되겠어. 갑목(甲木)이 편히 쉴 곳을 얻었으니까 다행이군. 그리고 강행성으로 인해서 이렇게 해박한 인연을 만났으니 결국은 전화위복(轉禍爲福)이라고 해야 할까?”
자원의 말에 우창도 동의하며 말했다.
“그렇지, 재앙은 강행성의 것이었지만 그것에 편승해서 우리에게도 이익이 돌아왔으니 어쩌면 전화위복보다는 어부지리(漁父之利)라고 해야 할까? 그 친구를 서호에서 만나게 되면 또 제자 하나를 거두게 될 테니 말이야. 하하하~!”
“정말 못 말리는 싸부네. 벌써 제자로 거둬서 가르칠 생각을 하고 있었다니 말이야. 호호호~!”
그 사이에 저녁밥이 준비되었다는 말을 듣고서 식당으로 가자 정갈하고 맛있는 음식들이 기다리고 있었다. 모두 편안하게 만찬(晩餐)을 즐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