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32] 제43장. 여로(旅路)/ 4.육갑패(六甲牌)의 의미

작성일
2024-07-20 06: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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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32] 43. 여로(旅路)

 

4. 육갑패(六甲牌)의 의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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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창은 백화(百花)가 만발한 화원에서 상인화(尙印和)와 차를 마시면서 담소를 나누는 꿈을 꾸다가 늦잠을 잔 탓에 밝은 태양의 빛이 창문을 뚫고 들어올 때쯤에서야 인기척을 듣고서 겨우 일어났다. 꿈에서라도 만난 것은 반가웠지만 다시 볼 수가 없다는 생각이 들자, 마음에 구멍이 뚫린 듯이 공허한 느낌이 들었다. 그렇지 않았다면 항주로 향하던 발길을 돌려서 노산으로 올라갈 수도 있었을 텐데 아쉬웠다. 사람은 살아있을 적에 사람이지 육신을 벗어버리고 나면 인연은 그것으로 끝이 난다는 것을 생각하면서 지저귀는 새소리를 듣고 있었다. 만날 수가 없는 현실과 보고 싶은 상념의 교차하는 곳에 번뇌가 일었다.

싸부~! 날이 밝았어요. 산책하러 가요~!”

자원의 생기 넘치는 소리가 들리자 비로소 정신이 제자리로 돌아온 듯했다. 그래도 대답은 하고 싶지 않아서 가만히 누워있었다. 그러자 자원이 문을 두드렸다.

똑똑똑~!’

응 들어와도 되네.”

자원이 문을 열자, 우창도 비로소 침상에서 일어났다.

아니, 싸부, 어디 아픈 것은 아니죠? 여태 주무시다니.”

자원이 호들갑스럽게 묻는 말에 우창도 하품하고서 말했다.

아프긴, 이런저런 생각을 하다가 늦잠이 들었을 뿐이지 뭘. 하하~!”

시원한 아침의 바람이 상쾌해요. 잠도 깨울 겸 나오세요.”

그래 금방 나가지.”

우창은 비로소 일어나서 자원을 따라나섰다. 호반(湖畔)에는 덩굴에 주황색의 꽃이 가득 피어있어서 그 향기가 사방으로 퍼졌다.

능소화(凌霄花)인가? 향이 참 좋구나.”

오랜만에 보는 꽃이네요. 이른 아침인데도 벌써 하늘이 맺어 준 짝을 부를 준비가 다 되었나 봐요. 참으로 자연의 조화란 오묘하죠?”

? 그게 무슨 말이지?”

꽃이 왜 애써 향기를 만들어서 온 천지에 뿌리겠어요? 설마하니 싸부가 새벽잠에서 깨어나라고 그러는 것일까요? 호호호~!”

그러니까.....”

맞아요. 봉접(蜂蝶)을 애타게 부르고 있잖아요. 그것도 우아하고 매혹적인 향기(香氣)를 온천지에 뿌리면서 말이죠. 음양의 놀이가 아니면 세상은 참 삭막하겠죠?”

그냥 무심코 봤는데 그것도 자세히 살펴보니 또한 음양의 역동적(力動的)인 모습이었구나. 꽃은 제가 알아서 피고 지고 벌과 나비도 제가 알아서 먹이를 구하고 초목은 결실을 이루면 그 열매는 조수(鳥獸)의 먹이가 되는 역사에 참여하고 있으니 알고 보면 참으로 세상의 이치는 일없이 허투루 이뤄지는 것이 없구나.”

우창은 그렇게 상쾌한 새벽의 풍광을 즐기는 여유로움이 오랜만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자세히 살펴보니 걸음걸음에 도가 아닌 것이 없구나.”

맞아요. 알면 보이고, 모르면 모를 따름이지만 여전히 자연의 이치는 그렇게 순환하는 모습이 참으로 아름다워요. 호호호~!”

 

반시진 정도를 느긋하게 산책하다가 객잔으로 들어가니 주인과 삼진이 이미 차를 끓여놓고 담소하고 있다가 우창이 들어오는 것을 보고서 일어났다.

스승님, 산책을 다녀오십니까? 누이도 잘 쉬었지?”

삼진의 말에 이어서 주인도 말했다.

도사님, 잠자리는 편안하셨는지요? 이리 오셔서 차 좀 드세요.”

덕분에 잘 쉬었습니다.”

우창이 이렇게 말하면서 삼진에게 바깥의 풍경을 전했다.

잠시 나가서 둘러봤더니 호반에 능소화가 흐드러지게 피었더군. 풍경이 좋아서 상쾌한 아침이었네.”

그러셨습니까? 제자도 창밖을 내다보면서 아름다운 풍경을 감상했습니다. 며칠은 머물면서 여유롭게 쉬어도 좋겠다는 생각조차 들었습니다.”

삼진이 이렇게 말하자 주인이 차를 따르며 말했다.

어제 차를 맛있게 드셔서 오늘 아침에도 그 차로 했어요. , 저를 소개하지 않았네요. 제 이름은 황원원(黃圓圓)이예요. 이렇게 귀한 손님을 모시게 되어서 감상이 남다르네요. 그래서 통성명(通姓名)이라도 해야 하지 싶어서 말씀드려요. 그냥 떠나면 그만인 길손이지만 또 오늘의 감상은 다르네요.”

이렇게 말하면서 자원을 바라봤다. 그러자 자원이 웃으며 말했다.

, 황 언니셨구나. 조은령(曺銀鈴)이예요. 바람만 불면 정신없이 딸랑거리는 은방울요. 호호호~!”

언니라고 불러주시니 동생이라고 해야 하겠지? 동생은 어쩌다 이렇게 능력이 뛰어난 스승님을 모시고 천하를 유람하는지 내심 부러웠어. 나도 그러고 싶은 마음이 항상 있었는데 인연이 닿지 않아서 말이야.”

그 사이에 여정도 잠이 깼는지 객청(客廳)으로 내려왔다. 그러다가 모두 모여있는 것을 보고서 인사했다.

여정이 스승님을 뵙습니다. 편히 쉬셨는지요.”

, 여정도 일어났구나. 그래 이리 와서 같이 차 마시게.”

우창이 간단히 말하자 황 주인이 자리를 마련하고 찻잔을 뜨거운 물에 데워서 앞에 놓자, 여정이 얼른 와서 자리에 앉았다. 우창이 차호(茶壺)를 들어서 반쯤 따라줬다.

고맙습니다. 실은 어제 주인과 스승님의 대화가 자꾸만 생각나서 잠을 이루지 못했습니다. 오행의 이치와 음양의 변화가 자꾸만 떠올라서 잠을 잘 수가 없었나 봅니다. 특별해 보이지 않는 몇 마디의 말로 사람의 마음을 후벼 파는 듯한 느낌은 충격이 컸었나 봅니다.”

여정의 말에 우창이 웃으며 말했다.

그랬나? 아마도 점신(占神)께서 자비를 베푸셨나 보군. 여정도 열심히 공부하면 그리될 것이네. 하하하~!”

정말 그렇게 되고 싶습니다. 우선 자원 누님을 붙잡고 귀찮게 해 드려야 하겠습니다. 온통 그 생각만 머리를 가득 채웠으니 말입니다.”

여정의 진심이 가득한 모습을 보면서 우창도 기뻤다. 흡사 말하는 것이 염재를 보는 듯했기 때문이다. 비록 마부(馬夫)의 일을 하며 지냈지만 내재하고 있는 심지(心志)는 곧고도 깊어 보였다. 주인 황 여인이 문득 떠오른 생각이 있었는지 삼진에게 물었다.

선생이 점괘를 귀신같이 풀이하는 것에 놀랐는데 오늘 또 생각나는 것이 있어서 여쭙고 싶어요.”

황 주인이 묻는 말에 삼진이 무슨 일이냐는 듯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자 잠시 나갔다가 십오(十五) 세쯤 되어 보이는 여아(女兒)를 데리고 왔다. 모두 무슨 일인가 싶어서 여아와 황 주인을 번갈아 보는데 인사를 시켰다.

소증(小曾)아 도사님들께 인사드리렴. 네게 훌륭한 길을 안내해 주실 분들이란다.”

주인의 말에 여아가 또박또박한 말로 인사했다.

처음 뵈어요. 잘 안내해 주세요.”

모두 고개를 끄덕이고는 무슨 말인지 들어보자는 듯이 주인을 바라봤다. 그러자 주인이 자리에 앉아서 차를 한 모금 마시고는 말했다.

이 아이는 오갈 데가 없어서 거두고 있어요. 밥값이야 청소도 하고 심부름도 하여 충분하지만 그렇게 세월을 보내게 하고 싶지는 않아서 앞으로 객잔을 운영할 재목이 되는지 아니면 좋은 낭군을 만나서 아낙의 삶을 살아가는 것이 좋을지, 만약에 이도 저도 아니라면 차라리 불전에 출가해서 생전의 업장이라도 소멸하는 것이 좋을지 혼자서 생각해 봐도 어느 방법이 가장 옳은지 판단할 수가 없어서 작은 근심이었는데 이런 기회에 참으로 운명에 잘 어울리는 길을 찾아줬으면 좋겠어요.”

이렇게 말하고는 합장하면서 우창을 바라봤다. 그러니까 한 아이의 미래에 대해서 길을 열어달라는 말이었다. 듣고 보니 과연 간단한 문제는 아니었지만 그렇다고 해서 복잡하게 생각하면 또 한도 끝도 없다고 여긴 우창이 보따리에서 육갑패(六甲牌)를 꺼냈다.

, 육갑패로 답을 찾아보시려고요?”

자원이 가장 먼저 말했다. 그러자 삼진과 여정은 처음 보는 것인지라 호기심 가득한 표정으로 지켜봤다. 우창이 육갑패를 섞어서 부채를 펼친 모양으로 영아의 앞에 펴놓고서 말했다.

영아라고 했지? 어디 손이 가는 대로 한 장만 뽑아봐.”

아이는 우창이 시키는 대로 주저함도 없이 선뜻 손을 뻗어서는 그중에 한 장을 뽑아서 우창의 앞에 내밀었다. 모두 무슨 패를 뽑았는지 궁금해서 이목을 집중하는 것을 보면서 우창이 그 패를 뒤집었다.

 

 



 


임오(壬午)~!”

아이의 손을 바라보고 있던 자원이 외쳤다. 그러자 우창이 자원을 바라보며 말했다.

그렇군, 먼저 말을 한 사람이 풀이하는 것이니까 어디 어떤 조짐인지 말해 주겠나?”

나름대로 어떤 패가 나올 것인지를 예상했거든요. 가게를 물려받는 방향이라면 임오(壬午)나 계사(癸巳)가 나올 것이고, 남자를 만나서 혼인하여 가정을 지키는 일이라면 지지(地支)에 정관(正官)이 있어야 잘 어울릴 것이므로 신사(辛巳)나 경오(庚午)가 나오지 않겠느냐고 생각했었죠. 또 학문을 연마할 인연이거나 불가(佛家)에 귀의할 인연이라면 임신(壬申)이나 계유(癸酉)처럼 지지에 인성이 있을 것으로 생각했었는데 마침 뽑은 패가 임오(壬午)라서 객잔을 물려받을 암시라고 봐도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이렇게 설명한 자원이 우창을 바라봤다. 제대로 대입했는지 확인하고자 함이었다. 그런데 이번에는 삼진이 자원을 보며 먼저 말했다.

과연 누이의 빠른 판단력이 빛을 발휘하는걸. 육갑패가 나오기 전에 먼저 어떤 패가 나올 것인지를 예상하는 것도 공부를 많이 해서 간지와 놀이를 할 수가 있어서 여유로운 자의 재미라고 하겠는걸.”

그야 오라버니도 충분히 내공을 갖추고 계시면서 뭘. 호호호~!”

맞아, 누이의 말을 들으면서 무슨 뜻인지는 바로 알았으니까. 그렇지만 그렇게 생각할 수가 있다는 것까지는 나도 몰랐단 말이네. 그래서 잘 아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것을 어떻게 활용하는 것인지도 공부가 깊지 않으면 생각이 미치지 못한다는 것도 깨달았단 말이지. 하하~!”

두 사람의 대화에 귀를 기울이고 있던 주인 황씨도 대략 어떤 이야기인지를 알고서 말했다.

그러니까 이 패가 말해 주는 것은 충분히 객잔을 맡길 만하다는 것이죠? 열심히 가르쳐서 잘 배우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겠네요?”

맞습니다. 그렇게 봐도 되겠습니다. 더구나 재정관리를 꼼꼼하게 잘할 것으로 보이니까 아마도 주인의 마음에 쏙 들게 될 것으로 보입니다. 다만 점괘 하나로 모두 결정하는 것은 아니니 이러한 것을 염두에 두고서 살펴보면서 가르치면 되지 싶습니다.”

우창의 자상하고도 조심스러운 말을 들으면서 여인은 흡족했다. 자신이 운영하는 일을 물려받을 능력이 된다는 말에 대해서도 신뢰가 되었다. 심부름하는 것을 보면 빠릿빠릿해서 가끔은 감탄하기도 했던 까닭이다.

정말 빠르고도 간단한 점괘를 보면서 내심 깜짝 놀랐어요. 그러니까 저 아이의 사주팔자를 보지 않고서도 앞으로 무엇이 될 것인지를 알 수 있다는 말씀이죠?”

황 주인의 말에 자원이 웃으며 말했다.

대해(大海)의 물이 짠 것을 알기에는 한 방울이면 족하거든요. 호호호~!”

말씀해 주시는 이야기를 들으면서 신기하다고 생각하면서도 한편으로는 그렇게 간단하게 손이 가는 대로 한 장을 뽑은 패만으로 아이의 미래와 자신의 객잔을 맡긴다는 것이 어쩌면 너무 가볍지 않은가 싶은 생각이 들기도 해서 확인차 물었는데 그 말을 듣고서 의문이 풀리며 내심 감탄했어요.”

자원의 말을 듣고서 모두 이해되었으나 여정은 아무래도 의문이 남았다. 스스로 이해가 되지 않으면 다음으로 넘어가지 못하는 천성이었던지 자원에게 물었다.

무슨 말씀인지 이해가 됩니다. 다만, 그 정도로 조짐을 신뢰해도 되는지 의문이 약간은 남게 됩니다. 혹 번거롭지 않으시다면 이 아이의 사주팔자를 한 번 살펴보는 것은 어떻겠습니까? 물론 사주를 통해서도 무엇을 잘할 수가 있고 무엇을 잘하기 어려운지도 알 수가 있는 일이라면 말이지요.”

우창은 여정의 말을 들으면서 내심 미소를 지었다. 과연 학문을 대하는 태도가 그만하면 합격이라는 생각이 들어서였다. 여정이 이렇게 말하자 황 여인도 자신이 묻고 싶었던 것을 여정이 대신 물어줘서 속이 시원하다는 듯이 말했다.

어머나~! 그렇지 않아도 내심으로 사주팔자를 좀 보면 어떻게 나오려나 궁금했거든요. 마침 젊은 선생이 가려운 곳을 긁어주셔서 고마워요. 호호~!”

여인이 이렇게 말하면서 여정에게 합장하고는 적어놓은 장부책에서 아이의 생월생시를 확인해서 말했다. 그것을 듣고서 자원이 천세력을 펴고는 사주를 찾아서 적었다.

 

 


 

자원이 찾아놓은 사주를 바라보던 우창과 삼진이 마주 보면서 감탄했다. 

아니, 임오 일주라니~!”

그것참 기이합니다. 과연 점신(占神)과 명신(命神)은 지척(咫尺)에서 서로 같은 곳을 바라보고 계셨던가 봅니다.”

그제야 황 여인도 글자를 보고서는 깜짝 놀라며 말했다.

어머나~! 그렇군요. 점괘에 나온 임오(壬午)가 사주에도 있었네요. 참으로 오묘해요. 오늘 제가 새로운 세상을 경험하고 있답니다. 호호~!”

여인의 말을 듣고 자원이 말했다.

이 공부를 하다가 보면 자주 놀라운 것을 경험하게 되는데 오늘도 그렇네요. 손이 가는 대로 한 장을 뽑았는데 그것은 바로 이 아이의 운명 한 가운데를 관통하고 있었다니 말이에요. 호호~!”

자원이 이렇게 너스레를 떨면서 말하고는 적은 명식을 우창에게 지그시 밀었다. 당연히 우창에게 풀이를 맡긴다는 뜻이었다. 우창도 그 뜻을 알고는 정색하고 명식을 살펴봤다.

해월(亥月)의 임수(壬水)가 다소 약한 모습을 하고 있었으나 크게 치우치지 않고 균형을 이루고 있는 것은 다행이었다. 상관(傷官)과 정재(正財)가 있으니 경영(經營)을 잘할 수가 있을 것이고, 시간(時干)의 정인(正印)인 신금(辛金)은 눈치가 빨라서 손님과 쓸데없는 다툼은 미연(未然)에 방지할 수가 있어 보이는 것도 재능으로 보였다. 이렇게 대략 살펴본 다음에 말했다.

여아의 이름은 무엇입니까?”

, ()은 증()이고 이름은 경신(景信)이에요.”

우창이 이름을 듣고서 천천히 설명했다.

경신에게는 천생(天生)으로 스스로 살아갈 능력을 부여받았습니다. 더구나 귀인의 복까지도 타고났으니 자기 앞가림은 충분히 하겠습니다. 남의 이목에 대해서도 살필 줄을 알고 있으니 이런 아이를 얻은 주인은 수하(手下)의 복이 있다고 해도 되겠습니다. 어떻습니까? 눈치도 빠릿빠릿하지 않습니까?”

우창이 확인도 할 겸 이렇게 물었다. 그러자 황 주인도 동의하며 말했다.

맞아요~! 그렇지 않으면 왜 객잔을 물려줘도 될지를 생각하겠어요? 충분히 감당할 수가 있을 것으로 보이긴 한데 과연 그래도 될 것인지는 아직 나이가 어려서죠. 그렇지 않아도 염려하고 있었던 점에 대해서 콕 짚어서 말씀해 주시니 염려했던 것들이 말끔히 해결되었어요. 정말로 감사드려요.”

여인은 진심을 우창의 설명을 듣고서 마음에 결정한 것으로 보였다. 황 여인의 말을 듣고 경신이 합장하고 말했다.

귀한 말씀을 주셔서 고맙습니다~!”

우창은 경신이 말하는 것을 보면서 문득 예전에 잠시 만났었던 채소연(蔡昭娟)이 떠올랐다. 어딘가에서 잘 지내고 있겠거니 싶었다. 이렇게 생각하고 있는데 자원이 말했다.

외양(外樣)으로만 봐도 어떤 일을 만나더라도 다부지게 잘 처리할 것으로 보이네. 귀한 인연인 줄로 알고 열심히 배워서 은혜를 갚으면 모두가 행복하겠다. 호호~!”

자원의 격려에 경신이 인사를 하고는 아침을 준비한다고 나갔다. 그러고는 잠시 후에 조촐한 아침상을 차려놓고 데리러 왔다. 모두 맛있는 아침을 먹었다. 미죽(米粥)에 삶은 돼지고기와 호수에서 잡은 물고기를 찜으로 요리한 것들이었다. 밥을 먹고 나자, 주인이 차를 마련해줘서 가볍게 담소하면서 차를 마시고 있는데 누군가 찾아왔는지 밖에서 들리는 소리에 주인이 바삐 나가는 것을 보면서 자원이 말했다.

싸부, 이제 슬슬 출발해 봐야죠? 며칠 묵으면서 풍경이나 감상하고 싶었느데 간밤을 잘 쉬었는지 다시 길을 떠나도 되겠어요. 이렇게 느긋하게 움직이니까 여유로워서 참 좋아요. 호호~!”

그래, 잘 쉬었으니 또 길을 나서 볼까?”

우창의 말이 막 끝나기도 전에 주인이 한 여인을 데리고 급하게 와서는 말했다.

잠깐만 기다려 주시겠어요? 지금 제 동생이 와서 이야기하는 것을 들어보니까 도사님들의 도움이 필요하지싶어서 데리고 왔어요.”

이렇게 말을 마치고는 여인을 향해서 말했다.

용하신 분들이니까 답을 알려 주실 거야.”

이렇게 말하자 동행한 동생이라는 여인이 황급히 허리를 굽히면서 말했다.

꼭 좀 부탁드려요.”

밑도 끝도 없이 이렇게 말하는 소리를 듣고는 자원이 속으로 웃으며 차분하게 말했다.

 

 

아니, 무슨 말씀인지 들어봐야 도움을 드릴 수가 있을지를 판단하지 않겠어요? 어디 말이나 들어봅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