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물받은 복건 노백차(老白茶)
선물받은 복정(福鼎) 노백차(老白茶)
얼마 전에 지인으로 부터 차 세 편이 배달되었다. 그 중에서도 먼저 눈에 들어오는 것이 빙도(氷島)였다.
동경호(同慶號)의 빙도생태차를 보니 반가웠다. 빙도차는 예전에도 마셔봤는데 그 쌉쌀하면서도 적당히 균형 잡힌 맛이 좋았던 기억이 있어서다. 노만아의 강력한 쓴맛과는 확연히 다른 감칠맛이 나는 쓴맛이 좋아서 새벽마다 뜯어 먹고 있었다.
빙도라는 글자만 봐서는 알래스카를 의미하지만 운남성에 무슨 알래스카?라고 했더니 실은 태족의 말로 (대나무 사립문집)이라는 뜻이란다. 태족들은 대문을 나무로 하지 않고 대나무로 했었던 모양이다. 그래서 상상과 실제는 같지 않은 경우도 왕왕 있다는 것을 또 배웠다.
어제 차를 보내 줬던 지인이 문자를 보냈다. 백차 맛은 어떻더냐고.
아니, 개봉도 하지 않았는데 그 맛을 묻는구나.
원래 백차(白茶)는 좀 밍밍한 맛이어서 크게 좋아하지는 않은 종류였다.
참고로 찻잎으로 만든 차는 백차, 녹차, 청차, 황차, 홍차, 흑차로 나눈다.
예전에 한창 차에 대해서 공부하면서 이차 저차 많이 마셔봤다.
백차는 특별히 가공하는 것이 없다.
그냥 시들린[萎凋] 다음에 건조해서 눌러 놓은 것이 전부다. 수분만 증발시키는 것이다.
무쇠 솥에 덖어서 만드는 다른 차와 다르게 백차는 그대로 말렸다는 말이기도 하다.
가장 원시적으로 만든 차였을 수도 있겠다. 차의 빛이 맑아서 백차겠지만 그것도 묵으면 달라진다.
운남의 백차는 월광백(月光白)이라는 이름으로 불린다. 달빛으로 건조했단다. ㅎㅎ
차를 잘 마시고 있는지 궁금해서 물어보는 문자를 보고서야 오늘 새벽에 개봉했다. 병면(餠面)이 황편을 닮았구나. 복정차는 복건성의 동부에 있는 지역으로 중엽종의 차잎을 사용해서 만드는 것이란다. 차의 이름에 따라서 등급을 나눈다는데, 백호은침, 백목단, 공미(貢眉), 수미(壽眉)란다. 수미는 낙엽같은 형태를 띤다는 것으로 봐서 수미가 아닌가 싶다. 그야 아무러면 워뗘. 도대체 언제 만든 건가.....
2014년 5월 18일에 만들었구나. 10년이 된 차로군. 나잇살이나 먹었구나. ㅎㅎ
1년 묵으면 차이고, 3년 묵으면 약이고 7년 묵으면 보물이라고 하는 말이 백차에 붙어있는데
이것은 10년이 묵었으니 보물이 되었다고 봐도 되겠다.
잘 뜯어진다. 부슬부슬하네. 하긴 10년이나 되었으니 그럴만도 하네.
새벽에 마시는 차는 대략 7g정도면 적당하다.
보이차랑은 자태가 사뭇 다르구나. 그 맛이 궁금하다.
백차 특유의 향이 느껴지지만 천성이 맛에 예민하지 못한 것이 안타까울 따름이다.
쓴맛은 많이 옅구나. 대신에 은은한 여운이 남는다. 이것이 백차인 모양이다.
여름에 마시면 더 좋다는 말도 있다. 지금이 딱 그 때로구나.
엽저를 보니 과연 백차구나 싶다. 유념하지 않았는데도 차가 우러나는 것이 신기하다.
복건성의 중엽종은 대체로 청차를 만들기 좋은 품종이다.
오룡차의 재료이기도 하다.
오랜만에 차를 공부하는 마음으로 들여다 봤다.
그래서 또 행복한 하루의 시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