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항3-⑦ 환호동과 오도리
포항3-⑦ 환호동(環湖洞)과 오도리(烏島里) 주상절리
(여행일▶2024년 11월 5일)
호미반도(虎尾半島)를 샅샅이 둘러봤다고 생각하고 다시 포항으로 돌아와서 점심으로 맛있는 잔치국수를 먹었더니 이제 필요한 것은 오수(午睡)다, 한숨 자기 딱 좋은 시간이 되었을 적에 떠오른 곳은 환호공원의 공영주차장이다.
물론 휴식만의 목적은 아니다. 환호동에는 한국의 지질노두에서 소개하는 곳이 있기도 하다는 것을 염두에 둔 것도 당연하다.
잘 되었지. 지나는 길에 둘러보는 것은 날로 먹는 셈이니까 말이지. ㅋㅋ
그런데..... 암벽의 형태가 심상찮다. 모두 콘크리트와 잔디로 싸발라 놨잖은가.... 이게 아닌데......
그러다가 겨우 암석이 보이는 곳을 발견하고는 목적지를 정했다. 보여주는 만큼만 보면 되니까. 그리고 안전을 위해서 낙석구간을 포장했으니 그것을 탓할 수도 없는 일이잖은가.
환호공원은 예전에 둘러봐서 안다. 아는 곳이라 편하다. 나무 그늘 아래에 주차하고 뒷자리로 가서 편히 한 숨 자면 된다. 연지님은 낮잠을 자지 않는다. 다만 폰에서 읽어주는 이야기를 들으면서 혼자서도 잘 논다. 그러다가 또 토스로 돈도 번다. 1원도 벌고 10원도 버는 모양인데 그것도 꽤 재미있는 모양이다. 낭월은 관심이 없지만 옆에 있는 사람의 폰에도 설치해서 같이 하면 돈을 더 준다고 해서 설치하는 것을 허용했다. ㅎㅎ
한숨 자고 났더니 3시가 넘었다. 벼랑을 탐방하기 딱 좋은 시간이로군. 으슥한 소나무 숲 속으로 파고 들어갔다.
별 의미는 없어 보이지만 그래도 한국의 지질노두에서 소개한 부분을 붙여 놓기는 한다. 참고자료라고 하고.
나무를 많이 심어 놓은 것은 혹시라도 굴러 떨어지는 돌들이 나무에 걸려서 도로로 쏟아지지 말라는 의미가 아닐까 싶기도 하다. 그러니까 돌받이용 조림이로군.
경사가 꽤 심하군. 느낌으로는 70도 정도는 되지 않을까....
노두가 남아있는 구간이 여기 뿐이라서 달리 선택의 여지가 없다. 하얀 암석이 있는 것을 만나니까 그래도 약간은 위로가 된다. 물론 책에서 소개한 「거대결핵체」를 만나야 하지만 세상사 원하는 대로야 되겠느냔 말이지.
낙석들이 나뒹굴고 발을 붙일 공간도 마땅치 않아서 뒤꿈치 보법(步法)과 나무줄기 수법(手法)으로 조심스럽게 타고 올라갔다. 그래서 결국은 목적지에 도달했다.
철망도 포기한 구역이었던가? 탐방객에게는 사야를 가리지 않으니까 그나마도 다행이로구나. ㅎㅎ
워낙 부실하구나. 백토(白土)가 풍화되고 있는 것처럼 잘 부서진다.
혹시 거대결핵체인가 싶어서 들여다 봤지만 그런 것으로 보이진 않네.
굴러 떨어져도 도로 바닥으로 나가떨어지지는 않지 싶다.
바닥이 낙엽과 돌 조각들이라 미끄러지기 십상이다.
그래도 사진기행 블로그에 답사 표시(☑)를 하나 추가할 수가 있어서 다행이다. 이 책을 구입했을 적에는 책[한국의 지질노두]에 나온 곳만 둘러봐도 되겠다고 생각했는데 막상 조금 다녀 보니까 풍경으로 본다면 재미없는 곳이 너무 많아서 그건 포기하고 오히려 개별적으로 소개하는 곳을 둘러보는 것이 더 재미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러니까 책은 학술적인 탐사의 안내서인 걸로. 그러다가 이렇게 지나는 길에 우연히 마주치면 들려보는 것으로. ㅎㅎ
특이하긴 하네. 계속 떠오르는 것은 힌디기의 풍경이다. 암석의 형태나 색이 그 부근과 사촌지간이 아닐까 싶은 생각도 들었다.
유일하게 혹은 위험하게 둘러 볼 수가 있는(?) 지역이다.
신생대 신진기~고진기
제3기 연일층군 두호층
연녹색, 연회색, 황백색 이암 및 실트스톤
포항 여행 내내 만났던 신생대 신진기~고진기다. 그런데 실트스톤이라는 말은 처음 보네. 바로 조사해 봐야지.
실트암
[ -岩 , silt stone , Schlammgestein ]
이암(泥岩)의 일종으로 실트가 경화한 암석. 실트는 1/16~1/256mm 범위의 입도를 가진 각종 광물 입자의 집합체이다. 성분은 각종 광물의 미세한 조각으로 되어 있고 다양하지만 일반적으로는 점토 광물이 주요한 구성분으로 되어 있다. 퇴적물로의 실트, 또는 실트암의 명칭은 엄밀하게는 상술한 입도의 것을 50% 이상 포함한 것을 말한다.
[네이버 지식백과] 실트암 [-岩, silt stone, Schlammgestein] (화학대사전, 2001. 5. 20., 세화 편집부)
이번에는 화학대사전에서 도와주는구나. 이암(泥巖)의 한 종류. 그렇다면 이름만 다르지 보기에는 백색 기루를 뭉쳐 놓은 것같은 느낌이란 말이지. 미세하긴 한데 이런 것도 실트암의 형태인 걸로.
이제 오늘의 목적지인 오도리해수욕장으로 출발이다. 거리는 13.6km. 시간은 24분 거리다.
오도리해수욕장에 도착하자마다 석양빛을 받고 있는 오도리 주상절리로 향했다. 어디에 있는지는 다 외우고 있다. 오도리 포구에서 방파제의 테트라포트를 올라가면 된다.
삼발이는 조심해야 한다. 자칫 미끄러지기라도 하면 빠져나오기가 어렵기 때문이고 가끔 이런 곳에서 사고가 발생한다는 뉴스도 접했다. 안전한 테트라포트로 시공을 한다고 하지만 이미 설치한 것이야 어쩌겠는가. 신형테트라포트 구경이나 할까?
이렇게 생겼다. 험악(?)하지 않으면서도 제 기능을 하도록 설계했단다. 여기에서는 사고가 나지 않을 가능성이 높겠구나. 앞으로 많은 세월(줄잡아 50년?)이 지나고 나면 이러한 형태의 제방을 쉽게 만날 수도 있겠거니.
오도리 주상절리는 접근이 어렵다. 아니, 불가능한 셈이다.
포항 오도리 주상절리
[ 浦項 烏島里 柱狀節理 ]
요약 경상북도 포항시 북구 흥해읍에 있는 주상절리 지형. 2023년 8월 17일 천연기념물로 지정되었다.
경상북도 포항시 북구 흥해읍 오도리에 있는 주상절리 지형으로, 주상절리는 화산활동으로 분출된 마그마가 식을 때 수축현상에 의해 생긴 기둥 모양의 지형을 말한다. 포항 오도리 주상절리는 2천 3백만 년 전 한반도에 붙어 있던 일본 열도가 분리되는 과정에서 생겨난 지형이며, 12,022㎡에 달하는 바위섬에는 형태와 방향이 다른 다양한 주상절리가 빼곡히 형성되어 있다.
가치 및 의의
여러 방향의 주상절리가 형성되는 과정을 보여주는 지형으로 지질학적 가치가 높고, 주상절리가 바다와 함께 어우러져 경관적 가치가 우수하다. 이러한 가치를 인정받아 2023년 8월 17일 천연기념물로 지정되었다.
[네이버 지식백과] 포항 오도리 주상절리 [浦項 烏島里 柱狀節理] (두산백과 두피디아, 두산백과)
1년 전인 작년(2023) 8월 17일에 천연기념물로 지정이 되었구나. 이렇게 되면 아무래도 마음대로 올라가서 탐사하는 것에는 불편함이 따르기 마련이지. 여름철에는 헤엄을 쳐서 갈 수도 있지만 카메라 들고 헤엄친다는 것도 쉽지 않고, 보나 마나 안전요원이 허락하지 않을 것이라는 심리적 사전 검열도 작용한다. 여하튼 접근하기는 어려운 걸로. 왜 이런 곳에 전망데크를 만들지 않았을까. 포항이 돈이 없나. 이런 곳이야 말로 다리를 설치해서 쉽게 찾아갈 수가 있도록 해야 하는데 말이지. 그냥 지질을 좋아하는 나그네의 푸념일 뿐이지만서도.
지질도는 환호공원의 내용과 같은데 암석은 아무리 봐도 달라 보인다. 어쩌면 그 아래쪽에 있는 지질일 수도 있지 않을까 싶기도 하다. 어차피 자로 잰 듯이 정확하게 구분이 되지 않은 지역도 흔하게 나타나니까 나름 참고해서 판단해도 그만이다. 학술논문은 아니니까. ㅎㅎ
경상계 불국사층군 석영조면암(石英粗面巖)
설명을 봐서는 오히려 이쪽이 더 근접한 것으로 보인다. 그럼 그렇게 하지 뭐. ㅋㅋ
지광 선생이 책에서 오도리 주상절리에 대해서 자세하게 소개를 했지만, 막상 찾아갈 수가 없으니 방송에서 소식을 접하는 것과 뭐가 달러. 여기는 반드시 관람용 다리를 만들어야 한다고 봐. 다만 엄청 견고하게 해야 할 껴. 그렇지 않으면 태풍이 몰아쳐서 다 부셔버릴 수도 있을테니까 말이지. 그야말로 바다 한 복판이잖여. 문득 가거도의 방파제가 떠오르네. ㅋㅋ
석양의 노을을 받아서 금빛찬란하구나. 그래서 이 시간을 놓치지 않으려고 서두른 것도 있기는 하다. 앞으로 1시간 밖에 없는 일광보살(日光菩薩)의 도움을 최대한 누려야 할 순간들이다.
바라보기만 한다는 점에서는 구룡포 주상절리와 별반 다를 것이 없구나. 심심하지 말라고 거센 파도가 넘실거려서 정중동(靜中動)의 노래를 듣는 것 같다.
거의 비슷한 화각(畵角)으로 왼쪽부터 훑는다.
400mm다. 일단 기본적인 100-400mm렌즈로 훑어보고 확장렌즈를 장착할 요량이다. 하나를 더 붙이면 아무래도 어두워지기 때문에 그냥 찍을 수가 있는 것은 그대로 하는 것이 낫다.
정상의 소나무 한 그루도 모진 파랑(波浪)에 버티지 못한 모양이다. 아쉽군. 유난히 포항의 소나무들이 수난을 겪는 2024년인가 싶기도 하다.
왜가리로 보이는 녀석이 석양에 해바라기를 하고 있구나. 갈매기는 먹이를 찾는 모양인데 초연한 도인처럼 사색에 잠겼나 싶기도 하다.
오도리의 이름은 오도(烏島), 그러니까 검은 섬에서 왔고, 이 주상절리가 검은 색이라서 붙은 이름이라는 설이 있는데 그럴싸 하다. 그러나 이것은 틀렸다. 왜냐하면 이러한 것은 섬이라고 하지 않는 것이 일반적이기 때문이다. 여(礖)가 적합할 게다. 밀물에는 잠기기도 한다면 초(礁)가 되겠는데 봐하니 일부는 잠겨도 모두 잠기는 것은 아니어서 초는 아닐 것으로 봐도 되지 싶다. 그래도 오도라고 하 면 오도인 거지 뭐. ㅎㅎ
오도리 주상절리는 네 개의 군으로 이뤄져 있다.
아니, 세 개인가? 처음에는 다섯 개라서 오도인가 했는데 다섯 오(五)가 아니라 검을 오(烏)라서 그건 한자를 보기 전에 잠시 생각해 봤던 것으로 끝났다. 까마귀 오도 되는데 여기에 까마귀가 올리는 없다면 아마도 가마우지일 가능성은 있지 싶다. 그러면 이름은 의도(鷧島)가 되었겠지. 첨 보는 글자라서 한자사전에서 찾아봤다. 다른 형태의 가마우지 글자도 있는데 이걸로 기준을 삼아도 되지 싶다. 여하튼 괜히 해보는 생각일 뿐이고.
맹귀우목(盲龜遇木)이네, 떠다니던 뭔가가 오도리 바다까지 흘러와서 바위에 목걸이로 변신을 했구나. 저것도 인연이지.
방파제에서 보기에는 야트막해서 별로 볼 것도 없지만 실상 위에서 보면 넓이도 제법 되어서 풍경이 좋다는데 그것은 상상만 할 뿐이다.
상상을 한다는 것은 이런 풍경을 그려보는 것이다. 섬에 올라갈 수가 있으면 이렇게 멋진 장면을 볼 수가 있겠지만 지금은 그게 허용되지 않는 것으로 봐서 낭월이 오도리를 너무 빨리 온 것으로 봐야 하겠다.
예전에 법정 스님의 책에서 봤나..... 법정이 나룻배를 타러 갔는데 바로 앞에서 나룻배가 출항을 했더라지. 그것을 바라보면서 한 사람이 너무 늦게 와서 배를 못 탔다고 탄식을 하니까 스님 왈 '저건 우리 배가 아닙니다. 우리 배는 아직 오지 않았는데 너무 빨리 왔나 봅니다.'라고 했다는 이야기다. 그것을 흉내 낸다. 어차피 인생은 흉내와 모방의 연속이니까. ㅋㅋ
드론을 갖고 있는 사람들은 드론을 띄워서 절경을 보기도 하는 모양아다. 낭월도 수년 전에 하늘에서 바라보는 풍경에 반해서 매빅2를 구입했었는데 그것도 장비인지라 무거운 카메라 가방 드론까지 들고 다니기는 너무 번거로워서 조카에게 줘 버렸다. 그런데 이런 장면에서는 그것이라도 있었으면 좋았겠다는 생각이 3초 들었다.
여기도 예전에는 뭔가를 설치했었던 모양이다. 콘크리트 구조물이 있는 것으로 봐서다. 어쩌면 배를 대 놓기 위해서 만든 것일 수도 있지 싶네.
주상절리 오른쪽의 두드러진 부분에 나타나는 형태는 선명한 절리의 상면(上面)이구나.
망원렌즈에 2배 확장기능 장착하고 당겨본다. 800mm가 되었다. 다가 갈 수가 없으면 당겨와야 하는 것이 사진놀이니까.
2배 줌 텔레 컨버터다. 생긴 것은 작아도 필요할 적에는 제 값을 하는 물건이다. ㅎㅎ
생긴 것이 딱 거북이 등딱지네. 절리의 형태가 뚜렷하게 드러난다.
앞에서 봐도 볼만 하군. 위에서 본다면 더 재미 있겠거니.....
옆의 풍경도 절리의 그림이 이어진다.
절리는 다각형이군.
항해 안전표시 등대의 아랫부분도 절리는 발달해 있네.
등대가 이쪽에 서 있는 것은 오도리 포구쪽이기 때문일 것으로 짐작해 본다.
노도(怒濤)라고 하기에 딱 어울리는 풍경이다.
오도리 주상절리 만나서 반가웠어. 내일 아침에는 다른 각도에서 또 만나기로 하고 오늘은 여기까지네.
연지님이 숙소를 잡았다고 사진을 보냈다. 별빛바다 펜션이구나. 관광지의 숙소는 비용도 만만치 않은데, 오늘은 평일에다가 성수기도 지난 계절이어서인지 방은 많겠지만 그래도 비용은 만만찮은데 여기는 비교적 저렴하다 싶게 잡았구나. 다행이다. 가격을 말하지 않는 것은 그때마다 다르기 때문이다. ㅋㅋ
석양을 받고 마지막으로 빛나는 동해바다를 보고 하루 놀이를 마무리 했다.
물회집에서 마지막 손님으로 저녁을 해결했다. 계산을 끝내자 마자 간판의 등불이 꺼졌다. 오늘 영업은 끝났다는 뜻이구나. 어물어물하다가 손님이라도 들이 닥치면 그것도 귀찮은 일이니까. 우리도 어쩌면 그런 손님 중에 포함되었을 수도 있겠군. ㅎㅎ
아랫층에는 무인으로 먹거리를 파는 모양인데 저녁을 배불리 먹은 다음 인지라 사먹어 보지는 않았다.
떡볶이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간식으로라도 먹어볼 수 있지 싶다.
여행의 시작은 편안한 잠자리부터 이뤄진다. 잠을 설치면 몸 상태가 난조에 빠지고 그렇게 되면 풍경이고 절경이고 모두가 귀찮을 뿐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먹는 것은 대충 먹어도 잠자리만큼은 편안한 곳으로 찾는 편이고 그것을 잘 아는 연지님도 비용보다는 시설에 신경을 쓰는 편인데 가격대비 깨끗하고 편안하게 되어 있어서 매우 만족이다.
욕조에 물을 받는 사이에 출발하면서 챙겨 나왔던 버번 위스키 한 잔 마시면서 오늘의 즐거웠던 순간들을 돌이켜 봤다. 그리고 수지 맞는 장사를 잘 했다는 것으로 마무리 해도 되지 싶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