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항2-④ 구평리 남쪽해안
포항2-④ 구평리(邱坪里) 남쪽해안
(여행일▶2024년 11월 4일)
그럭저럭 시장기를 메꿀 맛(어지간히 맛은 없었다는 뜻)의 국밥으로 수고로움에 보상하고는 다시 지질 공부에 나섰다. 오전에 둘러 본 모포리 해안의 탄화목이 있는 해안으로 본다면 그 북쪽이 되는 셈이다. 비록 같은 해안을 끼고 있지만 모포리는 장기면이고 구평리는 구룡포읍이다. 그러니까 이제 장기면을 벗어난 셈이구나.
모포리에서 간다면 불과 2,5km에 5분 거리다.
구평리 마을로 접어드는데 갑자기 북과 징이 울어댄다. 앞을 봐하니 용신제를 지내고 있는 모습이 아닌가 싶었다. 보통은 정월 초에 풍어제를 지내는데 여기는 또 시월 상달에 지내는 모양이다. 여하튼 좋은 구경꺼리 하나 확보했다. 아싸~!
11월 4일부터 5일까지라니 바로 오늘 시작했다는 말이구나. 일단 노두를 둘러보고 나오다가 구경하는 것으로 하고 걸음을 재촉했다. 차는 좀 더 들어갈 수가 있었다.
깃발이 멋지군. 이렇게 생긴 것은 또 처음 본다.
책 140쪽에는 모포 해안 북쪽의 곶에 있는 유동 엽리라고 표시했구나. 유동(流動)일까? 엽리(葉理)는 확실하겠고. 흘러서 움직였다는 것으로 일단 이해하자. 붉은 색은 산화철이 함유되어서 그렇단다.
엽리는 나뭇잎이 차곡차곡 쌓이듯이 절리가 되어있다는 의미일 게고 이런 풍경은 흔히 보기는 쉽지 않다고 하니까 꼭 봐야 하겠다는 생각을 하게 만든 연유이기도 하다. 그리고 이제 그 자리에서 실제의 노두를 보게 되었구나.
그러고 보니 다른 곳에서 이렇게 생긴 풍경을 봤다는 연결이 되지 않는다. 보기 드문 암석이라는 것에 끄덕끄덕~
뇌록이 생산된다는 뇌성산의 현무암이 용암이 되어서 분출했다가 흐르면서 냉각되어서 형성된 현무암 노두이다. 이러한 모습은 새롭게 돌 창고에 기억 하나를 담아 놓지 싶다. 안면도에서 비슷한 모습을 본 것은 같은데 그것은 검은 빛이 많이 도는 암석이었던 것으로 생각난다.
흡사 '한쪽만 그랜캐년'이다. 작으면 작은대로 그것을 크게 보면 되는 거니까. 그래도 아무런 문제가 될 것이 없단 말이지.
그렌드캐년의 풍경이란다. 이것보라구! 뭐가 달러? 크기는 쪼매 더 크네. 뭐 그렇지만 분위기는 같네 같어. ㅋㅋㅋ
멋지기만 하구먼. 미국의 그랜드캐년을 가보고 싶다면 구룡포읍의 구평리를 가보라고 권한다. 협곡보다야 바다가 훨씬 좋지 그래.
현무암이 이렇게 붉을 수도 있구나. 이건 색이 붉은데도 현무암이라고 해야 하는 겨? 오히려 주작암(朱雀巖)이라고 해야 하는 것이 아니겠느냐는 생각도 든다. 현무(玄武)는 북방의 신수(神獸)이고, 북방은 흑색(黑色)인데 바위의 색이 검어서 그렇게 붙은 이름일 테니까 이렇게 붉은 암석에는 남쪽을 지키는 동물인 주작이라고 붙여줘야 한단 말이지. 뭔가 이러한 것에 대해서도 고려를 해야 한다고 봐. ㅎㅎ
형태는 알갱이로 봐서 사암(沙巖)일까 싶기도 하다. 이 부분은 정선 소금강의 붉은 암벽이 떠오르기도 한다. 그건 규암(硅巖)이었지 싶다. 사암이 변성하면 규암이 된다고 했었나..... 가물가물
이건 남쪽의 모포리 쪽에서 떠밀려 온 돌일까 싶기도 하다. 주변과 너무 안 어울려서 말이지.
대충 봐도 응회암인 것으로 보인다.
아하! 좀 더 해안쪽으로 들어가니까 암석의 모양이 달라지는구나. 이건 응회암이 타포니로 풍화된 것으로 봐도 되겠고, 입구에서 본 그랜드캐년과는 사뭇 다른 모습을 하고 있다.
색은 붉지만 역암질(礫巖質)의 응회암처럼 보인다. 노두를 보느라고 정신이 필려있다가 문득 지나온 길들도 한 번 살펴보고.
허리를 편 김에 오전에 둘러봤던 모포리 쪽 해변도 건너다 본다. 시커멓게 그늘이 드리워져 있지만 이미 둘러본 곳이기에 기억 속의 이미지와 결합을 해서 안 보여도 보이는 듯한 풍경이 떠오른다.
이제 그만 돌아가도 되지 싶다. 노두도 시원찮고, 아까 봤던 풍어제도 궁금하다. ㅎㅎ
모퉁이의 양어장 밖에는 파식대(波蝕帶)가 펼쳐져 있다.
아마도 해녀들이 미역이나 다시마를 따고 고둥과 해삼을 잡는 먹거리 터이겠거니 싶다.
붉은 노두들이 물속에서 생활하다가 보니까 시커멓게 변색이 된 모양이다. 아니, 어쩌면 본 바탕이 현무암이라고 했으니 여기의 암설은 원래 검었을 수도 있겠네. 누군가에게는 집이 되어주고 또 누군가에게는 삶의 터전이 되어주는 역할도 하겠거니.
이렇게 테트라포트로 파도를 막아 놓고서 양어장을 하고 있다. 마침 양어장에 먹이를 주는 시간이었던 모양이다.
고기들이 바쁘게 몰려든다. 남들 먹을 적에 부지런히 얻어먹어야 할 테니까.
마침 주차 시켜 놓고 뒤따라 오던 연지님이 먹이 주는 장면을 영상으로 담았구나. 고맙구로. ㅎㅎ
양어장의 입구에도 볼만한 노두가 있어서 다시 관찰에 빠져들었다.
해안쪽과는 사뭇 다른 풍경이다. 색도 검은 것이 이것이야말로 현무암(玄武巖)이라고 해도 되겠다.
있을 것은 다 있구나. 제주도 해안을 보는 듯한 착각이 들기도 한다.
아래쪽에는 부정합(不整合)의 층리(層理)가 보인다. 아마도 시간차를 두고서 용암이 흘러내려서 쌓였을 것으로 짐작이 된다. 실은 이 부정합의 용어가 안 떠올라서 정선의 거북바위에서 탐색했던 기억을 더듬어서 찾아보고 확인했다. 그래서 여행기는 반드시 필요한 걸로 해도 되겠다. 언젠가는 찾아 봐야 할 일이 생기더란 말이지.
이것은 양파 조직인가? 그렇게 들었던 것도 같고.....
해안의 풍경 만큼이나 볼만하다.
길의 바닷가쪽에도 바위들이 늘어서 있다.
이제 어지간히 다 감상한 것으로 보이니 발걸음이 떨어진다.
구평포구 앞에 서 있는 트레킹 안내판이다.
천막 안에서는 여전히 흥겨운 풍악과 구성진 무녀의 덕담이 울려 나온다.
신성한 굿판임을 알리는 번(幡)도 호화롭다.
나무 인로왕보살 마하살
나무 원만보신 노사나불
나무 청정법신 비로자나불
좌우에 번을 걸어 놓고 꽹과리와 장구며 징이 분위기를 돋군다.
그러고 보니 참 오랜만에 보는 굿판이구나. 그래서 저절로 흥이 난다. 이런 곳에서는 한바탕 춤이라도 덩실덩실 춰야 하는데 말이지. 천성이 숫기가 없어 놔서 마음 속으로만 춤을 췄다. ㅋㅋ
올 겨울에도 이 구평리 마을에 풍파(風波)가 없이 무사안일하게 잘 살고 어선에는 고기가 가득가득 실리기를 기원해 본다. 이제 시작이라 떡을 얻어먹을 상황은 아니라서 마음 속으로만 먹은 요량 했다.
굿판의 흥겨운 무녀의 기원을 들으면서 나그네는 다시 길을 떠난다.
책에서 안내한 대로 제5장의 지질은 이만하면 다 둘러본 것으로 해도 되겠다. 다음에는 제4장을 훑을 차례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