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항1-③ 창지리 주상절리

작성일
2024-11-10 07:02
조회
179

포항1-③ 창지리(倉旨里) 주상절리(柱狀節理)

 

(여행일▶2024년 11월 3일)

 



 

이번 여정에서 순전히 책의 안내에 따라서 찾아갔던 곳 중에 하나가 창지리 주상절리다. 그냥 지나쳐도 전혀 억울하지 않을 장소였겠지만 지광 선생이 애써 설명한 내용이니까 반드시 가봐야 하겠다는 생각으로 찾아가기도 쉽지 않은 곳이었으나 여하튼 뜻이 있으면 길은 보이는 법이다. ㅎㅎ

 



아직은 햇살이 암벽을 비춰주고 있지만 
11월 초의 짧은 하루 해는 일몰 시간을 향해서 줄달음질을 치고 있구나. 

 

 


 

오늘 포항지역의 일몰 시간은 5시 24분이다. 창지리 주상절리에 도착하고 보니 시간은 4시 48분이다. 겨우 30여 분의 시간이 주어졌구나. 그 정도의 시간이면 암석을 연구하기에는 부족하겠지만 사진을 찍는 시간으로는 부족하지 않다. 카메라는 100분의 1초면 한 장의 사진을 찍으니까 100초에 100장을 찍을 수가 있다는 산술적 계산이 나오기 때문이다. ㅋㅋ

 

 


 

책(책이라고 하는 것은 지광 선생의《포항의 지오트레일 사용설명서》를 말함)의 147쪽에 위치와 지질도를 표시해 놨다. 이곳을 가보기 전에는 위치가 전혀 딴 나라 말처럼 보이지만 현장에 도착해서 보게 되면 대략 이해가 된다. 그래서 현장답사와 확인이 필요한 셈이기도 하다. 이 자리에서 오픈플랫폼의 현재위치를 캡쳐해 놨어야 하는데 또 시간에 쫓기고 마음에 쫓겨서 허둥대다 보니까 확인해야 할 현장자료가 없다. 문제는 그 자리를 찾기가 어렵다는 거지. 그러나, 누가 말했던가. 궁즉통(窮卽通)이라고. 일단 지질지도를 창지2리에 놓고서 다짜고짜 지질도를 덧씌웠다.

 


 

그랬더니 친절하게도 지광 선생의 그림이 위치를 찾는데 매우 유용한 가이드가 된다는 사실. 그래서 또 매우 친절한 안내서임을 인증하게 된다. 그리고 책에는 도로명 주소도 나와 있다. 장기로 785번길을 따라서 가면 된다고 했으므로 이번에는 카카오맴에서 해당 주소를 입력해 본다. 이렇게 해 놓는 것은 나중에 혹 낭월만큼 띨빵~하신(ㅋㅋ) 지질관심자께서 찾아가 보려고 한다면 행여 작은 참고라도 되지 않을까 싶은 노파심이다. 늙어가니 노파심만 늘어난다. 우짜겠노. ㅎㅎ

 


 

이 좋은 세상의 이렇게 유용한 도구들은 제대로 활용하지 않으면 그게 손해란 말이지. 이렇게 해 놓았으면 위치는 찾은 것이나 마찬가지다. 이 정도로 보여주는데도 못 찾으면...... 그건 할 수 없는 일이고. ㅋㅋ

 


 

지광 선생도 이 지질도를 활용하셨다는 것도 확인할 수가 있었고, 지질도에서는 뭐라고 해 놨는지도 괜히 궁금해서 들여다 보는 것이기도 하다.

 

신생대(新生代) 신진기(新進紀)-고진기(古進紀)

장기층군(長鬐層群) 상부현무암질(上部玄武巖質) 응회암(凝灰巖)

 

대표암상도 상부현무암질 응회암인 것으로 봐서 다른 성분은 섞이지 않은 것으로 보면 되겠다. 신생대의 신진기와 고진기로 이어지는 시간에 형성된 암질이었군. 신생대도 3기냐 4기냐로 구분하기도 하는 모양이다. 포항지역의 신생대는 대략 2300만년 전 쯤이라고 하니까 그 언저리인 것으로 보면 되지 싶다. 더 들어가면 머리가 아픈 고로. ㅎㅎ

 


 

지질 암벽의 대부분은 이미 드리워진 그늘에 가려졌고 일부분만 햇살을 받고 있다. 지질학자도 아니고 지형학자도 아니고, 겨우 지질사진놀이꾼 정도밖에 되지 않는 낭월이 남긴 자료도 또한 그 언저리임은 어쩔 수가 없다. 보이는 만큼만 담을 수가 있기 때문이다. 그래도 이게 재미있어서 하는 일이다. 누가 시킨다고 하겠느냔 말이지. 그래서 즐거우면 또 된 것이라고 자기 만족이 넘친다. ㅋㅋ

 


 

있는 카메라에 넉넉한 메모리카드에 셔터만 누르면 되니 참으로 행복한 순간들이다. 나중에 사진은 또 두고두고 보면서 그 시절, 이 현장의 바람 소리와 물소리를 떠올리면서 즐기는 코드가 된다.(여행기를 정리하고 있는 이 순간에 조차도....)

 


 

 

 

 

 


 

 

 

 

 


 

 

 

 

 


 

 

 

 

 


 

 

 

 

 


 

이쯤에서 지광 선생의 설명을 참고하면 좋겠군.

 

채석장이었던 이곳은 가로 116m 높이 38m 이상으로 포항지역의 주상절리 중 최대 규모임

암석은 신생대 제3기 마이오세에 최적된 장기층군 상부현무암질 응회암이 분포

분출한 현무암질 응회암이 서로 뭉쳐서 발생한 열로 녹았다가 냉각되면서 주상절리가 형성된 것으로 추정

다양한 방향인데 동쪽으로 갈수록 형태가 불완전해 지는 경향으로 봐서 여러 번의 화산 활동으로 이뤄졌을 것


딱 원하는 만큼의 설명이다. 더 깊이 들어가면 어지럼증이 발생할 가능성이 다분한 까닭이기에 이 정도가 적당하다. 공부도 그 수준에 맞춰서 받아 들어야 병목 현상으로 인한 체증(滯症)이 안 생긴단 말이지. ㅎㅎ










































































































계곡물이 하도 맑아서 한여름이라면 들어가고 싶었을 텐데 때가 때인지라 그건 아니었으나 시원한 물소리는 바다에서 듣던 파도 소리와는 사뭇 다른 분위기를 만들어 준다.
















아마도 채석하기에는 무척 좋았을 것으로 짐작이 된다. 암벽이 저절로 절리가 되어 있어서 굴착(掘鑿)도 할 필요가 없이 포크레인으로 슬슬 긁기만 해도 와르르 무너졌을 것이기 때문이다.




연지님이 '노느니 염불한다'고 서성이면서 주상절리의 전경(전全景)을 담아 놔서 그것도 활용한다. 이번 여행에서 렌즈는 3개다. 12-24, 24-105, 100-400, 이렇게 세 개를 준비했고, 덤으로 혹시 몰라서 망원용 2배줌 렌즈도 챙겼다. 이것을 달면 400mm는 800mm까지 늘어나서 조금이라도 더 멀리 있는 것을 담을 수가 있기 때문이다. 산 위의 암벽 풍경은 올라가기 힘드니까 망원이 아쉬울 때가 꽤 있더라는 경험에서 나온 조합이다. 




처음에 찾아가느라고 이곳을 지나쳐서 더 올라가다가 분위기가 아닌 것으로 보여서 다시 차를 돌렸기도 했다. 위쪽에도 마을이 있었는데 그래서 길도 잘 만들어 놔서 나그네에게는 그저 고마울 따름이다.




이제 해가 사라졌구나. 그나마 약간 비췄던 햇살도 사라졌고, 사진놀이도 그만하면 충분히 했다고 생각해서 창지리 주상절리 놀이는 여기까지로 하고 멈췄다. 사진은 더 많이 찍었지만 그래도 대략 나름 선별한다고 했다. 


낭월 : 그만하면 되었다. 가자~

연지 : 숙소로 가는겨?

낭월 : 아니, 자러 가기 전에 가볼 데가 있어서.

연지 : 주소는요?

낭월 : 포항블루밸리 하천으로~

연지 : ???




연지 : 여기는 왜?

낭월 : 응, 지광 선생이 써 놓은 한 줄 때문에. 

연지 : 뭐라고 썼길래?

낭월 : 하천에서 잘 보면 뇌록이 있다잖여.

연지 : 어두워서 보이겠어?




이 한 문단으로 인해서 뇌록을 만날 수가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이 증폭되었던 것도 사실이다. 오늘 숙소는 구룡포로 잡았으니 어차피 가는 길이기도 하니까 혹시 모를 행운을 기대하면서 대략 책에서 설명한 하천의 하류일 것으로 짐작이 되는 곳에 차를 세우고 살펴봤다.




큰 것은 바라지도 않는다. 그저 주먹 만한 암석에 3mm의 두께라도 좋으니까 청록색의 뇌록만 들어 있다면 좋겠다는 기대감에 부풀어서 사금(沙金)을 찾아서 황야를 누비는 노다지꾼의 마음으로 한참을 뒤졌지만....... 


그렇게 어둠이 내려앉고 있는 하천을 정신없이 기웃거리고 있는데 연지님이 전화를 했다.


낭월 : 응, 그만 가자고?

연지 : 여기 당신이 찾는 것을 발견한 것 같애~


아니, 이 무슨 낭보(朗報)란 말인가~!! 얼른 쫓아갔다. 가보니까 연지님은 돌을 하나 찾아 놓고서 낭월을 기다리고 있었다. 마치 훈련된 군견이 폭탄을 발견하고 옆에 앉아서 주인을 기다리듯이 기대감을 갖고서 잘 했다는 칭찬을 들을 것으로 생각하는 표정으로 말이지. 얼른 급경사를 내려갔다. 과연?




짜쟌~~~!! 어?


그럼 그렇지..... 이건 뇌록(磊綠)이 아니라 청석(靑石)이잖은가. 그래도 열심히 찾고 있는 것을 안쓰럽게 보고서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에 가파른 하천으로 내려가다가 미끄러지면서까지 협조를 하느라고 애써 준 마음에 감사할 따름이다. 기대가 크지는 않았기 때문에 실망까지는 아니었다. ㅠㅠ 그렇긴 해도.... 




일몰 후 30분이 지났다. 이제 노을도 잠자리에 들 시간이로구나. 그만 가자. 내일 제대로 더퉈보기로 하지. 이렇게 해서 포항나들이 첫날의 일정이 마무리 되었다.




게를 좋아하는 연지님을 위해서 홍게짬뽕을 시켰는데.... 기대했던 홍게가 껍질 뿐이어서 수율은 거의 30%? 이렇게 형편없는 것을 팔고 있는 것도 한심했지만 뭐 자연은 이 시간에 홍게의 살을 빼버리는 것을 주인만 탓할 수도 없는 일이긴 하지. 그러니까 지금은 꽃게를 먹어야 한다는 것을. ㅎㅎ




홍게로 눈을  행복하게 하고, 얼큰한 짬뽕 국물로 혀를 즐겁게 했으니 2만원짜리 저녁은 그런대로 괜찮았던 걸로. 국물 맛이 괜찮아서 홍게의 섭섭함은 잊기로 했다. 아무리 그래도.....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