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항1-② 장기읍성
포항1-② 일출암(日出巖)과 장기읍성(長鬐邑城)
(여행일▶2024년 11월 3일)
이번에 포항 여행을 준비하면서 목표를 세워둔 것이 있었으니, 그 하나는 '솟구치는 불'을 보는 것이고 또 하나는 '솟구치는 물'을 보는 것이었다. 달전리 주상절리를 둘러보고 죽도시장으로 가는 길에 「불의 정원」을 둘러보면 시간 상으로도 딱 맞겠다는 것까지 계산했다. 특히 여정(旅程)에서 중요한 것은 '갔던 길을 다시 가지 않아야 한다는 것'이다. 오락가락하는 시간의 낭비야말로 여행객에게는 최악의 낭비인 까닭이다. 더구나 요즘같이 해가 짧을 대로 짧은 계절이라면 더 말을 할 나위도 없다. 그러니까 다음의 목적지는 당연히 불의 정원이 될 밖에.
달전리에서 불의 정원까지는 거리도 얼마 되지 않는다.
6.2km에 13분 거리다. 이 정도는 이내 도착한다. 불을 본다는 것은 꺼지지 않는 불이 있다는 것이고 그것을 얼마 전에야 알게 되었다는 것이다. 위키백과에 소개된 내용이다.
2017년 3월 8일 포항시 남구 효자동(대잠동) 철길숲 공원[1] 조성과정에서 지하수 관정을 파기 위해 공사하던 중 천연가스가 발견되어 발화하는 사건이 일어났다.[2] 당시 기사 1975년 영일만 석유 발견 소동 당시 정부에서 포항 일대에 매장 가능성을 보고 시추를 했던 것이 마냥 근거가 없는 뻘짓은 아니었다는 이야기. 다만 그때나 지금이나 퇴적층이 두텁지 않다는 건 학자들도 알고 있었기 때문에 큰 기대를 할 사안은 아니었다.
첫 화재가 발생했을 때 소방 인력이 출동하여 화재를 진압하려 했으나 실패했고 이후 화재 진압은 포기하고 화재가 발생한 천공기를 그대로 방치한 뒤 경과를 지켜보는 것으로 결정되었다. # 천공기가 흙으로 덮여있는 것은 처음으로 불이 타올랐을 때 소방 측이 시도 했던 진화 시도의 하나였다.
불이 붙은 천연가스 불길이 1년 넘게 활활 타오르면서 자원 활용 가능성에 대해 조사를 진행한 적이 있다. 1년 동안 ‘활활’…포항 ‘가스 불기둥’ 자원 활용 가능성은? 기사2 기사3
2018년 11월 28일 조사 결과 해당 천연가스는 채굴용으로는 경제성이 없는 것으로 결론이 났다. # 포항시 시민 전체가 많이 써봐야 1달 정도 쓰는 양밖에 되지 않았기 때문이다.[3]
JTBC 보도 영상 좀 더 자세한 전말과 불의 정원에서 불타오르는 관정의 영상을 볼 수 있다. 조사 결과, 사암층은 약 6~7m 두께로 분포하며 매장량은 3만 톤이나 실제 시추 가능한 양은 1만 톤 정도라고 한다. 이 1만 톤이 포항 시민이 10일간 쓸 수 있는 양에 해당하는 것이다. 반면 현재와 같이 불의 정원을 그대로 두면 앞으로 불꽃은 10년 정도 유지된다는 예측이 나왔다.
이러한 이유로 해당 '불길'은 '불의 정원'이라는 새로운 포항시의 관광자원으로 탄생해서 포항시의 새로운 관광 명소로서 인기를 끌기 시작했다. #, #, #
https://youtu.be/_smJeyZsLKk?si=f9TRs3JwN0qamykk
왜 이 정보를 여태 몰랐을까? 사실 땅에서 불이 솟아나는 것은 대만의 남부에서 본 적이 있었는데 우리나라에서는 그러한 것을 볼 수 없다는 생각만 했던 것이 장애물이었는지도 모를 일이기는 하다. 어쩌면 관심 밖의 일이었었는지도. 여하튼 중요한 것은 이제라도 알게 되었다는 것이고, 그래서 오늘 이 순간에 그것을 보기로 했었던 것이다. 그리고 마침내 불의 정원에 도착했다. 아싸~!!
오호~! 저것이었구나. 시추한 구멍에서 불길이 솟아 올랐다는 그 가스 불 말이지. 앞에는 설명문이로구나. 그래 설명도 봐야지. 어디......
엉? 다시 만나요? 이게 무슨 불길한 글이냐?
다시 만나요 불의 정원
2017. 3. 8. - 2024. 9. 27.
7년 6개월 20일간 시민 여려분과
함께했던 불의 정원이 새로운 모습으로
타오를 예정입니다.
뭣이라? 불이 꺼졌다고? 그것도 37일 전에? 아니....... 우째 이런 일이~~!!
다시 만날 수는 있는 겨? 불이 꺼졌다가도 불을 당기면 또 타오르기도 했다는 것에 희망을 걸어보는 건가? 불 꺼진 불의 정원을 바라보고 있는 나그네의 씁쓰레한 심경이라니.....
잠시 불이 꺼져버린 화구를 바라보면서 또 후회한다.
'발상즉행동(發想卽行動)'
'우물쭈물 하다가 내 이럴 줄 알았다.' 던가? 어디에서 들어봤는데. ㅋㅋㅋ
시간은 누구를 위해서도 기다려 주지 않는다는 것을 알고는 있었지만 이렇게 허무할 수가 있느냔 말이지. 원래 생각하기로는 두 번째 이야기로 불의 정원으로 제목을 삼을 것이라고 생각했건만 역시 계획은 계획일 뿐임을.
연기는 참 더럽게 못한다. ㅋㅋㅋ
그래, 의미없는 인증샷이다. 뭐 어쩌겠어. ㅎㅎ
원래 철길이었다더니 레일이 그대로 묻혀 있네. 그럭저럭 시간도 되어가니 죽도시장이나 가야 하겠구나.
오랜만에 반가운 지인들에게 연락을 했었다. 실은 조용히 바람처럼 왔다가 떠나는 나그네지만 포항에서는 그러면 나중에 원망을 듣게 될 가능성이 98%이기 때문에 연락을 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예전에 청송에서 경주로 지나갔다는 것을 여행기를 보고 알게 되었다면서 아쉬워하는 말을 들었던 것도 있고 해서 이번에는 미리 연락을 해야만 했던 것이기도 하다. 무엇보다도 다른 사람에게 폐를 끼치는 것이 가장 싫어서 이기도 하지만 여하튼 그래서 오늘 점심은 얻어먹게 생겼다. ㅎㅎ
지인의 단골집에서 점심을 먹었다.
아주 잘~~~
잠깐의 담소로 밀린 회포를 풀고는 다시 다음 목적지로 향해서 길을 떠났다.
다음 목적지는 일출암이다. 장기읍성이며 뇌록산지가 있다는 곳이고, 이것은 순전히 지광 선생의 책을 보고서 알게 되었던 것인데, 원래 유색광물을 좋아하기도 하지만 초록초록한 색은 유난히도 더 좋아하는 지라, 공작석이며 초록의 플루오라이트며 에메랄드는 물론이고, 연둣빛의 감람석에 영롱하면 페리도트까지 녹색이라면 무조건 반가운 터에 '초록의 광물이 대한민국에서는 유일하게 생산되는 곳이라니 안 가볼 수가 없었다.'라고 쓰고 '조목만한 돌삐라도 한 개 주울 수가 있었으면 좋겠다'고 읽는다.
호랑이꼬리의 아랫 부분에 해당하지 싶은 일출암에 도착했다. 원래는 생각도 하지 않았는데 일출 명소로 유명하다니까 지나갔다는 기록용으로 사진이나 두어 장 남겨두자는 속셈이기도 했다.
언제 봐도 시원한 동해바다에 파도이 제법 일렁인다. 그래 오늘부터 점점 거세지거라. 내일까지 일어나게 되면 모래는 구룡소에서 구룡이 표효(咆哮)하는 장면을 만나게 될 테니까 말이지. 원래 계획은 둘 다를 보는 것이었으나 이미 하나는 땅이 허락하지 않았던 고로 실패로 끝났지만 이번에는 물이 허용해 준다면 절반의 성공으로도 충분히 만족할 수가 있지.
지신(地神)에게는 버림을 받았을지언정. 수신(水神)께서는 기대를 져버리지 않을 것이라는 믿음으로 기도했다. 원래 기도는 필요할 적에 하는 것이 맞다. 그리고 기도는 3일 기도가 제격이다. 오늘, 내일 모래까지 3일이니까 딱 맞는구나.
"파도여~ 파도여~~ 더욱 거세게 몰아치기를~~!!!"
됐다. 이제 기도도 했으니 일출암이나 둘러봐야지.
바위라니까 지질공부를 해야지. "나와라 지오빅데이터 오픈플랫폼~!!"
지질지도는 지질지도구나. 위치표시도 안 되어 있다니. 구글지도를 쓰나? 카카오맵에는 선명하게 써놨는데 말이지.
구글지도에도 표기가 되어 있는데? 여하튼 그렇다는 이야기이고. 지질도를 지도 위에 덮어봐야지.
앗! 흙, 모래, 자갈이라고? 그건..... 아니잖우.....?
그렇다면 인접한 지역의 지질을 봐야지. 지질지도 하루 이틀 보느냔 말이지. 나름 이골이 났다는 뜻. ㅋㅋㅋ
그래, 바로 옆에 중생대 백악기가 나오는구나. 불국사층군(佛國寺層群) 석영반암(石英斑巖)이구나. 끄덕끄덕....
이건? 달이 분명하지? 누가 봐도 달이네. 왜 달이 여기에 있지? 일출암이니까 월출을? 이건 좀 넌센스 아닌가? 뭐 여하튼. ㅋㅋ
[일출암]
경치가 아름다운 '장기 일출암'은 장기천을 따라 내려오는 민물과 동해의
바닷물이 만나는 곳에 있는 바위로, 옛날부터 생수가 솟아난다고 해서
일명 '날물치' 또는 '생수암(生水岩)'이라고도 불리어 왔다.
뭍에서 조금 떨어져 우뚝 솟은 바위 틈새로 그림처럼 붙어 자란 소나무들과
그 사이로 떠오르는 아침 해의 조화가 실로 절경이어서, 육당 최남선이
'장기 일출'을 조선 십경(十景) 중의 하나로 꼽았을 만큼 빼어난 장관을 연출한다.
또한 장기면의 옛 지명도 해돋이와 관련이 있는
지답현(只沓縣, 只沓:해 뜰 때 물이 끓어오르는 모양)이라고 불렀다.
날물치 해송과 해돋는 바다가 어우러진 모양새가 너무 아름다워 오늘 날 이 바위를
'장기 일출암'으로 명명하고 있다.
네이버 한국민족문화대백과 사전에는 지답현(只沓縣)을 지답현(只畓縣)으로 썼구나. 그럴 만도 하지 싶기는 하다. 그래도 사전이라면 좀 더 잘 살폈어야 하지 않은가 싶기는 하다.
육당 선생은 이곳이 무척이나 맘에 드셨던 모양이구나.
불국사층군의 석영반암이란 말이지....
그렇게 생각하고 보니까 그런 것도 같고..... 바위가 지의류를 입고 있어서 속살이 제대로 보이지 않는구나. 그러니까 왜 지의류(地衣類)냔 말이지. 암의류(巖衣類)라고 했어야 한다고 봐. ㅋㅋ
붉게 변한 것을 보니까 철분이 포함되어 있었던 모양이구나. 반암은 얼룩덜룩하다는 말일 테고.....
살아있는 소나무도 있고....
죽은 소나무도 있다.
이 죽은 소나무의 그루터기는 육당 선생이 봤다는 그 소나무일 수도 있겠군.... 태풍에 견뎌나는 것이 없다. 여하튼 이만하면 일출암의 체면은 세워 준 것으로 치고 다음 목적지인 장기읍성으로 가보자.
십 리 길이구나. 8분이면 도착한다. 해는 사산으로 뉘엿뉘엿 기우는데 나그네의 발길은 바쁘기만 하다.
전망이 좋은 곳에 성을 쌓았구나. 지광 선생이 둘러보라고 책에 소개를 해서 찾아온 것이기도 하다. 지광 선생은 지질학자이면서 지형학자라고 하는 것으로 봐서 이렇게 지형에 대해서도 관심이 많은 것으로 봐도 되겠다. 그런데 가만히 생각해 보니 둘러 봤던 곳 중에서 읍성이라는 이름의 성은 고창읍성이 유일했었나 싶기도 하다. 진주성은 읍성이라고도 하고 아니라고도 하니까 그렇다고 치면 특별히 읍성을 둘러 본 것은.... 아, 해미읍성도 둘러 봤었구나. 그렇다면 읍성은 이번이 세 번째인 걸로.
[포항 장기읍성 浦項 長鬐邑城]
읍성은 지방의 관아와 민가의 취락지를 함께 둘러서 쌓은 성인데,
장기읍성은 산정에 있으면서 읍치로서의 기능을 갖추고 있어
읍성 연구에 중요한 자료가 되고 있다. 「고려사」, 「신동국여지승람」
등의 문헌기록에 의하면 고려 현종 2년(1011)에 동으로는 왜적,
북으로는 여진족으로부터 방어를 위해 토성(土城)으로 처음 쌓았고,
조선 세종 12(1439)년에 석성(石城)으로 다시 쌓았다고 한다.
성의 형태는 타원형으로 둘레가 1,440m이며 3개의 성문과 옹성, 그리고 치성을 갖추고 있다.
성내에는 교육기관인 장기향교와 동헌 터가 남아있는데 동헌은 면사무소 안에 이전하여 보호하고 있다.
이름이 장기(長鬐)라니 첨 보는 글자라서 또 호기심이 발동한다.
鬐(기)는 갈기를 의미하는 뜻이란다. 갈기는 말갈기를 말하는 것일 테고 긴 장(長)이 붙어 있으니까 '갈기가 길다'는 의미로군. 굳이? 이렇게 어려운 글자를 쓴 까닭을 몰라서 또 궁금해 진다. 다만 대충 찾아본 자료만으로는 왜 갈기를 썼는지 요령부득(要領不得)이다. 나중에라도 그 뜻을 알게 되면 보충하는 것으로 하고.....
엇! 일출암에서 본 바위다~!!! 뭐든 눈 여겨 보면 보이는 법이다. 그렇다면 이 암석이 불국사층군의 석영반암이로구나.
복원하고 있는 모양이다.
11월 7일부터 15일까지 한주간은 차량이 못 올라온다고 해 놨구나. 다행이다. 오늘은 3일인지라. ㅋㅋ
저만치 동해바다가 내려다 보인다. 왜적들이 배를 타고 들어오는 것을 보고 있다가 공격하거나 수비했겠구나.
아마도 예전에는 여기에 망루가 있었겠지....
돌들이 왜 청록색으로 보이지? 내 눈에만 그런가? 어쩌면 이것도 뇌록이 영향? 온통 뇌록의 생각 뿐인 모양이다. ㅎㅎ
한 바퀴라고 쓰고 (입구쪽만) 돌아보고는 다음 목적지로 걸음을 재촉한다.
성곽에 석양이 걸린다. 바쁘다.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