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65] 다음 생? 그건 나도 모르겠고~!

작성일
2021-09-12 06: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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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65] 다음 생? 그건 나도 모르겠고~! 


덥다덥다 하다 보니까 어느덧 조석으로 쌀쌀한 느낌이 드네요. 달력에서는 백로(白露)가 지났다고 중얼거립니다. 계절의 순환을 보다가 문득 삶의 회전을 떠올려 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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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 돌지 않는 것은 아무 것도 없습니다. 일회용이라는 것은 생활용품에서 편리하기 위해 만든 물품일 따름입니다. 참 재미있습니다. 일회용이 아니라 다회용이고, 무한용(無限用)이라는 생각조차 들기도 하니 말입니다. 하하~!

 

1. 일회용인 몸


이 몸도 일회용입니다. 한 번 쓰고 버리는 물건이니까요. 언뜻 생각해 보면 그런 것도 같습니다. 그런데 또 곰곰 생각해 보면, 모두가 흩어진다고 했습니다.

움직이는 것은 바람이 되어서 목(木)으로 돌아가고
따뜻한 것은 바람따라 흩어져서 화(火)로 돌아가고
흐르는 것은 물결따라 흩어져서 수(水)로 돌아가고
굳어있는 것은 흙을 따라 흩어져서 (土)로 돌아간다

《무상게(無常揭》라는 경구에 나오는 구절입니다. 몸이 일회용이라고 생각하신다면 그건 아닌 것 같다는 낭월의 생각도 한 번쯤 생각해 보셔도 되지 싶습니다. 물론 고인의 생각이기도 합니다. 이러한 의미에 낭월이 동조한다는 것 뿐이라고 해야 하겠습니다.

낭월은 오행놀이에 빠져서 하루를 시작하고 오행놀이에서 빠져나오는 시간은 잠드는 시간입니다. 그런데 지수화풍(地水火風)에는 금(金)이 왜 안 보이나..... 했었습니다. 인도의 사상은 사대(四大)인데 왜 사대라고 했는지에 대해서 한 동안은 이해를 하지 못했거든요. 여하튼 이 몸을 일회용이라고 생각해서 죽으면 그뿐이라고 여겼던 생각에 약간의 수정사항이 생겼습니다. 죽는다고 끝나는 것도 아닌 것으로 보인다는 생각이지요. 항상 궁금하긴 합니다. ㅋㅋ

 

2. 일회용인 맘


다시, 마음은 몸이 죽으면 따라서 죽는다고 생각해 보기도 합니다. 의학적 관점이라고 해도 좋고 체험적 관점이라고 해도 좋지 싶습니다. 그런데 이것도 아닌 것으로 생각이 되기도 합니다. 불생불멸(不生不滅)의 이치를 들고 나오지 않더라도 그냥 그렇게 느껴집니다. 낭월도 확실히 나이를 먹어가는 모양입니다. 이 다음에 대해서도 가끔은 생각하는 것을 보면 말이지요.

'지수화풍에서 금(金)은 어디로 갔을까?'

이것이 한 동안 생각을 잡아매고 있었습니다. 처음에는 인도사람들이 중국사람보다 지혜가 부족했을 것으로 여겼습니다. 왜냐하면 오행에서는 피부, 근육, 장기 등은 토(土)에 속하고 뼈, 치아 등은 금(金)에 속한다고 하니까요. 그래서 인도에서는 사대라고 하지만 실은 오대를 잘 몰라서 토금(土金)을 한 곳으로 묶었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러다가 하건충(何建忠) 선생을 만나서 비로소 그 이치를 깨닫게 되었습니다. 몸도 불생불멸이고, 영혼도 불생불멸이어야 하지 않겠느냐는 것에 생각이 머무르게 되었던 것이지요. 그렇지만 내생은 알 바가 없고 알 필요도 없다는 것으로 이야기가 확장되기도 합니다. 이 가을의 문턱에서 해봄직한 생각이기도 하지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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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른 새벽에 차 한 잔을 앞에 놓고 생각해 보는 것도 즐거운 일 중에 하나임에는 틀림이 없지 싶습니다. 실은 한 잔이 아니고, 1000cc입니다만. ㅋㅋ

'맘'이라고 일컫는 이것은 일회용일까요? 다회용일까요? 궁금하기는 하지만 알 방법은 없습니다. 어떤 쪽을 주장하더라도 그 반대쪽에서는 황홀한 반론이 기다리고 있으니까요. 벗님도 알고 계시지요? 하하~!

어제는 전화를 받았습니다. 오랜 도반이 '꼭 좀 상담을 해 줬으면 좋겠다'고 말하면서, '상담을 해 주지 않으면 안 된다'는 느낌으로 전화를 했기에 그러라고 했습니다. 이어서 걸려온 전화는 15세의 손자가 죽을까봐 걱정이 가득한 할머니였습니다.

할매 : 고맙습니다. 아이가 인간노릇을 할지 궁금해서요.
낭월 : 그렇습니까? 우선 팔자가 불러 보시고요.
할매 : 여차저차한 생일이에요.
낭월 : 그런데, 걱정이 되시는 것이 무엇인지요?
할매 : 아이가 척수암으로 1년 전부터 투병하고 있어요.
낭월 : 고생이 많겠습니다.....
할매 : 뇌까지 전이가 되었다고 하네요.
낭월 : 상황이 위중한가 봅니다.
할매 : 그냥 죽고 마는 것일까요?

낭월이 생사를 어찌 안단 말입니까? 그러나 때로는 모르는 것도 모른다고만 할 수가 없는 경우도 있기 마련입니다. 이런 경우가 그렇지요. 그 할머니가 원하는 답은 정해졌고, 그 답에 맞추는 것이 낭월의 일이라는 것을 아는데는 그리 오랜 시간이 필요치 않습니다.

할머니도 만족하셨고, 낭월도 다행이라고 생각했습니다. 팔자를 보여달라고 하실 벗님도 계시네요. ㅋㅋㅋ 그러나 의미 없습니다. 팔자에는 척수암이 나오지도 않을 뿐더러 수명은 더더구나 그 소관이 아니니까요. 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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깜숙이가 새끼를 먹이그릇으로 자꾸 유도하고 있습니다. 젖을 뗄 시간이 다가오고 있었던 모양입니다. 꼬마 엄마의 노력이 눈물겹기도 하고, 안쓰럽기도 하고 그렇습니다. 깜숙이의 새끼 네 마리는 어디에서 놀다가 깜숙이 뱃속으로 들어갔을까..... 가끔 그런 생각도 듭니다.

며칠 전에는 공부를 하셨던 제자분께서 증조부를 위해서 독경을 해 드렸으면 좋겠다고 하셔서 그러라고 했습니다. 그래서 한 상 차려놓고 저승의 삶이 즐거우시라고 염불을 해 드렸지요. 제자분도 만족하셨고, 그래서 낭월도 즐거웠습니다.

 

3. 다음 생은 낭월도 알 바 없고


이 영혼이 육신을 떠난 다음의 일에 대해서 가끔 물으시는 경우가 있습니다. 그러면 답하지요. 웃으면서 말입니다.

'금생도 모르겠는데 내생을 우째 안단 말입니까?'

그러면 또 반응이 제각각입니다. '다 아시면서 숨기시냐?'라는 느낌도 가끔은 있고, '하긴 그런 것을 다 안다면 이 산고랑에서 이러고 살지는 않겠지'라는 표정을 짓기도 합니다. 그래서 그러한 반응을 보는 것도 재미있긴 합니다. 하하~!

그렇지만, 지나는 말로 하는 것이야 이렇게 땜빵을 한다지만, 참으로 진지하게 물을 적에는 그렇게 말을 할 수가 없기도 합니다. 그 상대가 죽으려고 생각하면서 상담을 의뢰했을 적에는 더더구나 그렇지요.

벗님은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이 생을 다 누린 다음의 문제에 대해서 말입니다. 물론 생각은 다 각각일 것으로 여깁니다. 그동안에도 무수히 많은 문답을 통해서 얻은 생각들임을 잘 알고 있으니까요. ㅋㅋㅋ

그럼 낭월은요? 낭월의 답은 '모르겠다'입니다. 그런 답이 어디 있느냐고요? 예, 있습니다. 지수화풍에 금이 어딧노.... 하다가 '금(金)은 정신(精神)'이라는 것을 가르쳐 주신 하건충 선생님의 가르침으로 벽이 하나 무너지고 나서 소소령령하게 밝아지는 재미도 큽니다만, 때론 모르는 것이 정답이기도 하더란 말이지요. 그래서 또 재미가 있습니다. 몰라야 재미있는 것은 마법사가 들고있는 종이컵 속의 비둘기만이 아니죠?

그런데 확실한 것은 있습니다. 저 할머니처럼 죽음의 그림자를 느끼면서 두려움과 안타까움으로 잠을 이루지 못하는 이에게는 다음생에 대해서는 말을 하지 않아야 한다는 것이지요. 백천 번을 생각해도 다음 생이 확실히 있다고 단정하지는 못하겠습니다. 그럼 없다고 생각하면 될 수도 있습니다. 그럼 만고에 편하지요. 그런데 안타깝게도 그렇게 생각하기에는 더더욱 불가능하다는 것을 너무도 잘 알고 있으니 말입니다. 하하~!

 

4. 지금 여기


과거에 집착하면 트라우마라고 하는 모양입니다. 요즘 넷플릭스에서 만든 드라마가 핫하다던가요? 《D.P.》라는 것입니다. 제목도 참.... 어렵습니다. 하도 소문이 무성해서 한 번 들여다 봤습니다. 낭월은 국방부의 의무를 못했기 때문에 공감은 되지 않았습니다만, 실감은 났습니다.

금강경에 나온 구절이 떠오르네요. '과거심불가득(過去心不可得)'이라는 구절이 있습니다. '지나간 마음은 얻을 수가 없다.'는 뜻인가요? 간단합니다. 지나간 것은 흔적이 없다는 것이지요. 바다에 배가 지나가면 흔적이 사라지는 것과 같다고 이해하는 것도 무방하지 싶습니다.

당시에 경을 읽으면서 고개를 갸웃거렸지요. '기억하고 있는 내 안의 이 모든 과거들이 그대로 살아있는데 무슨 잡소리야.....'라고 했었던 적이 있습니다. 그것은 마음이 아니고 번뇌라는 것을 깨닫기 전까지 말입니다. 하하~!

같은 의미로 미래버전도 만들 수가 있습니다. '미래심불가득(未來心不可得)'이라고만 하면 되니까요. 참 편리합니다. 아직 오지 않은 마음도 얻을 수가 없다니까 말이지요. 그래서 또 반발을 했었지요. '이 모든 희망과 꿈들이 분명히 존재하는데 왜 얻을 수가 없다는 거야? 부처는 허무주의자가 아니야?'라는 생각이 항상 붙어다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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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래에 와서야 그 이치를 겨우 알 것도 같습니다. 과거의 기억은 잔상(殘像)일 뿐이라는 것을 말이지요. 잔상의 잔(殘)이 왜 잔인하다는 글자일까요? 과거는 현재를 갉아먹는 좀벌레이기 때문은 아닐까요? 머리카락을 쥐어뜯으면서 고뇌하는 모습을 상상하셔도 좋습니다. 어떤 의미인지 떠오르지 않으신다면 여기 견본을 보여드릴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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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감이 되신다면 과거심을 얻지 못하는 것이 얼마나 다행스러운 복음(福音)인이 깨달으셨다고 해도 되지 싶습니다. 하하~!

미래심은 공상(空像)입니다. 허망한 생각일 따름이라는 말이지요. 꿈은 모두 공상의 영역이라고 하겠습니다. 복권을 사는 마음이겠습니다. '돼지꿈은 돈이 들어오는 꿈'이라고요? 그럴리가요? '돈이 나가는 꿈'이지요. 손재몽(損財夢)인 줄도 모르고 돼지꿈을 꾸면 복권을 삽니다. 그것이 인생이지요. 다만 희망을 산다고 얼버무리거나 '누군가의 꿈을 이뤄주는데 보탠다'고 말하기는 합니다만.....

 

5. 다음 생은 몰라도 깨달은 것은 있으니....


방문자들과의 이야기를 통해서 항상 느끼는 것이기도 합니다만, '전생에 무슨 짓을 했기에 이런 팔자를 갖고 왔을까'싶은 생각이 가끔은 들기도 합니다. 어느 고승의 말이 떠오르네요.

욕지전생사 금생수자시(欲知前生事 今生受者是)
전생을 알고 싶냐? 지금 네 꼬라지다.


참 간단하네요. 전생이 있느니 내생이 없느니 할 필요가 없습니다. 이것을 낭월버전으로 만들어 보기도 합니다.

욕지전생사 금생팔자시(欲知前生事 今生八字是)
전생이 궁금하세요. 팔자를 보세요.


간단합니다. 하하~!

"전 팔자가 왜 요모양 요꼴일까요?"

그니깐요. 그야 낭월도 모르지요. 다만 짐작은 합니다. 전생의 삶이 대략 어떠했을지를 말이지요. 다음 생은 믿지 않는다고요? 낭월도 그렇습니다. 그렇지만 눈을 뜨면서 눈을 감을 때까지 하루의 삶이 고통스럽다고 생각된다면....요?

그건 원하는 바가 아니라고 하시지 싶습니다. 금은보화에 푹 파묻혀서 호의호식하면서 그렇게 살고 싶은 꿈이라도 꾸실랑강요? 뭐 그럴 수도 있습니다. 연지님도 항상 '집을 언제 지어줄 거냐?'고 하시니까요. 비가 새지 않는 집에서 살면서도 집이 없으신 모양입니다. 하하~!

팔자타령 하지말고 이순간을 진실하게
내일일을 걱정말고 오늘일에 집중하고
지금순간 고통이면 다음생도 그러할터
이순간을 즐긴다면 후생인들 두려울까

얼렁뚱땅 만들어 봤습니다. 이런 짓거리도 잘 합니다. 그냥요. 자꾸 할머니의 잔상이 떠오르네요. 너무나 애절하고 처절하고 간절한 음성이었나 싶습니다. 그리고 깜숙이가 새끼들을 보살피는 것도요. 오늘을 산다는 것보다 황홀한 것이 또 있을까요?

벗님의 오늘 새벽은 또한 어떠십니까? 다음 생에 좋은 곳에 태어나려고 용쓰는 인도의 힌두교인들은 생각지 않습니다. 그것은 미래에 매여서 오늘을 허비하는 것일테니까요. 오늘 살아가는 것이 다음 생의 내 모습인 줄을 모르고 살아가는 것은 뒤로 미루고 부처에게 신에게 공양하는 것이 다음 생이라고 생각하는 것이 복권을 사는 마음과 뭐가 다르겠나 싶습니다.

또 이즈음에서 떠오르는 싯귀가 있네요.

일일시호일(日日是好日)

백천만 년을 살 것처럼 오늘을 보내고 계시진 않겠지요?  아파트 가격이 올랐는데 팔아야 할지 더 갖고 있어야 할지 물어보는 소리를 들을 때면 낭월은 또 속으로 말합니다. '망상을 내려놓고 오늘을 사시구려'라고 말이지요. 1찰라는 72분의 1초라고 합니다. 찰라가 모여서 일생을 만드는 것은 틀림없을 테고, 이 순간을 그렇게 허비한다면 또한 얼마나 많은 찰라들이 허공으로 흩어지겠느냔 말이지요. 하하~!

그리고, 1찰라를 아끼면서 자유를 누리고 살았다면 말이지요. 다음 생에도 그렇게 되지 않을까요? 왜냐면 욕지전생사가 그러하다면 욕지후생사(欲知後生事)도 또한 필히 그럴 수밖에 없을테니 말입니다. 예? 한 마디로 요약해 달라고요? 그러니까..... 이보다 더 간단히 말씀을 드릴 방법을 아직은 모르겠습니다. 좀 더 생각해 보겠습니다. 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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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호에 차가 떨어져 갈 무렵에 어둠도 떨어져가네요. 생각도 대략 흐름을 멈추는 모양입니다. 밖에서 깜숙이가 밥타령을 하는 소리가 들린 까닭인가 싶기도 합니다. 오늘 하루도 행복으로 가득하시기 바랍니다. 반드시 그렇게 살아야 합니다. 그래야 다음 생이 오더라도 후회가 없지 싶어서입니다. 그럼 이만. 하하~!

 

2021년 9월 12일에 낭월 두손모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