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3] 제28장. 오행원/ 4.천하의 오술(五術)

작성일
2021-03-20 14: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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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3] 제28장. 오행원(五行院)


4. 천하의 오술(五術)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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춘매는 안산이 써 준 「오행천하(五行天下)」란 글씨를 갖고 서둘러서 각자(刻字)를 하는 곳으로 가서 현판으로 만들어 왔다. 비록 이름은 오행원이라고 하더라도 현판은 이렇게 해야 한다고 춘매가 우겼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모두가 바라보는 가운데에서 현판을 달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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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판을 달아놓고 보니까 늠름(凜凜)하고 위풍(威風)도 당당(堂堂)한 오행천하(五行天下)였다. 그런데 막상 현판을 만들어서 걸어놓고 보니 춘매는 뭔가 허전했다. 왜 그런지를 생각해 보니까 현판 아래에 주련(柱聯)이 빠졌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다시 안산에게 말했다.

“너무 멋있어요. 그런데 주련이 있었으면 좋겠잖아요?”

춘매의 말에 안산도 그렇게 느꼈다는 듯이 말했다.

“맞습니다. 그렇지 않아도 주련이 필요하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스승님께서 대구(對句)를 알려 주시면 주련도 준비하도록 하겠습니다.”

우창이 무슨 글자로 짝을 맞추면 좋을지 몰라서 자원을 바라보자 자원이 얼른 말했다.

“싸부, 천도(天道)가 어떨까요?”

“아하~! 그게 좋겠네.”

그렇게 말하고서 게송을 알려줬다.

욕식삼원만법종(欲識三元萬法宗)
선관제재여신공(先觀帝載與神功)

글자를 보고는 안산이 바로 써서 춘매에게 넘겨줬고, 춘매도 글씨를 쓴 먹이 채 마르기도 전에 얼른 들고 가서 주련을 만들어 왔다. 이렇게 해서 제대로 구색이 갖춰지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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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련까지 걸고 나자 비로소 학당의 구색이 갖춰진 분위기였다. 누구보다도 만족한 사람은 춘매였다. 이제 공부의 터전이 제대로 마련되어서 우창을 보기에도 미안했던 마음이 사라지고 내심 흐뭇했다. 그리고는 학당의 번창(繁昌)을 기원하는 고사(告祀)도 지냈다. 이것은 우창에게는 별 의미가 없다는 생각을 했지만 춘매에게는 그것이 아니었다. 천지신명(天地神明)께 고하는 것이 옳다고 믿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야말로 ‘좋은 것이 좋다.’는 속담대로 춘매가 하자는 대로 따랐다. 자원도 춘매의 마음을 헤아렸는지라 적극적으로 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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춘매의 양생안마소도 정리했다. 이제 안마를 하지 않아도 되었기 때문이다. 대신에 자원과 춘매가 머무는 공간으로 만들었다. 그러는 사이에 이미 두 여인에게는 끈끈한 유대감(紐帶感)이 생겼고, 그래서 서로는 큰 의지가 되었다. 더운 날씨가 이어졌으나 마음이 즐거우니 더운 것도 잊어버릴 지경이었다. 보름의 시간이 물처럼 지나갔다. 이제 다시 공부할 분위기가 되자 우창이 자원과 춘매를 불렀다.

“자원이 누이를 도와서 더 빨리 정리되었네. 수고들 많았어. 이제 차를 마시면서 앞으로의 이야기를 해 봐야지?”

그러자 춘매가 말했다.

“언니가 아니었으면 혼자서 너무 바빴을 텐데 도움을 주셔서 빨리 정리를 할 수가 있었어요. 고마워요. 언니~!”

“내가 한 것이 뭐가 있다고. 동생의 열정에 감동했을 따름이야. 호호~!”

“언니 덕분에 오행원이 더 빨리 자리를 잡았어요. 이제부터는 오빠를 스승님으로 호칭부터 바꿀래요. 마음속으로만 오빠라고 생각하면 되는 거니까요. 호호~!”

춘매의 말에 우창도 그렇게 하라고 할 수밖에 없었다.

“그래, 누이가 편하다면 아무래도 좋지. 하하하~!”

“이제부터 밥은 춘매 집에서 드시고, 이곳은 공부터로 잘 가꿔봐요. 우선 언니가 안산 선생을 가르치는 옆에서 오행을 저도 같이 듣고 싶어요. 사실 오행원의 제자가 되어서 이렇게 건성으로 오행 공부를 해서야 되겠어요? 정말로 차근차근 기본적인 공부를 하면서 언니와 스승님을 잘 보필할 테니까, 모쪼록 아낌없이 가르쳐 주세요. 춘매는 일찍이 이렇게 행복했던 순간이 없었답니다.”

이렇게 말하는 춘매의 뺨에 눈물이 흘렀다. 그러자 자원이 소매로 춘매의 눈물을 닦아 주면서 말했다.

“나도 예전에 객잔에서 서러움을 당하면서도 내게 주어진 숙제를 하느라고 고통스러운 나날을 보내고 있었을 적에 한 기인을 만나서 그 구렁텅이를 벗어나서 공부할 수가 있었는데, 문득 동생을 보니까 그 시절이 떠오르네....”

그러면서 자원도 목이 메는지 말을 더 있지 못했다. 우창은 그 내막을 알고 있는지라 깊은 공감이 되었다. 그러다가 문득 상인화가 떠올랐다.

“참, 상 누님은 잘 지내시지?”

우창의 물음에 자원이 선뜻 답을 하지 못했다. 그러자 우창도 느낌이 이상해서 다시 물었다.

“아니, 왜 그래? 무슨 일이 있었던 거야?”

우창의 말에 자원은 아무런 말도 하지 않고 조용히 나가서 흰 대접에 물을 한 그릇 떠서는 상에 받쳐 들고 들어와서 우창의 앞에 놓았다. 이것은 가깝거나 친밀한 사람이 죽었다는 소식을 전할 적에 하는 예식이라는 것을 우창도 알고 있었다. 그 순간, 우창은 필시 상인화에게 무슨 변고가 있었다는 것을 느꼈다. 조용히 자원의 말을 기다렸다. 잠시 진정을 한 자원이 말을 이었다.

“싸부, 원래 상 언니에게는 불치(不治)의 고질(痼疾)이 있었어요. 아무에게도 말하지 않아서 자원도 몰랐어요. 운명했다는 소식을 갑자기 듣고서야 몽유원으로 가서 문상(問喪)했죠. 알고 봤더니 몽유원에서 머무르고 있었던 것도 질환을 다스리기 위해서였어요. 비록 이승은 떠났지만 아마도 해맑은 미소로 우리 곁에서 지켜보고 계실 거에요.”

우창은 자원의 설명을 듣고서 조용히 물그릇을 향해서 재배(再拜)를 올렸다. 그리고는 상인화를 떠올렸다. 기억 속에서는 여전히 온화한 미소로 자신을 바라보고 있는 모습만 기억에 남아 있었다. 그렇게 고인에 대한 예를 차리고서 다시 자원에게 물었다.

“묘소는?”

“예, 몽유원 뒤편의 양지바른 곳에 편히 모셨어요. 그 후로는 몽유원에 발길을 거뒀어요. 몽유원을 생각하면 그 미소가 떠올라서 감당할 수가 없었거든요.”

우창은 담담하게 말하는 자원의 마음이 느껴졌다. 회자정리(會者定離)라고는 하지만 언제 다시 웃으면서 만날 것이라는 생각을 하고 있었던 우창에게는 그야말로 비보(悲報)였다. 과연 인명(人命)은 재천(在天)이었던가 보다.

한편, 춘매는 두 사람이 몹시도 애도(哀悼)하는 상인화에 대해서 궁금한 마음이 생겼다. 어떤 분인지 몰라도 복이 많은 사람일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도 분위기가 이런 상황인지라 말은 못하고 눈치만 보고 있었다. 그러자 자원이 춘매를 위해서 설명을 해 줬다.

“옛날에 내가 힘들게 일을 하고 있을 적에 나를 구해 줬던 은인이야. 어렵게 만나서 가까이에서 보게 되는 인연이 있어서 잠시 즐거웠는데 하늘이 갈라놓았네. 그래서 하나 깨달았어. 삶은 순간(瞬間)을 살고 있다는 것을 말이야. 동생도 내일이 있다고 생각하지 말고 오늘을 맘껏 누리면서 살아. 오늘은 다시 돌아오지 않고, 번뇌(煩惱)는 시간을 갉아먹는 좀 벌레와 같은 거니까. 그래서 더욱 싸부가 그리웠는데 이렇게 곡부에 와서 다시 만나게 될 줄이야 꿈엔들 생각했겠어? 헤어질 적에는 장안(長安)으로 가보겠다고 해서 그런 줄로만 알고 있었지.”

그렇게 말하면서 우창을 바라보는 자원의 눈빛에는 안타까움과 행복감이 복잡하게 뒤섞여 있었다. 그러자 만감이 교차한 우창이 말했다.

“유연필봉(有緣必逢)이라 잖던가?”

“어? 그런 말도 있어요? 처음 들었어요.”

“아마도 그렇겠지? 지금 내가 지어낸 말이니까. 하하하~!”

“참 싸부도 싱겁긴. 호호호~!”

갑자기 분위기가 밝아졌다. 춘매가 물그릇과 상을 밖으로 내다 두고는 들어왔다. 그러자 일을 보러 나갔던 안산이 돌아와서 말했다.

“스승님 다녀 왔습니다. 수박을 한 통 가져왔는데 시원하게 드시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명륜당의 손헌 스승님께서 소식을 들으시고 나들이를 하시겠다고 전해 달라고 하셨습니다. 모두 말씀드렸습니다. 그리고 잘했다고도 말씀해 주셨습니다.”

“아 그러셨습니까? 그렇지 않아도 한 번 뵈러 가야 하는데 나들이를 하시겠다니 기다려야겠습니다. 언제쯤이라고는 안 하셨습니까?”

“내일이라고 하셨습니다. 사매(師妹)가 안마소를 그만뒀다는 말에 몹시 서운해하셨습니다. 진심으로 몸을 생각해주는 손끝이 아쉬울 것이라고 하시면서요. 그래서 아마도 스승님께서 오시면 시술을 사양하지 않을 것이라고 해 드렸습니다. 주제넘었지요?”

그러자 춘매가 나서서 깔깔 웃으면서 말했다.

“호호호~! 저라도 그렇게 말했을 텐데요. 잘하셨어요. 이제 호칭은 안산 선생이라고 해야 하겠네요. 연배가 있으니 그게 편하겠어요. 괜찮겠죠?”

“물론입니다. 나중에 입문한 사람에게는 원래 사제(師弟)라고 해야 하지만 스승님께서 세속의 나이를 중히 여기시는 듯하니 그대로 따르겠습니다. 다만 마음으로만 감사히 생각하겠습니다.”

이야기를 들으면서 다들 알아서 호칭도 정리하는 것을 보면서 마음이 한결 가벼워졌다. 이제 공부 이야기를 해야 할 시간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자, 내가 안산 선생이라고 하는 것은 부담이 될 것이니 그냥 안산이라고 호칭하겠습니다. 그러니까 호칭은 호칭일 뿐이라고 생각하고 편히 받아 주시기 바랍니다.”

“물론이지요. 당연합니다. 편하게 말씀해 주시니 고마울 따름입니다. 그렇게 해 주시기를 바랬습니다. 말씀도 ‘해라’로 하시면 더 좋겠지만 그것까지는 편하실 대로 하시기 바랍니다.”

“당연하지요. 안산은 가장 묻고 싶었던 것이 무엇이었습니까?”

“예, 제자는 책만 읽다가 보니까 실제로 무엇이 어떻게 돌아가는지는 알지를 못합니다. 그래서 폭넓게 생각을 한 궁금증은 오술(五術)입니다. 이 분야의 공부를 모두 망라해서 한마디로 이르기를 오술이라고 하는 것만 알고 있습니다. 그래서 왜 이러한 분류가 생겨났는지가 궁금했습니다.”

우창은 안산의 궁금한 질문을 듣고서 자원을 바라봤다. 폭넓은 상식은 자원이 또 많이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이 부분에 대해서는 자원에게 도와달라고 부탁할까? 나는 한 가지밖에 모르니 이참에 내 상식도 좀 넓혀봐야겠네. 하하하~!”

자원에게 화살이 날아가자 약간 상기된 표정으로 웃으면서 말했다.

“호호호~! 여전하시네요. 싸부의 돌려치기는 조금도 변하지 않았어요. 그러니까 자원의 입으로 오술에 대해서 책임지고 말하란 거잖아요. 뭐 그래 보죠. 항상 그렇듯이 ‘아는 만큼’이야 말씀 못 드리겠어요? 호호호~!”

세 사람이 자원을 향해서 눈을 모았다. 그러자 자원이 수박을 하나 집어 들고서 한 입 베어먹고는 낭랑(朗朗)한 음성으로 말했다.

“오술은 글자로는 다섯 가지의 술수(術數)라고 할 수가 있겠어요. 참, 싸부에게 물어봐야지. 술(術)자는 왜 이렇게 생겼죠? 글자가 나올 때마다 싸부가 생각났잖아요. 오늘에서야 속이 시원한 문자의 설명을 들어 보겠네. 호호호~!”

“아니, 오술을 설명하랬더니 또 물고 들어가는 건가? 하하하~!”

“당연하죠. 혼자만 당하면 억울하잖아요? 호호호~!”

자원의 말에 춘매도 재미있어서 깔깔대고 웃었다. 우창이 설명했다.

“술(術)은 용(用)이 되지.”

그러자 자원이 다시 물었다.

“용이라고요? 그렇다면 또 체(體)를 찾으란 말씀이시네요? 음... 술의 체는 뭘까....? 혹시 도(道)인가?”

“옳지~! 도체술용이라네.”

옆에서 두 사람의 대화를 들으면서 춘매는 또 다른 차원의 공부에 넋을 잃을 지경이었다. 이렇게 통통 튀는 듯한 자원과, 곰처럼 느긋하게 뒤에서 뒹굴고 있는 듯한 우창의 느낌이 오히려 음양의 조화처렴 느껴졌다. 그것은 음양으로 본다면 동정법으로 봐야 하지 않겠느냐는 생각을 하고 있는데 자원의 말이 이어졌다.

“도유체용(道有體用) 불가이(不可以) 일단론야(一端論也), 요재부지억지득기의(要在扶之抑之得其宜)라는 구절이 떠올라요. 싸부와 이 언저리에서 공부하다가 마쳤지 싶은데 맞죠?”

“맞아. 그렇게 도를 이해하고 나니까 더 공부할 흥이 사라져버렸지. 자원은 그 후로 계속해서 마무리 지었지?”

“물론이죠. 임싸부가 기어이 마지막의 한 구절까지 속속들이 풀이하고서야 마칠 수가 있었어요. 호호호~!”

“도(道)는 근본(根本)이기 때문에 여기에 상응(相應)하는 용(用)은 부지기수(不知其數)야. 그래서 역(逆)으로 용(用)을 도에 연결을 시키지.”

“싸부, 아직 술(術)자에 대해서 풀이하지 않으셨거든요~!”

“술(術)은 행(行)이 보이지?”

“맞아요. 행의 안에 출(朮)이 들어있어요. 이것은 삽주나 차조를 의미하는데 아무래도 싸부가 이렇게 해석할 리는 없겠죠?”

자원이 이렇게 말하자, 우창이 종이에 차조 출(朮)자를 써놓고서 이번에는 춘매를 보면서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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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춘매는 도(道)가 보이나?”

“보여요. 가운데 떡 하지 자리잡고 있는 도(十)를 볼 수가 있어요. 그런데 좌우의 균형이 맞지 않아 보여요.”

“맞아, 잘 살폈네. 왼쪽은 짧고, 오른쪽은 길지? 그리고 위에도 오른쪽으로 점이 하나만 있다는 것이 재미있잖아?”

춘매도 그것이 이상했다. 그래서 다시 물었다.

“아마도 그 안에 술(術)의 의미가 있을 것으로 보여요. 설명해 주세요.”

“술(術)은 재주라고 해석을 해. 그리고 잔꾀도 되고 수단과 방법을 의미하기도 하지. 즉 목적을 해결한다는 의미가 되는 거야. 그중에서 도(十)를 중심에 놓고 잊으면 안 되는 거야. 다만 잠시 도의 이치에 이런저런 이유를 붙여서 위기를 타개(打開)하거나, 난제(難題)를 풀어내는 방법으로 사용하는 거지. 그러니까 술은 자연의 이치를 사용해서 문제를 해결하는 것으로 이해하면 되겠네.”

우창의 설명을 들은 자원이 공수하고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싸부의 말씀을 듣고 보니까 결국 오술(五術)이란 다섯 가지의 잔재주라고 해석을 해도 되겠네요. 누군가 문제를 제시했을 적에 적절하게 해결하는 방법이라고 봐도 되겠죠?”

“물론이지. 그렇게 보면 되겠네. 그렇다면 그 다섯 가지가 뭐란 말이지?”

우창이 안산이 궁금해서 숨이라도 넘어갈까 봐서 질문의 핵심으로 파고 들어갔다. 자원도 이제는 진지하게 우창의 뜻을 헤아리고 설명했다.

“안산 선생이 질문하신 오술은 ‘산(山)ㆍ의(醫)ㆍ명(命)ㆍ복(卜)ㆍ상(相)’이에요. 여기에서 제일 처음 나오는 산(山)은 무엇을 의미할까요?”

그러자 안산이 대답했다.

“산은 아마도 풍수지리(風水地理)를 의미하는 것이라고 짐작해 봅니다. 그렇습니까?”

“맞아요. 풍수지리를 통해서 산을 배우고 이해하고 활용하는 것이 산학(山學)입니다. 그런데 왜 산학을 풍수라고 하는지는 아시는지요?”

“그건 잘 모르겠습니다. 무슨 뜻입니까?”

“그 뜻은 장풍득수(藏風得水)에서 온 것이에요. 바람으로부터 숨는다고 해서 풍(風)이고, 물을 얻는다고 해서 수(水)지요.”

안산은 이해가 잘되지 않았는지 생각하는 표정을 지었다. 그러자 자원이 다시 풀어서 설명했다.

“왜 바람으로부터 숨는다고 하는지를 잘 모르시겠지요?”

“예, 좀 수고스럽겠지만 쉽게 설명해 주시면 이해하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자원이 춘매를 바라보자 춘매도 동감이라는 듯이 공수했다. 그러자 다시 쉽게 설명하기 시작했다.

“산을 공부한다는 것은 생기(生氣)가 서려 있는 곳을 찾아내고자 함이에요. 생기와 사기(邪氣)에 대해서는 이해되시지요?”

“예, 그것은 이해합니다.”

“생기는 흩어지기 쉽고 사기는 모이기 쉽습니다. 그래서 흩어지기 쉬운 생기는 아기를 다루듯이 하고, 모이기 쉬운 사기는 악귀보듯 하는 것이기도 하죠.”

그러자 춘매가 자원이 숨을 쉴 틈도 줄 겸 생각한 것을 말했다.

“어머, 그것은 사람의 심성과도 같은 거잖아요? 사람도 선량한 양심(良心)은 아기 다루듯이 잘 키워야 하고, 흉악(凶惡)한 악심(惡心)은 호랑이를 만난 듯이 조심해서 멀리해야 하니까요.”

“맞아~! 동생이 말한 그대로야. 그래서 세상의 모든 이치는 음양 속에 있다고도 하지.”

“그런데 산에서 생기가 모이는 곳과 사기가 모이는 곳을 어떻게 알아요? 그리고 그 장소는 반드시 산이어야 하는 건가요? 산이 아니면 아무런 쓸모가 없는 것인지 문득 궁금해 졌어요.”

춘매가 이렇게 묻자 자원이 미소를 지으며 다시 말했다.

“오호~! 동생의 질문이 마치 황소의 뒷걸음질 같으면서도 쥐를 잘도 찾아내네. 역시 싸부가 동생을 거둔 이유가 있었어. 호호호~!”

춘매는 자원에게 칭찬을 듣자 기분이 좋았다. 그러면서 칭찬을 할 곳에서는 아낌없이 말하는 것에서 솔직(率直)하고 담백(淡白)한 심성이 느껴져서 그녀의 매력에 점점 빠져들었다. 자원이 말을 이었다.

“산서(山書)에 이런 말이 있어. ‘고일촌산 저일촌수(高一寸山 底一寸水)’라고, 한 치가 높으면 산이라고 하고, 또 한치가 낮으면 물이라고 한다는 뜻이야. 이렇게 말하면 산학(山學)이 적용될 곳이 어디인지 알겠어?”

“그러니까 어디에나 적용된다는 말이잖아요? 우리 오행원의 풍수는 어떤지도 알아보고서 잡을 것을 그랬잖아요? 너무 서둘러서 혹시라도 생기가 모이지 않는 곳이면 어떡해요?”

갑자기 풍수의 이야기에 걱정이 된 춘매가 자원에게 말했다. 그러자 자원도 춘매의 걱정하는 모습이 귀여워서 웃었다.

“호호호~! 나쁘면 어떡하려고? 다시 물려서 다른 곳을 찾아보게? 호호호호~!”

“그렇게라도 해야죠. 진작에 풍수 공부도 했어야하는데 그걸 못했네요. 어쩌죠?”

“처음에 동생이 이 집에 왔을 적에 느낌이 어땠어?”

“아.... 그때의 느낌은 편안하게 느껴졌어요. 비록 길에서 많이 들어온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아무런 방해를 받지 않는 듯한 느낌이었던 것으로 생각되네요. 그래서 좋은 터인가보다 싶었죠.”

“맞아~! 바로 그것이 느낌으로 알게 되는 것을 기감(氣感)이라고 해. 사람마다 산학을 공부하지 않아도 그 기운을 아는 사람도 있고, 반면에 공부해도 못 느끼는 사람도 있어. 그런데 동생은 그러한 방면으로 타고난 재주가 있었던 거야. 내가 풍수 공부를 했는데 동생이 좋은 자리가 있다고 해서 와봤을 적에 그냥 봤겠어? 그사이에 지기(地氣)를 저울질해 봤어. 그리고 상당히 온화(溫和)한 기운이 가득하게 모여있는 것을 보고서야 안심했잖아.”

춘매는 자원의 말을 듣고는 염려하던 마음을 내려놓을 수가 있었다.

“역시, 안다는 것은 참으로 대단한 것이었네요. 언니가 이미 풍수의 관점으로 오행원을 살펴보셨다고 하니까 이 자리가 더욱 애틋해져요.”

춘매가 행복감에 가득한 것을 보고서 다시 말을 이었다.

“좋은 기운은 바람에 흩어지기 쉬운 거야. 그래서 잠시 보이는 듯한 생기도 순식간에 사라지고 말지. 그런가 하면 언뜻 봐서는 좋은 땅으로 보여서 생기가 많은 곳인가보다 싶었는데 또 자세히 보면 사기가 뭉쳐서 생기처럼 보이는 것도 있어서 그야말로 도심(道心)으로 평상심(平常心)을 체득(體得)하기 전에는 항상 실수할 수가 있어.”

“아하, 그것이 그렇게도 어려운 것이었구나. 몰랐어요. 그리고 참 신기하고 놀랍기조차 하네요. 아마도 공자님의 대성전(大成殿)의 터는 좋은 기운이 가득하겠죠?”

“맞아. 대성전에 참배했을 적에 기운을 살펴봤는데, 본전의 추녀의 끝까지 내전을 감싸고 웅혼(雄渾)하게 기운이 서려져 있어서 참으로 누군가 안목이 대단하다는 것을 느꼈어. 이런 것이 산학(山學)의 핵심(核心)이라고 할 수가 있지.”

“와우~! 언니, 대단하시네요. 흔히 듣기로 ‘소가 물을 마시는 형’이라거나, ‘쥐가 산에서 밭으로 내려오는 형’이라는 등의 말들이 있는데 이것은 무슨 뜻인지 궁금해요.”

“ 그건, 풍수(風水)의 하수(下手)가 논하는 산형(山形)이야. 그런 것을 산학이라고 하지는 않아.”

“그래요? 여태까지 저는 그것이 풍수지리인 줄로만 알고 있었는걸요?”

“아, 풍수가 맞기는 해. 다만 급수가 낮은 안목으로 산을 이해하는 것이라고 해야겠지. 눈에 보이는 것을 아는 사람과 마음에 느껴지는 것을 아는 사람의 차이라고 할 수도 있겠네.”

자원의 설명을 들으면서 안산은 그 신비로운 풍수의 이야기에 빠져들었다. 춘매가 장단을 쳐주는 바람에 이야기는 더욱 알차고도 재미있는 방향으로 전개되는 것이 고맙기도 했다. 우창도 처음 들어보는 자원의 이야기에 다른 생각을 할 겨를도 없이. 매료(魅了)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