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4] 제26장. 음양타령/ 4.질투(嫉妬)과 경쟁(競爭)

작성일
2020-12-15 07: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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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11

[274] 제26장. 음양타령 


4. 질투(嫉妬)과 경쟁(競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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염재가 감사의 인사를 하고는 관아로 돌아가고 나자 춘매가 머리를 흔들면서 말했다.

“참 대단한 사람이야. 나는 잠시도 방심을 하면 무슨 말인지 어디에 떨어지는 뜻인지 전혀 감을 잡을 수가 없어서 진땀을 흘리면서 귀를 기울였잖아. 그동안에는 음양공부가 별로 어렵다고 생각하지 않았는데 오늘은 왜 이렇게도 어려운 것이었나 싶은 생각이 들지? 오빠, 뭐가 잘못 된거야? 아니면 내가 그만큼 모르고 있다는 이야기인 거야? 도대체 뭐가 옳은 건지 아까부터 묻고 싶었어.”

“오호~! 묻고는 싶었는데 이야기 중에 틈이 없었지?”

“맞아, 염재가 저렇게나 집요하게 파고들면 나는 끼어들 자리가 없잖아. 나 자신이 얼마나 초라하고 답답했는지 몰라. 호호호~!”

“그건 염재에게 도움이 되는 내용이라서 나도 누이에게는 이해하기 어려울 수도 있겠다는 생각은 했으나 그냥 이야기를 해 줬지.”

“난 오빠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항상 너무나 쉽게 설명해 줘서 알아듣는데 아무런 어려움이 없었거든. 그런데 오늘 염재와 나누는 이야기를 들으면서 음양이 그렇게 어려운 것일 수도 있는 것이구나 싶었지. 그리고 내가 알아듣게 말해 주느라고 오빠가 참 고생도 많았겠다는 생각도 들었어. 호호호~!”

“그렇지 않아. 학문의 문답(問答)도 소리에 메아리와 같아서 묻는 수준에 따라서 답이 맞춰지기 때문에 특별히 복잡하거나 고민할 것은 없어. 그리고 무엇보다도 내가 해주는 말을 바로 알아듣고 즐거워하면 나는 그것이야말로 가장 즐거운 순간이니까 누이가 깨닫고 기뻐하는 것을 보면서 나도 두 배로 즐겁다는 것을 알고 있으면 되는 거야. 그러니까 이야기를 듣고자 하는 사람의 수준이 낮으면 낮은 대로, 또 높으면 높은 대로 그에 부합하는 설명을 할 수가 없을까 봐 걱정할 따름이지. 하하~!”

“정말 오빠는 천생(天生) 훈장님이야. 호호호~!”

“알아주니 고맙네. 그럼 누이의 눈높이에 맞춰서 공부해 볼까?”

“아니, 여태 이야기를 하고도 힘들지 않아? 나야 좋지만, 오빠가 너무 힘들까 봐서 그러지. 사실 염재가 파고드는 것을 보니까 괜히 샘도 나려고 해. 이건 무슨 마음이지?”

“경쟁심(競爭心)이지. 그 마음이 있으면 조금이라도 빨리 깨달아서 완성할 수가 있으니까 매우 좋은 것이야. 왜냐면 적당한 긴장감이 있으면 그만큼 집중하는 힘도 덩달아 커지거든.”

“아, 그런 것이었구나. 난 또 옹졸한 여인네의 질투심인가 싶어서 내가 왜 이러나 했잖아. 호호호~!”

“아, 질투심(嫉妬心)과 경쟁심(競爭心)에 대해서 생각해 볼까?”

“어? 그것도 이야기꺼리가 되는 거야?”

“이야기가 안 되는 것이 어디 있겠어. 만들면 되지.”

“와~! 좋다~! 오빠랑 이렇게 주고받는 것이 세상에서 제일 행복하단 말이야. 그렇다고 해서 염재와 이야기하는 것이 싫은 건 아니야. 그렇긴 한데 순간적으로 내 오빠를 잠시 빼앗긴 듯한 느낌이랄까? 호호호~!”

“알았어~! 알았고, 그렇다면 질투심과 경쟁심의 음양에 대해서 생각해 볼까? 어디 생각이 나는 대로 말해봐.”

“내가 답을 할 수가 있을지 자신은 없지만 그래도 해봐야지? 우선 질투심은 남이 잘하는 것을 보면 배가 아픈 거야. 특히 여인들이 자기보다 용모가 뛰어난 여인이 있을 적에 생겨날 가능성이 많은 것이겠지? 그 이유는 남자의 시선을 빼앗길까 봐 생기는 것일까?”

“그렇겠네. 그럼 경쟁심은?”

“경쟁심은 같은 일을 하는데, 상대방이 나보다 더 잘하면 생기는 마음이야. 그러니까 나도 열심히 노력하지만, 상대방이 더 잘하는 것으로 생각이 되면 일어나게 되는 마음일까?”

“그래, 누이도 잘하네. 그렇다면 어느 것이 양이고 또 어느 것은 음에 해당할까?”

“에구~ 결국은 또 공부구나. 오빠는 참 사소한 것을 갖고도 공부꺼리를 만드는 재주가 탁월한 것 같아.”

“그래서?”

“알았어. 헛소리는 그만하고 답을 말하라는 거네? 호호호~!”

“그래. 그렇게 투정을 부리고 싶어서 고생 많았구나. 하하하~!”

“맞아. 내가 뭐라고 투정을 부려도 다 받아주니까 버릇이 나빠질까 봐서 조금은 걱정이 되기도 해. 호호호~!”

“이제 수다는 그만 떨고 물음에 답이나 해봐.”

“음... 질투심은 밖으로 드러내는 거야. 그리고 경쟁심은 안으로 스며드는 거네? 그렇다면 질투심은 양(陽)이 되고, 경쟁심은 음(陰)이 되는 건가?”

“옳지, 잘한다. 그렇게 생각하면 되는 거야.”

“그래? 생각보다 어렵지 않잖아? 질투심의 상대로 경쟁심이 된다는 말이잖아? 그렇다면 질투심은 바람직하지 않고, 경쟁심은 바람직하냐고 물으면 어떻게 답을 하지?”

“그야 생각해 보면 알 일이겠네. 질투심의 바람직한 면은 뭐지?”

“질투심에 바람직한 것이 있나? 무조건 나쁜 것이잖아?”

“그럴 수도 있어. 그렇지만 지금은 음양을 공부하는 입장이므로 무조건 나쁘다고 할 수가 없으니까 생각을 쥐어짜서 좋은 점도 있을 것이라는 믿음으로 파헤쳐 보는 거야. 그래야 뭐라도 하나 얻지 않겠어?”

“참, 질투는 오행이 화(火)가 맞지?”

“어? 갑자기 오행은 왜?”

“그냥 생각이 났어. 호호호~!”

“물론 오행의 관점으로 봐도 안 될 것은 없지. 다만 음양에서 답을 찾아보려고 노력하는 것도 필요한 거야.”

“알았어. 질투심의 나쁜 면은 남에게 고통을 주거나 심하면 사람을 죽이게 되기도 하잖아. 그런데 질투의 좋은 면은, 음.... 상대보다 더 나아지려고 노력하는 것? 이것은 경쟁심과 뭐가 다르지? 같잖아? 그렇다면 경쟁심은 질투심의 좋은 면이라고 하면 어때?”

“그것도 참 좋은 생각이다.”

“난 그렇게 이해할 거야. 경쟁을 아무리 하더라도 따라가지 못하면 질투심이 생기고, 질투하는 사람을 보면서 내가 더 잘하려고 노력하면 그것은 경쟁이 되어서 더욱 뛰어난 사람이 될 수가 있는 거네. 맞지?”

“와~! 누이도 대단한데? 그것을 가려내다니 멋지군~! 하하하~!”

“아, 이렇게 하는 것이구나. 오늘 또 새로운 것을 배웠네. 질투의 끝은 뭘까? 아까 이야기들 하던 것이 생각났어. 여기에다가 응용하면 어떻게 되는지 궁금하네.”

“이야~! 누이의 질문 수준이 달라지고 있어. 이것을 염재효과라고 말해야 하겠는걸. 하하하~!”

“인정~! 호호호~!”

“질투(嫉妬)의 글자를 봐? 글자공부를 하면서 그 의미를 생각해 보는 것도 좋겠지?”

“와~! 내가 좋아하는 글자공부네. 어디 써봐.”

춘매가 글자를 써보라고 하자. 우창이 종이에 써줬다.

274 질투

우창이 쓰고 있는 글을 보던 춘매가 말했다.

“아니, 질투는 여자의 몫이었던 거야? 이게 뭐야? 온통 여인 녀(女)로 장식을 하잖아? 원래 그런 것이었어?”

“그야 나도 모르지. 글자를 내가 만든 것은 아니니까. 하하하~!”

“남자는 질투를 안 하나?”

“왜 안 하겠어? 질투에 남녀가 어디 있겠어? 글자를 만든 사람들의 편견이라고 봐야지.”

“그렇다면 오빠가 남자들도 질투한다는 글자를 만들어 봐.”

“그러지 뭐 어려운 일도 아니니까. 하하하~!”

그러면서 우창이 즉석에서 글자를 만들었다.

274 남자질투

춘매가 글자를 보더니 손뼉을 치며 좋아했다.

“와우~! 역시 오빠는 뭐든 가능하니까. 호호호~!”

“누이가 부탁하면 뭐든 가능해. 남자가 질투할 질, 남자가 질투할 투야. 하하하~!”

“아주 좋아~! 그렇다면 질투에 대한 글자를 좀 풀어 줘봐.”

“우선 남녀(男女)는 빼놓고 보면 질(疾)이 되는데, 이 글자는 역(疒)과 시(矢)로 된 글자네? 역은 병들어 기댄다는 뜻이고, 시(矢)는 화살을 의미하니까 상당히 빠르다는 뜻이 되는 셈이군.”

“질병(疾病)에 해당한다는 거네? 그렇다면 질투는 병에 가깝다는 것이니까, 증(症)의 단계를 넘어섰다는 말이잖아? 와~! 무섭다. 빨리 치료하지 않으면 큰일이 날 수도 있다는 의미잖아?”

“맞아.”

“그럼 투(妬)는 뭐지?”

“시샘할 투(妬)네. 시샘은 질투와 같은 의미이니까, 글자는 두 글자이지만 뜻은 하나로 같다고 봐도 되겠다. 그런데 투(妬)에는 돌 석(石)이 있는 것은 잘 모르겠네. 여기에 돌이 왜 들어가 있을까?”

“질투하는 것이 마음을 돌처럼 딱딱하게 만들어서 다른 어떤 것도 그 마음을 풀어 줄 수가 없다는 뜻이 아닐까?”

“그래? 정말로 큰일이구나. 질투하게 되면 결과에 대해서는 걷잡을 수가 없다는 뜻으로 보이잖아? 혹 돌을 집어던지는 의미는 아니겠지?”

“왜 안 되겠어? 마음으로 돌을 마구 던지고 싶을 수도 있잖아? 하하하~!”

“하긴, 돌 뿐이겠어? 칼이라도 던지고 싶을 걸? 호호~!”

“그렇겠네. 그래서 질투를 하지 말라고 했던가 보다. 원래 칠거지악(七去之惡)에 질투가 들어있거든.”

“그건 또 뭐야?”

“옛날부터 아내가 맘에 안 들어도 강제로 쫓아낼 수가 없지만, 칠거지악의 일곱 가지 중에 하나라도 해당하면 쫓아내도 된다는 법이야.”

“그래? 그게 뭔데?”

춘매가 묻자 우창이 적었다. 그냥 말로 하는 것보다는 적어놓고 설명해야 이해하기가 좋기 때문이었다.

제일(第一), 불순(不順): 시부모에게 순종하지 않는 것.
제이(第二), 무자(無子): 아들을 낳지 못하는 것.
제삼(第三), 음행(淫行): 부정하고 음란한 행동을 하는 것.
제사(第四), 질투(嫉妬): 시기심으로 강짜를 부리는 것.
제오(第五), 악질(惡疾): 전염병이나 불치의 병이 있는 것.
제육(第六), 구설(口舌): 말이 많아서 구설수가 있는 것.
제칠(第七), 절도(竊盜): 남의 물건을 훔치는 것. 

우창이 쓰면서 설명을 해주자 춘매도 바로 이해를 했다.

“그러니까 네 번째에 있는 것이 질투였네? 질투하면 친정으로 내쫓는다는 말이야? 그러니까 남편이 밖에서 바람을 피워도 그냥 웃으면서 상냥하게 대하라는 말인 거지?”

춘매가 이렇게 말하면서 우창을 노려봤다. 그러자 우창이 웃으며 말했다.

“왜 또? 내게 화를 내려고 하는 거지? 하하하~!”

“괜히 화가 나려고 하네. 이딴 것을 누가 만들어 놓은 거야?”

“그야 모르지. 『대대예기(大戴禮記)』라는 책에 있다니까 그런가 보다 할 따름이고 혹시라도 언제 쓸 기회가 있을지 몰라서 기억해 뒀는데, 오늘 누이에게 가르쳐 주게 될 줄은 또 몰랐네. 하하하~!”

“하긴… 오빠가 그것을 책임질 일은 아니니까, 어쨌든 질투는 병이 든 것처럼 매우 빠르게 마음을 돌처럼 만드는 것이라고 하는 것은 배웠으니까 그것만으로도 오빠에게 화를 낼 일이 아니라 고마워해야지. 호호호~!”

그새 또 웃는 춘매였다. 그러자 우창이 문득 떠오른 질투에 대한 이야기가 있어서 말해줬다.

“옛날에 질투의 끝장을 본 여인의 이야기가 있는데 들어 볼래?”

“우와~! 남의 질투 이야기야 재미있잖아. 어서 말해 줘봐.”

“옛날에 한고조(漢高祖)의 부인인 여후(呂后)가 있었는데, 왕이 죽고 나자 왕의 총애를 받았던 척부인(戚夫人)의 옷을 발가벗겨서 돼지우리에 가두고 돼지들과 같이 지내게 했다네.”

“아니, 어쩌면 그럴 수가 있어?”

춘매가 소름이 끼친다는 표정을 하며 말하자 우창이 다시 말을 이었다.

“여후는 그 정도로 맺힌 한이 풀리지 않았던지, 척부인의 두 눈알을 뽑고 코도 잘라냈더라네.”

“어머머~! 무서워라. 그럼 완전히 괴물을 만들었다는 거잖아.”

“그것이 다가 아니야, 이빨은 모두 뽑아내고, 귀에는 뜨거운 물을 부어서 귀머거리를 만든 다음에 손발을 잘라내자 돼지의 똥물에 피부가 썩어들어가서 마침내 죽었다는 말이 있는데 이것이 질투의 이야기 중에는 최악이라고 할 수가 있지 않을까?”

“아무리 여인네가 질투심이 하늘에 사무쳤기로 사람이 어떻게 그렇게까지 포악(暴惡)할 수가 있는 걸까?”

춘매가 이야기를 들으면서 진저리를 치자. 우창이 웃으면서 말했다.

“질투에는 심(心)이 보여?”

“어? 마음심이 없네? 그래서 사람의 마음을 갖지 못하게 된다는 거야? 그 이야기로 봐서는 마음은 이미 사리졌다고 봐도 되겠네. 정말 질투는 무서운 것이었구나. 그렇다면 질투를 경쟁에 비교할 대상으로는 어울리지 않잖아? 경쟁은 어떻게 생겼나 좀 설명해 줘봐.”

“경쟁(競爭)은 전혀 다른 이야기지. 경(競)은 겨룬다는 말이니까 정정당당(正正堂堂)하게 겨룬다는 말일 것이고 쟁(爭)은 우위(優位)를 차지하려고 싸우는 것이니 이것은 그야말로 선의(善意)로써 서로 기량(伎倆)을 유감없이 겨루는 것이라서 질투와는 전혀 다른 말이라고 할 수도 있겠네. 그래도 느낌으로는 같이 놓고 음양으로 봐도 이해하지 못할 정도는 아니라고 봐서 대략 이렇게 정리하는 것으로 해도 되겠다.”

“에구~ 괜히 질투를 물었다가 속이다 매슥거리네. 이젠 묻는 것도 가려서 물어야 겠어. 호호호~!”

“괜찮아. 그런 것도 인심(人心)을 배우는 과정이야. 언젠가 질투에 불타는 여인이 방문하게 된다면 그 마음을 이해하는 방법으로 생각하면 되는 거야.”

“참나, 오빠는 뭐든 좋게 생각하니까. 하여튼 알았어. 그렇게 알아놨다가 써먹을 때가 오면 한 번 써볼게. 호호호~!”

“세상에 알아둬서 나쁠 것은 없으니까.”

“근데 재미있는 공부는 없어. 입맛이 개운해지는 것으로 하나만 가르쳐줘. 이대로 마치면 잠이 들기 전까지 생각이 떠나지 않겠고, 어쩌다 잠이 들면 꿈에 척부인이 나타날 것만 같잖아.”

“뭘 그래. 강한 누이가 그런 말을 하다니. 괜히 핑계김에 공부 하나 더 하겠다는 것인 줄 다 알지. 그래도 하나 해줄 테니까 잘 들어.”

“물론이야. 귀를 깨끗하게 씻었어. 호호호~!”

“우선 잘 들어봐, 홀수인 기수(奇數)는 하나여서 양이야. 또 짝수인 우수(偶數)는 둘이라서 음이야. 이것에 대해서는 이해하고 있지?”

“그건 알지. 심장(心臟)은 하나라서 양이고, 신장(腎臟)은 음이라서 둘이잖아?”

“아, 그것도 알고 있구나. 그럼 코는?”

“코? 코는 양이니까 하나지.”

“귀는?”

“귀는 음이니까 둘이야.”

“그래? 잘 아네. 입은?”

“말해서 뭘 해, 입도 양이니까 하나지. 눈은 음이라서 둘이고. 더 물어볼 것이 있어? 호호호~!”

“그래? 그럼 코는 이목구비(耳目口鼻)에서 무엇이랑 짝이지?”

“그야 눈이랑 짝이지.”

“왜?”

“왜냐고? 그러게? 왜일까? 그냥 나오는 대로 지껄였나 봐. 왜냐고 물으니까 막상 설명을 못 하겠네. 오빠가 말해 줘봐.”

“세로로 된 것은 양일까 음일까?”

“세로는 양이고, 가로는 음이잖아? 그건 음(一)과 양(丨)으로 설명해 준 것이 서로 연결이 되는 거지?”

“맞아, 그렇다면 얼굴에서 양은 무엇과 무엇이지?”

“음.... 세로로 되어 있는 것은 코와 귀잖아?”

“옳지~!”

“아니, 그게 옳지라고 해야 할 일이야? 세 살 먹은 아기도 아니고 뭣하는 거냐고요~! 호호호~!”

“공부는 그렇게 아기처럼 하는 거야.”

“그런데 방금 말하기는 귀는 짝수라서 음이라고 했는데?”

“그래, 귀는 짝수네. 그러면 음이로군. 하하~!”

“근데 세로는 양이라고 했잖아?”

춘매가 혼란스러운지 다시 물었다.

“그러니까 말이야. 뭐가 문제지? 하하하~!”

“글쎄....? 그건 모르겠는데. 어떻게 이해를 해야 하는 거야?”

춘매가 도저히 모르겠다는 표정을 짓자 우창이 얼굴을 그렸다.

274 얼굴

“잘 들어봐. 크게 보면 눈과 입은 음이고, 코와 귀는 양이야. 왜 그렇지?”

“아, 그건 알겠다. 세로로 된 것은 코와 귀이고, 가로로 된 것은 눈과 입이니까 그렇구나. 맞지?”

“잘 이해했어. 그렇다면 다시 좁혀서 들어가면 되는 거야. 같은 양인 코와 귀이지만 여기에도 음양이 있다면 어떻게 생각할 수가 있을까?”

“그렇다면 이제 코는 양이고 귀는 음이 되는 거네? 왜 양도 되었다 음도 되었다 하는 건지 모르겠네?”

“입과 눈도 설명해 볼까?”

“입은 하나니까 음이지만 양이 되기도 하고, 눈은 둘이니까 음이라고 하면 되겠는데 그것도 참 신기하네. 어서 그 이치를 설명해 줘봐. 궁금하단말이야~!”

염재와 말할 적에는 심각하게 이야기를 듣기만 하던 춘매가 이렇게 얼굴에 관해서 말을 꺼내자 갑자기 생기를 띠면서 말하는 것을 보니 우창도 기분이 좋아졌다. 그래서 천천히 몸의 음양에 대하여 설명을 해주려고 생각을 정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