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2] 제14장. 오행쇠왕의 중화/ 1. 의심스러운 월령(月令) 편

작성일
2017-05-22 06: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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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2] 제14장. 오행쇠왕(五行衰旺)의 중화(中和)


1. 의심스러운  월령(月令) 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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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니까 얼굴이나 몸은 마음을 담는 그릇이잖아요?”

“그렇지~!”

고월이 맞장구를 쳤다. 그러자 자원이 다시 자신의 생각을 말했다.

“대부분은 향로(香爐)에는 향불을 켜지만, 가끔은 밥을 담아 먹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왜냐하면 그릇은 반드시 정해진 대로만 사용해야 하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지요.”

“옳은 말이야. 깊이 있는 통찰(洞察)이로군.”

“그러니까 일반적으로는 생긴 모습으로 유추(類推)를 할 수가 있다고는 하지만 그것만으로 모든 것을 단정(斷定)할 것은 아니겠네요?”

“당연하지. 모양만 보고서 판단하지 말라는 것이 눈빛과 음성이 중요하다는 이야기이고, 그것은 보이지 않는 것을 놓치지 말란 의미도 되는 것이겠지.”

“그렇다면, 명학에서도 그러한 관점은 유용(有用)할까요?”

“예를 든다면?”

“그러니까 사주가 빈곤하게 생겼어도 부유하게 살아갈 가능성이 1할은 되지 않을까요? 반대로 사주가 평온해 보여도 삶이 고단할 가능성도 그만큼은 있다고 봐야 하지 않을까 싶은 생각이 들었어요.”

“사주가 몸이라면 삶은 마음이라고 본 것이지? 일리가 있네.”

고월이 동의하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나 우창이 한 마디 했다.

“자원의 말이 무슨 뜻인지는 알겠는데, 그렇게 본다면 명학을 배우더라도 어떻게 적용할 것인지를 생각해 보니까 좀 난감한 걸.”

“왜? 빚나가서 망신이라도 당할까봐서 그러나? 하하~!”

“망신도 망신이지만, 조심스러워서 어디 단언(斷言)을 할 수가 있겠느냔 말이네.”

“그러한 오차를 최대한으로 줄이는 것이 공부가 아니겠는가? 오히려 팔자의 암시를 벗어나지 못한다고 우기는 것은 만물은 생긴 대로 살아야 한다고 하는 것과 같으니, 자원의 말로 한다면, 향로에는 향불만 피워야 한다고 고집하는 것에 지나지 않는다고 보네.”

“알아들었네. 그러니까 1할은 예외(例外)로 두고 나머지 9할이나 제대로 판단하기 위해서 공부한다고 생각하란 말이지?”

“그렇다네. 하하~!”

“역시! 고월의 말을 들으면 고민하고 걱정할 일이 없단 말이네. 하하~!”

“맞아요~! 이제 또 책을 봐요. 우리 공부도 해야죠. 호호호~!”

자원의 말에 비로소 우창이 다시 적천수를 펼치고 공부를 할 준비를 했다. 두 사람도 얼른 자세를 고쳐 앉았다. 모두 준비가 된 것을 본 우창이 말했다.

“이번에 공부를 대목은 월령(月令)인걸?”

“그렇군. 어디 의미를 들어보도록 하지.”

월령내제강지부(月令乃提綱之府)
비지택야(譬之宅也)
인원위용사지신(人元爲用事之神)
택지정향야(宅之定向也)
불가이불복(不可以不卜)

월령에 대한 대목을 다 읽자 고월이 고개를 갸웃거렸다. 뭔가 내용에 대해서 미심쩍은 부분이 있다는 표정이었다. 그것을 본 자원이 궁금증을 못 이기고는 바로 물었다.

“임싸부, 내용이 이상한가요?”

“아니, 뭐 꼭 이상하다기 보다는.....”

“표정을 보니까 맘에 안 든다는 말씀을 하고 계시잖아요?”

“아, 그렇게 보였어?”

“그럼요~! 눈에서는 의혹이 나타나고, 입에서는 불신감(不信感)이 튀어 나오는 걸요.”

“참 대단한 눈썰미로군. 하하하~!”

“말씀해 주세요. 어서 임싸부의 말씀을 들어야죠~!”

“내용이야 그렇다고 치더라도 왜 이 자리에서 월령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는가 싶은 것이, 아무래도 생뚱맞다는 생각이 들었지.”

“그건 흐름의 일관성(一貫性)을 말씀하시는 건가요?”

“맞아, 앞에서 체용(體用), 정신(精神)이 나왔으면 쇠왕(衰旺)이나 중화(中和)로 가야 하는 것인데 왜 이 자리에 월령(月令)과 생시(生時)를 논하려는지가 좀 어색하게 느껴진단 말이네.”

“아항~! 임싸부가 이제는 경도(京圖) 선생님의 편집능력까지도 험을 잡으신단 말이 예요?”

“그렇긴 하지만, 경도 선생이 이렇게 썼겠느냐는 생각이 든 거지.”

“그럼 누가 그랬을까요?”

“나중에 책으로 엮은 사람의 실수(失手)가 아니었을까?”

“그건 또 왜죠?”

“사실, 월령(月令)장과 생시(生時)장은 간지총론(干支總論)장에 들어있던가, 아니면 적어도 방국을 논하기 이전에 나왔어야 한다는 생각을 했네.”

“정말 그렇네요. 임싸부의 말씀을 듣고 다시 생각해 보니까, 이야기가 고급(高級)에서 놀다가 순식간에 중급(中級)으로 낙하(落下)하는 느낌이 예요. 역시 예리하신 임싸부~!”

“말이든 글이든 그 흐름이 있는데, 갑자기 껴들었다는 것은 두 가지의 경우 밖에 없을 것이네.”

“그래도 이유가 두 가지나 있단 말씀이네요? 그게 뭔가요?”

“첫째로 경도 선생이 이렇게 했다면 진행하다가 문득 빼먹은 것을 알고 다시 추가한 것으로 볼 수가 있겠지.

“일리가 있어요. 그럴 수가 있죠. 그렇다면 또 다른 이유는요?”

“둘째로 타인이 후대에 적천수를 엮으면서 그랬다면 아마도 오행의 이치를 제대로 깊이 깨닫지 못한 사람이 떨어져 나온 죽간(竹簡)을 적당한 자리에 끼워 넣는다고 한 것이 엉뚱하게 이 자리게 되었을 거라네.”

“과연, 임싸부예요~! 감탄했습니당~!”

“사실 괜히 쓸데없는 것에 관심을 갖는 것이니까 이것도 망상이라면 망상이라고 할 수가 있겠지. 그렇지만 우창이나 자원은 참고해도 좋을 것 같아서 말 해 주는 것이네.”

고월의 말에 우창도 공감이 되었다.

“내가 생각해 봐도 고월의 말은 매우 타당한 이야기인 걸. 그런 줄을 알고 내용은 이해하되 위치는 간지총론 다음에 넣어두는 것으로 생각하면 되겠어. 그런데 제3의 이유도 생각해 볼 수 있지 않을까?”

“우창도 그렇게 생각한다면 문제없지. 그런데 또 하나의 이유는 뭐지?”

“타인이 끼워 붙였을 가능성이지.”

“하긴, 그러한 경우도 허다히 많으니까 충분히 가능성이 있다고 해도 되겠네. 그렇다면 이유는 세 가지라고 정리하세. 하하~!”

그러자 우창이 싱긋 웃고서 다시 고월에게 그 뜻을 물었다.

“여하튼 글이 있으니 풀어 봐야지? 월령(月令)은 제강(提綱)의 본부(本府)라는 뜻인데, 여기에서 말하는 제강은 무슨 의미인가?”

“글자로만 보면 그물의 손잡이라고 할 수가 있겠지?”

“그물의 손잡이라면 투망(投網)을 말하는 것이네요?”

자원이 문득 고기를 잡는 사람을 본 적이 있어서 투망의 손잡이를 떠올려서 말했다.

“맞아, 그물의 손잡이와 같이 사주를 그물로 본다면 월령은 그 핵심을 쥐고 있는 손잡이라는 뜻이라고 보면 되겠네.”

“그렇다면 월령이 그렇게도 중요하다는 의미겠네요?”

“중요하지. 사주 내의 모든 글자들이 월령의 오행에 의한 지배를 받으니까 말이지.”

“왜 지배를 받는 건가요? 원래 일간(日干)의 지배를 받는 것이라고 해야 하지 않을까요?”

“그것은 월령(月令)은 왕명(王命)과도 같다고 봤기 때문이네. 계절은 어김없이 순환한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기도 하고.”

“아항~! 그래서 월지(月支)에는 특별히 령(令)이라는 이름이 붙어있는 것이었어요?”

“당연하지. 일간보다도 더 지위가 높은 곳이 월지이기 때문에 ‘제강지부(提綱之府)’라는 말이 가능하다고 해야겠지.”

“그 생각은 또 못 했어요. 일간이 주인(主人)이라서 가장 높다고만 생각했는데 월령(月令)이 임금이라면 오히려 일간은 신하(臣下)가 되는 셈이잖아요?”

“뭐, 그렇게까지 말을 할 필요는 없지만, 월령을 예전에는 그만큼 중요하게 봤다는 정도로만 보면 무리가 없을 것이네.”

이야기를 다 들은 우창이 다음 구절을 물었다.

“다음에 나온 이야기는 ‘집으로 비유한다.’는 말인데, 왕궁(王宮)도 아니고 집으로 비유한다는 것은 나머지는 가솔(家率)이라고 보는 견해인가?”

“원래 격국론(格局論)으로 간명(看命)하는 경우에는 월령의 가치를 최상(最上)에 놓고 설명하니까.”

“그렇다면, 집으로 비유하는 것은 커다란 틀이라고 보는 견해일 수도 있으니까 격국이라는 의미로 생각해도 큰 무리는 없을 것 같군.”

“다음 구절은 ‘인원(人元)은 용사(用事)하는 신(神)이 된다.’는 말인데 이것은 무슨 의미일까?”

“이것은 월률분야(月律分野)를 말하는 것이네.”

“월률분야라면, 인원용사(人元用事)와는 다른 관점이 아닌가?”

“일 년, 열두 달에 대한 월지(月支)의 장간(藏干)을 한 줄로 늘어놓는다고 생각하면 되네.”

“어떻게 늘어놓지?”

“인월(寅月)부터 한다면, 무(戊), 병(丙), 갑(甲)을 거치고, 다시 묘월(卯月)의 갑(甲), 을(乙)을 지나서, 다음에 오는 진월(辰月)의 을(乙), 계(癸), 무(戊)를 지나서, 사월(巳月)의 무(戊), 경(庚), 병(丙)과 같은 흐름을 타게 되지.”

“아, 그러니까 따로 지지(地支)를 보는 것이 아니라 지지(地支)의 월령(月令)을 따라서 장간(藏干)이 흐름을 타고 있다는 이야기란 말인가?”

“맞아. 바로 그 이야기라네.”

“조금 자세히 설명을 부탁하네.”

“가령 인월(寅月)로 예를 든다면, 처음 7일은 무(戊)가 인원(人元)이 되고, 다음 7일은 병(丙)이 인원이 되고, 마지막으로 16일은 갑(甲)이 인원이 된다는 말이네. 그것을 다른 말로는 당령(當令)이라고도 하네.”

“아하~! 그 뜻이었군. 그게 당최 이해가 되지 않았어. 알고 보니 절입일(節入日)로부터 날짜를 헤아려서 용사(用事)하는 글자로 인원을 쓴단 말이지?”

“그런 말이라네. 그것을 ‘집의 방향을 정하는 것’이라고 한다는 거네.”

“집의 방향? 그러니까 월령을 집이라고 한다면 그 월령에서 당령(當令)을 한 천간(天干)이 집의 방향이 된단 말이지?”

“그렇다네.”

“참 어려운 이야기로군. 그렇다면 같은 인월이라도 집의 방향은 무(戊), 병(丙), 갑(甲)으로 세 가지의 방향이 정해진단 말인가?”

“너무 깊이 생각하지 말게. 사주는 집도 아니고, 당령이 집의 방향도 아니니까 그냥 그런 말도 있는 가보다 하는 마음으로 지나치면 될 일이네.”

“그래도 경도 선생이 언급을 한 것으로 봐서는 깊은 생각을 해 봐야 할 가능성도 있지 않을까?”

“난 그것조차도 의심스럽다네.”

“그것조차 의심스럽다니 그건 또 무슨 뜻인가?”

“월령(月令)에 대한 이야기와 다음의 생시(生時)에 대한 것은 경도 선생의 작품이라고 생각하기 어려울 만큼 전혀 느낌이 달라서 말이네.”

“아, 그렇다면 누군가 끼워 넣었다는 부분에 비중을 둔다는 뜻인가?”

“사실 그러한 혐의(嫌疑)를 둘만 한 곳이 한두 군데가 아니거든.”

“그런가? 정말 정신 바짝 차리고 살펴봐야 하겠는걸.”

“당연하지. 어쩌면 「자평진전(子平眞詮)」을 본 학자일 수도 있지.”

“아니, 왜? 그 책에서는 이러한 이야기가 비중(比重)있게 다뤄지고 있다는 말인가?”

“물론이네. 심효첨(沈孝瞻)의 자평진전에 비중을 두고 연구한 학자라면 뭔가 허전해서 이러한 대목을 끼워 넣고 싶은 충동을 받을 수도 있을 것이네.”

“정말 그런 것까지 생각하려면 얼마나 많은 시간을 궁리해야 가능한 것인가? 참으로 대단한 고월이네.”

“그야 우창도 당연히 그랬을 것이네. 조금 관심을 갖고 궁구(窮究)하다가 보면 뭔가 차이가 크게 나는 앞뒤의 연결점을 발견하게 되니까.”

“알았네. 여하튼 월령은 집도 아니고, 당령은 집의 방향도 아니라고만 생각하고 그냥 흘려보내면 된단 말이지?”

“적어도 내 생각에는 그러니까 앞으로 또 궁리해보고 그만한 가치가 있음을 보게 된다면 다시 활용하면 될 것으로 보네.”

“그렇다면 마지막으로 언급한, ‘점(占)하지 않으면 안 된다.’는 말은 무슨 뜻인가?”

“확실하게 가려야 한다는 뜻이겠지. 그런데 복(卜)이라고 쓴 것을 보면 역시 경도 선생의 이야기가 아닐 가능성이 농후하다는 생각도 드네. 하하~!”

“그건 또 왜인가?”

“간지를 논하는데 복(卜)이 나올 이유가 없는 까닭이라네. 아마도 역학을 깊이 이해한 사람이 문득 적천수를 보고서는 한 마음이 동해서 써 넣은 것이 그렇게 되었을 것일 수도 있다는 거지.”

“고월의 말을 듣고 보니까, 이 월령에 대한 항목은 팔격(八格)의 앞에 놓였어야 한다는 생각이 문득 드는 군.”

“오호~! 그랬으면 의심을 덜 샀겠는걸. 하하~!”

가만히 있던 자원이 한 마디 거들었다.

“두 싸부의 말씀을 듣고 보니까, 월령은 다른 글자에 비해서 계절의 비중을 안고 있으므로 그것을 감안해서 살펴보라는 정도로 이해를 하면 되겠는걸요. 제 생각이 맞아요?”

자원의 의견에 고월이 답을 했다.

“맞는 이야기로군. 다른 글자보다 비중이 큰 것은 사실이니까, 다만 집이니 방향이니 하는 비유는 적당치 않은 걸로 보면 되겠지. 어쩌면 지학(地學)을 공부한 것이 여기에서 흔적을 남기고 있는지도 모를 일이네. 풍수지리(風水地理)에서는 그렇게 논하는 것이 일상(日常)이기도 하니까.”

“정말 잘 알아들었어요. 그렇다면 월지의 장간(藏干)이 순차적으로 돌아간다는 생각은 어떻게 해야 할까요?”

“아, 월률분야 말인가? 그것도 다 믿을 것이 없으니까, 그냥 고서에는 그렇게도 말을 한다는 정도로만 알아두면 별다른 문제는 없을 거네.”

“참, 예전에 그에 대한 말씀도 해 주셨어요. 이제 생각이 나네요.”

“그랬었지? 그럼 이 정도로 정리해도 될 것 같군.”

“잘 알았어요. 월령 편은 없어도 되는 구절이라고 표시해 놓을께요. 호호~!

자원이 유쾌하게 정리하자 두 사람도 마주보며 웃었다.

“그렇다면 다음의 생시(生時)편에 대한 구절도 대략 살펴보고 넘어가면 될 것 같군.”

“고월의 말에 우창은 다음 편의 내용을 들여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