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6] 제17장 체용(體用)의 도리(道理)/ 13. 운명에 간섭하는 요인(要因)

작성일
2017-05-06 06: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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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6] 제17장 체용(體用)의 도리(道理)

13. 운명(運命)에 간섭(干涉)하는 요인(要因)


우창과 자원은 고월이 말하는 것을 하나도 놓치지 않으려는 듯이 이목(耳目)을 집중(集中)했다. 그것을 본 고월이 차근차근 말했다.

“만약에 한날한시에 태어난 쌍둥이가 있다고 하세. 이 둘의 삶이 똑같을까? 아니면 어느 정도 다를 수도 있을까?”

이렇게 자원을 향해서 질문을 던지자 잠시 생각을 하고는 답했다.

“그야 당연히 다르겠죠.”

“같은 팔자를 갖고, 같은 부모를 만나서 같은 환경이 주어졌는데 왜 서로의 운명이 똑같지 않을까?”

“오호~! 이것이 고월이 우리에게 전해주고 싶은 뜻이었군.”

“그렇다네. 명학을 공부하는 사람에게 반드시 선행(先行)되어야 할 문제이니까.”

“그렇겠군. 내 생각에는 두 사람이 완전히 똑같은 삶을 살지는 않겠지만 대체로 비슷하게 살아가지 않을까 싶은데 어떤가?”

“일리가 있는 관점이네. 그런데 문제는 그것이 일정한 기준 삼을 수가 없을 정도로 천차만별(千差萬別)이라는 것에 있다는 것이지.”

“상식적으로 봐도 같은 부모에게서 같은 교육을 받고 자랐으면 사주의 영향을 떠나서라도 비슷하게 살아야 하는 것이 맞지 않을까?”

“물론이네. 다들 그렇게 생각하지. 그리고 실제로도 대부분 그렇게 살아가는 모습이 목격(目擊)되기도 한다네.”

“그럼 되었지 않은가?”

“아마도 방관자(傍觀者)의 관점에서는 그 정도면 되었다고 할 수도 있겠지. 다만 그 학문에 전심전력(全心全力)을 하는 학자에게는 그리 간단한 문제가 아니라네.”

“무슨 말인지 알겠네. 그렇다면 어떤 경우라고 하더라도 최소한 운명의 암시에 간섭하는 것이 있다는 말이지 않은가?”

“물론, 생시(生時)가 명료하지 않아서 애초에 잘못된 사주는 논외로 하더라도, 정확한 사주를 놓고 대입했음에도 불구하고 실제 상황과 맞지 않는 경우가 나온다면 이때에 학자는 어떻게 생각을 해야 할까?”

“오호~! 과연 고월이 고민을 얼마나 해 봤는지 짐작이 되고도 남네.”

“이러한 문제로 명학에 대해서 공부를 포기(抛棄)하겠다는 생각까지도 했었으니 그만하면 할 만큼의 고뇌는 해 봤다고 해야겠군.”

“그렇게 해서 얻은 지혜를 날로 먹게 되었으니 그저 감읍(感泣)할 따름이네. 하하~!”

“내가 생각하기에 팔자의 암시를 대입하는데 간섭하는 외부(外部)의 요인(要因)이 무엇이 있는지를 생각해 봤다네.”

“어련하셨겠나, 그래서 뭘 찾아내셨는지 궁금하네.”

“우선 환경(環境)의 요인을 생각해 봤네.”

“환경이라고 하면 살아가는 주변의 영향이란 말인가?”

“맞아. 그로 인해서 기본적으로 타고난 팔자에게도 그 영향이 미치게 되는 것이지.”

그러자 자원이 고개를 갸웃거리면서 말했다.

“제가 생각하기로는 그것조차도 팔자에 나와 있어야 하는 것이 아닌가요?”

“물론 나도 처음엔 그렇게 생각을 했었지.”

“그런데요?”

“연구가 쌓이면서 그렇지 못한 경우가 있음을 생각하게 되었다네.”

“환경이 운명에 영향을 미칠 수가 있을 것 같기는 해요.”

“이에 대한 예시(豫示)로 맹모삼천(孟母三遷)을 떠올렸다네.”

“그게 뭐죠?”

“아, 자원은 모르나 보군. 맹자의 어머니가 어린 맹자를 위해서 이사를 세 번 했다는 이야기라네.”

“왜 이사를 딱 세 번만 하죠? 살다가 보면 세 번뿐이겠냔 말이지요.”

“난들 알겠는가? 고사(故事)에 그리 전하니 그런가 보다 할 뿐이지. 하하~!”

“하긴요. 호호호~!”

“처음에는 어린 맹자를 사람 많이 사는 곳에서 키워야 한다는 생각으로 저잣거리에 자리를 잡았지.”

“그건 잘하신 것 같은데요?”

“문제는 그다음에 생겼다네.”

“아니, 왜요?”

“맹자가 하는 소리를 어머니가 들었던 거지.”

“뭐라고 했길래요?”

“어린 녀석이 ‘골라골라~’ ‘싸요싸요~!’ ‘밑지고 팔아요~!’라는 말을 외우고 다니는 꼴을 봤으니 어머니의 마음이 찢어졌겠지.”

“아하~! 일리가 있어요. 아이들은 보는 대로 하잖아요. 호호~!”

“그래서 다시 생각했지. ‘아무래도 사람들이 없는 곳으로 가야되겠구나.’ 하고 말이야.”

“그것도 일리가 있네요.”

“이렇게 생각을 한 어머니는 산 아래의 한적한 곳으로 이사를 했다네. 그러고는 자연과 더불어 도를 깨닫기를 바랐겠지.”

“역시 아이들은 자연에서 뛰어놀면서 자라는 것이 좋아요. 참 잘 하셨네요. 그런데도 문제가 생겼나요? 왜냐면 이사를 세 번 하셨다고 해서요.”

“하루는 맹자가 무슨 소리를 하기에 귀를 기울여 보니까, 어린 맹자가 하는 소리는 ‘어~허~딸~랑~ 이제 가면 언제 오나 어어허~!’라고 하고 다니는 거야.”

“그게 무슨 소리죠?”

“사람이 죽어서 무덤으로 가는 상여(喪輿)를 메고 가는 상여꾼들이 부르는 소리라네.”

“아하~! 그것도 안 되겠네요. 호호~!”

“맹자 어머니는 마음이 아프셨겠지. 그리고는 도대체 어디를 가야 할 것인지를 고민하고 장소를 물색하다가 비로소 제대로 된 곳을 찾았다는 거야.”

“그게 어딘데요?”

“서당(書堂)의 옆으로 이사하는 것이었지.”

“거기에서는 뭘 배울까요?”

“오가면서 경문을 외우는 학동들의 글 읽는 소리를 따라 하면서 다니더라고 하지 않는가.”

“이제야 제대로 자리를 잡았다고 생각하셨겠어요.”

“맞아, 그래서 자리를 잡고 글을 가르쳐서 성인으로 만드셨으니 이것이야말로 환경에 대한 가장 의미 있는 모범(模範)이라고 할 만하겠지?”

“임싸부의 환경개입론(環境介入論)에 매우 적절한 모범이라고 할 수 있겠네요. 이해가 팍 되었어요. 그러니까 운명에 영향을 미치는 것에는 환경이 매우 큰 비중을 갖고 있다는 것이죠?”

“뭔 이름을 거창하게 붙이는 건가. 하하~!”

“더 거창하게 할까요? ‘고월(古越) 임원보(林元甫)의 운명(運命)에 대한 환경개입론(環境介入論)’ 어때요? 호호호~!”

“어쨌든 맹자 어머니의 노력은 확실히 맹자의 삶에 영향을 미쳤다는 것만 공감하면 되네.”

“임싸부의 말씀인즉, 맹자와 한날한시에 태어난 사내아이라도 어머니의 노력에 따라서는 전혀 다른 삶을 살았을 것이라는 이야기잖아요?”

“옳지~! 제대로 이해하셨네. 이러한 점을 간과(看過)하고서 단지 사주의 여덟 글자만으로 운명을 정확하게 판단한다고 할 수가 있을까?”

“듣고 보니 제 생각을 바꿔야 하겠어요. ‘모든 것은 팔자에 나오는 대로 살아가는 것이 아니라, 그것과 더불어 환경에 대한 영향까지도 운명에 개입한다’는 것으로 말이죠.”

“그러니까 사주만 같다고 해서 같은 운명이라고 단언(斷言)을 한다는 것은 경솔(輕率)한 학자의 섣부른 판단이랄밖에.”

그러자 문득 예전에 들었던 이야기가 생각난 우창이 이야기를 꺼냈다.

“내가 전에 들었던 이야기가 있는데, 파자점(破字占)에 대한 이야기가 문득 생각나는군.”

그러자 자원이 손뼉을 치면서 좋아했다.

“이야기라면 무조건 대환영(大歡迎)이에요. 어서 들려주세요~!”

“어느 장군(將軍)이 있었는데, 그가 왕을 제거하고 자신이 왕의 자리를 차지하려고 은밀하게 계획을 추진하고 있었다네.”

“원래 권력(權力)에 대한 욕망(慾望)은 불길처럼 솟구치죠.”

“그렇게 평민의 복장을 하고는 전국을 떠돌면서 사람들을 구하고 있던 차에 어느 마을에서 매우 용한 족집게 점쟁이가 있다는 말을 들었다네.”

“그랬다면 당연히 자신의 미래에 대해서 알아보고 싶었겠네요. 그래서요?”

“그 점쟁이를 찾아가서 자신의 운명을 물었지.”

“점쟁이가 뭐라고 했어요?”

“글자를 하나 짚어 보라고 했다네.”

그러면서 자원이 이해하기 쉽게 이야기를 했다.

◆◆◆◆◆◆◆◆◆◆



점주 : 궁금하신 것이 있으면 글자를 하나 짚으시지요.

장군 : 이 글자로 하겠소~!

점주 : 아, 물을문(問)자를 짚으셨군요.

장군 : 내 운명이 어떤지 봐 주시오.

점주 : 좌군우군(左君右君)하니 군왕지상(郡王之象)이라~!

장군 : 옛? 뭐라고 하는 소립니까?

점주 : 점괘(占卦)가 그렇다는 말입지요.

장군 : 그렇다면 내가 왕이 된단 말이오?

점주 : 예~!

장군 : 아니, 어떻게 문(問)에서 왕이 나온단 말이오?

점주 : 문(問)은 구(口)가 있어서 군(君)과 닮았습니다.

장군 : 그건 억지가 아니오? 어찌 닮았다고 할 수가 있소?

점주 : 믿고 말고는 귀하가 생각할 것이고, 점괘는 이러하오.

장군 : 음…….

점주 : 왼쪽에서 봐도 군(君)이 되고, 오른쪽에서 봐도 군(君)이오.

장군 : 듣고 보니 그럴싸하긴 하오만. 여하튼 잘 봤소이다.


장군은 그 이야기를 듣고서 속으로 무척이나 놀라서 혀를 내두를 지경이었다. 자신의 속을 들킨 것 같아서이다. 그러나 내색은 하지 않고 그 자리를 떠나서 길을 걸었다. 다만 어떻게 자신의 생각을 읽을 수가 있었는지에 대한 의문이 가시지를 않았는데 저만치에서 걸인(乞人)이 구걸하면서 다가오고 있었다. 그러자 장군이 걸인을 불렀다.


장군 : 이보게, 내가 돈을 벌 거리가 있는데 해 보려나?

걸인 : 돈이라굽쇼? 그걸 사양할 처지입니까요~!

장군 : 내가 시키는 대로만 하면 1냥의 거금을 주지.

걸인 : 뭐든 말씀만 하십쇼. 목숨을 거는 일만 아니라면요.

장군 : 원, 그럴 리가 있는가. 간단한 일이라네.

걸인 : 간단한 일에 거금을 주신다니 오늘 운수대통입니다요. 헤헤~!

장군 : 다만, 시키는 대로 정확하게 하지 않으면 품값은 없네.

걸인 : 뭐든 말씀만 하십쇼. 이래도 눈치는 좀 있습지요.

장군 : 저 모퉁이를 돌아가면 점쟁이가 있다네.

걸인 : 당연히 알고 있습지요. 그런데요?

장군 : 그 점쟁이에게 점을 봐달라고 하게.

걸인 : 예? 그게 소인이 할 일이란 말입니까요?

장군 : 그렇다네.

걸인 : 점은 본인이 물어야 하는 것이 아닙니까요?

장군 : 맞는 말인데 내가 좀 알아볼 것이 있어서네.

걸인 : 소인이야 시키는 대로 합죠.

장군 : 그 점쟁이가 진짜 용한지 알아보려는 거라네.

걸인 : 알겠습니다요. 뭘 물으면 됩니까요?

장군 : 그 사람이 글자를 짚으라고 하거든…….


그러면서 문(問)자를 땅바닥에 써줬다. 걸인은 오늘 일당이 걸린 일인지라 열심히 써보고 익혔다.


걸인 : 이게 무슨 글자입니까요?

장군 : 묻는다는 문이라네.

걸인 : 알겠습니다요. 듣는 그대로 와서 전해드립지요.

장군 : 자, 이 옷을 입고 얼굴도 씻고 변장을 하세.

걸인 : 아, 그래야 몰라보겠구먼요. 알았습니다요.


그렇게 꾸민 다음에 부호(富豪)의 풍모(風貌)가 넘치는 모습으로 변복(變服)을 시킨 다음에 점쟁이에게 보낸 장군은 초조하게 걸인이 돌아오기를 기다렸다. 이윽고.


걸인 : 나리~! 과연 귀신입디다요. 단박에 알아보던데요.

장군 : 글자는 일러 준대로 잘 짚었겠지?

걸인 : 당연합죠. 떡하니 문(問)을 짚었더니 바로 말하더구먼요.

장군 : 그래 뭐라던가?

걸인 : 문전개구(門前開口)하니 걸인지상(乞人之象)이로다.

장군 : 뭐라고 했다고?

걸인 : 아이고, 나리 귀가 어두우십니까?

장군 : 다시 말해 보게.

걸인 : '문 앞에서 입 벌리고 있으니 거지로다'라잖아요 글쎄. 귀신이지요? 헤헤~!

장군 : 정녕 들은 대로 말하는 것이렷다?

걸인 : 그 말이 유식한 문구라서 잊지 않으려고 외우면서 왔구먼요.

장군 : 분명히 그 점쟁이가 그랬단 말인가?

걸인 : 소인이 왜 나리께 거짓을 아뢰겠습니까요.

장군 : 그래. 흠.

걸인 : 그럼 품값은 주시는 겁죠?

장군 : 아, 당연하지. 여기 있네. 수고했네.


그렇게 걸인을 보내고 다시 점쟁이에게 간 장군이 물었다.


장군 : 뭐 좀 하나 물어봅시다.

점주 : 아, 좀 전에 문점(問占)하셨던 분이군요. 말씀하시지요.

장군 : 같은 문(問)인데 사람에 따라 해석이 다르오?

점주 : 당연합니다. 어찌 같을 수가 있겠습니까?

장군 : 어째서 그렇게 되는 것이오?

점주 : 글자는 같아도 풍기는 기상(氣像)은 다른 까닭이지요.

장군 : 기상이라니 그게 무슨 말이오?

점주 : 왕이 될 사람의 문(問)과 걸인의 문(問)이 같을까요?

장군 : 글자로 점을 보는 사람이 어찌 다른 해석을 하오?

점주 : 나리의 문(問)은 위엄(威嚴)이 있었습니다.

장군 : 그렇다면 조금 전에 본 사람은?

점주 : 비루(鄙陋)한 모습만이 있었습니다.

장군 : 의관(衣冠)이 번듯하던데?

점주 : 기상이란 옷과 모자로 나타낼 수가 없습니다.

장군 : 오호~! 과연.

◆◆◆◆◆◆◆◆◆◆



이렇게 이야기를 마친 우창이 말했다.

“같은 사주의 다른 삶에 대한 이야기를 들으면서 문득 이 이야기가 생각났더란 말이네.”

“정말 재미있는 이야기네요. 신기해요. 그것도 배워야겠어요.”

“파자점을 말인가?”

“얼마나 신기해요? 저도 그렇게 해 보고 싶어요. 호호~!”

고월도 이야기를 듣고는 한마디 했다.

“정말 의미 있는 이야기로군. 같은 글자에서도 다른 해석이 된다는 것을 보면 파자점의 수준도 정진한다면 그러한 경지에 도달할 수가 있다는 것이 놀랍군.”

“왜 아니겠나~! 하물며 명학이겠는가. 하하~!”

“환경에 의한 운명의 변화에 대해서는 잘 이해하셨단 말이지?”

그 말에 자원이 큰 소리로 답했다.

“공감하고말고요. 완전히 공감입니다~!”

“그러면 다음으로 또 운명에 대해서 영향을 미치는 것에 대해서 말해볼까?”

“어서 말씀해 주세요. ‘운명대로 산다.’는 생각도 고정관념(固定觀念)이라는 것을 절실하게 깨닫고 있어요.”

“다음으로 영향을 미치는 것은 노력(努力)에 의한 변수(變數)라네.”

“우와~! 이번엔 ‘노력변수론(努力變數論)’이에요? 그건 느낌이 팍~ 왔어요. 적당한 모범(模範)을 찾아서 설명해 주세요.”

“이에 대한 적절한 고사(故事)는 한석봉(韓錫琫)이라는 사람에 대한 이야기라네.”

“한석봉이라는 선생은 처음 들어보는 이름이네요. 어떤 사람인가요?”

“한석봉은 ‘서도(書道)의 성자’라고 하는 사람으로 왕희지(王羲之)와 맞짱 뜰 정도로 유려한 필치(筆致)를 자랑하는 사람이라네.”

“그렇게 뛰어난 천재성을 갖고 있는 사람이 무슨 노력을 했기에 그렇게 말씀하신 거죠?”

“한석봉이 스승으로부터 공부를 10년이나 하여 더 가르칠 것이 없다고 하는 소리를 듣고서야 과거에 급제해서 어머니를 기쁘게 해 드리려고 귀가를 했다네.”

“효자네요. 그런데 왜 성공한 사람들에게는 아버지가 없고 어머니만 존재하는지 모르겠어요. 그것도 참 신기해요.”

“듣고 보니 그것도 신기한 일이로군.”

자원의 말에 우창이 웃으면서 말했다.

“오행의 이치에 그것이 있는데 모르는가?”

“오행에요? 그런 말은 들은 기억이 나지 않는데요? 잊어버렸나 봐요. 다시 설명해 주세요. 무슨 이야기죠?”

“목(木)에는 도가 있다고 했나?”

“예? 그런 설명은 기억이 안 나는데요? 목에 도가 있나요?”

“아, 내가 들었던 것을 착각했던가 보군. 도(道)는 도(十)라는 것은 알지?”

“그건 알아요. 일음일양상봉지위도잖아요?”

“맞아, 목(木)의 인(人)은 어린 도를 부모가 좌우에서 보필하는 것이라네.”

“와우~! 멋져요. 그것은 마치 어린 자녀를 부모가 보살피는 이치네요?”

“그렇지. 그런데 아버지가 전쟁터에 끌려가서 못 돌아왔다네.”

“맞아요. 그런 경우도 허다하니까요. 어린아이는 어떡하죠?”

“할 수 없이 홀어머니 밑에서 성장하는 수밖에 없으니까.”

“양친부모의 도움을 받는 것보다 신고(辛苦)함이 몇 배는 되겠네요.”

“그렇게 성장한 목(木)은 어떻게 표현될까?”

“예? 그건 무슨 뜻이죠?”

“인(人)이 양친부모라고 했잖은가?”

“맞아요. 그렇다면 한 부모에게서 성장하면 별(丿)이 된다는 뜻인가요?”

“옳지~!”

“그러면… 아하~! 재(才)가 되는 거잖아요? 맞아요?”

“응. 맞아. 그래서 홀어머니에게서 성장한 사람들 중에는 위인이 많은 것인지도 모를 일이라는 생각이 들었네. 하하하~!”

“그래서 재인(才人)이라고 하나요?”

“그럴 수도 있지.”

“어려서부터 역경(逆境)을 딛고 일어섰으니 당연하겠네요.”

“어떤 낭자처럼 말이지?”

그 말에 자원이 우창을 보면서 눈을 한 번 흘기고는 얼른 받아넘겼다.

“정말 기가 막힌 파자점이네요. 호호호~!”

“파자점이라고? 그건 파자점이 아닌데?”

“뭔 상관이래요. 그냥 재미있으면 되죠. 호호~!”

“참내~! 하하하~!”

“아차~! 임싸부 말씀하시는데 죄송해요. 그래서요?”

“기쁜 마음에, 어머니를 뵙고 이제 벼슬을 해서 편안하게 모시겠다고 하면서 공부 많이 했다고 자랑을 했겠지?”

“으음~ 자랑하는 것이 왠지 혼만 날 것 같은걸요.”

“아니나 다를까. 어머니는 떡 장사를 해서 아들의 학비를 보내 주셨거든. 그러니까 고생이야 이루 말을 할 수가 없었지.”

“그러셨군요. 그래도 아들이 착하네요.”

“어머니가 아들에게 기뻐하는 내색도 없이 말씀하셨다더군. ‘석봉아, 고생 많이 했다. 내가 시험을 볼 테니, 너는 배운 글을 쓰고 나는 내 일은 떡을 썰겠다. 만약에 나보다 너의 글이 더 잘 써졌다면 공부를 다 한 것으로 내가 인정하마.”

“아니, 공부를 글 쓰는 것으로 하나요? 그건 좀 아닌 것 같은데요?”

“그렇지만 어머니는 글은 모르니까 쓰는 것으로 아들의 실력을 보기로 한 것이겠지.”

“아하~! 일리가 있어요. 그래서요?”

“아들이야 얼마나 자신이 만만했겠어. 여태 공부한 것을 어머님께 보여드리겠다는 마음까지 담아서 흔쾌히 대답했지.”

“하긴, 그렇겠네요. 여태 공부를 했으니까 어머니의 고생에 보답하는 마음에서라도 뭔가 보여드리고 싶었겠어요.”

“어머니가, 아들에게 준비가 되었느냐고 하자, 준비되었다고 답을 했지. 그러자 어머니는 등불을 ‘훅~!’ 불어서 껐어.”

“예? 불을 끄면 어떻게 글을 써요?”

“그게 어머니의 깊은 계략(計略)인 거라네. 어머니는 밤마다, 불을 켜는 기름이 아까워서 불을 끄고 떡을 썰었거든. 이미 기울어진 운동장에서 시합하는 셈이지.”

“아들은 그것도 모르고 보나마나 질 것이 빤한 시합에 응한 셈이로군요. 와~ 재미있다. 짝짝짝~!”

“결과는 보나 마나였지. 아들은 풀이 죽었고, 어머니는 잠도 재워주지 않고 그 길로 아들을 다시 되돌려 보냈지.”

“그래서 아들은 밤마다 불을 끄고 글을 썼겠네요. 어머니의 단호함을 생각하면서 말이죠.”

“왜 아니었겠나.”

“정말 대단한 어머니네요. 그렇게 해서 명필(名筆)이 되셨다면 그것은 순전히 어머니의 노력에 의한 것이라고 해야 하겠는데요.”

“그렇다면 노력이 운명에 영향을 미칠 수가 있다는 것에 대해서도 동의를 하신단 뜻이로군?”

“당연하죠. 노력하지 않았더라면 학자는 되었을지 몰라도 명필이 되지는 못했을 거잖아요. 검객 중에서도 맹인 검객이 있어요. 눈이 없어도 눈이 있는 사람보다 더 검을 잘 다루는 것이 신기했는데, 오늘 임싸부의 말씀을 듣고 보니 과연 얼마나 피나는 노력을 했을지 짐작이 되네요.”

“눈이 없어도 남보다 잘하는 사람, 팔이 없어도 남보다 잘하는 사람은 모두 노력으로 성공을 한 것이라고 봐야겠네.”

“맞아요. 정말 공감이에요. 그렇다면 운명에 간섭하는 것은 환경과 노력이었네요. 그 외에도 뭐가 있을까요?”

“물론 많겠지.”

“그런 것들에 대해서도 말씀해 주세요.”

“종류는 많겠지만 결국은 환경과 노력으로 모두 설명을 할 수가 있다고 봐서 다른 것은 생각하지 않아도 될 것 같더군.”

“그렇다면 풍수지리를 이용해서 운명을 개선하는 문제는 어떻게 볼까요?”

“좋은 기운이 흐르는 묘터를 찾아서 조상을 묻는 것은 노력이라고 하면 되지 않을까?”

“그렇겠어요. 이제 운명만으로 모든 것을 판단한다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이치를 깨달은 셈이네요. 임싸부 감사드립니다~!.”

“물론 환경과 노력만큼이나 사주팔자가 중요한 비중을 차지하고 있음도 잘 알고 있어야 한다는 것도 중요하지.”

“당연하죠. 노력이나 환경만으로 판단하면 된다는 생각을 하는 사람에게는 운명의 작용에 대해서 설법(說法)하면 되겠네요.”

“아마도 나이가 든 사람일수록 운명을 벗어나지 못한다고 생각을 할 것이네.”

“왜 그럴까요?”

“그들은 나름대로 최선의 노력을 했으나, 결과는 팔자의 암시 안에서 살아왔음을 깨닫게 되기 때문이지.”

“예? 그렇다면 뭐예요? 결국은 운명대로 살아간다는 거잖아요?”

“물론이지. 하하~!”

“그럼 환경과 노력은 왜 말씀하신 거예요?”

“개중에는 간혹 맹자와 한석봉 같은 사람도 있음을 잊지 말라는 이야기라네. 하하~!”

“잘 알았어요. 반드시 잊지 않아야 할 금언(金言)이시네요.”

“이러한 것을 모르고 달려들었다가. 좌절(挫折)하게 되는 학인들도 너무나 많아서 안타깝지.”

“정말이에요. 스승도 없이 공부하다가 벽에 부딪히면 그럴 만도 하겠어요. 그렇지만 저는 괜찮아요. 오늘 제대로 교육을 받았으니까요. 호호~!

경쾌한 자원의 웃음소리가 방안에 울려 퍼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