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반달(40) 송악산일주

작성일
2021-05-16 21:54
조회
525

제주반달(40) [9일째 : 3월 16일(화)/ 2화]


송악산을  한바퀴 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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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슬포에서 점심을 먹었기 때문에 가까운 송악산을 한바퀴 돌아보기로 방향을 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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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과 9분 거리이다. 이렇게 엎어진 곳에서 쉬어 가듯이, 모슬포에서 점심을 먹었으니 가가운 곳에서 시간에 맞춰서 놀면 되는 까닭이다. 소화도 시킬겸 산책하기 딱 좋은 곳을 찾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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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악산에 왔음을 인증하는 것부터 시작이지. 아쉽게도 송악오름은 아직도 휴식제에서 풀리지 않아서 오름으로 올라갈 수는 없고 그나마 다행인 것은 순환길을 둘러 볼 수는 있다는 것이다. 예전에는 송악산을 오름이라고 생각지 못했다. 그래서 기껏 형제봉이나 건너다보고 갔지 송악산을 둘러본다는 생각은 못했는데 이번에 또 조금 더 자세히 살펴보니까 둘레길이 있었다는 것을 알았으니 그래서 또 가게 되는 인연이 만들어 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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멋진 풍광 옆에는 반드시 인간의 오점이 남겨져 있다. 안타깝지만 그것도 역사려니 해야 맘이라도 편하지 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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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려가보진 않았다. 그건 또 다음 기회로 미루지 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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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안내문은 하나 붙여놓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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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제섬에 햇살이 정면으로 떨어져서 또 느낌이 다르구나. 그래서 아침에도 보고 저녁에도 봐야 하는 것 이 풍경이다. 조사도 보이고, 어선도 옆에 있으니 바위가 더욱 크게 보이는 효과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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뒤도 돌아봐 가면서 천천히 걷는 것이 산책이다. 바쁘지 않아도 되지만 바빠서도 안 되는 것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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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은 유채꽃을 좇는데, 렌즈는 다른 곳을 보고 있어서 뭘 보느냐고 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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낭월 : 보라는 유채꽃은 안 보고 니는 뭘 보고 있노?
렌즈 : 렌즈도 가끔은 보고 싶은 것이 있죠.
낭월 : 아니, 그래도 보라는 것을 봐야지 네 맘대로 그카마 되나?
렌즈 : 가끔은 렌즈도 마음이 드는 장면이 있다는 것은 모르시지요?
낭월 : 아, 그래서 가끔은 엉뚱한 곳을 보고 있었구나.
렌즈 : 앞으로는 그렇게 해도 짜증내지 마시고 렌즈가 보고 싶겠거니 하세요.
낭월 : 그러네 뭐든 내 맘대로 안 되면 짜증도 살짝 났더랬는데...
렌즈 : 일체 만물은 생각이 있다고 하지 않으셨나요?
낭월 : 내가? 언제?
렌즈 : 항상 남들에게 그러시잖아요? 돌맹이도 맘이 있다고..
낭월 : 그랬던가? 기억이 안 나네. 흐흐흐~!
렌즈 : 괜찮아요. 그럴 수도 있죠 뭐.
낭월 : 근데 너는 지금 뭘 보고 있는 거냐?
렌즈 : 제주도 무꽃이에요. 사람들은 유채만 보고 있잖아요.
낭월 : 그렇긴 하지....(쪼매 찔리는 군...)
렌즈 : 단아하니 곱잖아요? 주인님은 이런 것이 예쁘지 않으세요?
낭월 : 왜 안 예쁘겠어. 예쁘고 말고지.
렌즈 : 꼬마자동차는 꽃향기를 맡으면 힘이 나잖아요?
낭월 : 맞아. 붕붕은 그랬지.
렌즈 : 저도 보랫빛 무꽃을 보면 힘이 난답니다. 호호~!
낭월 : 그렇구나. 그래 실컷 보고 가자꾸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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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방산과 용머리해안이 건너다 보이는 풍경도 참 좋다. 왼쪽으로 보이는 것은 금산과 바굼지오름이겠구나. 오름의 풍경을 보면 언제나 마음이 여유로워진다. 언젠가는 360여 개의 오름을 대략이라도 둘러볼 날이 오려니 싶다. 이렇게 또 하나의 오름을 찾아가고 있으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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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왕 찍어주려면 앞에 산방산도 나오게 찍어줄 일이지. 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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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가에도 뚫어놓은 굴이 있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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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긴, 전쟁을 하는 입장에서는 놓칠 수가 없는 요지였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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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에 들어가 보니 제법 넓직하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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굴의 규모를 가늠하기 위해서 앉아있어 보라고 하는 줄도 모르고 시키는대로 멋진 장면이라도 나오나보다 싶어서 얼른 시키는 대로 잘도 따른다. 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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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책길로 이보다 멋진 곳도 흔치 않을 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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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라갈 수는 없지만 바라볼 수는 있으니 그나마도 다행이로구나. 야트막한 오름이라서 언제라도 휴식이 풀리면 올라가보는 것으로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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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디든 말을 타면 5천원인 모양이다. 섭지코지에서도 5천원이더니만. 이것도 나름대로 통일을 시켜 놓은 것인가 싶기도 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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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이 민망한 모양이다. 하루 종일 손님도 태우지 못하고 여물만 축내는 것이 아무래도 주인나리의 눈치가 보일만도 하겠지. 그래도 우짜겠노. 그것도 맘대로 안 되는 것일테니까 말이지.

어딘가에서 읽었는데, 말이 홀로 뛰는 것보다 사람을 태우면 더 잘 뛴다고 했던 생각이 난다. 동물을 학대하는 것이 아니냐는 생각을 했는데 오히려 사람을 태우는 것을 더 자랑스럽게 여긴다고 하는데 그것이 사실인지는 모르겠지만 아무래도 염치가 있으면 밥값은 해야 한다고 생각하지 싶다. 그래도 금수(禽獸)이지 않은가 말이다. 밥값도 하지 못하고 못된 짓이나 하면서 빈둥대는 녀석을 금수만도 못하다고 하는 것을 보면 금수는 밥값을 하려고 노력은 한다는 말인둥? 글쎄? 그건 모를 일이지.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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망망대해를 바라보면서 낚싯대를 드리우는 여유로움은 낭월이 알 수가 없겠지만 미뤄서 짐작을 해 보기로는 순간에 집중하고 즐기는 것은 이해가 될 듯도 하다. 아직 그 취미는 갖지 못했는데 앞으로도 낚싯대를 꾸릴 일은 없지 싶기는 하다만, 또 모를 일이기는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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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인이 오전 내내 푹 쉬더니만 충전이 잘 되었는지 신명이 나는 모양이다. 그것을 보니 또 즐겁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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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퉁이를 하나 돌아가니 가건물이 하나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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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출한 나그네라면 반갑게 앉아서 요기를 할 수도 있는 공간이로구나. 경치도 좋은 곳에서 한 접시 앞에 놓고 정담을 나눌 상대가 있다면 또한 신선놀음이려니 싶다. 다만 우리는 지나칠 뿐이다. 배가 고파야 그것도 생각이 나지.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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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연 : 와, 누가 여기에 이것을 빠트렸습니다.
낭월 : 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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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연 : 차키인데요? 어떻게 찾아주지요?
낭월 : 그자리에 가만 두면 주인이 찾아갈 거네.
호연 : 들고 가서 방송을 해야 하는 것이 아닐까요?
낭월 : 아니야 분명히 찾으러 올거니까 그냥 둬.
호연 : 어떻게 아십니까?
낭월 : 점괘가 그렇게 나왔어. 하하하~!
호연 : 아~ 예. 알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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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멀리 보이는 것은 마라도구나. 해무가 짙어서 제대로 잘 보이지는 않는다. 아침이면 잘 보이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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흡사 짚신처럼 생긴 마라도이다. 왜 짚신이나면 주변이 아들의 짚신처럼 너덜너덜해서 고무신으로는 보이지 않아서이다. 아들의 짚신은 왜 너덜너덜하냐고 미끼를 덥썩 물어주면 고마울 따름이지.

아버지가 짚신으로 가족을 먹여 살리다가 아들도 그것을 배워서 같이 신을 삼아서 팔러 갔는데 사람들이 아버지 짚신만 사고 아들 짚신은 거들떠 보지도 않더라지. 아들이 아무리 궁리를 해 봐도 그 이유를 알 수가 없어서 아버지에게 물어도 모른다고 하기에 도대체 무슨 까닭인지를 알 수가 없었는데 아버지도 나이가 연로하여 몸져 눟게 되었고, 마지막으로 숨을 몰아시면서 아들에게 말하더라지.

"털~"

그렇게 한마디 남기고는 저 세상으로 갔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처음에는 무슨 말인가 싶었는데, 아버지는 짚신을 삼은 다음에 아들이 보지 않는 때를 타서 불로 짚신의 까실거리는 것들을 태워서 팔았는데 그것을 아들에게조차도 가르쳐 주지 않더라는 거지. 그래서 사람들은 아들 짚신은 쳐다도 보지 않고 아버지의 짚신만 찾았지만 아들은 그 까닭을 알 수가 없었더라는 말인데, 마지막으로 숨을 거두면서야 비로소 그것을 알려주고 떠났더라는 이야기이다.

예전에 만났던 사람이 낭월에게 들려준 이야기였다. 그렇게 스스로 연구하고 깨달은 것을 마구마구 퍼돌리면 굶어죽기 딱 좋다면서 감춰두고 혼자서 비법으로 써먹는 것이 술객이 살아가는 비법이라는 말까지 가르쳐 주셨는데 낭월은 천성이 속에 담아두지를 못하는 모양인지 어제 깨달은 것을 오늘 말하지 않으면 두드러기가 나는 체질인 모양인지 시원하게 전해줘야 즐거우니 이것도 병이라면 병일지도 모르겠다. 그래도 천만다행으로 아직 끼니를 굶지는 않고 있으니 그것이 오히려 기적일까?ㅎㅎ

기실, 따지고 보면 비법(秘法)은 장사꾼의 목록에만 있는 것이 아니던가? 학자의 목록에는 '깨달음'이 있을 따름이고, 수행자의 목록에는 '내려놓음'만 존재할 따름인데 비법을 보존하는 이치가 학자의 영역에서 기세를 떨치고 있다면 그 집단도 또한 장사꾼의 집단에 불과할 따름이 아닐까? 아니, 장사꾼을 비하하는 아니다. 다만 모순(矛盾)을 팔아야 하는 초나라 무기상인의 입장에서나 비법을 거론하는 것이 타당하지 않겠느냐는 의미일 따름이다. 헛~! 짚신이 산으로 가네?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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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앞에 있는 것은 가파도로구나. 가파도는 또 어떻게 생겼을까? 궁금하면 지도를 보면 된다.

가파도

마라도와 같은 비율로 담아봤다. 그래야 두 섬의 크기를 가늠하기에 좋을 것으로 생각이 되어서이다. 대략 가파도가 마라도의 배는 되어 보이는구나. 마라도는 오래 전에 둘러봤지만 가파도는 못 가봐서 다음에 기회가 되면 둘러보는 것으로 해야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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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라도가 최 남단인 것은 알지. 원래는 숲이 우거졌었다는 것은 몰랐구나. 뱀이 있으면 얼마나 있을 것이라고 뱀을 잡을 생각을 할 일이지 숲을 불태우다니 쯧쯧~!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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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내문을 자세하게 잘 만들어 놔서 이해하기에 좋도록 했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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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해안에서 바라보면 마라도가 무척 작아보이지만 길이로 되어 있어서 그렇다는 것을 이해하고 보니까 조금은 더 넓어 보이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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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인 : 싸부~! 위험해요~ 바짝 가지 마세요~!
낭월 : 개안타~! 놔라~!
화인 : 안 됩니다요. 여보! 힘껏 당겨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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옆에는 높은 철망이 있는 것으로 봐서 군사시설이려니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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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악산이 이렇게 생겼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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벼랑을 따라서 난 길이 있어서 안전하게 둘러 볼 수가 있겠다. 그리고 그 아래를 보려면 반드시 유람선을 타야 한다는 것도 덤으로 깨달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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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을 매우 잘 만들어 놔서 언제라도 한 바퀴 돌면서 힐링을 할 수가 있는 멋진 코스임을 알겠다. 이렇게 멋진 풍경일 줄은 생각지 못했다. 그래서 구석구석 다 돌아봐야 하는 것이기도 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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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 끝에서 보니까 가파도의 풍경이 더욱 가깝게 다가온다. 400mm의 공덕이다. 아마도 청보리밭이려니 싶다. 가파도 청보리막걸리라는 이름을 어디에선가 봤지 싶어서였다. 그런데 청보리밭이 말이 되는 것인가? 그냥 보리밭이면 보리밭이지 무슨 청보리밭이람. 고창의 학원농장에서 청보리밭이라고 하는 바람에 아예 이름이 되어버린 것인지도 모를 일이다만, 그래도 보리밭이고 보리막걸리지 무슨 청보리막걸리는.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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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라도도 조금은 더 가까워보이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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풀밭에는 말들이 풀을 뜯고 있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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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들이 풀을 뜯고 있는 평화로운 풍경조차도 제주도에서나 볼 수가 있는 것이로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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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닥을 핥듯이 하고 있는 것은 새로 돋은 풀이 가장 맛이 좋은 까닭이겠거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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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쩐 일로 서쪽 암벽에는 굴을 뚫지 않았을까? 바빴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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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입제한이 연장되었구나. 그래 필요하다면 그렇게라도 해서 관리를 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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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처에 파놓은 굴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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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닷가에만 파 놓은 것이 아니었구나. 이것은 알뜨르 비행장을 지키는 것이 목적이었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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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인 : 어? 길이 막혔잖아요?
낭월 : 아닐 껴. 그냥 가봐.
화인 : 막힌 것으로 보이는데요. 잠겼어요.
낭월 : 그렇다면 월장해야지. 어쩌겠어.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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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인 : 아니, 싸부님은 이렇게 되었다는 것을 어떻게 아셨어요?
낭월 : 괜히 싸부겠느냐. 허허허~!
화인 : 왜 이렇게 만들어 놨죠?
낭월 : 그야 말이 빠져나기지 못하게 그랬겠지 뭐.
화인 : 정말이네요. 말은 길어서 못나가겠어요. 우와~!
낭월 : 우와는 뭘. 
화인 : 이걸 어떻게 아셨어요?
낭월 : 뭘 어떻게 알긴. 보니 알지.
화인 : 역시~! 싸부님은 싸부님이십니다. 호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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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웃고 떠들다가 걷다가 보니 입구까지 다 나온 모양이다. 꽤 괜찮은 코스로구나. 다음에 맑은 말에 다시 와야 하겠다는 것으로 점을 찍어 놓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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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내판이 큼직하게 잘 되어 있군. 왜 앞쪽 주차장에 세워놓지 않고 여기에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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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관광공사에서 헬기를 타고서 찍은 사진인 모양이다. 이렇게 보니까 송악산의 풍경이 제대로 보이니 좋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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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사이에 그림자가 길게 드리워진다. 하루 해가 저물고 있음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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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차장에 내려오니 농사지어서 장가를 가야 하겠다는 농부가 있었던 모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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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가 부지런히 자라서 장가를 가도록 빌었다. 이제 또 숙소를 찾아서 출발해야 할 시간이로구나. 저녁은 어제 저녁에 먹은 베트남식이 맛있었다면서 다시 가자고 해서 그대로 맡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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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시간은 가야 하는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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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몬스테라 자구라는 영업이 끝났더란다. 오늘 마련한 식재료가 모두 소진된 모양이로구나. 그렇다면 일단 귀가해서 쉬자고 하고 숙소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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맥주와 과자를 들면서 잠시 쉬고 있는데 호연이 짬뽕과 짜장을 포장해서 갖고 왔다. 그래서 편하게 저녁을 해결하고 이렇게 해서 오늘 하루의 일과도 성료(盛了)했다.

(여행은 계속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