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쇠의 마음

작성일
2007-09-10 18: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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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시 금의 마음도 인생에 견주어서 생각을 해보도록 한다. 金의 기운이 인생으로 따지면 중년을 넘어서 초로(初老)라고 볼 수 있겠다. 나이로 치면 50대라고 보자. 이 때에는 뭔가 일생동안 벌여놓은 일에 대한 결실을 생각하는 시기라고 생각된다. 학자의 길을 걸어왔다면 학문으로써 인정을 받을 시기가 될것이고, 사업가로써 살아왔다면 재물을 상당부분 모았을 수도 있겠다. 그리고 가정적으로도 자녀가 이미 성장을 하고 머지 않아서 결혼을 시킬 준비도 할 것으로 봐서 분명히 인생의 결실을 생각하는 시기라고 하겠다. 그러한 시기에 숙살지기인 金의 기운이 작용을 하는 것은 무슨 의미일까?

여기서 숙살지기(肅殺之氣)는 사방으로 벋어나가는 가지에 대한 작용을 억제시키는 힘이 아닐까 생각해본다. 나이 오십에 무슨 일을 새롭게 한다고 하면 말리고 싶어진다. 특히 대표적인 사람이 있는데, 바로 정년퇴직을 한 교사이다. 일생동안 교직에 종사하면서 사도(師道)의 길을 걸어온 선생님은 항상 재물에 대한 탐심을 통제하고 검소하게 살면서 언제나 후학들이 바르게 스스로 목적을 갖고 살아가도록 일생동안 목이 따갑게 이야기를 하면서 살아왔다.

이제 그 일이 나이에 밀려서 물러나게 되었고, 교육에 종사했다는 댓가로 얼마간의 퇴직금이 주어진다. 보통은 그렇게 일을 마치고서는 조용하게 시골의 전원생활에 젖어들어서 일생동안 연구하고 싶었던 많은 자료들을 정리하고 책으로 저술하면서 보내게 되는 것이 가장 아름답다고 본다.

그런데 어떤 선생님들은 갑자기 큰 돈이 손에 들어오자, 일생동안 넉넉하지 못한 박봉으로 가족들에게 항상 불편을 주었던 것에 대한 미안한 마음을 갖게 된다. 그래서 일생동안 교직자로써 인정을 받아왔던 것처럼 이제는 그 돈을 이용해서 재물로 인한 욕구를 채워보고 싶어진다. 안전하게만 굴린다면 아마도 상당히 재미있는 일이 생길런지도 모른다고 생각한다. 그리고서 사업가에게 의뢰를 한다. 역시 돈은 돈의 전문가에게 묻는것이 상책이기 때문이다.

그러면 사업가는 또 일생을 교단에서 고지식하게 바른 길로 살아가는 것만 이야기하던 선생님이라는 것을 전제로 하고서 사업조언을 해주면 참으로 철이 든 사업가일 것이다. 그렇지만 사업가는 돈의 냄새만 맡으면 죽었다가도 되살아난다. 그래서 이 선생님에게 돈을 두배 세배 열배로 뻥튀기 할 수 있는 방법을 입에 거품을 물고서 설명을 한다.

물론 사업가의 안목으로 열심히 이야기하는 것이다. 그리고 사업가가 볼 적에는 충분히 승산이 있다고 보기 때문에 열심히 이야기를 하는 것이지 선생님 망하도록 조언을 하지는 않는다. 그래서 선생님은 그 말을 진심으로 고맙게 생각하면서 사업가의 가르침에 따라서 돈을 투자하게 된다. 여기서 커다란 실수를 하고 마는 것이다. 그 사업가는 거래처에서 돈을 주지 않으면 얼음장도 놓고, 정 안되면 집달리를 시키던지 고소라도 하는것이 사업이라고 생각하겠는데, 이 선생님은 그렇게 어려움이 있을 줄은 생각도 하지 않는다. 그저 모두가 자신의 생각대로 인과의 법칙대로 하나하나 풀려나갈 것이라고 믿는 것이다.

사실 사업가의 말을 듣다 보면 정말로 금새 돈방석에 올라 앉을 것만 같은 것이 대단히 매력적이다. 사업가는 돈의 생리를 잘 알기 때문에 어떻게 하면 두배가 되고 세배고 된다는 점에 훤하지만 선생님이 생각하는 것처럼 그렇게 간단하게 순리로만 흘러서 돈이 모일 것이라고는 절대로 생각을 하지 않는다.

그렇지만 사업가는 처음으로 돈을 벌어보려고 나선 신출래기 사업후배에게 불길한 이야기는 하나도 하지 않는다. 그져 가장 잘 될수 있는 조언만을 하게 되는 것이다. 바로 여기에서 문제가 생기는 것이다. 사업가의 청사진만 믿고서 일생동안 받은 퇴직금을 모두 집어 넣고는 일을 시작하는데 처음에는 뭔가 될듯 하더니만 한가지 두가지 서서히 막히기 시작한다.

그러면 선생님은 다시 사업가를 찾아가서 어떻게 된 것인지에 대해서 자문을 구한다. 그러면 사업가는 당연히 돈을 주지 않는 거래처에는 강력하게 나가야 그 놈들이 돈을 준다고 방법을 일러준다. 그리고서 그 사업가가 시키는 대로 일을 한다면 성공을 할 확율도 있을 것이다. 그런데 문제는 사업가는 그렇게 할 수가 있어도 선생님은 그렇게 할 수가 없는 것이다. 그러니 퇴직금으로 시작한 사업은 보나마나 실패작으로 끝날 확율이 90% 이상이 되는 것이다.




이러한 예를 생각해 보건데, 선생님으로 일생을 보낸 학자는 늙으막에 사업을 벌이는 것은 금의 시기라는 하늘의 가르침을 이해하지 못했다고 보는 것이다. 이 숙살지기라는 것을 알았다면 어떻게 종자를 뿌리는 봄에나 계획을 새웠어야 할 일을 늙으막의 인생의 가을에 시작을 했겠는가 말이다.

이렇게 자연은 냉정하다. 인정도 사정도 없다. 자신이 인생의 결실을 생각할 나이가 되면 결실만을 생각하고 마무리에 대한 대비를 하는 것이 중요한 살림살이이다. 다시 새롭게 일을 꾸미는 것은 전혀 자연의 이치를 모르고 언제나 하면 되는 것으로 생각하는 철이 들든 사람들이 스스로 실수를 저질러 놓고는 결국 하늘만 원망하겠지만 하늘이 무슨 인정이 있겠는가?

노자(老子)의 도덕경(道德經)에 보면 그러한 말이 나온다. ‘神은 인간을 제사 지낼때 쓰는 짚으로 만든 인형처럼 대한다. 사람이 제사를 지낼 적에는 짚으로 사람을 만들어서 잘 모시고 있다가, 제사를 끝내고서는 길바닥에 버린다. 신도 필요할 적에는 인간을 사용을 하고는 필요가 없으면 그렇게 버린다. 신은 자비롭지도 무섭지도 않다. 그저 그렇게 자연의 섭리에 따라서 대할 뿐이다.

이렇게 자연의 섭리를 알고보면 나이 50에는 금의 기운을 받고 있는 인생이라는 단순한 진리를 알게 될 것이다. 그리고 그렇게 되는 것이 아마도 자신에게나 가족에게나 이웃에게나 좋은 일이 될런지도 모르겠다. 자연에 있어서의 금은 인생에 있어서는 이러한 법문을 설하는 것이다. 이것이 우리가 五行 중에서 金에 해당하는 영역에서 깊이 생각해볼 분야라고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