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9] 제22장. 연승점술관/ 18. 쥐띠에 깃든 의미(意味)
작성일
2020-08-10 04: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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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9] 제22장. 연승점술관(燕蠅占術館)
18. 쥐띠에 깃든 의미(意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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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심을 먹고 났을 때 마침 춘매를 찾아온 손님이 있어서 우창은 얼른 점술관으로 돌아와서 오전에 상담한 내용을 적어놓고는 다시 적천수를 꺼내놓고는 한줄 한줄 읽어가면서 공부하던 시절의 추억과 함께 지난 시절을 떠올려보는 여유로움을 즐겼다. 아무리 답답해도 서두르지 않고 진드감치 기다려주던 고월의 모습이 떠오르고, 열심히도 공부하겠다고 활발하게 뛰어다니던 자원의 모습이 겹친다. 그 시절의 시간은 적천수와 함께 밤하늘의 별이 되어서 영롱하게 빛나는 기억으로 자리를 잡았다는 것을 새삼스럽게 느꼈다.
의자에 비스듬히 기대어서 옛 추억에 잠겨있는데 춘매가 들어오는 소리가 들렸다. 오후의 차가 한 잔 생각난 모양인가 싶어서 물을 끓이는데 춘매의 말소리가 투덜투덜한다. 손님과 실랑이를 했던 모양이다.
“왜 그래? 누이의 안색이 안 좋은걸, 손님이 불편하게 했어?”
“에구~ 말도 마! 일껏 전신 안마를 해 줬는데 깎자고 하잖아. 더러워서 깎아줘서 보냈는데 다시는 보고 싶지 않은 놈이야.”
“그러면 선불로 받아야지.”
“선불? 다들 안마를 해 주고 나서 받는데 어떻게 나만 그럴 수가 있어. 그것도 분위기를 봐서 해야지 내 맘대로 안 돼. 치료한다고 생각하면 보람도 되고 좋은데, 봉사를 받을 요량으로 오는 손님에게는 미리 돈을 내라고 하기도 어렵단 말이야.”
“그런 것도 있겠구나. 그럼 일진이 안 좋으려니 하렴. 하하하~!”
“그 녀석의 눈빛이 흡사 생쥐 같더라니. 그래서 애초에 기분이 안 좋았어. 그래도 열심히 해 줬지. 손님이란 것이 이런 사람도 있고 저런 사람도 있으니까 말이야. 그런데 기어이 속을 뒤집어놓고 가잖아. 쳇~!”
“생쥐? 하하하~! 듣는 생쥐들이 기분 나쁘겠다.”
“그럴까? 생쥐도 귀가 있으면 들으려나? 참, 띠에 나오는 동물 이야기를 좀 들려줘 봐. 언젠가 물어보겠다고 하고서는 바빠서 또 잊어버렸네. 하필이면 열두 동물이 나오는 것을 보면 뭔가 깊은 뜻이 있을 것 같단 말이야.”
“깊은 뜻은 무슨, 아무런 상관이 없어. 그냥 표식일 따름이야. 말하자면 가게의 상호와 같은 거지. 내 집은 연승점술관이고, 누이 집은 양생안마소잖아. 그것과 같은 것으로 보면 되는 거야.”
“그러지 말아요. 무슨 이야기든 오빠의 혀끝을 거치게 되면 멋진 진리가 피어난단 말이야. 나중에 내가 누군가에게 사주를 봐주게 될 적에 써먹어야 할거 아냐? 오빠는 지고무상(至高無上)의 진리(眞理)를 멋지게 말할 수가 있으나 글눈이 짧은 나는 생쥐라도 팔아서 먹고살아야잖아. 그렇지?”
“아니, 가르쳐주는 공부나 열심히 하면 그 안에 모든 답이 있는데 왜 스스로 물러나는 마음을 갖는 거야. 그렇게 쓸데없는 것에 시간을 보내는 것보다 아까운 것이 또 어디 있다고. 하하~!”
“사실, 오늘은 화가 나서 공부가 안될 것 같아서 가볍게 동물타령이라도 듣고 싶어서 그러는 건데 정말 오빠의 눈치는 발바닥이네. 이따가 발바닥 안마라도 해 줘야겠네. 호호~!”
“그래? 공부하다가 너무 힘든 공부로 인해서 머리가 복잡해지면 잠시 그런 이야기도 하면서 쉬어가는 것이 반드시 나쁘기만 한 것은 아니니까. 하하~!”
“와우~! 잠깐, 가서 고구마라도 좀 깎아올게, 뭔가 먹으면서 이야기를 들어야 더 재미있지. 아니, 깎아주고 받은 돈이나마 있으니까 아예 만두라도 사 올까?”
“만두 좋겠다. 그럼 군만두를 사와. 난 차를 우려놓을 테니까.”
“그래 알았어. 얼른 다녀올게.”
그렇게 휭하니 나간 춘매가 잠시 후에 따끈따끈한 군만두를 사 들고 바쁘게 돌아왔다. 그사이에 차도 마련이 되어서 먹고 마시면서 한가로운 오후의 시간을 즐길 준비가 다 되었다.
“그럼, 오빠가 들러주는 쥐 법문을 경청하겠나이다~!”
“쥐 법문은 또 뭐야? 그냥 쥐 잡담이라고 하자. 법문이 쥐에 붙으니까 민망하잖아. 하하하~!”
“그건 또 무슨 말이래? 아무리 시덥잖은 이야기도 도인이 말하면 도담(道談)이 되고, 잡놈이 말하면 잡담(雜談)이 된다는 것 정도는 나도 알아.”
“참나, 못 말리겠군. 그래 알았다. 쥐 법문이다. 하하하~!”
“자년(子年)엔 왜 쥐띠라고 하게 된 것이야? 이렇게 물어야 잘 물었다고 소문이 나는 것이겠지?”
“그래 잘 물었다. 실은 띠의 동물은 연(年)에서 온 것이 아니라 월(月)에서 온 것으로 생각해 봤어.”
“그런 이야기는 어디에 나와?”
“아무 데도 안 나와.”
“그럼 오빠는 어떻게 알아?”
“그냥 앞뒤를 봐가면서 꿰어 맞춰보는 거지. 말이 되면 취하고 안 되면 버리면서 말이야.”
“와우~! 정말 대단하다. 그런 말을 들을 때마다 소름이 돋아. 어떻게 아무런 근거도 없는 곳에서 답을 찾는 건지 참 신기하잖아.”
“공법(空法)이야. 하하하~!”
“어? 공법은 또 뭐지?”
“며칠 전에 손헌 선생님이 말씀하셨잖아? 아무것도 없는 곳에서 답을 찾는 이치를 말이지. 정말 생각할수록 오묘하단 말이야.”
“아, 그랬구나. 어딘가에서 들어봤다고 생각은 했지만 역시 구슬이 아무리 많으면 뭘 해 꿸 줄을 모르는데, 오빠는 정말 대단해~!”
그러면서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우는 춘매를 보면서 우창은 기분이 좋아졌다. 말귀를 알아들어서 귀엽고, 하나라도 더 배우려고 하는 모습이 아름다웠다. 그렇게 소중한 시간을 함께하는 것에 대해서도 행복한 우창이었다.
“쥐는 자월(子月)에서 나온 거야.”
“왜 하필이면 추운 동짓달에 쥐가 나왔을까?”
“쥐는 겨울에 어디에서 살지?”
“그야 사람이 식량을 쌓아놓은 곳간에서 살잖아.”
“곳간은 언제 가득 채워지지?”
“술월(戌月)에 추수(秋收)를 하고 나면 들판의 모든 곡식들이 곳간으로 모두 들어가잖아.”
“그러니까 쥐에게 가장 행복한 시간은 언제일까?”
“아항~! 그래서 동짓달의 자월(子月)에 쥐가 들어가게 된 것이었구나. 와우~! 정말 앞뒤가 꼭 들어맞네. 신기하다. 그런데 왜 아무런 이치가 없다고 한 거야?”
“그게 무슨 도움이 되겠어? 그냥 말이 그렇다는 것일 따름이지.”
“아냐, 오히려 그런 것에서 더 많은 이치를 찾을 수도 있잖아. 신기한 이야기네. 그래서?”
“쥐는 겨우내 인간이 거둬들인 곡식을 파먹으면서 새끼들을 번식시키지. 그렇다면, 자월에 쥐를 넣은 것은 농부일까? 아니면 선비일까?”
“농부는 뙤약볕 아래에서 피땀을 흘리면서 수확한 곡식을 마구마구 먹어대는 쥐를 보면 때려죽이지 못해서 안달인데 띠에다 넣었을 리가 없잖아? 그렇다면 농사를 모르는 선비들이 넣었겠다. 그치?”
“아마도 그랬겠지? 그래서 열두 동물은 학자들의 붓끝에서 나왔겠다는 것을 짐작하게 되는 거야.”
“와~! 신기하다~! 역시 오빠에게 가면 무슨 이야기든지 신기한 마법처럼 생명력을 불어넣는단 말이야.”
“누이가 재미있어하니까 다행이네. 그런데 자(子)의 뜻이 뭐지?”
“자(子)는 아들자이니까 아들자잖아? 그러니까 자식을 의미하네. 쥐와 자식은 번식(繁殖)으로 서로 통하는 거지?”
“농부가 하절기에는 농사를 짓느라고 바쁘게 살았지만 한가로운 겨울에는 할 일이 뭐겠어?”
“아, 그래서 자식 농사는 자월에 짓게 되는 건가? 모처럼 한가롭게 여유를 즐긴다면 자식 농사도 중요하잖아? 옛날에는 자식이 많을수록 일손을 벌었으니까 자식이 재산이기도 했을 테니까.”
“오, 그건 또 어떻게 알지?”
“뭐 옛날까지 갈 것도 없어. 지금도 그러니까. 호호호~!”
“그렇다면 사람들의 생월(生月)을 조사해 보면 몇월에 태어난 사람들이 가장 많을까?”
“그건 또 무슨 말이야? 그걸 어떻게 알아?”
“생각해 보면 알지 뭘 어떻게 알긴. 하하하~!”
“가만, 그러니까 자월에 씨를 뿌린다면 열 달 후에 태어나니까, 술월(戌月)이 되겠네? 그러니까 술월이나 유월(酉月)에 태어나는 아이들은 모두가 자월 무렵에 농사를 지은 결과라는 말이지? 와우~! 재미있잖아. 호호호~!”
“재미있다니 다행이다. 자월에 뿌린 씨앗이 열 달을 채우고 태어나면 술월(戌月)이 될 것이고, 술월에는 가을걷이하여 먹을 것이 풍부하니까 자식을 키우기에도 적당하지 않을까? 그렇게 해서 쥐가 그 자리에 들어있었다는 것을 알았으면 되었지?”
“아니, 그게 다야? 뭔가 좀 허전한데. 더 해줘. 또 다른 쥐타령도 있잖아.”
“있기야 하지. 학자의 쥐타령도 들려줄까?”
“뭐가 되었든 다 좋아. 좀전의 쥐타령은 누구의 타령인데?”
“평민의 쥐타령이지 뭘. 그래서 누구나 다 알아들을 수가 있잖아. 그런데 선비의 쥐타령은 조금 수준이 있다고 해도 될지 모르겠군.”
“듣고 싶어. 어서 말해 줘봐. 내가 알아들으면 나도 선비의 반열(班列)에 들어간다고 할 수 있는 거네?”
“공자님과 관계가 있는 이야기야.”
“그러면 더욱 좋잖아, 곡부에 살면서 그 정도의 쥐타령은 알고 있어야지. 어서 이야기를 해줘.”
“실은 쥐타령이라기 보다는 자(子)타령이라고 해야겠지. 자는 씨앗이라는 뜻이 있잖아. 종자(種子)라고 하니까 말이야.”
“그렇네. 종자도 자(子)구나. 그러면 공자님은 공씨라서 공자인 거야?”
“당연하지. 그리고 공씨(孔氏)라고는 해도 공가(公家)라고는 하지 않아. 하하~!”
“그야 누구나 존칭으로 그렇게 말하는 거잖아. 오빠는 진씨(陳氏)잖아?”
“물론 남에게는 그렇게 말을 해도 되지만 스스로는 진씨라고 하면 남들이 웃는 거야. 스스로는 진가라고 해야지.”
“그야 공씨도 마찬가지잖아?”
“아니야. 공씨와 왕씨는 자신을 말할 적에도 씨를 붙이는 거야.”
“그런 것도 있었어? 놀랍네. 왜 그러지?”
“공씨는 공자의 은덕으로 공씨의 집안에 태어났으니 자신은 비록 공가이지만 조상의 은덕을 기려서 공씨라고 해야 하는 거야. 왕씨도 왕의 후손이라서 그렇게 말하는 것이고.”
“뭐야, 그렇게 따지면 모든 왕의 자손들은 다 그렇게 말해야 하잖아?”
“그런데 다른 성은 그렇게 하면 무례한 사람이 되는 거라네. 나도 그렇게 들었으니까 더 따지지 말고 그냥 공씨는 그렇게 말하는 것이라고만 알아두렴. 그러니까 행여 공씨(孔氏)를 만났을 적에 자신을 가리켜서 ‘공씨’라고 해도 무례하다고 비웃지 말라는 말이야. 하하~!”
“알았어, 좋은 것을 하나 배웠네. 호호호~!”
“선생을 자(子)라고 하는 것도 좋은 종자라는 뜻이야.”
“선생이 왜 종자야? 사람에게 종자라고 하는 것은 예의가 없는 거잖아?”
“종자는 누가 만든 거야?”
“그야 조상이 만든 거잖아.”
“그것도 맞는 말이기는 하지만 실은 신(神)이 만든 거야. 그러니까 종자라는 말의 뜻은 신격(神格)인 거지. 그런 정도로 자연의 이치를 깨달은 사람에게만 자(子)를 붙여주는 거야, 그래서 공자(孔子), 노자(老子), 장자(莊子), 황면노자(黃面老子) 등등의 성현들에게만 붙여주는 거야.”
“와우 그렇다면, 엄청나게 존경(尊敬)하는 뜻이 포함된 거네?”
“물론이지.”
“어, 잠깐! 노자는 들어봤지만 황면노자는 금시초문인데? 그런 성현도 있었어?”
“얼굴이 누른 어른이라는 뜻이잖아?”
“그런 사람이 어딧느냔 말이야.”
“왜 없어. 절간에 있지. 하하하~!”
“절간에 얼굴이 누른 어른이 살고 있다고?”
“나참 그런때는 왜 또 멍~할까?”
“아, 부처님을 말하는 거였어? 왠지 오빠에게 당한 기분이네. 호호호~!”
“또는 석자(釋子)라고도 해. 석씨니까.”
“와우~! 진자(陳子)님의 말씀이 가슴에 와 닿네.”
“뭐가 와 닿아?”
“진자님의 말씀이~!”
“그게 무슨 뚱딴지같은 말이야?”
“오빠도 훌륭한 스승이니까 당연히 진자지 뭐야. 호호호~!”
“아, 난 또 뭐라고, 그렇게 까불지 말고 공부에 집중하셔. 하하하~!”
“그런데 선생과 쥐는 연결이 안 되잖아?”
“쥐가 새끼를 많이 낳는 것처럼 스승은 제자들을 그렇게 많이 만드는 것으로 이해하면 되지 뭘.”
“아, 그렇구나. 그럼 춘매도 오빠의 자식인 거네?”
“열심히 공부하면 훌륭한 자식이고, 게으르면 불량한 자식이 되겠지? 하하~!”
“그러니까 자월에 쥐가 들어간 것은 자손의 번창과 제자의 번창으로 이해를 하면 되는 거네?”
“맞아, 그렇게만 알아둬도 되겠다.”
“뭐야, 재미있는 이야기나 심심풀이 삼아서 들으려고 했더니 결국은 또 공부하고 있잖아. 이게 뭐야~! 호호~!”
“그럼 선생이 하는 말이 어디 가겠어? 할 수가 없지. 게는 옆으로 걸을 수밖에 없다는 것을 인정해야지. 하하~!”
“자월(子月)의 지장간(支藏干)에는 계수(癸水)가 있잖아? 이것과 연결해서 설명해 줄 수도 있지 않을까?”
“아, 좋은 말이구나. 자월(子月)은 한해가 시작되는 의미도 있잖아? 아들은 한 가문의 새로운 세대(世代)가 시작된다는 의미도 있는 것으로 보면 이것도 연결을 시켜 볼 수가 있겠네.”
“그러니까 쥐와 연결되는 이야기보다는 자(子)와 연결되는 이야기가 훨씬 많은 거네?”
“당연하지. 쥐의 이야기는 그냥 모르는 사람들에게 간단히 들려주는 우화(寓話)라고 봐야 할 테니까. 학자들 간에 나눌 말은 못 되는 셈이지. 하하하~!”
“자월(子月)의 동지(冬至)는 한 해가 시작되는 의미도 있는데 자(子)의 자녀가 가정에 희망을 주는 것과 연결해서 생각하는 것은 괜찮네. 그리고 자월(子月)을 생각하면 자시(子時)도 떠오르는데 여기에 대해서는 설명해 줄 이야기가 없어?”
“자시라....”
우창이 잠시 생각하더니 말했다.
“혹 야자시(夜子時)라고는 들어봤어?”
“들어봤어. 자정(子正)을 기준으로 이전(以前)은 야자시(夜子時)이고 이후(以後)는 다음날의 조자시(朝子時)가 되는 것을 말하는 것이잖아? 그래서 자시(子時)도 하루의 시작이 된다는 의미이니까 자월과 완전히 같은 의미가 되는 것이었네?”
“맞아, 그래서 십이월(十二月)과 십이시(十二時)를 같은 의미로 놓고서 1년은 12개월로 대입하고, 일일은 12시로 대입하는 것이지. 누이가 잘 이해했어.”
“그건 쥐와 연결시켜서 생각하면 안 될까?”
“그거라니? 하루의 자시(子時)를 말하는 거야?”
“응,”
“까짓거 안 될 것도 없지 뭘, 쥐는 밤에 잠을 자지 않고 돌아다녀. 야행성(夜行性)이라서 그렇다더군.”
“아하~! 맞아 옛날 고향에서 저녁에 자려고 누웠으면 천정에서 쥐들이 말달리기를 하곤 했어. 그래서 아버지가 일어나서 막대기로 툭툭치면 잠시 조용해졌다가는 또 소란을 피우곤 했던 기억이 나네.”
“그러니까 한밤중에 잠을 못 자게 하는 녀석들이라서 그 시간을 쥐의 시간으로 정했는지도 모를 일이지. 하하~!”
“아, 오빠의 표정을 봐하니 신빙성(信憑性)은 없다는 말이구나 그치?”
“그야 물론이지. 그냥 전혀 엉터리라고는 못할 정도의 말이라고 보면 되겠네. 그렇지? 하하~!”
“그래도 좋아. 글자를 풀이해주면 안 되나? 오빠의 글자 풀이도 참 재미있는데 말이야.”
“아, 그것도 해 볼까? 자(子)는 무슨 글자의 조합이지?”
“료(了)와 일(一)의 조합을 말하는 거야?”
“그렇지. 료의 뜻이 뭘까?”
“마칠료(了)잖아? 일을 마치거나 뭔가를 마무리한다는 뜻이겠지? 아마도 완료(完了)가 잘 어울릴 것 같은데?”
“맞아. 일을 마친 것이 료(了)야, 그러니까 자월(子月)에는 한[一] 해의 농사를 마쳤으니까[了] 자가 맞지? 그리고 료(了)도 두 개의 글자야. 그것은 몰랐어?”
“그게 두 개의 글자야? 어떻게 읽어야 하는 글자이지?”
우창이 춘매의 이해를 돕기 위해서 자(子)를 풀어서 썼다.
“위에 있는 것은 구결자(口訣字) 야(乛)인데 뜻은 탐구하거나 탐색하는 것을 의미하지.”
“그것도 글자였다는 것이 참 신기하네. 탐색한다면 학자가 어울리잖아?”
“그리고 갈고리궐(亅)이니까 탐구해서 갈고리로 끌어당기는 것이지. 그러니까 마칠료(了)가 되어서 일을 마치게 되는데, 완전히 마친 것이 아니고 한 번[一]마쳤고 다시 새로운 하루와 한 해가 시작되니까 한일(一)이 있는 것으로 봐야 할 거야. 자식으로 본다면, 한 대를 마치고 다시 새로운 세대(世代)로 전해진다고 봐도 되지 않을까 싶네.”
“참 복잡하다. 괜히 물었나 싶기도 하고. 호호호~!”
우창이 춘매가 어리둥절하는 것을 보면서 잠시 기다렸다가 말을 이었다.
“그리고 그 일 중에서 한 가지를 마치면 비로소 자(子)가 되는 거지. 다시 말하면 한가지의 일을 마친 사람이 자(子)가 되는 거야.”
“그렇다면, 공자님은 한 가지 일을 마친 분이라는 뜻이네? 와우~! 이건 훨씬 낫다. 그럴싸하잖아.”
“춘매도 한 가지 일을 마치면 춘자(春子)가 되는 거지.”
“춘자라니? 오빠는 아직 내 이름도 몰라?”
“언제 말을 해 줬나?”
“그랬구나. 겨울 한 철을 같이 지냈으면서도 춘매의 이름도 안 알려줬네. 참 내.”
“난 성이 춘(春)이고 이름이 매(梅)인 줄로만 알고 있었는걸.”
“참 무심한 오빠셔. 내 이름은 왕혜연(王惠燕)이야. 기억해 줘.”
“어? 왕씨네. 이름은 무슨 뜻이라고 들었어?”
“왕은 조상님이 주신 거고, 혜(惠)는 은혜(恩惠)이고, 연(蓮)은 제비연이니까 나도 모르지 오빠가 멋진 설명을 좀 붙여 줘봐.”
“음, 연승점술관의 인연이 우연만은 아니었구나.”
“엉? 왜? 무슨 뜻이야?”
“제비의 둥지를 찾아 들은 나그네였으니까 말이야. 하하하~!”
“어? 그러고 보니까 정말 그렇게도 말이 되네. 재미있어. 호호호~!”
“과연 춘매에게 잘 어울리는 이름이구나.”
“왜? 무슨 뜻인데?”
“혜(惠)는 은혜이니까, 남에게 정성을 다해서 베푸는 의미가 있는 거야. 그래서 전(專)과 심(心)으로 결합이 되었지. 성심(誠心)으로 남에게 베푸는 것이 혜(惠)이고 그래서 은혜는 남에게 베풀어서 감동하는 것이지.”
“그럼 평생 베풀기만 하다가 가는 건가?”
“물론이지. 그것이야말로 자연의 마음이니까.”
“듣고 보니까 나쁜 것은 아니었구나. 그럼 연(燕)은?”
“연은 제비니까 계절을 잘 알고 살아가는 철새이니까 지혜로운 사람이라는 뜻도 되지만, 농부가 애써서 가꾼 농장물에 해충이 달려드는 것을 잡아먹으면서 새끼도 키우는 익조(益鳥)이기도 하니까 참으로 아름다운 여인이라는 뜻이 아니고 무엇이겠어.”
“정말? 그랬으면 좋겠다. 호호호~!”
“그러면 누이는 왕자(王子)가 되는구나. 왕자는 결국 왕이 될 것이니 학문의 세계에서 천하통일을 이루소서~!”
“놀리지 말아. 그래도 마음만은 한 가지 일을 멋지게 마무리하고 싶기는 해.”
“당연하지. 반드시 그렇게 될 거야.”
“근데, 쥐타령을 하다가 결국은 이름 풀이까지 했네. 오빠랑 이야기하다가 보면 어디로 튈지 모른다니깐. 그래서 항상 흥미진진(興味津津)하단 말이야.”
우창은 진심으로 좋아하는 춘매를 바라보는 것이 참 좋았다. 항상 생동감(生動感)이 넘치는 모습에서 활력(活力)을 느끼는 것도 같았지만, 무엇보다도 한 여인에게 나눠줄 것이 있다는 것이, 고마울 따름이기도 했다.
“오빠, 소의 이야기는 저녁을 먹고나서 들려줘. 잠시 다녀올 데가 있어서 이만 나가봐야 하겠네.”
“아, 출장이 있구나. 그래 다녀와.”
춘매가 나가고 혼자가 된 우창은 잠시 산책길에 나섰다. 따사로운 햇살에 반짝이면서 흩날리는 매화꽃 잎이 눈처럼 하늘을 맴돌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