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4] 제22장. 연승점술관/ 3.대부호(大富豪)의 팔자 구경

작성일
2020-05-25 04: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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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234] 제22장. 연승점술관(燕蠅占術館)


 

3. 대부호(大富豪)의 팔자 구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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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사이에 해가 기울어서 골목에도 어둠이 사뿐히 내려앉는다. 이야기에 취해서 시간이 흐르는 줄도 모르고 있던 춘매는 비로소 저녁을 먹을 때가 되었다는 것을 알고는 자리에서 일어나면서 말했다.

“오빠, 이야기를 듣다가 보니까 저녁을 먹을 시간이네. 얼른 가서 만두라도 좀 사 올까 싶은데. 찻물이나 얹어놔. 무슨 만두를 먹고 싶어?”

“난 소롱포(小籠包)가 당기는걸.”

“알았어, 얼른 다녀올테니 쉬고 있어.”

잠시 후, 찻물이 끓기 시작하자 춘매가 부리나케 돌아왔다. 우창이 먹을 소로포와 자신이 먹을 군만두를 사들고 왔다. 밖에는 눈이 내리는지 머리에는 눈이 쌓였다. 폭설이다.

“눈이 내리나 보구나.”

“응, 내일은 경치가 참 좋겠네. 어서 들어. 따끈따끈한 것을 사 왔어.”

“그래, 차는 무슨 차를 줄까?”

“오늘은 구수한 철관음(鐵觀音)이 좋겠다.”

두 사람은 철관음 차를 앞에 놓고 만두로 저녁을 해결했다. 춘매는 얼른 나가서 영업이 끝났다는 팻말을 걸고 돌아왔다. 오늘은 아예 공부나 하려는 작정이었던 모양이다. 그렇게 간단한 저녁을 해결하고 나자 바로 우창의 앞에 당겨 앉았다.

“오빠, 또 물어봐야겠네. 재물복 말이야. 사람이 재물 복을 타고났다는 것은 팔자의 무엇을 보고 말하는 거야?”

“오늘 누이가 제대로 끝장을 볼 모양이구나. 아무래도 오늘 잠자기는 다 틀린 것 같군. 하하하~!”

“오빠는 내가 물으면 그렇게 좋아하더라. 그러니까 자꾸 더 묻고 싶어져. 오빠의 음성으로 설명을 듣고 있으면 꿈을 꾸고 있는 것 같거든. 헤헤~!”

“그래라, 까짓거 누이가 궁금한 것을 물어주는데 내가 즐거워하지 않을 이유가 없잖아.”

“사주에서 재성(財星)이 희용신이면 찾아 먹는 재물이라고 했잖아? 그럼 희용신을 모르면 어떻게 해석을 할 수가 있지?”

“없지.”

“그래서 용신을 꼭 알아야 하는 거구나.”

“용신을 모르면 십성으로 판단하게 되고, 그렇게 되면 이 사람과 같은 해석을 할 수밖에 없는 거야.”

그러면서 우창이 다시 낮에 춘매와 이야기를 나눴던 사주를 적어서 가운데에 놓자 춘매가 다시 생각한 것을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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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니까 임술(壬戌), 갑진(甲辰), 을사(乙巳), 계미(癸未)의 사주에서, 오빠가 해 준 이야기를 다시 생각하고 보니까, 이 사람은 십성으로만 보면 재성이 넷이나 되므로 매우 큰 부자라고 해석을 할 수가 있다는 거네? 더구나 사화(巳火)가 화생토(火生土)를 하는 것도 보태면 거부가 된다는 말도 할 수가 있겠구나.”

“그래서 십성만으로 판단하게 되면 이러한 해석이 되는 거야. 다만 심리적으로 본다면 이해는 되지. 사주에 재성이 많으니 마음도 그것을 취하고자 하는 간절함이 매우 커지게 될 수도 있으니까.”

“그 마음을 고칠 수는 없나?”

“왜 없어.”

“그럼 팔자를 고칠 수가 있는 거야? 어떻게?”

“스스로 자신의 능력과 한계를 잘 알아서 마음을 다스리는 명상(瞑想)도 하고, 그렇게 해서 소중하다고 생각했던 재물이 실은 부질없음을 사무쳐 깨달으면 되지.”

“결국은 도를 닦으란 말이네?”

“탐욕(貪慾)의 마음을 고치는 것은 재물이 아니라 마음이니까.”

“이해는 되네. 그럼 자식에게 재물을 물려줘도 자식이 그것을 지닐 그릇이 안 되면 어떻게 되는 거야?”

“자식에게 재물을 물려주기 위해서 고생하면서 돈을 모았다면 그것은 자신의 복으로 모은 것이 아니고, 자식에게 빚을 갚기 위해서 자신을 위해서는 마음대로 써보지도 못하고 모아서 돌려준 것으로 봐야지. 비록 스스로 모은 재물이라고 할지라도 자기가 쓰지 않거나 못 쓰는 돈은 결국 자기의 몫이 아닐 테니까 말이야.”

우창의 말을 곰곰 듣고 있던 춘매가 말했다.

“우선 듣기에는 무척 매정한 말로 들리는데, 곰곰 생각해 보니까 그 말이 맞는 것 같네. 내 고향에서도 대단히 큰 부자가 있었는데 하나밖에 없는 아들에게 전 재산을 물려주고 죽었어. 그런데 그 아들이 노름과 방탕(放蕩)으로 다 날려버리고 거지가 된 것을 봤어. 이야기를 듣다가 보니까 문득 생각이 나네. 사람들이 말하기를, 그 부친은 생전에 고리대금(高利貸金)으로 가난한 사람들의 고혈(膏血)을 빨아서 쌓은 재물이라고 비난(非難)했다는데 결국은 2대도 가지 못하고 다 없어졌다는 거야. ‘나쁜 짓을 해서 모은 재물이라서 그렇게 되었다’고들 수군대곤 했어.”

“그럴 수도 있지만, 그렇게 나쁜 짓으로 재물을 모으지 않았다고 하더라도 결국은 저마다의 그릇대로 흘러 다니는 것뿐이야. 물이 그릇을 옮겨 다니듯이 말이야.”

“와~! 오빠의 이야기가 마치 절에 가서 스님에게 법문을 듣는 것 같기도 해. 어쩜 그렇게 귀에 쏙쏙 잘 들어오는지. 참 신기하네.”

“그야 내가 설명하는 것과 설명을 듣는 누이의 마음이 서로 부합이 되어서이지. 맷돌이 위짝과 아래짝이 꼭 맞는 것과 같다고나 할까?”

“그런데 재물이 물과 같다는 것은 또 무슨 의미야?”

“물을 먹지 않고도 살 수가 있을까?”

“불가능하지. 마찬가지로 재물이 없으면 삶이 고통스러운 것으로 이해를 하면 되는 거야?”

“물론. 가령 7일을 물 한 모금 못 마신 사람이 물을 마신다면, 얼마나 마실 수 있을까? ”

“ 아무리 이레 동안 물 한 모금 마시지 못했다고 해도 한꺼번에 마실 수가 있는 것은 한정이 있는 것이잖아. 많이 마셔도 두되 이상이야 마시겠어?”

“맞아.”

“그러니까 재물이 소중해도. 목마를 적에 마시는 물보다 더 많은 것은 의미가 없다는 뜻이야?”

“그렇지.”

“내 고향의 그 부자는 가족을 위해서는 땡전 한 푼도 쓰지 않았다더라. 오로지 금고에 열심히 모으기만 했다지.”

“그건 자기의 재물이 아니어서 쓸 수가 없었던 거지.”

“그럼 남의 돈이라도 펑펑 쓰면 그게 내거네?”

“물론 갚아야 한다는 것을 제외한다면 같은 말이야.”

“그야 하나마나한 말이네. 호호~!”

“당연한 건데 뭘?”

“알아요. 안다고~! 그런데 말이야.”

“그래. 무슨 말을 하려고?”

“궁금한 것이 생겨서 말이야. 그 부자가 자식에게 재물을 안 물려줄 방법은 없었을까? 자식이 모두 흩어버릴 것이라는 이야기를 누군가 해 줬을 수도 있잖아?”

“아마도 자식이 돈을 다 써버린 것은 부친의 탓일 수도 있어. 쓰고 싶은데 못쓰게 했으니 그것이 마음에 쌓여서 부친에게 복수한 셈이라고 봐야 할 테니까.”

“그렇다면 복수는 제대로 한 것이 맞네. 호호~!”

“인간의 감정이란 그렇게 어린아이와 같아서 걷잡을 수가 없이 소용돌이에 휘말리기도 하니까.”

“그럼 그 부자는 어떻게 했어야 잘한 것이었을까? 방법이 전혀 없었을까?”

“누이가 또 옛날에 있었던 이야기를 하나를 청하는구나. 하하하~!”

“오호~! 옛날이야기도 있었어? 좋아~!”

춘매는 손뼉을 치면서 좋아했다. 그것을 보고 우창도 빙그레 미소를 짓고는 이야기를 들려줬다.

“옛날에 부호(富豪)가 살면서 항상 빈병걸인(貧病乞人)을 만나면 발을 벗고 도왔더란다. 그러자 모든사람들이 그를 자비 보살이라고 찬탄을 했지. 그런데 특이한 점은, 항상 뭘 베풀면 이름을 덧붙였는데 그 이름은 아들의 이름이었더란다. 그러니까 자기의 제물을 아들의 이름으로 봉사했던 셈이지.”

“어머나, 왜?”

“옛날에 어느 관상의 명인을 만나서 아들의 관상을 부탁했더니 재산을 모두 탕진하고 굶어 죽을 관상이라고 하더라는 거야. 그 말을 듣고는 잠을 이룰 수가 없어서 다시 찾아가서 어떻게 하면 아들이 굶어 죽는 것은 면할 수가 있느냐고 물었더란다.”

“아하~! 그래서 아들 이름으로 좋은 일을 많이 하면 나중에 아버지가 없을 적에 그 공으로 아들에게 사람들이 먹을 것을 가져다주게 될 것이고 그래서 굶어 죽는 것은 면할 테니까 그렇게 했단 말인 거지?”

“어? 더 말을 하지 않아도 되겠어?”

“뭐, 대충 들어보니까 딱 그 이야기네. 그렇게나 운명의 힘이 대단한 거였어? 결국은 주어진 숙명을 노력으로 개선해서 환경을 만들어 줬다는 이야기네? 교훈이 될만한 이야기인걸. 재미있어. 결국, 재물은 한 대접의 물과 같다는 말이 참 인상적이네. 그렇게 아등바등하면서 평생을 쌓아놓을 필요가 없다는 것을 한방에 깨닫게 해주니까 말이야.”

춘매가 이야기의 결론까지 내려버리자 우창도 더 설명할 필요가 없었다. 의미만 전달되었다면 이야기는 이미 그 일을 다 한 셈이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팔자에서는 빚을 지고 태어난 것으로 해석되는 사주라서, 기구신의 재성인 사주이면서도 부유하게 잘살았던 사람은 없을까? 팔자대로만 사는 것이 아니라면 그런 사람도 있지 싶어서 궁금해졌어.”

“있지.”

“정말? 어떤 사람이야? 역시 오빠도 그런 생각을 하고 자료를 찾아봤던가 보네?”

우창은 비망록을 뒤적여서 언젠가 들었던 사주를 하나 찾아서 적었다. 그의 이름은 발계추(勃桂樞:빌게이츠)였다. 재물로 논한다면 석숭(石崇)과 맞먹거나 그보다 더 부유했을 정도라고 하니까 천하제일의 갑부(甲富)라고 할만했다. 천하제일의 갑부라고 하니까 춘매도 관심이 동했는지 우창이 적어놓은 사주를 열심히 들여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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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사주는 을미(乙未), 병술(丙戌), 임술(壬戌), 경술(庚戌)이니까, 술월임수(戌月壬水)네? 매우 약한 사주잖아? 그러면 재성은 기구신(忌仇神)에 해당이 되어서 굶어 죽지 않으면 다행이라고 해야 하는 거지?”

“맞아.”

“용신은 뭐가 되나? 시간(時干)의 경금(庚金)이라야 할까?”

“용신을 보기도 쉽지? 잘 봤어. 용신격(用神格)으로는 살중용인격(殺重用印格)이 되는 셈이지만 지지(地支)에 전부가 관살(官殺)이라서 삶도 무척 분주하고 남을 위해서 봉사를 많이 하고 살아야 할 고단한 명(命)이라고 해야 하겠지.”

“이해가 되네. 다행인 것은 시를 잘 타고 난 것이라고 해야지? 젊어서는 고생도 많이 하고 생불여사(生不如死)라고 하겠지만 늙어서는 안정된 삶을 누릴 수가 있다고 해석하면 되겠네. 맞아?”

“그래.”

“그러면 기도를 열심히 하면 밥은 굶지 않는다고 해석을 해야 하겠네. 시간(時干)은 종교궁(宗敎宮)이라고 했으니까. 맞지?”

“맞아.”

“그렇다면 발(勃)씨는 일평생 빚을 갚다가 말년에서야 겨우 안정이 되는 사주를 타고났는데 그렇게도 큰 부자가 되었다는 것은 맞지 않는 거잖아?”

“당연하지.”

“아니, 그렇게 태연자약(泰然自若)하게 ‘당연하지’라고 해서 될 일이 아니잖아? 오빠가 궁리하는 방법에 문제는 없는지도 생각해 봐야 하는 거잖아?”

“그럴까? 사주의 풀이가 맞지 않을 때마다 이론을 고쳐야 한다면 애초에 그러한 공부는 집어치워야 하지 않을까?”

“맞아, 그러니까 오빠의 풀이를 들어봐야지. 이런 사주는 어떻게 해석을 해야 하는 거야? 정말 궁금하다. 설마하니 오빠가 아전인수(我田引水)로 자기 마음에 맞게 꾸미지는 않을 테니까 말이야. 호호~!”

“우선 다른 학자들이 남긴 주석을 볼까?”

“아, 그것도 재미있겠다. 워낙 유명한 부호였으니까 많은 운명가의 공부할 거리가 되었겠네. 어떻게 보고 해석한 거지?”

“첫째, 견강부회(牽强附會)형이 있어. 그 사람이 부자인 것은 분명하고, 사주의 일상적인 해석으로는 아무리 봐도 답이 나오지 않는 거야. 그러면 그 사람의 삶에다가 이론을 개조(改造)해서 끌어 붙이는 거지.”

“엉? 무슨 말이야? 언뜻 이해가 안 되는걸. 좀 쉽게 풀어서 설명을 해줘야지.”

“지지(地支)의 사고(四庫)는 알지?”

“그건 배웠으니까 알지, 진(辰)은 수고(水庫), 술(戌)은 화고(火庫), 축(丑)은 금고(金庫), 미(未)는 목고(木庫)를 말하는 것이 맞지?”

“그래 잘 기억했네. 그렇다면, 발씨의 사주는 무슨 고(庫)가 보여?”

“목고(木庫) 하나랑 화고(火庫) 세 개가 보이네. 그러고 보니 온통 고가 가득하잖아? 그것도 특이한 사주인 거지?”

“그냥 사주인 거지 무슨 단서(端緖)를 붙여서 특이하다고 할 필요는 없다고 봐. 그렇게 하다가 보면 온통 특이한 사주투성이가 되어서 나중에는 정작 특이한 사주가 없어질지도 몰라.”

“아, 알았어. 분별심(分別心)을 버리란 말이지? 난 또 대부호(大富豪)의 사주라기에 뭔가 특별하게 해석하는 방법이 있는 것인 줄 알았지. 호호~!”

“반전무인(盤前無人)이라는 말이 있어.”

“뭔 말이야?”

“바둑은 알아?”

“그야 둘 줄은 몰라도 바둑이 뭔진 알아.”

“바둑을 두려면 몇 사람이 필요하지?”

“두 사람이 마주 앉아서 두는 거잖아?”

“맞아, 그러니까 두 사람이 필요하겠지?”

“당연하지~!”

“바둑을 두는데, 마주 앉은 사람이 장군(將軍)이나 재상(宰相)이거나 심지어 대왕(大王)이라고 해봐. 마음이 어떨까?”

“그야 아무래도 긴장할 수 밖에 없겠지.”

“만약에 아이랑 바둑을 둔다면?”

“마음이 편하지 않을까?”

“그렇게 생각이 든다면 반전유인(盤前有人)이 되겠지?”

“아 알았다~! 그러니까 앞에 마주한 사람이 재상(宰相)이든, 어린아이든 구분을 두지 말고 바둑에 임하라는 뜻이구나 그치?”

“그래 잘 이해했군.”

“그런데, 갑자기 뜬금없잖아? 그 이야기는 왜 하는 거야?”

“난, 명전무인(命前無人)을 말하고 싶은 거지. 사주의 주인공이 부호든 걸인이든 괘념(掛念)치 말고 오로지 사주의 네 기둥에서 답을 찾아야 한다는 이야기지.”

“오~ 그러니까, 오빠의 말은 왕은 왕의 사주를 타고났을 것이라는 선입견(先入見)으로 풀이를 하면 안 된다는 것이구나? 마찬가지로 부호의 사주라는 선입견으로 보게 되면 올바른 판단을 하지 못하게 된다는 이야기인 것이지?”

“맞아.”

“그러니까 첫 번째로 본 학자는 발씨가 부호라는 것을 알고서 그에 맞는 해답을 찾아서 해석했다는 것이네?”

“그야말로 ‘진시황의 송곳’인 거지. 아니 송곳은 한 번이라도 제대로 사용을 했으니 그만도 못한 것이로군.”

“오빠는 참 아는 것도 많아. 진시황의 송곳은 뭐야? 황제의 송곳은 황금으로 만들었나?”

“그게 아니라, 만리장성(萬里長城)을 쌓으면서 돌을 실어나르던 수레가 굉장하게 컸기 때문에, 한번 고장이 나면 그것을 고치는데 보통의 송곳으로는 불가능하니까 특별히 큰 송곳을 만들었던 거야. 그런데 장성을 다 쌓고 나니 수레도 필요 없어지고, 수레가 필요 없으니 송곳도 자연히 없어진 것이지.”

“난 또 뭐라고, 별 이야기도 아니네. 쳇. 그래서 어떻게 해석한 거야?”

“견강부회형은 사주의 어딘가에서 재물이 많은 것을 찾아야만 했어. 그래야 자신이 평생을 목숨 걸고 연마한 학문이 쓸모가 없다는 혐의를 받지 않을 테니까 말이지.”

“이해가 되네. 그래서 찾았어?”

“재고(財庫)를 찾아냈지. 몇 개야?”

“재고는 또 뭐야? 재물창고란 말이야? 참 좋은 말이네.”

“일간(日干)이 임수(壬水)면 재성의 오행(五行)은 뭐지?”

“수극화(水剋火)잖아? 그러니까 화(火)가 재성이지. 가만, 그럼 화고를 재고라고 하는 거였어?”

“옳지, 점점 말귀를 이해하는 속도가 빨라지고 있군.”

“이야기를 듣는 사이에 정리되는 것도 있으니 참 좋아.”

“그래 사주에는 재물창고가 많은가?”

“가만... 술토(戌土)가 재고네? 그렇다면 세 글자나 되잖아? 엄청나게 많은 거네. 와우~ 그래서 부호가 될 팔자였구나.”

“뭐래? 누이조차 왜 이러나. 하하~!”

“아 참, 견강부회형의 언설(言說)에 휘말릴 뻔했잖아. 그런데 이 사주의 용신은 금(金)이 되는 거잖아? 금이 용신이면 화(火)는 기신(忌神)에 해당하는데 기신의 창고가 셋이나 있다는 것은 평생 갚아도 다 갚지 못할 빚으로 봐야 하는 거잖아? 이건 오빠가 늘 이야기하던 거였는데 이게 문제네?”

“문제는 무슨 문제? 중요한 것은 이렇게 부호가 된 이유를 찾다가 재고를 들고 나왔다는 것이고, 그것이야말로 견강부회라는 말인 거야.”

“그렇구나. 이해했어. 그렇다면 견강부회로 재고를 셋이나 갖고 있어서 부호가 되었다는 것도 학문으로 본다면 어불성설(語不成說)이란 거지?”

“그래, 잘 이해했어. 다음으로 ‘오만핑계’형이라고 하는 형태가 있지.”

“오만핑계형이라니? 그런 말도 있나? 견강부회처럼 멋진 말로 해주면 좋을 텐데. 내가 너무 겉멋만 들었지? 호호~!”

“그게 누이의 맘에 들지 않는다면, ‘오만구실(五萬口實)’형이라고 할까? 핑곗거리로 삼을 구실이 오만가지는 된다는 것이고, 그렇게 네 탓을 하는 것에 능숙한 사람이라고 할 수 있을 테니까.”

“아주 쉬워. 오만구실형. 근데 맛은 오만핑계형이 더 낫다. 그냥 오만핑계형으로 해. 그래서? 무슨 핑계를 대는 거야? 그게 궁금해.”

“핑계를 대려고 들면 어디 한두 가지겠어? 관상이 부호의 상이라서 그렇게 되었을 거라는 이야기부터 시작해서, 조상의 산소가 명당일 거라는 것, 부모가 많은 것을 물려 줘서 일게다, 거주하는 집이 복터라서 일 거다. 마음을 선하게 잘 써서 일게다, 불보살이 보우하셔서 일게다 등등 이루 말을 할 수가 없을 정도로 핑곗거리는 넘쳐나지.”

“와우~! 그런 것도 있었구나. 미처 생각지도 못했던 이야기네. 너무 재미있어. 그래서 사주가 찾지 못한 부호의 이유는 그런 것에서 영향을 받았을 것이라고 하는구나. 그래도 명리학에 대한 충성도는 알아줘야겠네. 호호~!”

“그건 ‘충성도(忠誠度)’라고 쓰고, ‘비겁(卑怯)함’이라고 읽는 거야.”

“아, 그렇게 보면 되겠구나.”

“오만핑계형에 대해서 이해가 잘 되었어?”

“고마워 오빠, 귀찮게 생각하지 않고 열심히 전수해 주려고 애쓰는 마음이 느껴져서 내 삶을 통틀어서 이보다 행복했던 적은 없었어.”

“갑자기 뭔 뚱딴지같은 소릴.”

“그냥 말하고 싶었지. 호호~!”

“오만핑계형은 언뜻 봐서는 자신의 학문에 상처를 주지 않는 것으로 보이지만, 막상 속을 들여다보면 학문에 대한 자긍심(自矜心)이 많이 부족하다는 것을 그대로 보여줄 뿐이지.”

“그럼 오빠는 무슨 형이야?”

“굳이 말하자면 ‘학문일관(學問一貫)’형이라고 할 수 있겠지.”

“학문일관형이라면, 오직 학문으로 풀이하고 다른 이유는 찾지 않는다는 뜻인 거야? 문제는 지금 학문적으로 풀이해서 이론과 현실이 부합되지 않는 것에서 발생하고 있는데도? 남들이 보면 그냥 고집을 피우는 것으로밖에 보이지 않을 것 같은데?”

“당연하지.”

“뭐가 당연해? 오빠의 고집만 당연해 보이네. 호호~!”

“내가 이미 말하지 않았던가? 팔자 외에 영향을 미치는 것이 있다고 했잖아? 그게 당연하다는 거야.”

“그니깐 말이야, 그게 오만핑계형하고 뭐가 다르냐고. 내가 듣기엔 같아 보이는데?”

“그렇게 들려? ‘난 몰라’라고 하는 것과, ‘그건 풍수 때문이야’라고 하는 것이 같단 말이지?”

“그것하고는 다르네. 그렇지만.....”

“다시 설명해 볼게. 의원이 환자를 진찰하는데 자신의 경험과 의술로는 도저히 알 수가 없는 거야. 그때 어떻게 말을 할 것인지를 생각해 보자고. ‘난 모르는 병이오.’라고 하는 것과, ‘이 병은 물이 솟는 곳에 아버지의 묘를 써서 그런 거야 그러니까 이장을 해야 나을 수 있는 병이오.’라고 하는 것은 어때? 이해가 될까?”

“역시~~!! 오빠는 비유의 달인(達人)이야. 그렇게 설명을 해주니까 그 차이가 뚜렷하게 드러나네. 그러니까 솔직하게 모른다고 말을 하는 것과 이런저런 이유를 대는 것의 차이구나. 그치?”

“옳지, 이제 이해가 잘 되었구나. 맞아.”

“그렇다면 의문이 또 생기는 것이, 오빠 생각에는 발씨가 그렇게 고생을 해야 할 사주를 갖고 태어났으면서도 대부호가 된 이유는 뭐라고 생각해?”

“내가 알 수는 없지만, 그의 마음은 항상 가난했을 것으로 생각하는 것은 정해져 있어. 그러니까 아무리 재물이 많아도 그 마음은 항상 허전해서 만족을 모르고 계속해서 돈을 모으는 것에만 집중해서 돌진하다가 보니까 돈은 모였지만, 아직도 재물창고 세 개를 채우기에는 부족하다고 생각하고 여전히 돈이 고팠을 것으로 생각하는 거지.”

“그러니까 물질적으로는 부자가 되었을지라도 마음조차도 그만큼의 만족도가 높았을지는 모르겠단 말이지?”

“그건 본인 말고는 아무도 알 수가 없으니까. 남들이 부호라고 부러워하지만 내심으로는 아직도 멀었다고 생각했을 수도 있었을 것이라는 거지. 이것이야말로 내가 추구하는 사주심리학(四柱心理學)의 핵심이기도 한 거야.”

“사람의 마음속에 있는 만족은 물질에 있는 것이 아니라 마음에 있다는 뜻이잖아? 그건 나도 동감이야. 손님을 상대로 안마를 하더라도 어떤 날은 수고비를 절반만 받아도 만족스러운 날이 있고, 두 배를 받아도 기분이 나쁜 날도 있는 것을 보면 말이야. ‘모든 것은 마음먹기 달렸다’는 말을 유식하게 뭐라고 하던데....”

“일체유심조(一切唯心造)?”

“아, 맞다. 일체유심조. 모든 것은 마음이 지배한다는 말이잖아. 그러니까 사주를 풀이하는 것도 물질로 적용하면 오류가 생길지라도 마음으로 대입하면 크게 벗어나지 않고 잘 부합이 된다는 이야기인 거지?”

“그렇지. 그래서 사주를 보러 와도 본인이 와야지 대신 와서 물어보면 공감이 안 될 가능성이 그만큼 많은 거야.”

“오~, 이해가 되네. 그러니까 오빠가 추구하는 것은 ‘유심사주학(唯心四柱學)’인 거지? 그런데 왜 다른 선생들은 마음을 보지 않고 물질만을 논하고, 또 그것이 전부인 줄로 생각하는 걸까?”

“그야 저마다 바라보는 관점이 다르니까 당연한 것이 아닐까? 그래서 여러 곳에 다니면서 물어볼 재미도 있잖아.”

“그렇긴 한데 난 오빠의 방법이 맘에 들어. 그런데 혹시라도 발계추와 완전히 한 날, 한 시에 태어난 사람이 있다면 그의 삶은 어떨까?”

“오호~! 그런 생각도 해 봤구나? 멋진데~!”

“아니, 그렇잖아? 이것만 생각해 보면 오빠의 말이 맞는지 틀렸는지를 확인할 수가 있을 텐데 말이야. 어때?”

“누이의 생각에는 어떻게 될 것 같아?”

“나야 모르지. 오빠가 알고 있으면 말해 줘야지.”

“만약에 발계추와 같은 대부호가 또 한 사람이 있고, 그가 발계추와 같은 날에 태어났다고 하면 내가 틀렸을 수도 있겠지?”

“맞아~! 그렇게만 된다면 오빠의 말이 틀렸을 수도 있겠네.”

“애석하게도 그런 사람은 없다니까 그나마 다행일까? 하하하~!”

“그렇구나. 알았어. 그런 사람이 나타나기 전까지는 오빠의 말을 믿는 것으로 할게. 호호호~!”

“그럼 유예(猶豫)인가? 하하하~!”

“맞아. 결정을 유예하는 거야. 호호호~!”

“다행이군. 하하~!”

“오늘은 너무 늦게까지 공부를 했네. 이제 그만하고 쉬어. 내일 아침에 봐. 난 그만 갈게~!”

“그래 잘 쉬고 내일 보자.”

춘매가 총총히 길을 건너서 집으로 들어가는 것을 보고 우창도 오늘 있었던 일을 대강 기록하고는 하루를 마무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