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한달(92) 거문오름②
작성일
2021-11-19 11:44
조회
1527
제주한달(92) [26일(추가2일)째 : 2021년 11월 10일]
거문(拒文)오름② 정상 1코스 길
가장 먼저 거문오름을 오르기 위해서 해야 할 일은 출입증을 받아서 몸에 부착하는 것이었다. 이러한 것을 보면서 참으로 거문오름에 대한 관리가 얼마나 철저하게 되고 있는지를 짐작할 수가 있었다.
단체별로 출입증이 나오는데, 박주현으로 접수한 인원이 다섯 명이어서 그렇게 묶음으로 주면서 부착하라고 해서 하나씩 나눠 달았다.
해설사 선생이 입구에서 일장의 설명을 하신다. 그래서 이것은 동영상으로 찍어야 하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재빠르게 주머니를 훑었다. 그런데..... 손가락에 걸리는 것이 아무 것도 없었다. 아뿔싸~! 이게 어디갔지? 몸에 항상 붙어 있어야 할 폰이 사라졌다~!
달리 생각할 겨를이 없이 매표소의 대기소로 내달렸다. 앉아서 있으면서 찍었던 것에 생각이 멈췄기 때문이다. 텅빈 대기소에 두어 사람이 서성이고 있는데 재빨리 의자를 살폈더니~~~ 후유~ 했다. 얌전히 그 자리를 지키고 있는 폰을 만날 수가 있었기 때문이었다. 가끔은 이렇게 멍청한 짓을 한다고 보고하는 것은 벗님도 혹시라도 다시 주머니를 살펴보시라는 뭐, 그런 말도 되지 않는 경험담을. 우리 일행들은 아무도 이 사실을 모를게다. ㅋㅋㅋㅋ
가까스로 설명이 끝나기 전에 영상을 담을 수가 있었다. 평소에는 느려터진 낭월도 이렇게 가끔은 동작이 빠르기도 하구나. 카니카지, 사실 달려갔는데 폰이 없었더라면 일이 쪼매~ 복잡해졌을 게다. 그야말로 거문오름의 탐방은 엉망이 되었을 수도 있었을테니 말이지. 그래서 안도했다는 말이다. ㅎㅎ
휴대하면 안 되는 물품으로 껌, 담배, 라이터, 커피 등등, 그러니까 먹을 수 있는 것에는 물만 두고 다 내려놓으라는 것으로 생각하면 되지 싶다.
이 지도는 인터넷의 거문오름 사이트에서 제공하는 고화질의 지도이다. 사진보다 더 잘 되어 있어서 가져왔다.
1코스는 정상 코스인데 거리는 약 1.8km이고 시간은 1시간이 걸린단다. 그런데 정상만 다녀오려면 거문오름을 갈 필요가 없으니 거문오름 탐방의 핵심은 2코스인 분화구 코스에 있다는 설명이 이어진다. 거리는 1코스 포함해서 약 5.5km이고, 시간은 1시간 30분을 추가하게 되는데, 두 코스를 돌게 되면 걸리는 시간은 2시간 30분 정도가 걸린다는 설명이다.
마지막으로 3코스는 전체를 다 돌아보는 길로 태극 코스란다. 왜 태극이 붙었는지는 모르겠군. 총 길이는 10km이고 추가로 1시간이 더 걸린다는 설명인데, 가고 말고는 알아서 할 일이지만 8개의 봉우리를 오르내리다가 보면 끝이 나는데, 전망은 없고 숲만 보이는 길이며 해설사는 동행하지 않는다는 말도 한다. 그러니까 원하면 자유코스로 돌아서 나올 수가 있다는 설명이었다.
출발~!
거문오름의 최대 난 코스는 정상코스로 올라가는 길이라고 했으니 땀을 흘릴 작정을 해야 할 모양이다.
허가 없이 출입할 수 없다고 했군. 우린 허가를 받았구나. 제주도에서 이렇게 세심하게 관리하는 곳이 거문오름이었다는 것을 새삼스럽게 느끼겠다. 참 거문오름을 검색하면서 잘못하면 혼란에 빠질 수가 있다는 안내말도 있었는데....
원래 동검은이 오름이 있고, 서검은이 오름이 있었더란다. 거문오름이 바로 서검은이 오름이었는데 이름을 아예 거문오름으로 사용하게 되었으나, 검색을 하면서 '거문오름'으로 검색하면 제대로 나오지만, 혹시라도 잘못 알고서 '검은오름'으로 검색하게 되면 다른 곳으로 갈 수가 있다는 말을 해 줬다.
해설사 선생의 걸음이 꽤 빨랐다. 적어도 하루 한 번은 이 길을 걸으셨을테니까 그럴만도 하겠지만 평소에도 허튼걸음으로 맘대로 걷다가 일행을 따르려니까 좀 바쁘기는 하구나. ㅎㅎ
숲길을 바삐 걸으려니 조금은 숨이 차기도 하다. 더구나 사진을 찍느라고 해찰하게 되면 당연히 더 바쁠 따름이다. 그래도 괜찮다. 꼭 와보고 싶었던 거문오름이잖은가.
호연이 열 일을 했군. 뒤에서 찍다가 또 앞으로 달려가서 찍느라고 말이지. 그 바람에 다양한 모습의 사진을 얻을 수가 있어서 부자가 된듯 하군. ㅎㅎ
능선의 허리에서 사람들을 모으고 있는 해설사였다. 다른 곳으로 이탈하지 못하게 인원을 점검하는 일을 겸하는 것으로 느껴지기도 했다. 그리고 언덕배기를 오르느라고 숨이 찬 사람들에게 잠시 숨을 돌리라는 의미도 되지 싶었다.
480계단이 있다던 곳이 여기부터인 모양이다. 다 모인 것을 확인한 다음에 다시 앞장을 서는 해설사를 따라서 모두 바삐 움직인다.
길도 꽤 가파르군. 원래 오름이 그렇지 싶으니까 당연한 듯이 여겨지기도 한다. 안경에 김이 서리면 마스크를 살짝 내리는 수밖에 없다. 평지에서는 괜찮은데 오르막에서는 마스크가 좀 불편하기는 하지만 누구나 다 그렇듯이 받아들일 것은 받아들이는 수밖에.
정상이란다. 그래서 다시 설명이 이어진다.
456m로구나.
해설사 선생의 설명은 가능하면 영상으로 담고 싶어서 녹화했다. 그냥 들으면 이내 잊어버리고 말기 때문이다. 그리고 애써서 동행하면서 설명해 줬는데 받아 적지는 못할망정 좋은 스마트폰을 들고 있으면서 영상으로 담아놓지 않는다면 그것도 자원의 손실이라고 생각해서였다.
산쪽은 안개가 심해서 전망이 나빴다. 이러한 경우를 대비해서 안내판이 있는 것이지 암.
실물도 사진으로 찍으면 사진이 되어버리니, 날이 좋았던 날에 사진을 찍은 것이 더 나쁠 이유도 없지. 더구나 오름의 이름까지도 붙여놨으니 말이지. 다만 일행이 많아서 정면으로 찍지 못한 것이 아쉬울 따름이지만 지금은 그것이 중요하지 않은 고로 바삐 움직이기 위해서 사진을 제대로 찍을 자리가 비기를 기다릴 필요는 없었다.
두 대의 카메라 시간과 폰의 시간이 제각각이어서 순서를 맞추느라고 머리가 좀 아프군. 그래서 또 하나 배운다. 여행을 가기 전에는 배터리와 메모리만 열심히 챙길 것이 아니라, 카메라의 시간을 폰의 시간에 맞춰서 통일해야 한다는 것을 말이다.
이제 길은 평탄한 능선이구나. 한결 편해졌다.
항상 해설사 선생은 확인한다.
"뒤에 누가 또 있습니까?"
그 질문은 대체로 낭월이 받는다. 어정대다가 항상 꼴찌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대답했다.
"없습니다~!"
하긴, 인원을 제대로 데리고 돌아가지 않으면 그것도 큰일이지 싶기는 하다. 책임지고 맡은 사람을 도중에 흘리고 다니면 곤란해질 테니까 이렇게 챙기는 것도 있겠거니.
용암이 거문오름에서 분출해서 동굴을 만들면서 흘러간 길을 설명하는데 이런 것도 잘 들어야 하겠다는 생각으로 영상으로 담았다. 가리키는 곳을 보면서 이야기는 들었지만 그래도 명료하게 어디를 가리키는지는 이해하기가 조금 어려웠다.
대략 지도상으로 위치를 확인하는 것도 참고가 되지 싶어서 추가해 본다. 해설사 선생의 말이 이어진다.
"오늘은 시야가 좋아서 추자도도 보이고 완도의 보길도도 보이고, 여서도도 다 보입니다. 저쪽을 보세요."
과연 가리키는 곳을 보니까 섬들이 보인다. 하늘은 흐려도 해상의 상태가 좋으니까 이런 혜택도 누리는구나 싶다. 해무가 끼어있으면 하늘은 맑은데도 수평선 위에 있는 것들은 안 보이는 것이 당연하기 때문이다.
열심히 설명을 들으면서 거문오름을 공부했다. 용암이 어떻게 흘러서 바닷가에 도달했는지를 공부하고는 다시 분화구에 대한 설명이 이어졌다. 자리를 살짝 옮겨서 약간 내려가니까 분화구가 잘 보이는 지점이 있었다.
분화구의 용암을 오렌지쥬스와 꿀로 비유하니 그럴싸 했다. 찰기가 있는 용암은 높이 솟아오라고 찰기가 없는 용암은 폭발하는고온이라서 벽을 뚫고 흘러내린다는 설명이었다.
분화구의 크기와 깊이에 대해서 설명하는 말을 들으니 과연 거대한 거문오름의 분화구가 폭발해서 내리 쏟아지는 힘으로 동굴이 만들어 지게 되었다는 상황도 이해가 되었다.
대략 어떻게 용암동굴이 만들어 졌는지도 알았고, 용암이 거대한 오름에서 솟아오르는 장면을 상상하기도 했다.
이렇게 해서 정상 코스의 1시간 여정이 마무리 되었다. 다음은 분화구 코스의 1시간 30분 여정이 기다리고 있었다. 길은 내리막으로 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