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0] 제22장. 연승점술관/ 19.육경신(六庚申)
작성일
2020-08-15 05: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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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0] 제22장. 연승점술관(燕蠅占術館)
19. 육경신(六庚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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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골의 고객에게 출장 안마를 하고 어둑어둑해져서 돌아온 춘매의 손에는 돼지족발이 들려 있었다. 그리고 홍고량도 한 병 같이 들고 왔다. 오늘 저녁에는 술도 한잔하면서 이야기를 듣겠다고 준비하고 온 것이 분명했다. 권커니 자커니 하면서 두어 잔의 술에 얼큰해진 다음에 상을 치우고는 찻잔을 마주하고 앉았다.
“오빠 이야기가 궁금해서 손님의 안마 시간이 얼마나 지루했다고. 이러면 안 되는데 응당 해 왔던 일들이 점점 사소해지고 공부 이야기를 듣는 것은 중요해지네. 이것도 아마 미쳐가는 것이겠지? 호호호~!”
“무슨 걱정일까? 안마하는 손님이 다 떨어지면 양생 안마는 양생점술원으로 이름만 바꿔서 달면 되지. 하하하~!”
“그래? 언젠가는 그렇게 될지도 몰라, 그 문제는 또 그때 가서 생각하기로 하고, 오늘은 소의 이야기를 들어야겠네. 어서 부탁해요~!”
“그래야 나도 밥값을 하지. 하하~!”
“자, 이건 계피탕이야 마셔가면서 이야기하면 돼. 오빠가 목마를까 봐 준비했어.”
“향기도 좋군. 잘했다.”
“소는 왜 축년(丑年)에 있는 거야?”
“어허~! 숨이라도 쉬면서 물어, 누가 봤으면 우창이 숨넘어가는 줄 알겠네.”
“그야 어서 듣고 싶어서 그러잖아. 소는 섣달과 연결이 되어있다는 말을 해 주겠지? 안마하면서도 그렇게 생각해 봤잖아.”
“옳지, 계속해봐. 어디 누이의 말을 들어보자.”
“애석하게도 그게 전부야. 어서 다음 이야기를 부탁해.”
“그렇군. 소는 봄부터 가을까지 잠시도 쉴 틈이 없이 농부를 위해서 일을 하는 것이 주된 임무라고 봐야 하겠지?”
“맞아, 날이 새면서 밤이 될 때까지 일해야지. 심지어는 자기 집에 일이 없으면 이웃집의 일까지도 해야 하니까 참으로 고단한 동물이야.”
“그래서 소같이 일한다고 하잖아. 그런데 유일하게도 농사가 끝나고 나면 다음 농사기 시작될 때까지는 휴식을 취하게 되는 것이 동절기(冬節期)가 되는 거잖아.”
“맞아, 그러니까 자축인(子丑寅)월의 3개월은 소가 쉬는 것으로 봐야 하겠네. 그런데 자월은 쥐가 차지했으니까 소는 축월을 담당하게 된 거야? 그래서 일을 쉬고 편안하게 쉬는 달이라는 의미도 포함하는 건가?”
“물론이지, 농부도 눈이 내리고 땅이 얼어붙으면 아무것도 할 수가 없으니까 겨우내 먹고 노는 것으로 소일을 삼게 되는 것이니까 소와 같이 푹 쉰다는 의미도 포함되어 있다고 봐야지.”
“그럼 소띠는 항상 푹 쉰다는 이미도 포함이 되었다는 뜻이잖아?”
“그야 축월(丑月)에 태어난 소띠만 그렇겠지? 하하하~!”
“아, 그렇구나. 오뉴월에 태어난 소띠는 고단하기가 이루 말할 수도 없다는 것을 의미해야지? 그것도 참 재미있네.”
“소에 대해서 생각하면 축(丑)자에 대해서도 생각을 해 봐야지?”
“아, 맞다. 축은 못났다는 뜻도 들어있기도 한데, 왜 소를 축이라고 했을까?”
“소가 먼저일까? 아니면 축이 먼저일까?”
“아, 어느 것이 먼저인지도 생각해 봐야 하는구나. 아무래도 소는 비유에 해당할 테니까 축이 먼저겠네. 그러니까 축으로 소를 설명하는 것은 주객(主客)이 뒤바뀐다는 말인 거지?”
“옳지, 그럴 때는 잘도 알아듣는구나. 그러니까 소와 상관없이 축(丑)을 생각해야 하는 거야. 무슨 뜻인지는 가늠이 될까?”
“모르지, 그냥 축(丑)은 추(醜)하다는 뜻도 포함되어 있어서 못났다는 생각밖에는 안 드네. 그 외에 무슨 뜻이 있는 거야?”
“축(丑)은 뉴(紐)에서 왔다는 설이 있는데 일리가 있어. 뉴는 실과 같은 것으로 가로와 세로로 얽혀서 천을 만드는 것을 의미하므로 섬유(纖維)라고도 하지. 섬유는 비단을 짜는 베틀을 의미하는데, 베틀에서 섬유를 짜서 옷을 만들기 때문이지. 그리고 부녀자들이 하절기에는 일손을 돕다가, 겨울이 되어서야 바깥일을 할 수가 없을 적에 베틀에서 가족들의 옷을 만들 베를 짜니까 축월은 ‘베 짜는 달’이라는 의미도 포함되어 있다는 것이지. 그리고 옷을 입어야 밖으로 나다닐 수가 있으니까 이것도 매우 중요한 일이긴 하지?”
“아하~! 그건 말이 되는데? 그래서 축월은 베를 짜는 달이고, 또 소는 편히 외양간에서 되새김질하면서 여유롭게 시간을 보내는 달이구나. 그런데 여인들은 겨울에도 쉬지 못하고 일을 해야 하는 것은 참으로 불공평하네.”
“그럼 남정네들에게 베를 짜라고 하고 여인들은 놀러 다녀도 되지.”
“에구~! 앓느니 죽는다는 말이 괜히 나왔겠어? 나대는 남자들이 베틀에 앉아서 뭘 하겠느냔 말이지. 삼삼오오(三三五五)로 모여서 술 추념이나 하고 노름이나 하면서 겨울을 보내는 것이 전부일 텐데 뭘.”
“그렇다면 천성이 그러한 것을 어쩌겠어? 포기하고 살아야지. 하하~!”
“알고 보면 축월은 슬픈 달이기도 하네.”
“슬프긴 왜? 쉬지도 못하고 일을 해서?”
“그렇잖아? 여자로 태어나는 것은 전생에 지은 죄가 많아서 그렇다고 하는 말이 괜히 나온 건 아닌가 봐.”
“꼭 그렇게만 생각할 것만도 아니라고 봐.”
“왜?”
“아내가 베틀에서 열심히 정성으로 짠 옷감으로 예쁘게 옷을 지어서 남편에게 입히면서 느끼는 충만감도 있지 않을까?”
“하긴.... 남편이 있어야 그런 것을 알지. 호호호~!”
“꼭 그런 것도 아니야. 미뤄서 짐작할 수도 있는 거니까.”
“근데, 지장간(支藏干)과 축(丑)을 연결해서 설명해 줄 수도 있지 않을까?”
“오, 내친김에 또 공부하자는 거구나. 그야 대환영이지. 축과 지장간이라...”
“소랑 지장간을 연결하는 것은 별로 의미가 없겠지?”
“그렇게 해 보는 것도 안 될 것은 없겠지만 얻을 것이 있으려나 모르겠군.”
“알았어. 축토(丑土)를 거론하는 김에 지장간까지 설명해 줘.”
“우선 지장간부터 외워봐.”
“그야 뭐 간단하지. 신계기(辛癸己)잖아, 비율은 신3, 계2, 기5라는 것까지. 호호~!”
“그래 간단해도 매우 중요하니까 절대로 잊지 말고, 만약에 월률분야(月律分野)로 외웠다면 계신기(癸辛己)라고 할 것이고, 계9, 신3, 기18이라고 하겠지?”
“맞아~! 나도 그렇게 외웠잖아. 오빠가 월률분야는 쓸모가 없으니까 잊어버리라고 해서 바꾸느라고 나름대로 고생을 좀 했잖아.”
“그래, 인원용사(人元用事)에서 축(丑)은 금고(金庫)가 되므로 고의 주인인 신금(辛金)이 먼저 나오는 것이고, 월률분야(月律分野)에서는 축월(丑月)이 되면 자월(子月)에 이어지니까 순서대로 자중계수(子中癸水)가 되어서 계수(癸水)가 먼저 나오는 것이지. 월령(月令)의 격국(格局)을 중히 여기는 학자는 계신기라야 할 것이고, 일간(日干)의 용신(用神)을 중히 여기는 학자는 신계기가 옳다고 생각할 테지만 그 두 가지를 다 알아두는 것이 나쁠 것은 없다고 봐.”
“차라리 안 배웠으면 더 편했을 수도 있겠네?”
“그런 점도 없진 않지만, 어차피 누군가와 대화를 나눠야 한다면 다른 사람이 계신기라고 할 적에 그것이 어디에 떨어지는 말인지를 알고 있다면 모르고 있는 것보다 낫지 않을까?”
“아, 역시 오빠의 혜안(慧眼)은 탁월하네. 맞아. 그럼 나도 공부는 잘한 것이라고 해야겠지?”
“물론이지, 배운 것을 묵히는 것은 능력이 부족한 것이고, 어떻게 해서든 활용하는 것은 잘하는 것이니까.”
“그래서 무엇이든 버릴 것이 없다고 하는가보네.”
“맞아.”
“그러면 신금(辛金)이 축토(丑土)에 있는 것은 왜지?”
“금(金)의 일생(一生)은 알고 있어?”
“금에도 일생이 있나? 무슨 말이지?”
“생지(生支)와 왕지(旺支), 고지(庫支)를 잊었단 말이야?”
“아, 그거? 알지. 금은 사화(巳火)에서 생하고, 오미신(午未申)을 지나서 유(酉)가 되면 왕성(旺盛)해졌다가, 술해자(戌亥子)를 지나면서 점차로 쇠약(衰弱)해 져서는 축(丑)이 되면 자신에게 주어진 일을 마치고서 창고(倉庫)로 들어가게 되는 거잖아? 그건 알지.”
“그래 이것이 금의 일생이야. 그런데, 누이는 전에 한 이야기를 또 해도 들었던 이야기라고 거부하는 마음이 없어?”
“아니, 그게 무슨 말이야? 공부는 반복으로 하는 것이라고 가르쳐 놓구선. 백번이라도 좋으니까 자꾸 반복해서 설명만 해 줘봐. 눈물 나게 고마울 따름이니까.”
“옳지, 그것이야말로 누이의 매력이고 장점이고 기질(氣質)이야. 하하~!”
“그러니까 모든 고지(庫支)의 처음에 나오는 천간은 해당 오행이 창고에서 쉬고 있는 것으로 보면 된다는 것은 제대로 기억하고 있는 거지?”
“물론이야. 그렇다면 축중계수(丑中癸水)에 대해서는 어떻게 정리했지?”
“계수는 잠시 쉬고 있는 것이라고 했어. 왜냐면 다음에 들어오는 계절인 인묘진(寅卯辰)에서 수생목(水生木)으로 마지막의 일을 완수(完遂)한 다음에 비로소 수고(水庫)인 진토(辰土) 속으로 들어가서 다음 기회가 올 때까지 완전한 휴식하게 된다고 했어. 그래서 진토(辰土)는 수고(水庫)라고 하는 것도 말하면 잘했다고 하겠지?”
“맞아. 제대로 기억하고 있네. 그럼 축토의 지장간에 대해서도 제대로 정리가 되었구나. 하하~!”
“오빠는 내가 공부를 열심히 해서 예쁘지?”
“아무렴, 만약에 외모만 가꾸고 있다면 어땠을까? 하하~!”
“그래서 더 열심히 할 거야. 공부하는 것은 그야말로 온전히 나 자신을 위한 것이잖아. 손님을 만져주는 것은 남을 위한 것도 있지만 공부야말로 나를 위해서 하는 것인데 조금이라도 게으르면 결국 나만 손해를 보는 것이잖아. 그리고 가르쳐 주는 오빠가 언제까지 옆에 있을지도 모르는데 말이야. 호호~!”
“그래 내일은 모르니까 오늘 최선(最善)을 하는 것만이 유일한 선택이지.”
“쳇, 그래도 떠나지 않을 것이라는 말은 안 하는구나.”
“그야 나도 모르니까 그렇지. 괜히 알지도 못하면서 거짓으로 말하는 것이야말로 철학자가 할 말은 아니잖아?”
“쳇, 안다구~! 알아~! 도대체 내가 뭘 기대했던 거야? 호호호~!”
우창은 춘매의 마음을 능히 헤아리고도 남았지만 괜한 말로 희망을 심어줄 필요는 없다고 생각이 되어서 자제하고 있는데 춘매는 자꾸만 확답을 듣고 싶은 모양이다. 그래서 오늘에 살아야 한다는 말로 암시를 주는데 춘매도 여인인지라 약간의 위안을 받고 싶은 마음은 있었던 모양이다.
“축중기토(丑中己土)는 우황(牛黃)이라고 봐도 될까?”
“우황? 그게 무슨 소리야?”
“청심원(淸心元)을 만드는 소중한 약재가 우황인데 그것도 몰랐어?”
“아, 그렇구나. 근데 우황이 소에 있는 것이었어?”
춘매는 우창도 모르는 것이 있다는 것이 신기했다. 그래서 신이나서 말을 이었다.
“물론이야. 원래는 소의 쓸개에 병이 생겨야만 얻을 수가 있는 것인데, 우황은 청심원을 만드는 매우 중요한 약재야. 흔하게 구할 수가 없고, 반드시 소가 병이 들어야 하고, 그중에서도 쓸개에 병이 들어야만 우황이 되는 것이니까 얼마나 귀하겠느냔 말이지. 그야말로 소의 불행이 인간에게는 다행인 셈이지.”
“아하~! 그렇구나. 그건 몰랐지. 그렇지만 축중기토가 우황이라고 하기에는 너무 의미가 협소하지 싶군. 다만 그렇게도 볼 수 있는 것으로 정리하면 무난하지 싶기는 하다. 그렇게 되면 술토(戌土)에서는 개의 쓸개를 찾아봐야 할 테니까 말이야. 하하하~!”
“그렇구나. 하나만 보다가 다른 것을 대입할 생각은 못했네. 호호호~!”
“그래도 누이 덕에 재미있는 정보를 얻었네.”
“또 소에 대해서 꺼내 먹을 것이 뭐가 있을까?”
“축시(丑時)에 땅이 열린다는 말은 알지?”
“그건 못 들어봤는데? 땅이 열리면 지진(地震)이 일어난 거잖아?”
“땅이라고는 하지만, 기운(氣運)의 차원에서 말하는 거야. 자시(子時)에는 하늘이 열리고 축시에는 땅이 열린다는 말로 비유(譬喩)를 하는 거니까.”
“아항, 그래서 자시에 하늘에 대고 기도하는 거야? 왜 천도(天道)를 얻어서 무불통지(無不通知)가 되고 싶은 사람들은 꼭 한밤중의 자시에 목욕재계(沐浴齋戒)하고서 천신(天神)에게 기도한다던데?”
“맞아, 상통천문(上通天文)을 원하는 수행자는 자시에 천문(天門)이 열리기를 기다려서 기도하고 명상도 하는 것도 여기에서 나왔다고 봐도 되겠네.”
“와, 그럼 머리 아프게 공부를 하지 않아도 되는 거잖아? 나도 그것이나 해 볼까?”
“누가 말리겠어? 육경신(六庚申)이라도 해보지. 하하하~!”
“어? 육경신은 또 뭐야? 첨 들어보는 말이네? 알려줘 봐. 재미있으면 나도 해 보게.”
“하나라도 제대로 하지 뭘 또 하겠다는 거야. 하하하~!”
“아잉~! 난 신기한 것도 좋단 말이야. 육경신은 뭐하는 거야?”
“경신(庚申)은 알지?”
“그야 물론이지. 육갑에 나오는 거잖아? 육갑을 외워봐?”
“아니, 하지마, 하하하~!”
“경신은 하나뿐인데 여섯 개는 또 뭐야?”
“육경신이란 여섯 개의 경신일(庚申日)을 말하는 거야.”
“경신년은 60년 후에 찾아오고, 경신월은 5년 후에 찾아오고, 경신일은 두 달 후에 찾아오고 경신시는 5일 후에 찾아오는 것은 틀림없지?”
“맞아, 그래서 한 해는 경신일이 여섯 번이 있는 셈이지.”
“아, 그렇구나. 그러니까 여섯 번의 경신은 1년 동안에 찾아오는 경신일이라는 뜻이었구나. 알고 보니까 간단하네. 그런데 그게 어쨌단 말이야?”
“이것 참 이야기가 전혀 엉뚱한 곳으로 튀고 있네.”
“뭔 상관이래? 그래 봐야 모두가 오빠의 철학법문인데 뭘. 행여 그냥 어물쩡하고 넘어갈 생각일랑 말고, 빨리 이야기를 해 줘봐.”
“그래, 잘 들어봐. 사람이 태어나는 이야기부터 해야 하거든.”
“알았어. 그러니까 태어날 적에 경신이 작동한단 말이지?”
“그건 아니지만, 사람이 태어나면서 그 사람이 일생을 살아가면서 겪게 되는 모든 일정을 기록하는 서기관(書記官)이 동시에 태어난다는 이야기야.”
“뭐야? 그게 가능해?”
“그러니깐 말이지. 아무래도 이딴 이야기는 안 하는게 좋겠지?”
“그건 아니지~! 호호호~!”
우창은 흥미가 잔뜩 동한 춘매를 위해서 이야기를 시작했다. 춘매가 다시 물었다.
“그러니까 사람이 태어나면서 죽을 때까지 그가 한 모든 행위를 기록한다는 거지? 재미있네. 일생을 감시당한다는 거잖아? 무섭기도 하고, 호호~!”
“난들 알아? 말이 그렇다니까 그런가보다 할 따름이지. 하하~!”
“그래서?”
호기심이 잔뜩 동한 춘매는 얼른 차를 다시 끓여서 앞에 놓고는 다음 이야기를 독촉했다. 우창이 뜨거운 차를 마시고는 말을 이었다.
“보통은 일생을 살고서 죽은 다음에 염라대왕(閻羅大王)에게 가서 업경대(業鏡臺)에 기록된 것으로 심사를 받는다고 하잖아? 그런데 육경신의 이야기로는 그게 아니고 60일에 한 번씩 보고하러 저승으로 간다는 거야.”
“그런 법이 있다면 당연히 그래야겠지. 근데 그게 뭐 어쨌다고?”
“그런데, 그 조사관이 보고하러 다녀오는 동안에 인간은 무슨 짓이라도 하면 안 되는 거야. 자칫하면 그 순간의 기록을 빠트릴 수가 있고, 그렇게 되면 직무유기(職務遺棄)가 되어서 처벌을 받게 된다는 거야.”
“아, 그럴 수도 있겠다. 그래서 경신(庚申)일에 잠이 들기를 기다려서 보고하고 온다는 말이구나. 그렇지?”
“맞아.”
“그런데? 그게 뭐라고 내게 육경신을 하겠느냐고 한 거야?”
“궁즉통(窮卽通)이지. 미래를 잘 알아내고 싶은데 마음대로 되지 않으니까 몸을 따라다니는 귀신을 활용할 궁리까지 하게 된 거지.”
“점점 모를 말만 하네?”
“간단해, 그 귀신이 경신일 자정(子正)부터 신유(辛酉)일 자정까지, 그러니까 12시진(24시)을 몸으로부터 떠나지 못하게 하는 거니까.”
“뭐야? 그건 별로 어려운 일이 아니잖아?”
“그렇지? 그래서 예언을 잘해서 유명해지고 싶은 사람들의 호기심을 자극하게 된 거지.”
“그런 거라면 나도 하고 싶다. 어떻게 하면 되는 거야?”
“간단해. 잠만 자지 않고 있으면 돼.”
“뭐야? 그런 것이라면 식은 죽먹기보다 쉽잖아.”
“그럼 해봐 1년이면 되니까. 공부하지 않아도 남의 미래를 훤하게 거울을 보고 있는 듯이 알아낼 수가 있으니까 노력에 비해 결과는 엄청나잖아?”
“그렇네, 할 것은 그것밖에 없네 뭘. 오빠도 괜히 어려운 책을 보면서 끙끙대지 말고 육경신을 하면 되지. 우리 같이 해 보자.”
“난 싫으니 누이나 해 보던가. 그걸 한다고 해서 크게 나빠질 것은 잠을 낭비하는 것뿐이니까 뭐 말리진 않겠어. 하하하~!”
“잠만 안 자면 되는 거지? 그런데 잠을 안 자면 무슨 일이 생기는 거야?”
“그야 몸을 지키는 감독관이 자신이 맡은 인간에게 잠을 재워놓고 천상(天上)으로 보고하러 가야 하는데 이 인간이 당최 잠을 안 자는 거야. 그러니까 마음놓고 다녀올 수가 없잖아. 문제는 이렇게 한 해에 여섯 번을 하늘에 보고하지 않으면 천벌을 받게 되는 거야. 그러면 다시는 하늘에 오를 수가 없는 거지.”
“그야, 그 귀신의 사정이잖아? 그게 무슨 상관이람.”
“여섯 번의 보고서를 올리지 못한 귀신은 오갈 곳이 없는 거야. 그래서 인간과 타협을 하는 거지. 책임을 지라는 거지. 그제야 인간은 조건을 제시하는 거야. ‘내가 챙겨 줄 테니까 넌 나를 찾아오는 사람의 미래를 내게 알려주는 것으로 합의를 보자.’는 거지.”
“와~ 야비(野鄙)하다. 호호호~!”
“그러니까 군자가 할 도리는 아니라고 봐야지. 하하하~!”
“그렇거나 말거나 해보고 싶기는 하네. 12시진을 꼬빡 잠을 안 자면 되는 거지? 전날 실컷 자두고, 경신일은 잠을 자지 않고 있다가 신유일이 되면 또 실컷 자면 될 것 같기는 한데.”
“그건 해봐. 중요한 것은 깜빡 졸아도 안 되는 거야. 그 순간에 다녀올 수가 있으니까. 완전히 생생하게 깨어있어야만 그 귀신을 묶어 둘 수가 있다는 것은 알아둬야 하는 거야. 이런 것을 모르고 누워서 잠만 자지 않으면 되는 줄 알고는 앉아서 졸면서 20경신을 했다는 사람도 있는데 모두 헛일이지. 왜냐면 이미 깨달았으면 더 할 필요가 없는데 계속해서 경신을 하는 것을 보면 말이지. 하하하~!”
“그야 하면 할수록 더 명료하게 알 수가 있는 것일 수도 있잖아?”
“여하튼 해봐. 난 생각이 없으니까.”
“오빠는 왜 생각이 없어?”
“그건 자연의 이치에서 벗어나 있기 때문이지. 다른 이유가 뭐 있겠어?”
“과연 오빠는 군자(君子)네. 난 그런 것도 해보고 싶은데. 호호~!”
“오죽하면 그런 방법이라도 해보려고 하겠느냐는 마음으로 이해는 할 수가 있는 거야. 다만 하고 말고는 스스로 알아서 선택할 일일 뿐이지. 하하~!”
“알았어. 그 말을 듣고 보니까 흥미가 좀 떨어지긴 하네. 그런데 왜 하필이면 경신일이야? 3일을 더 있다가 계해(癸亥)일에 보고하러 가는 것이 더 합당한 것이 아닌가?”
“난 ‘6계해(癸亥)’라는 말은 못 들어 봤으니까 호기심이 많은 누이가 그것도 해 보고 도통을 하거든 새로운 6계해법을 만들어봐.”
“싫어!”
“왜? 당장 할 듯 하더니? 하하하~!”
“근데, 경신일이 나온 이유는 오빠도 궁리해 봤을 거잖아? 그게 궁금해.”
“옳지, 이제 뭔가 공부하는 분위기가 나오는구나. 그건 말이지.”
“내 그럴 줄 알았어. 오빠가 그냥 허투루 생각하는 사람이 아니니깐.”
“경(庚)은 그 사람의 주체(主體)이고 정신(精神)이라는 것은 알지?”
“물론이야.”
“그 경(庚)이 지지까지 겹치는 것이 경신(庚申)이잖아. 그러니까 온통 정신력으로 똘똘 뭉친 것이기 때문에 그런 말이 나온 것이 아닌가 싶군.”
“신(申)에는 임경(壬庚)이 있는데?”
“그러니까 그야말로 순수하게 경(庚)만 있는 것으로 가장 가까운 것은 경신(庚申)밖에 없잖아. 그래서 그런 말이 나온 것이라고 생각했지. 어디에도 그에 대한 설명은 찾지 못해서 나도 여기까지만 생각했어.”
“와~! 그냥 우스게소리로 지나칠 수도 있었는데 그것에 대해서도 이유를 간지의 이치에서 찾아봤다는 것이 오히려 신기하네. 역시 오빠야~!”
이렇게 말하면서 엄지손가락을 치켜서 우창의 앞에 내미는 춘매를 보면서 미소를 지었다. 말귀를 잘 알아들어서 고맙기도 하고 뭐든 열심히 파고 들어가는 모습에서 느껴지는 열정이 아름다워서이기도 했다.
“육경신은 하지 않지만, 상식으로만 알아두는 걸로 할게. 이렇게 오빠 이야기를 듣다가 보니 또 잠을 잘 시간이 훌쩍 넘어갔네? 고단하겠다. 얼른 주무시고 내일 또 이야기 해줘. 고마워~!”
그렇게 하루를 마무리하고는 춘매는 집으로 돌아가고 우창도 고단한 몸을 뉘었다. 하루를 보람있게 살았다는 충만감이 밀물처럼 밀려들어서 행복감이 하루의 피로를 모두 가져가는 것만 같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