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7] 제20장. 매화역수/ 1.주역(周易)의 육십사괘

작성일
2020-03-02 11: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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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7] 제20장. 매화역수(梅花易數)


 

1. 주역(周易)의 육십사괘(六十四卦)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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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싸부~!”

더워서 머리라도 감으면 좀 시원하려나 싶어서 씻으러 가려던 우창을 찾아온 자원이 밖에서 불렀다.

“어? 어쩐 일이야?”

“공부만 하다가 너무 더워서 바람 쐬러 가자고 왔죠. 어때요?”

“그렇잖아도 나도 더워서 머리라도 감아볼까 하던 참이었어.”

“머리를 감아봐야 잠시 시원할 뿐이 예요. 속에 들어있는 열기를 빼야죠. 호호~!”

“듣고 보니 그렇기도 하네. 어떻게 하면 속에 든 열기를 빼 낸다?”

“그러지 말고 몽유원에 놀러 가실래요?”

“아, 몽유원에 가고 싶어서 왔구나.”

“맞아요. 오늘은 공부가 되지 않고 괜히 생각이 겉돌아서 바람이나 쐬러 가자고 왔어요.”

“완전 동감이네. 그럼 잠깐 기다려 이내 준비 할께.”

“얼마든지요. 근데 뭐 준비 할 것이나 있어요?”

“일전에 고월이 준 꿀이 있어서 누님께 갖다 드리려고.”

“아항~! 잘 생각하셨어요. 빈 손이 부끄럽지 않겠어요. 호호~!”

“자, 그럼 갈까~!”

이렇게 두 사람은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면서 녹음이 우거진 산길을 걸었다. 바람이 솔솔 불어서 어느 사이에 더위도 잊어버리고 기분이 상쾌해졌다. 그렇게 잠시 후에 몽유원에 다다랐다.

“아니, 오늘은 무슨 바람이 불었어?”

예의 온화한 웃음을 띤 상인화가 두 사람을 반겨 맞았다. 가벼운 인사를 나누고는 거실로 들어가자 혼자 있었던지 집이 고요했다.

“누님, 잘 계셨지요? 형님은 안 보입니다?”

“응, 늘 바쁘잖아. 밖에 일이 있어서 또 나갔어.”

“그럼 누님의 적적함을 달래려고 우릴 부르셨나보다.”

“더우면 뒤뜰로 갈까? 시원하니까.”

“예, 좋습니다.”

그렇게 뒤뜰로 자리를 옮긴 세 사람은 서로 마주하고 앉아, 상인화가 내어 놓은 시원한 수정과(水正果)를 마시니 어느 사이에 더위도 잊어버리게 되었다. 잠시 숨을 돌렸다고 생각한 상인화가 물었다.

“요즘은 무슨 공부들 하는 거야?”

“여전히 적천수를 읽어보고 있습니다. 하도 적천수만 보니까 잠시 군것질이 생각나서 바람 쐬러 자원과 나왔지요. 하하~!”

“그래서 공부도 쉬엄쉬엄 해야 하는 거야. 평생을 할 것이니 서두를 필요가 없다고 봐야지. 잘 했어.”

그때 나무에서 까마귀가 울었다.

“까악, 까악, 까악”

그 소리를 듣고는 자원이 말을 꺼냈다.

“언니, 저렇게 까마귀가 내는 소리를 듣고서도 조짐(兆朕)을 알 수가 있다고 하는데 그것은 어떻게 하는 것인지 가르쳐 주세요.”

“어? 그런 말은 어디서 들었나 보네. 어렵지 않아. 마침 심심하던 차에 잘 되었네.”

“와~! 짝짝짝~!”

자원이 무척이나 좋아했다. 우창도 그러한 이야기가 싫을 까닭이 없었다. 조짐을 어떻게 해석하고 적용(適用)하는 것인지는 늘 궁금한 부분이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잔뜩 기대를 하고 이목(耳目)을 집중시켰다.

“두 사람은 주역의 기본인 팔괘(八卦)는 알고 있지?”

“그럼요~! 딱 그 정도만 알고 있죠. 호호~!”

“그럼 이제부터는 대성괘(大成卦)를 외워야 하겠네.”

“대성괘는 팔괘를 겹쳐놓은 것을 말하는 것이죠?”

자원이 아는 척하면서 답했다.

“맞아, 건괘(乾卦)가 겹쳐지면 무슨 괘가 될까?”

“중천건(重天乾)이니까 건괘(乾卦)예요.”

“그럼 곤괘(坤卦)가 겹쳐지면?”

“중지곤(重地坤)은 곤괘(坤卦)가 되어요. 그건 날로 먹는 것이잖아요. 너무 쉬운 질문이예요. 호호~!”

“그런가? 그럼 상괘(上卦)는 감괘(坎卦)이고, 하괘(下卦)는 리괘(離卦)라면 어떻게 되지?”

“아.... 그러면 수화(水火)인 것은 알겠어요. 그런데 수화로 상하를 이루면 무슨 괘라고 하는 것인지는 모르겠어요. 이게 제 한계네요.”

“알았어. 기본적인 활용을 위해서 우선 이것부터 배우도록 하면 되겠네. 물론 깊은 뜻을 다 깨달으려면 또 시간이 필요할 테니까 그냥 이름만 알아두는 것으로 목적을 삼아야 하겠지?”

“그 정도는 투자해야죠. 그래야 간단한 활용이라도 할 수가 있을 테니까요. 어떻게 하면 되죠?”

두 여인의 대화를 들으면서 우창은 지그시 미소를 지었다. 익히 알고 있는 부분이기도 했고, 여인들의 소리가 마냥 듣기에도 좋아서였다.

“알겠지만, 정리(整理)삼아서 구결(口訣)을 말할 테니까 혹 모르겠으면 기억해 둬.”

“아니예요. 언니께서 말씀하시기 전에 제가 먼저 해볼께요.”

“그래? 그렇다면 어디 「괘순(卦順)의 구결(口訣)」을 외워봐.”

자원이 잠시 생각을 가다듬고는 구결을 읊었다.

일건천(一乾天) 1은 건이고 하늘이다

이태택(二兌澤) 2는 태이고 연못이다

삼리화(三離火) 3은 리이고 불이다

사진뢰(四震雷) 4는 진이고 우레이다

오손풍(五巽風) 5는 손이고 바람이다

육감수(六坎水) 6은 감이고 물이다

칠간산(七艮山) 7은 간이고 산이다

팔곤지(八坤地) 8은 곤이고 땅이다

“다음은 괘의 형태를 외우는 것에 대한 것도 외워 볼께요.”

“아, 「괘형(卦形)의 구결」말이지? 그것도 마저 해봐.”

삼련(乾三連☰) 건괘는 모두 이어졌다

태상절(兌上絶☱) 태괘는 위가 끊어졌다

리허중(離虛中☲) 리괘는 가운데가 끊어졌다

진하련(震下連☳) 진괘는 아래가 이어졌다

손하절(巽下絶☴) 손괘는 아래가 끊어졌다

감중련(坎中連☵) 감괘는 가운데가 이어졌다

간상련(艮上連☶) 간괘는 위가 이어졌다

곤삼절(坤三絶☷) 곤은 모두 끊어졌다.

이렇게 기본적인 구결을 정확하게 알고 있다는 것을 확인한 상인화는 만족스러운 듯이 고개를 끄덕이면서 미소를 지었다.

“주역(周易)의 대표괘는 무엇일까?”

그 말에 자원이 재빠르게 답을 했다.

“그야 건곤(乾坤)이죠.”

“왜?”

“62개의 괘상(卦象)은 모두가 건곤의 괘가 변화한 것에 지나지 않는다고 들었거든요. 맞아요?”

“맞아. 어떤 것이라도 건괘(乾卦)와 곤괘(坤卦)의 변화에 포함되어 있는 것이라고 보면 되는 거야.”

“팔괘(八卦)만 해도 그런걸요. 가령 손괘(巽卦)는 맨 아래는 곤괘(坤卦)에서 가져왔고, 중간과 맨 위에는 건괘(乾卦)에서 가져온 것이잖아요.”

“오호~! 정확하게 알고 있구나. 그만하면 기본적인 공부는 잘했어.”

“그래서 건괘(乾卦)를 부친(父親)이라고 하고, 곤괘(坤卦)를 모친(母親)이라고 해서 부모(父母)괘라고 부른다고 하는 것까지만 알아요. 호호~!”

“맞아, 64괘(卦) 중에서 건곤을 제외하고, 나머지 62괘는 모두 건곤에서 나온 것이라고 할 수가 있는 거야.”

가만히 듣고 있던 우창이 불쑥 나서서 물었다.

“누님, 그런데 괘(卦)라는 글자는 왜 그렇게 생겼을까요? 갑자기 그게 궁금해집니다. 하하~!”

“아, 그렇게 말을 하는 것을 보니까 동생에게 어떤 생각이 있나보구나, 어서 이야기 해봐.”

“정말 누님의 눈치는 전광석화입니다. 하하~!”

“그 정도를 갖고서 뭘. 무슨 생각을 한 거야?”

“괘(卦)를 가만히 뜯어보면, 토(土)가 겹쳐 있잖아요?”

“그렇지.”

“토(土)는 도(道)이니까, 도가 겹쳐 있는 것은 팔괘(八卦)가 상하(上下)로 있는 것과 같다는 것을 의미한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오호~! 그럴싸한걸. 규(圭)는 대성괘(大成卦)를 의미한다?”

“그렇지요. 이것으로 점괘(占卦)를 얻으니까 점칠 복(卜)이 붙게 되었다고 보면 어떨까 싶었습니다.”

“말이 되는걸. 상괘와 하괘가 괘(卦)자에 포함되어 있었다는 생각은 미처 못 했는걸. 총명한 동생이야.”

“총명이 아니라 쓰잘데 없는 일에 관심이 많다는 말씀이지요? 하하하~!”

“아니야, 기초가 완성인걸. 그렇게 하나하나 뜯어보면서 공부하는 것이야말로 진정한 학인(學人)이고, 호학(好學)이라고 하겠네. 나도 감탄한다니까.”

“어쩜~! 진싸부는 가끔 사소한 것으로 사람을 감동시키는 능력이 있으신 게 틀림없어요. 새삼 놀랐어요. 호호~!”

“자, 기본적인 준비가 잘 되었으니 다음으로 넘어가도 되겠어.”

상인화의 말에 두 사람은 다시 집중했다.

“팔괘의 숫자를 잊지 않았다면 84라는 숫자를 보고서 이것이 무슨 괘인지도 파악이 되겠지? 어디 자원이 말해봐.”

“간단하죠~! 팔곤지(八坤地)이고, 사진뢰(四震雷)잖아요. 그럼 지뢰(地雷)가 되는 것이라는 정도는 어렵지 않아요.”

“잘했어. 그렇다면 이제 그 다음으로 괘명(卦名)을 알기만 하면 바로 활용을 할 수가 있겠네.”

“어서 알려 주세요. 복잡할 것 같아요.”

상인화는 잠시 안으로 들어가더니 두루마리 문서를 하나 들고 와서는 두 사람 앞에 펼쳤다.

“자, 이것만 외우면 되는 거야.”

“이름만 외우기로 든다면 그리 어려워 보이지는 않습니다. 어떻게 외우면 되는지 누님께서 알려 주시지요.”

“정식(正式)이 있고, 편법(便法)이 있는데 어느 것을 알려 줄까?”

그러자 자원이 얼른 나섰다.

“편법을 알려 주세요. 보나마나 빨리 외우는 데는 편법이 더 효과적일 것 같아요. 호호~!”

“알았어. 그럼 상괘(上卦)를 기준으로 해서 외워봐.”

상인화는 그렇게 말을 하고 상괘가 건괘(乾卦)인 여덟 개의 명칭을 나열했다.

중천건(重天乾䷀)

천택리(天澤履䷉)

천화동인(天火同人䷌)

천뢰무망(天雷无妄䷘)

천풍구(天風姤䷫)

천수송(天水訟䷅)

천산돈(天山遯䷠)

천지비(天地否䷋)

[참고: 아직 크롬에서는 대성괘가 보이지 않습니다. 대성괘를 보려면 익스플로러나 네이버의 웨일브라우저를 이용하면 대성괘의 부호를 볼 수 있습니다.]

이렇게 상인화가 읽어 주자. 자원이 손뼉을 치면서 좋아했다.

“우와~! 역시, 편법은 괜히 편법이 아니네요. 그러니까 상괘를 천에 놓으니까 하괘만 알면 이름을 외우는 것이 절반으로 쉬워지겠어요.”

“그렇게 생각처럼 호락호락하지는 않을 거야. 그래도 편법으로 빨리 외우려면 이것도 좋은 방법이긴 하지.”

그러자 편법이라는 말이 못마땅했던 우창이 상인화에게 물었다.

“누님, 이것이 편법이라면 정식은 어떻게 외우는 것입니까?”

“그야 역경(易經)의 순서대로 외우는 것이지.”

“그렇게 정식으로 외우면 편리한 점은 무엇입니까?”

“주역의 순서대로 외우면 찾아볼 적에 바로 해당 위치를 찾아보는데 도움이 되겠지.”

“그렇다면 편법으로 외우면 해당 위치를 찾기 위해서는 또 수고로움을 더해야 한다는 말씀입니까?”

“그야 당연하지.”

“그렇다면 우선 편법으로 외우고 다음에 정식으로 정리하는 것으로 하면 좋겠습니다.”

“아무렇게나. 결국은 모두 다 알아야 할 과정이니까.”

이야기를 듣고 있는 자원이 끼어들었다.

“아니, 진싸부도 참 빨리 외워서 써먹는 것이 최고지 뭐하러 그런 것까지 따진단 말이예요? 참 답답도 하셔라~! 호호호~!”

“그래도 왜 누님이 정식으로 외울 것인지를 물었는지에 대해서는 확실하게 해야 할 것 같아서지. 이제 이해가 되었으니 일단 괘의 명칭을 외우는 것에 집중하도록 하자구.”

웃음기를 머금고 이야기를 듣고 있든 상인화가 계속해서 상괘가 태괘(兌卦)로 되어 있는 여덟 개의 괘명을 읽어줬다.

택천쾌(澤天夬䷪)

중택태(重澤兌䷹)

택화혁(澤火革䷰)

택뢰수(澤雷隨䷐)

택풍대과(澤風大過䷛)

택수곤(澤水困䷮)

택산함(澤山咸䷞)

택지취(澤地萃䷬)

이렇게 읽어주고는 두 사람이 기억할 시간을 주느라고 잠시 뜸을 들였다. 그 사이에 우창과 자원은 열심히 입술을 달싹이면서 여덟 개의 명칭을 열심히 외웠다. 그렇기 잠시의 시간이 지나자 다 정리가 되었는지 상인화를 바라 본다.

“벌써 다 외웠어? 참 총명한 사람들이네.”

“그런데 택지췌(澤地萃)라고 하지 않고 택지취로 읽는 건지요?”

“보통은 택지췌라고 하지만 학자에 따라서 택지취라고도 하니깐. 그렇지만 아무려면 어떻겠어? 그 괘가 갖고있는 의미만 제대로 알고 있으면 되는 것 아니겠어?”

“맞아요~! 이름이 뭐 중요하겠어요. 그냥 남들이 하는대로 해도 아무 상관이 없다고 봐요.”

자원의 단순명쾌한 말에 모두 한바탕 웃었다. 이어서 세 번째의 순서로 상괘가 리괘(離卦)로 된 것을 읽었다.

화천대유(火天大有䷍)

화택규(火澤睽䷥)

중화리(重火離䷝)

화뢰서합(火雷噬嗑䷔)

화풍정(火風鼎䷱)

화수미제(火水未濟䷿)

화산려(火山旅䷷)

화지진(火地晉䷢)

이번에도 이야기를 듣자마자 손가락으로 방바닥에 글씨를 써가면서 부지런히 외웠다. 차 한 잔을 마실 시간이 되어서 다 외웠는지 다음 구절을 알려 달라는 두 사람.

상인화가 두 사람의 표정을 보니 자원과 우창이 열심히 외우는 것이 가르치는 사람의 마음이 더욱 즐거워져서는 약간 흥이 오른 목소리로 다음 구절을 읽었다.

뢰천대장(雷天大壯䷈)

뢰택귀매(雷澤歸妹䷵)

뢰화풍(雷火豊䷶)

중뢰진(重雷震䷲)

뢰풍항(雷風恒䷟)

뢰수해(雷水解䷧)

뢰산소과(雷山小過䷽)

뢰지예(雷地豫䷏)

열심히 외우던 우창이 문득 상인화에게 질문을 던졌다.

“누님, 외우기는 하지만 앞의 팔괘의 뜻과 괘명(卦名)이 서로 연결되는 것 같지는 않습니다. 이건 아직 이해가 부족해서이겠지요?”

“아니, 그 짧은 시간에 그것까지 생각해 봤단 말이야? 참 대단하네. 당연히 그러한 이름이 붙은 것에는 그만한 이유가 있지만 그것은 제대로 역경을 공부할 적에 알아보도록 하는 것이 좋을 거야. 지금은 그야말로 편법을 동원해서 괘의 이름을 외우는 것이 목적이잖아?”

“맞습니다. 괜한 궁금증이었습니다. 하하~! 어서 다음 구절을 말씀해 주시지요.”

우창이 다음 구절을 재촉하자 상인화도 계속해서 외웠다.

풍천소축(風天小畜䷈)

풍택중부(風澤中孚䷼)

풍화가인(風火家人䷤)

풍뢰익(風雷益䷟)

중풍손(重風巽䷸)

풍수환(風水渙䷺)

풍산점(風山漸䷽)

풍지관(風地觀䷓)

이번에도 두 사람은 괘명을 외우느라고 여념이 없었다. 잠시 그러한 모습을 지그시 바라보고 있다가 두 사람의 눈길과 마주치자 다시 다음 구절을 읽었다.

수천수(水天需䷄)

수택절(水澤節䷻)

수화기제(水火旣濟䷾)

수뢰둔(水雷屯䷂)

수풍정(水風井䷯)

중수감(重水坎䷜)

수산건(水山蹇䷦)

수지비(水地比䷇)

이렇게 읊자, 자원이 문득 한숨을 쉬면서 말했다.

“언니, 정말 청산유수시네요. 도대체 얼마나 공부를 하셨으면 그렇게 줄줄줄 괘의 이름이 튀어 나올까요? 참으로 부러워요.”

“그럴 것 없어. 자원도 이내 그렇게 될거야.”

“부디 그렇게 되기를 바라는 마음이예요. 이렇게 알려주니 외우기도 정말 편하네요. 고마워요.”

자원은 대답 대신에 다음 구절을 또 읽었다.

산천대축(山天大畜䷙)

산택손(山澤損䷨)

산화비(山火賁䷕)

산뢰이(山雷頤䷚)

산풍고(山風蠱䷑)

산수몽(山水蒙䷃)

중산간(重山艮䷳)

산지박(山地剝䷖)

이번에도 두 사람은 묵묵히 바닥에다가 손가락으로 글을 휘갈겨 쓰면서 열심히 기억 속에 저장했다. 그렇게 잠시 시간이 흐르자 다시 상인화를 바라봤다. 다음 먹이를 달라는 병아리의 모습이었다.

“정리가 잘되셨구나. 그럼 마지막이네. 자~!”

이렇게 말을 하고는 마지막에 해당하는 곤괘(坤卦)가 상괘(上卦)로 된 여덟 개의 괘명을 읽었다.

지천태(地天泰䷊)

지택림(地澤臨䷒)

지화명이(地火明夷䷣)

지뢰복(地雷復䷗)

지풍승(地風升䷭)

지수사(地水師䷆)

지산겸(地山謙䷎)

중지곤(重地坤䷁)

마지막까지 집중하던 두 사람은 잠시 후에 고개를 들었다. 그리고 자원이 말했다.

“야호~! 드디어 육십사괘를 외웠어요~!”

“대단하네. 고생 많았어.”

“주역의 괘명을 들먹이면서 이야기하는 도사들의 말에 괜히 기가 죽곤 했는데 이제는 그러지 않아도 되겠어요. 호호호~!”

“제대로 외운다고 했겠지만 반복적으로 복습해야 달아나지 않을 거야. 이것이 생각보다 기억이 잘 되지 않는 면이 있거든.”

“알았어요. 언니의 가르침을 어떻게 하나라도 잊겠어요? 모조리 기억하고 하나도 잊지 않을께요. 그럼 이제 까마귀가 세 번 울은 이치를 설명해 주세요.”

“아, 참 그랬지? 이것을 사용하는 방법은 일정한 것이 아니야. 그냥 그때의 생각에 따라서 직관적(直觀的)으로 괘를 얻는 거야. 그 다음에는 역경을 공부하기 전까지는 책을 찾아보고 그 뜻을 이해하면 되겠지?”

“아하~! 그렇게 활용하는 것이었군요. 그러하면 책은 반드시 옆에 두고 있어야 하겠네요. 어떻게 해서라도 하나 구하겠어요. 호호~!”

자원의 밝은 목소리가 방안을 낭랑하게 울렸다.

“그럼 어떻게 득괘(得卦)하는지 들어봐. 물론 이 외에도 얼마든지 많은 방법이 있다는 것을 미리 말해 두고 시작하는 거야. 그것은 선입견을 갖지 말라는 의미이기도 해.”

상인화의 말을 하나도 놓치지 않으려는 듯이 두 사람은 바짝 긴장하고 이야기에 집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