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궁남지 연꽃

작성일
2010-08-09 10:48
조회
2226


 
2010년 궁남지 연꽃
 
 
 



 
 



 



      사는 것이 다 그렇듯이 내가 가야 할 길인지 아닌지 알 수가 없다.

      길처럼 보여서 열심히 가다가 보면 막힌 길이고

      또 다른 길로 열심히 가다가 보면 끊긴 길이니

      이렇게 헤매다니면서 방황하는 가운데 세월은 물처럼 흐른다.



      그렇게 200생을 떠돌다가 보면 천우신조로 길을 찾기도 한다.

      그리고 참으로 자신이 원하는 길을 찾았다면,

      옆도 보지 말고, 뒤도 보지 말고, 오로지 앞만 보고 달려야 한다.
 
 
 
 
 


 



 

      어느날 갑자기 길은 그렇게 나타난다. '반짝~~!!'하고서 말이다.

      그렇게 나타난 길을 놓치지 않았다면 이번 생의 여정은 일단 성공이다.

      미로를 헤매고 다니다가, 어느 길 모퉁이를 돌아서는 순간

      이렇게 무릉도원, 아니 찬란한 연밭이 길을 가로막는다.

      그리고 이미 아름다운 영혼들이 꽃을 피웠고, 피우고, 피울 것이다.

      그 가운데 자신의 꽃은 아직 없다. 그렇지만 꽃이야 심으면 된다.

      열심히 노력하여 멋진 꽃을 피울 씨앗을 한 알 얻게 된다.

      많은 사람들은 그 과정에서 자신의 길이 아닌 줄을 알고 포기한다.

      천 명이 함께 들어왔다면 나중에 남는 사람은 불과 두어 명이 전부다.

      보라, 이 얼마나 아름다운가를, 아니 무슨 말이 필요하랴~


 


 


 


 




 



 


 

      그렇게 10년 세월을 열심히 한 우물을 파게 되면 마침내 꽃을 본다.

      사람들은 남의 꽃이 크고 탐스럽다고 찬탄을 하면서도 부러워한다. 

      이렇게 크고 탐스럽고 아름다운 꽃은 그냥 얻어지는 것이 아니다.

      그만큼의 눈물과, 그만큼의 탄식과, 그만큼의 허탈함을 먹고 자란다.

      그리고 구만구천구백구십아홉번의 좌절을 맛본 다음에 주어진다.

     
 
      진흙의 구덩이에서 온갖 벌레들과 동거를 하기도 하고,
      땅 속에서 고통을 견디면서 수행을 하다가 마침내 싹을 틔었더라도
      여전히 해충들은 공격을 멈추지 않고 생명을 위협한다.
      그럼에도 꿋꿋하게 견딜 수가 있는 것은, 아마도 오랜 세월을
      어둠 속에서 방황을 한 그 고통이 얼마나 무서운지를 알기 때문이리라.
      속을 모르는 사람들이야, 어쩜 그렇게 예쁜 꽃을 단 며칠 만에
      이렇게 피울 수가 있느냐고 말들을 하지만, 속을 들여다 보라.
      그리고 그 속에서 보이지 않는 세월들의 흔적들을 읽어야 한다.
 
 
 
 
 




   

 
 
 
      그렇게 세월을 기다리다가 보면, 어느 사이에 결실을 맺게 된다.
      물론 애써 벌나비를 불러다가 수정까지 했는데, 그냥 보고 있지 못하여
      이렇게 내 살로 내 새끼를 덮어주고 가려주면서 결실을 기다린다.
      비가 오면 비를 막아주고, 바람이 불면 바람을 막아줘야 한다.
      구경나온 사람들은 그렇게 말한다.
 
      "이거 뭐야 꽃을 보러 왔는데, 다 시들어 버렸잖아~!"
      "에이~ 괜히 여기까지 왔는데 이게 뭐야! 투덜투덜~" 한다.
 
      그러나 꽃은 그들에게 나를 보러 오라고 한 적도 없고,
      또 그들에게 보여주는 것이 애초의 목적도 아니었다.
      그냥 스스로 자신의 영혼을 찾아서 묵묵히 고행을 하고 있을 뿐.
      그들의 공허한 푸념은 아무런 의미가 없이 허공에 흩어지고 만다.
      그러한 것에 신경쓰고 귀를 기울일 겨를이 없다.
 
      고승들은 이러한 단계를 오후보림(悟後保任)이라고 부른단다.
      즉, 자연의 이치를 깨닫고 보니 이론적으로는 완전히 알겠는데
      그것을 몸소 실천하여 몸에 배이도록 하는 과정이 필요하다는 이야기이다.
      이러한 과정도 마무리수행이라고 하여 결코 소홀하게 취급할 수가 없다.
      말하자면..................
      꽃을 피운 것은 견성(見性)이요, 열매가 맺히는 것은 성불(成佛)인 것이다.
 
 
 
 
 
 






 




 
 
      그러던 어느날인가, 호되게 빗발이 들이쳤다.
      정신을 차릴 수가 없을 정도의 격동이 외부에서 일어나고 있었지만
      어떻게 해 볼 수도 없이 그냥 비바람을 맞으면서 조용히 지켜보았다.
      다만 예전과 다른 것이 있었다면, 마음은 평온(平穩)하였던 것이다.
      전혀 미동도 없이 조용히 기다리고 있었다고 해야 할 것이다.


      그렇게 호된 몸살을 앓아 본 적이 없을 정도였지만,
      그래도 마음 저 바닥에서는 알 수 없는 희열감이 치밀어 올라온다.
      그것은 오래 전부터 준비를 해 온 마지막의 일이었던 것이다.
      보통 말하는 '일대사인연(一大事因緣)을 마치는 바로 그 소식'이었다.
 
      그렇게 긴 시간이 자나고 나자, 다시 주위는 고요해졌다.
      맑은 햇살이 대지를 비춰준다. 그런데 그 햇살은 어제의 햇살이 아니다.
      맑고 상쾌하고 시원하고 따뜻하고 밝은 그러한 빛이 대지를 감싼다.
 
 
 
 






 
 
 
 


 
      그리고는 영롱한 구슬이 하나 뚝 떨어졌다.
      여태까지 이렇게 맑은 구슬을 본 적이 없었다.
      그 구슬을 들여다 보고 있으면 일체 만물의 모든 풍경들이 다 나타난다.
      무엇이든 원하는 대로 비춰주는 영롱한 구슬이었다.
      그 구슬은 여의주(如意珠)라고도 히고, 또 사리(舍利)도 부른다.
      그렇지만 어떻게 부르더라도 아무 상관이 없고, 또 틀린 것도 아니다.
      왜냐하면, 이름은 이름일 뿐이기 때문이다.
 
      이름은 허상이므로 실상을 대신할 방법이 없다.
      다만, 이 영롱한 구슬을 하나 얻고 나서부터는 마음 속이 밝아졌다.
      그리고 아무리 외부에서 태풍이 불고 지진이 일어나도 모두 밖의 일이었다.
      내부의 심연(深淵)에서는 고요하고 또 고요하여 일체의 망상을 여의었다.
 
      이제 모든 일을 다 마쳤다. 200생의 숙업을 일소해버리고 자유를 얻었다.
      이러한 경지를 얻기 위해서 그렇게도 오랜 시간을 기다려왔던 것이다.
      일을 마친 자의 자유가 무엇인지를 이제서야 진정으로 헤아리게 되었다.
     
      그러고는, 그것 뿐이었다. 나 자신은 변했지만 밖은 여전히 그대로였다.
      새는 날고 해는 뜨고, 달은 차고 기울었다.
      그렇지만 그러한 풍경 속에서도 분명히 느낄 수가 있는 것은
      아무리 겉모습은 그대로라고 하더라도 그 속에서 에너지의 파장이 움직여서
      온 몸을 감돌고 남을 만큼 강력하게 전해져 온다.
 
 
 
 
 





 
 
 
 
 


      일단 자유를 얻고나서 세상을 바라보니 어느 것 하나 아름답지 않은 것이 없다. 
      지저귀는 새의 소리는 아름다운 천상선녀의 노랫소리가 되고,


      바람에 흔들리는 나뭇잎은  팔선녀가 태평무를 추고 있는 자태가 된다.

      물위에 핀 연꽃의 실상(實相)이나, 물아래 반영으로 나타나는 허상(虛相)이나

      그 둘은 둘이 아니고, 하나가 아니니 이른바 음양의 조화가 여기 있었구나.
 
      하나는 음이되어 양을 따라고, 또 하나는 양이 되어 음을 이끄니
      이것이야말로 자연의 참소식이요, 만법이 하나가 되는 바로 그 소식이로다.
      비로소 하늘과 지옥이 둘이 아니요, 행복과 불행이 다른 가지가 아님을
      이자리에서야 명명백백하게 본래의 모습을 드러내 보여주는구나.
     
      사실은 이미 아득한 옛적부터 소소영령하게 진리법문을 베풀었겠지만
      눈이 어두워서 보아도 보이지 않고, 들어도 들리지 않았을 뿐.
      이제 눈과 귀가 열리고 나서 보니, 무위자성 진실락이 그 중에 갖췄던 것을.
      이제서야 일없는 도인이 무슨 일을 하고 살아가는지를 알았네.
 
 
 
 
 
 


 


 
 
 
      일없는 도인이 뭘 하고 사느냐면 말이지.............


       
      이렇게


      햇살 따스한 날에,

      수영이나 하면서 더운 날에 카메라를 짊어지고 뛰어다니는 놈을

      빙그레 바라보면서 웃고 있다는 것을~
 
 
     이제서야 알았다는 이야기지.


 


     그럼 우짜라고?

     우짜기는 뭘 우째~! 그렇다고~! 하하하~ 나나리 나니리 태평가 불러보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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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도 안 되는 이야기 읽어주셔서 고맙습니다.

복 받으실 겁니다. 항상 행복하세요.


 


 

       계룡감로에서 낭월 두손모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