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93] 제34장. 인연처(因緣處)/ 9.염제(炎帝)신농씨(神農氏)

작성일
2022-08-10 04: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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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93] 제34장. 인연처(因緣處) 


9. 염제(炎帝)신농씨(神農氏)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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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듣자니까 치우천황이 다시 살아날 것을 두려워한 헌원(軒轅) 황제씨가 시신을 분리해서 따로 묻었다는 말도 있는데 그것은 의미가 없는 말이겠습니다.”

우창이 들었던 말이 있어서 확인하고자 화운룡에게 묻자 웃으며 대답했다.

“전설은 전설로 의미가 있는 것인 줄로 알고 있습니다. 얼마나 치우천황이 두려웠으면 그러한 이야기가 다 만들어졌겠느냐는 생각도 해 봅니다. 물론 그 이야기가 사실일 수도 있습니다. 죽은 제갈량이 산 사마의를 쫒아냈다는 말도 있듯이, 죽은 치우천황의 시신조차도 두려움의 대상이 되었다는 말이 후손은 기분이 좋아질 따름입니다. 하하하~!”

과연 화운룡의 자부심이 그대로 드러나는 말이었다. 우창이 잠시 생각하다가 다시 물었다.

“그런데, 양산박의 호걸들이 치우천황을 숭배했다는 말은 들어보지 못한 것같은데 그것은 왜 그렇겠습니까?”

“그야 당연하지 않습니까? 세상의 역사는 주류(主流)가 있고 지류(支流)가 있기 마련입니다. 이것은 아마도 음양의 이치려니 싶습니다. 황제 헌원이 주류가 되었으니 그의 강적이었던 치우천황은 지류가 될 수밖에 없고, 그 흔적들을 지우고자 하는 것도 당연한 목적인 마당에 양산박의 영웅호걸이 치우천황을 섬긴다는 말을 후세에 전하겠습니까?”

“과연 듣고 보니 그 말씀이 일리가 있습니다. 그러니까 공식적으로는 삼황(三皇)과 오제(五帝)의 통치로 흘러가는 역사이지만 내면에서는 또 다른 역사가 있었다는 말씀이시군요. 과연 재미있습니다. 하하하~!”

우창이 진심으로 관심을 가지고서 진지하게 묻자 화운룡도 우창의 말을 들으면서 감동한 듯이 말했다.

“진 선생께서 변변치 못한 무명소졸의 말에 귀를 기울여 주시니 고마울 따름입니다. 생각해 보십시오. 양산박의 영웅들이 치우천황을 숭배하겠습니까? 아니면 자신의 힘으로 싸움에 이길 수가 없자 하늘에 기도하는 황제를 숭배하겠습니까?”

“과연 탁월한 추론이십니다. 전혀 반박할 수가 없습니다. 술 한 잔 더 드시고 천천히 말씀해 주시기 바랍니다.”

차분하게 말하던 화운룡이 술을 한 잔 마시는 것을 본 우창이 다시 물었다.

“황제가 하늘에 기도했다는 것은 사실입니까?”

“그야 모를 일이지 않겠습니까?”

화운룡이 이렇게 우창에게 되묻자 우창이 다시 말했다.

“그렇다면 확실한 말은 아닐 수도 있다는 말씀이지요?”

“당연하지 않습니까? 다만 분명한 것은 자신의 힘으로는 감당하지 못하자 하늘에 기도했든가 아니면 다른 곳에서 지원군을 요청했을 수도 있을 것입니다만, 이러한 이야기를 들은 호걸들은 어디에 마음을 두겠습니까?”

“그야 이를 말입니까? 당연히 치우천황의 매력에 흠뻑 빠져들었을 것입니다. 왜냐면 그들의 호연지기(浩然之氣)는 남에게 구걸하고 도움을 요청하는 것이 탐탁했을 리가 없었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우창은 화운룡의 논리정연한 풀이에 감탄하면서 말했다.

“과연~! 멋진 말씀이십니다. 화 선생의 말씀만 들어봐도 영웅호걸은 동두철액(銅頭鐵額)의 치우천황에게 반할 수밖에 없겠습니다. 하하하~!”

“108의 영웅호걸이 하나같이 비범했습니다만, 그중에서도 특히 신행태보(神行太保) 대종(戴宗)은 거의 매일 이곳 치우황릉을 찾아서 참배하고 천하의 평안을 기원했다고 합니다.”

그러자 가만히 이야기를 듣고 있던 지광이 말했다.

“아니, 대종이라면 축지술(縮地術)을 써서 천하를 누비고 다녔던 그분을 말씀하시는 것입니까?”

지광이 이렇게 말하자 화운룡도 반기면서 말했다.

“이제 보니까 지광 선생님도 이 방면에 견문(見聞)이 뛰어나시군요. 그의 별호(別號)에서도 알 수가 있듯이 귀신처럼 빠른 걸음으로 다닌다는 그분을 말하는 것입니다.”

“오, 놀랍습니다. 실은 대종의 전수 제자에게서 약간의 비술(祕術)을 습득했기 때문에 반가운 마음이 들었습니다. 하하하~!”

“아니 그렇다면 지광 선생님도 축지법을 터득하셨다는 말씀이시네요. 과연 세상은 넓고 이인달사(異人達士)는 많다더니 그 말이 틀림없다는 것을 오늘에야 새삼 깨닫습니다. 이렇게 뵙게 되어 영광입니다.”

화운룡이 합장하며 존경의 예를 갖추자 지광도 답례하면서 말했다.

“실은 문상을 지나다가 치우묘라는 곳이 있다고 하기에 참배하고 왔습니다. 다만 막상 찾아가서 뵈었으나 그 형세가 너무 초라해서 혼자만 보고 왔습니다만, 오늘은 과연 치우천황의 이야기를 듣게 되어서 다행입니다. 그것도 후손의 말이니 공감이 더 됩니다. 하하~!”

지광의 말에 화운룡도 기분이 우쭐해졌다. 이렇게 알아주는 기인을 만나서 즐거웠기 때문이다.

“고맙습니다. 어줍은 이야기라고 무시하지 않고 귀를 기울여 주시니 감사할 따름입니다. 그렇기에 다소 주제넘어 보이는 이야기라도 말씀드려도 되지 싶습니다.”

“우리는 그러한 이야기를 들으려고 강호를 유람하고 있습니다. 무슨 말씀이든 기탄없이 해 주시기만을 바랄 따름입니다. 하하하~!”

이렇게 우창이 흔쾌히 말해달라고 하자 비로소 자기의 생각을 꺼냈다.

“복희씨가 천하를 자식에게 넘겨주지 않고 현인(賢人)인 신농씨에게 넘겨준 것은 그의 인물이 비범했기 때문입니다. 신농씨로 인해서 굶주림으로 고통을 받는 백성들은 배불리 먹을 수가 있었습니다. 그는 자연에서 먹을 것을 찾아다니던 당시의 사람들에게 농경(農耕)을 가르쳐서 땅을 일구고 씨앗을 뿌리는 것을 가르쳤습니다. 그로부터 백성은 떠돌아다니지 않고 한곳에서 정착하게 되었던 것입니다.”

“오호~! 그런 것까지는 미쳐 몰랐습니다. 오늘 화 선생을 만나서 귀한 가르침을 듣습니다.”

이렇게 말한 우창이 술잔을 다시 채워주고 같이 건배했다. 우창도 기분이 매우 좋아서 저절로 신명이 날 지경이었다. 미처 생각하지 못한 이야기를 듣는 것은 무엇보다도 즐거웠기 때문이다.

“그러시다면 다행입니다. 신농씨(神農氏)의 이름에 농사 농(農)이 들어있는 이유를 생각해 보면 이해가 될 것입니다. 신농이란 ‘농업(農業)의 신령(神靈)’이라는 뜻이지 않습니까?”

“오호! 과연 맞는 말씀입니다. 그런 뜻이 있는 줄은 전혀 생각지 못했습니다. 듣고 보니 이렇게나 명쾌한 의미였다는 것을 알겠습니다.”

“그것뿐이라면 위대하다고 할 것도 없습니다. 복희씨가 천하의 이치를 팔괘로 펼쳐놓자 그것을 바탕으로 해서 사시(四時)의 운행(運行)을 살펴서 춘하추동(春夏秋冬)에 따라서 농작물이 성장하고 결실하는 이치를 일목요연(一目瞭然)하게 만들어서 퍼뜨렸습니다. 그로 인해서 지식인은 다시 모르는 백성에게 전하기를 수없이 하는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모든 사람은 하늘의 이치와 땅의 이치에 부합하는 태평성대(太平聖代)를 누리게 되었던 것입니다.”

이렇게 열심히 이야기하던 화운룡은 목이 말랐던지 다시 술잔을 들어서 우창에게도 권하고는 한잔 시원하게 마시고는 말을 이었다.

“사람들이 안락해지자 이제는 질병의 문제가 커졌습니다. 원래 못 먹고 살 적에는 먹는 것이 가장 큰 일이 되는 것이고, 먹고 살아갈 만하면 다음에는 아픈 고통이 중요해지는 것은 당연하지 않겠습니까?”

“맞습니다. 병고(病苦)야말로 인간에게 가장 큰 시련 중에 하나지요.”

“질병은 생기는 원인이야 여러 가지가 있겠습니다만, 대체로 너무 먹어서 생기는 병도 있고, 너무 못 먹어서 생기는 병도 있다는 것을 알았고, 같은 병이라도 어른과 아이가 다르고, 남녀에 따라서도 치료법이 다르다는 것을 깨닫기 위해서 온갖 약초(藥草)와 독초(毒草)를 직접 먹어가면서 방법을 찾게 되었던 것입니다.”

“실로 역경(易經)을 공부하면서 선천괘를 복희씨가 만들었다는 정도는 알았습니다만, 신농씨에 대해서는 별로 생각해 보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어떻게 그리도 깊이 알고 계신 것에 대해서 감탄합니다.”

“과찬입니다. 누구나 자연의 이치와 성현의 가르침을 관심으로 연구하다가 보면 자연스럽게 이 정도는 알아낼 수가 있는 것입니다. 하하하~!”

화운룡은 오랜만에 자신의 존재감을 알아주는 지기(知己)를 만났듯이 신명이 나서 말했고, 그의 아내도 덩달아서 먹을 것을 만들어 내어 왔다. 어느 사이에 사방은 어둑어둑해졌고, 주막에는 불이 밝혀졌다.

“전해지는 신농씨의 형상을 보면 우두(牛頭)에 인신(人身)이라고 합니다. 질병을 치료하는 약재(藥材)에 초근목피(草根木皮)가 대부분이 이유를 혹 아시겠습니까?”

“아, 듣고 보니 그렇습니다. 그 이유가 있었습니까?”

“소는 풀과 곡식을 주식으로 삼습니다. 항상 풀을 뜯어 먹으면서 약성(藥性)을 연구하는 것이 흡사 소와 같다는 말에서 유래한 것으로 짐작하고 있습니다. 신농씨가 가르쳐 주신 것을 후대에 썼다는 의서(醫書)가 『신농본초(神農本草)』입니다. 그곳에 수록된 내용을 보면 거의 9할은 초근목피와 열매들입니다. 1할은 동물의 약재도 있습니다만, 대부분 약재는 식물에서 찾았습니다. 그 이유는 우두(牛頭)에 있습니다. 신농씨의 머리가 소머리인 것은 우연이라고 할 수가 없는 이유입니다.”

393 신농씨

[온갖 풀을 맞보며 약성을 연구하는 신농씨]


 

“정말이군요. 실제로 소머리가 아니라 소머리 형상을 했다는 말이겠습니다.”

“물론입니다. 사람이 어떻게 소의 머리가 되겠습니까? 사실과 전설이 엮여서 설화가 탄생하게 되는 것이려니 싶습니다.”

“화 선생의 논리는 조리가 정연하여 누구라도 고개를 끄덕일 것입니다. 우창도 전적으로 공감이 됩니다.”

우창이 감탄하면서 동조하자 화운룡이 계속해서 말을 이었다.

“신농씨가 약초를 맛보면서 어떤 질병에 효과가 있을 것인지를 궁리하는 과정에서 독초(毒草)를 씹어보기도 합니다. 그렇게 해서 중독이 되면 며칠씩 깨어나지 못하기도 하지요. 그렇게 중독이 되면 항상 찻잎을 달여서 마시면서 해독했다고 합니다.”

“아니, 그 시절에도 차가 있었습니까?”

“실로 차나무의 잎에 들어있는 효능을 찾아낸 것도 신농씨입니다. 나중에 당대(唐代)에 육우(陸羽) 선생이 더욱 깊이 연구해서 『차경(茶經)』을 남겨서 사람들은 대부분 그 시절을 차의 시초로 삼고 있습니다만, 그것은 잘 모르는 사람들의 상식일 따름입니다.”

“아, 그렇군요. 말씀을 듣고 보니까 당연히 그래야 하겠습니다. 더구나 해독약으로 사용했다는 것을 보면 차나무의 공덕이 무량합니다. 그나저나 화 선생은 어떻게 그렇게나 신농씨에 대해서 해박한 지식을 갖고 계십니까?”

“아니, 치우천황의 부친이 신농씨이니 신농씨도 또한 우리 종족의 조상이지 않습니까? 당연한 말씀을 하십니다. 하하하~!”

“아 참, 그렇군요. 당연합니다. 과연 자부심이 부럽습니다. 하하하~!”

우창의 말에 미소로 답하고는 다시 말을 이었다.

“농업(農業)과 의술(醫術)의 기틀을 세워서 백성의 삶이 풍요로워지는 것을 보고서야 천하를 물려줄 사람에 대해서 생각하셨던 신농씨는 아들인 치우에 대해서 깊은 고민에 잠기게 되었습니다.”

“왜 고민하셨을까요?”

“옛말에도 3대 정승이 나오기 어렵다고 하지 않습니까? 아버지의 덕에 미칠만한 자식이 태어나기 어렵다는 말이기도 합니다.”

“그런 말은 들어봤습니다.”

“부처도 자신의 의발(衣鉢)을 아들이 아닌 가섭(迦葉)에게 전한 이치가 무엇이겠습니까? 성현(聖賢)은 혈통(血統)이 아니라 지통(智統)을 중시한 까닭입니다. 그래서 복희씨도 자신의 자식에게 나라를 넘기지 않고 신농씨에게 넘겼던 것이지요. 가장 큰 문제는 대대손손(代代孫孫)으로 전하게 된 이후부터 발생하게 되었던 것입니다.”

“오호, 화 선생의 이야기가 점점 큰 규모로 진전하고 있습니다. 참으로 재미있습니다.”

우창이 한마디 거들자, 화운룡도 더욱 신명이 나서 말을 이었다.

“자신의 소중한 아들이니 인물의 됨됨이는 생각하지도 않고 적자(嫡子)에게 상속(相續)하는 시대가 되면서부터 세상은 항상 혼란을 겪게 되는 것이지요. 고금(古今)을 살펴봐도 항상 이 문제로 인해서 백성은 혼란과 고통을 겪게 되어 있는 것입니다. 고인 물은 썩기 마련이니까요.”

“넓고도 깊은 식견에 감탄합니다.”

“신농씨는 항상 옆에서 의학을 연구하고 따라다니는 공손(公孫)을 항상 눈여겨봤던 것입니다.”

“공손은 또 어떤 인물입니까?”

“공손은 헌원(軒轅)의 이름입니다. 헌원은 공손의 호가 되는 것이고요. 후에 황제(黃帝)가 된 것입니다. 황제가 되고 나서 헌원씨(軒轅氏)라고 칭하게 되었던 것이지요.”

“아, 그랬군요. 알겠습니다.”

“항상 신농씨를 열심히 따라서 익히고 환자를 돌보는 성실함을 보면서 천하를 물려줄 것을 생각하게 되었지요. 그리고 그러한 의사(意思)를 아들인 치우에게도 밝혔던 것입니다. 물론 치우도 동의했지요. 사실 치우는 백성을 다스리는 것에는 관심이 없었기도 해서 항상 말을 타고 뛰어다니면서 무예(武藝)를 연마하는 것만 좋아했으니 천하를 다스릴 인재는 아니었던 모양입니다.”

“과연, 그럴 만도 하겠습니다. 천성이 호쾌한 사람이 만백성을 다스리는 일에 관심이 없는 것은 당연하다고 하겠습니다.”

“공손의 의술(醫術)은 날이 갈수록 신의(神醫)라고 불릴 정도로 눈부시게 발전했습니다. 신농씨가 찾아낸 초목(草木)의 약효를 다시 분리하고 혼합하면서 더욱 심오한 치료법을 찾아 나간 것이지요. 그래서 결국은 백성의 질병으로부터 고통을 해결해 줄 인물로 보고 특히 그의 세심한 심성은 천하를 다스리고도 남을 인물이라고 판단한 다음에 물려주게 되었던 것입니다.”

“든고 보니 참으로 감동적인 이야기입니다.”

“공손이 천하를 물려받고 이름을 황제(黃帝)라고 한 다음에도 연구를 열심히 했습니다. 사람이 바라는 것은 무병장수(無病長壽)라는 것을 잘 알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특히 황제의 옆에는 지혜로운 신하인 기백(岐伯)이 있었습니다.”

“처음 듣습니다. 그는 또 어떤 인물입니까?”

“신농씨의 연구를 돕던 인물입니다. 특히 황제가 되어서 세상을 다스리는 일에 몰두하면서 기백의 의학은 눈부신 발전을 거듭하게 되면서 육신(肉身)의 질병을 치료하는 것은 작은 일이고, 정신(精神)의 병을 치유(治癒)하는 것이 더욱 위대한 일이라는 것도 깨닫게 되었으니까요.”

“정말 대단한 분이셨네요. 그 시대에 이미 정신적인 질환을 생각하셨다니 말입니다.”

“황제가 천하를 물려받은 후에도 기백은 계속해서 신농씨를 따라다니면서 의술을 연구하고 익히면서 백성을 구제(救濟)했습니다. 그 결과로 황제를 능가하는 의술을 깨닫게 되었던 것입니다.”

“그 정도였으면 신농씨의 의술을 갈고 닦아서 더욱 빛나게 했을 텐데 책으로 남겨진 것도 있습니까?”

“당연하지요. 그렇게 해서 『황제내경(黃帝內經)』이 탄생하게 되었던 것입니다. 내경은 이론적(理論的)인 부분에 속하는 「소문(素問)」과 치료술(治療術)에 속하는 「영추(靈樞)」로 나눠서 수록되어 있습니다.”

“아니, 기백이 그렇게 정리해서 책을 썼다면 이름이 『기백의서(岐伯醫書)가 아니고 『황제내경』이었단 말입니까?”

“그게 무슨 의미가 있겠습니까? 천하를 다스리는 황제의 이름으로 전하면 더 많은 사람이 신뢰하고 따를 텐데 말이지요.”

“그래도 황제는 남의 공을 날로 먹은 것이 아닙니까?”

“아닙니다. 황제도 정사만 돌본 것이 아니거든요. 저녁이면 기백을 불러서 함께 문답을 나눈 것이 바로 「소문편」이기도 합니다. 그러니 황제의 이름으로 책이 되더라도 전혀 문제가 없다고 하겠습니다.”

“『황제내경』이라는 이름으로 봐서는 ‘황제외경’도 있는가 봅니다. 그것은 또 어떤 것입니까?”

“당연하지요. 『황제외경(黃帝外經)』은 물론이고, 『황제팔십일난경(黃帝八十一難經)』ㆍ『황제침경(黃帝鍼經)』ㆍ『황제명당경(黃帝明堂經)』ㆍ『황제갑을경(黃帝甲乙經)』도 있습니다.”

“참으로 대단한 내용이 깃든 명저(名著)일 것으로 느껴지는 이름들입니다. 과연 황제라고 할 만합니다.”

“황제는 언제나 아픈 다음에 치료하는 것이 아니라, 아프기 전에 원인을 해결하는 것이 더욱 중요하다는 것을 강조했습니다. 이미 그 시절에 예방의학(豫防醫學)에 대한 개념이 뚜렷했던 것이지요.”

“역시 신농씨의 큰 안목으로 인해서 백성들은 더욱 행복한 삶을 누렸겠습니다. 과연 큰 인물은 생각하는 것도 범인의 상상을 초월하는가 봅니다.”

“특히 황제는 수레의 바퀴를 발명했습니다. 이것이야말로 인류의 이동에 큰 공헌을 했지요.”

“말씀을 들어보니까 정리가 됩니다. 복희씨가 천지(天地)의 운행(運行)을 알려 주셨고, 신농씨가 인간의 삶에 대해서 방법을 찾아내셨다면, 헌원씨는 생활의 도구를 만들었다는 이야기가 되지 않습니까?”

“진 선생은 정리하는 능력이 탁월하십니다. 과연 맞는 말씀입니다.”

“그 정도야 별것도 아니지요. 하하하~!”

393 황제도

[황제 헌원씨(軒轅氏)의 초상]


 

“당시에 무거운 돌을 옮겨서 집을 짓는데 너무나 많은 공력이 들었기 때문에 그것을 힘을 덜 들이고 쉽게 하도록 만든 것이니까요. 물론 지금 여기에 오시면서 타고 온 마차도 그 혜택이라고 할 수도 있겠습니다. 하하하~!”

“아하~! 우리가 마차를 타고 다니면서도 황제의 덕을 보고 있다고 생각하지 못했습니다. 과연 듣고 보니까 옳으신 말씀입니다.”

“그렇게 세상은 태평스러웠습니다. 적어도 황제가 치우를 제거할 생각을 하기 전까지는 말이지요.”

우창은 화운룡의 이야기에 취해서 치우에 대한 말을 듣고 있다는 것조차도 잊어버릴 지경이었다. 이제 비로소 치우라는 말이 나오자 정신이 번쩍 들어서 말했다.

“아, 맞습니다. 깜빡 잊고 있었습니다. 그렇게 서로 잘 지냈던 황제가 어쩌다가 원수처럼 대하게 되었던 것입니까?”

여기까지 말한 화운룡은 마음에 격동(激動)이 일어나는지 다시 술을 한잔 마시고서 한숨을 깊게 쉬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