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1] 제29장. 물질오행관/ 6.희생(犧牲)과 봉사(奉仕)

작성일
2021-06-19 18: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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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1] 제29장. 물질오행관(物質五行觀) 


6. 희생(犧牲)과 봉사(奉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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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날.

가볍게 미죽(米粥)으로 아침을 먹고 차를 마시는데 안산이 일찌감치 공부하러 와서 춘매가 반겨 맞았다.

“안산 선생님 어서 오세요. 환영합니다~!”

“아, 서둘러서 온다고 왔는데도 모두 공부를 하실 준비를 마치셨습니까? 죄송합니다. 어제 이야기를 들었던 것이 여운을 남기고 있어서 잠을 깊이 잘 수가 없었습니다. 그래서 서둘러서 오게 되었는데 염재 선생은 안 보이네요?”

그러자 춘매가 답했다.

“아마도 염재는 공무를 수행하느라고 오전에는 참석하지 못할 것으로 보이네요. 오후에라도 시간이 되면 부리나케 달려올 것이니 신경 쓰지 말고 이야기를 나누시면 되겠어요. 어제 오광이 말했던 오행의 물질적인 관점에 대해서 새로운 시각을 얻게 되었는데, 안산 선생님은 어떠셨는지요?”

“아, 저야 물론 그러한 이야기야말로 대환영입니다. 듣는 것도 처음 들었거니와 소중한 것이 무엇인지를 다시 생각해 보는 계기도 되었으니까요. 종이가 목신의 화현(化現)이었다는 것은 전혀 생각해 보지 못했던 이야기였습니다. 아득한 옛날에 신탁(神託)을 받았던 제사장이 들고 있던 대나무의 가지조차도 신목의 의미로 봤어야 한다는 것은 새로운 충격이었습니다.”

안산의 이야기에 우창이 거들었다.

“맞습니다. 무당(巫堂)이 나뭇가지를 도구로 사용해서 강신(降神)하는 것을 예전에는 의례 그렇게 하는 것이겠거니 했는데 나무에 대해서 생각하다가 보니까 그것조차도 신목(神木)과 연결되면서 오행에서 나무에 깃들어 있는 의미는 완전히 새롭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그래서 자연의 이치를 배우는 공부는 끝이 없나 봅니다. 하하하~!”

안산의 말을 듣고 있던 춘매가 이번에는 우창을 향해서 물었다.

“스승님께서 생각하실 적에, 무당이 대나무를 들고 신과 교류하는 것이, 대나무가 없이 교류하는 것과 차이가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세요?”

“오호~! 벌써 질문이 시작이구나. 하하~!”

“안산 선생의 말을 듣다가 문득 생각이 났어요. 생각이 났을 적에 여쭙지 않으면 또 잊어버리거나 기회가 오지 않잖아요. 호호호~!”

춘매의 질문에 우창이 답했다.

“내가 생각하기에는 아마 무당도 자신이 왜 대나무를 들고 강신해야 하는지를 모를 수도 있어. 이제는 그냥 하나의 상징이 되어버린 까닭이지. 다만, 원래의 의미는 인간계(人間界)와 신계(神界)를 연결하는 도구로 없어서는 생각조차 할 수가 없었던 시절이 있었다고 봐야 하겠지? 그러나 내가 직접 그것을 체험할 수가 없어서 단언할 수는 없으니 언제 기회가 되면 관련 종사자를 만나서 물어봐야 할 일로 미뤄두는 것이 좋겠지?”

“그렇겠어요. 그것도 궁금해요. 호호호~!”

이렇게 나누는 가벼운 이야기에 오광이 고개를 끄덕이고는 대화가 끝나기를 기다려서 자신이 궁금한 점에 대해서 말을 꺼냈다.

“어제는 나무에 대한 공부가 상상외로 큰 소득을 거뒀습니다. 그래서 밤에 잠도 제대로 이루지 못했지요. 흥분이 되었던가 봅니다. 여태까지 살아오면서 이렇게 생생하면서도 현실적인 이치로 설명을 들었던 적이 없었습니다. 그래서 오늘도 벌써 가슴이 설레는 것을 느끼고 있습니다. 오늘은 흙에 대해서 여쭙고자 합니다. 왜냐면 나무가 자라는데 흙이 없어서는 안 될 것이기 때문입니다. 이에 대해서 스승님의 가르침을 청합니다.”

우창에게 질문을 던져놓고는 조용히 기다리는 오광을 바라보던 자원이 먼저 말을 꺼냈다.

“오광이 괜찮다면, 흙에 대해서는 내가 좀 해봐도 될까? 그래야 또 싸부가 멋진 생각을 찾아내실 테니까 말이야. 호호호~!”

그러자 오광도 환영한다는 말로 답했다.

“여부가 있습니까? 어서 말씀해 주시기 바랍니다. 이미 귀중한 말씀을 해 주시려고 준비를 하셨다면 더욱 영광입니다.”

“실은 나도 어제 오광으로 인해서 나무에 대해서 배운 바가 많았어. 그래서 흙에서는 어떤 의미를 배울 수가 있을 것인지에 대한 생각을 해 봤지. 그리고 나무가 신목이라면 그 나무가 자라는 땅은 얼마나 중요한 것인지에 대해서 생각하게 되었던 거야.”

“기대됩니다. 땅은 또 어떠한 연유로 오행에 포함되었는지 소중한 설명을 듣겠습니다.”

“편안한 마음으로 들어봐. 오곡백과(五穀百果)를 자라게 해서 인간의 생명을 이어주는 것이 땅인 줄이야 누가 모르겠어? 나는 기문둔갑(奇門遁甲)에서 갑목(甲木)을 최고로 꼽는다는 것을 어제 이야기 들으면서 떠올렸지 뭐야. 물론 기문에서는 갑(甲)이 황제(黃帝)와 같다는 의미이기도 하지만, 실은 생존하는 육신(肉身)이었던 것이라는 점과 함께 그 육신에 깃든 영혼도 포함한다는 생각을 했던 거야.”

그러자 춘매가 기억이 났다는 듯이 말했다.

“어머, 기문둔갑은 명술(命術)에 대한 설명을 언니가 해줘서 알게 되었는데 흙을 이야기하면서 다시 듣게 되었네요. 자꾸 반복해서 듣다가 보면 어느 순간에 내 안으로 들어오겠어요. 호호호~!”

“맞아, 갑이 천간의 첫 번째 글자여서 중요한 것이었나 싶었지. 그런데 목신의 공부를 하고서 다시 보니까 그것만이 아니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지 뭐야. 갑은 생명이었고, 그러다가 보니까 왜 갑기합(甲己合)이 이뤄졌는지도 다시 생각했던 거지. 참, 오광은 갑기합에 대해서는 알고 있을까?”

“예, 걱정하지 마시고 말씀하시면 됩니다. 기본적인 것은 주워들은 풍월로도 대략 엮을 수가 있습니다.”

자원이 오광이 혹시라도 말귀를 못알아 들을까봐 다시 묻자 얼른 답했다. 오광의 말에 자원은 다시 미소를 짓고는 말을 이었다.

“다행이네. 신목인 갑이 흙을 만나서 천년을 우뚝하게 서서 하늘과 통신(通信)을 하는 모습을 떠올리면서 과연 갑이 기를 만나지 못한다면 무슨 의미가 있겠느냐는 생각을 했던 거야.”

이야기를 듣고 있던 춘매가 또 말을 받아서 거들었다.

“정말이네. 천년을 꼿꼿하게 서 있는 나무는 흙에 뿌리를 내리고 있기 때문이잖아요.”

“그러니까 말이야. 흙에서 태어난 인간이 성장하게 되면 목신을 만나서 하늘과 소통을 하고, 그러면서 땅의 이치와 하늘의 이치를 갖추게 되니 이것을 일러서 삼재(三才)라고 하는 천지인(天地人)이잖아. 삼재의 재(才)도 생각해 보니 목(木)의 변형이었던 거야.”

“언니, 그건 또 무슨 말씀이에요? 첨 들어요.”

“그래? 목(木)의 별(丿)과 불(乀)이 어디에서 온 것인지는 들어봤지 싶은데?”

“아, 그건 알죠. 별(丿)은 부친이고, 불(乀)은 모친이라고 배웠어요. 목(木)이 어린 도(十)이기 때문에 부모의 보살핌으로 성장하는 것이잖아요.”

“맞아, 그런데 불행한 일이 생기게 된 거야. 부친이나 모친이 사망하게 되어서 어린아이를 혼자서 돌봐야 할 상황에 처하게 될 수도 있으니까 말이야. 그러한 아이는 목(木)이 아니라 재(才)가 되는 거야. 그러니까 잘 보면 알겠지만, 별(丿)이 불(乀)의 역할까지 겸하느라고 중간에 걸쳐있잖아?”

“아하~! 이해가 되네요.”

“그래서 재능(才能)이라고 할 경우에도 타고난 것을 말하지 배운 것을 말하지는 않지? 천재(天才)도 마찬가지의 뜻이잖아.”

“맞아요~! 불우한 환경에서 남들보다 뛰어난 능력을 발휘한다는 뜻이잖아요.”

“그런데 알고 봤더니 어린 도를 키웠던 것은 흙이었어. 흙만 있으면 나무는 어디에서라도 싹을 틔우고 뿌리를 내리니까 말이야. 다른 금(金), 화(火), 수(水)와는 사뭇 다른 의미라는 이야기야.”

“우와~ 멋져요~!”

그러자 이야기를 듣고 있던 오광이 궁금한 것이 있는지 다시 물었다.

“화금(火金)은 말씀하신 대로 문제가 없으나 수(水)의 물은 좀 다르지 않습니까? 만물은 수분(水分)이 있어야 성장을 할 수가 있다는 것에 대해서는 어떻게 이해를 해야 할 것이지 문득 궁금해졌습니다.”

“내가 그럴 줄 알았어. 호호호~!”

“죄송합니다. 그냥 기다리고 있으면 어련히 말씀해 주실 것을 알면서도 혹 그냥 지나쳤다가 잊어버리면 안 될 것 같아서 여쭙습니다.”

오광의 궁금증이 이해가 된다는 듯이 한 번 웃은 자원이 말을 이었다.

“아니야. 죄송할 일이 아니라 잘 짚어 준거지. 실로 언뜻 생각하면 물에는 생명이 자라는 것 같지만, 실로 가만히 생각해 보면 그게 아니더란 말이지. 그릇에 물을 담아 둬보면 나중에 봤을 적에 그릇의 중앙에 이끼가 생기던가? 아니면 그릇의 가에서 이끼가 생겨서 자라고 있던가? 혹 그런 것을 본 적이 있어?”

그러자 춘매가 얼른 답했다.

“그야 말하나 마나 많이 봤죠. 호호호~!”

“어때?”

“언니의 말씀대로 물만 있어서는 마음대로 자라기가 어려운가 봐요. 그릇의 가에서부터 자라는 것은 틀림없어요. 그리고 저수지나 호숫가를 봐도 같아요. 그러니까 나무는 땅을 의지하고 물가에서 자라기는 하지만 수중(水中)에서는 자라기가 어려운 것이 분명해요.”

“맞아. 그래서 물조차도 땅이 있고 나서 비로소 자신의 역할을 할 수가 있고 보면 흙이 하는 일은 만물의 어머니가 되어서 모든 것을 품어주고 덮어주고 성장시켜주는 것이야.”

“토(土)의 글자를 보면 아래의 일(一)이 토양이잖아요? 그 위에 성장해서 도(十)를 이루는 모양이니까요. 흙은 결국 모든 생명을 위해서 희생(犧牲)하고 봉사(奉仕)하는 것이 그 목적이니까 그야말로 보살(菩薩)이라고 할까요?”

그러자 다시 오광이 물었다.

“보살이라면 불가에서 말하는 수행의 덕이 높은 여신(女神)이잖아요? 그래서 토의 기운을 받아 여성으로 화현(化現)하신 건가요?”

자원이 답했다.

“꼭 그렇지도 않아. 문수보살(文殊菩薩)은 동자(童子)로도 화현하니까.”

“아, 제가 잘못 알고 있었네요.”

“맞아, 동생의 말대로 보살이 잘 어울리겠다. 지혜의 보살은 문수보살이니 그 보살이 하는 일은 수행자가 지혜로워지도록 뒤에서 도와주는 역할을 하고 있다면 나무에게 토양인 것과 조금도 다름이 없잖아.”

춘매가 문득 떠오르는 생각이 있어서 우창에게 물었다.

“스승님, 목(木)의 글자에서 위의 솟아 나온 부분과 아래에 있는 부분을 나눠서 생각해 볼 수는 없을까요?”

“응? 어떻게 보고 싶단 말이지?”

“중간의 가로로 된 획을 지평선(地平線)으로 볼 수도 있겠느냐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러니까 그 아래는 뿌리가 되고 그 위는 싹이 되는 거죠. 그러니까 나무는 땅을 떠날 수가 없다는 의미로도 볼 수가 있지 않을까요?”

“이야~! 춘매의 사유가 나날이 깊이를 더 하는구나. 당연히 그렇게 봐도 되겠네. 왜 그런 궁리를 했지?”

“그것은, 오행의 금목수화토(金木水火土)에 어째서 하늘이 없을까를 생각해 봤기 때문이에요. 스승님께서 오행을 설명하면서 바위, 나무, 물, 불, 흙은 있는데 왜 하늘이 없을지에 대해서 궁금해 졌거든요.”

“아니, 그렇다면 그 이유도 생각해 본 거야?”

“그렇긴 하지만 말이 안 될 수도 있어요. 그냥 웃으면서 들어주세요. 어쭙잖은 생각이지만 말씀을 드려 볼게요.”

춘매가 이렇게 말하자, 모두 호기심이 가득한 눈으로 춘매의 입을 바라봤다. 자원도 춘매의 말에 흥미가 동했다.

“정말 공부는 함께 해야 하는 것이 맞아. 이렇게 생각하지도 못한 이야기를 듣게 될 줄이야. 어서 말해봐. 기대되네.”

“목(木)에서 위로 나온 것이 하늘과 통하는 길이라고 생각해 봤어요. 그러니까 목신(木神)의 이야기를 바탕으로 삼을 수가 있었기 때문에 생각이 가능했던 것이기도 하네요.”

“그렇게도 생각해 볼 수 있겠어. 그래서 하늘은 어느 오행에 있는 거야?”

자원이 웃으면서 춘매의 설명에 부채질했다. 춘매가 무슨 말을 할지가 궁금했기 때문이다. 그러자 춘매가 답했다.

“언니는 답을 알고 있으면서 짐짓 묻고 계신 줄을 알아요. 그렇지만 변변치 못한 생각 이나마 설명할 기회를 주시는 것만으로도 얼마나 고마운지 몰라요. 우선 하늘은 토(土)에 포함되어 있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목은 땅에 뿌리를 깊이 내리고 있고 하늘은 땅 위에서 모든 것을 갖추고 있어요. 그래서 도(十)가 지평선(地平線) 위에 있는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죠.”

춘매의 말에 오광이 이해가 되지 않는지 고개를 갸웃거리다가 다시 춘매에게 물었다.

“그렇다면 ‘흙 토(土)’가 아니라 ‘하늘 토’라는 뜻이잖습니까? 그런데 토에 그런 뜻이 없는데도 그렇게 만들어도 되는지 궁금합니다.”

오광의 말에 춘매도 말문이 막혔다.

“오광의 말을 듣고 생각해 보니 정말 그러네.....? 내가 잘못 생각을 한 걸까? 스승님 어떻게 생각하면 좋을까요? 언뜻 생각하기에는 토(土)에 하늘이 있는 것처럼 느껴졌는데 오광의 말을 듣고 보니까 자연스러운 설명이 어려워요. 도와주세요. 호호호~!”

춘매의 말에 모두 한바탕 웃었다. 우창이 잠시 생각하다가 말했다.

“느낌으로는 춘매가 맞는 말을 한 거야. 그런데 설명을 할 방법을 몰랐다고 봐야겠군. 어디 자원의 도움을 받아볼까?”

이렇게 해서 설명할 기회는 자원에게 넘어갔다. 모두의 눈길이 이번에는 자원을 향했다. 자원이 미소를 짓고는 춘매를 향해서 설명했다.

“나도 잠시 오행에 하늘이 없다는 생각은 왜 해보지 않았던 것인지를 생각하고 있었어. 물론 하늘 외에도 팔괘에는 있고 오행에는 없는 것에 대해서도 생각해 봤는데, 팔괘에는 분명히 건괘(乾卦)가 있어서 하늘이 자리를 잡고 있는데 오행에서는 그것이 없었는데도 의심하지 않았다는 것에 나도 놀랐잖아. 호호호~!”

“아하, 저는 또 혼자서만 기특한 생각을 했나 싶었는데 오히려 미련한 생각을 한 것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괜한 궁리였던 셈이잖아요?”

“아니야. 기특한 생각이 맞아. 그렇게 엉뚱한 발상에서 또 새로운 깨달음을 얻게 되는 거니까 말이야. 하늘이 토(土)인 것을 오행에서 찾아보기는 쉽지 않아. 그래서 오광의 반문과 같은 문제점이 생겨나지. 그런데 오행을 음양으로 나눠서 설명한 대목을 보게 되면 무토(戊土)는 하늘이라고 나와 있단 말아야.”

오광이 답답했던지 다시 물었다.

“그러니까 천간(天干)에는 하늘이 있는데, 오행에는 하늘이라는 말은 없으나 토(土)는 하늘을 포함하고 있다는 것으로 이해하면 됩니까?”

“맞아.”

“오광이 우둔하여 다시 확인삼아 여쭙겠습니다. 그러니까 토(土)에서는 하늘을 읽을 수가 없지만, 읽겠다고 하면 도(十)에서 지상에서 일어나는 조화는 모두 포함되므로 하늘과 땅이 모두 포함된 것으로 보면 된다는 말씀이죠?”

“그렇지. 오광의 이해력이 상당하구나.”

자원이 이렇게 수긍하면서 칭찬하자 다시 물었다.

“기왕 흙에 대해서 말씀을 듣고는 있지만, 겸해서 하늘에 대한 말씀을 들어보고 싶습니다. 토(土)에서 하늘을 설명할 방법이 있다면 그것이야말로 재미있을 것으로 여겨집니다.”

“그야 어려울 일이 없지, 목(木)에서의 일(一)이 지평선(地平線)이라고 했으면, 토에서의 아래에 있는 일은 지평선이 아니라 최하(最下)의 선이라고 말을 할 수가 있겠네. 왜냐면 토에서는 지평선과 같은 의미는 이미 사라지고 없기 때문이야. 나무가 땅에서 솟아오르는 것이 목이라면, 하늘과 땅을 포함하는 것이 도(十)이기 때문이지. 도는 숫자로 얼마이지?”

“그야 십(十)이고 열 개가 아닙니까?”

“맞아, 십은 음양상교(陰陽相交)를 말하는 거야. 남녀가 마음이 통하여 신체가 서로 합일(合一)이 되는 것을 속된 말로 ‘씹’이라고 하는데 이것은 결국 ‘십’의 다른 말에 불과하고, 그것은 완전한 세계를 의미하지, 마침 방중술의 이야기를 하다가 뒤를 이어서 말하니까 더욱 의미가 있어 보이기도 하네. 호호호~!”

“열은 무슨 뜻입니까?”

“열은 열린다는 말이고, 열매를 의미하니 결실이 되는 것이지. 남녀의 음양이 십이 되면 자손이 열리고, 초목이 음양으로 십이 되면 열매가 달리는 것도 같은 이치라네. 그래서 종친회(宗親會)의 이름을 다른 말로 화수회(花樹會)라고도 하는 것과 같다고 하겠네.”

“아, 그렇게 볼 수가 있는 것이로군요. 음양상교에서는 남녀(男女)도 십(十)이고, 천지(天地)도 십이라는 것으로 통합니다. 결국 토(土)는 조화(調和)라는 의미를 포함하고 있는 것에서 천지가 되니까 하늘과 땅이 그 안에 있는 것으로 이해하기에 무리가 없겠습니다.”

“옳지, 잘 생각했어. 그러니까 도(十)는 다른 말로 ‘천지지간(天地之間)’이라고 해도 되는 것이니까 하늘과 땅과 물과 바람과 구름과 바다와 산과 돌과 바위와 불과 얼음을 모두 포함하는 것이므로 여기에서 크게 본다면 하늘(丨)과 땅(一)을 대표적인 의미로 삼을 수가 있다고 보면 될 거야. 이러한 것은 여기에서 상징적이지만 천간으로 확대가 되면 자연스럽게 양토(陽土)는 하늘이 되고, 음토(陰土)는 토양이 되니까 이치에도 부합하는 것으로 봐야지.”

“잘 알겠습니다. 많이 보고 많이 들어야 설명도 잘할 수가 있다는 것도 하나 더 알게 되었습니다. 설명하시는 것이 아름답다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그러자 춘매가 말했다.

“오광의 말대로 오늘따라 견문(見聞)이 얼마나 중요하다는 것을 새삼스럽게 깨닫게 된다니까. 이해하기도 쉽고 뜻도 잘 전달이 되게 하려면 알고 있는 것을 더욱 잘 다듬어야 한다는 것도 깨닫게 되네. 언니의 설명이 조곤조곤 말하면서도 명쾌하다는 생각이 드는 이유인가 봐. 그렇지?”

춘매가 오광에게 말하자. 오광도 거듭 동의했다.

“그렇습니다. 같은 설명을 하는데도 어떻게 하느냐는 것에는 그 사람의 살아온 여정(旅程)과 사유(思惟)와 깊이가 모두 녹아있는 것이 틀림없습니다. 그래서 많이 배운 스승님을 만난다는 것이 얼마나 소중한지도 알게 됩니다.”

“맞아. 그래서 자꾸 생각하고 물어서 배워야 해. 그것보다 더 잘하는 공부는 없다고 봐.”

춘매의 말에 하늘과 토에 대해서 이해를 추가한 오광이 다시 우창에게 물었다.

“스승님, 흙이 토(土)인 것은 나무가 반듯하게 자라도록 배려한다는 의미에서 찾으면 되겠습니까?”

“물론이네.”

“그리고 사람도 나무처럼 반듯하게 서 있다는 것에서 사람을 받쳐주는 것이 흙이라고 해도 틀림이 없겠지요?”

“당연하지.”

“문득 궁금한 생각이 들어서 단순히 호기심으로 여쭙고자 합니다. 토양을 땅이라고도 하고, 또 흙이라고도 하는데 그 뜻은 어떻게 다릅니까?”

우창이 미소를 짓고는 말했다.

“원초의 토양은 본래 다져지고 또 다져져서 괭이도 들어가지 않을 정도로 단단해서 딴딴이 변해서 땅이라고 하고, 도로(道路)와 마당과 광장(廣場)과 같이 단단한 것은 땅이라고 하게 되네. 그리고 무엇이든 심을 수가 있는 것은 흙이라고 하게 되지. 땅에는 돌을 깔아 놓을 수도 있으나 흙에는 돌이 들어가면 장애물이 될 따름이니 땅과 흙의 차이를 구분하는 기준이 될 수 있을까?”

“아, 그렇게 구분을 할 수가 있겠습니다. 그러니까 화분(花盆)에 흙을 담고 화초를 심는 것은 흙이 맞고, 터를 다지고 집을 짓는 곳은 땅이네요. 맞습니까?”

“맞아. 그렇게 구분하면 틀림없지.”

“그렇다면 토양(土壤)은 흙을 말하는 것이네요?”

“아무렴. 그래서 본래의 토(土)는 흙의 의미가 크기 때문에 ‘흙 토’라고 하는 것이라네.”

우창의 말을 듣고 있던 춘매가 물었다.

“스승님, 흙과 땅은 의미가 사뭇 다르지만, 곰곰 생각해 보면 같은 말이잖아요? 사람을 위한 흙은 땅이 되고, 나무를 위한 땅은 흙이 되는 것이니까요. 참 신기하네요. 이렇게 이해하면 되겠죠?”

“당연하지. 흙이 없으면 인간이든 다른 동식물이든 모두 살아남을 수가 없으니 토에 대한 이치는 이와같이 이해하면 되겠네. 나무와 사람은 같은 것으로 봐도 되듯이 말이야.”

“맞아요. 사람도 하늘을 향해서 서 있고, 나무도 하늘을 향해서 서 있는 것도 그렇지만, 나무에도 신이 깃들고 사람에게도 신이 깃들어 있는 것도 같아요. 그래서 흙이라고 하거나, 혹은 땅이라고 하거나 아무런 차이가 없다는 것을 깨달았어요.”

춘매의 말에 오광도 자기의 생각을 말했다.

“사실, 흙이 오행 중의 하나인 것은 충분히 이해가 되었습니다. 다만 나무가 오행인 것이 처음에는 이해되지 않았었는데 이미 알게 되었으니 더 논하지 않아도 되겠습니다.”

그러자 춘매가 다시 말했다.

“다음에는 물에 대해서 알아보지 않을 거야? 오광이 나무와 흙을 이해한 다음에는 물의 의미가 궁금할 것도 같은데 말이야. 호호호~!”

“맞습니다. 나무가 토양에 서있다면 반드시 필요한 것은 물일테니 말입니다. 이제 물을 어떻게 이해하면 좋을지에 대해서 여쭤야 하겠습니다.”

오광이 이렇게 말하면서 자원을 바라봤다. 사실 물도 흙과 마찬가지로 오행의 이치에서 중요하다는 생각은 했지만 실로 궁금한 것은 물의 존재에 대해서 어떻게 이해를 해야 할 것인지라 더욱 알고 싶었기 때문이었다. 자원은 오광이 무엇을 알고자 하는지 생각하면서 물 이야기를 해 주려고 생각을 잠시 정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