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8] 제29장. 물질오행관/ 3.목신(木神)의 부활(復活)

작성일
2021-06-04 22:12
조회
2448

[308] 제29장. 물질오행관(物質五行觀) 


3. 목신(木神)의 부활(復活)


========================

우창과 오광의 이야기를 열심히 듣고 있던 춘매가 말했다.

“스승님의 말씀을 듣고 보니까, 예전에는 목(木)이 나무라고 제가 답을 했을 적에 나무에 갇혀있다고 하셨는데, 오늘 말씀을 듣고 보니까 나무에 갇히는 것도 목의 이치에 포함된다는 것을 알겠어요. 그때는 왜 그렇게 말씀하셨어요?”

“대기묘용(對機妙用)이지.”

“예? 무슨 뜻이에요?”

“근기(根機)에 따라서 설명해 준다는 말이야. 그 당시의 춘매는 나무가 목(木)의 전부로만 알고 있던 까닭에 나무 밖에도 목이 있다는 것을 알려주느라고 그렇게 말했지만, 오광은 나무에 목이 있는 이치를 알려달라고 하니까 이렇게 말할 따름이라네. 하하하~!”

“놀라운 것은 나무의 이야기로 목을 공부하는 것이 이렇게나 재미있을 수가 있느냐는 거에요. 어쩌면 이렇게도 깊은 이야기가 그 안에 있었을까요?”

“그야 춘매의 귀가 열렸기 때문이지. 만약에 지나가는 사람에게 이렇게 말을 하면 욕을 하거나 자칫하다가 귀싸대기라도 얻어맞겠지? 하하하~!”

“맞아요~! 예전에는 무슨 소린지 그냥 스쳐 지나간 말도 언제부터인가는 귀에 들어온다는 것이 신기해요. 호호호~!”

“안다는 것이 바로 그런 거야. 모르면 양손에 쥐어줘도 모르고, 아는 것은 눈빛만 봐도 알 수 있는 것이지.”

“정말 아는 것과 모르는 것은 천양지차(天壤之差)라는 걸 공부하면서 깨닫게 되었어요.”

우창이 대답 대신에 미소로 답했다. 자신이 말을 할 기회를 기다리고 있던 오광이 두 사람의 대화가 끝나자 바로 궁금한 것을 물었다.

“스승님께 여쭙습니다. 나무에 신이 같이 있다는 것은 절대적으로 아니라고 못 하겠습니다. 그럴 수도 있겠다는 것으로 생각을 정리하고자 합니다.”

“맘대로 하게. 느낀 만큼 깨달으면 그것만으로도 충분할 테니까.”

“목의 오행으로 이해하는 나무에 대해서는 더 해 주실 말씀이 없으신지요? 이해는 되었으나 뭔가 미흡하다는 느낌은 아직 남아 있어서입니다.”

“아, 그런가? 참으로 중요한 이야기를 빠트릴 뻔했네. 나무가 지혜를 전달해 주는 최첨단(最尖端)에서 활약한다는 것을 생각해 본 적은 있는가?”

“그렇습니까? 정말 오늘 복을 탔습니다. 바로 그 이야기를 듣고자 합니다. 기대됩니다.”

“오광은 아득한 옛날에 문자가 없던 시절에는 어떻게 기록했는지 알고 있는가?”

“흔히 쉽게 생각하기로는 점토(粘土)에 써서 햇볕에 말렸다고도 하고, 동물의 뼈에 새겨서 보관했다고도 들었습니다.”

“그렇다네. 까마득한 옛날에는 그렇게 문화(文化)를 기록했다네.”

“그것을 문화라고 하는 것입니까?”

“문화(文化)의 뜻이 무엇인지는 생각해 봤나?”

“문명(文明)이 발전하는 것을 문화라고 하지 않습니까? 그 정도만 생각해 봤습니다.”

“문화는 문자(文字)로 변화(變化)한다는 뜻이라네. 물론 문자에는 도서(圖書)가 모두 포함되는 것으로 보면 될 것이고, 그러니까 무엇인가 기록을 하나는 의미가 바로 문화이고, 그것으로 인해서 지식이 쌓여서 밝아지는 것이 문명(文明)이라고 보면 되겠지.”

“문명의 이전에는 깜깜했겠습니다. 문화라는 말이 쓰이기 시작하려면 이미 문자(文字)는 생활의 일부가 되었겠습니다.”

“그렇다네 누구나 문자를 사용할 단계라야 문화라고 하는 것이라네. 왕가에서 특별한 기록관이 적었다면 그것은 문화라고 하기 어려울 것이네. 어떻게 생각하나?”

“제자도 그렇게 생각이 됩니다. 그렇다면 문화가 발전하면서 어떤 현상이 생겼다는 것입니까?”

“문화가 발전하는데는 나무가 막대한 기여(寄與)를 했다는 것이지. 살아있는 나무가 신이 되었다면 이제 죽은 나무가 신이 되는 단계인 것이지.”

“그건 무슨 뜻입니까?”

“위패(位牌)가 무엇인지는 알지?”

“알지요. 조상이나 뛰어난 위인의 명호(名號)를 적어놓은 나뭇조각을 말하는 것이 아닙니까?”

“맞아. 그 위패를 취급할 때는 어떻게 하나?”

“그야말로 신주(神主)를 모시듯이 한다고 하지 않습니까? 매우 소중하게 다루고 존중하는 것입니다.”

“이때에는 나무에 신령이 깃들어 있기 때문이라네. 어찌 살아있는 나무에만 신령이 있다고 하겠느냔 말이네. 어떤가?”

“와우~! 스승님의 통찰력(統察力)은 제가 알고 있는 한에서는 최고이십니다. 여태 살아오면서 많이 살지는 않았지만 이와 같은 말씀을 들어 본 적은 없었습니다.”

“그런가? 고맙군. 다만, 누구라도 조금만 관심갖고 살펴보면 바로 알 수가 있는 것이잖은가.”

“말씀은 쉬우나 그게 어렵습니다. 누구나 알 수가 있는 것도 알려주지 않으면 아무도 모른다는 것이 참으로 신기한 지혜의 세계인 것입니다.”

“자, 신목(神木)은 반드시 1천 년이 묵은 거목만 말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은 이해했다는 말이지?”

“당연합니다. 새삼스럽게 놀랍습니다. 실은 오행원에 오기 전에 공묘(孔廟)의 대성전(大成殿)에 들렸습니다. 그리고 공자님의 위패를 뵙고 간절한 마음으로 배례(拜禮)를 했습니다. 그 또한 신목이었다는 것을 이제야 다시 새삼스럽게 깨달았습니다. 배워서 알게 되는 것과 이미 그러한 줄을 자연스럽게 깨달아서 알고 계시는 스승님과 제자의 차이는 하늘과 땅만큼이나 거리가 있겠습니다.”

오광은 새삼스럽게 우창의 지혜로운 관찰(觀察)에 감탄하고 있었다. 그렇거나 말거나 우창의 말은 이어졌다.

“글자에는 영혼이 깃들 수 있을까?”

“어떻게 글자에 영혼이 깃들 수가 있겠습니까? 문자는 표현하는 것이기는 하지만 글자 자체에 영혼이 깃든다는 것은 좀 이해가 되지 않습니다.”

“아, 그런가? 조금 전에 대성전에서 공자님의 위패에 간절한 염원으로 배례했다고 하지 않았나?”

“예. 그렇습니다.”

“만약에 그 위패에 아무런 글자도 쓰여있지 않았다면 어떻게 했을까?”

“그렇다면 긴가민가했을 것입니다. 아무런 글자도 없다면 뭔가 이상하다는 생각을 하지 않았겠습니까?”

308 공자위패[참고자료: 공자신위]


오광의 말을 듣고 우창이 다시 말을 이었다.

“「지성선사공자신위(至聖先師孔子神位)」라고 쓴 위패가 있다고 하세. 이것을 누군가 깔고 앉았다면 어떻게 될까? 물론 그것을 본 사람이 유학자라고 한다면 말이네.”

“아마도 난리가 나지 싶습니다. 감히 공자님을 깔고 앉은 것과 다름이 없다고 생각했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막상 이름을 봤더니, 「강아지집」이라고 써있었다면 어떻게 될까?”

“만약에 확인을 했는데 그와 같이 되어 있다면 오히려 화를 냈던 것이 미안할 수도 있겠습니다.”

“자, 오광, 생각해 보게. 문자에 신이 깃들 수 있을까?”

“예. 그렇겠습니다. 과연 스승님의 비유법은 천하제일이십니다. 정확하게 핵심을 짚어주시니 깨닫는데 촌각(寸刻)도 허비할 일이 없겠습니다.”

“신위는 나무에 쓰고 새긴다는 것도 눈여겨봐야 하네. 결국은 나무가 살아서나 죽어서나 항상 신과 인간의 통로가 되어주고 있다는 것을 알겠지?”

“틀림없습니다. 제자의 안목이 형편없었다는 것을 오늘 새삼 깨달았습니다.”

“아직도 목이 왜 오행 중에 하나인지를 더 설명해야 할까?”

“아닙니다. 충분히 이해가 되었습니다. 오행에 나무가 들어가야 할 이유는 너무나도 충분합니다.”

이렇게 두 사람의 말을 듣고 있던 춘매가 끼어들었다.

“그런데, 스승님, 제 고향에서는 제사를 지낼 적에 나무에 신위를 써서 모시지 않고, 종이에 지방(紙榜)을 썼어요. 이건 신목이라고 할 수 없잖아요?”

춘매가 이렇게 말하자 우창이 빙그레 웃었다. 마치 ‘왜 그걸 묻지 않었어?’라고 하는 듯이 웃고는 춘매의 물음에 답을 했다.

“과연 춘매는 우리 공부방에 없어서는 안 될 중요한 인물이네. 하하하~!”

“정말이세요? 장애물이 아니고요?”

“난 또 그냥 넘어가면 나중에 써먹으려고 생각했는데 바로 날카롭게 던져주는 질문을 받으니 도망갈 수가 없지 않으냔 말이지. 하하하~!”

우창에게 칭찬을 듣자 춘매는 기분이 한없이 좋았으나 더 말을 하지 않고 가만히 우창의 답을 기다렸다. 우창이 말했다.

“그것이 바로 문화(文化)라는 것이지. 나무에 계셨던 목신이 지면(紙面)으로 강림하시게 되는 과정이라고 볼 수가 있겠네. 내가 읽고 있는 책이 무엇인지는 알지?”

“스승님이 보는 책은 『적천수(滴天髓)』인 줄이야 진작부터 알고 있어요. 매우 소중하게 다루신다는 것도요. 호호호~!”

“맞아. 내가 왜 그 책을 소중히 다루겠어?”

“그야 내용이 매우 중요하기 때문이겠지요? 저도 언젠가 그 책을 공부하고 싶은데 아직은 수준이 미치지 못하여 기회만 보고 있잖아요.”

“내가 그 책을 소중히 다루는 것은 그 책에 쓰인 글자 때문이라네. 글자를 소중히 다루려니까 글자가 붙어있는 종이도 자연히 소중히 다룰 밖에 없지 않으냔 말이지.”

“아니, 그렇다면 나무에 쓴 위패나 종이에 쓴 지방이나 모두 같다는 의미잖아요? 그것은 생각하지 못했어요. 그렇다면 신은 나무에만 계신 것이 아니네요?”

춘매가 그렇게 말하는 것을 듣고는 우창이 웃었다.

“하하하~!”

우창의 파안대소(破顔大笑)에 춘매가 무슨 뜻인지 몰라서 어리둥절하고 있자. 우창이 설명했다.

“춘매는 종이를 무엇으로 만드는지 모른다는 것이 재미있어서 웃었어. 본 적이 없으니 알 수도 없었겠지? 하하하~!”

“그럼 종이도 나무로 만들어요?”

“맞아.”

“와우~! 전혀 몰랐어요. 나무가 어떻게 종이가 되죠?”

“아득한 옛날에는 대나무를 깎아서 글을 썼지. 그래서 한 조각은 죽간(竹簡)이라고 하고, 엮으면 책이라고 했어.”

그렇게 말하고는 종이에 그림을 그렸다.

308 책

“이게 바로 책(冊)이야. 대나무를 엮어서 기록을 보존할 적에 만들어진 문자라는 것도 겸해서 알 수가 있겠지?”

“정말이에요. 와우~! 무심코 지나갔던 것도 스승님의 설명을 듣고 보게 되면 그 의미가 새록새록 해요.”

“그래서 그 시절에 만들어진 글자지만 지금까지도 그대로 사용하는 거야. 그런데 죽책(竹冊)을 모르는 사람이 보면 왜 책이 이렇게 생겼는지를 모를 수도 있겠지? 이렇게 역사를 밝혀주는 것이 바로 문명인 거야.”

“그런데 서책(書冊)이라고 하는 것은 또 무슨 뜻인지도 말씀해 주세요. 같은 글자가 둘이 있는 것도 같고.”

“서(書)는 붓[筆]으로 말하는 것[曰]이지. 대나무에 붓으로 말하면 죽서(竹書)가 되고, 종이에 붓으로 말하면 지서(紙書)가 되겠지? 그러니까 어디에 글자를 쓰느냐는 것이 다를 뿐. 문자는 어디에 쓰더라도 내용은 같은 거야. 가령 왕이 ‘저 죄인을 방면(放免)하라.’고 글자를 쓴다면, 그 글을 대나무에 썼든, 철판에 썼든, 길가의 돌에 썼든 의미는 같이 전달되어서 가뒀던 사람을 풀어 주게 되겠지?”

“과연~!”

춘매가 감탄하면서 말했다. 우창이 다시 말을 이었다.

“종이를 만드는 법에 대해서 알려 줄까? 나중에 형편이 어려워서 종이를 살 수가 없다면 나무로 만들어야 할 수도 있으니까 말이야. 하하하~!”

“와~! 스승님은 그 방법도 알고 계세요? 정말 미치겠다. 호호호~!”

춘매가 재미있어하자 우창이 종이에 종이를 만드는 과정을 썼다.

 

1. 절할(切割) - 나무를 베기

2. 세척(洗滌) - 씻기

3. 침회수(浸灰水) - 잿물에 담그기

4. 증자(蒸煮) - 삶기

5. 타장(打漿) - 두드려서 물에 풀기

6. 초지(抄紙) - 종이 뜨기

7. 쇄지(曬紙) - 종이 말리기

8. 게지(揭紙) - 완성

 

“이대로만 하면 되는데, 종이를 만드는 나무는 초근목피(草根木皮)로 하는 것이 용이(容易)하기 때문에 닥나무를 베어서 껍질로 만든다는 것도 알아두고. 다른 나무껍질도 안 되는 것은 아니지만 접합력이 좋은 것을 찾다가 알게 된 것이 닥나무였고 그렇게 닥나무로 만들어서 ‘닥종이’라고도 하는 거야.”

“알았어요. 잘 적어뒀다가 필요하면 그대로 해봐야겠어요. 그런데 종이는 누가 만들었어요? 나무는 잘라서 깎으면 되지만 종이는 처음에 이러한 과정을 생각했다는 것은 참으로 대단한 것이잖아요?”

“알려지기로는 한대(漢代)에 채륜(蔡倫)이라는 환관(宦官)이 문서관리를 하였는데, 죽간(竹簡)을 쌓아두고 꺼내기가 너무 불편해서 간편하게 문자를 쓰고 보관하는 방법이 없을지를 궁리하다가 발명하게 되었다네. 그래서 이때 만들어진 종이를 채후지(蔡侯紙)라고 했다더군. 그 후로 문자를 기록하는 것이 더욱 편리해졌으니 인류의 문명에 참으로 큰 공헌을 하신 분이지.”

“정말 놀라워요. 무심코 쓴 종이 한 장을 만드는 것도 쉬운 일이 아니라 공력(功力)이 많이 들었다는 것을 알았어요. 그리고 종이도 목신이 강림(降臨)한다는 것과 목(木)은 신과 인간을 이어주는 존재라는 것을 배우고 깨달았어요. 정말 나무가 목(木)이라고 하는 의미를 이제야 속속들이 잘 알게 된 것같아요. 또 나무에 대해서 알아야 할 것이 있을까요?”

“왜? 아직도 미흡한가?”

“지금 묻지 않으면 또 언제 듣게 될지 몰라서 기회가 왔을 적에 물어야죠. 호호호~!”

“나무가 하는 일은 또 하나 있지. 음식을 익혀 먹을 수가 있도록 해 주니까 말이야.”

“아, 매일 아침과 저녁으로 사용하면서도 그것을 잊고 있었네요. 숯도 나무이고, 장작도 나무잖아요? 그것도 목신이 있나요?”

“아무래도 춘매가 목신병에 걸리지 싶네. 하하하~!”

“그건 아닌가요?”

“안 될 이유가 없지. 약을 먹으려면 달여야 하고, 그러자면 나무가 없이는 안 되니 또한 생명을 구할 수가 있지 않을까? 그렇다면 숯도 목신이라고 할 수가 있겠지. 나무가 있어야 불이 앉을 수가 있으니 오행에서 스스로 존재할 수가 있는 것으로 나무는 특별하지 않은가?”

“정말 많이 특별해요. 오늘 오광이 찾아와서 질문하는 바람에 정말 생각지도 못한 나무에 대해서 공부를 하였으니 오광에게도 감사해. 호호호~!”

오광이 춘매의 인사를 듣자 기분이 좋아졌다.

“춘매 선생님의 말씀을 들으니 저도 뭔가 한 것만 같아서 기쁩니다. 앞으로 어떻게 불러야 할지 가르쳐 주시기 바랍니다. 열심히 배우겠습니다.”

“그냥 누나라고 부르면 안 될까? 내친김에, 언니는 자원 선생님으로 호칭하고, 염재는 형님으로 부르고, 안산 선생님은 당연히 연세도 있으시니 안산 선생님으로 호칭하면 적당하지 싶은데 혹 다른 의견이 있으시면 말씀해 주세요.”

춘매가 이렇게 정리를 하자 아무도 이의를 제기하지 않았다. 모두 타당하다고 생각해서 고개를 끄덕임으로 동의했다. 그러자 오광이 자리에서 일어나서 모두에게 큰절을 올렸다. 그리고는 말했다.

“늦게 입문했고, 가장 나이도 어립니다. 혹 실언이나 실수를 하더라도 너그럽게 살펴 주시기 바랍니다. 가르쳐 주시는 대로 열심히 배워서 한 사람의 인간으로 남에게 유익한 사람이 되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이와같이 청정(淸淨)한 학당에 일원(一員)으로 가담하게 된 것에 대해서 무한의 감사를 드립니다.”

“짝짝짝~!!”

모두 환영의 박수를 힘차게 쳤다. 오광이 거듭 감사의 공수를 하고는 우창에게 말했다.

“스승님께서 나무에 대해서 자상하고도 깊은 이치를 들려주신 바람에 제자의 생각조차도 바뀌었습니다. 이제는 모든 것에 대해서 긍정적으로 바라보고 생각하도록 하겠습니다. 다음에는 땅을 토(土)라고 하는 연유(緣由)와 그에 대한 귀중한 말씀을 청해 듣고자 합니다. 다만, 지금은 시간이 많이 흘러서 제가 무엇인가 일을 하고 싶습니다. 청소도 좋고, 누나의 음식을 만드는 일을 거드는 것도 좋습니다. 무엇을 좀 시켜주시면 좋겠습니다.”

오광이 이렇게 말하자. 춘매가 일어나면서 말했다.

“그럼 나랑 저녁에 먹을 재료를 사러 나갈까? 그렇잖아도 오늘 저녁에는 무엇을 해 먹을까를 생각했는데 오광의 말을 들으니까 잉어탕을 끓여 먹어야 하겠어. 공자님도 즐겨 드셨다는 잉어는 곡부의 명물이기도 하거든 가자~!”

“예. 누나~!”

오광이 춘매와 함께 저잣거리로 나가자 안산도 오늘은 여기까지 공부하기로 하고 귀가했다. 또 염재도 내일 관부(官府)의 일이 있으니 더 있을 수가 없어서 아쉬운 발걸음을 돌렸다. 그렇게 되자 오행원에는 자원과 우창만 남았다.

“오라버니~!”

자원이 갑자기 오라버니라고 부르자 우창도 묘한 감정이 되어서 대답했다.

“응?”

“호호호~! 이렇게 불러보고 싶었어요. 괜찮죠?”

“그 말을 들으니 갑자기 노산(嶗山)의 시절이 생각나네. 그때가 좋았지?”

“그때도 좋았지만 지금도 좋아요. 그리고 싸부의 여전한 열정을 보게 되니까 더욱 즐거워요. 이렇게 제자들이 하나둘 모여드는 것을 보니까 왜 이렇게 기분이 좋을까요?”

“그야 서로 뜻을 같이하는 사람들이 모이니까 즐거워서 그렇겠지.”

“무엇보다도 춘매의 호탕한 성품이 너무 매력적이잖아요? 그 모습을 보면서 펄펄 튀어 오르는 잉어가 떠올랐어요. 호호호~!”

“정말 우연이 찾아온 곡부에서 또 우연이 춘매를 만나서 이렇게 인연이 이어지는 것을 보면 신기하기도 하고 고맙기도 하고 그렇군.”

“오빠는 제자 복이 많으신거에요. 어떤 스승들은 제자들이 속을 썪여서 폐관(廢館)까지도 한다는데 오행원은 앞으로도 무궁한 발전을 하겠어요. 개봉에서 온 오광도 장래가 촉망되잖아요?”

“그렇지? 당돌하게 파고드는 폼이 여간내기가 아니군.”

“노산에서는 조용하게 공부를 했는데, 여기에서는 떠들썩하게 하는 것이 활기가 넘쳐서 좋아요.”

“누이의 상술(相術)에 대한 설명도 명강의였어. 나도 모르던 것을 많이 배웠잖아. 다른 것도 그렇고. 정말 이렇게 다시 찾아줘서 감동이야. 하하하~!”

“오라버니가 지겹다고 할 때까지 오행원에서 뒹굴고 싶어요.”

“당연히 그래야지. 얼마나 많은 등불이 되어줄 텐데. 그 해박한 학문은 길을 모르는 사람들에게 큰 안내가 될 거야. 나에게도 그렇고. 많이 가르쳐주고 도와줘. 부탁할게.”

“알았어요. 이게 마지막으로 불러보는 오라버니에요. 오라버니~!”

“마지막이 뭐야. 언제라도 부르고 싶을 적에는 불러. 나도 좋으니까.”

“안돼요. 춘매가 호칭을 정리하는 것을 보세요. 참으로 대단한 낭자에요. 저도 많이 배워야겠어요. 저렇게 기쁜 마음으로 존경하는 스승을 위해서 음식을 장만하는 여인의 마음이 어떨까 싶은 생각에 부럽기도 해요.”

“물론 나도 행복하지. 누군가가 나를 필요로 하는 것보다 더 보람된 일이 어디 또 있겠어?”

“힘을 합해서 오행원을 잘 가꿔볼게요. 저는 산책하고 싶어요. 싸부는 좀 쉬세요. 너무 수고가 많으셨어요. 독한 녀석을 만나셔서요. 호호호~!”

“맞아. 나도 좀 피곤하긴 하네. 잘 다녀와.”

가벼운 걸음으로 산책가는 자원의 모습을 보면서 우창도 잠시 누워서 쉬었다. 피곤했던지 잠시 사르르 왔던 모양이다. 춘매가 흔드는 바람에 일어나니까 푸짐한 저녁상이 마련되어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