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5] 제28장. 오행원/ 6.탐욕(貪慾)의 풍수전쟁
작성일
2021-03-30 03: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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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5] 제28장. 오행원(五行院)
6. 탐욕(貪慾)의 풍수전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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춘매에게 이야기를 하던 자원이 문득 말이 없는 우창을 바라봤다. 깊은 생각에 잠겨있는 모습을 보면서 아마도 노산에서 공부하던 시절을 떠올리고 있을 것이라는 짐작을 했다. 자원도 그 시절의 즐거웠던 기억은 항상 따라다녔기 때문에 우창도 그럴 것이라고 미뤄서 짐작했다. 그리고 이렇게 곡부에서 다시 만나서 함께 하고 있다는 것이 꿈같았다. 더구나 춘매가 알뜰히도 보필하고 있었다는 것이 그리도 고마울 수가 없었다. 그러니까 그에 대해서 보답하기 위해서라도 이 활기찬 낭자에게 자신이 알고 있는 것을 모두 퍼주고 싶은 마음이 우러났다.
“아니, 싸부는 이야기를 듣기만 하시고 말씀을 안 하세요? 뭐라고 말씀을 해 주셔야 자원이 잘하고 있는지 가늠을 할 텐데 가만히 계시면 어떡하죠?”
“아, 그야 자원이 매우 잘하고 있을뿐더러 이야기가 재미있기조차 하니 내가 거들어야 할 필요도 없을뿐더러 오히려 끼어들면 방해가 될 따름이라서 가만히 있지. 그리고 나도 생각하지 못했던 이야기가 쏟아져나오니 실은 내심 공부하고 있다네. 하하하~!”
우창의 말에 자원이 흐뭇한 미소를 짓고는 다시 춘매에게 하던 이야기를 계속했다.
“동생은 전쟁(戰爭)이 뭔지 알지?”
“알다 뿐이겠어요? 동네마다 전쟁으로 인해서 뿔뿔이 흩어지거나 혹은 죽고 없어서 온전한 가족이 없는걸요.”
“그렇다면 풍수전쟁(風水戰爭)이라는 말은?”
“예? 풍수 전쟁이라니요? 그런 전쟁도 해요?”
“그러니까 말이야.”
“와우~! 재미있겠어요. 어떻게 풍수 전쟁을 할 수가 있죠?”
“좋은 터를 서로 차지하려는 것이 마치 영토를 차지하려는 제후들의 전쟁과 조금도 다를 바가 없으니까.”
“그런 이야기가 재미있죠. 들려주세요.”
“제후(諸侯)가 왕이 되고 싶어서 부처를 모신 사원(寺院)을 불태워서 빼앗고 그 자리에 자신의 부친 묘를 옮기도 했어.”
“아니, 자신의 영달을 위해서 많은 사람이 기원하는 절을 빼앗아요? 어떻게 그럴 수가 있어요? 그러고서도 집안이 편안했어요?”
“그들은 최고의 풍수가를 은밀히 불러서 제왕이 태어날 자리를 찾는 거야. 그리고 밀명(密命)을 받은 그 풍수가가 전국을 다니면서 명당을 찾다가 마침내 한 자리를 찾게 되었던 거야. 그런데 아쉽게도 그곳은 이미 불교의 사원이 자리를 잡고 있었던 거지. 다른 자리를 찾아다녔으나 그보다 더 나은 자리를 찾을 수가 없었던 풍수가는 돌아와서 보고한 거야. 절이라서 어쩔 수가 없다는 말도 당연히 했지.”
“왠지 불길한 예감이 드는 것은 뭘까요?”
“맞아, 그 제후는 자신의 권력을 위해서 야밤에 몰래 사람을 시켜서 절에 불을 질렀던 거야. 물론 절은 밤사이에 잿더미로 변했고, 많은 사찰의 대중들은 불에 타서 죽었지.”
“어머나~! 끔찍해라~!”
“불에 탄 절은 폐쇄령을 내려서 아무도 접근하지 못하게 하고는 밀장(密葬)을 한 거야.”
“밀장이 뭐죠?”
“몰래 장사를 지내는 것을 말해. 다른 곳에 이미 모신 조상의 유골을 깊은 밤중에 사람을 시켜서 옮기는 거야. 그렇게 하고는 감쪽같이 위장한 다음에 그 작업에 동원되었던 인부들은 당연히 죽임을 당하는 거지.”
“어쩜 그럴 수가 있어요?”
“권력욕(權力慾)은 무슨 짓이라도 할 수가 있으니까.”
“그래서 왕이 되었어요?”
“응, 아들이 왕위에 올라서 당대의 왕으로 끝났다지.”
“왜 자신은 왕이 안 되고 아들이 되었죠?”
“그야 산소에 조상의 시신을 옮기고 나서 발복(發福)하게 되니까 자신은 이미 그러한 복을 타지 못했지. 대신에 그 후에 태어난 아들이 왕이 되었고, 자신은 왕의 아버지가 되었으니 권력은 정작 왕보다 더 높았다고 봐야겠지.”
“와우~! 정말 권력을 위한 풍수전쟁이 맞네요. 그렇게까지 권력을 가진 자들이 얻고자 했던 명당이라고 한다면 가장 먼저 맨 앞에 있어야 할 이유로는 충분하네요. 호호호~!”
“이제 이해가 되었어? 오술(五術)에서 산술(山術)이 가장 먼저 자리한 이유는 아마도 이러한 의미가 있었을 것으로 짐작해 보는 거야.”
“사원을 불태울 정도라면, 어느 산에 제왕이 될 수가 있는 명당자리가 있다고 한다면, 그 산을 빼앗기 위해서라도 전쟁을 했겠어요.”
“이제는 전쟁으로 명당을 차지하다가 그 명당의 주인도 권력자인 것을 알게 되면 이번에는 온갖 이유를 붙여서라도 그것을 빼앗기 위해서 모함과 누명을 만들어서 자신들의 욕망을 이루고자 했지. 그렇게 악업은 악업을 부르는 거니까.”
“그런데 언니의 말을 듣다가 생각해 보니까 뭔가 이상해요.”
“뭐가?”
“아니, 그렇잖아요. 왕조(王朝)마다 최고의 지사(地師)를 시켜서 선왕(先王)을 위한 무덤을 만들었을 텐데 왜 자꾸만 왕의 성이 바뀌는 걸까요?”
“오호~! 동생의 사유력이 그 정도였어? 놀라워라~! 역시 싸부가 허투루 제자를 가르친 것이 아니었네. 호호~!”
“과찬(過讚)은 부끄럽잖아요. 언니도 참. 호호호~!”
“그러니까 산학(山學)도 최고의 학문은 아니라고 봐야겠지? 아무리 지기(地氣)가 모여서 큰 국세(局勢)를 이루고 있다고 하더라도 그것이 영원할 수는 없는 것이 또한 순환(循環)하는 자연의 이치가 아닐까 싶어.”
“다행이에요. 세상에 영원한 것은 없다는 것을 보여주네요. 그렇다면 전쟁이 아닌 방향으로 잘 사용할 수도 있는 것도 풍수지리잖아요? 처음부터 전쟁을 위한 도구로 쓰이지는 않았을 테니까 말이에요.”
“물론이야. 아득한 옛날부터 도성(都城)을 정할 적에도 풍수가 작용했고, 강을 다스려서 비옥한 농토를 만들 적에도 풍수지리가 큰 역할을 했지. 뭐든 그렇지만 처음에는 많은 이를 위해서 시작하는 거야. 그러다가 탐욕에 눈이 먼 자들이 나타나서 자신들만을 위해서 사용하려고 하는 것에서 비극이 발생하게 되는 것이지.”
“그렇겠어요. 언니의 생각은 어때요? 명당에 조상을 묻으면 과연 풍수학의 이론대로 자손이 발복하는 것인가요?”
“그럴 수도 있고, 안 그럴 수도 있어.”
“예? 무슨 말씀이에요? 그것도 믿을 수가 없다는 말인가요?”
“만약에 생전에 자손을 위해서 헌신하여 열심히 살다가 돌아가셨을 적에 그 자손들이 부모님의 유해라도 편히 모시고자 하여 좋은 땅을 마련하고자 한다면 이러한 것은 어떨까?”
“그야 효자라고 해도 되지 않을까요?”
“맞아, 효자지. 그리고 어떤 부모는 자신이 죽어서라도 자식들이 잘살게 하려고 노력을 했다는 이야기도 있어.”
“그건 또 무슨 말이에요? 죽은 제갈량이 산 사마의(司馬懿)를 쫓았다는 말은 들어봤으나 관곽(棺槨) 속에 든 시신이 어떻게 자손을 위해서 할 수 있는 일이 뭐가 있겠어요?”
“믿기지 않지?”
“당연하죠. 그런 말은 그냥 떠도는 말이겠네요.”
“실제로 그러한 일이 있었다는 거야. 효자가 부친을 안장하려고 좋은 자리를 찾았으나 풍수가들이 좋은 자리라고 말하는 곳은 모두 거금을 줘야만 묘를 쓰게 해 준다고 하니까 어쩔 수가 없잖아. 그래서 비탈진 구렁텅이 옆을 겨우 마련해서 눈물로 장사를 지내게 되었는데, 행상(行喪)이 산소 자리를 향해서 가는 도중에 산 고개에서 상여가 움직이지를 않는 거야. 그래서 그 사실을 관원이 고을의 수령(首領)에게 고하자, 그것도 무슨 연고가 있을 터이니 그 자리에 묘를 쓰라고 명하게 되었더라는 거야. 그러니 아무리 산의 주인이 버티려고 해도 어쩔 수가 없어서 허락했는데, 그 자리는 나중에 알고 보니까 매우 좋은 명당이었다잖아. 그래서 효자는 하늘에서 알아본다는 말이 생겨났지.”
“그야말로 미담(美談)이네요. 듣는 저도 훈훈한걸요. 호호~!”
“물론, 이렇게 해서 복이 있는 사람에게는 반드시 좋은 터가 주어진다는 말이 생겼지. 그래서 좋은 터를 찾으려고 애쓰지 말고 좋은 일을 하려고 애쓰라는 말까지도 나왔지만 어리석은 인간의 탐욕은 눈에 보이는 것만 추구하니까 현실적으로는 따르는 이가 적을 수밖에 없지.”
“맞아요. 세상이 혼탁한 것은 성현의 가르침이 없어서가 아니니까요. 이제 효험이 없는 명당의 이야기를 해 주세요. 그것도 궁금해요.”
“길지(吉地)와 흉지(凶地)를 구분하는 것은 누구일까?”
“그야 땅의 이치를 통달한 지사(地師)가 아닐까요?”
“물론 틀린 말이 아니야. 그런데 이에 대한 교훈이 깃든 이야기가 있어. 매우 유명한 지사로 국풍(國風)이라고 할 정도였던 사람이었는데, 어느 고관(高官)의 부친을 모실 자리를 의뢰받고는 산을 찾다가 참으로 기기묘묘(奇奇妙妙)한 명당을 발견한 거야. 그래서 의뢰자에게 말을 하려다가 욕심이 생겨서 그에게는 다른 자리를 찾아주고 그 자리에는 자신의 부친을 몰래 묻은 거야. 그것을 도장(盜葬)이라고 해.”
“하긴, 사람의 욕심에 그럴 수도 있겠네요. 그런데 국풍은 무슨 뜻이에요?”
“응, 나라에서 가장 뛰어난 풍수가를 지칭(指稱)하는 말이지. 그도 처음엔 딱 한 번만 그렇게 하려고 했는데, 다음에는 더 좋은 터가 보이는 거야. 그래서 사람의 판단이 흐려지게 되었나 봐.”
“쯧쯧~! 그럼 안 되는데 말이에요.”
“세월이 흘러서 다시 옛날에 최고의 명당에 모셨던 부친의 자리를 찾아가 보게 되었는데, 돌보지 않은 터에는 가시덤불만 무성하더라지. 그래서 모두 제거하고 술이라도 한잔 부어 올리려고 하다가 주변을 둘러보고는 소스라쳐 놀랐다는 거야.”
“왜요?”
“문득 주변을 둘러보고는 하도 이상해서 다시 산을 여기저기 살펴봤는데 아무리 봐도 절손지지(絶孫之地)에다가 부친의 시신을 모셨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는 거야. 그래서 피눈물을 흘리면서 참회했다지.”
“어떻게 그런 일이 생기는 거죠?”
“신금(辛金)이 발동한 거지.”
“예? 신금이라면 흑체(黑體)말인가요? 아, 탐욕~! 호호호~!”
“맞아. 사람이 탐욕에 빠지면 눈이 멀어버리게 되는 거니까. 탐욕에 눈이 멀면 흉한 땅도 좋아 보일 수도 있으니까.”
“그렇다면, 애써서 명당을 찾아다닐 필요가 없겠다는 생각이 드네요. 명당이든 아니든 자신의 생전 인연에 따라서 들어가는 것 일테니까 말이죠. 이것이 잘못된 생각일까요?”
“아니, 매우 타당한 말이야. 나도 그렇게 생각해 그래서 산학(山學)을 공부할 마음이 없어진 거야. 그래서 겨우 중수(中手)의 언저리에서 머무르게 된 것이지. 호호호~!”
“아, 그러셨구나. 언니의 말을 듣고 보니까 산학의 관심이 생기려다가 사라지는걸요. 그래도 풍수지리를 연구하는 학자는 끊이지 않겠죠?”
“당연하지. 산을 밟고 다니다가 보면, 멋지게 써놓은 산소에 냉기가 발산하여 이끼가 끼거나, 심하면 지하의 시신이 다른 곳으로 이동하기도 하는 것을 보면서 생전에 어떻게 하고 살았는지를 짐작할 수가 있어.”
“겉으로 아무리 잘 꾸며놔도 기운이 온화하지 않으면 흉한 터라는 말씀이죠?”
“물론이야.”
“풍수가의 안목으로 대길지라고 하더라도 묘소를 쓰고 난 다음에 이끼가 낀다면 그래도 좋은 터라고 할 수가 있을까요?”
“어? 동생도 어디에서 들은 말은 있구나? 호호호~!”
“산소의 석물(石物)에 이끼가 생기면 음습한 터라는 정도는 들어서 알죠.”
“맞아, 그것도 하나의 기준이 될 수가 있지. 그리고 지하(地下)의 환경도 계속해서 바뀌고 있기때문에 어제의 명당이 오늘은 흉지가 될 수도 있으니 영원한 것이 없는 것은 맞아.”
“참, 지하에 묻어놓은 관도 움직이는 건가요? 관이 이동한다는 것은 무슨 말인지 모르겠어요.”
“아, 도시혈(盜屍穴)에 고인을 모시면 그런 일이 생기기도 해.”
“예? 시신을 도둑맞는 자리도 있다는 뜻인가요?”
“이것은 지형(地形)으로 판단을 하는 거야. 경사도(傾斜度)를 봐서 내부에서 관이 이동했다는 것을 알 수가 있다네. 고수들은 그것도 단박에 안다고 하던데 물론 나는 당연히 그런 것은 모르고 듣기만 했어. 호호호~!”
“언니의 말을 듣는 것만으로도 지학(地學)의 절반은 배운 것 같은 느낌이 들어요. 정말 생각할 것이 의외로 많네요. 전혀 몰랐어요.”
춘매가 자원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감탄하자 자원도 보람이 있었다. 그러면서 더 깊은 이야기를 해 줘야 할지 말아야 할지를 잠시 망설였다. 괜히 머리만 복잡하게 할 수도 있기 때문이었다. 자원이 잠시 생각에 빠진 것을 재빨리 눈치챈 춘매가 그것을 놓칠 리가 없었다.
“언니, 무슨 이야기를 해 주고 싶어서 그러세요? 무슨 말씀이라도 좋으니까 걸러내지 말고 들려주세요. 듣고서 판단해도 되잖아요?”
“그렇긴 하지? 실은 들어봐야 아무런 소용이 없는 이야기라서 그렇긴 한데, 그냥 들어두면 언젠가 남의 말을 알아 듣는데 도움이 될 것도 같고 해서 망설였던 거야.”
“내친김에 그것마저 듣고 싶어요. 지금은 오술 중에서 산술(山術)을 공부하는 시간이잖아요. 어서 들려주세요.”
“응, 그럼 어렵더라도 잘 새겨서 들어봐. 지학에는 크게 나누면 형기법(形氣法)이 있고, 이기법(理氣法)이 있어.”
“어쩐지, 이제 제대로 지학을 공부하는 맛이 나네요. 그런 무슨 뜻이에요? 형기는 형상을 말하고 이기는 이치를 말하는 것인가요?”
“땅을 보는 것이 형기법이라고 한다면, 하늘을 보는 것이 이기법이야.”
“예? 땅을 보는 것이 지학이잖아요? 그런데 갑자기 하늘을 보다니요?”
“그래서 내가 말을 하지 않으려고 했던 거야. 그런데도 듣고 싶어?”
“당연히 듣고 싶죠. 모르던 것을 알아가는 재미를 무엇에다가 견주겠어요. 어서 말씀해 주세요. 무슨 뜻인지 궁금해요.”
“아마도 풍수학도 처음에는 형기법이 대세를 이뤘을 것으로 생각해 보는 거야. 그러다가 누군가에 의해서 이기법이 중요하다는 것을 알게 되었지. 이기법이란 천도(天道)의 운행(運行)에 따라서 명당과 길지가 변화한다는 이야기야. 자세한 것은 복잡하니까 나도 설명을 다 할 수는 없지만, 여기에 쓰이는 이론은 구궁(九宮)이지. 동생은 구궁을 아는지 모르겠네?”
그러자 춘매가 눈만 껌뻑이다가 물었다.
“구궁이라면 궁이 아홉이라는 이야긴데, 스승님께서는 그에 대해서 말해 준 적이 없지 싶은데요.”
“아마도 그랬을 거야. 싸부는 구궁에 대해서 별로 관심이 없으시니까. 호호호~!”
“그게 뭐죠?”
“하도낙서에서 나왔다는데 그 진위는 나도 몰라. 다만 아홉 개의 궁이 있고, 그 궁에는 글자가 있는데 이것이 순역(順逆)으로 이동을 한다네. 매년, 매월, 매일 매시마다 이동하는 것이 있는데 자세히 들어가면 무척 복잡해. 다만 그 기본형은 간단하니까 그것만 알아 둬.”
그러면서 자원이 구궁수(九宮數)를 그려서 춘매에게 보여줬다.
“이것이 구궁도의 기본이야. 여기에서 아홉 가지의 변화가 일어나고, 그것이 순역으로 다시 확장되기 때문에 18가지의 변화가 생기게 되는데 이런 이야기는 몰라도 되는 거야. 다만 중요한 것은 20년마다 한 번씩 천기(天氣)가 바뀌게 된다는 거야. 이것이 땅에도 큰 영향을 미치게 되는 거지.”
“정말 말씀만 들어도 생각보다 복잡하네요. 왜 언니가 망설였는지 이해가 돼요. 호호호~!”
“그렇지? 이렇게 이기법으로 논하는 것과 형기법으로 논하는 것이 서로 맞아떨어져야만 비로소 제대로 된 명당이 된다는 거야. 그러니까 땅만 바라보고 논하던 풍수가들에겐 큰 혼란이 생기게 되었겠지?”
“그랬겠어요. 좋은 자리라고 해서 거금의 비용을 받고 조상을 모시도록 했는데 그것이 천기에서는 흉한 암시가 되어버려서 멸문지화(滅門之禍)를 당하게 된다면 그 죄책감은 또 어떡해요?”
“어쩌면, 왕조의 명운이 계속 바뀌게 되는 것도 이러한 이치를 대입해서 설명하면 답이 나올지도 몰라. 왜냐면 처음에 명당이라고 해도 시간이 변화하면 그것도 운이 바뀌게 되고, 지사(地師)가 땅의 이치에 밝아서 좋은 땅이라고 해서 결정을 했더라도, 그가 하늘의 이치를 몰랐다고 한다면 또한 올바른 판단이 되지 못했을 것이니까 말이야.”
“그렇겠어요. 정말 간단하게 풍수라고 생각했는데 알고 보니까 의외로 광범위한 내용이 있었네요. 왜 오술의 하나로 자리를 잡았는지도 짐작이 되네요. 그런데 천기와 지기를 모두 아울러서 밝은 풍수가도 있었나요?”
“내가 듣기로는 당대(唐代)의 양균송(楊筠松)이라고 하는 지사가 있었다는데, 그가 찾아주는 터에 조상을 모시면 다음 날에는 굴뚝에 연기가 올라갔다네. 밥해 먹을 쌀이 없어서 굴뚝에 연기가 나지 않았는데 산소를 잘 모시고 나서 밥을 해 먹을 형편이 되었다는 이야기를 그렇게 전했겠지? 그래서 그의 별명은 구빈선생(救貧先生)이라고 했다지.”
“와~! 그렇게만 활용한다면 산학이야말로 진수(眞髓)라고 하겠어요. 원래 학문은 그래야만 되는 것이잖아요? 빈병걸인(貧病乞人)이 모두 웃음을 찾아서 행복할 수가 있었으면 좋겠어요.”
“맞아, 그런데 이 이론도 문제점은 있었어. 가장 큰 문제는 20년마다 한 번씩 무덤을 파헤쳐서 시신을 옮겨야만 하는 문제가 드러나는 거야.”
“아, 맞다. 천운은 바뀌는데 지운은 그대로 있으니까 땅을 하늘에 맞추기 위해서는 또 그런 수고로움이 필요하게 된다는 것이네요. 그렇지만 여간 번거롭지 않겠는걸요.”
“그것을 환천심(換天心)이라고 하는데, 하늘의 마음을 바꾸는 것이라고 할 수가 있겠지. 그리고 이러한 이론은 사람이 살고 있는 집에서도 그대로 적용이 되어서 지붕을 뜯어야 한다는 말도 나오니까 이러한 이치를 알고 있다고 하더라도 막상 실행을 하는데는 고민도 많겠지?”
“어쩌다가 그런 이론이 나온 거죠?”
“그야 나도 모르지. 다만 음양의 관점으로 본다면 이해는 돼. 그것을 풍수학에 적용시키려고 하는 과정에서 생겨나는 문제점에 대해서 해결을 할 방법이 마땅치 않다는 것이 가장 큰 문제이긴 하지만 말이야.”
“풍수로 전쟁까지 할 정도라면 그 정도의 수고는 아끼지 않겠지만, 보통의 사람들에게는 참으로 따르기 어려운 논리이기는 하겠어요. 저는 그냥 모르고 살래요. 호호호~!”
“왜? 매일 밟고다니는 곳이 명당이라고 해도 그럴거야? 호호호~!”
“아니, 그렇잖아요. 그렇게 해서 잘 살아가는 것이 완전하다면 또 모르겠지만, 그것조차도 다 믿을 것은 없다는 생각이 들어요. 그렇지 않으면 모든 것을 명당으로 판단할 것이고 그렇다면 일술(一術)이지 왜 오술(五術)이겠어요?”
“오호~! 동생의 생각이 맞네, 맞아. 호호호~! 나도 동감이야.”
“그렇긴 한데 오늘 새로운 이야기를 많이 들었네요. 언니가 말해준 덕분으로 산학(山學)의 뜻이 무엇인지는 충분히 알았어요. 그리고 최소한 젖은 땅과 마른 땅을 구분할 수만 있으면 되겠다는 생각을 해도 되지 않을까 싶어요. 사람도 젖은 자리와 마른 자리만 가리면 될 테니까요. 여기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세요?”
“물론이야. 사실 우리 오행원이야말로 명당중에 명당이니까.”
“그건 또 왜요?”
“왜라니? 싸부가 있고, 동생이 있고, 사 선생도 계시잖아. 이보다 더 희망적인 명당이 또 어디 있겠어? 아, 그 누구랬지? 통판이랬나. 그 제자도 있잖아.”
“정말 언니의 말씀을 듣고 보니까 오늘 여기 몸을 둔 곳이 바로 명당이잖아요? 구빈선생의 탁월한 능력은 또 전설에서 찾아보면 될 거고, 저는 여기가 천하제일의 명당으로 알고 열심히 공부할래요. 호호호~!”
“잘 생각했어. 그렇게 해서 이 순간을 즐겁게 보내면 여기가 바로 천국이라고 생각해.”
자원의 말을 듣고 있던 안산이 공수하고 말했다.
“참으로 멋진 지식(知識)과 해석(解釋)과 풀이입니다. 자원 선생의 가르침으로 산학에 대한 안목이 매우 넓어졌을뿐더러 자연을 어떻게 바라봐야 할 것인지에 대한 생각도 깊어지게 되었습니다. 이러한 인연이 행복합니다. 이제야 때가 되어서 복력(福力)이 발휘되었나 봅니다. 더욱 열심히 공부해야 하겠습니다. 앞으로도 많은 가르침을 고대하겠습니다.”
안산이 진심으로 고마운 마음을 표시하자 자원도 공수로 답례했다. 그리고는 다시 말을 이었다.
“다음에는 의학(醫學)에 대해서 살펴봐야 하겠는데, 갑자기 시장기가 돌아요.”
이렇게 말을 한 자원이 춘매를 보면서 말을 이었다.
“이제 동생에게 부탁해야 할 시간이 되었나 보네. 한 끼를 먹여 달라고 말이야. 호호호~!”
“아참, 내 정신 좀 봐. 이야기에 팔려서 시간이 흐르는 줄도 모르고 앉아 있다니. 죄송해요. 얼른 가서 만두를 좀 사와야 겠어요. 잠시만 기다려 주세요.”
그렇게 말을 하고는 부리나케 뛰어나간 춘매가 양손 가득 먹을 것을 들고 돌아왔다. 그래서 잠시 공부는 밀쳐두고 몸을 위한 즐거움을 누렸다. 정신적으로만 공부의 즐거움을 누릴 것이 아니라 몸에게도 음식을 먹여줘야 또 공부하는데 협조를 하는 까닭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