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의 적막강산
작성일
2022-01-25 19:00
조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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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의 적막강산(寂寞江山)
오전에는 잘 되었던 인터넷이 갑자기 먹통이 되었다. 한동안 이러한 일이 없었는데 무슨 일인가 싶었다. 낭월보다도 더 답답한 것은 아이들. 그래서 고장신고를 바로 했던 모양이다.
신속하게 달려온 KT서비스이다. 감로사에는 선택의 여지가 없이 이 통신사만 사용할 수밖에 없다. 다른 회선은 아예 없기 때문이다.
한 바퀴 돌아보고 온 기사가 말한다.
기사 : 누가 참나무를 베었는데 선로를 눌렀네요.
낭월 : 그럼 언제나 사용이 가능하겠습니까?
기사 : 기계가 들어가기도 어렵고 해서....
낭월 : 시간이 걸린단 말씀인가요?
기사 : 최선을 다해 보겠습니다. 오늘은 어렵겠네요.
낭월 : 할 수 없지요. 빨리 부탁합니다.
과연 현장에 가보니 이렇게 생겼다. 아마도 버섯종균용으로 벌목한 것이 아닌가 싶었지만 누군지는 알 방법이 없군.
중요한 것은 인터넷 선이 끊겼다는 것일 뿐.
차가 왔다갔다 하면서.... 그렇게 깜깜한 채로 하룻밤을 보냈다. 그야말로 적막강산(寂寞江山)이요, 절해고도(絕海孤島)로구나. 아무 것도 할 수가 없으니, 원고나 정리하고 뒤적거렸다.
다음날, 아침부터 또 차들이 오락가락하고 기계톱 소리도 들렸다. 부지런히 선로를 복구하느라고 고생하는 모습이 보였다. 그리고는 10시 이전에 인터넷 선에 빨간 불이 초록으로 바뀌었다. 인터넷이 열린 것은 당연하고.
이러구러, 저러구러 해서 다시 원상복귀가 되었다. 그래서 또 생각해 보니 편리함에 젖어서 선이 끊어질 수도 있다는 것도 생각치 못했던 모양이다. 그래서 새삼스럽게 고맙다.
오늘은 장비를 실은 차들이 와서 일을 하더라는 연지님의 말에 저녁 무렵에 슬슬 나가봤더니 선로를 깔끔하게 당겨서 매어놓았구나. 이제 또 잊어버려도 되지 싶다. 여하튼 잠시나마 고립무원(孤立無援)의 적막강산을 체험한 걸로. 대략 24시간 동안이었군.
이렇게 세상과 연결되어 있음을 잠시 느껴보기도 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