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72] 제7장 명학(命學)의 기초공사 / 7. 오룡(五龍)의 신통술(神通術)

작성일
2017-01-04 16:26
조회
2203

[072] 제7장 명학(命學)의 기초공사


7. 오룡(五龍)의 신통술(神通術)


고월과 헤어져서 처소로 돌아온 우창은 절기에 대한 이름에 다시 관심 갖고 들여다보기 시작했다. 인월과 입춘에 대한 의혹이 봄눈처럼 풀려버리자 이제는 절기에 대해서도 믿음이 생겨서 그대로 수용만 하면 되는 것으로 정리가 되었다.

종일토록 궁리에 또 궁리를 거듭한 결과 대략 어느 정도의 윤곽이 드러났다. 다른 경우와 달리 구체적으로 천체의 운행과 연관된 절기의 공부라고 생각해서인지 더욱 재미가 있어서 시간이 가는 줄도 모르고 자연의 순환에 대해 푹 빠져서 하루를 보냈다.

다음날. 다시 정리한 것을 살펴보고는 비로소 고월을 찾았다. 이 정도라면 고월에게 이야기를 들으면서 정리를 해도 되겠다는 생각이 들어서이다. 고월은 책을 들고 창가에서 밖을 바라보고 있다가 우창을 보고는 반겨 맞았다.

“여~! 잘 지냈어? 희색이 만면한 것을 보니 연구가 잘 되었나 보네?”

“말도 말게. 쉽게 생각했다가 이것저것 따져보느라고 그렇잖아도 우둔한 머리가 터지는 줄 알았지 뭐야. 그래도 자네의 도움을 받은 덕분에 대략 정리는 된 것 같아서 확인도 할 겸 왔지. 그런데 못 보던 책인데? 무슨 공부를 하고 있었어?”

“하하~! 심심해서 풍수 책을 뒤적여 봤어. 「도천보조경(都天寶照經)」이라는 책인데 꽤 재미있어서 어제 온종일 읽어봤지. 어디 자네의 연구보고를 좀 볼까? 그게 더 재미있을 것 같은데? 하하~!”

“그럼 정리한 것을 말해 줄 테니 들어보고 말이 안 되는 곳이 있으면 살펴봐 주게. 궁리는 했어도 워낙 기초가 부실해서인지 확신이 서야 말이지. 하하~!”

우창은 심호흡을 하고, 그 사이 고월이 따라 준 시원한 차를 한 모금 마신 다음에 천천히 의견을 말했다.

“우선 인월(寅月)에 대해서는 이렇게 정리했네. 입춘(立春)과 우수(雨水)는 인월(寅月)의 절기(節氣)이고 지천태(地天泰䷊)이며 봄이 시작된 것이 입춘이고, 눈이 녹아서 빗물이 되는 것을 우수라고 하는 모양이네. 그러니까 겨우내 내리던 것은 눈이었는데 이제는 비가 내린다는 이야기가 되니 봄의 기운이 서서히 감돌고 있다는 느낌도 들었네.”

우창이 열심히 연구한 이야기를 다 듣고서 고월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게 정리한다면 누가 듣더라도 무난한 인월의 설명이라고 보면 될 것이라는 생각이 들어서였다.

“잘 정리했는걸. 그만하면 문제없군. 통(通)이네.~!”

“다행이군. 그럼 묘월(卯月)의 정리도 살펴봐 주게. 경칩(驚蟄)과 춘분(春分)은 묘월(卯月)의 절기이고 주역으로는 사양(四陽䷡)이 되는 건가? 그렇다면 뢰천(雷天)이 되겠는데 괘명(卦名)을 미처 외우지 못했으니 이렇게만 그림으로 그려서 정리해 두면 되지 싶었네. 경칩이 되면 개구리가 놀란다는 뜻이잖은가? 땅속에서 잠을 자고 있던 개구리가 왜 놀라느냐면 개구리는 겨우내 땅속에서 잠을 자면서 봄이 오기를 기다리다가 땅속에 온기가 감도는 것에 화들짝 잠이 깬다는 뜻인가 싶었지. 그렇게 되면 춘분(春分)이 되니 봄의 한 중심에 와 있고, 태양은 지구의 중심부인 적도(赤道)를 통과하고 있다는 이야기가 된다는 말이군.

이 무렵에 양지(陽地)에는 새싹이 파릇파릇 돋아나기도 하겠지. 그렇다면 초식동물인 토끼들은 겨우내 나무껍질만 갉아 먹으면서 연명을 하다가 새로운 풀의 향기로운 만찬에 초대를 받으니 얼마나 좋겠는가를 생각해 봤어. 그래서 묘(卯)를 토끼라고 했는가 보다는 생각도 들었네. 적어도 이제는 싸리나무 껍질이나 말라죽은 풀을 먹지 않아도 된다는 것이 토끼에겐 최상의 축복이겠지?”

“제법인걸. 궁리가 심오해~!”

“그런가? 참말이었으면 좋겠는걸. 하하~! 여하튼 고맙네. 토끼 이야기도 문제가 없겠어?”

“문제는 무슨 문제. 재미있는 생각이야. 다음은?”

“진월(辰月)에 대해서는 이렇게 정리를 했어. 청명(淸明)과 곡우(穀雨)가 이어져서 진월(辰月)이라고 했으니 이번에는 오양(五陽䷪)이 되겠다. 진월의 진토(辰土)는 습토(濕土)라고도 하지 않았는가. 그러니까 풀이 자라기에 매우 좋은 환경이라는 것과도 서로 연결이 되는 것 같다. 청명은 하늘이 맑고 태양은 밝다는 의미일 것이고, 곡우는 곡식을 심으라는 비가 내린다는 뜻이겠군. 우수(雨水)와 곡우(穀雨)의 차이는 그냥 빗물이 내리는 것과 농부가 곡식을 심으려고 준비하고 있는 때에 비가 내린다면 그것은 그냥 우수(雨水)도 되지만 곡우(穀雨)라고 하는 마음으로 감사함을 전한다는 의미로 이해를 해 보기도 했지. 땅은 비를 맞아서 보슬보슬하고 또 촉촉하기도 하니 농부는 곡식을 심을 준비를 하는 것이니 그냥 덮어놓고 입춘이라고 해서 봄을 준비하는 것이 아니라 대지(大地)에 봄의 기운이 무르익기를 기다렸다가 때가 되면 준비한다는 것으로 이해가 되었어.”

“오호, 절기의 뜻과 계절을 연결해서 생각해 봤다는 것이 아닌가? 그런데 왜 용(龍)에 대한 이야기가 없지? 진(辰)은 용띠에도 해당하는데?”

이야기를 듣고 있던 고월이 용을 언급했다. 그 말에 우창도 생각한 바를 설명했다.

“왜 용에 대해서 생각해 보지 않았겠어. 그런데 아무리 생각을 해봐도 상상 속의 동물이 왜 여기에 자리하고 있는지도 알 수가 없고, 어떻게 해서 그 자리에 있는지도 모르겠어서 궁리의 단초를 찾을 수가 없었어. 여기에 대해서 보충 이야기를 해 줘서 더욱 빛나는 자료로 만들어 줘봐.”

“사실, 용에 대해서 이야기하자면 좀 길어지네. 행여 자네가 아직도 지지에 대한 이야기가 남았느냐고 할까 싶어서 그게 걱정인걸. 괜찮겠나?”

“아니, 무슨 말을 그리 하나? 무조건 대환영이지. 그래 봐야 열두 가지밖에 더 되겠어? 어서 이야기를 들려줘 봐. 난 그런 것이 재미있더란 말이야.”

“사실 이 이야기는 우창이 육갑(六甲)을 다 외운 다음에 해 주려고 했던 것인데.”

“걱정 말게. 어제 하루 종일 끙끙대면서도 육갑을 다 외웠으니까~!”

“오호~! 역시~!”

“그래서? 왜 말도 안 되는 용이 진월(辰月)에 자리하고 있지?”

“용에는 어떤 용이 있는지는 들어봤지?”

“그야 황룡(黃龍), 청룡(靑龍), 흑룡(黑龍)이 있지 않은가? 그 외에 다른 용도 있던가?”

“오룡(五龍)이라네. 이것은 오행에 따른 것에서 나온 것이기도 하지만 육갑에서 나왔다고 볼 수도 있지.”

“그래? 그렇다면, 청황적백흑(淸黃赤白黑)의 용이 있단 말이겠지?”

“맞아. 자네도 오행의 색은 안다는 뜻이네? 그렇다면 이야기는 쉬워지겠어. 하하~!”

“아무리 변변하게 아는 것이 없기로서니 너무 무시하지 말아. 하하~!”

“갑진(甲辰)은 청룡(靑龍)이라네. 왜냐하면 목룡(木龍)이니까 목은 청색이라는 이야기지. 뭐 알고 보면 간단한 이야기지만.”

“알겠네. 병진(丙辰)은 적룡, 무진(戊辰)은 황룡, 경진(庚辰)은 백룡, 임진(壬辰)은 흑룡이로군. 그렇지?”

“하나만 알려주면 다섯을 깨달으니 과연 자네는 천재로군.”

“원, 그럴 리가. 하하~! 여하튼 그래서? 왜 용이 열두 동물에 들어있는지를 이야기해 달란 말이야.”

“용은 조화(造化)를 부린다지 않는가? 그러니까 그 자리에 들어올 동물은 지상의 동물은 불가능했었던 거야. 그러니까 고인들께서 고심 끝에 딱 어울리는 동물을 찾았지. 그게 용이 된 것은 너무도 당연했던 것이고.”

“도대체 진월이 무슨 조화를 부린단 말이야?”

“이것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간합(干合)을 알아야 하는데 과히 복잡하진 않으니까 간단히 기억할 수가 있을 거야. 설명해 줄 테니 잘 들어봐.”

“여부가 있겠어? 이야기해 줘봐.”

우창의 독촉을 받고서 구결을 외우자, 우창이 받아 적었다.

 

갑기합토(甲己合土)


을경합금(乙庚合金)


병신합수(丙辛合水)


정임합목(丁壬合木)


무계합화(戊癸合火)


 

“그건 또 무슨 뜻인가? 글자만 봐서는 천간에 대한 이야기로군. 이것이 지지의 진(辰)과 무슨 연관이 있다는 말인가?”

“갑(甲)과 기(己)가 만나면 합(合)을 하게 된다는 뜻이고 그렇게 되면 토기(土氣)를 띤다는 말인데 이것은 다 믿을 것이 없으니 그냥 그런가 보다 하고 생각만 하면 될 거야.”

“아니, 다 믿을 수가 없는 말을 왜 해 주는 거야? 자네답지 않게.”

“그건, 강호의 술사(術士)들은 그렇게 말을 하지만 나는 확신을 할 수가 없는 까닭이라네. 그들의 말로는 갑기가 합을 하면 토(土)로 변한다고 하는데 그게 아무리 생각을 해 봐도 말이 안 된다는 생각이 들어서이지.”

“오행은 주체적이어서 고정된 존재라고 하지 않았는가?”

“당연하지~! 그래서 다른 오행으로 변한다는 말은 도대체 왜 나왔을까를 고심해 봤지 않겠어? 그런데 근거가 없어. 그냥 떠돌아다니는 유언비어일 것이라는 결론을 내리게 된 이유이기도 해.”

“그렇다면 합(合)은 하는 거야?”

“합은 가능하다고 봐도 될 거야. 함께 하여 마음이 동하는 것이야 남녀가 서로 만나서 애정이 생기는 것과 같을 테니까.”

“그렇다면 토(土)라는 오행은 왜 붙여두는 거지?”

“토로 변한다는 것은 못 믿더라도 그냥 알아두면 편리한 것이 있어서이지. 그래서 필요하다면 그 정도는 수용할 수가 있다는 거야.”

“알았어. 그것으로 뭘 할 수가 있는지부터 설명을 들어야겠는걸.”

“급하긴, 하하~! 우선 오호법을 먼저 알아야 하니 잘 들어 두게.”

“아직도 알아야 할 공식이 남았단 말인가? 참으로 간지의 변화는 무궁무진하군.”

우창의 그 말에는 대꾸도 하지 않고 구결(口訣)을 읊었다.

 

갑기년병인(甲己年丙寅)


을경년무인(乙庚年戊寅)


병신년경인(丙辛年庚寅)


정임년임인(丁壬年壬寅)


무계년갑인(戊癸年甲寅)


 

“이렇게만 외워두면 두고두고 내게 고마워할 것이네. 하하~!”

“고맙기야 이미 진즉부터 황공무지(惶恐無地)하지. 하하~! 근데 이건 또 무슨 말인가?”

“간단한 이야기야. 갑년(甲年)과 기년(己年)은 인월(寅月)이 되면 병인(丙寅)이 된다는 말이지.”

“아, 육갑의 순환하는 과정에서 12가지씩 뛰어넘으면 인월에는 항상 그러한 순환으로 돌아온다는 이야기가 아닌가? 그것참 편리하겠는걸.”

“맞아. 웬만한 것은 암기해야 찾아보는 수고를 줄이니까. 하하~!”

“알겠어. 그러니까, 을경년에는 무인월로 시작을 한다는 말이고, 병신년은 경인월이고, 정임년은 임인월이고, 무계년은 갑인월이란 말이지? 그래서?”

“그래서, 진월까지 따져보면 비로소 왜 용이 조화를 부리게 되는지를 자연히 알게 될 거야. 어디 따져봐.”

“가만, 이제 겨우 잊지 않을 정도로만 외워놔서 얼른 나오지는 않으니까 천천히 해 보자고. 갑기년은 병인월이지. 병인(丙寅), 정묘(丁卯), 무진(戊辰)이 되나? 그렇다면 진월의 무진이 된다는 말인데. 이것이 용의 조화랑 무슨 상관이라는 거지?”

“무진(戊辰)은 무슨 색의 용인가?”

“무토(戊土)가 황색이니까 황룡이잖은가?”

“다시 갑기합토가 무슨 뜻인지를 생각하면 그 안에 답이 보일 텐데?”

“아, 토(土)가 황룡이 된다는 뜻이었단 말이야? 그렇다면 당연히 용의 조화라고 할 만한걸. 그렇다면 을경년은 금이니까 경진(庚辰)이 된단 말이잖아. 어디.... 무인, 기묘, 경진. 기가 막히는군. 그래서 용이 그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는 것이었구나. 신기한 관찰이야.”

“그래서 진(辰)에 용(龍)을 집어넣은 것인 줄을 알면 실제의 용과는 아무런 관계가 없다는 것도 알겠지?”

“당연하지, 이치가 그렇다는 것이잖아? 어제 육갑을 외우지 못했으면 그렇게 재미있는 이야기를 듣지 못할 뻔했잖아. 하하~!”

“용띠에 대해서 이해가 되었으면 다시 다음 구절을 이야기해 봐.”

“참, 지금 절기를 하고 있었지? 용에 빠져서 그것도 잊어버렸군. 하하~!”

우창은 항상 기록하는 것을 게을리하지 않았다. 소리는 잡을 수가 없어서 이내 흘러가버리고 종내(終乃)는 사라지기 때문에 말이나 생각을 즉시로 기록해두지 않으면 나중에는 아무리 되새겨서 떠올리려고 해도 기억이 나지 않아서 땅을 치고 후회해도 아무런 소용이 없다는 것을 여러 차례 겪고 난 다음에 깨달은 자기만의 방식이었다. 그렇기에 간합(干合)의 구결도 잘 적었다. 그것을 보면서 고월이 한마디 던졌다.

“참 열심히 기록하는구나. 그렇게 하니 만무일실(萬無一失)이지. 나도 그것을 알기는 하는데 귀찮아서 ‘다음에 정리하면 되지’하다가 다 날아가 버리고는 다음에 또 생각나겠지 하면서 넘어가는 것이 일쑤인데 참으로 우창에게 본받아야 할 점이네. 하하~!”

“고월은 두뇌가 총명한데 뭐 하러 일일이 적어두겠는가? 그냥 들으면 알고 즉시로 궁리하여 자신의 것으로 만들어버리는 것이 얼마나 부러운지 모른다네. 이렇게 우둔한 머리를 타고났으니 손이라도 부지런해야 그나마 뒤따라가기라도 하지 않겠는가? 하하~!”

“원, 겸손이 지나치군. 그나저나 용과 진월의 이야기는 잘 이해했는가?”

“그런 것 같군. 앞으로 이러한 것을 따질 일이 있을 적에는 매우 편리하게 활용할 수가 있겠네. 고맙고도 감사할 따름이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