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20] 제30장. 정신(精神)/ 2.방랑자(放浪者)

작성일
2021-08-10 05: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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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20] 제30장. 정신(精神) 


2. 방랑자(放浪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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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 조용히 우창의 말을 기다리고 있었다. 우창은 이러한 분위기가 좋았다. 모두의 열망(熱望)이 한 곳으로 모이는 순간이었기 때문이다. 잠시 생각에 잠겼다가 말을 꺼냈다.

“앞에서는 물질적인 오행에서 금은 녹이고 또 다른 모습으로 바뀐다는 것으로 정리를 했습니다. 그리고 오늘은 칼로 태어났다가 내일은 황금 가락지로 태어났다가 또 모레는 다시 말의 편자(鞭子)로 태어날 수도 있는 것처럼 우리의 영혼도 그와 같은 여정에서 많은 체험을 하게 됩니다. 전생의 우리는 무엇이었는지 모릅니다. 우리의 흔적에는 전생의 표시가 없기 때문입니다. 매우 드물게는 전생의 자신을 기억하기도 합니다만 이것은 매우 이례적(異例的)일 따름입니다. 그래서 어제는 잊고 오늘에 집중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하겠습니다.”

우창의 말에 춘매가 손뼉을 치면서 좋아했다.

“와우~! 이제 또 새로운 세계로 들어가는 문의 입구에 서성이는 느낌이에요. 과연 그 문을 들어가면 또 어떤 세계가 열리게 될지 흥분이 되기조차 하네요. 언니는 대략 둘러봤겠지만 내게는 신세계가 될 것이 틀림 없을거에요. 호호호~!”

춘매가 이렇게도 좋아하는 것을 보니까 모든 대중도 그 마음에 기쁨의 물결이 일어났다. 원래 기쁨은 나누면 커진다고 하지 않는가 말이다. 슬픔은 또 나누면 절반으로 줄어든다는 이치를 우창도 잘 알고 있어서 기뻐하도록 잠시 기다렸다. 그러다가 모두 잠잠해지자 비로소 말을 꺼냈다.

“자, 춘매를 상대로 이야기하면 되겠네. 우선 마음은 만약에 크기로 말하자면 대해(大海)와 허공(虛空)을 모두 품고도 자리가 남는 것이야. 그러나 또 작기로 말하면 좁쌀 한 알을 담을 수도 없을 만큼 좁아지는 것이 마음이야. 그래서 일정한 틀이 없는 것이기도 하지.”

“맞아요. 저도 항상 그런 생각을 해요. 그러한 마음은 사람마다 다른데 이것을 어떻게 이해하면 될까요?”

“아무리 천만 사람의 마음이 달라도 한 사람의 마음처럼 같은 것이 있으니까 걱정하지 않아도 돼.”

“맞아요. 그런 것을 알려 주셔야죠. 그게 뭐죠?”

“아(我)~!”

“예? ‘아’라니요? ‘나’라는 말인가요?”

“물론이야. 누구나 그 중심에 존재하는 것은 ‘나’라고 하는 존재야 ‘자아(自我)’라고 해도 같은 말이지. 아무리 많은 사람이라고 해도 그 사람의 각각에 들어있는 존재는 ‘아(我)’이기 때문에 실은 서로 공감도 하고 이해도 하면서 더불어 살아갈 수가 있는 거야. 그리고 그것을 다른 말로는 금(金)이라고 하고, 또다시 양금(陽金)이라고 하게 되니까 천간(天干)을 알게 된다면 경금(庚金)이라는 말로 정리하게 되는 거야.”

“아, 그래서 경금이라는 이야기를 앞에서 하셨구나. 그러니까 어떤 사람이든지 자신의 주체는 경(庚)이라는 의미잖아요? 경은 도대체 무슨 뜻인지도 궁금해요. 글자를 분석해서 설명해 주시면 좋겠어요. 호호호~!”

그러자 우창이 예전에 천간(天干)을 궁리하면서 경(庚)의 고자(古字)를 찾아서 적어뒀던 문서를 꺼내어서 보여줬다.

320 경의 고자

“이것은 매우 오랜 옛날에 쓰였던 경(庚)이야. 뭘로 보여?”

춘매가 자세히 들여다보고는 말했다.

“이것은 가슴이 큰 사람처럼 보여요. 두 다리로 서있고, 팔도 있는데 머리에는 뿔이 달린 것도 같아요. 이것이 자아(自我)라고 표현한 것일까요?”

춘매가 신기한 생각이 들어서 느낌을 말했다. 그러자 우창이 다시 다른 모양의 글자도 보여줬다.

320 경의고자2

“이것은 또 어떻게 보이지?”

“와~! 신기해요. 앞의 글자에서는 가슴에 있던 도(十)가 이 글자에서는 전체적으로 중심을 잡고 있어요. 마음을 의미하는 것일까요? 처음엔 그림과도 같았던 모습이 여기에서는 글자처럼 닮았어요. 아니, 이것은 앞의 글자가 더 진화한 것으로 보여요. 재미있어요. 이러한 것이 모두 경(庚)을 나타낸다는 것이죠? 이제 경이 무슨 뜻인지 제대로 이해를 할 수 있겠어요. 자신(自身)이라는 것으로 보는데 아무런 의심을 하지 않아도 되겠어요. 고문(古文)은 또 그렇게 이해하는 역할도 하네요. 신기해요.”

우창은 주변을 둘러봤다. 모두 춘매의 말에 동의한다는 표정이었다. 그러자 적어놓은 문서첩(文書牒)을 거두고서 이야기를 이어갔다.

“자, 이제 경(庚)의 의미를 잘 이해했으니까 천간(天干)에 대해서 설명해도 되지 싶군. 참 오광은 천간(天干)은 알고 있나? 그것을 안 물어봤네. 하하하~!”

“예, 스승님. 염려 마십시오. 다행히 간지(干支)에 대해서는 알고 있습니다. 물론 그 심오(深奧)한 이치(理致)는 이제부터 스승님의 말씀으로 채우고자 합니다. 다음 말씀이 궁금합니다.”

이렇게 모두 천간에 대한 것은 이해하고 있다는 것을 확인한 다음에서야 이야기를 풀어갔다. 그리고 모두는 그러한 우창의 자상(仔詳)함에 감동하게 되었다. 정확한 이해를 위해서 백번이든 천번이든 설명을 할 마음의 준비가 되어있다는 것을 느꼈기 때문이었다. 우창의 낭랑한 음성이 울려 퍼졌다.

“유교(儒敎)에서는 천성(天性)이라거나, 천품(天稟)이라고 하고, 불교(佛敎)에서는 자성(自性)이라고도 하고, 불성(佛性)이라고도 하는 이 존재를 명학자(命學者)는 경금(庚金)이라고 한다는 것을 알았지?”

그러자 춘매가 그것은 안다는 듯이 말했다.

“알아요~! 경금은 사주에서 일간(日干)이라는 것도 알고요. 그러니까 사주에서 일간은 그 사람의 본성이고 불성이고 천성이며 자아라는 말씀이죠?”

“옳지~! 잘 이해하셨구나. 하하하~!”

“그 정도는 알죠. 여태 주워들은 말이 얼만데요. 호호호~!”

춘매는 우창의 말이 귀에 쏙쏙 들어올 때는 희열감이 들었다. 이러한 느낌으로 공부한다는 것을 느낄 수가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렇게 잘 알아들으면 우창도 또한 즐거웠다. 그동안의 일이 결코 헛된 일을 하지 않았다는 안도감이 뒤따르기 때문이기도 했다.

“일간(日干)에 앉아있는 글자의 주인공은 전생에서 다시 찾아온 금(金)이라는 뜻도 되는 거야. 말하지만 여덟 글자에 주인이 찾아와서 자리를 잡는 셈이라고 할 수도 있는 거야.”

그러면서 우창이 사주를 하나 적었다.

320 우창사주

사주를 본 춘매가 말했다.

“와~! 스승님의 사주잖아요? 갑자기 사주풀이를 해 주실 건가요?”

“그냥 이해를 돕기 위해서 적었을 뿐이야. 하하하~!”

“일간(日干)이 무토(戊土)에요. 그건 알아요. 호호호~!”

우창이 춘매의 장난끼어린 말에 미소를 짓고는 말을 이었다.

“전생에 한 영혼이 있었더란다. 그 영혼이 어쩌다가 유명계(幽冥界)를 방황하다가 불빛을 발견하고는 그대로 빛을 따라갔다가 한 여인의 뱃속으로 들어가게 되었지. 그렇게 되어서 열 달이 지난 다음에 진(陳)가의 집안에서 고고성(呱呱聲)을 울리면서 사내아기로 태어나게 되었고, 그 아기가 태어나는 순간에 영혼은 일간(日干)으로 쭉~ 빨려가서 몸에 박혀버리게 되었다네.”

“와우~! 그렇게 해서 몸을 끌고 천하를 유람하다가 곡부까지 와서는 춘매라는 여인을 만나셨다는 거죠? 호호호~!”

“맞아. 여기에서 중요한 것은 이 여덟 글자는 거푸집과 같은 것이라는 점이야. 팔자는 거푸집이고 그 입구는 일간(日干)의 위쪽이 되는 거야. 시뻘겋게 녹은 쇳물은 일간의 위에서 부어져서는 연월일시(年月日時)로 파고 들어가서 굳어지게 되는 것이고, 그것이 글자처럼 보이는 것이지.”

우창이 이렇게 말하면서 붓을 들어서 뭔가를 그렸다. 모두 무엇을 그리는지 궁금한 마음으로 지켜봤다.

320 금물붓기

처음에는 뭔가 하다가. 글자를 써넣자 비로소 그 의미가 전해졌다. 더구나 주사를 찍어서 쇳물을 표시하여 붉게 칠하자 더욱 선명하게 느낌이 살아났다. 춘매가 말했다.

“아하~! 무슨 그림인가 했더니 태어나면서 전생의 영혼이 쇳물이 되어서 일간(日干)으로 들어붓는 그림이잖아요? 그림은 엉성해도 뜻은 잘 알겠어요. 호호호~!”

“물론이지. 그림을 보자는 것이 아니라 의미를 알자는 것이니까 말이네. 하하하~!”

모두 우창이 전하고자 하는 의미를 잘 알 수가 있었다. 그래서 다음의 말이 어떻게 나올지를 기대하면서 침을 삼켰다. 말 하나하나에 깊은 의미가 깃들어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러자 자원이 잠시 생각하더니 붓을 들고 그림을 그렸다. 다들 무슨 그림인가 하고 눈을 모았다.

320 자원금물

붓을 놓은 자원이 말했다.

“이렇게도 생각해 볼 수 있지 않을까 싶어서 그려 봤어요. 이것도 말이 될까요? 스승님의 그림을 흉내만 냈어요. 호호호~!”

그림을 본 춘매가 손뼉을 치면서 좋아했다.

“와~! 스승님의 그림은 금(金)을 말씀하신 것이고, 언니의 그림은 영혼을 말씀하시는 거네요? 그런데 스승님의 그림은 살벌하고 언니의 그림은 귀여워요. 난 언니의 그림이 더 좋아요. 호호호~!”

그러자 우창도 자원의 그림을 보면서 말했다.

“역시 자원의 통찰력이 예리하구나. 내 그림보다 더 진리에 가까운 것으로 봐야 하겠는걸. 난 취소다. 하하하~!”

그러자 자원이 웃으면서 말했다.

“싸부의 그림이 직관적이에요. 다만 그렇게도 표현할 수 있고, 저렇게도 표현할 수 있다는 의미로 생각난 것을 나타내 봤어요. 동생이 좋다고 하니까 그걸로 대만족이에요. 호호호~!”

자원의 말에 우창이 정리하면서 말했다.

“영혼이 일간(日干)의 통로로 들어가는 과정은 흡사 무녀에게 접신(接神)이 되는 것과도 흡사하다고 하겠네. 다만 주인이 없는 상태에서 들어가는 것이 일간이라고 한다면 주인이 있는 몸으로 들어가는 것을 접신이라고 하는 것이 다를 뿐이라고 하겠네. 그리고 접신은 일간을 통해서 들어가는 것이 아니어서 아무리 강력한 힘을 갖고 있다고 하더라도 중심부를 차지하지는 못하고 곁방살이를 면하지는 못한다고 봐야 할 것이네.”

춘매가 우창의 말이 이해가 되었다는 듯이 말했다.

“잘 알았어요. 구천(九天)을 방황하던 영혼이 어린 아기의 탯줄을 타고 일간의 통로를 거쳐서 자리를 잡은 것이네요. 그로부터 그 몸의 주인은 결정이 났다고 보면 되는 것이죠? 여기에다가 원래는 없는 이름을 붙인다는 거잖아요. 그러면 그 몸을 버릴 때까지는 그 이름으로 불린다는 것이죠?”

“맞아. 춘매가 제대로 잘 이해했군.”

“그러니까 전생의 업은 어떻게 되었던지 물을 수가 없지만, 그릇의 형태에 따라서 찻잔이 되거나 차호가 되거나 혹은 족쇄가 되거나 간에 생긴 모양대로 그 기능을 할 것이므로 명학자의 눈에는 간지만 보고 풀이를 한다는 것이잖아요?”

춘매의 말에 우창이 감탄하면서 말했다.

“오호~! 오늘의 춘매는 어제의 춘매가 아니로군. 멋지게 정리하는 것을 보니 철학자의 풍모가 점점 갖춰지고 있는 것이 보이는 것 같네. 하하하~!”

“칭찬인 거지요? 고맙습니다. 그렇다면 저마다의 인연에 따라서 몸을 하나 차지한 것이니까 그것이야말로 행운이라고 해도 되겠네요. 우리 모두 축하해요. 호호호~!”

그러자 오광이 말했다.

“모두 인간으로 태어나신 것을 축하드립니다~!”

그러자 모두 자연스럽게 두 손을 들어서 합장으로 답했다. 이야기를 듣고 보니까 자축(自祝)을 해도 될 것만 같은 생각도 들었기 때문이었다. 그러자 염재가 궁금한 것을 물었다.

“스승님께 여쭙습니다. 떠돌던 영혼이 일간으로 들어갔다고 하니까 당연히 그렇겠거니 하겠습니다만, 연간(年干)으로 들어갈 수는 없는 이유가 있는지 궁금합니다. 오히려 한 해를 관장(管掌)하는 연간(年干)이니 연지(年支)가 더욱 큰 비중이 있을 것 같은 생각도 들고, 일간(日干)은 기껏해야 하루의 시간만 관장하는데 그런 의미로 본다면 왜 하필이면 일간이어야 하는지 궁금합니다.”

염재의 물음에 우창이 답했다.

“오호~! 일리가 있는 말이지. 아마도 아득한 옛날에는 연지(年支)를 영혼이 드나드는 통로로 봤을 가능성이 있네. 왜냐면 당사주(唐四柱)를 살펴보면 생년(生年)의 띠에 대해서 상당히 비중을 두었더란 말이네. 아마도 당대(唐代) 이전에는 그렇게 봤던 것으로 미뤄서 짐작해 보네. 다만 송대(宋代) 이후로는 그런 생각은 일간(日干)으로 바뀌었던 것으로 봐서 학문의 진화라고 할 수가 있지 않을까 싶군.”

“아, 그렇습니까? 그렇다면 이해가 됩니다. 처음부터 일간을 기준으로 삼았다면 참으로 놀라울 일이라는 생각이 들었는데 그러한 과정이 있었다고 한다면 당연히 타당성이 있다고 하겠습니다. 그렇다면 과도기(過渡期)에는 월지를 통로로 보고 추론했을 수도 있었겠습니다. 그런 흔적도 있겠습니까?”

“그렇게 봤던 시절도 없었다고는 못하지. 왜냐면 월지(月支)를 월령(月令)이라고 해서 천명(天命)이 도달하는 곳이라고 여겨서 매우 중요하게 생각했던 흔적도 있으니까 말이지.”

“와~! 역시 고인들의 노력은 후학을 감동시킵니다. 그렇다면 앞으로 언젠가는 시지(時支)를 정신이 출입하는 곳으로 해석을 할 날이 있을 수도 있지 않겠습니까?”

“오호~! 대단하군. 그렇게 하면서 찾아가는 것이 맞는다네. 다만 아직은 일간으로 대입해도 크게 불편하거나 황당하다는 생각이 들지 않으니 그대로 가도 되는 시기라고 하겠네. 하하하~!”

“잘 알겠습니다. 또 천지개벽(天地開闢)의 소식이 들리기를 기다려야 하겠습니다. 그때까지는 이대로 충분하지 싶습니다.”

염재의 말에 춘매가 감탄을 하면서 말했다.

“아니, 놀라워라~! 어떻게 그런 생각도 할 수가 있는지 나는 상상도 못하겠네. 과연 학자가 될 사람은 뭐가 달라도 다른가 봐. 나는 제자가 그런 질문을 하면 얼굴만 빨갛게 되어서 답도 제대로 하지 못하고 어리버리하고 있을 텐데 스승님은 과연 그런 질문도 기꺼이 답변하시니 과연 그 스승에 그 제자라는 말이 딱 어울리네. 호호호~!”

그러자 염재가 춘매의 말에 답했다.

“당연하지요. 스승님이니까 이런 질문도 하는 것이지 옹졸한 사람이라고 한다면 어찌 눈치가 보여서 질문을 드릴 수가 있겠습니까. 그래서 염재의 복이 하늘에 닿은 줄만 알고 있습니다.”

“맞아~! 호호호~!”

이렇게 덕담을 나누는 것을 보면서 우창이 미소지었다. 그리고는 말했다.

“자자, 그만하면 되었으니 이제 정리를 해 볼까? 그러니까 떠돌이 영혼이 사주 속으로 일간을 타고 들어와서 그 자리에 정착하게 되었으니 일간을 보면서 그 영혼의 실체를 살피게 된다는 이야기를 이해한단 말이지?”

춘매가 말했다.

“당연하죠. 이해하고 말고요. 몸이 망가질 때까지는 그 자리를 지키면서 일생을 희노애락(喜怒哀樂)과 함께 살아가게 되는 것은 사주의 흐름에 따른다고 하겠네요. 그러니까 사주가 청정(淸淨)하면 살아가는 동안에 기쁜 일이 많을 것이고, 혼탁(混濁)하면 하는 일마다 장애를 만나게 될 것으로 보면 되겠죠?”

“맞아~!”

“그러니까 사주를 잘 골라서 들어가야 한다는 말이 나오게 되네요. 그런데 왜 어떤 영혼은 청정한 연월일시에 마련된 몸으로 들어가서 태어나고 또 어떤 영혼은 혼탁한 연월일시에 마련된 몸으로 들어가서 태어난 다음에는 일생을 곤궁(困窮)하고 고통(苦痛)을 받으면서 살게 되는 것일까요?”

춘매의 말에 가만히 듣고 있던 자원이 대답했다.

“그건 말이야. 그 영혼의 전생과 연관이 있지 않겠어? 생전에 선연(善緣)을 맺었으면 선과(善果)를 받아서 청정한 사주로 들어가게 될 것이고, 악연(惡緣)을 맺으면서 악행(惡行)을 하다가 죽었다면 다시 태어난다고 해도 그와 유사한 몸을 받고 그 사주의 암시대로 살아가게 될 것이니 살아서 어떻게 살아가느냐가 참으로 중요하다고 할밖에. 호호호~!”

“와~! 그 말이었구나. 인과응보(因果應報)는 자작자수(自作自受)라고 하더니 그 말이 조금도 틀리지 않았다는 거죠?”

“아마도 그래야 앞뒤가 맞겠지? 그러니까 그 이상은 또 전생을 궁리하는 숙명통(宿命通)을 한 사람에게 맡기기로 하고 우리의 영역은 여기에서부터 시작하는 것으로 만족해야 하겠지? 호호호~!”

자원의 말에 춘매도 무슨 의미인지를 깨달았다.

“언니의 말씀이 꼭 맞아요. 명학자의 경계(境界)가 태어나기 이전은 논하지 않는다는 말은 스승님께 들었어요. 태어난 이후에 대해서만 논하는 것이라고 하셨으니까요. 정말 어디에서 어디까지 공부하는 것인지를 안다는 것도 참으로 중요하다는 것을 알겠어요.”

“맞아, 그렇다면 이제 본격적으로 명학(命學)의 세계에서 논하는 오행법(五行法)에 대해서 싸부의 귀한 말씀을 들어봐야지? 내가 아무리 떠들어 봐야 싸부의 가르침에는 반의반도 못 따라가니까 말이야. 호호호~!”

“언니의 실력도 엄청나신데 그렇게 말씀하시니까 새삼 달리 보여요. 익은 벼가 확실하다는 말씀이에요. 저도 열심히 공부해서 익은 벼가 되도록 할께요. 호호호~!”

자원은 춘매의 말에 미소를 짓고는 우창을 바라봤다. 우창이 어디부터 이야기를 풀어낼지 궁금해서였다. 우창과 눈이 마주치자 우창도 미소를 지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