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설란을 찾아서

작성일
2022-02-24 08:09
조회
622

용설란(龍舌蘭)을 찾아서


(2022년 2월 22일 정읍 농업기술센타 사계절 치유정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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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달 전부터 계획을 세워 놨었다. 용설란이 개화했다는 정보를 접했기 때문이다. 쉽사리 보기 어려운 것은 기회를 놓치게 되면 후회를 할 수도 있다. 그래서 이번에는 시간을 내서 가봐야 하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리고 시국이 시국인지라 잠시 생각을 했다. 토요일 일요일은 당연히 제외하고, 월요일은 휴원일게고 그래서 최종적으로 방문일은 화요일로 일정을 잡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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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12월 30일의 기사였구나. 이것을 보면서 계획을 세웠다. 뭐 계획이라고 해 봐야 꽃대의 상황을 봤을 적에 한 달은 더 지나도 되겠다고 봤기 때문이다. 그리고 마침내 화사한 날의 오후에 출발을 했다. 분주한 일정들도 거의 마무리가 된 시점이라는 것도 일정을 이쯤에서 선택한 요인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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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데 가실라고요?"

"집 잘 보고 있거래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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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꽃을 보러 가시나요? 용설란이 아니라서 미안해요...."

"아이다~! 꽃보러 가는게 아니라 그냥 바람이나 쐴라고....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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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읍제2청사의 농업기술센터로 가면 된다고 했겠다. 네비에 위치를 찍고는 부지런히 내달려서 도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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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계절 치유정원」

제대로 찾아왔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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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게 넓지는 않아도 오밀조밀하게 잘 가꿔놨군. 이미 정해진 목록이 있으므로 오늘의 주연은 정해졌다. 오늘의 용신은 용설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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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선, 용설란 공부부터 하고 들어가야지. 정식 이름은 '아가베 아테누아타'로구나.

막상 검색을 해 보면 정식 명칭보다는 별명인 용설란의 정보가 훠얼씬 많다. 대략 살펴보면 원산지는 멕시코이고, 수명은 10여 년에서 30여 년까지 상황에 따라서 다른 것은 당연하다고 하겠고, 분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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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시 두산백과가 가장 친절하군. 백합목이로구나. 꽃이 피는 형태의 암술수술이 백합을 떠올리기도 했는데 그렇게 분류가 된 모양이다. 다육식물의 한 종류라는 말도 있군. 꽃이 피고 나서 말라 죽는단다. 그리고 데킬라를 만들 적에 재료로 쓰인다니까 술의 재료가 된다는 것도 덤으로 배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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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인은 동영상 담당이다. 오즈모에 폰을 장착하느라고 분주하다. 예쁜 제라늄을 봤으니까 꽃영상이 또 언젠가 유튜브 영상으로 쓰이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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낭월과 여인들의 목적이 다른 까닭일까? 뒤에 핀 용설란은 본체도 않고 꽃들에 취해서 감상하느라고 여념이 없다. 낭월은 오로지 용설란이 목적이다. 그러므로 다른 조연들에 대해서는 마음을 덜어 줄 여지가 없다. 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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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설란은 귀납법(歸納法)으로 정리하면 좋지 싶군. 그래서 증명사진부터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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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싸부가 말씀하시길 '사진은 많이 찍어라'고 했다. 그래서 이러한 가르침을 충실히 따른다. 막상 사진놀이를 해 보니까 그게 딱 맞는 말이었기 때문이다. 나중에 집에 가서 사진파일을 보면서 놓쳤던 장면들을 아쉬워하면서 저절로 깨닫게 될 일이기도 하다. 이런 장면 저런 모습들을 담아야 맘대로 이야기를 쓸 수가 있기 때문이다. 비슷한 사진은 있어도 같은 사진은 한 장도 없어야 한다는 것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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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행이 있어서 좋은 점은 자신의 놀이에 빠진 모습도 사진으로 남겨 진다는 점이다. 호연에게 카메라를 한 대 넘겨줬다. 호연은 일행의 인물을 찍는 것을 더 좋아한다. 그래서 저마다의 역할이 자동으로 분류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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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들은 이렇게 찍혔다는 설명서이다. 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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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부터 용설란을 만나봐야지. 키도 그리 크지 않다. 참, 예전에는 유카를 용설란이라고 생각했던 적도 있었다. 유카가 용설란과이기는 하지만 그래도 비슷한 것과 사실적인 것은 엄연히 다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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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설란의 꽃대가 솟아오른 모습이다. 자칫하면 꽃만 보고 말 수도 있지만 이런 장면도 꼭 필요해서 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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잎은 말라가고 있는 것이 애절해 보이기도 한다. 온갖 기운을 꽃을 피우는데 소모하고 있다는 흔적일게다. 이제 서서히 힘이 떨어지고 있다는 의미일 게다. 어미가 새끼를 위해서 몸을 던지는 동물도 드물지 않은데 식물도 또한 마찬가지이다. 그리고 오랜 시간을 자라서 꽃을 피우기에 의미가 좀 다를 뿐이지 콩도 벼도 모두 열매를 맺고서 죽는 것은 마찬가지다. 그래서 스토리가 필요한 것이겠거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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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래의 포기에서 꽃대만 하나 솟아나겠거니 생각했던 것은 이런 장면에서 여지없이 무너진다. 꽃대 하나에 얼마나 많은 정성을 기울이고 있었는지를 짐작하니 뭉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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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시선은 점점 꽃대로 향해간다. 흐름이다. 흐름은 출발점에서부터 귀결점으로 향해서 가는 것이 가장 자연스럽지 싶어서 이렇게 살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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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나 많은 방문자들을 즐겁게 해 줬고, 경이롭게 해 줬고, 고맙게 해 줬을 흔적들을 담고서 조용히 스러져가고 있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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뿌리에서 끝으로 점점 기운을 옮아가고 있는 모습이다. 이 풍경을 생각하고 가방을 싸면서 90마 렌즈를 챙겼다. 만약에 접근할 수가 없을 경우를 대비해서 100-400mm 렌즈도 준비했다. 어떤 상황에서라도 꽃을 담을 수가 있도록 할 수가 있는 한에서 준비를 했다. 물론 2배확장 어댑터도 챙겼음은 당연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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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모두가 쓸데없는 걱정이었다. 바로 옆에서 사진을 찍을 수가 있도록 관리자가 배려해줬는지 발판도 든든한 돌을 깔아놔서 접사를 담는데 전혀 불편하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울타리 너머로 바라다 보다가 그냥 발길을 돌려야 하는 경우를 너무 많이 접했기 때문에 세운 계획들은 아무런 쓸모가 없었다. 때론 경계 줄을 넘어서 다가가고 싶다가도 그 마음을 다스리기도 하는데 전혀 신경쓰지 않고 사진놀이에 빠질 수가 있게 배려한 관리자에게 감사의 마음을 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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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부터 다시 앞으로 한 달은 이어갈 미래의 모습도 보인다. 과거와 현재와 미래의 모습을 한 장에 담으려니까 뒤로 물러나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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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 술을 보면서 백합을 닮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백합목으로 분류가 되었다는 것은 귀가해서 자료를 조사하다가 발견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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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도 이 부분은 모래 쯤의 현재일 수도 있겠구나. 아직 수술이 열리지 않은 것으로 봐서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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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 여기가 지금 현재의 모습이다. 물방울들은 화분을 떠나 보내서 암술에 밀착되도록 하기 위한 용도일 게다. 어딘가에 묻으면 잘 떨어지지 말라고 끈적끈적한 질감을 포함하고 있을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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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사이에서 또 자신의 배를 채우는 녀석도 있었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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꿀을 빨고 있나 보다. 어쩌면 벌나비가 들어올 수가 없는 환경에서는 이 녀석들이 주인일 수도 있겠구나. 아니, 초대 받은 손님이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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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술이 매달린 모습은 익숙한 풍경이었는데 백합의 수술과 완전히 닮아있었던 까닭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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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그만하면 즐거운 놀이를 마무리 하고 끝을 향해서 가야 할 모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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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만 개의 꽃송이라고 하더니 과연 그만하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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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에 찾아 올 나그네를 위한 부분이로구나. 또 얼마나 많은 방문자들이 바라보면서 감탄하게 될지도 생각해 보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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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디어 끝까지 봤다. 열매가 삭과로 달린다고 했지만 지금은 꽃을 보는 것이 목적이고, 나중에 지나는길이 있으면 열매까지도 볼 수가 있으면 좋겠다는 여운을 남겨 놓으면서 용설란에 대해서 공부를 잘 했다.

아, 아직 남았구나. 끝난게 아니었군. 깜빡할 뻔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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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도 두어 달 후 면 한 포기의 용설란은 사라질 것이 분명하다.그런데 놀랍게도 그 다음을 위해서 싹을 키우고 있었다는 것을 보면서 또 한 번 감탄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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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의 유전인자를 고스란히 물려받고 꿈을 키우고 있었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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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이로부터 10년 후에 네 모습을 꿈꾸고 있겠구나. 이 정도면 용설란 공부는 잘 한 셈일랑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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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족하면서도 아쉬움이 남는 것은 언제나 같다. 오늘 이렇게 용설란을 만나서 같은 시공(時空)에서 잠시동안이나마 함께 머물렀음을 남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