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15] 홍콩이야기

작성일
2009-08-23 12:55
조회
7604
제415화 홍콩이야기 (사진수정: 2022년 11월 12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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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안녕하세요. 낭월입니다.


 

  대략 5년 만에 홍콩나들이를 계획했습니다. 그리고 일행을 여섯 명으로 구성하고 매우 짧은 시간으로 잡아야 해서 3박4일로 결정을 하고 강행하기로 했지요. 약간의 이야기를 정리해서 올려드리려고 합니다. 약간의 참고가 되셨으면 더 좋겠습니다. 그냥 지나는 풍물로 보셔도 괜찮을 것 같네요.

 

1. 사전준비

 

  이번 홍콩여행의 목적은 여행과 시장을 둘러보는 것이었습니다. 그래서 연지님과 금휘를 대동하고 화인과 촬영과 영어를 담당할 강민혁 군을 포함해서 총 6인이 한 조가 되어서 일정을 잡게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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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며칠 전에 대만에서 곽 선생님께 번역이 완성된 책을 전해 드리고 홍콩에 대한 일정을 이야기하면서 소개를 받았거든요. 낯선 곳에서 아는 사람의 도움을 받는다는 것은 무엇보다도 큰 효과가 있다고 하겠기 때문에 정확하게 전화를 통해서 도와주라는 이야기를 분명히 듣고 메모를 해 받았습니다.

 

  그들은 모두 곽선생님을 찾아와서 오주괘를 배운 제자들인데, 나름대로 자신의 직업을 갖고 있으면서 재미있어서 공부하는 사람들, 그야말로 복이 많은 아마추어들이라고 할 수가 있겠는데, 자신들의 삶에 보완을 하기 위해서 배우는 것도 같았습니다.

 

  여하튼 네 군데의 연락처를 확실하게 받았으므로 사전 준비는 잘 된 셈이고 비행기 표도 구입했으니 준비를 이보다 더 잘 할 수는 없다고 하겠네요. 이렇게 해서 강의를 잠시 쉬는 8월의 일정의 마지막 여정을 잡고 출발하게 되었습니다.

 

  참, 출발을 하기 전에 들리는 소식은 로켓을 발사하는 날이 19일로 잡혔다는 이야기였습니다. 발사일정에 맞춰서 촬영하러 가려고 작정을 했는데, 하필이면 17일부터 20일 사이에 일정이 잡히게 되었으니 구경을 가 볼 계획을 세울 수가 없었으니 안타깝지만 다음 기회를 봐야 하겠다고 생각하면서 과연 진짜로 발사가 될 것인지 점괘나 뽑아 보자고 했습니다.

 

[2009년 8월 12일 9시 45분] 分 時 日 月 年
戊 己 己 壬 己
辰 巳 丑 申 丑


 

“화인아, 로켓이 발사가 되기는 하겠니?”
“아뇨~! 발사를 할 힘이 없겠는데요.”
“불은 당겨 보겠나?”
“글쎄~요…… 巳火가 너무 무력해 보이네요.”
“연료가 부족한 것이냐?”
“그것이야 모르겠지만 木이 왜 안 보이지요? 토가 너무 많아서 발사되기는 어렵지 않을까요?”
“글쎄 말이다. 내 생각도 그 생각이다. 그럼 다행일까?”
“다녀와서 발사가 되겠네요. 그럼 다행이네요. 호호~”
“그럼 마음놓고 다녀와서 발사 구경을 가도 되겠구나. 하하~”


 

  벗님은 이해가 되시는지요? 혹 오주괘에 대해서 관심을 가지셨다면 곰곰 살펴보시면서 궁리를 해 보시는 것도 좋겠습니다. 그야말로 이러한 점괘는 제3자의 점이기 때문에 맞을 가능성이 좀 떨어지기는 하겠지만 그래도 아쉬운 마음에 위로는 되지 싶어서 그렇게 생각하고 여행준비를 마무리 했습니다. 마음대로 되지 않는 일은 또 그러려니 하면 되지요 뭐.

 

2. 홍콩 공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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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홍콩공항의 이름은 첵랍콕이었는데, 이번에는 비행기에서도 그렇게 안내하지 않고 그냥 국제공항이라고만 해서 공항이 바뀐줄 알았습니다. 규모도 커서 예전에 본 것보다 달라진 것으로 생각을 했는데 인터넷으로 검색을 해 보니까 그 사이에 공항을 옮겼다는 말이 없는 것으로 봐서 아마도 이전에 기억이 좀 허름했던 모양입니다. 알고 보니까 공항이 있는 섬의 이름이 첵랍콕이라네요.

 

미리 하(何) 선생과 통화가 되어서 원하는 호텔(저렴하고 교통이 편한)을 잡았기 때문에 호텔에 도착해서 비용만 지불하면 되었습니다. 비용은 한국의 물가 느낌에서 약 두 배 정도의 느낌이면 되겠습니다. 대만에서는 그렇게까지 부담이 되지 않았는데, 홍콩에서는 먹는 것, 타는 것, 보는 것이 모두 만만치 않습니다. 호텔의 비용도 마찬가지로 보시면 되겠습니다.

 

  홍콩의 환율은 170():1(HKD)가 됩니다. 사는 비용은 그렇고 파는 비용은 또 많이 싸지게 되므로 비용에서 손실이 많이 됩니다. 그래서 필요한 만큼만 환전을 해야 하겠다는 것을 생각했습니다. 사고파는 가격의 차이가 무척 심하게 나타난다고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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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텔을 찾아가는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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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콩에는 서양여행객들도 상당히 많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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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혁군과 금휘양은 열심히 마카오에 가는 방법을 궁리하고 있습니다.]
 

3. 홍콩의 하루

 

  밥을 먹고 먼저 와서 타 보지 못한 유람선을 필히 타 봐야 한다는 것으로 첫 날의 일정을 잡았습니다. 그리고 대만에서 연락처를 받은 곳으로 전화부터 해서 만날 일정을 내일로 잡아 놓고 나서야 비로소 여유를 얻을 수가 있었습니다.

 

  저녁의 홍콩 야경에 대한 사진 몇 장 첨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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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닷가에서 야경 구경을 하려고 나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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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들도 다 찍는 홍콩섬의 야경입니다.]
 
4. 홍콩 사람들과의 만남

 

  이 부분이 이번 여행의 목적이었던 셈이지요. 화인과 삼명서점을 지키는 현민군을 대동하고 호텔 로비에서 화인과 함께 하 선생을 기다렸습니다. 그리고 나머지 일행인 연지님, 금휘 그리고 민혁 군은 마카오로 일일여행을 떠났습니다. 둘로 나눠진 것이지요. 홍콩에서 마카오는 배로 약 1시간 정도 걸린다고 하는데, 행정국이 달라서 출입국 심사는 받아야 한다더군요. 잘 놀다 올 것이라고 생각하고 일에만 전념하기로 했습니다.

 

  하 선생은 약속된 시간에 찾아왔습니다. 젊고 건장한 사람이었는데, 시원시원하게 말귀를 잘 알아듣고 원하는 곳으로 잘 데려다 주었습니다. 다만 이해가 되지 않는 것은 ‘한국’을 ‘홍궈’라고 하는 것이었는데, 표준말로 한다면 ‘한궈’가 되어야 하거든요. 그 외에는 별로 문제가 될 것이 없었습니다. 매우 열정적으로 하루 일과를 제공해 주셔서 너무 고마운 신세를 신 셈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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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심히 일정에 대해서 논의하고 있습니다.]
 

  서점부터 가기로 했습니다. 그런데 서점에 갔더니 아직 문이 열리지 않았더군요. 오전에는 12시에 문을 열었다가 저녁 6시에 문을 닫는답니다. 언제 장사를 하는지 모르겠는데, 서점에서는 역학과 연관해서 강의일정도 있는 것으로 봐서 서울의 삼명서점과 비슷한 방식으로 운영되는 것이 아닌가 싶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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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책은 대부분이 대만 서적들이었습니다. 비율로 본다면 대만서적이 7이라면 홍콩 서적은 2나 3 정도 될까 싶었습니다. 그래서 책은 대만 책이 좋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그러면서도 대만에서 볼 수가 없었던 책을 발견하게 된 것은 또한 즐거운 일이었지요. 열심히 고르는데 대만에서 만났던 ‘명정재성명학’ 책이 있더군요. 그래서 하 선생에게 물어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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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콩에서는 작명을 어떤 방법으로 합니까?”
“그야 획수를 따지고, 오행으로 배합해서 작성하지요.”
“한국도 그와 비슷합니다. 그런데 이번에 곽 선생님께 신기한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제 이름을 갖고 풀이를 하는데 ‘기가 막히다’고 할 만 하더군요. 혹 그런 이야기르 못 들었습니까?”
“곽 선생님이 그런 말씀은 하지 않으셨는데……”
“곽 선생님도 최근에 들으신 이야긴가 보더군요. 그러면서 곽 선생님과 우리를 만나러 온 대남(臺南)의 제자분으로부터 설명을 자세히 들을 수가 있었는데, 그 분이 이 책을 권해 주셨습니다.”


  이렇게 이야기를 하면서 명정재성명학을 보여드렸더니 훑어보면서 새로운 이야기와 방법이라고 하더군요. 그래서 공부하는 사람끼리는 서로 뭔가 나눌 것이 있다고 하는가 싶었습니다. 화인과 낭월이 책을 고르는 동안에도 하 선생은 그 책을 유심히 보고 있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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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리 약속이 된 듯이 다른 남자분이 서점에 들렸더군요. 식당에서 자신을 소개하는데 신문사에 근무하고 있다고 했습니다. 나이는 50 전후가 되지 않을까 싶어서 대략 낭월과 연배가 비슷해 보였습니다. 그리고 우리가 책을 고르는 동안에 또 하 선생님이 그 분에게 명정재성명학을 소개하면서 광동어로 열심히 이야기를 나누더군요.

  마침 그 옆에 체용성명학이 있길래 함께 권해 줬습니다. 그리고 계산을 하고 났는데, 그 분도 낭월이 추천한 책을 구입하시더군요. 처음 보는 내용인데 재미있다고 하면서 고맙다고 하더군요. 뭔가 도움을 준 것 같아서 괜히 흐뭇했습니다.

  점심시간이 훨씬 지났는데, 밥 먹으러 가자고 하더군요. 책을 다 고를 때를 기다렸던 것이지요. 그래서 이끄는대로 따라갔습니다. 미리 대만에서 곽 선생님이 해 주신 말씀이 있었거든요. ‘그들은 외국사람 사귀는 것을 좋아하고 있는 돈도 많은 사람이므로 사주는 대로 신경쓰지 말고 얻어먹으면 된다’는 안내멘트였습니다. 그래서 그냥 얻어먹기로 했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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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하튼 유명한 홍콩의 만두를 배부르게 얻어먹었습니다. 그리고 두 시간의 식사시간에 대해서도 확실하게 체험을 했습니다. 밥을 먹는데 또 다른 여성 제자가 동석을 하게 되었는데, 공부의 정도에 대해서는 미쳐 자세히 알아 볼 겨를이 없었습니다만, 곽 선생님께 소개를 한 사람이 이 여성이었다고 하니까 무척 활발한 듯 싶었습니다.

  어느 정도 배가 불러오자 신문사에 일하시는 분이 슬슬 메모지를 꺼내면서 오주괘를 적는 겁니다. 당연히 점심값을 챙길 심산이었는지도 모를 일입니다. 공부하는 사람끼리 만나서 이야기를 하지 않는 것이 오히려 이상하지요. 아쉽게도 이 분이 구사하는 중국어는 낭월보다도 많이 떨어지는 듯 했습니다.

“집에 들어오지 않은 사람인데 언제 들어올까요?”

질문이 제법 세게 나온다 싶었습니다. 곽 선생에게 전수를 받은 제자이니 한 수 보여달라는 것이겠지요. 이런 때에는 맞추고 말고도 중요하지만 서로 기싸움이라고 할 수도 있기 때문에 망설이지 말고 바로 때리는 것이 상책이라고 생각을 했습니다. 그래서 질문이 떨어지자 마자 바로 외쳤지요.

“두 시간 20분 후에 들어왔겠습니다.”

괘가 3일 정도 지난 괘였기 때문에 그렇게 풀이를 했는데 당시에 적었던 괘를 버렸는지 남아있지 않아서 생각이 나지 않네요. 그렇게 답을 했더니 한 참을 생각하다가는 왜 그렇게 보느냐고 또 묻더군요. 물론 말이 되지 않으면 글로 적었습니다. 그런데 듣는 것은 잘 알아듣는 편이어서 다행이더군요. 곽 선생님의 강의를 어떻게 들었느냐고 했더니 글로 써 주시는 것을 보면서 배웠다고 하더군요. 여하튼 배움에 대한 열정은 대단합니다.

 

  그러면서 홍콩 사람들이 생각하는 오주괘는 이러한 즐거움의 용도로 사용하는 것이 아닌가 싶어서 조금은 가볍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러면서 다시 주식의 시세를 물으면서 지금의 괘로 봐 달라고 하더군요. 낭월이 별로 좋아하지 않는 질문 중에 제1순위에 해당하는 것이잖아요. 그래서 대만의 오회운 선생에 대해서 이야기를 했습니다.

 

  그 사람이 뛰어나다는 것과 책이 있다는 말만 들었는데 책은 보지 못했다고 하더군요. 그래서 책을 하나 보내 주겠다고 하니까 그렇게 좋아하더군요. 그리고 그 선생이 주식에 대해서 예언하다가 쪽박을 찼다는 이야기를 해 줬더니 난감한 듯이 표정을 짓더니만 메모지에 글을 썼습니다.

 

  ‘遊戱-!’ 이것을 번역하면 ‘재미로 보는 것이잖아요~!’ 정도가 될 것입니다만 낭월은 점신이 노할 일을 하기는 싫었습니다. 그래서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정색을 하고 말을 했던 모양입니다. 화인에 보기에도 당황해 하면서 급수습을 하는 모습들이 역력했다고 하네요. 물론 쉽게 웃으면 그만일 수도 있는 것은 역시 아마추어의 특권이라고 할 수 있을 것입니다. 그렇지만 낭월은 그럴 수가 없잖아요. 그래도 명색이 프로이니 말이지요. 하하~

 

  문득 텔리비젼을 봤더니 김대중 전대통령과 김정일의 악수하는 장면이 나오더군요. 그래서 이 어르신이 돌아가셨구나 싶었습니다. 약간 호전되었다고 한 것은 회광반조였던가 싶었지요. 그리고 저녁의 신문에서도 기사가 나왔더군요. 세계적으로 큰 인물이었던 분이었나 싶었습니다. 정작 밖에서 유명하였다는 말이 있었는데, 일리가 있다고 하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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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 선생님은 어떤 명리학을 주로 운용하시나요?”
“물론 기본적인 것은 자평명리학이 되겠지만, 특히 대만의 하건충(何建忠) 선생님의 저서 두 권에 대해서 열심히 읽었습니다. 그 분의 영향을 많이 받았다고 하겠네요.”
“그 뭐…냐… 팔자심리 추명학?”
“예, 맞습니다. 팔자심리추명학과 천고팔자비결총해 두 권이지요.”
“그 책은 용신을 3종류로 분석하지요?”
“그렇습니다.”
“1용신은 신강신약이지요?”
“맞습니다. 잘 알고 계시네요. 책도 많이 보셨군요.”
“2용신은 대운용신이던거요?”
“아닙니다. 조후를 중심으로 음양의 기운을 관찰하는 방법입니다.”
“아, 그랬군요. 맞습니다. 잊어버렸네요. 3용신은 세운용신이던가요?”
“그렇게 말을 해도 되겠지만(접대용멘트), 실은 병약에 대해서 관찰하는 방법으로 보는 것이 더 다탕하다고 하겠습니다. 특히 심리분석에 대해서 관찰을 하는 것이 탁월해서 열심히 살펴보고 있습니다.”


 

  그러면서 내심 자신의 사주를 보여주면 심리분석으로 한 번 풀이를 해 주려고 했는데, 그것은 묻지 않는 것으로 봐서 자세히 본 것은 아닌 것 같았습니다. 그 이야기를 중지하고는 또 다른 이야기를 하더군요. ‘滴天髓’의 세 글자를 메모지에 적었습니다. 그러면서 말을 꺼냈습니다.

 

“적천수가 참 좋은 책이지요?”
“그렇습니다. 특히 명학신의에 나온 적천수신주는 상당히 매력적입니다.”
“어떻게 생긴 책인가요? 검은 표지던가요?”
“아닙니다. 빨강색의 표지인데 얇은 책이지요. 반자단 선생님의 저서입니다.”
“아, 그렇군요. 그 책에 적천수가 있는 것을 본 것 같습니다.”
“그 속의 적천수는 신주라는 말이 붙어있습니다. 참신한 내용이지요.”
“종의명 선생이 쓴 적천수도 있던데 보셨습니까?”
“예 파역적천수 말씀이시군요. 두꺼운 책이지요.”
“맞습니다. 박 선생님은 적천수에 대해서 연구를 많이 하셨군요.”
“아닙니다. 원래가 좀 둔해서 적천수를 들고 2년 동안 입산수도를 하기도 했습니다. 그래서 조금 이해가 되어서 한국에서 3권짜리 책을 쓰기도 했습니다.”


 

  이것은 뭔가 보여 줄 필요도 있겠다 싶어서 내친 김에 자기 피알도 좀 했습니다. 이 사람들이 글로 대든다면 나도 글로 대항을 해야 한국의 학자랍시고 아는 것도 없더라는 말은 하지 않을 것 아닌가 싶어서 괜히 긴장감이 들기도 하는 것이 맞짱이라고 할 수도 있겠지만 이미 그들은 아마추어이기 때문에 싸움은 되지 않는다고 해도 될 듯 싶었습니다. 그냥 배움에 흥겨워하는 애호가들이라고 하겠습니다.

 

  이 정도라면 밥값은 했다고 생각했지요. 그리고 내심 놀라워하는 그들 세 사람을 보면서 한국에서도 열심히 공부하고 있다는 것은 충분히 소개를 한 셈이 되지 않았나 싶었습니다. 한국에서도 중국말을 쓰느냐고 하더군요. 그래서 대만에 하건충 선생님을 찾아가서 공부하려고 3년을 배운 다음에 대만에 갔더니 이미 돌아가셨더라고 했더니만 안타까운 표정도 지어주더군요.

 

  대만이나 홍콩이나 모두 북경어는 외국어로 두통거리인 모양입니다. 5년 전에는 영어가 외국인들과의 소통수단으로 유일했던 모양인데 그 사이에 초등학교에서도 교육을 시키고, 일반인들도 중국과 장사를 하기 위해서는 필수라고 하는 것으로 봐서 서둘러 공부하고 있는 과정이어서 무척 달라졌습니다. 호텔에서도 북경어가 그대로 다 통용이 되었고, 오히려 영어를 쓰는 사람이 서투를 정도라고 해도 되겠습니다.

 

  그리고 홍콩 영어는 영국식이기 때문에 영어담당이었던 민혁군이 내심 황당해 하는 느낌도 받았을 겁니다. 더러는 같은 영어라도 소통이 되지 않는 경우가 있었던 모양입니다. 마카오에 다녀와서 그런 이야기를 해 주더군요. 아마도 홍콩도 중국화가 되어가는 과정이라고 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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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당 입구에 장식된 먹거리재료들입니다.]
 

  그렇게 점심을 먹고서 다음으로 찾아간 곳은 나경을 만드는 곳이었습니다. 그 동안은 대만에서 진원나경을 위주로 취급을 했는데, 홍콩에서는 어떤 상품들을 취급하는지 궁금했기 때문에 바쁜 일정 중에서도 비중을 두고 찾아가기로 한 곳입니다.

 

  한참을 달려서 간 곳에서 사장을 만났습니다. 인상이 참으로 식신다웠습니다. 궁리하고 만드는 것은 좋아하겠지만 다른 것은 잘 하지 못할 것 같은 인상이더군요. 특히 영업술에 대해서는 매우 고지식할 것 같았는데, 실제로 부인이 중요한 결정에서는 큰 힘을 발휘했습니다.

 

  그러면서 듣지도 보지도 못한 나경을 접할 수가 있었습니다. 첫 눈에 물건에 반하면 올바른 판단이 되지 않는다는 말이 있는데, 어쩔 수가 없더군요. 길쭉한 40mm의 바늘이 휙휙 돌아가는데 절반 정도의 길이를 갖고 있는 진원나경을 보다가 갑자기 눈이 휘둥그레졌습니다. 물건이 참 좋다고 칭찬을 했습니다. 식신은 칭찬을 들으면 깊은 속에서 즐거움을 느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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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양한 나경들을 살펴봤습니다.]
 

  풍수공부도 이미 수준급이었습니다. 이번에는 자명스님을 따라 익힌 현공풍수가 힘을 발휘할 때였습니다. 그리고 하 선생도 역시 풍수의 수준이 상당하더군요. 둘이는 서로 풍수선생님이라고 할 정도로 인연이 깊은 듯 보였습니다. 여하튼 낭월도 뭔가 아는 소리를 해서 보여줘야 하겠다고 생각했지만 현공풍수에 대해서는 뭐라고 해봐야 본전을 건지기 어려울 것 같아서 다른 방법을 강구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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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장도 여기에 있나요?”
“아닙니다. 공장은 광동에 있습니다.”
“아, 광동이라고 하니까 생각나는 사람이 있네요.”
“광동사람들도 풍수를 무척 좋아합니다.”
“혹시 아시려나 모르겠네요. 황인이라는 젊은 친구가 있는데.”
“한자를 어떻게 쓰나요?”
“누를황(黃)에 동방인(寅)을 쓰는 젊은 사람입니다.”
“그 사람 대단히 유명한 사람입니다.”


 

  하 선생이 아는 체를 하시네요. 다행이다 싶었습니다. 아무도 모르는 이야기를 하면 그냥 그런가보다 하고 메아리가 없는데, 알고 있는 이야기를 하면 반응이 오면서 동감이 일어나거든요. 그가 대단하다고 하는 말을 들으면서 그 속에서 비꼬는 의미라는 것을 알 수가 있었습니다. 그래서 낭월도 반응을 보냈지요.

 

“정말로 대단한가요?”
“입만 대단하지요. 하하하~”
“그렇지요. 인터넷으로 그 친구의 글을 읽었는데 언제 한 번 만나봤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었습니다. 생각하는 방법이 참 특이(예의도 없고)해서 말이지요.”
“그 친구의 책도 나와 있어요. 언제 시간되면 한 번 보세요. 똑 같이 허풍투성이라서 읽을 만은 해요.”


 

  이렇게 해서 낭월의 박문(博聞)의 실력을 슬쩍 보여준 셈이었습니다. 여하튼 별 시덥잖은 이야기라도 알고 있으면 언젠가는 써 먹을 때가 있다는 것을 실감할 수가 있었습니다. 풍수에 빠져서 인터넷을 뒤지다가 발견한 자료로 이렇게 주객이 즐거울 수가 있다면 그것도 재미있는 일이잖아요.

 

  중요한 나경에 대해서 이야기를 하고는 이젠 친구가 되었으니 저녁을 대접하겠다고 하는데, 거절을 할 이유도 없고, 또 그것이 예의라고 생각이 되어서 이끄는대로 광동식 식당에서 든든하게 만찬을 즐겼습니다. 물론 그 과정에서도 서로의 이야기를 나누면서 먹은 시간들은 여하튼 2시간이 넘더군요. 결과를 본다면,  두 시간 책 고르고 나서 점심을 두 시간 먹고 다시 이곳으로 와서 두 시간 상담을 하고는 또 저녁을 두 시간 먹은 셈이니 과연 한국의 리듬과는 다르다고 해야 하겠습니다.



[이렇게 숫자표시가 되어있는 나경은 처음 봤습니다. 뭐냐고 물어봤더니 7운과 8운의 좌향에 대한 현공판을 옮겨놨더군요. 좌향을 보고 책을 찾아서 무슨 숫자가 배열되는지를 보기 위해서 번거로웠던 점을 생각하면서 기발한 발명품이라고 칭찬을 해 드렸습니다.]

 


[나경에서는 침의 길이가 상당히 중요하다고 하겠는데, 일반 나경의 침에 비해서 거의 두 배는 될 것 같은 크기로 만들어진 것은 작품처럼 보이기도 했습니다.]

 


[이것은 아크릴로 틀을 만든 것입니다. 재료는 벼락맞은 나무와 옥돌, 그리고 아크릴을 이용했는데, 이것은 또 나름대로 재미가 있게 만들었더군요. 그야말로 휴대용입니다.]

 


[용도를 설명해 주는데 이랬습니다.
남의 집 앞에서나 뒤에서 좌향을 잡습니다. 낭월이 들고 있는 것은 옥으로 된 휴대용 나경입니다. 판은 똑 같습니다. 이렇게 방향을 잡을 적에는 반드시 필요한 나경입니다.
그런데 집의 주인이나 누가 이상하게 들여다 볼 수도 있거든요. 그럴 적에는 괜히 뭘 훔치다가 들킨 것처럼 난감한 경우가 있습니다. 그때에는 바로~]


 


[아~ 여보세요~ 김선생입니까? 저 낭월입니다. 내일 약속이~ 어쩌고 저쩌고~
하면 된다는 것이지요. 그런데 여자분의 경우에는 또 다른 용도가 한 가지 더 있습니다.]


 


[거울보는 미녀로 갑자기 변신하는 것이지요. 이렇게 해서 어색하거나 곤란한 난관을 타개하는 용도로도 사용이 가능하답니다. 순전히 그 장인의 설명에 의해서 연출한 것입니다. 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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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인의 설명을 들으면서 귀를 기울이는 하 선생님 부부입니다. 아내를 불러냈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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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랑거리를 하나 보여드리겠다고 화인이 휴대폰을 꺼냈습니다. 바로 자동오주괘를 보여주자 모두 놀랍고 신기해서 들어다보면서 자신들도 해 달라는데 한국 통신망이 아니라서 어렵다고 했습니다. 결국 지 자랑만 한 셈이군요.]

 

5. 풍수전쟁의 현장

 

  사실 구경에 대해서는 별로 소개를 할 만한 내용이 없다고 해야 하겠습니다. 셋째 날은 해양공원으로 둘러봤고, 이것은 일행들을 위한 일정이었다고 해도 되겠습니다. 그리고 옹핑360이라는 유람차를 타는 곳으로 가 봤더니만 수리 중이라서 관람이 불가하다고 해서 호텔로 돌아와서는 화인과 민혁군은 태평산 전망대로 구경가고 낭월은 지쳐서 휴식에 들었습니다.

  그리고 마지막 날의 새벽에 다시 태평산의 새벽풍경을 담으려고 5시에 택시를 타고 올라갔습니다. 이번에는 화인과 둘이만 움직였습니다. 다들 지쳐서 움직이지를 못하더군요. 홍콩의 새벽풍경을 담는 것도 좋지만, 풍수전쟁의 상징물을 담아다가 현공풍수 2권 속에 담으면 좋을 것 같아서 날이 밝아질 동안 산정에서 촬영을 하다가 버스를 타고 여왕의 거리로 내려왔습니다.

 

  낭월의 사진기에서 찍힌 풍경들은 어쩐 일인지 저장이 잘못 되어서 화인의 사진으로 대신 소개를 해 드리겠습니다.

 

홍콩(2009)1841
[건물의 이름은 중국은행입니다.]
 

홍콩(2009)1843
[이 건물에서 공격을 받는 분위기더군요. 그러니까 칼날의 방향을 바라다 보고 잡은 각도가 되겠습니다. 저렇게 큰 칼날이 나를 보고 있다고 이해하면 되겠습니다.]

 

  이렇게 성공을 위해서 방법이라는 것이 있다면 모두를 동원하여 반드시 목적을 이루려는 중국인의 모습을 생각해 봤습니다.

 

새벽에 태평산에서 내려다 본 홍콩의 풍경은 고요하기만 했습니다.

 

 

 

홍콩(2009)2322

 

6. 귀국과 마무리



 

  이번의 홍콩 여행에서는 새로운 친구들을 만나게 된 것과 제품들을 만나게 되었던 것이 큰 소득이었다고 하겠습니다. 상담을 하는 선생을 찾아볼 계획은 세우지 않아서 찾지도 않았으니까 상담료는 들지 않았네요.

 

  그리고 금휘가 자신의 길에 대해서 어느 정도 감을 잡은 것 같아서 가장 큰 소득이 아닐까 싶기도 합니다. 역시 아이들에게 여행은 장래를 변화시키는 여행은 적지 않은 수확을 줄 수 있다는 것을 생각해 보게 되었습니다.

 

  두서없이 정리를 해 봤습니다. 잠시나마 읽으실만 하셨기 바랍니다. 고맙습니다. 이제 가을이지요? 알찬 수확 되시기를 기원드립니다.

 

  그리고 반드시 해 드리고 싶은 말씀은, 아마추어로 공부를 할 망정, 수준은 프로가 된다는 마음으로 하셨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 봤습니다. 목적이 약하면 결과도 어정쩡하게 된다는 것을 생각하게 되었던 것도 참고사항으로 얻은 것이라고 하겠습니다. 많은 발전 이루십시오.

 

            2009년 8월 23일 계룡감로에서 낭월 두손모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