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염의 고군산군도

작성일
2016-09-04 08:55
조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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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염의 고군산군도(古群山群島) 2016년 7월 18일


 

어정어정하다가 보니까 선유도에 놀러 갔던 이야기를 미쳐 정리하지 못하고 지나가 버렸나 보다. 여름이 지난 후 그로부터 50여일이 지난  이 지점에서 생각해 보니까 아무리 더워도 구경하러 다니는 것은 할만 하다는 결론을 내리면서 선유도의 이야기를 정리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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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그것도 엄청나게 더운 병신년의 7월 18일에 길을 나선 곳은 군산 선유도이다. 다리가 놓여서 배를 타지 않고서도 갈 수가 있다는 정보를 얻은 김에 이름도 좋은 선유도(仙遊島)에 한 번 가 볼 것이라고 길을 나선 것은 좋았지만 결국은..... 땀 좀 흘렸다. ㅋㅋㅋ

선유지도

섬이 하도 많아서 군도(群島)인 모양이다. 섬이 많기로 든다면 단연 신안이겠지만 신안은 군도라고 하지 않으니 군산의 군도가 으뜸이라고 우겨도 되지 싶다. 실은 군산도 고군산에서 왔다고 봐도 되지 싶다. 군산이 왜 군산인가를 생각해도 모르겠더니만 고군산을 생각해 보니까 이해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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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확실하게 차가 들어가는 곳은 무녀도 입구이다. 그래서 네비를 찍어놓고 출발을 한다. 86km? 그 정도면 가 볼만 한 거리라고 해도 되지 싶다. 넉넉잡고 시간 반이면 되겠구먼. 일단 가보고 어떻게 우기면 선유도까지 갈 수도 있지 않을까.... 싶은 생각을 했을 적에는 그런대로 괜찮은 꿈이었다고 해도 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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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산을 지나, 새만금을 탄다. 오른쪽 앞으로 보이는 섬들.... 고군산군도이다. 이러한 섬들을 볼 때마다 배를 하나 사야 한다는 생각을 하곤 하지만 아직도 사지 못했다. 배를 몰려면 해기사 자격증이 있어야 하는데 그걸 마련하지 못해서이다. 태안에 가서 시험을 봐야 한다는데 바빠서 그럴 틈이 없다.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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짙푸른 바닷물만 봐서는 서해라고 생각되지 않을 정도이다. 바라 보는 것만으로도 속이 다 션~하다. 그래서 바다를 찾게 되는 것이기도 한가 보다.

고군산도

대략 위치로 봐서 저 섬은 방축도 쯤 되겠구나. 그 앞의 횡경도 일 수도 있겠다. 언젠가는 그곳으로 연결되는 다리도 놓게 될지 모르는 일이다. 고군산군도를 일주하는 다리라...... 그것도 괜찮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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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정한 전광판 문자 알림이군. 내년 말이나 되어야 개통이 된다는 이야기.... 그러니까 일단 선유도까지 차를 갖고 가겠다는 생각은 하지 말아야 한다는 경고장이기도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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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무녀도 입구까지는 도착을 했다. 선유도 해수욕장을 개장했다는 현수막도 붙어 있는 것으로 봐서 어떻게 들어가는 길이 있을 것만 같은 기대감을 아직도 버리지 않은 것은 당연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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앗~! 이런 행운이~~

앞서 가는 KBS방송국 차량을 발견하게 되었던 것은 이러한 기대감을 갖지 않을 수가 없었던 것이다. 그래서 차량진입금지의 사슬이 풀린 틈에 그냥 파고 들었다. 여하튼 들이밀고 보자는 일종의 아저씨적 무대뽀 정신이랄까? ㅋㅋㅋ

그러나 중간에서 주민들에게 여지없이 제지를 당하고 말았다. 분위기로 봐서 그냥 들어가라고 할 폼새가 아니다. 그래서 상황판단을 빨리 하고는 할 수 없이 주차가 허용된 입구에 차를 대는 수밖에....

차량종착점

이제부터는 짊어지고 걸어야 한다. 기온.... 아마 33도는 넘었겠지.... 날도 쨍쨍하다. 그래 까이꺼 걸어보자. 얼마나 걸으면 선유도에 도착하는지 검색을 해 보니 불과 4km정도이다. 그 정도야 뭐 어려울 일도 아니구먼. 옛날에는 50리도 걸었는지 뭘~~ 캄시롱.....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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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사진을 찍으면서 풍부한 구경을 하려면 걷는 것이 상책이다. 차를 몰고 휭~하니 지나가면 만나지 못할 것들도 슬슬 걸어가면서 보면 많은 풍경들을 접할 수가 있으니 걷는 것을 마다할 일도 아니다. 다만..... 날씨가..... 웬간해야 말이지.... ㅋㅋㅋ

무녀도 입구에서는 열심히 페인트를 칠하는 집도 있었다. 그 색이 어찌나 화려하던지 한 장 찍지 않을 수가 없었다. 그런데 빤히 보는 아저씨에게 카메라를 겨누기가 쪼깨..... 민망했더란 말이다. 그래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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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허위모델을 세워놓고 찍기도 한다. 소심한 여행사진가의 해결책이다. 다만 후보정을 통해서 잘라낼 작정을 하고 한쪽 옆에다 새워놔야 한다는 것을 잊으면 안 된다. 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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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녀도 마을을 지나 모퉁이를 돌아서니 또 새로운 풍경이 기다리고 있다. 옹기종기 모여있는 갈매기들, 바위에 엉겨붙은 이끼들..... 바다 냄새가 물씬물씬 난다. 날씨만 션~했으면 더이상 바랄 것이 없는 멋진 풍경들이었다. 그래도 풍경에 몰입하면 병신년 폭염[아마도 앞으로 몇 년이 지나면 이것도 전설이 되리라....]도 잠시 잊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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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구로 돌아오는 어선은 시원하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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뭔가 그럴싸 해서 600mm를 꺼내어서 새 사냥에 들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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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최대한으로 단촐하게 차린 출사장비이지만 뭔가 그럴싸한 풍경을 보면서 안타까워하지 않으려고 1951g의 탐론150-600을 챙겼는데 한 번 써먹어봐야지 싶어서이다. 생각보다 재미있는 그림은 나오지 않았지만 그런대로 괜찮았다. 다만, 삼각대를 펼칠 겨를이 없어서 쨍한 사진을 얻진 못했다. 또 길을 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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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녀도를 넘어가는 고갯마루에 오르니 또 하나의 장애물이 나타난다. 그러니까 억지로 차를 끌고 들어왔다고 한들 여기에서 멈춰야만 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자전거만 다닐 수가 있다는 이야기도 틀린 말이 아니었던 것이다. 지도에서 자전거로 길찾기를 해 보면 대략 그림이 나온다.

자전거길

도보로 검색을 하면 길이 없다고 나오는데 자전거로 검색하면 길이 나오는 건 또 뭐람...? 가끔은 이해가 되지 않는 네이버지도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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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도 한창 공사중인 장면들이 시야에 들어온다. 아마도 예전에는 염전이었지 싶은 곳에 직선으로 길을 내고 있는 풍경이다. 이러한 사진은 세월이 흐르면 한 순간의 역사에 대한 고증이 되기도 하겠지. 그래서 사진은 시간이 흐르는 것만으로도 작품의 가치를 갖게 되는 것이기도 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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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 전부터 섬 주민들이 이용했을 길을 걷는다. 군산항에서 배를 타고 선유도에 들어온 다음에는 이 길을 이용할 수도 있었겠다. 그렇게 되면 선유도에서 무녀도를 둘러보기 위한 코스가 되기도 하겠다.

뙤약볕에 이런 길을 걷는 것은 좀 부담스럽기는 하다. 그래도 가야만 하는 길이 아니고 가도 그만 안 가도 그만인 길이기에 그냥 간다. 자유의지와 피치못할 상황의 차이라고 생각해 보면서 가지 않아도 되지만 가는 길에 대한 의미를 애둘러 부여하면서.... 그런다고 더위가 시원해지는 것은 아니지만 서도. 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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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방의 안쪽에는 까뭇까뭇한 것들이 가득하다. 칠게들인갑다. 안면도 사람들은 능쟁이라고 부른다. 게 중에서 가장 맛없는 게에 속한다고 단언을 할 수가 있지만 그것도 입맛의 차이라고 하는 것을 안면도에 살면서 느꼈다.

썰물 때에 갯펄에서 놀면서 잡아온 농게로 젓국을 담아봤지만 시궁창 냄새 비스무리한 해큼내가 가시지 않아서 안 먹었는데 동네 아지매가 놀러 오셔서 드시고는 그렇게 맛있다고 하는 것을 보면서 경이로운 눈빛으로 바라보던 장면이 떠오른다. 어떻게 그게 맛이 있을 수가 있어...??????

그런데 능쟁이는 그보다 한 수 더 뜬다. 정말 먹고 싶지 않은 게이다. 동무네 집에 놀러 갔다가 밥상에 나온 능쟁이를 한입 물어보고는 뱉을 수도 없어서 고역을 겪었던 기억에 의한 순전히 낭월의 주관적인 판단의 기억이라는 점을 강조할 수밖에 없는 이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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펄 구덩이를 열심히 뒤지고 있는 녀석들.... 미네랄을 찾아 먹고 있으려니..... 그 마릿수는 수십만.... 엄청나다. 에전에는 염전의 물을 가둬두는 곳이었겠지 싶은 자리에 게들의 왕국이 건설되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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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 버려 둔 조그만 목선이라기도 민망한.... 배 한 척이 풍경의 분위기에 일조한다. 요렇게 작은 것을 안면도 사람들은 댄마라고 불렀다. 이게 무슨 뜻인지는 모르겠지만 그냥 그렇게 부르니 그런가보다 할 뿐이다. 댄마가 사전에 나올까....?

그래서 네이버에서 검색을 해 보니, 앗, 나온다. 낚시하는 사람들의 글에서 그 단어가 등장하는 것을 보면 틀린 호칭은 아니었던 모양이다. 그 용어가 떠오른 것을 보면 참 신기하단 생각이 든다. 어려서의 기억은 치매가 생긴 다음까지도 유지된다는 말도 떠오른다. 그런가 보다..... 기억, 추억, 세월의 각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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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을로 접어드니 초등학교가 나타난다. 무녀도초등학교이다. 두 분의 선생님이 계신다고 어디에서 읽었는데 추녀 아래에서 나그네를 귀경하고 계신 두 분이 그 분들일까? 그러나 소심쟁이 낭월은 감히 말을 걸어 볼 생각은 하지 못하고 우물쭈물 사진만 찍었다. 원래 장 그렇다. 팔자에 상관(傷官) 하나 없는 것을 원망하면서. ㅋㅋㅋ

자고로 남자는 말빨이 있어야 하는데 그게 없는 낭월은 오로지 글빨로 버티고 있다. 등빨도 안 되지, 말빨도 안 되지.... 달리 방법이 없는 셈이니 애초에 알아서 숫기가 없는 심성에는 글빨이 그나마 유일한 벗이었던 셈이기도 하다. 그래서인지 어려서부터 글 읽는 것은 좋아했던 모양이다.

창기초등학교[안면도에 있는]를 졸업하고 동창의 부친이 운영하는 대전의 한 목욕탕에 취직을 해서 남자탈의실 관리하는 일을 맡게 되었는데, 첨으로 돈을 벌게 되었을 적에 한 달의 월급을 받은 것을 들고 만화가게로 직행했다. 첨에는 만화를 보다가 점차로 소설로 옮겨가면서 그 만화방에 있는 무협지는 모두 섭렵을 했다.

그 돈이 얼마였는지는 기억에 없지만, 한 달 내내 무협지를 끼고 손님이 오지 않으면 열심히도 읽었다. 주인어르신께서 한 말씀 하셨다.

'부모님이 살아가시느라고 힘드신데 단 얼마라도 보태드릴 생각을 해야지 만화나 읽고 있어서 되겠느냐는....' 그래서 양심에 조금 찔렸지만, 그것도 잠깐이다. 어쩌면 평생에 읽을 만화책과 무협지를 그 시절의 몇 달간에 다 읽었지 싶다. 언젠가 옛날이 생각나서 무협지를 보다가 던져버렸다. 이건.... "와룡생 작품이 아니잖아~!"

무림의 7대 문파, 8대 문파들을 줄줄이 꿰면서, 기가 막힌 무공들에 감탄을 하면서 흥미진진했던 무협지 탐독시절...... 웬만한 무공은 모두 그려낼 수가 있을 정도로, 지금 생각해 보면 그 시절의 감수성이나 와룡생의 글빨에 취했었고, 그것은 어쩌면 나중에 왕초보사주학을 쓰는데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치지 않았을까...... 싶기도 하다. 하하~

추억은 꼬리에 꼬리를 문다. 그리고 무녀도초등학교를 보면서 안면도 초등학교를 떠올리는 것도 어쩌면 억지로 꿰어 맞추는 연결고리만은 아닐 게다. 당시에 미술 선생님 홍..... 무시기 선생님이셨지... 술에 취해서 어디에 들이 받았는지 모를 담임 선생님.... ㅋㅋㅋ

그러니까 무녀도구나. 무녀도(巫女島)일까? 무녀도(舞女島)일까? 무당의 무녀도구나. 아니, 옆에 있는 섬이 선유도(仙遊島)인데 이 섬은 「춤추는 여인의 섬」쯤 되어야 하는거 아녀? 아니면 적어도 선녀도(仙女島) 정도는 되었어야지 그래 무슨 섬의 이름이 이렇담..... 그래도 무녀도(無女島)보다는 낫지 뭘 그래? 하긴... 그것도 그렇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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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 옆에는 보기 드문 거대한 무화과 나무가 있군. 아주 작은 열매들 사이로 보이는 큰 열매는 또 뭔 소식이래....? 같이 꽃피고 같이 성장하는 것이 아니었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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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끔은 참 알 수 없는 일들도 있다.

색을 봐서는 다 익었지 싶은데.... 주인을 만나면 하나 팔으라고 하고 싶었다. 노랗게 익은 무화과는 본 적이 없었던 것 같다. 그러나 구경만 하면서 지나간다. 학교의 소유라면 팔 리가 없을 것이라는 지레짐작만 하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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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대 높이 호텔에서 고기들이 해바라기를 하고 있다. 부자 고기들인갑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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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기, 파리들로부터 완전히 격리되어서 전망도 좋은 방에 머무르는 것을 보니 부모를 잘 만난 녀석들인갑다. 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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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에 비하면 이 녀석들은 완전히 여인숙 신세들이구먼. 돈이 없으니 워쩌는 수가 없잖여... 뭐 빨래 놀이도 하면서 그렇게 해바라기를 하는 것도 좋은 일이라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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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오징어1 : 어이 친구야~! 니는 잘 말라 가나?
갑오징어2 : 그래 따땃~한기 억수로 잘 마르네~ 니는?
갑오징어1 : 내도 마찮가진기라, 쐬주 안주로 딱 좋을만큼 말랐제?
갑오징어2 : 그래~ 맞구마~! 오늘 지넉땁에 아제 오시마 안주 하지 시푸다~!

이러한 풍경은 슬슬 걸어다니면서 봐야 제 맛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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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한참을 가다가 보니 이번에는 수박밭이다. 그야말로 한 여름의 풍경이 제대로이다. 행인들 들어가지 못하게 그물게이트를 쳐 놔서 멀찌감치서 바라만 봤다. 그게 없었더라면 좀더 다가갔을 텐데 하지 말라는 것을 구태여 거스릴 필요가 없어서이다. 10년에 한 번 피어나는 꽃이라도 된다면 혹 모를 일이다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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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디어 선유대교이다. 빨간 것은 개통되어야 할 다리이고, 보행하는 것은 기존의 다리란 이야기이다. 자전거나 다닐 폭이라고 해야 하겠다. 그러니까 오랜 세월을 이렇게 좁은 다리를 통해서 선유도와 무녀도를 왕래했던 모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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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가운데에서 어안렌즈로 잡았더니 요렇게 멋진 그림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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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초마다 하나씩 서 있는 초록 등대는 항해의 안전을 위한 장치겠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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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리를 건너니 버스가 한 대 서 있다. 그래서 올라탔다. 에어컨이 시원한 냉기를 뿜는다. 그런데 문득 분위기가 싸~하다. 기사에게 물었다. 그랬더니 전세버스란다. 낚시하는 여행객들이 미리 주문을 해서 도착하는대로 타고 있었던 모양이다. 그래서 도로 내렸다. 무녀도에서 온 사람들을 싣고 선유도로 들어가는 모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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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산에서 선유도행 여객선을 타면 여기에서 내린다는 말이겠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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섬의 유명세에 비해서는 대합실이 조촐하다.

그 앞에서 커피를 파는 여인에게 아이스아메리키노를 사서 몸에 쌓인 열기를 약간이나마 쫓아 낼 수가 있었다. 커피를 사면서 선유도의 정보를 묻는다. 택시나 뭔가 타고 다닐 만 한 것이 없느냐고. 그랬더니 자전거를 빌려서 타고 다닐 수가 있단다. 조금만 더 가면 된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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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 선유도에 왔으면 선유도 유래부터 살펴봐야지.....

그러니까 원래 여기가 군산이었는데 군대를 군산으로 옮기게 되면서 여기는 고군산이 되었다는 유래구나. 이런 것은 여행객에게 도움이 되는 안내로구먼. 그래서 옛고(古)가 왜 붙게 되었는지를 설명해 줬으니 충분히 이해가 되고도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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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로공사, 다리공사.... 일들이 많기도 하겠다. 여하튼 내년 말이면 완전 개통이 된다니까 그 후에 다시 한 번 와 보기로 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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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연, 자전거들이 잔뜩 주차되어 있군. 오토바이도 있고 사발이도 있다. 그러니까 택시가 없는 대신에 이런 것들이 준비되어 있다는 이야기이다. 자전거라..... 그건 내가 탈 수가 있지 그래서 자전거를 빌릴 생각을 했다.

안타깝게도 연지님은 자전거를 못 탄다. 그래서 2인용을 빌려야 한다. 물론 뒤에 앉혀 놓으면 열심히 페달을 밟는다. 여하튼 이 더위에 자전거를 탈 생각을 하니..... 엄두가 나진 않는다. 그러나 이 땡뼡을 두 다리에만 맡기고 걷는다는 것은 더 엄두가 나지 않아서 울며 겨자먹기로 자전거를 빌려주는 사람을 찾았다. 전화 하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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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까지 희망을 버리지 않아야 한다. 땡볕에 자전거 페달 밟기가 엄두나지 않는다면, 오토바이를 탈 수도 있는데... 그건 안 타봐서 자신이 없다. 그런데 눈에 들어온 것, 바로 사발이이다. 그것은 바퀴가 넷이니 연지님이 운전을 해도 되지 싶다. 그래서 고 놈으로 빌리자고 했더니 연지님도 안 타봐서 자신이 없단다.

"아, 그야 배우면 되지~! 누가 첨부터 사발이 운전을 했겠어~~~~~!!!"

그렇게 해서 사발이를 시운전 해보고 가능하면 그놈으로 결정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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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 5분정도... 한 번 몰아보더니 어렵지 않겠단다. 그래서 이 녀석으로 결정을 했다. 1시간에 3만원, 자전거는 1만원이었던가? 여하튼 그건 이제 의미가 없다. 오늘은 이 사발이의 신세를 지자. 그래서 생각지도 못한 녀석과 또 인연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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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녀도는 걸어오셨으니까 저 앞 산을 끼고 돌아서 장자도까지 둘러서 오시면 한 시간이면 될 겁니다. 하는 주인장의 말을 나침반 삼아서 선유도의 구경길에 올랐다. 시원한 바람을 일으키면서 내달리는 사발이가 오늘은 포르쉐보다 더 멋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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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증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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짚라인의 도착지점도 가보고....

다음에 종녀씨랑 동행하면 타보라고 해야 하겠다는 생각도 하고... 그녀는 탈꺼리를 무척이나 좋아하는 연지님 동생이다. 그래서 이런 것을 보면 떠오르는 연결 고리에 해당하기도 하는 모양이다. 병방치에서도 생각이 나더니만, 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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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유도 해수욕장에서는 인명구조 훈련을 하는 모양이다. 고무보트를 타고 돌면서 뭔가를 하고 있는 모습들이 멀리 보였다.

앞의 봉우리는 망주봉이다. 주인을 바라보는 봉우리인 것을 보면 누군가 주인을 그리워했던 모양이다. 그래서 두산백과의 신세를 좀 져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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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유도 망주봉(望主峰) 전라북도 군산시 옥도면. 선유도에 유배되어 온 선비가 이곳에 올라 한양을 바라보며 임금을 그리워했다고 하여 망주봉이라는 이름이 붙었다.


위치 : 전북 군산시 옥도면 선유도
높이 : 152m





망주봉의 높이는 152m로, 선유도의 북쪽 끝에 우뚝 솟은 산으로, 2개의 바위산으로 이루어져 있고, 망부석과 같은 형식의 설화가 전한다. 선유도에 유배된 한 선비가 이곳 바위산인 망주봉에 올라가서 한양 쪽을 바라보며 임금을 그리워하여 망주봉이라 부르게 되었다고 한다. 



바위절벽으로 이루어져 산행을 못할 것처럼 보이지만 선유도의 모랫길을 지나서 전월마을에 이르며 두 암봉 사이에 숲으로 싸인 안부가 뚜렷하다. 여기서 왼쪽으로 오르면 동쪽 봉우리에 이른다. 

안부를 넘어서 오른쪽으로 돌아 오르면 서쪽의 봉우리가 나오고 장자대교와 현수교를 건너면 기발하게 솟은 장자봉과 대장마을에 있는 분재와 수석이 나타난다. 정상에서는 군산 앞바다의 섬들이 시야에 들어오며, 비가 잦은 늦여름에는 망주폭포의 장관이 일품이다. 

교통편은 군산에서 선유도행 배편을 이용하여 선유도 부두에 내려 산행기점인 전월마을까지는 35분 정도의 걸린다. 마을에서 능선까지 15분, 장자대교를 지나 대장까지 45분 정도가 소요되어 산행시간은 1시간 정도 소요된다.  

선유도는 고군산군도()의 중심지이며, 가장 널리 알려져 있다. 이곳 해수욕장의 백사장이 매우 곱고 수심이 완만하여 여름철이면 관광객이 피서지나 경승지로 찾아 온다. 

고군산군도는 군산 앞바다의 섬무리라는 뜻이다. 즉 선유도(야미도(무녀도(신시도(장자도() ·말도()·곶리도() 등의 섬을 말한다. 이들 섬 중에서 선유도가 가장 아름답다고 하여 선유팔경의 하나로 꼽는다.

[네이버 지식백과] 망주봉 [望主峰] (두산백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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겸해서 선유도의 정보까지 포함하고 있군. 봉우리 형상이 뭔가 바라보고 있는 모양이라고 하는 것은 이해가 되지만 선비운운 하는 것은 좀 억지스럽단 생각을 해 본다. 그리고 그 옆에 있다는 오룡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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첨에는 그냥 지나쳐 버려서 나중에 선유도 안내팜플렛을 보고 다시 찾아왔지만 이야기의 흐름상 여기에 끼워 넣는다. 네이버지도에도 다음지도에도 오룡묘에 대한 안내가 없었는데.... 다섯 마리 용이라니..... 보나마나 청룡, 적룡, 백룡, 흑룡, 그리고 황룡이겠군..... 그러나 안내문에 왜 오룡(五龍)인지에 대해서는 언급이 없다.

오룡묘

지도에서 대략 위치를 표시해 보면 이 쯤.... 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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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써 올라가 보니 초라한 당집이 한 채 나타난다. 오룡묘(五龍廟)이다. 사당이라는 이야기인데. 중국인들이나 사용할 법한 사당묘(廟)자를 붙여 놓았다. 과거에 무역항이었다더니만 이름에서도 그러한 풍모가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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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쩐지..... 중국 냄새가 나더라니...... 송나라의 기록이 나왔던 이름이었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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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안을 들어다 보니.... 좀 실망스럽다. 무속인의 집에서나 봄직한 탱화하며..... 너무 기대가 컸었나 보다. 고색창연한 그 무엇이 있기를 바랬던 모양이구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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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자도로 가는 다리이다. 이 섬에서 힘이 센 장사가 나와서 장자도(壯子島)라나...? 아마도 어린 아이가 힘이 셌던 모양인가? 아들자(子)가 붙어 있는 것으로 봐서이다. 다리의 폭은 딱 사발이 지나갈 만큼이다. 첨에는 통과할 수 있을까..... 조마조마..... 괜히 선유도 놀러 와서 사발이값 물어주게 되면 억울하잖여.... 캄시롱.... 조심해서 잘 빠져나가라고 했는데 아무런 문제없이 통과 했다. 기술이 좋으시다. 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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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리는 아직 미완성이다. 너무 더워서인지 공사는 잠시 쉬고 있는 모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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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자도를 잇는 조그만 다리를 또 건너면 최종지점 가까이에 산으로 오르는 길이 있다. 그렇지만 일단 내년에 시원할 적에 와 보기로 하고 오늘은 그냥 통과하기로 합의를 봤다. 사발이 빌린 시간도 있고 덥기도 하고, 대장봉에 오르지 못할 이런저런 이유는 백 가지도 넘는다. ㅋㅋㅋ

대장봉은 포기하고 주변의 풍경을 감상하고 있는데 중년의 부부가 자전거를 타고 여행 중인 모양이었다. 정말 구슬땀을 흘리면서 자전거를 타고 지나가다가 앞에서 남편이 미끄러져서 넘어졌다. 순간, 그 장면을 찍고 싶었지만..... 민망해 할까봐서 얼른 렌즈를 다른 곳으로 향했다. 이렇게 선량한 낭월이다. ㅋㅋㅋ

낭월 : 선유도 여행 오셨나 봐요.
여인 : 예, 선생님도 자전거 타셨어요?
낭월 : 첨에는 자전거를 타려고 하다가 너무 힘들 것 같아서 사발이로 바꿨어요.
여인 : 그건 운전을 할 줄 알아야 하잖아요?
낭월 : 운전면허만 있으면 5분이면 익히던데요. (뿌듯뿌듯~~)
여인 : 그랬구나.... 그걸 모르고 자전거를 타느라고...
낭월 : 이제 여기까지 오셨으니 어쩔 수가 없으시네요.
여인 : 선생님은 정말 잘 하셨네요. (부럽부럽~~)

그래서 더욱 더 신의 한수, 아니 '순간의 선택이 두 시간의 행복'이란 것을 깨닫게 되었다. 여하튼 장 하는 이야기이지만 「발상즉시행동(發想卽時行動)」의 이치는 만고의 진리임을 다시 깨닫게 된다. 여하튼 그때 넘어지신 아저씨도 나름 한 조각의 아름다운 장자도 추억을 간작하셨을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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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풍을 만났는지 설치해 놓은 시설이 두동강이 나 있는 것도 보인다. 보수를 하지 못하고 있는 것을 보면 사업이 신통치 못했던가 싶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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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인의 발길이 그렇게 끊긴 곳에서는 갈매기들의 휴식처가 마련되어 있었다. 편안하게 쉬고 있는 모습들을 보니, 누군가의 불행은 또 누군가의 행운이라는 말도 생각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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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발이가 갈 수 있는 끝까지 간 다음에 시원한 얼음과자 하나씩 먹고는 길을 돌렸다. 이미 시간은 1시간을 넘어가고 있었다. 그래서 2시간을 사용하기로 하고 기왕 늦은 것이니 느긋하게 쉬엄쉬엄 돌자고 했고, 그래서 지나는 길에 초분도 둘러보면서 그렇게 여유를 부리다가 두 시간이 다 채워져서야 사발이와 이별을 했다.

사발이를 반납하면서, 무녀도 입구까지 가는 차를 이용할 방법이 없는지를 물었다. 그랬더니 퇴근시간이 되면 문이 열리는데 5만원을 줘야 한단다. 그리고 지금은 나가고 싶어도 나갈 수가 없다는 이야기를 덤으로 얹너 준다. 그래서 잘 알았다고 하고는 다시 왔던 길을 되짚어서 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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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오는 길에 다시 만난 선유교에서 서쪽으로 바라보고 한 장 담았다. 그 사이에 연지님은 가게에서 음료수를 사겠다기에 시원한 커피가 있는지 알아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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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지님 : 시원한 커피 있을까요?
주인님 : 그럼요~ 하나 드려요?
연지님 : 예 한 잔 주세요.....
주인님 : 그러세요. 얼음 채운 아이스박스에서 물병 하나 꺼내 주세요.
연지님 : 어디..? 아, 이거요. 여기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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뭘 어떻게 해 주시려나.... 싶었는데.... 카누를 두 봉지 뜯어서는 물병에 털어늫고는 칵테일을 흔들듯이 흔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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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니까 이내 커피물이 되었다. 그래서 간단하게 시원한 커피를 마실 수가 있었다. 엉뚱한듯 싶은 커피는 그렇게 만들어 졌던 것이다. 많이 차갑진 않았지만 그나마 목이 마를 적에는 만고 맛있는 아메리카노이다. 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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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유대교이다. 다음에는 이 길로 내달리게 되겠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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땀으로 범벅이 되어서 다시 처음의 무녀도 입구 쪽으로 나오니 열심히 공사하고 있는 장면도 나온다. 이렇게 해서 폭염의 선유도 여행을 잘, 그것도 무사히 마칠 수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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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원한 차 안에서 군산으로 향하는 길로 접어 들었다. 정말 맨정신으로 이렇게 돌아다닐 수가 있었을까 싶은 생각도 들긴 하지만, 그나마도 고마운 것은 이렇게 다닐 수가 있는 체력이 아직은 주어지고 있음이다. 항상 고마운 순간들이다.

 

이제, 그로부터 두어 달이 지난 지금.... 시원한 새벽의 기운을 느끼면서 그 당시를 생각하니 또 가고 싶어진다. 그래서 추억은 늘 아름다운 화장품으로 장식이 되는 모양이다. 다음에는 또 배라도 하나 빌려 타고 고군산군도를 한 바퀴 돌았으면 좋겠다. 누군가 팀을 좀 만들어 봐야 하겠다는 궁리를 벌써부터 하고 있는 자신..... 떠돌이 귀신이 붙었나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