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2] 이목구비(耳目口鼻)와 놀기

작성일
2011-02-01 14: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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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02화] 이목구비(耳目口鼻)와 놀기


 


  안녕하세요. 낭월입니다. 어느 듯 음력으로도 한 해가 다 가버렸네요. 아직도 눈이 가득한 마당을 내다보면서 그래도 열심히 잘 살아온 한 해였다는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한담에 들런지도 한 참 되어서 흔적을 남기려고 한 마음을 일으킵니다. 하하~!




  이목구비가 뭔 진 아시지요? 귀와 눈과 입과 코잖아요. 이것에 대해서도 가만히 생각을 하다가 보면 또 뭔가 의미심장한 것을 찾을 수도 있지 않을까 싶어서 이야기꺼리를 만들고 있답니다. 말이 되면 좋고 안 되면 ‘에잉~ 속았군!’하시면 되지요뭐. 하하~




1. 귀이(耳)




  귀부터 시작합니다. 순서에 의해서가 아니고 그래야 하기 때문입니다. 왜냐하면 귀로부터 모든 것이 시작되었기 때문이지요. 생각해 보세요. 이 땅에 태어날 적에 가장 먼저 빠진 것이 뭔지요? 그렇군요. 귀가 빠졌지요. 그래서 생일날은 귀빠진 날이라고 하지 괜히 그러겠느냔 말씀이지요. 그러므로 공식적으로 귀가 가장 우선순위가 된다는 것에 대해서 논할 이유가 있다는 것이지요.




  귀는 뭘 닮았느냐면 안테나를 닮았습니다. 이것은 화인이 발견한 이야기이기도 합니다. 누가 발견했던지 써먹는 놈이 장땡이라고 하잖아요. 하하~ 그래서 한자로 이(耳)자를 보면서 안테나를 생각해 본 것입니다. 이것은 왜 안테나냐고 하기 전에 모양을 보시면 짐작이 되실 것입니다.




  어려서 시골의 난시청지역에서 살아보신 벗님은 아실 겁니다. 전원일기를 보려면 반드시 안테나의 방향을 45도 돌려야만 선명한 화면을 그나마도 흑백이기는 하지만, 볼 수가 있는 것을 말이지요. 그 안테나의 모양이 이 글자와 크게 다르지 않다고 생각해 주시기 바랍니다.




  안테나는 아시다시피 수신장치(受信裝置)입니다. 전파를 수신하는 것이니까 누군가 쏘아 보낸 정보를 수신하는 기능이라고 봐야 지요. 그렇다면 귀는 수신장치라고 하면 되겠습니다. 맞나요? 예 맞습니다. 귀는 메시지를 수신하는 장치입니다. 무슨 메시지냐고 한다면 하늘의 메시지가 되겠지요.




  ‘태초(太初)에 말씀이 계셨다.’고 하는데, 그 말씀이 말씀으로 존재한다는 것을 알려면 어떻게 해야 합니까? 그것은 바로 소리를 들었다는 이야기입니다. 어느 뛰어난 분이 하늘에서 울려오는 신의 소리를 들었기 때문에 말씀이 계셨다는 것을 알게 되는 것이니까 말이지요. 이것은 논리적으로 아무런 문제가 없지요?




  그리고 하늘에서 소리가 들리는 법입니다. 그것은 하늘의 신이거나 우주의 신이거나 혹은 산신령이거나 상관없다고 보겠습니다. 여하튼 신은 귀를 통해서 의사를 전달하는 것으로 보면 되겠습니다. 그러므로 신의 소리에 귀를 기울이라는 말도 하지요. 그리고 신의 소리는 언제라도 부르면 답을 해야 하므로 닫아두면 안 됩니다. 그래서 항상 열려있는 것이지요. 안테나를 닫아놓으면 수신이 안 되는 것과 같지요. 그래서 귀는 항상 열려있는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신의 소리는 그냥 듣기만 하면 됩니다. 여기에 대해서 말이 되느니 마느니 하고 싸워도 안 되고 또 싸울 수도 없습니다. 그리고 거역하면 벌이 따를 뿐입니다. 그냥 무조건 듣기만 하면 됩니다. 물론 듣고 말고는 본인이 알아서 할 일이겠지만 말이지요.


 


  그런데 이것으로 뭘 알 수가 있길래 호들갑이냐고 한다면 그것은 좀 생각을 해 볼 점이 있다고 봅니다. 왜냐하면 수신장치가 귀라고 한다면 귀의 모양을 보면서 그 사람이 소리를 어떻게 들을 것인지를 알 수가 있잖아요. 가령 귀가 크면 남의 말을 잘 들을 것이고, 오목하면 접시안테나처럼 집중해서 들을 것이고, 귀가 얇으면 안테나의 전파가 팔랑거려서 교란이 많이 일어날 것이고, 또 귀가 작으면 남의 말을 잘 듣지 않을 것이고, 귀가 뒤로 누웠으면 듣기는 해도 기억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확대해석을 할 수가 있지 않겠어요? 나머지 기관도 그렇게 생각하시면 될 겁니다. 잘 하면 이목구비 관상학이 하나 나올 수도 있지 않겠어요? 하하~




2. 눈목(目)




  눈은 두 개의 글자를 사용합니다. 눈안(眼)과 눈목(目)이지요. 그런데 ‘이안구비’라고 하지 않은 것을 보면 눈목이 맞는 것 같습니다. 참고로 안을 쓸 경우에는 안질(眼疾), 안과(眼科), 육안(肉眼)이라는 말이 생각납니다. 아무래도 기능적인 눈을 말하는 모양입니다. 목으로 단어를 만들어 보면, 목격자(目擊者), 주목(注目)과 같이 시력이 포함된 역할을 말하는 것으로 짐작이 되네요. 이러한 것을 감안하여 관찰하면 되겠습니다.




  글자를 비교해 보시지요. 이(耳)와 목(目)의 구조는 매우 닮아있습니다. 더욱 자세히 보게 되면, 안테나의 너불거리는 것들을 제거하고 말끔하게 만든 것이 목(目)이라고 봐도 되겠습니다. 이것은 눈으로 보는 것은 그만큼 깔끔하다는 것을 의미하기도 한다는 이야기지요. 귀는 잡스러운 전파조차도 수신을 할 수가 있어서 잘 가려야 하는데 눈으로 보는 것은 명명백백(明明白白)하게 드러나기 때문에 정리가 된 상태라고 볼 수도 있겠습니다. 이것은 내가 선별을 해서 보고 싶은 것만 보게 된다는 것도 의미합니다.




  왜냐하면 눈에는 꺼풀이 있으니까 말이지요. 그래서 보기 싫은 것은 눈을 가리면 됩니다. 보고 싶은 것은 눈이 시리도록 볼 수가 있지요. 그래도 귀 보다는 조금 진전이 된 것으로 보입니다. 고급화가 되었다는 이야기입니다. 말하자면 귀는 라디오와 같고, 눈은 텔레비전과 같다는 말이 되겠습니다. 훨씬 똑똑한 정보를 접하게 되는 것이라고 하겠습니다.




  그런데 이것도 부작용이 있습니다. 너무 이 정보를 믿게 되면 눈을 속이는 일이 발생하게 된다는 것이지요. 유통기한을 속이는 것이라든지, 때 지난 빵에다가 반짝이라고 사탕 물을 바르는 것은 모두 눈을 속이려는 것이지요. 왜 눈을 속이겠습니까? 사람들이 너무 눈을 믿으려고 하기 때문입니다. 그러니까 너무 눈에 보이는 것만 믿지도 마시라는 말씀을 드려야 하겠습니다.


  


3. 입구(口)




  이번에는 입으로 방향을 바꾸겠습니다. 구(口)는 어떻게 생겼습니까? 목(目)과 구(口)를 비교해 보면 알 수가 있겠네요. 속에 들어있는 부속물들이 모두 사라진 채로 틀만 남은 모양이라고 하겠습니다. 왈(曰)은 아직도 하나가 남아 있는 모양입니다만, 구(口)에서는 완전히 속에 받치고 있는 이(二)가 사라져버리고 그냥 하나만 남게 되었습니다.




  이렇게 점점 단순한 모양으로 변해하는 것을 보면서 고인들이 이목구비의 글자를 무슨 생각으로 만들게 되었는지를 생각해 본 것이지요. 정말 차 한 잔 마시면서 벼라별 생각을 다 한다는 것을 이제 눈치 채셨겠습니다. 하하~ 그리고 힌트를 얻으셨다면 또 이러한 방식으로 생각을 해 보시는 것도 시간 때우기에는 그저 그만이라는 생각이 드실 겁니다. 꽤 재미있거든요.




  눈은 두 개인데, 구(口)는 하나이므로 이(二)가 사라진 것인지도 모르겠다는 생각도 해 봅니다. 귀도 눈도 두 개인데 입은 하나다? 왜 그렇게 만들었을까요? 만약에 무슨 뜻이 있었다면 아마도 입으로는 귀의 소리와 눈의 물체를 보고서 어디에도 치우치지 말고 올바르게 말을 하라는 뜻으로 그렇게 된 것이 아닐까 싶은 생각도 해 봅니다.




  그리고 입은 해야 할 말은 입을 구(口)자로 벌려서 말하고, 하지 않아야 될 말은 입을 일(一)자처럼 다물고 말하지 않아야 합니다. 그것을 합해 놓은 것이 왈(曰)이 아닐까 싶기도 합니다. 그러니까 말할 왈(曰)이라는 것은 할 말은 하고 하지 말아야 할 말은 빼고 하라는 의미라고 억지를 쓰자는 속셈이지요. 아닐까요?




  며칠 전에는 상담을 하는데, 아무리 사주를 보고 운을 봐도 참으로 운이 없어서 언제쯤 좋아지느냐고 말을 하는데, 왈(曰)자가 생각났습니다. 그래서 해야 할 말이라고 생각해서 ‘3년만 지나면 좋아지겠습니다.’라고 했지요. 하지 않아야 될 말이라고 생각되어서, ‘미안하게도 일평생 운이 없네요.’는 하지 않았던 것입니다. 나중에 3년이 지나고 5년이 지난 다음에 당신 말만 믿고 살아왔는데, 전혀 좋아지지 않았으니 환불해 달라고 하면 그럴 작정을 했습니다. 여하튼 상담하는 것도 참 어렵습니다. 하하~




4. 코비(鼻)




  마지막으로 코입니다. 비(鼻)는 좀 복잡하게 생겼네요. 그런데 잘 뜯어보면 세 개의 글자로 이뤄져 있다는 것을 알 수가 있습니다. 나눠보시지요. 맨 위의 글자는 자(自)입니다. 중간의 글자는 전(田)이고, 맨 아래의 글자는 공(廾)이 되는군요.  그런데 맨 위에 있는 자(自)를 보면 이것이 어디에서 왔는지를 알 수가 있을 것 같습니다. 이(耳)와 목(目)의 변형이라고 보면 되겠지요. 즉 보고 들은 것이 자신(自身)을 만든다고 생각하면 되겠고, 그것이 중심인 코를 의미하는 것으로 보면 되겠네요.




  코를 자신으로 나타내는 것은 중국영화를 보면 알 수가 있습니다. 자신의 코를 가르치면서, ‘내가?’라고 하잖아요. 그리고 자존심(自尊心)이 상하게 되면 ‘코가 한 자는 빠졌다.’고 말하기도 하잖습니까? 그래서 코는 주체(主體)를 의미한다고 봐서 무리가 없을 것 같네요.




  가운데 있는 글자인 전(田)은 입 안에 십(十)이 있는 모양입니다. 그것은 입으로 올바른 말만 하라는 뜻으로 이해를 하면 되겠습니다. 그러니까 올바른 말이란 음양(陰陽)으로 균형을 이룬 경우에 말하는 것이고, 그렇지 않은 말이란 도(圖)나 국(國)과 같이 속에 뭔가 들어있으면 어느 한 쪽으로 치우칠 수가 있다는 것이지요. 가령 국(國)의 경우에는 나라를 위해서는 이치에 맞지 않는 주장도 해야 하는 것을 생각해 보면 알 것입니다.




  마지막에 있는 공(廾)은 두 손으로 받든다는 말입니다. 그 뜻은 존중하는 것이라는 의미이므로 자신의 존심을 중요하게 생각하라는 의미로 볼 수가 있을 것 같습니다. 이렇게 코는 자존심과 주체성을 모두 갖고 있으니까 동서남북에서 이목구(耳目口)가 코를 감싸고 있는 모양이 아닌가 싶기도 합니다.


  


5. 이목구비의 오행(五行)




  오행학자는 ‘백가지 길은 모두 오행으로 통한다.’고 하니까 오행으로 대입을 해 보겠습니다. 그렇다면 귀는 수(水)가 될 것이고, 눈은 화(火)가 될 것이고, 입은 토(土)이고, 코는 금(金)이 되는 것으로 대입을 하면 되겠습니다. 그럼 목(木)은 어디 있느냐고 하실 수 있겠네요. 그것이야 당연히 이목구비에 분포되어 있지요. 왜냐하면 눈으로 연결되는 목(木)은 시신경(視神經)이고, 귀에 연결되는 목(木)은 청신경(聽神經)이며, 입으로 연결되는 목(木)은 미각(味覺)이고, 코에 연결되는 목(木)은 후각(嗅覺)이 되는 것이라고 보면 문제가 없을 것으로 생각됩니다. 그러면 오행에 대해서도 문제가 없지요?




  이렇게 잠시 이목구비의 글자 모양을 보면서 궁리를 해 봤습니다. 여기에서 얻을 것이 있는 벗님은 조금 재미있다고 생각하실 것이고, 그렇지 않은 경우에는 그냥 웃으시면 되겠습니다. 낭월은 지금 여기에다가 영혼(靈魂)의 길과 상법(相法)의 길도 생각해 보고, 부호(符號)로 진리를 설명하는 방법과 문자(文字)로 이해하는 방법까지도 생각을 해 볼 길이 없을까 싶어서 전전긍긍하고 있습니다. 물론 재미있는 소식이 나온다면 좋겠네요. 아마도 오늘 오후부터는 이동이 시작되겠네요. 고향 길 편안하시기 바랍니다.




             2011년 2월 1일에 계룡감로에서 낭월 두손모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