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집태우기
작성일
2019-02-19 06:42
조회
928
달집태우기
오가면서 보던 것에 새로운 뭔가가 있으면 눈길이 간다.
보름이 다가온다는 것을 알게 해 준 달집이 지어졌구나.
달집을 지어놓고 또 왜 태우는지는 묻지 말자. 아무도 모른다.
그냥 밝은 달밤에 불놀이를 즐겼을 것이라는 짐작만.... ㅋㅋ
이건 사진꺼리가 되겠군.
사진의 목적은 역사성이니깐. 있는 그대로 남기는 것.
사진의 예술성은 그 다음의 이야기일 뿐.
주춤거리고 논두렁을 걸어서 다가가는데 연이 바닥에 떨어져 있다.
연, 시린 손이 터지도록 날렸었던..... 그 시절의 겨울 놀이....
내 연이 꼰장을 파면 희열에 잠기곤 했었는데......
한손에 카메라를, 한 손에 연줄을 들고 살~살~살~~ 띄워본다.
마침 바람이 불어주니 고맙군. 꼬리연은 힘차게 날아 오른다. 아싸~!!
미술책은 딱지로 변하고,
방학책은 연으로 변했던 그 시절이 스쳐간다.
종이는 비닐로 변하고,
대나무연살은 플라스틱으로 변했지만...
그럼에도 변하지 않는 것은 메모리의 저장본이다.
날아오른 내 연에 편지를 보내기도 했었는데...
주머니를 뒤적여봐도 메모지가 없네.
근데, 달집에 왜 연이 같이 있었지...? ㅋㅋ
보름날 저녁에 태워야 할 달집인데,
일기예보에서 비가 내린다는 말을 들었던가 보다.
그래서 열나흩날 저녁으로 일정을 변경했다.
비가 내리면 논바닥은 수렁으로 변하기 때문이다.
보름장을 보러 간다는 연지님께 카메라를 맡겼더니
겨우 한 장 담아 왔다. 낭월은 강의가 있어서...(ㅠㅠ)
강의 끝내고 바로 갔어야 하는데....
저녁을 먹고 가라고 하는 바람에...
그나마도 얼른 줬으면 좋을 저녁밥이 자꾸만 늦어지니....
조바심은 콩콩콩~~!! 불이 붙기 전에 가야 하는데...
마지막 행사로 달집을 돌면서 강강수월래.
그나마 다행이다. 1분만 늦었으면 그나마도 없을 뻔했으니.
사진은 항상 지금 현재만 존재한다.
조금 전의 풍경은 구할 수가 없는 사진의 현재성이다.
그래서 사진이 매력적이기도 한가 보다.
행사는 끝나고.....
뒷풀이는 먹고 마시는 것.
마스크와 모자를 눌러쓰고 나간 것은
얼굴을 아는 사람들을 만나면 귀찮아 지는 까닭이다. ㅋㅋ
은둔자... "스님 나오셨쓔~!"로 시작하면 엄청 번거롭거등.... ㅋㅋㅋ
마음으로만 동참했다.
돼지라도 한 마리 잡았는지.... 푸짐한 여유를 즐기는 주민들...
축제의 뒤에는 신나는 음식이 있음이다. 먹고 마셔야지. 아무렴~!
았뜨~~~!!!
앞으로 30여년이 지난 다음이면....
오빠랑 불놀이에 동참했던 기억으로 남겠구나....
아마도....
엄마 아빠의 건강하심을 빌었을게다.... 아무렴...
설마하니.... 엑쏘가 승승장구하길 빌었겠어....?
불길이 점점 사그라 들고.....
그것을 아쉬워하면서 한 해의 풍년을 다짐하는 한 잔, 또 한 잔...
구경은 다 했다고 생각할 때 쯤....
갑자기 들리는 '펑~!'소리.
남들 하는 것은 다 한다. 비록 조촐할 망정.
그렇게 시골마을의 축제는 조용히 막을 내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