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2017④ 여행자보험

작성일
2017-05-19 10:39
조회
1483

대만2017④ 여행자보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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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을 살다가 보면 경찰서에 갈 수도 있는 것이다. 다만 경찰서에 가는 경우는 두 가지가 다를 뿐이다.

불러서 가거나,
찾아서 가거나.

우리가 타이페이에서 경찰서에 갈 일이 있을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않았었다. 여행은 물 흐르듯이 순조로웠고, 모두는 나름대로 즐거운 순간들을 보내고 있었기 때문이다. 일정에 따라서 화인은 업무를 보고 사림(士林)역으로 오고, 우리 일행 4인은 중정기념당에서 사림역으로 가서 합류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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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정기념당의 이야기는 예전에 했던 적이 있어서 생략하고, 대신에 근위병의 인증샷을 하나 첨부하는 것으로 대신한다. 물론 둘째 처제와 부군께서는 신기한 구경에 재미있어 하셨다. 안타까운 것은, 바로 다음 날 이 자리에서 거대한 행사가 있을 것이라는 점을 알게 되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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규모가 자못 거창하다. 이런 구경은 반드시 해야 한다. 그래서 옆에서 작업에 몰두하고 있는 사람을 붙잡고 물었다.

낭월객 : 쪄시 쎤머 쎠마?(이건 무슨 일입니까?)
작업자 : 아, 밍티앤 위뿨씨지에르.(아, 내일이 욕불절입니다.)
낭월객 : 위뿨씨.... 시 쎤머?(위뿨씨가 무슨 뜻입니까?)
작업자 : (손짓으로 부처의 머리에 물 붓는 시늉을) 쩌양~! (이렇게요~!)
낭월객 : 오호, 쯔다올러! 밍티앤 지디앤마?(오호, 알았어요. 내일 몇시예요?)
작업자 : 샤우류디앤~! (저녁 여섯시예요~!)
낭월객 : 시마! 커시야.... (그렇습니까? 참 안타깝네요.)
작업자 : 오오, 밍티앤 추꿔바! (오오, 내일 출국하시는군요!)
낭월객 : 뚜이야! 메이요방파, 칸띠앤씨.(맞아요! 별수 없네요. 테레비로 봐야죠.)
작업자 : 니시 샹강런마?(홍콩 사람입니까?)
낭월객 : 뿌시, 항궈런.(아니요. 한국사람입니다.)
작업자 : 너머 궈위 쩌양 류리마?(그런데 우리 말을 그렇게 유창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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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어 잘 한다는 이야기는 수시로 듣는다. 잘하긴 뭘 잘 하겠는가만, 외국인이 대만에 살고 있는 것도 아니면서 그 정도로 소통이 된다는 것이 신기해서 접대용으로 하는 말인 줄은 다 안다. 그래도 특별히 중국어가 외국어 같지 않은 것은 그나마 약간의 성과가 있다고 해도 될 모양이다. 여하튼 이바구 하다가 못 알아 들으면 간단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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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팅부동, 짜이슈어이비앤~!"

하면 된다. '못 알아 들었네, 다시 한 번 말해 줘봐~!' 이건 예전에 정철의 영어테이프에서 배운 수법이다. 이해가 되지 않으면 이렇게 말 하란다. '파던?' 정철 선생이 말 했다. '뭐라고요?' 알아 들어도 그렇게 묻는단다. 프랑스에서 영어로 말하면 다 알면서도 프랑스 사람들은 그렇게 애를 먹인다지. 프랑스에 왔거든 프랑스 말을 하라는 뜻이라나 뭐라나....

문제는 정철 카세트를 들으면서 아무짝에도 쓸모가 없는 것만 기억에 남아 있다는 거다.

"딧유킬 캐더린"
"킬미 킬미 유다이 미다이 올다이~!"


뭐 이딴 것들만 기억이 남이 있으니 이런 것을 한 번 써보려고 해도 적당한 기회가 없어서 이러한 말들이 생각 날 적마다 그냥 씃웃음만 짓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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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짜이슈어이삐앤'이 어려우면 그냥 '팅부동'해도 된다. 그러면 대부분은 다시 천천히 수준이 낮은 단어를 찾아서 말해 준다. 이것이야 인지상정이다. 누구나 그렇게 한다는 이야기이다. 여하튼 귀국해서 욕불식의 행사에 대한 영상자료를 찾아서 봤다. 혹 낭월 만큼이나 호기심천국인 벗님께서 그게 뭔가 궁금하실 수도 있겠어서 해당 자료를 링크한다. 물론 모두 중국어인 것은 당연~!


여하튼 그렇게 해서 예정한 대로 사림역에서 화인을 만났다. 그런데 화인의 얼굴에 수심이 한가득이다. 언니와 형부들이 뒤따라 오는 사이에 슬쩍 물었다.

낭월 : 와카노?
화인 : 싸부님. 와이파이 기를 잃어버렸어요. 
낭월 : 아, 그랬더나?
화인 : 큰일 났어요. 물어줘야 하겠잖아요.
낭월 : 뭐 그걸 갖고 그카노. 난 또 무슨 큰 일이라도 난 줄 알았지.
화인 : 그일이 큰 일이지 무슨 큰 일이 있겠어요. 쳇~!
낭월 : 마, 개안타~!
화인 : 근데 참 희한하게도 이번에 실물보험을 들고 왔지 뭐예요.
낭월 : 뭐라꼬? 암만캐도 닌, 귀신이 붙은기라. ㅋㅋㅋ
화인 : 예전에는 그냥 기본 보험만 들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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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험증권이다. 이번에는 특약에다가 거금을 썼다는 것이다.

원래 보험은 그렇지.... 찾아 먹으면 안 아깝고, 못 찾아 먹으면 아까운 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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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약으로 휴대품손해 특별약관에 들었던 것이다. 비용은  598원이 지출되었단다. 오늘 드리고 싶은 말씀은 이것이다. 외국여행이 빈번하기 때문에 이러한 정도는 참고로 알아두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이것을 알려드리면 누군가에게는 도움이 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어서이다.

문제는, 그렇지 않았으면 가장 좋겠지만, 일단 사고가 생기면 경찰서에서 확인서를 받아갖고 귀국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냥 덜렁 와서 잃어버렸다고 하면 효과가 없고, 배상도 받을 수가 없다는 정보는 또 어디에서 봤던 모양이다. 그리고 그냥 잃어버리는 것도 무효란다. 도난을 당한 경우에만 배상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낭월 : 그렇다면 잃어버린 것이 아니라 도난 당한 것이네?
화인 : 당연하죠~!
낭월 : 어쩌다가?
화인 : 역에서 빠져나오는데 복잡한 가운데 밀치락거렸는데....
낭월 : 오호~! 그 순간에 소매치기가 들이 닥쳤구나.
화인 : 맞아요~! 바로 전화를 꺼냈는데 연결이 안 되잖아요.
낭월 : 그래서 와이파이가 꺼진 것을 바로 확인했구나.
화인 : 그래서 전화도 못하고 이렇게 걱정하고 있었던 거예요.

걱정을 할 일은 아니지만, 그래도 평소에 찬찬한 화인이라서 자신을 책망하고 있었는지도 모를 일이다. 일단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이 일행과 합류해서 수다를 떨었다.

낭월 : 형님, 취두부는 드셔 봐야지요?
형님 : 그렇잖아도 대만 가면 그걸 먹어봐야 한다고 들었어요.
낭월 : 오늘 사림야시장에서 제대로 대만의 맛을 보십시다.
둘째 : 그거 고약하다면서요? 전에 지나가다가도 그 냄새는 역겹던데.
낭월 : 그게, 코에는 지옥이고 혀에는 천국인 음식이라. 하하~!
둘째 : 그럼 두리안이랑 같은 거네요?
낭월 : 맞아! 두리안이랑 같지. 일단 맛있는 취두부를 찾아 줄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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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한편으로 걸으면서, 또 한편으로는 수다를 떨면서 사림야시장으로 가고 있었다. 그런데 갑자기 앞이 훤~하게 밝아지면서 한자들이 눈에 확 들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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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북(臺北) 시정부(市政府) 경찰국(警察局) 사림분국(士林分局) 문림파출소(文林派出所) 란다. 이 길이 문림로여서 그런 모양이다. 전화는 110으로하라는 뜻이겠군. 우리로 하면 112정도와 같은 것일까? 여하튼 그런 것은 지금 중요한 것이 아니다.

낭월 : 화인아, 바로 들어가서 문서를 만들자.
화인 : 지금요.....?
낭월 : 당연하지. 내일은 가야 하는데 본 김에 만들어야지.
화인 : 그...럼.... 그럴....까...요....?

경찰서에는 갈 일이 없었던 화인인지라 들어가는 것이 무척이나 거시기 했던 모양이다. 그러나 낭월은 경찰서에 찾아가 본 적이 있다. 그것도 나이 14세에. 서산경찰서에 갔던 적이 있다. 집에 가야 하는데 차비도 없고 밤은 되었는데 잘 곳도 없어서였다. 지금도 당시를 생각해 보면, 참 맹랑했던 모양이다. ㅎㅎㅎ

일행들은 시원한 공원에서 기다리라고 하고는 화인이랑 둘이 들어갔다. 물론 일행들은 도대체 무슨 일인지도 모르고 그냥 기다렸다. 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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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시, 그렇게 긴장을 해 보는 것도 뭐, 나쁘지 않지 싶어서 자세한 설명은 일단 일을 마치고 해 주기로 하고 얼른 들어갔다. 왜냐하면 이미 시간이 여섯 시가 넘어서 퇴근시간이 지났을까 걱정이 되어서 서둘렀던 것이다.

파출소에서는 이미 야근 모드로 들어간 것인지 조용한 느낌이었다. 어떻게 왔느냐고 묻는다. 여차저차해서 이차저차한 일이 생겨서 확인이 필요해서 왔노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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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를 잘 듣고서는 알았다고 하고는 신고 접수증을 만들어 주겠다고 한다. 그래서 잠시 기다리라는 말이 많이 반가웠다. 혹 벗님이 중국어가 서툴거나 잘 되지 않는다면? 뭐 도리 없다. 영어를 섞고 손짓발짓 하거나, 정히 안 되면 메모지에 '도실물(盜失物)'이라고라도 써야지 뭐. 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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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자도 안 된다고? 그럼 워쨔? 그냥 포기하면 되지 뭐. 그러니까 중국어를 배워야 할 이유가 한 가지 더 늘었군. 우짜든둥 공부 하십시다. 배워서 남 줍시다. 중국어를 많이 배워서 중국사람들에게 마구마구 퍼 줍시다. 하하~!

그렇게 10여 분 기다렸나? 그 사이에 둘째 처제가 들어왔다. 경찰에게 붙잡혀서 나오지도 못하는 줄 알고 걱정이 되어서 들어왔단다. 거 참.... 그래서 경과를 이야기 해 주고 걱정말고 다 되어 가니까 조금만 기다리라고 했다. 그제사 마음이 놓이는지 웃는 얼굴로 다시 일행에게 돌아갔다.

이윽고, 순사가 문서를 들고 나타났다. 이 때에는 폰으로 녹화를 했다. 보다 생생한 현장중계를 하는 것도 재미있을 것 같아서였다. 뭐든 재미있어야 하잖은가 말이다.



물론 무슨 말인지 안 들릴 것이다. 그냥 분위기만.... 폰을 내어 놓고 찍기가 좀 그래서 슬쩍 찍다가 보니까 이렇게 밖에 안 되었지만 없는 것보다는 나을 것 같아서 첨부해 본다. 그냥 통과해도 그만이니 영상이 뭐 이렇느냐고 하시진 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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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경이 들고 온 문서이다. 방바닥에 놓고 찍었다. 그리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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뒷면에는 이렇게 직인이 큼지막하게 박혀있다. 그래서 반가웠다. 뭔가 그럴싸 하더란 말이다. 한국에서 보험처리를 할 적에 이 직인은 제법 큰 위력을 발휘하게 될 것임을 짐작만으로도 느낄 수가 있었다.

문제는 사유 항목에 '도둑맞았다'는 문구가 필히 들어가야 한다는 것이다. 그런데 경찰관이 말귀를 잘 못알아 들었는지 잃어버렸다고 써 온 것이었다. 영상에서도 보셨겠지만 낭월이 보험회사에서는 잃어버린 것은 보상을 해 주지 않는다고 한 것도 그래서였다. 그제서야 이 친구가 알아 들었는지 다시 만들어 온 것이 이 최종본이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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失竊wi-fi器械 , 輔助電磁 , 電線.

되었다. 중요한 것은 실절(失竊)이었는데 이게 추가되었으니까 더 이상 문제가 없다. 그래서 대단히 고맙다고 해 주고 파출소를 나왔다. 그리고 이미 밖은 깜깜해졌으니 야시장 분위기도 제대로 살아났다.

이 문서가 나중에 어떻게 쓰일지에 대해서 결과가 나오면 추후에 보고 하겠거니와, 아직은 대기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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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시장은 항상 사람들이 북적인다. 특히 사림야시(士林夜市)는 더욱 그렇다. 다른 곳은 일반적인 야시장이라면, 사림야시장은 제대로 야시장이기 때문일지도 모르겠다. 가령 화서가의 화서야시는 이렇게 붐비지 않는데 그 이유는 너무 도시화가 되어서 여행객을 불러들이지 못하는 것이 아닌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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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먹으면서, 한편 구경하면서, 또 한편 걸으면서 오가는 사람들이 붐빈다. 예상한 대로이다. 이러한 장면을 보여드려야 제대로 대만 여행가서 야시장 구경을 잘 했다고 하실 것 같았는데 잘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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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자로 보이는 사람들이 열심히 두부를 튀기고 있다. 취두부를 만들고 있는 것이 보였다. 그래서 일단 여기부터 시작을 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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먹음직스러운 풍경과, 역한 취가 어우러져서 야시장의 분위기를 물씬 풍긴다. 냄새에는 두 가지가 있다. 물론 음양이라고 우길 참이다.

향(香) : 코에서 즐겁게 반응하는 냄새
취(臭) : 코에서 역하게 반응하는 냄새

향두부라고 하지 않고 취두부(臭豆腐)라고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는 것이다. 그런데 이미 두부에서의 부(腐)도 썩을 부이다. 그러니까 썩은 콩이 두부란 말인가? 이것은 아무리 생각해 봐도 동의할 수가 없겠다. 부에는 다른 뜻도 있으려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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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리가 다 되자, 기다린 보람이 있었다. 담아주는 것을 모두 막대꼬챙이로 맛을 봤는데 의외로 잘들 드신다. 사실 매우 강력한 홍어를 드시는 수준임을 낭월은 안다. 그래서 문제없이 잘 드실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역시나였다. 오히려 맛있다고 하시니 대만 체질이라고 해도 되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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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사람들에게 떠밀려서 걷다가 두 여인의 발길이 멈춘 곳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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꼬치가 잔뜩 널려 있는 곳이었다. 그리고 주문한 것은 오징어 구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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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다리면서 음식이 만들어 지는 것을 지켜보는 것도 야시장의 재미라고 해야 할게다. 그렇게 오징어를 사서는 한갓진 곳에서 먹기로 했는데 장소라고는 천상  인근의 도교사원 뜰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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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도 깜깜해서 사진을 아무리 손 봐도 이 정도 밖에 안 되는 군. 여하튼 뭘 먹고 있는지는 알아 볼 정도이니 그렇겠거니 하면 되겠다.

안주가 있으면 또 갖춰야 할 것이 있지 않은가. 그래서 낭월이 고량주라도 있나 싶어서 주변의 가게로 가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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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집은 대만 술은 하나도 없고, 모두가 수입품만 취급한단다. 그래서 맥주 한 캔을 사들고 갔는데 문득 낯익은 상표가 보여서 셔터를 눌렀다. 좀 비싸기는 하지만 소주의 향이 그리운 여행객에게는 위로가 되지 싶기도 하다. 여하튼.

"사림야시에는 소주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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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님 : 스님, 이게 무슨 말인거요?
낭월 : 뭘 말씀하시는 거지요?
형님 : 여기, 천부라..... 당최 무슨 뜻인지...
낭월 : 아, 티앤뿌라를 말합니다.
형님 : 티앤뿌라....? 덴뿌라?
낭월 : 맞습니다. 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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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만의 야시장에서는 음식 메뉴를 읽는 것도 재미 중에 하나이다.

蚵仔煎(가자전) - 굴전
蝦仁煎(하인전) - 깐새우전
鷄蛋煎(계단전) - 계란전
天婦羅(천부라) - 덴뿌라(튀김)

대만 환율은 계산하기 쉽게 40원으로 하면 된다. 그러니까 굴전과 새우전은 2,400원이고, 계란전과 튀김은 2,000원이라는 말이다. 물론 여기에서 든든하게 저녁을 먹고 숙소로 돌아 왔거니와, 이렇게 해서 야시장 나들이도 성공적으로 마무리를 하게 되었다.

 

긴 글 읽어 주셔서 감사드리고, 또 다음에 어딘가를 소개할 기회가 오기만 바라면서 열심히 저축해야 하겠다.

 

- 대만2017 끝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