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34] 제36장. 동평객잔(東平客棧)/ 3.출가지명(出家之命)

작성일
2023-03-10 05: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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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34] 제36장. 동평객잔(東平客棧) 


3. 출가지명(出家之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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염재가 다른 손님을 데리러 갔다가 그냥 와서 말했다.

“스승님, 손님을 모시러 갔는데 스승님을 기다리다가 다른 일이 있다면서 다시 찾아온다고 하고 갔답니다. 다행히 오늘의 맡은 일은 여기까지인가 봅니다. 생각해 보니까 저마다 사연은 달라도 모두 남자의 인연으로 번뇌가 많은 이야기라는 것이 신기합니다. 그런데 조금 전에 상담한 사주는 스승님께서 제대로 풀이하신 것이 맞습니까? 너무 좋게 말씀하신 것이 아닌가 싶어서 해석을 부탁드리고 싶습니다.”

“아, 그래 어디 염재가 풀어보게나. 하하하~!”

우창이 허락하자 다시 사주를 앞에 놓고는 생각에 잠겼다.

433 정성동생

잠시 궁리하던 염재가 궁금한 것이 생각나서 물었다.

“스승님, 우선 사주는 매우 무력해 보입니다.”

“그렇군.”

“용신(用神)은 목(木)으로 보면 되지 않겠습니까?”

“그렇다네.”

“목은 편인이니 편인격(偏印格)으로 보면 되겠습니까?”

“당연하지.”

“인월(寅月)의 병화(丙火)이니 득령(得令)은 했습니다만, 관살이 넷이나 되는 상황에서 병자(丙子)인 것을 감안한다면 아무래도 인성이 필요한 구조가 아닌가 싶습니다. 더구나 시지(時支)의 오화(午火)도 자수(子水)에게 극을 받아서 무력하니 더불어 갑목(甲木)도 허탈해진 모습을 하고 있습니다.”

“잘 읽었네.”

우창이 간결하게 핵심에 대한 답만을 하자 염재는 계속해서 궁금한 점과 자신이 이해한 부분을 섞어서 풀이해 나갔다.

“우선 주운(柱運)을 보면 부모(父母)인 연주(年柱)에서 임자(壬子)가 압박하고 있습니다. 아마도 자기의 생각을 있는 그대로 부모에게 말하고 상의하는 것은 어려웠을 것으로 생각이 됩니다. 그래서 조용히 모친의 말씀을 듣고 있었던 것이 아니었을까 싶기도 합니다.”

“그랬겠지.”

“이제 나이가 20세이니 월주(月柱)의 운으로 옮겨가려는 순간입니다. 여기에는 용신인 편인이 월지(月支)에 있습니다. 이로써 비로소 자신의 주장을 발휘할 수가 있는 것으로 봐도 되겠습니다. 그래서 결혼하지 않고 출가하겠다고 말하게 되었을 것이고, 그 말을 들은 모친이 펄쩍 뛰는 것도 그려지는 상황이네요. 참 신기합니다. 혹 제자가 주운에서 놓친 것은 없습니까?”

“연주의 관살을 보면 뭔가 떠오르는 것이 없는가?”

“연주의 관살이라면.... 혹 어려서 남자로부터 놀라게 되었을 가능성도 있겠습니까?”

“옳지~! 이제 염재도 공부 다 했구나. 하하하~!”

“아니, 그렇다면 혼인하지 않겠다는 내면에는 그러한 상처도 있었겠습니까? 그런 것까지 생각지는 못했습니다. 스승님께서 말씀해 주시는 것을 듣고서야 이해가 되었습니다.”

“아, 물론 반드시 그렇다고 할 것은 아니지. 다만 그랬을 가능성도 있다는 것이라네. 아마도 친척이나 형제나 이웃 사람으로 인해서 놀랐을 가능성이 있다는 정도로만 생각하면 된다네. 그렇게 놀란 것으로 인해서 부모는 모르겠지만 본인은 큰 충격을 받았고, 남자에 대한 기억은 흡사 짐승과 같은 존재로 남게 되었을 수도 있었겠지. 그렇게 각인(刻印)이 되면 그것은 쉽게 잊기가 어려우니까.”

우창의 설명을 듣고 염재가 공감이 되었는지 고개를 끄덕이고는 말했다.

“예전에 그러한 사건을 다룬 적이 있었습니다. 친오빠를 살해한 이유로 잡혀 온 낭자가 있었는데 그 이유를 말하지 않아서 단둘이 앉아서 대화를 나눈 결과 오빠에게 겁탈당해서 더 견디지 못하고 살해했다고 하는 말을 듣고서 어떻게 그럴 수가 있을까 싶었는데 나중에 알고 보니 그러한 일도 숨기는 바람에 드러나지 않아서 그렇지 그리 드문 일도 아니었다고 합니다. 문득 그 생각이 났습니다.”

“그래, 듣는 경험도 훌륭한 공부라고 할 수가 있지. 이 낭자도 연주의 상황이 자못 심각한 것으로 봐서 그랬을 수도 있지만 조용히 만났으면 물어볼 수도 있겠으나 오늘은 상황이 여의치 못해서 짐작만 했던 것이네.”

우창의 설명에 염재가 무릎을 쳤다.

“과연, 스승님의 통찰력은 만무일실(萬無一失)입니다. 어느 것 하나라도 허투루 지나치는 것이 없으시니까 말입니다.”

우창은 문득 현지와 진명도 이러한 풀이를 이해하고 있는지 궁금해서 물었다.

“사매님 지금 설명한 것들에 대해서 이해되시지요?”

“정말 신기하게도 우성암의 수행이 헛되지 않았나 봐요. 또렷하게 두 분의 말씀이 귀에 들어오는 신기한 경험을 하고 있어요. 호호호~!”

그러자 진명도 말했다.

“이렇게 쉬운 설명도 알아듣지 못한다면 그동안 먹은 밥값이 아깝죠. 호호호~!”

“그렇다면 다행이로군. 계속 분석해 보도록 하게. 하하~!”

염재가 다시 사주를 살펴보다가 월간(月干)의 임수(壬水)에 눈길이 머물렀다. 잠시 생각하다가 우창에게 물었다.

“스승님 표현궁(表現宮)인 월간(月干)의 임수(壬水)를 봐서는 무슨 말이라도 쉽게 하지 못하겠습니다. 그래서 속내를 알 수가 없는 모친은 아마도 많이 답답했을 것으로 생각이 됩니다. 이렇게 판단하는 것이 맞겠습니까?”

“잘 판단했네. 그래서 모친이 애가 타서 데리고 온 천지를 돌아다녔을 것이네. 그래도 신통한 답이 나오지 않던 차에 집안 조카딸인 이 객잔의 주인이 하는 말을 듣고서 꼭 만나보고 싶어 했을 것이네. 대략 그림이 그려지잖는가?”

“예, 맞습니다. 그랬을 가능성이 농후하겠습니다. 그런데 일지(日支)의 남편궁(男便宮)은 무슨 이치가 되겠습니까? 물론 흉해 보이는 것은 당연해 보입니다만, 이와 같은 글자가 연지(年支)와 나란히 있으니 말입니다. 혹 이것도 무슨 조짐이 될 수 있을까요?”

“오호~! 그것도 보였단 말이지. 이미 앞에서 말을 하지 않았나. 그 낭자가 결혼에 대해서 생각만 하면 무엇이 떠오르겠는가?”

“그렇다면..... 아하~! 옛날에 고통을 당했던 장면이 그대로 반복해서 떠오를 수도 있겠습니까? 그런 말씀이시지요?”

“그렇다네. 하하하~!”

우창이 이렇게 말하자 진명이 감탄하면서 말했다.

“우와~! 그렇게도 통변(通辯)이 되는 것인 줄은 상상을 못 했어요. 같은 글자가 있을 적에는 꼭 써먹어 봐야 하겠어요. 호호호~!”

“한 가지 일이 항상 적용될 수는 없다고 하더라도 문득 생각이 나면 써봐도 괜찮을 것이네. 하하~!”

우창의 말에 염재도 웃으면서 다시 궁금한 것을 물었다.

“스승님, 이유야 어떻든지 간에 남편의 인연이 힘든 것은 사실입니다. 그렇다면 다시 여쭙겠습니다. 혹 혼인하지 않는다고 해서 그것을 벗어날 수가 있겠습니까? 이미 팔자에 그렇게 될 암시가 있는데 말입니다. 이것이 궁금합니다.”

“그런가? 그렇다면 염재에게 물어볼까? 삶에 영향을 미치는 조건에는 어떤 것들이 있다고 생각하나?”

“그것은 태어날 적에 갖고 태어난 천명(天命)의 연월일시(年月日時)가 아닙니까? 지금 그것을 공부하고 있는 것이기도 하고요.”

“아, 그야 우리가 모두 알고 있는 것이잖은가? 그렇다면 그 외에 개입하는 것은 없다고 봐도 될까?”

우창이 이렇게 말하자 진명이 말했다.

“아, 중요한 것이 또 있어요. 전생의 업연(業緣)이지요. 가령 같은 시간에 태어난 사람이라고 하더라도 그들의 전생(前生)의 업이 모두 같지는 않을 거잖아요? 숙명통(宿命通)을 얻어서 살펴보니까 팔자도 중요하지만 이러한 인연들의 작용도 참으로 대단한 위력을 갖는 것으로 봐야 하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이렇게 생각하는 것은 무리일까요?”

“맞아, 그것을 환경의 영향이라고 하면 되겠지?”

“그렇겠네요. 환경의 영향이라고 하면 되겠어요. 그렇다면 이 낭자의 사주와 어려서 당했을 수도 있는 고통도 환경의 영향도 작용했을 수가 있겠어요. 왜냐면 비록 사주는 이와 같다고 하더라도 환경이 다르면 또 다른 형태의 기억으로 인식이 될 테니까요.”

“옳지, 그렇다면 이 낭자가 혼인하지 않고 혼자서 살아간다면 남편으로 인한 고통의 암시는 면할 수가 있을까?”

진명이 눈을 깜빡이면서 잠시 생각하더니 말했다.

“그야 속을 썩일 남편이 없다면 고통도 없을 것이잖아요? 무엇으로라도 그에 상응(相應)하는 고통을 받아야 한다는 것이 숙명(宿命)이라고 하겠지만 노력한다면 어느 정도까지는 벗어날 수가 있다고 봐요. 그래서 우성암으로 보낸 아까 그 여인에게 권했던 것은 기도(祈禱)와 업장소멸(業障消滅)을 하라고 권한 것이니까요. 그러니까 염재의 말대로 무엇으로든 그 고통을 받을 수밖에 없다는 생각은 바꿔도 되겠어요. 호호~!”

진명이 이렇게 말하자 염재도 곰곰 생각하면서 이야기를 듣고는 자기의 생각을 말했다.

“그렇겠습니다. 누나의 설명을 듣고 보니까 과연 숙명(宿命)은 변화의 여지가 있다는 것을 얼마간은 갖고 있다고 해야 하겠습니다. 깨우침을 주셔서 고맙습니다.”

염재의 말에 우창도 웃으며 설명했다.

“그렇지. 제아무리 팔자에 험난할 조짐이 있더라도 스스로 근면(勤勉)하면서 자숙(自肅)한다면 흉함은 사라지고 나타나지 않을 테니 이것은 인과법(因果法)으로 연결이 되는 까닭이라네. 그러니까 ‘될 조짐’은 있지만, ‘할 조짐’은 스스로 어떻게 인과를 만들어 가느냐에 따라서 달라진다는 말이네.”

“그렇겠습니다. ‘될 수는 있지만 하지 않으면 되지 않을 수도 있다’는 말씀이 마음에 와닿습니다. 이 낭자의 남편에 대한 암시는 힘들게 될 조짐이지만 결혼하지 않는다면 남편으로 인한 고통은 겪지 않아도 된다는 것으로 이해하니까 바로 정리가 되었습니다.”

염재가 궁금한 것이 해결되었다는 듯이 우창을 향해서 합장하고 말했다. 그러자 이번에는 현지가 물었다.

“스승님께서 말씀하시는 것을 들으면서 문득 몸에 익힌 습관도 대단히 큰 영향을 미치지 않을까 싶은 생각이 들었어요. 가령 남편과 고통스러운 부부생활을 하고 있었던 아까의 그 여인이 남편을 받아들이는 기술이 없어서 힘들었는데 어떤 사람은 몸이 저절로 알아서 받아들이기도 하거든요. 그렇다면 이러한 것은 환경의 영향이 아니라 노력의 결과라고 해야 하겠어요. 어떤 것은 저절로 되고 또 어떤 것은 많이 노력해야 한다는 것도 재미있어요.”

현지의 말에 우창도 동의하면서 말했다.

“맞습니다. 사매의 생각에 동감입니다. 그것은 바로 ‘생이지지(生而知之)’와 ‘학이지지(學而知之)’의 차이가 아니겠습니까. 하하하~!”

“그건 또 무슨 뜻이죠?”

진명이 처음 듣는 말이라서 우창에게 물었다. 그러자 우창이 대답하는 대신에 염재를 바라봤다. 대신 설명해 주겠느냐는 뜻이었다. 그러자 염재가 진명에게 말했다.

“생이지지(生而知之)라는 말은 태어나면서 배우지 않아도 저절로 알게 된다는 뜻입니다. 아기가 엄마의 젖을 찾는 것과 졸리면 잠자리를 찾는 것과 같은 것이지요. 본능(本能)이 이미 알고 있어서 일부러 배우지 않아도 되는 것입니다. 남녀가 만나서 정을 통하고 혼인하여 자녀를 낳는 것도 마찬가지입니다. 그런데 어떤 사람은 이러한 것에 대해서도 배워야만 가능할 수도 있습니다. 그것을 일러서 학이지지(學而知之)라고 합니다. 물론 누구나 배워야 알게 되는 것도 있습니다. 삼강오륜(三綱五倫)이나 오행의 이치는 배우지 않으면 알 수가 없는 것과 같은 것이지요. 이해되셨는지요?”

염재가 친절하게 설명해 주자 진명도 그 뜻을 정확하게 이해했다.

“그렇게 멋진 말이었구나. 동생이 설명해 주니까 바로 알겠네. 그러니까 생이지지는 전생에 학이지지한 것이고, 학이지지는 다음 생에 생이지지가 될 것이라는 말이지?”

“오호~! 그렇게도 이해할 수가 있겠네요. 숙명통을 깨달은 누나의 생각이 또 재미있습니다. 하하~!”

두 사람의 대화를 듣고서 우창이 말했다.

“생이지지는 업습(業習)이라고도 할 수가 있지. 전생이든 금생이든 인연에 따라서 익히게 된 것도 포함이 된다는 이야기지.”

그러자 진명이 다시 우창에게 물었다.

“스승님, 업습(業習)은 학습(學習)과 다른 것이네요? 생이지지는 업습이고, 학이지지는 학습이잖아요? 와우~! 재미있어요. 이렇게 공부하는 즐거움은 업습이 맞겠죠? 호호호~!”

“맞아, 그래서 좋은 업으로 습관(習慣)을 들이면 삶이 점점 나아지게 되지만, 나쁜 업으로 습관을 들이게 된다면 삶도 점점 황폐(荒廢)해지게 될 것은 당연한 이치겠군. 이러한 것은 환경뿐만 아니라 노력의 영역에서도 매우 중요한 부분이라고 해야 하겠네. 처음에는 열심히 노력해서 업습에 없는 것을 학습하게 되면 나중에는 그것이 어느 사이에 업습이 되어서 생각하지 않아도 저절로 그렇게 되는 것이니 이른바 공자가 말한 ‘칠십이종심소욕불유거(七十而從心所欲不踰矩)’의 뜻이라고 하겠네.”

우창의 말에 눈만 말똥말똥하게 뜨고 있던 진명이 다시 염재를 바라봤다. 이 말의 뜻이 무엇인지를 묻고 있었다. 그것을 본 염재가 진명에게 설명해 줬다.

“아, 지금 스승님께서 하신 말씀은 공자의 말입니다. ‘나이가 70이 되고 보니까 마음에서 하고 싶은 대로 하더라도 자연의 이치를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는 말입니다. 이것은 선업(善業)을 오랜 세월을 닦으니까 이제는 그것이 업습이 되어서 ‘잘해야 하겠다고 생각하지 않아도 저절로 그렇게 되더라’는 것이지요.”

“아, 그렇게 멋진 말이었구나. 오늘은 이렇게 좋은 말들로 우둔한 진명의 정신을 씻어내니 오늘 배운 학습이 내일은 업습이 되어서 조금은 더 지혜로운 모습으로 깨어날 것이 틀림없겠지?”

“물론이지요. 만약에 팔자가 바뀔 여지가 없다면 공부할 필요도 없지 않을까요? 습(習)이 있어서 학습이든 업습이든 노력할 여지가 있다고 하겠습니다. 책을 보는 것도 습이고, 궁리하는 것도 습이니까요. 눈을 뜨면 저절로 오행의 이치를 생각하다가 보니 문득 드는 생각입니다.”

이야기를 듣고 있던 현지가 말했다.

“그렇다면 이 낭자의 사주풀이로 돌아가 볼까? 이야기에 취해서 일지(日支)까지 와서 진도가 나가질 않네. 호호~!”

현지가 이렇게 하는 말을 듣고서야 지금까지 딸의 사주를 풀이하고 있었다는 생각조차도 잊고 있었다는 것을 알게 된 염재가 다시 사주를 보면서 시주(時柱)의 갑오(甲午)를 살폈다. 궁리하고 있는데 진명이 먼저 말했다.

“생각해 보니까 월지(月支)의 인목(寅木)과 시간(時干)의 갑목(甲木)도 무슨 연관성이 있어 보여요. 마치 연지(年支)의 자수(子水)와 일지(日支)의 자수가 서로 연관성을 갖듯이 말이에요. 이것은 무슨 조짐일까요?”

진명이 이렇게 말하자 궁리하던 염재가 말을 받았다.

“아, 맞네요. 월지(月支)의 편인(偏印)은 지금 출가의 길을 갈 수가 있다는 암시이고, 이 기회를 놓치게 되면 가정을 꾸리고 살면서 고통스럽게 살다가 늘그막에 비로소 자유로워져서 수행자가 된다는 의미가 되겠습니다. 이렇게 해석해도 될지 스승님께 여쭙습니다.”

“물론이지. 재미있는 관법인 걸. 하하하~!”

우창이 동의하자 진명이 신나서 말했다.

“이렇게 말씀하는 것을 들으면서 생각해 보니까 사주는 연월일시 간에도 서로 연결을 시켜서 생각해 볼 수가 있다는 것을 알겠어요. 하긴, 연주에서 월주가 나오고 월주에서 일주가 나와서 시주까지 이어지는 일종의 필연성(必然性)이 있다고 해야 하겠어요. 어떤 사주라도 이렇게 봐도 될까요?”

진명의 물음에 현지와 염재도 우창을 바라봤다. 이에 대해서 궁금하다는 의미인 줄을 알고서 우창이 말했다.

“반드시 그렇지는 않지. 연월일시가 각각 자기만의 길을 가겠다고 고집을 부리는 사주도 흔하니까 그런 사람의 삶은 또 어떨까?”

우창이 진명에게 물었다. 진명이 잠시 생각하더니 말했다.

“진명의 생각으로는 사주가 단절된다는 것은 삶도 갈팡질팡하지 싶어요. 그런 사람도 있잖아요. 초지일관(初志一貫)으로 공부하고 과거에 급제해서 관리의 길로 나아가서 안정되게 살다가 만년(晩年)도 그렇게 맞이하는 사람들도 있으나 이런 사람이 열에 한둘이나 될까요? 더 많은 사람은 조석(朝夕)으로 삶이 바뀌듯이 널뛰기하면서 부침(浮沈)을 반복하느라고 길지도 않은 삶을 고단하게 엮어가는 경우가 대부분이지 싶어요. 왜냐면 어차피 탐욕(貪慾)으로 시작된 삶이기 때문이죠. 애욕(愛慾)으로 태어나서 오욕락(五欲樂)을 누리고자 숨 가쁘게 달려가는 삶이 잠시인들 자신을 돌아다 볼 겨를이 있겠나 싶기도 해요. 그런 사람의 사주는 필시 연월일시가 서로 다른 방향을 바라보고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스승님, 이렇게 생각하는 것도 일리가 있을까요?”

이렇게 말한 진명이 우창을 바라보자 우창이 미소를 짓고 말했다.

“당연하지. 매우 타당한 추론(推論)이고 현실적으로도 부합이 될 수밖에 없는 이야기라네. 그래서 일기관통(一氣貫通)을 한 사주를 보면 청귀(淸貴)하다고 하게 되는 것이기도 하지. 하하~!”

“맞아요. 그런 사주를 보면 기분조차도 좋아지잖아요. 호호호~!”

“그래서 이 낭자의 시주를 보고서 어떤 해석을 할 수가 있을지 염재가 풀어보도록 하지.”

아까부터 생각에 잠긴 염재에게 말을 할 기회를 줬다. 뭔가 깊은 생각에 잠긴 것으로 봐서 분명히 재미있는 궁리를 하고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어서였다.

“스승님께서 해 주신 말씀을 들으면서 또 생각할 것이 많아졌습니다. 우선 자오충(子午冲)이 있으니 남편과 자녀의 갈등이 보였습니다. 이 결과가 어떻게 될 것인지를 생각하느라고 머리가 다 지끈거리지만, 그렇다고 해서 또 결과는 없고 고통만 남는 것으로밖에는 안 보입니다. 단지 남편과 자식의 끝없는 갈등 속에서 스스로 죽고 싶을 만큼 힘이 들게 될 것이라는 생각만 했습니다. 그러다가 자식들을 키워서 짝을 지워서 내어 보낼 때까지 힘들게 살다가는 비로소 가정을 떠나서 종교에 귀의하게 되는 것으로 생각해 봤습니다. 다만 이것이 타당한 것인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염재가 이렇게 풀이하자 귀를 기울이며 듣고 있던 현지가 손뼉을 쳤다.

“이야~! 염재에게는 그런 것이 보인단 말이야? 그야말로 생생한 삶의 현장이네. 나도 그렇게만 보인다면 얼마나 좋을까? 열심히 공부한 공덕이 이렇게 드러나는가 보네. 나도 더 맹렬하게 정진해야 하겠어. 호호호~!”

“고맙습니다. 그래도 긴기민가합니다. 그래서 암중모색(暗中摸索)하다가 짐작으로 말씀을 드려보기도 하지요. 다행히 맞으면 성공이고 빗나가면 또 하나를 배우게 되니까요. 하하~!”

염재의 풀이를 듣고 있던 우창이 말했다.

“풀이를 잘했네. 연지의 자(子)와 일지의 자(子), 그리고 월지의 인(寅)과 시간의 갑(甲)이 서로 대응하고 있는 것을 놓치지 않았으니 말이네. 그리고 겸해서 언급한다면 연간의 임(壬)과 월간의 임(壬)이 서로 같은 것도 고려할 수가 있지 않을까?”

우창의 말에 염재가 다시 살펴보고는 말했다.

“아, 그렇겠습니다. 그렇다면 어려서의 고통이 앞으로도 이어질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봐야 하겠습니다. 그렇다면 과연 오늘 조언해 준대로 출가할 계기를 마련해 주신 것은 낭자에게는 참으로 귀인의 일을 하신 셈이니 조언가(助言家)의 보람이란 이런 것이 아닐까 싶습니다. 모친의 생각에 쐐기를 박아줘서 딸을 힘들게 하지 않을 테니 그것도 참 대단한 결실이라고 하겠습니다. 비로소 상담한다는 것이 어떤 보람이 있는지를 깨닫겠습니다.”

이렇게 말을 한 염재가 우창에게 합장했다. 자기도 모르게 존경심이 우러나와서 하는 행동이기에 우창도 가만두고 내심으로만 다행이라고 생각할 따름이었다. 이야기를 듣고 있던 진명이 말했다.

“그런데 신기한 것은 왜 이 낭자의 전생은 보이지 않았을까요? 당연히 낭자의 전생이 보일 것으로 생각했는데 아무런 그림도 보이지 않았거든요. 스승님께서 설명을 좀 해 주실 수 있을까요?”

진명이 아까부터 갖고 있었던 궁금증을 물었다.

“그야 나도 모르지. 다만 손님이 앞에 있을 적에 그 문제의 시발(始發)이 전생에서부터 온 것이라면 보여주지만 금생에서 풀어도 될 것이라면 구태여 진명을 힘들게 할 필요가 없어서 닫아버린 것이 아닐까 싶군. 그 모든 것이 다 보인다면 그것도 귀찮은 일이 아닐까?”

“아하~! 그렇겠어요. 이제 의문이 풀렸어요. 역시 스승님의 판단력은 언제 들어도 거침이 없고 합리적인데다가 간명(簡明)하기까지 하니 너무 좋아요. 호호호~!”

활짝 웃으며 말하는 진명의 마음을 모두 이해한 듯이 함께 미소를 지었다. 그러니까 진명은 언제는 전생이 보이다가도 또 어떤 때는 안 보이는 현상에 대해서 혼자서만 의문을 가졌는데 그 연유를 우창의 설명으로 모두 해소(解消)되었기 때문이었다. 그때 주인이 올라와서 말했다.

“수고 많으셨어요. 내려가셔서 저녁 드세요.”

그 말을 듣자 모두 마주 보면서 웃었다. 배가 고픈 것도 잊고 있었는데 밥을 먹으라는 말을 듣자 갑자기 배가 고파졌기 때문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