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일간 지켜보기

작성일
2022-02-08 06:16
조회
546

히야신스 14일간 지켜보기(1월26~2월8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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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릴리스가 잘못했지. 활짝 핀 꽃을 보면서 연지님이 말했다.

연지 : 아마릴리스는 꽃이 예쁜데 향이 없어 아쉽네.
낭월 : 향이 있는 것은 뭐지?
연지 : 히야신스는 향이 좋잖아.
낭월 : 그래?

 

2022년 1월 25일


2800원


생각나면 실행에 옮겨야지.
인터넷을 검색해서 히야신스를 찾았다.
2,800원짜리가 있었다. 4구를 샀다.

20220125_194413 히야신스_잔보스

지켜볼 아이는 히야신스 잔보스 란다 빨강 꽃이 필 예정이라고...

수경재배세트-6천원

겸해서 수경재배를 할 수가 있는 용품이 있다는 것도 알았다. 유리그릇과 흰 자갈이다. 그것도 샀다. 1세트에 6,000원이란다.

 

2022년 1월 26일(1일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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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날 도착했다. 참 좋은 세상이다. 그렇지 않으면 대전에 나가서 화원을 뒤져야 할텐데 이렇게 앉아서 히야신스 뿌리를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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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분에서 흙을 씻어내고 수경그릇에 앉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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뿌리를 씻는 것도 요령이 필요한 모양이다.
처음 씻은 것보다 나중 씻은 것이 더 깨끗한 것을 보면.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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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드라고 쓴 것을 차실로 옮겨왔다. 지켜보려고.

 

2022년 1월 28일(3일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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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에 담은 것이라서 뿌리가 제대로 씻어지지 않았구나. 낭월이 하도 허둥대는 바람에 언지님도 바빴던 모양이다. 뭐 그래도 개안타. ㅋㅋ 새벽에 일어나서 불을 켜면 가장 먼저 반겨주는 것같다. 문득 며칠 전에 읽었던 글이 떠오른다.

관계......

제사에 쓰일 소가 지나가는 것을 왕이 봤다.
자신을 보고 눈물을 흘린다.
왕이 말했다. "그 소는 죽이지 말거라"
신하가 물었다. "제물은 쓰지 말까요?"
왕이 말했다. " 양으로 해라."

히야신스 한 뿌리가 관계를 맺었다.
이미 가족이 되었다.
단돈 8,800원을 들여서 얻게 된 관계다.
이제 지켜줘야 할 책임이 안겨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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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잤더나?
와! 밥이다.
웬 밥?
저는 빛을 먹고 살거든요.
아~ 하~ 그렇지...

 

2022년 1월 29일(4일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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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룻사이에 컸으면 얼마나 더 자랐을 것이라고
찬찬히 들여다 본다.
새하얀 뿌리가 조금은 자랐나 싶기도 하다.

 

2022년 2월 4일(10일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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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일째가 되니 초록초록하던 꽃대에
붉은 기운이 살짝 드러난다.
잎도 흡광판의 노릇을 하느라고 더 자란 티가 난다.

 

2022년 2월 5일(11일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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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월의 하루 LED불빛이 열 일을 한다.
하룻밤을 자고 나니 또 꽃대가 달라졌다.
아침에 출근한 화인도 감탄한다.

"어머! 레드가 아니라 핑큰데요~! 예뻐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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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 날 오후.
마당가의 히야신스가 떠올랐던 연지님.
새싹이 솟아나왔다고 귀띔을 해 준다.
그래 히야신스 2중주로구나. 같이 지켜보자.
살짝 뿌린 눈 위로 내민 초록잎이다.
열심히 빛을 먹고 잘 자라기를.

 

2022년 2월 6일(12일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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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은 흐른다.
히야신스도 자란다.
천기(天氣)인 빛과
지기(地氣)인 물을 먹고 자란다.
천지간에 홀로 존재하는 한 뿌리의 생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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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금 더 들여다 보게 된다.
기다리지 않는다.
그냥 바라 볼 뿐이다.
흐름이다. 자연도 풍경도 인생도......

어린시절의 라즈니쉬가
강둑에서 물을 바라보다가 해가 져서

귀가 했더란다. 엄마가 물었다.
"바그완, 뭘 하고 왔니?"
"아무 것도 안 했는데요."
"말이 되니? 뭔가 했을 거잖아?"
"정말이에요. 아무 것도 하지 않았어요."
"너, 엄마에게 거짓말 하면 안 된다."
그래서 어쩔 수가 없이 거짓말을 했다.
"실은 강둑에서 흐르는 강물을 바라봤어요."
"옳지, 그래야지. 어서 밥 먹어라."
어른들은 아무것도 안 한 것에 대해 이해를 못하나보다.
어린 라즈니쉬는 그렇게 생각했더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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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밤에 눈이 살짝 내렸었구나.
내가 보기엔 추워 보인다만....
넌, 이불을 덮은 셈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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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후,
햇살이 숨으려는 시간...
눈은 녹았고 빛은 기울어간다.

hi20220208-16

차탁에서 꽃을 피우고 있을때...
마당가에서도 봄맞이 준비를 한다.
둘 중에 누가 더 행복한지를 생각한다.
중생의  분별심은 이렇게 쓸따리가 없다.

hi20220208-14

저마다 지가 지리에서 최선을 다 할 뿐임을
늘 빤히 알면서도 순간순간 망념이 스쳐간다.
추위에 떨고 있으니 화분에 담아다 방에 두기를 원할까?
천연의 태양과 조우하면서 LED만 먹는 녀석을 불쌍해 할까?
옛다~ 고마 해라. 세상의 빛은 하난데
무신 일광(日光) 전광(電光)을 분별하노.

"추버서 방에 있는 아이가 부럽나?"
"부럽긴요. 글마도 내년엔 여기 있을낀데요."
"아, 너도 작년에는 방에 있었제?"
"하모요. 예가 방보다 백배는 좋심니더."

 

2022년 2월 7일(13일째)


hi20220208-17

개화는 언제나 찬란하다.
깨침은 언제나 반짝인다.
비로소 망울이 터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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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 향이 나네~!"

 

hi20220208-19

우중충한 차방이 환~해졌다.
히야신스의 공덕이다.
불과 13일만에 받은 선물이다.

 

2022년 2월 8일(14일째)


hi20220208-22

그리고... 오늘 새벽이다.
이렇게 보름을 함께 한 시간의 기록이다.

hi20220208-20

그래 참 곱구나.

관계()....
아름다운 관계의 의미를 생각하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