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성(固城) 상족암(床足巖)

작성일
2022-11-06 07:21
조회
829

고성(固城) 상족암(床足巖)


(여행일 : 2022년 11월 4일 辛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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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의 반년 만에 나선 나들이는 남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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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계획이야 화려했다. 거문도로 들어가서 백도유람을 하고 느긋하게 2박3일로 남도여행을 꿈꿨으니까. 그런데 마음대로 되는 일도 있고 안 되는 일도 있기 마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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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흥 녹동항에서 2시간 50분간 배를 타야 한다는 말에 연지님의 동의를 구할 수가 없었다. 그래서 양보를 한 끝에 하루의 일정으로 바다구경이나 하고 오는 것으로 방향을 잡고 출발했다. 그러자니 새벽 6시 반에 출발해야 하는 일정이 될 수밖에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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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족암에서 가장 가까운 맥전포항의 물때를 살펴보니 간조는 11시 46분이었다. 사전 조사에 의해서 만조가 되면 상족암은 들어갈 수가 없다는 정보를 얻었기 때문에 물때를 살펴봐서 일정을 잡아야 했다. 그렇게 되면 늦어도 10시에는 도착을 해야 둘러볼 수가 있겠다는 계산이 간단하게 나왔다. 간조(干潮) 전후의 2시간이 공룡발자국까지 모두 만날 수가 있는 시간이라는 것을 챙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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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산에서 상족암까지는 2시간 56분이다. 중간에 아침요기를 하는 것까지 감안한다면 3시간은 잡아야 일정에 무리가 없다고 봤을 적에 출발은 07시 전에 해야 한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그래서 서둘러서 출발을 하게 되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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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로사에서 06시 반에 출발해서 논산 화인네 집옆 주차장에서 차를 옮겨 타고서 목적지를 향해서 출발했다.

우리나라에 고성군은 두 곳이어서 약간 혼란스러울 수도 있다. 말하는 사람은 알아서 말하는 것이겠지만 듣는 사람은 어느 고성을 말하는 것인지를 구분해야 하기 때문이다.

강원도 고성은 고성(高城)이고
경상도 고성은 고성(固城)이다.

굳은 성과 높은 성의 차이로구나. 둘 다 바닷가에 있다는 공통점이 있다. 한자의 이름은 다르지만 소리가 같으니 항상 앞에 강원도와 경상도를 먼저 밝혀야 하는 지명이다. 그 외에도 광주(光州)와 광주(廣州)도 있는데 보통은 넓을 광(廣)의 광주는 앞에다 경기도 광주라고 말을 하니까 그래도 구분이 쉬운 편인데 고성은 같은 군급(郡級)이다 보니 동격이어서 둘 다 구분을 해야 할 필요가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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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은 맑음이로구나. 다행이다. 오랜만에 떠오르는 태양을 보면서 길을 나선다. 대략 6개월쯤 되었나 싶다. 제주도 선작지왓을 다녀온 후로 두문불출하고 들앉아 있었으니 좀이 쑤실만도 하지. 단풍이 내려앉는 것을 보고서야 이대로 올해를 마무리 할 수는 없다고...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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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산휴게소에서 아침을 해결하기로 했다. 화인네는 간단히 먹고 와서 안 먹겠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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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나들이를 한 것이 즐겁기는 호연도 마찬가지인 모양이다. 말귀를 여기에서 보니 또 새롭게 보이는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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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마이와 숫마이가 겹쳐있으니 더욱 다정해 보이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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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아침엔 유부우동이다. 한 그릇 뚝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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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색이 가을스럽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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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너머로 산정에 구름이 걸려있는 곳은 아마도 덕유산이겠거니...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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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전은 호연에게 맡기고 느긋하게 주변의 풍경을 즐기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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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래쪽으로 갈수록 산색은 아직 물들지 않은 풍경이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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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해고속도로로 바꿔 타고서 만나는 사천IC에서 나간다. 목적지가 다가오니 지도를 검색하다가 눈에 확 띄는 것을 발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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엇? 상족암유람선매표소라고? 그렇다면...? 그래서 신속하게 블로그를 훑었다. 그리고 상족암을 유람하는 배가 있다는 것을 확인했다. 그렇다면 이것은 반드시 타야지. 다만 껄쩍찌근..... 한 것은 정보가 최신이 아니라 4~5년 전의 자료들이라는 것이었다. 어쩌면 지금은 운항을 하지 않을 수도 있겠지만 여하튼 차를 대야 할 곳이기도 하니까 방향을 유람선매표소로 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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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선 입구에 있는 화장실에서 몸을 가볍게 하고....

매우 짧은 순간이지만, 삼천포 유람선을 취소해도 되겠다는 생각을 했다. 상족암유람선을 탄다면 그것만으로 충분하지 싶어서였다. 유람선을 타러 가려면 1시까지는 가야 하는데 괜히 바쁘게 움직이지 않아도 되고 말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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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족암유람선을 타는 곳으로 향했다. 바로 여기다. 제대로 찾아왔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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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썰....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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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족암 유람선코스가 빛 바랜 채로 창에 붙어 있다. 노선도 세 종류나 있었구나. 그러나.... 역시나 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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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으로도 운항을 할 것인지는 알 수가 없겠지만 틀림없는 것은 현재는 운항이 중지되었다는 점이다. 이것이 현실이로구나. 아쉽구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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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를 대놓고 일행들이 여장을 챙기는 사이에 얼른 유람선의 상황을 훑어보고는 상족암으로 향할 길을 찾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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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공원도 아니고, 도립공원도 아니었구나. 군립공원이면 또 어떠냔 말이지. 멋진 바위와 바다를 만나면 그걸로 충분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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봐하니 일단 산으로 올라가서 넘어가면 상족암이 나오는 모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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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안내도에 따라서 계단을 올라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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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인 : 싸부~! 산에는 안 간다메요~!!
낭월 : 그래, 산에는 안 간다.
화인 : 이건 산이 아니고 뭡니까요~!
낭월 : 이건 예정에 없던 길이다. ㅎㅎ
화인 : 또 속았습니다. 늘 그렇게 속기만 합니다.

분명히 상족암으로 가는 길이라고 되어 있으니 달리 방법이 없었다. 그래서 앞으로만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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엇? 저기가 상족암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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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덕같은 산을 내려온 다음에 덕명마을 포구쪽을 바라보고서야 뭔가 헛발질을 했다는 느낌이 싸~했다. 바닷가로 편안한 길이 있었다는 것을 왜 이제야 알게 되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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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도 금요일이라서 동네 어르신들이 청소를 나온 듯 싶었다. 이렇게 가까운 길을 두고서 산길을 탔단 말이로구나. 에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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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니까 이정표에 이렇게 해안으로 가는 길도 있다고 표시를 해 놨으면 좋았잖여? 쳇~!!!

아마도 그렇게 하지 않았던 이유는 만조가 되면 길이 없어지기 때문이었을 것으로 자기를 설득하는 수밖에 없었다.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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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랬어야 한다는 것을 나중에 낭월의 여정을 더퉈볼 방문자를 위해서나마 개정안내판을 만들었다. 누구든 덕명마을에서 출발하는 경우라면 이 안내판으로 인해서 200칼로리(뭐 대략)와 10여 분의 시간을 확보할 수가 있다는 것을 보증한다. 그리고 당연히 상족암을 보려 가면서 만조(滿潮)에 갈 사람(이라고 쓰고 멍충이라고 읽는다. ㅎㅎ)은 없을 것이기 때문에 항상 유효한 안내가 되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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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연 : 와~! 멋집니다. 여기가 상족암이 맞지요?
낭월 : 글쎄다.... 보여야 할 것이 아직은 안 보이는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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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모퉁이를 돌아가면 상족암이 나오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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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층이 휘었구나. 이런 것은 그냥 지나치지 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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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압력이 작용해서 휘어져버렸는지는 몰라도 그러한 힘이 느껴진단 말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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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족암은 아닌 것이 분명했다. 그래도 물도 맑고 하늘도 맑으니 마냥 좋단다. 그럼 다행이지만 자꾸 어정거리다가 물때라도 놓치면 자칫 하루의 일정이 헛수고가 될 수도 있다는 말이 자꾸만 들려 왔다. 그러니까 밀물이 되기 전에 목적지에 도착해야 하는데 말이지. 다들 낭월의 속셈은 생각하지 않고 그냥 경치가 좋단다. 그래 다행이다.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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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타깝게도 바닷가로 가는 길은 없는 모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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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에는 속지 않겠다고 부득부득 우겨봤지만 아무리 봐도 저 물을 건너서 나아갈 엄두가 나지 않는다. 그러면 얼른 걸음을 돌려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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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구경 잘 해서 좋단다. 그럼 되었지. 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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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은 잘 만들어 놨다. 그리고 말끔히 쓸기까지 했다. 관리하는 정성이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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낭월 : 쪼매~만 가면 된다. 
연지 : 이 정도야 뭘~!

괜히 고생시키나 싶은 생각에 위로를 한답시고...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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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 알겠고, 이 안내판의 체면을 세워주기 위해서라도 유람선은 운항하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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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책로가 멋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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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족암이 얼마 남지 않았겠거니.....

초행길의 설렘과 불안함이 겹치는 이것은 여행을 해 본 사람만이 알고 있는 것이려니 싶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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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인 : 끝이 보입니까요?
낭월 : 그래 다 와 간다.
화인 : 믿어도 됩니까요? 장 하는 말씀이잖아요.
낭월 : 그래도 여태 속았으니 한 번 더 속아 본 들.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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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 공룡박물관? 물론 둘러보면 그것도 재미있겠지만 지금은 그럴 겨를이 없으니까 통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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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족암이 쌍족암이기도 하단 말이로군. 조각류 공룡발자국이라니 파충류는 들어봤지만 조각류는 처음 보네. 참 종류도 여러 가지로구나. 궁금해서 찾아본다.
조각류(鳥脚類)가 새 발이었구나. 한자로 병기를 해 줬더라면 좋았을 텐데 좀 아쉬운 안내판이로군. 그러니까 발자국의 형태를 말하는 것임을 알았으니 공룡상식이 0.0001만큼 증가했나?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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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 또 무슨 안내판이람. 상족암 동굴을 보겠다고 새벽부터 달려온 나그네에게 출입을 통제한다니 이게 뭔 말여? 위험하니까 낙석주의하라고 했으면 충분할 것을 살벌하게도 써놨구나. 참 성의가 없네. 쯧쯧~!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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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쨌거나 길은 외길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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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인 : 내려가는 것이 맞는 거죠?
낭월 : 그래~!
화인 : 다시 올라와야 하는 것은 아니죠?
낭월 : 난들 아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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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에 익은 그네가 보인다. 자료를 조사하면서 봤던 장면이로구나. 그렇다면 잘 가고 있는 모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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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망 좋고 풍경 좋은 곳에 그네를 만들었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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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 제대로 온 모양이다. 변산의 채석강이 떠오르는 풍경이로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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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영상 담당인 화인도 한 장면이라도 놓치지 않으려는 듯이 열심히 찍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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켜켜히 쌓여있는 풍경이로구나. 특이한 모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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넓직한 반석이 펼쳐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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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보는 바다와 암반이 반갑다. 온통 검은 색의 제주도 해안과는 또 다른 풍경이 펼쳐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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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의사항도 잘 붙여 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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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경에 크게 거슬리지 않도록 배려한 느낌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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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만치 상족암의 형상이 드러난다. 다 왔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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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닷가의 풍경을 보면서 메모리를 뒤적여 본다. 울릉도와도 다르고 백령도와도 다른 풍경이네. 재미있게 생겼다. 한 번은 와볼 만 한 곳이라고 하겠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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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게 공룡 발자국? 그러니까 새다리의 공룡이 짚고 지나간 흔적이라는 말이로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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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반 속에 감춰져 있다가 위의 층들이 풍파(風波)로 사라지면서 드러난 것으로 추정한단 말이지? 그럴싸~하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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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이 빠진 바닥에는 담치들이 다닥다닥 붙어있다. 좀 있다가 밀물이 되면 또 물속으로 잠기겠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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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에는 병만네 가족들이 떠올랐을 텐데 요즘은 「안 싸우면 다행이야」가 떠오른다. 이것이 유행이려니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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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 여기가 상족암이로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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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치가 좋군. 여기에 물이 잠긴다면 그것도 괜찮지 싶기는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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맘대로 뛰놀라고 하고 사진으로 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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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실상을 보면 재미가 없지...... 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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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봐야 그럴싸 하지 않느냔  말이지. ㅎㅎㅎ


낭월 : 오데로 그리 바삐 가노?
화인 : 도망요~!"
낭월 : 도망? 누구로 부터 어디로?
화인 : 그림자로부터 우주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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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풍경이랑 놀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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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도, 저만치 보이는 바위 벼랑이 병풍바위겠구나. 병풍바위라니까 한라산 영실의 병풍바위가 생각나는구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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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냥 돌아서기가 아쉬워서 기웃거웃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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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에도 바위굴이 있었구나. 들여다 봐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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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호! 문까지 달아서 잠가 놨구나. 아마도 낙석으로 인해서 사고라도 났던 모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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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략 1~2억년 전에 살았던 공룡들이 바바람이나 눈보라를 만나면 이곳으로 와서 피신을 했을 랑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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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룡들이 남해안까지 내려와서 더 못 가고 자리를 잡았으려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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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위들도 세월이 더 흐르면 모두 부서져서 모래알이 되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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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룡박물관은 다음에 가고 지금은 삼천포항으로 가서 유람선을 타야지. 그 전에 점심도 먹어야지. 본분에 충실한 호연이 묻는다.


호연 : 점심은 뭘로 드시고 싶으십니까?
낭월 : 그야 호연이 선택하는 것을 먹어야지.
호연 : 성시경에 나왔던 식당인데 깨끗하답니다.
낭월 : 그래 그곳으로 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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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족암을 떠나다가 위에서 내려다 보니 오면서 내려다 봤던 것과는 감상이 사뭇 다르다. 안다는 것과 모른다는 것의 차이겠거니 싶다. 가봤던 상족암과 상상하던 상족암은 같지 않으니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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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만 「상족암유람선매표소」인 곳에서 삼천포항까지는 20여 분이 걸리는 거리로구나. 11.6km만 가면 된다. 이미 많이 배가 고픈 일행들은 서둘러서 점심을 해결할 식당으로 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