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가도⑩ 대리 풍경

작성일
2022-03-29 11:30
조회
567

가가도⑩ 대리(大里) 풍경


(2022년 3월 18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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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파제에 대해서 알아 볼만큼 알아 봤으니 이제는 가거도항을 둘러봐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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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이야기의 제목은 앞에서 가거도항 방파제라고 해 놓고 또 가거도항이라고 하기가 싫어서 그냥 대리 풍경이라고 했을 뿐이고. ㅋㅋㅋ

은성호는 임 선장의 어선이라서 눈에 띄었다. 그냥 많은 배들 중에 하나였겠지만 인연이 되었기에 이름에 의미가 생겼다. 문득 떠오르는 한 생각.

어느 왕이 앉아있는데 제사에 쓸 소가 앞을 지나가다가 왕과 눈이 마주쳤더란다. 그 애처로운 눈빛을 본 왕은 마음이 짠~했던 모양이다. 신하에게 말했다. '그 소는 제물로 쓰지 말라!' 그러자 신하가 물었다. 그럼 어떻게 할까요? 왕이 말했다. '염소로 하거라!' 아마도 '염소로 하거라' 앞에 '내가 보지 않은'이 생략되었을 게다.

인연이란 그렇게 눈빛 한 번 마주치는 곳에서도 생사가 오가는 법이다. 다희네 민박을 인연해서 먹고 자고 돌아다니기까지 하고 있으니 이것이 어디 보통 인연이랴. 이제 가거도항의 풍경을 둘러봐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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옹기종기 모여있는 풍경은 대개의 포구마을이 다 그렇듯이 비슷한 모습을 하고 있다. 외연도나 어청도의 모습도 별반 다르지 않았다. 그래서 가거도항 만의 풍경을 찾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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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 시비(詩碑)가 있는 것은 좋은데.... 왜 앞을 찍은 사진이 없는 거지? 그것도 참 희한하군. 여하튼 나중에 찾으면 채워넣기로 하고.... 뭐라고 쓴 시비인지 살펴봐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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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거도(可居島)

너무 멀고 험해서
오히려 바다같지 않은
거기
있는지조차
없는지조차 모르던 섬.

쓸 만한 인물들을 역정내며
유배 보내기 즐겼던 그때 높으신 분들도
이곳까지는
차마 생각 못 했던

그러나 우리 한민족 무지렁이들은
가고 보이니까 가고 보이니까 또 가서
마침내 살 만한 곳이라고
파도로 성 쌓아
대대로 지켜오며
후박나무 그늘 아래서
하느님 부처님 공자님
당할아버지까지 한식구로 한데 어우러져
보라는 듯이 살아오는 땅

비바람 불면 자고
비바람 자면 일어나
파도 밀치며
바다 밀치며
한스런 노랫가락 부른다.

산아 산아 회룡산아
눈이 오면 백두산아
비가 오면 장내산아

바람불면 회룡산아
천산 하산 넘어가면
부모형제 보련마는
원수로다 원수로다
산과 날이 원수로다

낯선 사람 찾아오면 죄 많은 사람 찾아오면
태풍 세실을 불러다가
겁도 주고 달래 보고 묶어 보고 풀어 주는
바람 바람 바람섬
파도 파도 파도섬

길가는 나그네여!
사월혁명의 선봉이 되어
반민주 반독재와 불의에 항거하여
싸우다가 십구일 밤 무참히 떨어진
십구세의 대한의 꽃봉오리가 여기
누워 있다고 전해다오

지식 길러 가르치고
배운 자식 뭍으로 보내
나라 걱정 나라 위해
목숨도 걸 줄 아는
멋있는 사람들이 사는
살 만한 땅.

비문을 보니 앞은 그리 중요하지 않았던 모양이다. 그랬으면 그냥 지나쳤을 까닭이 없지. 암. 이렇게 얼버무리지 않으면 또 가거도행 배를 타야 할 수도 있으니깐. 아무렴.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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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옆에는 가거도를 위해서 희생했던 이름이 새겨져 있구나. 이 사연도 파고 들면 또 한 바가지가 나오지 싶은데 짐짓 덮어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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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위에 있는 것은 물통인가 향로인가? 물통이라기에는 엉뚱하고, 향로라기에는 재가 없구나. 그래서 알 수는 없지만 향료에 재가 바람에 날려서 비웠더니 하늘에서 물을 가득 채워 준 걸로 봐야 할 듯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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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택의 섬이란다. 제휴를 맺었던 모양이다. 평택에도 섬이 있던가? 섬이 없어서 인연을 맺었나? 아, 섬이 하나 있기는 하구나. 행담도.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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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자체간 상호발전과 우호협력을 위해서 인연을 맺었구나. 그것도 좋지. 적어도 평택에 사는 사람은 가거도에 대한 느낌이 또 남다르지 싶기도 하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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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거도항은 국가어항이구나. 좀 더 중요한 의미라고 이해하면 되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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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부도 한가로운 직업은 아니다. 바람 불면 그물을 손질하고 바람이 자면 배를 띄워야 하니 말이다. 뒤에 있는 배는 뭐라고 쓴 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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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하, 가거도까지 해저로 광케이블을 깔았나 보구나. 그것을 관리하러 다니는 배인 것을 보면 말이지. 그래야 인터넷이 잘 되고 육지와 연락망도 신속하게 움직일 테니까 꼭 필요한 기능이로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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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박사가 마음대로 이름을 붙였다. '손가락바위' 그러면서 새끼손가락을 살짝 떼고서 포즈를 취하니 그것도 기념이 되었다.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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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 선장은 배에서 일을 보느라고 차를 옆에 대어놓았구나. 파도가 잠자면 해상 유람할 적에 탈 수가 있을 테니까 지금 태워 달라고 하지 않아도 되지 싶어서 그냥 지나쳤다. 배가 제법 크구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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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척의 배에 매달린 것은 아마도 안강망(鮟鱇網)인 것으로 보이는데 풍랑을 피해서 들어와 있는 모양이다. 저 그물의 길이는 대략 150m라고 했던가? 외연도에서 손질하는 것을 본 적이 있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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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 맞아. 이 그물을 눈여겨 봤기 때문에 이렇게 서려놓은 것만 봐도 대략 그 구조에 대해서 이해를 할 수가 있단 말이지. 그래서 볼 적에 잘 봐놔야 한다. 대충 지나치면 나중에 후회할 수도 있으니까.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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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거도 부근에서는 물살이 거세서 안강망을 설치할 곳이 없지 싶은데 지나는 길이었던 것으로 해 놓고 지나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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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에 가거도를 찾아오는 사람에게는 반드시 주의해야 할 안내판이로구나. 거머리는 논에서나 만나는 것인 줄로 알았는데 산에도 있다는 것은 섬찟하군. 다만 지금은 걱정하지 않아도 되는 것이 다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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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개해수욕장에서는 다들 물놀이에 빠졌구나. 낭월이 포구를 둘러보는 사이에 이렇게들 놀고 있었던 모양이다. 화인도 파도와 바다를 영상으로 담느라고 여념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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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일한 파도를 가까이에서 만날 수가 있는 곳이다. 천길 낭떠러지의 벼랑만으로 되어 있는 가거도에서 이러한 선물이 주어진 것도 감사한 일이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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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도를 봐하니 여객선은 꼼짝말아야 할 상황이로구나. 그래서 풍랑주의보지 괜히 풍랑주의보겠느냔 말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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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냥 앞에 유채꽃이 피어 있어서 한 장 담았다. 유채꽃이 피었을 무렵에 가거도에 왔었다는 시간적인 기념이 될 수도 있으니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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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안의 섬 주민들은 어디에서 배를 타도 1천원만 내면 된다.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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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최서남단(大韓民國最西南端)

그 옆에는 김부련 열사의 흉상이 늠름하게 자리잡고 있구나. 시비에서도 언급했던 주인공이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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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거도 멸치잡이 소리에 대한 안내문도 있는데 막상 자료를 찾아보니까 현장녹음이라서인지 소리가 불분명하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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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교생활도 하도록 아담한 교회가 서 있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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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구경하고 다니는 사이에 일행들은 등대에서 재미있게 놀고 있는 풍경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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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마우지들과 갈매기들이 터전에서 한가롭게 살아가고 있는 풍경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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젖은 날개를 말리고 있는 것을 보면 가마우지들은 방수깃털을 얻지 못했던 모양이다. 조상이 잘못 했군. 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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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앞이 잘 안 보이나.... 하다가 원인이 여기에 있음을 확인해고서 이것도 기념이라고 생각되어서 한 장 남겼다.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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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 떠돌다가 다시 일행과 합류했다. 그럭저럭 부슬부슬 내리던 비도 그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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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인 : 아, 싸부님 잘 오셨어요. 등대 이야기를 해 주셔야죠.
낭월 : 등대? 호연이는 빨간 등대 하얀 등대의 뜻은 알고 있지?
호연 : 모르겠습니다. 처음 듣습니다. 풍경때문에 된 것이 아닙니까?
낭월 : 포구의 등대는 바다에서 봐서 오른쪽에는 빨갛지.
호연 : 어디, 아, 여기도 그렇게 되어 있습니다. 왜 그렇습니까?
낭월 : 빨간 등대 오른쪽에는 위험하다는 뜻이라네.
호연 : 아, 방파제가 있습니다. 맞는 말씀입니다. 
낭월 : 그럼 하얀 등대는?
호연 : 아마도 하얀 등대 왼쪽은 위험하다는 뜻입니까?
낭월 : 옳지! 바로 짚었네. 
호연 : 그럼 하얀 등대와 빨간 등대가 같이 있으면 어떻합니까?
낭월 : 뭐가 문제인가? 빨간 등대와 하얀 등대 사이로 가야지. 하하~
호연 : 아! 맞습니다. 또 하나 배웠습니다.  
화인 : 이제 밥 먹으러 슬슬 가봐야 하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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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도한 것은 아니지만 표정이 어떻게 저러고 있노? ㅋㅋㅋ 숙소에서 아침먹고 나오면서 선장이 말하기를 오늘 낮에는 떡국이나 끓어 먹자고 해서 떨떠름.... 했다. 낭월이 뭐든 잘 먹지만 떡국은 별로 좋아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 사연을 말하자면 또 아득한 50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가야 하니 생략하겠거니와 그래도 다들 좋아하는 모양이라서 아무런 말도 하진 않았다. 한 고개만 넘어가면 그만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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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리의 다희네집이다. 만물슈퍼 골목으로 올라가면 된다고 미리 알려준 대로 호연이 안내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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떡국이 생각했던 그 떡국이 아니네? 그래서 더 반가웠다. 팥죽이야 원래 좋아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팥죽이든 콩죽이든 가라지 않지만서도.

낭월 : 아니, 떡국이 이렇게 생겼습니까? 생각했던 것과 다르네요.
애란 : 예, 가거도 떡국이에요. 고구마 전분을 할머니들이 만들어 주셔서요.
낭월 : 그럼 이 수제비는, 아니 떡은 고구마전분이로군요.
애란 : 맞아요. 그냥 떡국이라고 해요. 호호호~!
낭월 : 그러고 보니 식감이 감자떡과도 비슷합니다. 맛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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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파람에 게 눈 감추듯 한 그릇을 비웠다. 비를 맞으면서 한바퀴 돌았으니 헐출하기도 하지. 마파람은 남쪽에서 불어오는 바람을 이르는 뱃사람들의 말이다. 샛바람도 있고, 하늬바람도 있고 높바람도 있고, 높바람과 샛바람이 같이 불면 높새바람이라고도 한다. 이런 용어들이 참 재미있는 것을 보면 어려서 안면도에서 들었던 말들이 영향을 미치는 것이 아닌가 싶기도 하다. 샛바람은 동풍이고 높바람은 북풍이다. 그러니까 높새바람은 북동풍이 되는 셈이로구나. 하늬바람은 서풍이니까 서북풍이면 높하늬바람인가? 당연한 말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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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연이 반주로 소주를 한 병 꺼내놓자 애란씨는 술안주라고 하면서 시커먼 것을 내어 놓는다.

호연 : 이건 또 무슨 고기입니까?
애란 : 홍어 새끼 말린 것이라고 할까요? 그런 종류예요.
호연 : 와~! 꼬들꼬들한 것이 생각보다 질기지 않네요.
애란 : 술안주로 드리면 다들 좋아라 하시더라고요.
호연 : 이건 좀 얻어갈 수 없습니까? 숙소에 가서 먹게요.
애란 : 그러시죠. 드릴께요. 호호호~!

항상 웃는 애란씨의 맑은 음성이 또 여행객의 마음을 기쁘게 한다. 어느 사이에 주객은 가족이 되어버렸나 싶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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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에서 나오는 것은 뭐든 말리면 맛이 더 좋은 것으로 변하나 보다. 반건조 오징어보다 오히려 더 부드러운 것이 간간해서 먹을 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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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요?"

화목 난로에서 고구마가 구워져 있는 것을 본 화인이 욕심을 냈다. 그래서 그것도 얻었다. 이제는 배도 채웠으니 집으로 가서 좀 쉬어야 할 흐름이로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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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픈카에 탔다. 그러니까 남들이 말하는 그 짐칸에 탔다는 말이다. 흔들거리면서 풍경을 보는 것도 괜찮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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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은 할미새 찾기~! 이제 보니 찍혔네. 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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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내 집이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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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란 : 이따가 여섯 시에 저녁을 드시면 되겠지라?
화인 : 옙! 그럼 되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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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홍박사가 챙겨 온 와인을 따라놓고서 얻어온 어포를 안주삼아서 담소를 즐겼다. 고구마에 양갱에 천혜향까지 모아 놓으니 또 한 상이 차려졌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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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좀 쉬었다가 오후에 또 주변을 둘러봐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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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인은 당나귀표였던 모양이다. 다들 쉬러 간 다음에 기상예보를 들여다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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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해 북부 쪽의 풍랑이 사라져가고 있었다. 그렇다면 내일 아침에 출항하는 배는 가능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다면 선상 유람은 가능할지가 문제였다. 저녁을 먹으면서 선장에게 의논해 봐야 하겠구나.

 

 

〈여행은 계속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