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청도⑨ 어청도의 밤풍경

작성일
2019-10-19 07:35
조회
761

어청도⑨ 어청도의 밤풍경


 

1. 어청도의 첫날밤 풍경


bam120191019-01

아무리 이야기는 시간의 흐름을 기준으로 한다지만 때로는 또 공간의 흐름을 기준으로 할 수도 있어야지. 매여서 살 필요는 없으니깐. ㅋㅋ

bam120191019-02

포구의 비릿한 냄새를 맡은 카메라가 어둠을 맞이하면 '부르르~'떤다. 명검만이 적을 만나면 '윙윙~'하고 우는 것이 아님을 안다. 하긴, 낭월의 카메라는 천하제일검 아니, 세계제일카이긴 하다. 그냥 그렇게 생각하고 산다. 내 손에 있는 것이 가장 좋은 것이므로 당연히 그렇게 생각한다. 소니장에서 더 좋은 명기를 만들었다고 하지만 그것이 낭월의 손에 들어오기 전까지는 이것이 세계제일카메라일 따름이다.

bam120191019-03

밤의 포구는 반영이다. 어둠이 내려앉은 어청도항에서 어슬렁거려보는 것은 여행지에서 누리는 최상의 행복이다. 특히 바다를 낀 포구에서의 재미이기도 하다. 배를 타느라고 지치고 어청도등대에서 추위에 떨었던 연지님은 방에서 쉬라고 하고는 삼각대를 챙겨서 밤바람을 만나러 나선다. 참 좋구나~!

bam120191019-04

초저녁의 어청도항이 양의 시간을 지나서 음의 시간으로 전환되었으니 이제는 그것을 즐기면 된다. 음의 시간에는 양이 용신이다. 그러니까 불빛을 찾아서 포구를 누비는 것이기도 하다.

bam120191019-05

포구의 반영이 아름다운 것은 실상과 허상이 공존하기 때문일게다. 마음이 실상이면 육신이 허상이듯이, 포구의 불빛이 실상이면 물에 얼룩지는 반영은 허상이다. 그런데 왜 실상보다 허상에 마음을 빼앗기는가? 이것이 궁금하다. ㅋㅋㅋ

bam120191019-06

몸에 집착하는 것이나, 반영에 집착하는 것이나 별반 다를 것이 없다. 몸도 그렇다. 신체의 균형에 집착하는 사람과 신체의 안락함에 집착하는 사람이 있는 것도 모두가 음양의 관점으로 균형을 이루고 있는 셈이다. 벗님이 뚱뚱하거나 말랐거나 그 의미는 두지 않는다. 비만한 사람이 있으면 수척한 사람도 있어야 음양의 균형이라는 것만 의미가 있을 따름이다.

bam120191019-07

왼쪽의 백색등불은 해군경비함에서 쏟아져오는 빚이지 싶다. 외딴 항구에 밤이 되면 경비정이 보안을 담당한다. 이것은 외연도에서도 마찬가지였으니까 어청도에서도 그러려니 싶은 생각을 해 본다. 불침번이다. 그리고 여기는 어둠이 가득한 외딴곳이다.

20191019_070614

빛을 잘 보려면 어두움 곳으로 가야 한다. 어두운 곳은 사람의 그림자가 뜸한 곳일 수밖에 없다. 사진놀이는 빛놀이이다. 그러니까 아무리 외지고 후미진 곳이라도 그림이 된다면 기꺼이 삼각대를 세운다. 그리고 그 풍경을 즐긴다. 셔터는 30초로 열어 둔다. 노출감도를 100으로 맞추기 위해서이다. 그러면 사진이 방광을 한다.

bam120191019-08

밝은 곳만 자꾸 찍으면 그것도 재미가 없다. 그래서 깊은 잠에 빠져드는 어둠도 담아 본다. 더 밝게 보정하면 풍경은 식별이 되지만 어둠이 사라진다. 그래서 딱 이만큼이 적정선이다. 사진을 보정할 적에도 항상 자연의 관점과 자신의 관점이 항상 충돌을 하고 그 중에서 타협을 봐야 한다. 물론 식별을 위한 사진이라면 최대한 밝게 보정해야 한다. 그러니까 목적에 따라서 사진을 부리면 되는 것이다.

bam120191019-17

이렇게 해보는 것도 괜찮다. 사진에 끌려다니면 안 된다. 그냥 즐기면 된다. 매우 약한 빛이라도 받는 사물이라면 밝기를 끌어올리면 그 자태를 보여준다. 다만 지금은 이렇게까지 밝을 필요는 없다. 어둠과 타협을 하러 나왔으니깐. ㅎㅎ

bam120191019-09

오, 이건 괜찮군. 이렇게 내가 보고 싶은 것만 보면 된다. 어둠에게 조금만 양보하라고 하면 또 괜찮은 그림이 나온다. 라이트룸의 공덕이다.

bam120191019-12

해안팔각정이었구나. 해안산책로는 다음날에 둘러볼 참이다. 첫날은 어청도등대에서 노느라고 못 갔다. 문득 울릉도의 해안산책로가 생각나는군.

bam120191019-13

삼각대를 접기 전에 다시 포구의 밝은 전경을 담는다. 확실히 실물보다 허상이 더 예쁠 수도 있군.

bam120191019-14

맨 안쪽의 포구에는 작은 어선들이 빼곡하게 들어찼다. 원래부터 여기는 가장 안전한 공간이었겠지만 썰물에는 바닥이 드러나기 때문에 작은 배들의 전용장이다.

bam120191019-15

다 놀았으니 쉬어야지. 1층은 식당이고 2층은 민박이다. 그래도 남는 것은 미련이다. 항상 미련은 남기 마련이다. 미련이 남지 않으면 이미 미련이 아닌 고로. ㅎㅎㅎ

bam120191019-16

해군부대는 할로겐 등불을 사용하는 모양이다. 진노랑의 빛이 하얀등과 조화를 이루니 하늘에 꽃을 피운듯싶기도 하다. 마지막으로 숙소 앞에서 한 장 더 담는다. 그리고 다음날 새벽을 기대하면서 카메라를 거둔다.

bam120191019-17

이것이 첫날밤에 만난 어청도항의 밤풍경이다.

 

2. 어청도의 둘째 날 밤풍경


bam220191019-01

군산식당에서 저녁을 먹고 다시 만난 어청도의 밤풍경이다. 어제는 보이지 않았던 풍경이 오늘은 주어졌다. 행운이다. 풍랑주의보에게 감사할 따름이다. 우선...

bam220191019-02

숙소로 가서 가방을 단출하게 챙겼다. 야경에서는 100-400렌즈는 필요치 않은 까닭이다. 보온팩도 사용할 일이 없다. 최대한 가볍게 챙겨서 둘째 날의 밤을 만나러 나간다. 연지님은 편히 쉬면서 병만이가 고생하는 '정글의 법칙'을 보면 된다.

bam220191019-04

저 불빛들은 풍랑주의보가 아니었으면 볼 수 없었을게다. 어청도에 포경선들이 모여들었을 풍경이 궁금하다. 그들은 질서정연하게 한곳에 모여있다. 안쪽으로는 들어오면 안 되는 것인가 싶기도 하고, 배들이 커서 안으로 들어왔다가는 썰물을 만나면 움직일 수가 없을 가능성도 생각해 본다. 배가 오지 않으니 낭월이 가면 된다.

bam220191019-03

예쁘다. 저 배에서 생사를 바다에 맡기고 살아가는 선원들의 애환은 내가 걱정할 문제는 아닌고로 나는 내 일만 즐기면 된다. 아침을 먹으면서 식당 아지매에게 물어봤다.

낭월 : 배가 며칠이나 못 들어왔습니까?
주인 : 2일, 3일 이틀간 안 들어왔네비유.
낭월 : 배가 안 들어오면 한가하시겠네요?
주인 : 그럴거 같지유?
낭월 : 아무래도.....
주인 : 바빠서 죽는 줄 알았씨유~
낭월 : 예????
주인 : 선원들이 죽을 치고 먹어대는 바람에 말이지유~
낭월 : 아하~! 그렇겠네요. 고생 많으셨네요.
주인 : 그렇긴 한데, 그래도 돈 벌어서 사위 생일에 선물도 해주니 좋지유.
낭월 : 그러시면 즐거우시겠네요. 
주인 : 그러믄유~ 좋지유~
낭월 : 오늘도 풍랑주의보로 배가 안 떠서 힘드시겠네요?
주인 : 예약한 여섯 팀이 깨졌잖유.
낭월 : 아하, 그건 또 손실이네요. 
주인 : 할 수 음쮸~ 늘 그류~

bam220191019-06

항구의 식당들은 일찍 문을 닫는 모양이다. 벌써 어둠으로 빨려 들어가고 있다.  저녁을 먹은 군산식당의 풍경을 스쳐 지나간다. 그런데 양지식당은 손님이 바글바글하다. 선원들이 삼겹살을 구워 먹으면서 이야기꽃이 만발이다. 그 장면도 담고 싶었지만 자신의 모습을 보여주고 싶지 않을 것도 같아서 눈사진으로만 찍었다. ㅋㅋㅋ

bam220191019-09

도대체 왜들 이렇게 불을 밝혀놓았을까? 그게 궁금했다. 풍랑이 잠잠해지길 기다리면서 잠을 자는 것이려니.... 했던 까닭이다. 그래서 불빛에 끌려서 조촘조촘 다가간다.

bam220191019-08

만경창파를 누비면서 밥상을 풍요롭게 해 주는 어선이다. 밤에 만나니 또 느낌이 다르구먼.

bam220191019-10

한국 선적이구나. 중국 배는 들어오지 않은 모양이다. 밤을 낮 삼아서 살아가는 그들의 삶도 궁금하긴 하다. 물론 선원들은 동남아에서 돈 벌러 온 사람들이 대부분인 듯싶기도 하다.

bam220191019-14

어제 배를 타고 들어오면서 봤어야 할 어청도 표지판이다. 안개때문에 보이지 않았던 것을 이렇게 부두에서 만났다. 어청도의 모델로 파랑새가 이정표를 따라다녔는데 여기에는 빨강새로구나. ㅎㅎㅎ

bam220191019-13

부두를 중간에 두고 바깥쪽은 해군에서 사용하는 모양이다. 일반인의 출입을 막기 위해서 철망이 쳐있었다.  그래서 궁금하지만 더 다가가진 않았다. 지켜줘야 할 것은 지켜주는 것이 여행사진가의 의무이기도 한 까닭이다.

bam220191019-21

저마다 이름표를 달고 나란히를 하고 있다.

bam220191019-19

사람들이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다. 의외이다. 단순히 풍랑을 피해서 들어왔을 것으로만 생각을 했는데 무슨 일들을 하고 있는 거지?

bam220191019-18

배의 바닥에 있는 어창에서 계속해서 상자들이 콘베이어로 옮겨진다. 옆의 배로 옮겨지고 있는 모양이다. 음.... 이건 무슨 의미이지? 아마도 같은 선사의 소속이라면 입항을 할 배로 수확물을 옮겨서 다음 조업에 대비하는 것일 수도 있겠다. 원래 단독으로 조업을 하기도 하지만 회사별로 무리를 지어서 다니기도 하는 까닭이다.

bam220191019-17

 

물론 또 다른 생각도 들었지만 그것을 여기에 글로 쓴다는 것은 내키지 않아서 그냥 속에 담아두기만 할 참이다. 여하튼  긍정적으로도 보면, 또 부정적으로도 보는 것이 음양가의 관점이니깐 말이다. ㅎㅎㅎ

bam220191019-22

그렇게 구경을 하다가 별다른 변화는 보이지 않아서 밤구경을 정리했다. 그만 들어가서 자둬야 내일 새벽에 별놀이를 하지 싶어서이다. 물론 하늘이 돕고 말고는 또 내일의 일이고 낭월의 소관이 아닌 고로 신경 쓸 일이 아니다.

bam220191019-24

그들은 그들의 흐름으로 살아가는 것이 낭월의 흐름과는 많이 다르다는 것을 깨달았던 잠깐의 시간이었다.

bam220191019-26

이렇게 어청도에서 맞은 두 번째의 밤을 보내고 숙소로 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