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순적벽 물염정

작성일
2015-07-17 06:16
조회
2493
드디어........

아쉽게도 언제나 무엇이나 마지막은 있기 마련이다.

남해여행의 마지막 일정은 화순에서 맞이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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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해의 푸른 파도를 벗삼아서 노닐다 보니 다시 산이 그립다.

그래서 어디로 튈까..... 하다가 무등산이 보였다.

무등산(無等山).... 이름 한 번 끝내준다. 마치...

"나만큼 잘난 놈 있음 나와보라고 그래~~~!!!"

라고 하는 듯 하다. 무등(無等)은 비교를 거부한다는 뜻이겠거니...

일등위에 특등있고, 특등위에 골드등이 있거나 말거나

"네가 말하는 것의 그 위가 내 자리거든~~"

그래 그 잘난 무등산에서 하룻저녁 자보자.

적벽-1

광주 쪽은 이미 유니버시아드 대회로 시끌시끌 할거고....

조용한 뒷쪽에서 하루 머물자는 궁리를 했다.

그런데 타이밍이란, 그런 것이다.

"띵~똥~!!" 카톡에 문자가 찍힌다.

「스승님.... 편안하십니까? 뭐 도와드릴 것이 있으시면...」

「음.... 이것도 인연이로다. 그럼 찾아 봐요.」

「어떤 곳이 필요하십니까?」

「저렴하면서 모기는 없는 무등산 자락~~!! 화순쪽으로....」

「아니, 산 속에 계시는 스승님께서 또 산 속으로?????」

「바다만 3일을 연짱으로 봤더니 이젠 산이 그립네...」

「그럼 찾아 보도록 하겠습니다.」

그래 놓고 두어 시간이 지난 다음에 다시 "띵~똥~~!!"

「편션을 구했습니다마는... 맘에 드실랑가 모르겠습니다.」

「그럼 주소 찍어주고, 전화번호도 알려줘요.」

「예 그러겠습니다. 참고로... 계산은 끝.. 냈습니다.」

「어허~! 계산은 내가 해야 하는데.... (잘 했어 ㅋㅋㅋ)」

「그 시간 맞춰서 찾아 뵙겠습니다.」

「바쁘시면 오실 것 없고....」

「아닙니다. 오늘은 한가합니다~! (과연?)」

「그럼 그러시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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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 아무리 무등산에서 자겠다고는 했지만.

이름도 곧이곧대로 무등산 팬션이냐... 융통성이라고는.... ㅋㅋㅋ

그래 잘 했다. 그야말로 산 속의 팬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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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럴싸~ 한걸~

-추억의 한 자락을 찾아서.....

실은 화순으로 향한 것은 나름 추억이 있어서이다.

그러니까 18세에 사미계를 받고서 첫 만행(실은 여행)길에 들렸던 곳.

40년만에 그 자리에 가보고 싶어졌던 것이다.

첫 여행 일정에 화순 적벽을 넣었던 이유는 간단하다.

김삿갓이 마지막으로 적벽에서 노닐다가 떠났기 때문이다.

김삿갓 소설을 읽어보고는 꼭 가봐야 할 곳으로 점지했던 것이다.

그리고......

기억에 남아있는 추억의 그 장면.....

휑한 강변.....

몇몇 아주머니들.....

강변의 조각배 하나......

땡볕.....

그리고 석벽(石壁).... 적벽(赤壁)은 무슨......

여하튼....

팔자가 사나워서 그렇게 살다가 떠난 시인에 대한 애틋함이라니...

뭘 알아서도 아닌데... 그냥 겉멋이 들었던가 싶기도 하다.

그래서 행자시절에도 수시로 대나무를 잘라다가 삿갓을 만들었다.

김삿갓처럼 하고 세상을 누빌 요량으로... ㅋㅋㅋ 별난 놈일쎄....

그러니 여행지 제1순위에 오르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

그리고 또 세월이 많이도 흘렀다....

어느 사이에 홍안백발(紅顔白髮)로 다시 그 자리를 찾을 생각을.....

세월이 흐른 만큼 또 감상도 다를까......

속 모르는 일행은 그냥 낭월만 무조건 따른다.

어디를 갖다 놓든 일점의 의심도 없다.

그 동안 가이드 경력으로 쌓아놓은 신용이다 ㅋㅋㅋ

적벽-2

네이버지도는 참으로 고마운 나의 천리안이다.

이놈만 좌악~ 모니터에 펼쳐 놓으면 끝이다. 음... 흠... 흠흠....

화순적벽은 이서우체국에서 들어가면 될 모양이군.....

근데.....

블로그 검색에서 문제점이~~!!

그래서 다시 화순군청 사이트를 찾았다.

적벽-5

엉~~!!!????

이 무슨 불길한 소식이냐~~!!!

2주 전에 예약을 해야만 가능하다고?

왜 진작에 그런 이야기를 안 해 준겨... 누가?? ㅎㅎㅎㅎ

그냥 투정이다. 사실 출발할 적에는 계획에 없었기 때문에...

인터넷 뉴스에서 7월 4일부터 여행이 재개되었다는 말만 믿었다.

그래서 하늘이 돕는군.... 했다.

그도 그럴 것이, 7월 4일에 오픈하고, 7월 5일에 놀러 갈 거니까 말이다.

 

그러나, 하늘은 보름 전에 예약한 사람만 돕는다는 냉혹한 현실....

이런때는 뭔 부호를 써야 하나.... 그래...

ㅠㅠㅠㅠ

다시 정신을 차리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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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층이라더니 과연 높직하다. 서석대. 무등산에서 이름을 얻어 왔나보다.

며칠 동안 조금씩 지쳐갔을 일행은 쉴 곳을 발견하고 반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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낭월이 제일 먼저 하는 일은 이 녀석들 밥 먹이는 일이다.

배터리가 떨어지면 무용지물이 되어버리는 전자기기들....

그러니 틈이 나는대로 부지런히 퍼 먹여야만 한다.

우물쭈물하면 다음 날 그 보복이 돌아올 것은 빤한 일이기에...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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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승님, 무등산 수박입니다."

아는 얼굴이다. 요즘 적천수 공부한다고 얼굴이 핼쓱하다... ㅋㅋㅋ

"대충 정리 하셨으면 저녁드시러...."

편션으로 들어오는 입구에 식당이 하나 있었는데 괜찮은 곳이란다.

아마도 그 식당을 인연해서 이 집으로 연결이 되었나 싶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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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도... 쥔장이 서부영화를 무척이나 좋아하셨던가 보다....

무등산 수박이 좋기는 한 모양이구나.

식당 강생이도 수박을 먹느라고 정신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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녀석 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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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당 가에는 오랜만에 보는 하이얀 꽃이 피어있다.

보나마나 못알아볼 호연에게 물었다.

"이기 뭐꼬?"

"호박꽃~!!"

내 그럴 줄 알았다. 강화도 가서 생강꽃을 개나리라던 수준이니깐... ㅋㅋㅋ

"공부쫌 해라~~!!"

"뭔 꽃입니까?"

"박꽃이다."

"첨 봅니다."

"그렇겠지... 흔하지 않으니까."

"원래 꽃이 하얀 겁니까?"

"박 속은 무슨 색여?"

"하얀 색입니다. 아하~~~"

"호박 속은?"

"노란 색입니다. 아하~~!!"

"예전에 밭두렁에 박을 한 포기 심어 둔 이유가 있었지."

"왜 그렇습니까?" 묻기도 잘 한다.

"박꽃이 피어나면 아낙은 저녁 밥을 지으러 갔거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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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등산의 자랑이라나 뭐라나..... 우야든둥....

다들 목이 마르던 차에 시원하게 갈증을 풀었다.

그렇게 잘 먹고 숙소로 돌아와서 잠을 청한 것까지는 생략하고..

또 새벽에 산책 나갔다가. 엄청 큰 개가 목줄이 끊어진 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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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라 붙어서 동행하는 바람에... 짜릿짜릿 했다는 이야기도 생략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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땡볕에 그을리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서 자꾸 찍어 바르는 여인들...

그렇게 하룻밤의 인연을 뒤로 하고 또 길을 나섰다.

숙소에서 얼마 되지 않는 곳에 있는 목적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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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 이미 못 들어 간다는 것은 알고 왔다.

그래도 입구까정이라도 가 보는 거지뭐.

관리 아저씨께서 미안해 하신다. 그 분이야 무슨 허물이 있겠는가...

무턱대고 들이닥치는 낭월이 문제라면 문제지.

아저씨 미안해 하실 것 없어요.

적벽이라니, 문득 변산 적벽강이 떠오른다.

그래 반드시 물이 빠진 다음에 가봐야 혀~~~

그리고 적벽의 본산지인 중국의 소동파 적벽도 가보긴 해야지.

이참에 시행착오로 인해서 적벽투어를 하는 방법은 확실히 알았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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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 안다. 안다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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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을 딱 보니까 적벽은 가을에 봐야 할 곳이로구먼. 알았스~~~!!!

안내판 만 열심히 읽고는 예정된 곳을 향해서 출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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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염정(勿染亭).... 오염된 세상에 물들지 말라~~!!

이름이 다분히 편인적이다. 아마도 세상이 오염되었던가 보지.

인간세상은 항상 그랬던 것을.....

자신의 뜻을 알아주면 세상이 맑고, 몰라주면 탁한 건가...... 싶기도 하고...

물든 사람이 물든 사람을 알아보는 법이니 물든 것을 안다는 것은....

하면서 혼자 쭝얼쭝얼.....

이름에 탈속적인 것 같은 극히 세속적인 것처럼 냄새가 나는....

진정으로 물들지 않은 사람은 물들지 말라는 생각도 없을 것이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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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말로는 창랑적벽이다. 화순적벽 관리인이 그랬다.

원래 적벽의 분류에는 넷으로 되어 있는데...

예약을 해야 볼 수 있는 노루목 적벽과 보산 적벽이 있고,

이들을 묶어서 화순적벽이라고 한다는 말도 있고, 다르다는 말도 있고...

아무때나 볼 수 있는 창랑적벽, 물염적벽이 있는데..... 찾아보면

물염적벽이 창랑적벽인 것으로 보이니 결국 세 구분이라고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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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 보니 기억의 아스라~~한 저 편에서 조각이 튀어 나온다.

예전에 왔었던 곳도 여기 였구나.

기억은 참으로 대단한 것인가 보다. 오랜 시간이 흘러가도....

산천이 의구하니 풍경도 그대로인가 보다.

그리고 이제 다시 제대로 적벽은 딴 곳에 있었다는 것도 알았다.

추억여행인 까닭에 물염적벽을 본 것으로 이미 만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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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도 찍어 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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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렇게도 찍어 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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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로케도 찍어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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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로케도 찍어 본다. 아무렇게 찍어도 물염적벽이다. 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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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위가 각질처럼 일어난다.

켜켜히 쌓여있는 것은 변산적벽을 떠올리게 한다.

모두 상수원 보호라고 막아놓고 노루길로 되어 있는 길의 언덕 모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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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사이 일행은 입맛을 다시려고 과일을 꺼낸다.

날이 하도 더우니 그늘에서 과일 먹는 것이 상책이기도 하겠다.

잠시 땀을 들이고는 다시 김삿갓의 모습을 감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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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염정이란.... 이런.... 저런.... 사연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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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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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랬....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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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염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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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굴 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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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호.... 좋구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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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랑 할 만도 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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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자 안 쪽에 나열된 축시들..좋다~~~ 엉?

오타 발견..... 이런~~~~ 쯧쯧~~~

그러니까 제 3구...

강우야래어정습(江雨夜來漁艇濕)이라고 했으니

밤새 강에 내린 비로 어부의 작은 배는 젖었는데...

정도로 했어야 하는데 '젖고'를 '적고'라고... ㅋㅋㅋ

글은 칼을 들이대기 전에 고쳤어야지.

한문은 안 보고 한글만 보면[아마도 대부분이 그러시겠지...]

'고깃배가 얼마 안 된다'는 것으로 해석하지 싶다.

하긴.... 누가 그나마도 보기나 하겠느냐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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뺑뺑 돌아가며 빼곡~한데 대표로 두 수만 담았다

근데 한글 풀이가 점입가경이다. 나그네의 배꼽을 잡게 만드는 구나. 苦笑~!

도대체 누가 이렇게 풀이를 했단 말인가....

아마도 면사무소 직원이 풀이했나 보다.... ㅋㅋㅋㅋ

'걸코걸어 오니 서울이 점점 멀어짐을 깨닭고...'

이기 도대체 무슨 말고.... 중국인이 와서 보더라도 한글은 못 알아 보기를....

그야 뭐... 아무렴 어뗘~~!!! 물염정이잖여.... 시시비비 말어... 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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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여름의 풍경이 정자가 존재해야 할 가치를 더욱 뚜렷하게 보여준다.

그늘은 시원한 까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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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인이가 좋아하는 할베다.... 김삿갓....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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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고 선생의 시비라~~ 김삿갓의 본명이 김병연 선생이다.

겨울 한 철은 글방에서 훈장 노릇도 하셨다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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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 밝은이는 읽어 보실꺼고....

일 없는 이도 읽어 보실거고.....

관심 있는 이도 읽어 보시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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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겨진 일곱 수의 대표 시가 석각으로 병풍을 이루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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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 잘 쓰셨구나.... 뜻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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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 뒤쪽에 있다. 비교하면서 음미하려고 앞뒤로 찍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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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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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씨가 쌀랑~ 하셨던 갑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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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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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대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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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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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평생.... 운명적인 떠돌이.....

팔자좋아서 천재적인 창작력을 갖고 태어났건만...

환경나빠서 할아버지 때문에 모든 꿈을 접어야 했던....

그리고 노력을 해 볼 여지도 없었던..... 그래서 한 많은.....

문득, 임철초 선생의 자기사주 풀이가 떠오른다.

'육척의 거대한 몸으로... 꿈이 없었던 것도 아니나.....'

그래.....

그것이 인생인겨....

팔자가 좋던.....

환경이 좋던.....

노력을 하던.....

그 모두는 온전히 자신의 몫.

이렇게 고인의 흔적을 보면서 상념에 잠긴다.

그리고 남해안 나들이도 막을 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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