삽시도⑤ 팔자에 없는 3km행군(5/5)

작성일
2018-09-08 05:52
조회
1301

팔자에 없는 3km행군(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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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구들이 많으면 이런 놀이도 해 본다.

아침을 든든하게 먹은 일행이 짐을 꾸리고 나섰다.

1시 55분 배편을 이용하기 위해서 주어진 시간은 딱 네 시간.

그 안에 삽시도를 샅샅이 뒤져보기에는 너무나 짧기만 하다.

삽시도에서 빼놓으면 서운할 것이 뭔지를 뒤졌다.

삽시도안내

10번 면삽지와 14번 곰솔(황금소나무)은 봐야 한다는 어느 블로그의 글을 따르기로 했다. 그러다 보니까 본의아니게 둘레길을 걷게 된 셈이었다.

시간은 충분하다고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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면삽지와 곰솔은 둘레길 1코스에 포함되어 있었다.

그러기 위해서는 16번의 금송사에서부터 출발을 해야 한다.

최대한 빨리 도달해야 하고, 적게 걸어야 한다는 것이 미션이다.

그래서 점빵하는 아저씨의 조언을 받아서 금송사로 차를 몰았다.

금송사는 '있는 절'이 아니고 '있던 절'이었다. 폐사가 된 모양이다.

이정표는 그대로인 것을 보면 최근일 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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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를 찾아보니, 진관 스님께서 40여년 전에 조립식으로 절을 세우셨더란다.

내막은 모르지만 결국 무허가 불법 건축물로 철거가 되지 않았을까 싶다.

2009년에 불법무허가 건물로 신고가 되어서 철거되었다는 정보가 보인다.

그런데, 사진들을 보니까 2013년도에 찍힌 것에도 절이 있네....

맘에 드는 터전에 걸망을 풀어 놓으려고 노력하셨던 모양인데...

그때 진관 스님께서 금송을 발견하시고 절 이름을 금송사로 했나 보다.

금송을 찾은 스님은 떠나고, 금송만 남았구나.... 그게 또한 역사일테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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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금송사의 16번 지점에 도착했다. 저 끝에 보이는 것이 밤섬이다.

그런데 생각보다 안내판이 친절하지 않았다.

아마도 출발점을 제대로 못 찾았던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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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 해안을 따라서 돌아가는 길이 있을까.... 싶어서 기웃거려 봤지만 길이 없다. 길이 없는 것인지 갈 수는 있는데 물이 가득해서 지금은 길이 없는 것인지 알 수가 없기도 하다.

그래서 안내도에 나온 것처럼 산길을 찾아야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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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니까 바로 노랑 색의 3코스로 가면 면삽지(免揷地)는 가깝다. 그런데 왜 면삽지냐면, 하루 두 번 밀물이 되면 삽시도를 면한다는 뜻이란다. 참 얄궂다. 그 곳에는 해식동굴이 있고, 석간수가 흐르고 있다는 말에 혹~했다.

그런데 면삽지로 가게 되면 곰솔금송은 갈 수가 없다. 한국에서 단 세 그루만 발견되었다는 희귀한 소나무라고 하니 그것도 지나는 길에 봐 두면 좋지 않겠느냐는 생각을 한 것은 약간 무모했을 수도 있었겠다.

왜냐하면, 일행의 보행능력을 과대평가한 감이 없지 않아서였다. 그렇지만 그들은 모른다. 적어도 삽시도에 대해서 낭월보다는 모른다는 뜻이다. 물론 삽시도(揷矢島)가 조선시대에는 삽시도(揷時島)였다는 것도 모르는 것은 당연하다.

자꾸만 화살이야기가 나와서 검색을 하다가 보니, 조선시대에는 화살[矢]과는 아무런 관계가 없는 때[時]였더라는 이야기가 나온다. 글쓴이는 일제강점기에 그렇게 표시가 되었을 것이라는 짐작을 덛붙였다. 일리가 있겠지 싶다.

원산도도 그렇고, 삽시도도 그렇다. 황당한 이름들이 많이 붙어있는 것이 섬의 명칭이라는 것을 알고 나서는 이름으로 무엇을 유추하는 것은 의미가 없다는 것만 깨달았다. 역시「이름은 이름일 뿐」이다.

따지고 보면, 논산(論山)도 그렇다. 산을 논해? 산이 논해? 뭐야? 싶었다. 그런데 원래 이름은 놀뫼였다. 놀뫼를 한자로 바꾸니까 논산이 된 것이다. 여전히 어색하긴 마찬가지이지만 그냥 그렇겠거니 하면 된다. 또한 이름은 이름일 뿐이니까. 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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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리하여~~

그들은 별로 관심도 없는, 몰라도 되는, 가지 않아도 되는, 순전히 가이드의 전횡에 의한, 산길을 걷게 되었더라는 이야기이다.

근데, 3km가 다 같은 것은 아니다. 평지와 산길과 섬길은 사뭇 다르다는 것을 길을 좀 걸어 보신 벗님은 아실게다. 중요한 것은 곰솔금송을 봐야 하겠고, 면삽지에서 석간수를 떠먹어야 삽시도를 다 봤다고 하겠다는 생각을 했던 것이 미련했는지도 모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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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은 저마다 삶의 현장에서는 전문가일지라도 길을 나서면 낭월을 120% 믿는다. 무조건, 무조건이다. 여태까지 낭월이 가자고 한 곳에서 실망한 적이 없었고, 낭월이 갈 필요 없다고 한 곳에서 재미를 본 적이 없음을 30년 세월을 통해서 체득한 바이므로.

네거리를 만났다. 직진하면 물망터이다. 면삽지가 가깝다. 면삽지로 바로 가는 것이라면 이 길을 택하면 된다. 그러면 금송은 포기하게 된다.

좌회전하면 곰솔이다. 그래서 처음 계획대로 곰솔로 가는 길을 망설임 1도 없이 선택했다. 그런데, 화인이 금송사에서 호연과 쳐졌다. 전날 마신 술로 인해서 산을 탈 엄두가 나지 않았을 것을 배려한 화인의 생각인 듯 싶어서 카메라 한 대를 줘 놓고 왔다.

그 카메라에는 12-24mm 렌즈가 붙어 있었다. 사진놀이나 하면서 기다리라는 뜻이었다. 금방 갔다 올 거니깐. 적어도 출발을 할 적에는 그런 생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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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화인은 가끔 빠지기도 한다. 낭월을 따라 다니다가 골탕을 먹었던 적도 가끔은 있었던 모양이다. 오늘도 봐하니 소나무? 석간수? 음 별 것 없겠군... 하고 판단한 모양이다. 산길에 고생만 할 것 같다는 촉이 발동했을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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쬐끄만 삽시도라지만, 걷게 되면 조금은 더 커 보이기도 한다. 소나무들이 그늘을 만들어 줘서 좋았지만, 바람이 불지 않았다. 솔바람이 참 좋은데.... 그래서 연신 땀을 훔치면서 걷다가 보니 곰솔이다.

아무리 길이 멀어도 절대로 더 늘지는 않는다. 한 걸음 옮긴 만큼 줄게 되어 있는 것이다. 그래서 목적만 잘 세웠다면 길은 갈수록 줄어들기 마련이다. 뭐, 곰솔 가는 길만 그러랴. 인생의 길, 학문의 길, 오행의 길도 마찬가지일진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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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통은 한 200살 정도 되어야 기념수로 명함을 내미는데 이 녀석은 기껏 50세? 짜식~ 나보다도 어린 녀석이잖아. 학술적으로는 세계적으로 희귀하다니까 그래도 위안을 삼는다.

다른 설명에서는 솔방울이 생기지 않는단다. 그렇다면 자손을 번식할 방법이 없잖아? 참으로 외로운 나무가 되었군.... 기념할만 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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급경사를 오르내리면서 도달한 곳의 풍경은 생각보다 만족스럽지 않았던 것이 사실이다. 미리 알았으면 오지 않았을 코스였다. ㅋㅋㅋ 낭월은 그래도 괜찮은데 보행에 다소 불편한 동서도 있어서 눈치가 보였다. 그래도 뭐, 어쩌겠는가. 오늘 낭월을 만난 그들의 팔자를 탓해야지. ㅋㅋㅋ 점점 왕뻔뻔이 되어가는 낭월이다.

억울하지 말라고 부부지간에 사진은 많이 찍어 줬다. 남는 것은 사진이고, 이 사진을 보면서 평생을 두고 우려 먹으라고....

"말도 말어, 멋도 모르고 큰 형님 따라 갔다가 죽는 줄 알었잖여~~!!"

연지님이 맏딸이라 도리없이 낭월이 맏동서가 된 까닭에 큰 형님이 되었다. 위로 연상의 동서가 두 분이 계셔서 그냥 형님이라고 부르지만 여튼 상호형님이 된 셈인가? 그래도 재미있다. 그게 뭐 그리 중요혀. ㅎㅎㅎ

여행의 추억에는 아름답고 즐겁고 맛있는 것만 있는 것이 아니라는 것도 배워야지. 이렇게 어린 소나무 하나를 보기 위해서 길을 걸을 수도 있는 겨. 목적은 곰솔이지만 그 바람에 산길에 피톤치드 마시면서 운동했으니 이것보다 중요한 것이 또 어딧겠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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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가야 한다. 다음 목적지는 면삽지이다. 슬슬 목이 말라오는 모양이다. 조끼주머니에 끼워온 500리터 짜리 작은 물병은 이미 나눠마셔서 거덜났다. 약수터에 가면 물이 있다고 말을 하면서 조조의 매실이 떠올랐다.

시간은 벌써 11시.... 그래도 아직은 늦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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낭월 : 안녕하세요~!
행인 : 안녕하세요~!

산길에서의 인사이다. 산길에서의 신호이다. 나는 당신을 해할 생각이 없습니다. 당신도 그러시기를 바랍니다. 라는 무언의 신호이다.

내가 그들을 두려워한다면, 그들도 내가 두려울 게다. 요즘같이 밑도 끝도 없는 조현병자들이 날뛰는 뉴스를 연신 접하고 살아야 하는 세상임을 누군들 모르랴....

기실, 우리 모두는 병자들이지 않은가... 온전한 사람이 어디 있으랴. 다들 힘들고, 지치고, 분노하고, 서운하고, 고통스러운 나날을 보내고 있음은 이 곳이 사바세계인 까닭만은 아닐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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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동서가 기가 막혀 한다. 계단을 보니 왜 따라 나왔던가 싶은 모양이다. 그런데 말이다. 이렇게라도 운동을 하지 않으면 꿀렁대는 배는 워짤껴. ㅋㅋㅋ

그러니까 화생금(火生金)인겨, 말하자면 유격훈련인 게지. 카메라를 들고 다니면 건강해지는 것도 다른 이유가 없다. 그냥 풍경을 찍다가 보면 움직이게 되고, 그러다가 보면 기본적인 체력은 유지를 할 수가 있기 때문이다.

특히 새벽 4시부터 꿈지럭대고 일어나다가 보면 웬만한 군살은 소각이 되고도 남을 테니까 말이다. 맑은 공기와 상쾌한 기분보다 더 행복한 것이 어디 있으랴. 그러니까 지금은 잠시 숨이 차고 낭월이 원망 스럽더라도 잠시 시간이 흐르고 나면 그렇게라도 따라서 걸을 수가 있었다는 것이 행복할 것이라는.... 말하자면 당위성을 주장하는 셈이다. 미안해서. ㅎㅎㅎ

카페의 회원 중에 한 사람은 낭월이 하는 대로 따라서 한다고 해서 자칭 '따라쟁이'이다. 그런데 다른 것은 모두 따라서 하겠는데, 새벽에 사진 찍으러 가는 것만은 아직도 난관이란다. 그래서 '아직은 젊어서 그렇다'고 해줬지만, 아마도 새벽의 어슴프레하게 밝아오는 여명(黎明)의 맛을 한 번만 본다면 그것조차도 해결했다고 사진을 올리지 싶다. ㅎㅎㅎ

목적이 사진에 있으면 힘든 일도, 목적이 새벽의 파르스름한 풍경과 함께 하는 것이 되면 또 다른 이야기가 된다는 것을 낭월도 예전엔 미쳐 몰랐었기 때문이다. 사진은 손가락이고, 그 손가락은 건강이라는 달을 가리키고 있음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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때론 선두가 불리한 경우도 있기 마련이다. 만들어진 길을 따라서 열심히 걸었는데, 샛길로 가뿐하게 쫓아오는 일행을 보면서 해 본 생각이다. 뒤에서 보면 얻는 이득도 있다는 것을 지나간 다음에서야 알게 되니 무슨 소용이 있으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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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끔 폰을 꺼내 본다. 배를 탈 시간과 타협을 하기 위해서이다. 아직은 여유가 있군. 자신들끼리 여행을 나섰다면 절대로 걷지 않았을, 선택할 생각도 하지 않았을 둘레길을 다 걸어본다면서 즐거워한다. 과연? 아마도 나중에 즐거울 게다. ㅋㅋ

기억은 좋았던 것이 아니라 힘들고 고통스러웠던 것을 더 잘 하기 마련이다. 남들이 삽시도 다녀 왔다고 하면 할 말이 바로 생각나지 않겠는가 말이다.

"삽시도 갔다 왔슈? 나도 갔다 왔는데, 곰솔은 보셨쥬?"
"그게 어디 있어요?"

가본 사람이 안 가본 사람을 골탕먹이는 것은 간단하다. 뻥튀기x20을 해도 거의 탄로 나지 않기 때문이다. 그래서 가봤다는 사람의 위력은 실로 막강하다고 해도 될 정도이다. 그 사람이 이야기를 듣고서 다시 곰솔을 찾아가기 전까지는 유효하기 때문이다.

백종원이 엄청난 내공으로 먹방계를 주름잡고 있는 것도 그 자신이 스스로 해봤기 때문이다. 그의 가르치는 방식을 보고 있노라면 낭월이 제자들 지도하는 것과 많이 닮아 있음을 느끼곤 한다.

지식에는 들어서 알 것과, 배워서 알 것이 있으니 이 둘은 음양이다. 읽거나 들어서 아는 것은 음적인 지식이고, 직접 해보지 않으면 알 수가 없는 것은 양적인 지식이다. 이 둘이 서로 축대를 쌓듯이 어우러져야 비로소 삶이 되는 것인데 지식 만으로 승부를 보려고 하니까 사상누각(沙上樓閣)이 되고 마는 것이다.

제자의 질문에 선생의 답은 두 가지이다. 하나는 직접적으로 답을 하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해보라는 유보의 답이 그것이다. 묻는다고 다 답을 한다면 친절한 선생일 수는 있어도 현명한 스승은 아니다. 반대로, 묻는 것마다 직접 해보라고 한다면 현명한 스승일 수는 있어도 멋대가리 없는 스승이 될 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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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행은 낭월이 모든 과정을 다 알고 안내하는 것으로 여길지도 모른다. 그렇지만 나도 처음 가보는 길이다. 그러니 중간중간에 안내판은 도반을 만난 듯이 반가울 따름이다. 보자....

면삽지.... 어? 3km라고? 이게 무슨.... 이럴 리가 없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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놀래라~! 그럼 그렇지. 0.3km잖여. 어느 심심한 나그네가 못된 짓을 했군. 인생도 원래 그런 것이다. 산객(山客)에게 물으면 '다 왔습니다. 조금만 가세요.'가 정답(定答)이다. 무슨 악의로 그러는 것도 아니다. 이나 저나 가야 할 길 희망을 갖고 가라는 뜻이다.

조금 전에도 만났던 행인이 있었다.

산객 : 안녕하세요~!
낭월 : 안녕하세요~!
산객 : 밤섬선착장은 아직 많이 남았나요?
낭월 : 많이 오셨습니다. 조금만 가면 됩니다.
산객 : 고맙습니다.
낭월 : 근데, 면삽지에는 들려 오셨나요?
산객 : 예.
낭월 : 그럼 물이 빠졌군요. 얼마나 가야죠?
산객 : 조금만 가면 됩니다.
낭월 : 고맙습니다.

나름, 땀을 삐질삐질 흘리면서 온 길이지만 그 길을 가야만 하는 산객에겐 달리 해 줄 말이 없는 것도 사실이다. 가령.

"아직도 잊어버리고 가셔야 합니다."

라고는 말을 할 필요가 없는 것이다. 물론 갈림길에서 묻는다면 해줄 말이 있을 수도 있지만 외길에서는 자꾸만 한 걸음 더 걷는 것만이 정답(正答)인 것이다.

가끔 황당한 안내를 보기도 한다. 이 책을 읽으면 손님이 왜 찾아왔는지도 단박에 알아 낼 수가 있는 비법이 들어 있다는 말에 솔깃~해서 책을 사는 독자도 없진 않을 게다. 그러나 세상에 그런 책은 없다. 책이라면 좀 읽어 봤다는 낭월의 말이니까 믿어도 된다. 정신 차리지 않으면 0.3km를 3km로 보고 질려서 다시 왔던 길을 되돌아 갈 수도 있음을.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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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중에는 전망을 보면서 땀을 식히라고 만들어 놓은 곳도 있다. 시간에 쫓기지 않는다면 여유롭게 물도 마시고, 자유시간이라도 하나 먹으면서 전망을 즐기는 것도 좋겠다만 지금은 약간 시간의 구애를 면할 수가 없군.

자유시간은 이름이 좋아서 맛이 좋은 것인지는 몰라도, 당을 충전한다는 의미에서 그저 그만이다. 아삭아삭 씹히는 땅콩이 들어서일 수도 있겠다. 이쯤에서 자유시간이 생각나는 것은 당연한 수순이다.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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엉? 이정표인가? 거리 표시인 것은 확실해 보이는데.... '부터'도 없고, '까지'도 없는, 그야말로 주어만 달랑 있는 이것은 또 무슨 경우람.... 이런 경우를 두고 '뜬금없다'고 하면 될랑가 싶은 생각이 든다.

한편.

한편이라고 하는 것은 방향전환을 위한 글쟁이들의 상투적인 수법 중에 하나이다. 따라오지 않은 화인이 궁금해질 쯤에 던져 주고 온 카메라에 찍힌 시간이 있어서 여기에 끼워넣을 수가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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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심했을 게다.... 그냥 따라갈 걸 그랬나... 싶기도 했을 게다. 그래도 이미 늦었다. 뭔 짓이든 해서 시간을 때워야 한다. 세상에서 제일 허망한 것이 시간을 때우는 짓이다. 이것은 100% 확실하다. ㅋㅋ

시간을 때우면서 책을 읽으면 그건 시간을 때우는 것이 아니고 독서이다. 근데 이카고 노는 것은 참 재미있어 보인다. 그것도 잠깐이지 또 다음엔 뭘 하지? 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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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싸~! 면삽지 입구이다. 근데 300m를 가야 한단다. 뭐 괜찮다. 계단을 보고서 그냥 다녀 오시라고 하는 4동서와 차를 가지러 가야 한다는 3동서, 먼저 간다는 다수의 일행들도 이제사 눈치를 챈 듯하다. 오늘은 속았어... ㅋㅋㅋ

길을 모르면 자신도 속고 남도 속이는 법이다. 학문도 그렇고 사업도 그렇고 세상만사가 다 그렇다. 그래서 스스로 가보지 않은 길을 남에게 권한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그럼에도 권할 적에는 스스로 해보기라도 해야 한다. 그러면 최소한 비난은 면할 테니까.

일행들이 속았다고 항의를 하려고 해도 낭월도 힘들어하고 있으니 측은해서라도 말을 꺼낼 수가 없겠더란 이야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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면삽지 입구에서 11시 40분 31초,

그 시간에 화인은 11시 40분 45초에 위치 확인을 하고 있다. 배를 탈 시간은 점점 다가오는데 낭월은 점점 더 멀어지고 있음을 황당해 하면서 보고 있었던 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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답답하면 전화하면 된다. 물론 전화가 잘 되진 않는 위치였던 모양이다.

화인 : 언니, 배 시간이 다가오는데 아직도 가고 있으면 어째요?
연지 : 그러게 아직도 가고 있네. 
화인 : 얼릉 와요~! 사람들도 배타러 간다고 벌써 갔단 말예요.
연지 : 그럼 아래는 내려가지 말고 그냥 갈까?
화인 : 싸부만 따라다니다가 오늘 배 못 타요.
연지 : 그려 아무래도 그래야 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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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8계단을 다시 내려가서 만난 면삽지.... 알고서는 오지 않을 곳이었다. 저 섬 모퉁이를 돌아서 해식동굴이 있을 것이라는 상상도 허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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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굴은 면삽지가 아니라 면삽지가 보이는 모퉁이에 있었다. 가만... 어디선가 이렇게 허망한 느낌을 받았던 곳이.....

맞아~! 곤지암. 곤지암을 가보고 느꼈던 느낌이랑 비슷하군. 곤지암은 그래도 생고생은 하지 않았지. 주차장에 차를 대고 100m만 걸었으니까.  이 글을 읽으시는 낭월학당 벗님께 안내하는 것이니 참고하실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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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걸 보려고 여기 왔나....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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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은 있었다. 석간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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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략 100cc는 되지 싶은 바위 틈에 고인 물을 엎어져서 마시면 된다. 딱 한 모금이다. 잘 안 보이지 싶어서 표시를 했다. 한 모금 삼키고 숨 한 번 쉬면 다시 한가득이 된다. 딱 그 만큼이다. 그러니까 많진 않아도 부족하진 않은 묘한 느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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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필요한 것은 물 한 모금이지 않은가. 철렁하게 고인 우물이라고 한들 마시는 것은 한 모금, 또 한 모금일 뿐이다. 여기에 와서 이것 하나는 제대로 깨달았다. 내게 필요한 것은 딱 요만큼이라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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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생한 보답이 될지는 몰라도.

이런 사진 한 장 쯤 남겨 줘도 좋을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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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급수를 마치고 목적도 완성하고 서둘러야 하는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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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다리는 화인만 애가 탄다. 얼른 안 오고 뭘 하냐는 거지... ㅋㅋㅋ

가고 있다고. 암. 가고 있고 말고. 이제 안 가고 뭘 하겠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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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간수로 목을 축이고,

조금 걸으니 차 길이 나오고, 서둘러 차로 갔던 3동서께서 마중을 나오셨다. 얼마나 땀을 흘리고 걸으셨을까 싶은 생각에 많이 미안했는데 후문(後聞)에는 이틀을 몸살 나셨다는....  이런, 지옥에서 지장보살을 만나뵈면 이런 기분이겠지.... 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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뱃턱에서 푸짐하게 한 상을 차렸다. 시장끼를 때우고, 목도 축이느라고 다들 바쁘다. 슈퍼에서 컵라면을 사온 모양이다. 갖고 갔던 과일도 꺼내 먹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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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여행객들과도 나누고 싶은 마음이 있었지만 분량이 없다. 그래서 괜히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그들도 산을 타고 넘어왔을 텐데, 도중에서 만났던 일행이었을텐데 그들도 시장하실텐데.... 뭐 쓸데없는 생각이 줄줄이 나는 것도 팔자려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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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신, 게귀신 다 둘러 앉아서 어제 먹고 남겨 둔 것을 마저 해 치우는 모양이다. 넉넉하게 준비한 것은 잘 했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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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음을 넉넉하게 깔아놔서인지 아직도 신선한 모양이다. 역시 예진수산의 솜씨는 칭찬해도 되지 싶다. 그렇게 남은 것들을 거덜내고서야 자리를 정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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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가 들어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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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 표도 확인한다. 여행에서 꼭 끼어 있어야 할 이미지이다. 당시의 시간과 날짜는 물론이고, 요금까지도 세월이 흐르고 나면 역사의 한 몫을 톡톡히 하는 까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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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예 주무실 준비로구먼. 무리하긴 했지. 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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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왔던 항로를 되짚어서 가는 배였다. 배 복이 터졌구먼. ㅋㅋ

멀리 대천해수욕장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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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일바이크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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짜장면 한 그릇씩 비우고서야 헤어졌다. 그들은 안산으로 우린 논산으로.

삽시도 나들이를 정리하면서 다시 되짚어 보는 여정의 아련함이라니... 이 맛으로 여행기를 쓰는 모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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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을 정리한 다음에 여정에 따른 위치를 저장한다. 라이트룸이다. 왕복행로가 같았다는 것은 60km의 뱃길이었다는 말이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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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도에 남긴 여정의 잔상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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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 저기에서 웃음이 배어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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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것이 여행인 모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