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 계절적(季節的)인 의미 (立冬-小雪)

작성일
2007-09-10 22: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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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야흐로 겨울이다. 날이 추워지고 있는 상황이라고 보면 그렇게 볶아대던 삼복더위가 그리워질런지도 모른다. 더구나 없는 사람은 날이 추워지면 걱정이 되는 것이 한두가지가 아니다. 입동이라고 하는 계절은 그렇게 많은 활동력을 억제시키는 역할을 맡은 모양이다. 그러다 보니까 천지자연의 기운은 상당히 굳어있는 상황으로 전개된다. 겨울에는 그렇게 모든 에너지들이 굳게 되어있다. 딱딱해지는 것은 생명력이 움직이는 것과 반대가 된다. 이러한 계절이 입동이다.

천지간에 생성에너지는 휴식을 취하고 모두 잠들어 있다. 그리고 대지위에는 하얀 백설이 흩날린다. 그래서 이름도 대설(大雪)이다. 눈이 많이 내린다는 이야기겠지... 그렇게 부드러운 물도 딱딱해진다. 이것도 생성하는 성분과는 다르다는 것을 가장 단적으로 보여주는 것이라고 생각해보자. 사람도 웅크려든다. 추워서 얼굴이 새파랗다. 물론 웬만 한 것은 모두 내년 봄으로 미루고 우선 따끈따끈한 아랫목에 허리를 묻고 잠을 자는 것이 상책이다. 겨울은 그렇게 시작이 되는 것이다.




★ 卦象의 관점으로 보는 亥月













上卦도 地가 되고


중지곤(重地坤)은 흙이 거듭 쌓여 있는 형상이니 매우 두터운 흙을 의미하게 된다..


下卦도 地가 되어


합해서 重地坤이다








괘상을 봐도 생성의 의미는 하나도 없다. 모두가 순음(純陰)으로써 이뤄져 있고, 이것은 곤괘가 되기도 한다. 그리고 곤은 땅을 나타는 것이고, 천지간에 기운이 절(絶)했다는 의미도 들어있다. 이 괘는 巳月의 괘와 정면으로 대치가 되는 반대괘도 된다. 즉 사월은 생명력이 극도로 팽창되어있는 계절이라는 말이 되는 것이고, 이것은 오월(양력)은 여왕의 계절이라고 해서 서로 짝을 이루는 서양의 풍습과도 무관하지 않다는 생각을 하게된다. 그에 비하면 이제 순음이 되어버린 계절인 亥月에서는 과연 무엇이 이뤄지겠는가?

너무나 대비가 되는 괘상이다. 모두는 굴 속으로 들어가버린 이런 상황에서 생명력은 휴식에 들어가는 계절이라는 이야기는 분명하다. 그렇다면 생명력이 아닌 것은 어떨까? 즉 영혼들은 오히려 이러한 계절에 활동을 하게 되는 것은 아닐까? 왜냐면 음양이 서로 바뀐 상태이기 때문에 이때는 양에 해당하는 생물들은 기운이 끊어지는 대신, 오히려 영계(靈界)에서는 더욱 활기를 띠게 된다는 생각도 해볼만 하다는 생각이 문득 든다. 그래서 한번 관찰을 해봐야 하겠는데 실은 영혼들의 세상을 어떻게 고기의 눈(肉眼)으로 살필 수가 있으랴 다만 미뤄서 짐작만 할 수 있을 뿐이다.




★ 귀신의 천지가 되는 亥月




그렇다. 그 많은 달 중에서 하나 정도는 사람이 아닌 귀신들이 벅시글 거리면서 난장판을 벌리는 달도 있음직 하다. 왜냐면 그들도 역시 자연의 일부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만약에 그러한 달이 있다면 그것은 틀림없이 이 亥月이 될 것이다. 그래도 귀신들이 놀기에는 가장 적합한 계절이기 때문이다. 원래 귀신은 음기(陰氣)로 이뤄진 성분이기 때문에 해월의 괘상과 일치를 한다. 귀신에게서 따스한 기운이 난다는 말을 들어본 기억은 없으실 것이다.




한 밤중(음기가 가장 왕성한 시간)에 갑자기 찬 바람(역시 음기)이 휘익 하고 불더니, 촛불이 꺼져버리면서(이것도 음기가 성해서 水剋火가 되어저린 까닭) 섬뜩한 기분이 들더니 등줄기가 오싹(추우면 생기는 증세와 완전히 동일)해 지면서 머리털이 곤두서더니(부드러운 머리털이 뻣뻣해 진다는 것도 역시 음기가 강한것과 연결됨) 홀연히 앞에 무엇인가 나타났다.




이렇게 말을 시작하면 이미 벗님은 그 앞에 나타난 것이 무엇인지 더 이상 묻지 않아도 짐작을 하실 것이다. 이것은 바로 귀신이 음기를 타고 다니는 음체(陰體)라고 하는 것을 능히 짐작하고도 남음이 있는 이야기이다. 이러한 이야기를 들으면서도 그 음기의 실체를 파악하지 못한다면 아마도 오행을 연구할 체질이 아닐런지도 모르겠다. 원래가 귀신은 대낮에 만들어 지는 것이 아니다. 깊은 땅속의 무덤 속에서 수천년을 기다려서 만들어 지는 것이라고 해야 뭔가 실감이난다. 언제나 귀신은 밤이 되어야 나타난다. 그 이유는 아주 간단하다. 음기의 체질이기 때문이다. 반면에 사람은 양체질이다. 그래서 밤이 되면 잠을 자고 낮에는 활동을 하는 성분이다. 그런데 낮에 잠자고 밤에 활동하는 사람도 있다. 이들은 이미 체질이 음체질로 바뀌어 가는 것인지도 모른다. 그러면 귀신을 닮아가는 것이므로 어쩌면, 혹시 어쩌면 귀신이 잘 빙의되는 체절이 될런지도 모른다. 그러니까 일단은 낮에 일하고 밤에 자는 것이 가장 옳은 것이다. 해월에는 이렇게 귀신들이 판을 치는 음기가 성한 계절이 되는 것이고, 그래서 이런 상상도 해보는 것이다.




이것은 또 시대와도 무관하지 않다. 요즘보다는 옛날이 더 어두웠다. 전기의 소모량을 봐도 능히 짐작이 되고, 차량의 강력한 헤드라이트를 봐도 역시 옛날과는 비교가 되지않는다. 이러한 것을 보면서 무엇인가 달라지고 있다는 생각을 해볼 수가 있지 않을까 싶다. 즉 귀신들은 이렇게 급변하는 시대에 어떻게 대처를 하겠느냐는 생각을 해보자는 것이다.

실제로 낭월이가 어렸을 적에는 발가락에 티눈이 생겨도 굿을 해서 고쳤다. 그리고 비만 많이와도 굿을 했고, 비가 오지 않아도 귀신에게 비를 내리게 해달라고 빌었다. 이 외에 온갖 일에 대해서 하나하나를 모두 귀신들의 힘과 연관해서 해결을 보았던 시대이다. 그리고 그래선지는 몰라도 효험도 상당히 있었던 모양이다. 그렇게 그네들은 살아왔다. 그런데 요즘은 온 천지가 밝아지면서 귀신의 존재에 대해서도 슬며시 잊어가고 있는 상황이 되어가고 있다.




요즘은 사람의 인식이 매우 달라져 있음을 느낀다. 아프면 우선 병원을 가볼 생각을 하게 된다. 결코 귀신에게 물어서 고쳐달라고 하려 들지를 않는다. 그렇게 병원에서 치료를 할대로 다 한 다음에도 효력이 있지 않으면 그제서야 비로소 귀신과 한판의 협상을 벌려볼 생각을 한다. 이것이 바로 현재와 과거의 차이점이라고 생각을 해본다. 일리가 있다고 느껴지시는가? 점차로 밝아지는 시대를 살면서 귀신들은 그만큼 발을 붙일 자리가 좁아지는 것이다.

그뿐이 아니다. 심지어는 이렇게 사주명리학 조차도 옛날에는 신비로움 속에서 잠자고 있었는데, 이것도 시대가 변해가면서 자연스럽게 밖으로 드러나고 낱낱이 해부가 되고 공개되는 것을 보면서 그런 생각을 해본다. 어디 사주학 뿐이겠는가. 그렇게 깊이깊이 간직을 해 뒀던 아가씨의 허벅지도 전혀 거리낌 없이 대명천지에 노출이 되고, 한술 더떠서 아예 벗어버리고 살자는 나체족도 생기고 있는 상황이다. 단지 유행이라고만 말하기 보다는 이러한 것 하나하나가 모두 자연의 이치와 밀접하게 연관이 되어서 돌아가고 있다는 생각을 해보는 것이다.




이거 해월에 대한 생각을 하다 보니까 또 끝없는 생각의 미로 속으로 빠져 들어가는 것 같다. 이러한 오행원리의 명상을 하게 되면 하루해가 언제 넘어가는 지도 모르고 그 속에 몰두해버린다. 물론 이것을 과학적으로 증명을 할 생각은 전혀 없다. 그렇게 몰두해 가다가 보면 문득 뭔가 새로운 느낌이 생기고 그러면 그 꼬리를 잡고 들어가다 보면 얻어지는 구체적인 것이 있는 것이 마냥 즐거울 뿐이다.

이렇게 생각을 하다 보면  자연히 해월은 음기가 강한 계절이라고 하는 것을 알 수가 있는 것이다. 그래서 음기가 강한 조상들에게 좋은 일이 생기게 해달라고 기도를 하는 것도 바로 이 계절이고, 또 이렇게 음기가 왕성할 적에 기도를 해야 영험도 있는 것이다. 그러니까 벗님께서도 뭔가 뜻하신 일이 잘 되지 않는다면 바로 이 때를 놓치지 말고 기도 해보시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