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천 선암사의 새벽

작성일
2020-02-24 16:05
조회
385

순천 선암사(仙巖寺)의 새벽


(여행일: 2020년 2월 18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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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뜻한 방에서 푹 쉬고 난 다음에 눈을 뜨니 시간은 새벽 3시 반. 어둠에 잠긴 산사의 눈내린 풍경을 구경하러 가기 딱 좋은 시간이다. 문을 열고 바깥 풍경을 살펴보니 눈이 살짝 덮인 길이다. 차를 갖고 가기에도 조심스러운 풍경인지라 걸어서 가기로 하고 연지님은 더 자라고 했다.

연지 : 괜찮겠어? 걱정 되는데...
낭월 : 걱정말고 더 자거라 
연지 : 추울 적에 마시라고 커피 두 봉지 탔어.
낭월 : 그래, 곰 한 마리 붙잡아 오꾸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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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을 떠나면서 '곰쫓는 방울'을 챙길까 말까 하다가 놔두고 왔더니 바로 지금에서야 생각이 난다. 그렇지만 이미 소용없는 생각일 뿐. 다행인 것은 머릿등(헤드랜턴)을 챙겼다는 것이다. 혹시 새벽에 순천만의 풍경을 담으러 나가게 될 경우를 생각하고 준비한 것인데 그것을 조계산에서 써먹게 되었으니 또한 다행이라고 해야 하겠다. 선암사까지는 1.5km밖에 안 된다. 이 정도라면 옛날에는 가볍게 화장실에 가는 정도라고 해야 할게다. 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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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전히 눈발은 날리고 있다. 다행히 폭설은 아니라서 걷는데는 큰 어려움이 없다. 발자국이  찍히지 않은 눈길을 타박타박 걸어가는 풍경이 나쁘지 않군. 눈이 덮인 길은 그냥 새하얀 길만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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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냥 마을 뒷길처럼 보이는 선암사로 향하는 길이다.

소리 : #$%%@누구&&#!
낭월 : 안녕하세요! 등산객입니다.
소리 : 일찍 가시네~!:
낭월 : 예, 조용하니 좋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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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과 길이 예뻐서 사진을 찍었는데 누가 사진을 찍나 싶어서 말을 걸었던가 보다. 앞의 사진을 잘라냈더니 어둠에 숨겨진 할머니께서 나그네를 보고 있었다. 이 꼭두새벽에 뭐하는 짓인가 싶었을 수도 있었겠다. 할머니도 잠이 없으셨던지 바깥 풍경을 살피러 나오셨던가 싶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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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차비를 받는 곳이 나타났다. 조계산도립공원이란다. 타박타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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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만치에 시간을 알려주는 전광판이 현재를 알려주고 있다. 새벽 4시 19분이란다. 카메라의 설정 오류로 사진에 시간을 표시하지 않았지만 이렇게 정보를 전해주니 고마울 따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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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까이 다가가서 또 한 장을 남긴다. 선암사의 출입을 관리하는 곳인 모양이다. 주차장을 관리하는 사람이 머무는 숙소이겠거니 싶다. 불이 켜진 것으로 봐서 나이가 드신 분이 계시는 걸로 봐도 되겠다. 젊은 사람이라면 이 시간에 일어나기도 쉽지 않을 터이다. 낭월도 새벽에 잠에 취한 채로 예불시간이 다가오는 것이 지겨울 때도 많았는데, 이제는 저절로 인시가 되면 잠이 사라진다. 때론 3시 때론 4시면 저절로 움직이게 되는 것이 자연으로 점점 다가가고 있는 것이 아닐까 싶기도 하다.

'인시에 일어나지 않으면 인생 일대사를 어찌 끝내겠는가!'

원문으로도 외웠는데, 생각이 아른아른하다. '寅時不起未可判事'였던가? 졸린 눈을 비비면서 자명종 소리에 놀라서 벌떡 일어났던 그 시절이 아련~하다. 지금이 그때였더라면 거뜬하게 일어나서 초롱초롱한 정신으로 새벽예불에 참석을 했을텐데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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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처가 제자들 들볶느라고 못된 법을 만들어 놓은 게야...'

그렇게 투덜대곤 했었는데, 어느 사이에 몸이 그 법을 따르고 있는 것을 느끼게 되었으니 이것이 자연의 모습일까? 저절로 눈이 떨어지고, 정신이 맑아지는 것이 가끔은 신기하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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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로쇠 물을 채취할 시기인 모양이구나. 벌써 나무에서는 지하의 물이 나무를 타고 오르기 시작한 모양이다. 자연은 인간이 느끼는 것보다 훨씬 더 부지런하다는 것을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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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릿등도 꽤 밝다. 출발하기 전에 전기를 가득 채웠기 때문이기도 하겠지만, 작은 반사경에서 뿜어져 나오는 LED등은 위력이 대단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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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도 유네스코 문화유산이 있는 모양이다. 그럭저럭 0.5km는 지나 온 모양이다. 앞으로 1km만 더 가면 되는 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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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른은 2,000원, 7시 부터 받을 모양이군. 조계산 선암사가 문득 '조계종 선암사'로 보여서 고소(苦笑)를 머금는다. 문득 아련하게 떠오르는 기억의 한 조각이 있어서였다. 법적으로는 조계종의 20교구이고, 그래서 입장료는 조계종에서 징수한단다. 선암사의 운영은 태고종에서 하고 있으니 조계종의 입장에서는 조계산 선암사를 조계종 선암사라고 써붙이고 싶었겠다. 그래서 그렇게 보였는지도 모를 일이군. 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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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가 마음대로 드나들지 못하도록 막대기를 가로질러놨군. 그리고 그곳에도 불이 켜져 있다. 다들 참 부지런하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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낭월의 나이 21세였나? 낭월학당의 찾아주시는 벗님은 다 알고 있는, '일사이박불가운동'을 열심히 하던 시절의 이야기이다. 한 절에서 한 밤만 자기로 하고 전국을 유람하였던 행복만땅의 젊은 시절이었다. 하루 50리도 걷고, 80리도 걸었다. 해가 뉘엿 뉘엿 석양에 걸린 무렵에 선암사를 찾아 들었다. 절에서는 저녁공양 시간이었던 모양이다. 밥을 얻어먹으려면 밥시간을 맞춰서 절에 도착해야 한다. 시간이 지나면 밥은 없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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밥상을 받았다. 객승에게는 특별히 상을 차려줬다. 미안하고 고맙게도 부지런히 먹었다. 그리고 상을 후원에 갖다 놓고, 잘 먹었다고 인사를 하려는데 대여섯 명의 젊은 화상들이 우르르~ 객실로 찾아와서 인상을 쓰면서 좀 앉으란다. '왜들 그래~ 섬뜩하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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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객승 문안 드립니다~!"

대충 맞절을 하는둥 마는둥 하더니, 한 화상이 말을 꺼낸다.

화상 : 스님은 어디서 오셨습니까?
낭월 : 예, 통도사에서 왔습니다.
화상 : 통도사에서 오셨다고요?
낭월 : 예, 그렇습니다.
화상 : 때가 되어 찾아왔기에 공양은 드렸소만 잠잘 곳은 없습니다.
낭월 : 아, 그렇습니까?
화상 : 왜 그런지는 아실 것입니다.
낭월 : 아, 불교의 분규때문인가 싶기는 합니다만....
화상 : 맞습니다. 어두어지면 차편도 없으니 막차라도 타십시오.
낭월 : 예! 잘 알겠습니다. 저녁 잘 먹었습니다. 그럼~!


그렇게 화상들의 나름 삼엄한 경계 속에 인사를 하고는 땅거미가 내리는 산문을 나갔던 기억이 아직도 살아 있었구나. 그 오랜 세월... 그러니까 43년의 세월이 흘렀건만 생생하게 어제의 일처럼 기억 속에서 일렁이고 있다. 그러니 죄를 짓고 살면 안 되겠다는 생각이 겹쳐서 떠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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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계종과 태고종의 분쟁은 너무 유명해서 아는 사람은 다 아는 역사의 한 자락이 되었지만 눈치도 없는 낭월은 그렇게 자기 마음같은 줄만 알고 선암사를 찾아 들었으니. 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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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이 좁아지는 모양이다. 버스는 진입하지 말라는 안내문이 빛을 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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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이 흘러가니 그러한 소식들도 기억 저편으로 사라지는 모양이다. 그래도 나이가 좀 들어보이는 스님이 뒤따라 나와서 안타까운 마음으로 전송해 주던 기억이 있어서 많은 위로가 되었었다. 그럴 수밖에 없는 상황을 이해해 달라는 마음이었으니 이해하고 말고.

스님 : 송광사로 갈 일이지 왜 선암사로 오셔서는....
낭월 : 출가하고 나서 선암사를 와보고 싶었습니다.
스님 : 절이나 둘러 보고 가시는 거요?
낭월 : 그럼요. 잘 둘러 봤습니다. 들어가시지요.
스님 : 아직 막차는 있으니까 순천에 가면 송광사 포교당이 있을 거요.
낭월 : 고맙습니다. 포교당에서 쉬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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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 소리가 청량하게 정적을 깬다. 퍼뜩 정신이 돌아온다. 그렇게 적지 않은  세월이 흐른 이 새벽에 선암사를 찾아가고 있다. 그때와 지금의 다른 것은 무엇인가? 그들은 수행을 잘 하고 있을런지.... 낭월만큼 행복하시려는지..... 길을 바래주셨던 그 스님도 가끔은 그 시절을 떠올릴랑강.... 지금쯤은 태고종에서 큰 스님이 되셨겠거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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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만치에 부도탑들이 보인다. 눈발이 여전히 딱 그만큼만 내리고 있구나. 운치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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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들의 삶은 또 어떠했을런지.... 치열하게 수행으로 삶을 보내고 견성을 하셨을런지, 아니면 빈둥거리면서 허송세월만 보내다가 구렁이가 되지는 않았는지. 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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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젓한 눈길이 계속 이어진다. 문득 반달곰이 떠올랐다. 방울을 챙기지 못한 까막눈을 탓했다. 지리산도 멀지 않은데 갑자기 튀어 나오면.... 숨어야 하나? 둔한 몸에 도망가긴 틀렸고, 사진이나 열심히 찍어야지 뭐. 달려드는 곰의 표정이 어둠 속에서 나타나면 그것도 그림이 되지 싶다. 그래서 카메라의 감도를 높여서 촬영할 준비를 하고 계속 올라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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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승이 허허롭게 웃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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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뜻 봐서 낭월만큼의 세월을 보냈으려나.... 싶다. 썩어서 갈라진 채로 그렇게 웃고 있다. 삶이란 잠깐이라는 듯이.... 장승치고는 참 소박하다. 천하대장군의 명패도 없고, 서있는 모습으로는 벅수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눈알이며 하고 있는 폼이 장승보다는 벅수에 가까워 보여서이다. 귀신을 쫓는 천하대장군보다는 익살스런 모습이 귀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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맞은 편에는 꺽다리가 서로 마주보면서 수다를 떨고 있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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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다리가 빛을 받으면서 스쳐지나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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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서 나타나는 또 하나의 다리이다. 비슷해 보이지만 서로 다른 다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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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의 다리에는 가운데에 이름의 석비가 서있다. 보물400호, 승선교(昇仙橋)라네. 신선이 올라간 모양이다. 다리 위에서 신선이 올라간다는 것이 언뜻 이해가 되진 않지만 이름이 그렇다니까 그런가보다 하면 된다. 이름과 싸우는 시절은 이제 지나갔으니깐. 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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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선교 옆에는 강선루(降仙樓)가 나그네를 반긴다. 신선이 내려오는 누각이다. 그러니까 누각으로 내려와서 놀다가 다리에서 올라가는 모양이다. 그런데 왜 신선은 오르내리지? 그냥 산에서 살았던 거 아녀? 신선은 올라가야 한다는 생각은 어디에서 나온 거지? 그것이 문득 궁금하다. 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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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선루를 지나도 길은 계속된다. 인생의 길이려니 싶다. 호젓해서 좋다. 길을 걸을 적에는 오붓했는데, 사진을 보정하면서 보니 살짝 무섭게도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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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가 조정래 선생의 부친이 선암사 스님이었단다. 어린 조정래 선생이 수도 없이, 이 길을 오가면서 얼마나 많은 사유를 했을지도 상상해 본다. 환경이 사람을 만든다는 말도 일리가 있지 싶다. 여전히 눈발이 드문드문 지나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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찻집이 나타난다. 낮이라면 차 한 잔 마셔도 좋지 싶지만 고요에 잠겨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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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내문을 봐하니 대웅전 불상을 개금할 모양이다. 그럭저럭 절도량이 얼마 남지 않은 모양이다. 이런 저런 생각들을 하면서 걷다 보니 1.5km는 이웃마을 나들이 정도이다.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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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디어, 머릿등 외의 불빛이 보인다. 경내에 도달한 모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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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호, 일주문격인 명패가 보인다. 편액을 봐서는 화엄사의 분위기가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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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암사의 명패를 보면서 든 생각이었는데 과연 기억은 잘못되지 않았군. 원래는 가로로 길게 쓰고 싶었을테지만 일주문이 작아서 절반으로 나눠서 쓴 셈이다.


嚴山智
寺華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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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 여기서부터 선암사구나. 비로소 선암사에 도착을 했다는 이야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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巖山曺
寺仙溪


조계산 선암사이다. 조계산은 중국의 조계종 발상지라고 할 수 있는 조계산에서 따온 이름이지 싶다. 조계종도 여기에서 왔다. 조계는 육조 혜능대사가 머물렀던 곳에 붙여진 산이다. 한국의 불교는 육조혜능을 높이 받들고, 육조의 위로 올라가서 달마대사를 시조로 삼는다고 해도 되지 싶다. 달마는 인도에서 불멸로 따지면 1대 가섭, 2대 아난.... 으로 이어져서 28대가 달마인데, 이 화상이 무슨 생각으로 중국땅으로 이사를 하시는 바람에 중국에서는 초조, 그러니까 1대가 된 셈이다. 그로부터 따져서 6번째에 혜능대사가 있어서 육조라고도 하는 것을 설명은 하지만 몰라도 그만이다. ㅋㅋㅋ

조계산이 원래는 청량산이었더란다. 뒤쪽의 송광사에서는 송광산이라고 하고, 절은 길상사였더란다. 선암사는 신선선(仙)을 넣은 것으로 봐서는 도교의 흔적이 배어있었던 것은 아닐까 싶기도 하다. 뒷산에는 불교가, 앞산에는 도교가 서로 자리를 잡고 있는 것도 재미있긴 하겠는데 아쉽게도 절이 되었으니 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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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판에 아로새긴 선암사의 역사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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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암사 일주문에 대한 설명이다. 눈이 살짝 덮여 있어서 대충 쓸어내고 찍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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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주문을 지나니 범종루가 나온다. 그리고 다시 편액이 눈에 띈다.

「태고총림 조계산 선암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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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주문을 지나면 툭 터진 마당을 사이에 두고 대웅전이 자리하는 것이 보통인데, 전각 하나가 가로막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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六朝古寺(육조고사)

건물의 편액이 멋스럽게 붙어 있다. 육조혜능(六祖慧能)의 육조는 아니다. 뭐지? 육조(六朝)는 여섯 왕조이고, 시기는 한말당초(漢末唐初229년 ~ 589년)의 시대에 존재했던 여섯 나라에서 따온 것이다. 그렇다면..... 육조시대와 무슨 관계이지? 잘못 썼겠지.... 그럼 고치면 된다. 부소산 궁녀사의 현판도 고쳤는데 뭘. 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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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 좀 어색하긴 해도 최대한 비슷한 서체로 수정했다. 글자가 틀렸음에도 불구하고 그대로 사용을 한 이유는 당사자들만 알 일이다. 마치 주자(朱子)가 '경탁위청(涇濁渭淸)'이라고 했음에도 아무도 그것을 바로잡아서 '위탁경청(渭濁涇淸)'이라야 한다고 하지 않았던 것이 떠오른다. 도대체 누가 쓴 글이길래.... 어쩌면 글이 너무 좋아서? 글쎄다.... 잘 쓴 글보다는 맞게 쓴 글이 옳겠거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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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웅전 뜰에는 발자국이 보인다. 스님들이 새벽예불을 했던 흔적이겠거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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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당 내부 사진은 한 바퀴 돌아 본 다음에 찍었지만 흐름상 여기에 자리를 잡는다. 다른 곳에는 조명이 밝았는데 대웅전은 제일 어두웠다. 부처님의 옷을 새로 해 드린다고 써붙여 놓은 글을 봤다. 개금불사(改金佛事)라고 한다. 부처의 금을 다시 고쳐서 붙인다는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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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의 신중단에도 촛불이 밝혀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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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웅전 오른쪽의 요사채에는 주역 팔괘를 암시한 듯한 문양이 보인다. 광화문에서 봤던 느낌인데 나머지 여섯 개의 괘가 보이지 않는다. 건물의 다른 방향에 있을 수도 있겠지만 외부인의 출입이 금지되어 있어서 들어가 볼 수는 없겠다. 왼쪽은 건괘(乾卦)이고, 오른쪽은 감괘(坎卦)이다. 건괘 옆에 감괘가 있으면 순서대로 돌아가면서 그려놓았을 수도 있겠지.... 오른쪽 모퉁이 어딘가에는 간괘(艮卦)가 있는지 들어가 보고 싶은 생각이 들었다.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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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왼쪽의 문 위에 있는 것은 팔괘가 아니라 글자이다. 왼쪽은 수(水)이고, 오른쪽은 해(海)인 것이 틀림없지 싶어서이다. 이건 또 뭐지? 풍수비보로 쓴 것인가? 고개만 괜히 갸우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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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웅전의 뒤로 돌아가 본다. 날이 밝아오기 전에 조망이 좋은 자리를 찾아서 삼각대를 설치하고 새벽의 타임랩스를 찍어야 하기 때문이다. 대웅전의 지붕 위로 달이 보인다. 음력 24일 밤의 하현이다. 달을 본래의 모습대로 찍으려면 셔터의 속도를 올려야 하는데 2초의 시간으로 비슷하게 담아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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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뒤에는 불조전(佛祖殿)이다. 불상이 나란히 앉아 계셨다. 천불전도 아니고, 조사전도 아닌 특이한 이름의 전각이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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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상전(八相殿)도 보인다. 석가모니의 일생을 여덟 가지의 그림으로 나타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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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부에는 탱화로 묘사한 그림들이 걸려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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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의 탱화에는 무수한 불보살이 그려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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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사당에는 역대 조사님들의 진영을 모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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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운데는 달마대사이고, 주변으로 선암사와 연관이 있는 조사의 그림을 모셨나 싶다. 조사를 모두 다 모신다면 33분이 되는데, 이것은 인도에서 28조사와 중국의 6조사를 포함해서 나타낸 것이므로 모든 조사를 모신 것은 아니라고 봐야 할 모양이다. 참고로 33분의 조사를 다 모신 곳은 통도사 극락암이다. 다른 곳에서도 있겠지만 기억이 없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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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의 전경이 보일만한 곳을 찾다가 스님 한 분을 만났다.

낭월 : 안녕하십니까~ (합장)
스님 : 예~ 일찍 올라오셨네요.
낭월 : 말씀좀 여쭙겠습니다. 선암사 전경을 담을 곳이....
스님 : 없습니다. 드론만이 답입니다.
낭월 : 마땅한 곳이 안 보여서요. 
스님 : 가까이에서는 전경이 안 잡힙니다.
낭월 : 뒷산 어디쯤....
스님 : 뒤로 가면 나무가 가로막지요.
낭월 : 아, 그렇겠네요. 할 수 없네요. 하하~!
스님 : 대단하십니다. 이 시간에 올라오셨다니.
낭월 : 뭘요. 고맙습니다.
스님 : 예~ 멋진 작품 건지시기 바랍니다.
낭월 : 아참, 법당 내부에 삼각대를 세우고 촬영해도 될까요?

스님 : 아, 예~ 얼마든지 찍으시면 됩니다. 간여하지 않습니다.
낭월 : 예, 잘 알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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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 여기네.'

그렇게 빙빙 돌다가 마땅한 곳을 찾았다. 그러니까 '아쉬운대로'라는 말을 붙여야 하겠지만 그런대로 실망했던 것에 위로가 될만한 자리였다. 여기에서 삼각대를 세우고 사진을 찍기로 했다. 타임랩스는 대략 1시간 정도 찍으면 되지 않을까 싶었다. 삼각대에 세팅을 해 놓고서는 주변을 오락가락하면서 밝아오는 선암사의 풍경을 보면서 연지님이 출발할 적에 타 준 믹스커피의 보온병을 열었다. 따뜻한 온기가 좋군.

대략 1시간 정도의 촬영으로 찍은 타임랩스를 첨부한다. 하늘이 도와줘서 그런대로 서운치는 않은 그림을 얻었다.



구름이 빠르게 지나가는 것을 보니 하늘에는 바람이 심하게 불고 있는 모양이다. 그래도 잠시나마 떠오르는 태양을 보여줘서 고맙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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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사진을 찍어 놓고는 「선암사 일출」이라고 우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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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가람의 풍모를 나타내 보려고 기웃거리다가 얻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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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에 상상했던대로, 골기와에 눈이 쌓이고, 그 위로 햇살이 떨어지는 풍경을 담기는 했다. 다만 눈이 약하고 햇살도 구름 속에서 오락가락하는 바람에 제대로 된 그림은 얻지 못했다. 역시 눈을 담으려면 강원도로 가야 하나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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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암사의 전경이 될만 하다고 생각되는 위치인데도 역시 아쉬움이 많긴 하다. 다만 주어진 환경에서 풍경을 감상할 따름이다. 이 자리에서 고가사다리차를 불러 올 수도 없고, 드론을 날릴 준비도 안 되어 있으니 이대로 만족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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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메라를 거두고 경사진 길을 조심조심 내려가는데 앞에 지나가시던 노스님께서 쭉~ 미끄럼을 탄다. 아니, 벌러덩~ 넘어지셨다고 해야 맞지 싶다. 얼른 카메라를 들이대려다가 먼산~ 민망해 하실까 봐서 차마 바로 보지 못했다. 그래서 멋진(!) 장면을 하나 놓쳤다. 냉정해야 하는데 말이다. 아직도 사진꾼이 되려면 멀었다는 것을 증명하는 순간이다.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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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암사의 명물이라고 할 수 있는 뒤깐이다. 절집의 화장실이다.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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있어도 잘 보이지 않은 안내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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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웅전에 햇살이 배어든다. 화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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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시 팔괘의 나머지가 보이려나 싶어서 기웃기웃~~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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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종각이다. 누각에 있는 범종은 또 뭐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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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체가 특이하다. 그래도 틀린 글은 아니다. 예쁘지 않은 것은 필력이 안 되면 어쩔 수가 없지만 틀리게 쓰는 것은 안 된다는 생각으로 보니까 오히려 이 특이한 각(閣)자가 정겹기조차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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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주문 밖에는 신도님들을 실어나르는 버스가 눈을 뒤집어 쓰고 밤을 보냈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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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입구를 나오니까 차밭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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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을 뒤집어 쓰고 있으니 언제 새싹을 틔우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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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때가 되면 찻잎이 돋아나겠거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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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못도 같고, 아닌 것도 같은 찻집 앞의 못을 마지막으로 선암사 놀이는 막을 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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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계를 보니까, 8시 52분이다. 4시 19분에 올라갔으니까, 대략 네 시간을 놀았구나. 그만하면 많이 놀았다. 이제서야 비로소 배가 고프다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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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차장을 관리하러 나온 할배가 하루의 일정을 준비하고 있는 모습도 보인다. 날씨가 맑아진 것을 보니 오늘은 눈구경을 하기 어려울 모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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펜션 앞에서 지나온 길을 되돌아보니 하늘은 점차로 맑아지고, 눈이 덮인 조계산의 모습이 해맑은 동자의 모습으로 다가온다. 어제 저녁의 폭설이 아니었으면 즐기지 못했을 것을, 이렇게 또 고마운 마음으로 보낸 아침의 한때를 기념하게 되어서 다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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숙소에 귀가하니 주인장께서 길떠날 나그네가 미끄러지지 말라고 그늘진 곳은 눈을 쓸어 놓으셨다. 이 정도면 별 다섯의 의미는 충분히 확인된 셈이다. 따뜻하게 잘 잤으니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이 없는 까닭이다.

연지 : 춥지?
낭월 : 전혀! 아무지게 싸매고 다녀서 안 춥더라.
연지 : 곰은?
낭월 : 한 마리 잡아다 주려고 했는데 무서버서 도망가뿌리고 엄떠라.
연지 : 그래서 곰은 못 잡아 왔구나. 
낭월 : 다음에 지리산 가면 잡아 주꾸마.
연지 : 따신데서 한 숨 더 자요~!
낭월 : 그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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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창하게 맑은 날의 햇살을 받으면서 귀로에 올랐다. 어제의 폭설은 기억 속에만 저장되었다. 오늘의 날은 이렇게나 맑은데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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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가로 스쳐지나가는 설산의 멋진 풍경을 뒤로 하고 부지런히 귀갓길을 서둘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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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슷해 보인다고 해서 같은 산은 아니다. 이 산은 계룡산인 까닭이다. 하루 해가 저물기 전에 일찌감치 눈이 정상에만 살짝 쌓인 모습을 보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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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해야 여행이 제대로 마무리가 된다. 연천봉은 언제 올라가 보나.... 너무 힘든 산행이라서 바라만 보는 것으로 만족하는데 올 봄에는 큰맘을 먹어 볼까... 싶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