욕지연화⑪ 연화도인입적처

작성일
2025-06-14 09:32
조회
209

욕지연화⑪ 연화도인입적처(蓮花道人入寂處)

 

(여행일: 2025년 5월 23일)

 


 

푹 자고 새벽에 잠이 깨서 산책삼아 반하도로 해서 우도까지 건너가보고 돌아왔다.

 


 

동녘은 분홍빛으로 물들어 가고 연화포구는 잔잔하다.

고요한 어촌의 새벽풍경은 항상 봐도 여유롭다.

 


 

 

 

 

 


 

 

 

 

 


 

아, 이거구나. 인천에서부터 타고 왔다는 카약.

어제 저녁을 먹는데 홀로 옆 테이블에서 생선구이를 먹고 있었던 남자가 있었다.

휴대폰을 물에 빠트려서 충전이 되지 않는다면서 드라이로 말리고 있었던.....

그나저나 인천에서 바닷길로 이 쪼맨한 것을 타고 연화도까지 오다니. 참 대단하다.

 


 

일행은 아침을 컵라면으로 해결하고 마지막 짐을 쌌다. 오늘은 귀가해야 한다.

 


 

저마다 하루 놀 꺼리를 준비하고는 방을 뺀다.

오늘 가야 할 곳은 사명대사 수행처다.

 


 

보덕암과 갈라지는 삼거리에 차를 세우고 걸었다.

 


 

차는 진입하지 못하게 막아놨구나. 거리는 얼마 되지 않는다.

 

 

 

연화항에는 사명대사에 대한 안내판이 세워져 있었다.

 

 

 

불연(佛緣)의 섬 연화도에 얽힌 이야기들을 정리해 놓은 안내판이다.

 

 

소쿠리강정, 진강정 이름도 정겹구나. 한자가 없어서 뜻은 모르겠다만.

 

 

사명대사에 대한 자세한 신상정보가 있어서 이해를 돕는다.

바위에 글귀를 새겼다는데 부(富), 길(吉), 재(財)란다. 

내용으로 봐서는 사명대사가 쓴 것 같지는 않은데.... 

 


 

연화도와 사명대사

이곳 연화도를 불연(불佛緣)의 섬이라고도 하는 바 

이는 연화도인이 이곳 연화봉에서 실리암을 짓고 수도하였다고 하며,

사명대사가 이곳에서 수도한 흔적과 전설이 곳곳에 배어있는 까닭이다.

조선 중기 사명대사는 조정의 억불정책으로 남해 금산 보리암에서 수도하고 있었다.

그의 처 보월(金寶具), 여동생 보운(任彩雲), 연인 보련(黃玄玉)이 그를 찾아 전국을 헤매던 중,

보리암에서 극적으로 만나 이곳 연화도로 피신하여 연화봉 아래 토굴에서 수도 정진하였다 하며,

네 사람은 이곳에서 이렇게 만난 것은 세속의 인연, 불연의 인연, 삼세의 인연이니

증표로 삼는 시를 각각 1수씩 남겼기에 이에 밝혀 둔다.

이 세 비구니를 자운선사라 하며, 후일 이들은 토굴을 떠나면서 

부, 길, 재(富吉財)라는 글을 판석에 새겼으며

지금도 마을에서 실물을 보존 관리하고 있다.

 


 

그런 사였이 있었구나. 보리암이 멀지 않으니까 연화도로 피신을 할만도 하겠다. 

 

 

 

직선거리로 대략 100리 쯤 되는구나. 그렇게 만난 네 사람이 연화도에서 수행했단 말인데.

이것을 가지고서 소설 두 권을 쓴 이종익 선생이 또 대단하다고 해야 하겠다.

네 사람이 남겼다는 시도 살펴보고 싶은데 고맙게도 잘 챙겨서 적어 놨다.

 


 

「사명대사의 시」

 

측신천지인개속(仄身天地人皆䅇)

추면항하겁기사(皺面恒河劫己沙)

한해정천갱막설(恨海精天更莫說)

대천세계안중화(大千世界眼中花) 

 

광막한 천지에 사람이야 좁쌀에 불과하니

나고죽고 죽고나고 한없는 세월

바다처럼 한 많은 정이 하늘에 닿는다 하랴

우주의 드넓은 세계도 눈 안의 꽃임을

 

「사명의 아내 보월의 시」

 

차생봉별암소혼(此生逢別暗消魂)

격세인연갱막론(隔世因緣更莫論)

경진만경창해수(傾盡萬頃滄海水)

세제흉리은여원(洗除胸裏恩與寃)

 

이번 생의 만남과 이별이 영혼을 녹이는데

다른 생의 삶이야 다시 말해 무엇하랴

검푸른 바다의 넘실대는 물로

이내 가슴 속의 은원을 씻어내리.

 

「사명의 여동생 보운의 시」

 

창명일속묘오신(滄溟一粟渺吾身)

삼세인연공부진(三世因緣恐不眞)

수척단비금재차(數尺短碑今在此)

보운연월기타인(寶雲蓮月豈他人)

 

아득한 푸른바다 좁쌀같은 이내 몸

삼세 인연이 어디 있겠는가만

작은 비석이 여기에서 옛일을 말하니

보운, 보련, 보월이 어찌 남이기만 하랴.

 

「사명의 연인 보련의 시」

 

연화도인입적처(蓮花道人入寂處)

삼낭하고누첨금(三娘何故淚沾襟)

봉군욕설전생사(逢君欲說前生事)

유한창명겁불심(遺恨滄溟劫不深)

 

연화도인이 입적한 곳에

세 낭자가 무슨 까닭으로 옷깃을 적시나

낭군을 만난 자리에서 전생일을 말하려니

푸른바다와 영겁의 세월도 깊다고 못하리니.

 

절절하다. 그런데 느낌은 한 사람이 쓴 것 같은 것은 뭐지?

아마도 같은 용어들이 겹쳐서 그런가 싶다.

누군가 그 상황을 떠올리면서 쓴 것일 수도 있겠네.

어쩌면 소설 《사명대사》속에 들어있는 시가 아니었을까 싶기도 한데

오랜 세월에 책은 어디론가 가고 없으니 짐작만 해 볼 따름이다.

 


 

 

 

 

 


 

 

 

 

 


 

인연에 따라서 여기 이 자리에 섰다. 사명대사가 반긴다.

 


 

 

 

 

 


 

 

 

 

 


 

연화도인의 좌우에서 재롱을 떨고 있는 여인들은 누꼬? ㅎㅎ

소설 한 권의 인연으로 추억을 소환하면서 잠시 그 시절을 떠올려 본다.

힘들었던 행자시절이었지만 견성성불을 꿈꾸고 있었기에 힘든 줄도 몰랐던 갑다.....

 


 

세 비구니의 흔적은 문이 닫혀 있어서 들어가 보지 못했다.

사명대사 책에서는 이순신과의 이야기도 슬쩍 겹쳐서 나오는데 

역사적인 기록이 없으니 혼자서만 가슴에 품어 둘란다. ㅎㅎ

 


 

낭월은 더 올라갈 필요가 없다고 생각은 했지만서도

동행들이 아미타불을 친견해야 한다기에 뒤를 따랐다.

 


 

 

 

 

 


 

 

 

 

 


 

연화봉 정상에는 암괴들이 있어서 반갑다.

 


 

 

 

 

 


 

 

 

 

 

 


 

 

 

 

 


 

 

 

 

 


 

연화봉 정상에 있는 노두에서 역암은 안 보인다.

그렇다면 다른 지질이라는 말인가 싶어서 다시 지질도 확인.

 


 

아, 다르구나. 사명대사와 연화도인의 토굴자리는 연화도 안산암으로 되어 있다.

형태만 봐도 화산이 폭발해서 형성된 연화도라는 것을 짐작할 수가 있겠다.

 


 

연화봉 주변은 화강섬록암이구나. 어쩐지 각력암이 안 보인다 했다.

섬록암이면 어두울텐데 화강섬록암(花崗閃綠巖)이라서 밝아 보였구나.

그 나머지 초록색은 당연히 우도각력암인 거지. 그러니까 세 종류로 된 연화도다.

중간에 작은 산성암맥이 있기는 히지만 그것도 딱 한 군데 뿐이다.

 


 

 

 

 

 


 

이렇게 해서 일정에 잡혀있는 계획을 모두 마무리 했다.

이제 점심먹고 놀다가 배를 타면 된다.

 


 

처음 지었다는 연화사도 내려오는 길에 들렸다.

 


 

낙가산연화사구나. 그래도 절 이름이라서 蓮花寺로 하지 않고 蓮華寺로 햇던 모양이다.

연화(蓮華)는 묘법연화경에서 따온 것이겠거니 싶다.

 


 

 

 

 

 


 

 

 

 

 


 

 

 

 

 


 

 

 

 

 


 

 

 

 

 


 

 

 

 

 


 

팔각구층석탑의 양식이구나. 

오대산 월정사, 원각사지의 석탑과 같은 구조로 보인다고 설명해 줬다.

 


 

혹시 몰라서 정면샷도 하나 남겨 놓는다.

연화사는 지나는 길에 들리는 것으로 충분하다.

 


 

점심은 연화마트에서 해결했다.

 


 

 

 

 

 


 

 

 

 

 


 

 

 

 

 


 

멍게 비빔밥이다. 신선해서 좋았다.

 


 

점심먹고 차에서 한 숨 자는 사이에 동행들은 우도다리를 갔다 온 모양이다.

 

 

 

 

 

 

 


 

연장이 있었으면 따 왔을 텐데 쳐다 보기만 하고 왔구나. 

거북손이 다닥다닥 붙어있는 풍경을 보고 왔더란다.

 

 

욕지도에서 3시에 출항한 배가 연화도에 들어온다.

 

 

 

 

 

 

 


 

배의 갑판에서 지나가는 풍경들을 보면서 오락가락하다가 보면

이내 중화항이다.

 


 

 

 

 

 


 

 

 

 

 


 

고성공룡휴게소에 들려서 저녁을 먹었다.

 


 

통영에서 사온 뚱보할매 충무김밥이다.

 


 

 

 

 

 


 

이렇게 해서 3박4일의 욕지도 연화도 여행을 잘 마쳤다.

숙제 하나를 마친 기분으로.

다음엔 어디로 가지?

백령도? 그래 거기도 다시 가봐야 하는데.....

 

 

(끝. 읽어주셔서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