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을 끝의 빈 집
마을 끝의 빈 집
화창한 겨울의 아침.
새벽 기온은 -5℃였는데...
아침이 되니 3℃가 더 올랐구나.
산골살이에 일요일이 무슨 연관이 있으랴만
그래도 다들 알아서 일요일은 피하는 모양이다.
여하튼 한가한 아침에는 산책이 최고의 즐거움이지.
나목(裸木)의 풍경이 한 겨울임을 느끼게 하는 그림이다.
늦게까지 붙어있던 잎사귀들도 모두 쏟아져 내린 다음이다.
문득 비어있는 집이 보인다.
몇 년 전까지 이웃 마을의 남자가 염소를 키운다고
매일 오토바이를 타고 와서 돌보면서
염소를 지키라고 개도 두어 마리 매어 뒀었는데....
사람이 있을 때야 남의 집에 기웃거릴 일이 아닌지라 그런가보다 했는데
막상 빈 집이 되고 보니 어떻게 생겼나..... 싶기도 하고.
대나무가 무성하다.
관리를 하지 않으면 구들장도 뚫고 올라오는 죽순인지라
빈 집의 티가 풀풀 나는 전경이다.
음.......
외형은 그대로 유지하고 있구나.
대나무와 칡넝쿨이 감싸고 있는 풍경이다.
여름이라면 발을 들여놓을 수도 없지만 겨울이라서
뱀은 없을 것이라는 확신때문에 접근해 본다.
겉은 이렇게 생겼어도 내부는 또 어떨지.....
오른쪽에는 출입문이 반쯤 열린 채로 덤불 속에 드러나 있다.
궁금이가 그냥 지나칠 수가 있나. 들여다 봐야지. ㅎㅎ
그런데......
순간 멈칫했다.
이 집에서 멀지 않은 곳에 빈 집이 있었는데.
호기심이 많은 감로사에서 공부하던 제자들이
산책 갔다가 궁금해서 들어갔던 모양인데.....
안방에 목이 매달린 시신을 발견하는 바람에
신고를 하고 난리를 피웠던 적이 있었다.
그러고 보니 벌써 20년도 더 지난 옛날이로구나.
들어가 보려던 걸음을 멈추고 돌아섰다.
빈 배는 타보기라도 하겠지만
빈 집은 구태여 들어가고 싶지 않네. ㅎㅎ
그냥 겉만 둘러 본 걸로 하자.
오늘 산책은 여기까지인 걸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