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30] 제43장. 여로(旅路)/ 2.불도장(佛跳墻)과 탕수육(糖水肉)

작성일
2024-07-10 15: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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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30] 43. 여로(旅路)

 

2. 불도장(佛跳墻)과 탕수육(糖水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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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인은 우창이 어떤 말을 할지 조마조마한 마음으로 귀를 기울였다. 잠시 생각하던 우창이 삼진을 보면서 물었다.

혹시 매화역수(梅花易數)라고 들어봤는가?”

그렇습니다. 가끔 활용해 보기도 했습니다. 혹 여주인의 물음에 대한 답을 매화역수로 풀어보라는 뜻인지요?”

맞아. 문득 그게 떠오르는군.”

알겠습니다. 스승님께서 말씀하시니 불도장(佛跳墻)과 탕수육(糖水肉)이 오늘의 매화역수가 되었습니다.”

우창과 자원은 갑자기 요리의 이름이 점괘가 되었다는 삼진의 말이 의아했지만 또 무슨 이야기가 나오려나 싶어서 잔뜩 귀를 기울였다. 다만 여정은 바로 나온 탕수육의 따끈따끈한 맛을 보면서 열심히 먹느라고 관심이 없었을 따름이었다.

요리가 점괘로 변하는 이치야말로 금시초문이군. 어떤 풀이가 나오는지 참으로 궁금하구나. 하하하~!”

우창은 벌써 공부할 거리를 만난 것이 마냥 신나서 차를 연거푸 두 잔이나 마셨다. 자원은 그러한 모습을 보면서 미소를 지었다. 배움에 대해서는 신나는 놀이에 빠진 소년같은 우창의 모습을 오랜만에 보는 것 같아서 재미있었다.

불도장은 항아리에 담겨서 나옵니다. 이것은 태괘(兌卦)가 됩니다. 속에 들어있는 것도 푹 고아서 흐물흐물하지요.”

오호~! 일리가 있는걸. 그리고?”

주인도 처음에는 흔히 있는 객잔 주인의 하소연 정도로 생각하고 대충 말하는가 싶어서 시큰둥했다가 우창의 진지한 표정과 삼진의 풀이에 자신도 모르게 빠져들어 갔다. 가세(家勢)가 좋았던 여인인지라 어느 정도의 글귀는 열려 있었던 까닭이기도 했다. 더구나 자신이 알아듣는 말이 나오자 더욱 반가워하면서 말했다.

저도 태괘(兌卦)는 알죠. 과연 말씀을 듣고 보니까 작은 연못을 닮았어요. 이렇게도 점괘를 본다는 말은 듣도 보도 못했어요. 참 신기하네요.”

여인의 말을 들으면서 삼진은 여정이 먹고 있는 탕수육을 가리키면서 여인에게 물었다.

탕수육을 넓은 접시에 가득 담아서 쌓아 올린 것은 무엇으로 보입니까?”

..... 그러니까 팔괘 중에서 찾아야 하는 것이죠?”

맞습니다.”

그러니까 건()은 하늘인데 그건 아니고, ()는 물이 없으니 아니고, ()는 불이 있어야 하는데 불이 있다면 신선로라고 하겠으나 그것도 아니고, ()은 소리가 나는 것인데 아무런 소리도 들리지 않으니까 짧은 소견으로는 그것도 아니네요.”

여인이 이렇게 생각하면서 이맛살을 찌푸렸다. 우창과 자원은 그 모습이 재미있어서 조용히 이야기를 듣기만 했다. 여인이 두 사람을 힐끗 보더니 다시 말을 이었다.

손괘(巽卦)는 풍()인지라 바람이 불어야 하는데 그것도 아니고, ()은 탕()이라야 하는데 그것도 아니고, 간괘(艮卦)는 산이니까 높아야 하는데..... ? 혹 간괘가 아닐까요? 마지막의 곤()은 땅이라서 평평(平平)해야 하는데 그건 아닌 것으로 보여서 말이에요.”

우창은 여인의 추론에 감탄했다. 즉시로 활용하는 것으로 봐서 이렇게 총명한 사람이 객잔을 하지 않고 학문을 연마했더라면 큰 그릇이 되었겠다는 생각에 내심 안타깝기조차 했다. 학자는 인재를 알아보는 까닭이었다. 삼진이 여인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면서 말했다.

맞습니다. 그래서 조합하면 어떤 대성괘가 됩니까?”

삼진이 인정해 주자 여인은 기뻐하면서 열심히 생각하다가 말했다.

상괘(上卦)는 산()이고 하괘(下卦)는 택()이니 이 둘을 합하면 산택손(山澤損)이네요. 어머! ()은 손해(損害)라는 뜻이잖아요? 아마도 나쁜 조짐이 나오지 싶어요. 어떻게 해석하시는지 궁금해요.”

여인은 즐거워하던 표정에서 갑자기 우울한 모습이 되었다. 삼진이 잠시 생각하고는 다시 말했다.

동효(動爻)는 상구(上九)가 됩니다.”

삼진의 말에 여인은 눈을 깜빡이더니 모르겠다는 듯이 말했다.

거기까지는 공부가 부족해서 모르겠어요. 설명해 주세요. 무슨 뜻이죠?”

그 사이에 여정은 탕수육을 열심히 먹고 있었는데 높았던 것이 거의 평지처럼 되어 있었다. 삼진이 여인에게 그것을 가리켰다. 여인도 삼진이 가리키는 것을 봤지만 무슨 뜻인지는 알 수가 없어서 고개만 갸웃했다.

높았던 산이 변해서 평평한 들판이 되었으니, 인생의 운명은 이렇게 정해진 것인가 봅니다.”

여인은 삼진이 하는 말이 전혀 이해되지 않아서 다시 물었다.

무슨 말씀이신지 조금만 풀어서 설명해 주세요.”

상괘(上卦)는 무엇이었습니까?”

그야 칠간산(七艮山)이죠.”

삼진은 계산하는 탁자에서 붓에 먹을 찍고 종이를 들고 와서 괘를 그렸다.

 

 


 

여인도 들여다보고는 말했다.

왼쪽에 있는 괘는 간괘(艮卦)이고, 오른쪽 괘는 곤괘(坤卦)네요. 이건 무슨 뜻인가요?”

이것이 바로 산이 변해서 들이 되었다는 소식입니다.”

, 그래서 탕수육을 가리킨 것이었나요? 처음에는 담긴 모양이 산처럼 높았는데 그사이에 먹어서 평평한 모양이 되었다는 것이었어요? 그러니까 위의 양효(陽爻)가 음효(陰爻)로 변했단 말씀이시죠?”

맞습니다.”

우창과 자원은 삼진의 통변술에 감탄했다. 다만 두 사람의 대화에 끼어들지 않으려고 조용히 이야기에 귀를 기울였다. 삼진의 말이 이어졌다.

이 고을의 이름은 무엇입니까?”

, . 고을의 이름은 평망진(平望鎭)이라고 해요.”

여기에도 평()이 있었군요. 이것도 조짐이 된다면 또한 조짐이 될 수가 있는 것이기도 합니다.”

이번에는 여인도 말이 없었다. 머릿속이 많이 복잡해졌던 모양이었다. 삼진이 다시 물었다.

춘부장(春府丈)의 연세가 올해 몇이라고 하셨지요?”

, 78세이세요.”

그것을 육육(六六)으로 나누면 어떻게 됩니까?”

그렇게 되면 13번이 되고 결과는 남지 않네요.”

장사를 하는 사람이라서인지 숫자에 대해서는 빠른 계산이 나왔다.

남는 것이 없으면 그 값이 쓰입니다. 그러면 육()이 되고 육은 동효(動爻)로 삼게 됩니다. 즉 맨 위에 있는 여섯 번째의 효가 변한다는 뜻이지요. 특히 남는 것이 없다는 말은 기한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말이기도 합니다. 6일을 넘기지 못한다고 해석하게 되지요.”

? 뭐가요?”

여인은 언뜻 잘못 알아들었나 싶어서 다시 물었다.

춘부장께서는 세상의 인연이 다 되셨다는 점괘입니다.”

? 그럴 리가요. 여전히 장작을 한 짐씩 지고 다닐 만큼 정정하신걸요. 다시 한번 잘 살펴 주실 수 있으세요?”

왕이 죽으면 하늘이 무너졌다고 하고 자식이 죽으면 대들보가 꺾였다고 합니다. 그리고 부모가 세상을 떠나게 되면 산이 무너졌다고 하지요. 이것은 간괘[]가 변해서 곤괘[]가 되었다는 것과도 유관(有關)합니다. 이렇게 여러 정황으로 봤을 적에 아마도 부친께서는 자신이 평소에 아내에게 잘못한 것만이 생각나서 힘이 다할 때까지 참회하는 마음으로 나무를 해다가 쌓아놓고는 편히 세상을 떠나실 테니 이것은 천명(天命)을 따르는 것인지라 나쁜 것은 아니라고 하겠습니다. 이렇게 점괘의 조짐이 그것을 말해주고 있는 것으로 봐서 주인장은 전혀 걱정할 일이 아니고 오히려 준비할 시간을 얻으셨으니 그 기간 에 부친의 재산에 대한 국법을 잘 아는 관원(官員)을 청해서 맛있는 주식(酒食)을 대접하고 그에게 의뢰해서 문서를 잘 작성하면 되겠습니다. 다행히 총기(聰氣)가 좋으시니 충분히 해결될 것으로 봅니다.”

이렇게 말을 마치고서는 우창을 향해서 합장했다. 혹 자기의 설명에 대해서 궁금한 것이 있으면 물어도 좋다는 뜻이기도 했다. 그런데 탕수육을 먹다가 배가 부른 여정이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다가 말했다.

스승님, 아무래도 제자가 큰 잘못을 저지른 것만 같습니다.”

그 말에 우창이 물었다.

잘못이라니 갑자기 무슨 말인가?”

제자가 탕수육을 먹지 않고 기다렸더라면 어르신은 세상을 떠나시지도 않고 오래도록 건강하게 살아가셨을 텐데 너무 맛이 있어서 저도 모르게 그만 너무 많이 먹었나 싶어서 죄송한 마음이 앞섭니다.”

처음에는 무슨 말인가 하다가. 여정의 말을 듣고는 우창과 자원이 파안대소(破顔大笑)했다.

아니, 뭐라고? 하하하하~!”

그러게나 말이야. 호호호호~!”

삼진도 무슨 뜻인가 하다가 여정의 설명을 듣고서 미소를 짓고는 여정에게 말해줬다.

여정아 그건 네 탓이 아니다. 단지 내가 비유를 들었을 뿐이고 이미 어르신의 나이에서 세상의 인연이 다 했다는 조짐을 읽었으니 아무런 걱정도 말고 계속해서 배불리 먹자. 우리도 먹어야지. 하하하~!”

이렇게 말하자 주인도 비로소 마음에 정리가 되었는지 일어나면서 말했다.

이런, 제가 답답한 말씀만 드리느라고 음식이 식는 것도 몰랐네요. 술도 한잔 드시면서 잠시만 기다리세요. 앵두호의 쏘가리탕이 천하일미거든요. 바로 맛있게 끓여서 대령하겠어요~!”

이렇게 말하고는 주방으로 사라졌다. 점원이 갖다주는 작은 술잔과 홍고량(紅高粱)을 한 잔씩 마시면서 탕수육으로 안주를 삼으니 비록 식었는데도 맛이 좋았다. 술을 따르고는 여정이 삼진에게 말했다.

말씀만 들어봐서 어떤 학문인지는 모르겠으나 참으로 신통방통합니다. 비록 우둔하지만 탓하지 마시고 형님께서 그러한 비법을 가르쳐 주실 수는 없으시겠습니까? 꼭 배워보고 싶습니다.”

형님이라고 부르라고 한 적은 없지만, 자원에게 누님이라고 하고 보니 자연스럽게 삼진은 형님으로 호칭이 되었던 모양이다. 그리고 삼진도 나쁘지 않아서 미소를 짓고는 말했다.

그래? 꼭 원한다면 가르쳐 주지. 잘 배워봐. 하하~!”

그러자 우창이 거들었다.

원래 교학상장(敎學相長)이라고 하지 않던가. 삼진의 학문에도 도움이 크게 될 테니 여정뿐만이 아니라 우리에게도 잘 가르쳐 주게. 하하하~!”

스승님, 잘 알겠습니다. 실로 매화역수의 응용법은 무궁무진해서 어디에서나 조짐의 괘가 있다는 것이 참 신기하기도 합니다.”

그러는 사이에 주인이 김이 무럭무럭 나는 갓 지은 밥을 큰 그릇에 퍼왔다. 원하는 대로 맘껏 먹으라는 뜻이었다.

길손이야 항상 오가면서 묵어가고 쉬어가는 객잔입니다만 오늘 모신 손님들은 특별하니 모쪼록 불편함이 없으시도록 편히 쉬셨으면 좋겠어요.”

이렇게 말하면서 우창의 잔에 술을 따라줬다. 그것을 받아서 마시면서 여인의 표정을 보니 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는 듯했다. 그것을 본 자원이 넌지시 물었다.

주인께서 또 궁금한 것이 있으시면 지금 말씀하셔도 되겠어요. 호호호~!”

우창도 자원의 말을 듣고서 여인을 바라보자 비로소 말을 꺼냈다.

저도 늘 공부에 뜻은 있으나 현실에 매여서 손님들을 모시다 보니 정작 기회를 얻지 못했거든요. 그런데 오늘 불도장과 탕수육의 점괘를 보면서 감탄했어요. 그냥 생각나는 대로 궁금한 것을 여쭙고 싶은데 그래도 괜찮을까요?”

얼마든지요. 하하~!”

비록 점괘는 삼진이 풀었으나 우창이 이렇게 말함으로써 삼진도 편안하게 이야기를 나눌 수가 있을 것으로 봐서 한마디 거들었다.

주역을 잘 알지는 못하는데 팔괘가 상하(上下)에 놓임으로써 해석이 되는 것으로 들었어요. 그런데 불도장을 아래에 놓으신 것에 특별한 이유가 있는지 궁금했어요. 만약에 탕수육이 아래에 놓인다면 또 다른 해석이 될 것이나 그렇게 하지 않은 이유가 알고 싶어요.”

여인은 조심스럽게 말을 꺼냈지만 참으로 궁금하다는 표정은 감출 수가 없었다. 그 말에 삼진이 잠시 생각하더니 여인을 보며 말했다.

원근(遠近)의 차이에서 그리되었습니다. 불도장은 가깝고 탕수육은 멀어서 가까운 것은 하괘(下卦)가 되고 먼 것은 상괘(上卦)가 되었지요. 그리고 이렇게 선후(先後)를 정하는 것에는 항상 느낌이 있습니다. 그 순간에 불도장을 하괘(下卦)로 삼으면 되겠다는 생각이 드는 것이고 물론 불도장이 먼저 식탁에 놓였으니 당연히 앞뒤가 맞는다고 봤으므로 그대로 답을 찾아가는 것이니까요.”

아하~! 원래 그런 것이었군요. 만약에 불도장이 상괘(上卦)가 된다면 해석은 또 어떻게 되는지도 궁금한데 귀찮으시겠으나 풀이를 청해도 될까요? 원래 궁금한 것을 지금 해결하지 못하면 두고두고 의문이 뿌리를 뻗을 것만 같아서 말이에요. 호호~!”

우창도 여인의 말을 듣고서 생각을 해봤다. 만약에 불도장의 태괘(兌卦)가 위로 가고 탕수육의 간괘(艮卦)가 아래로 간다면 택산함(澤山咸)이 되고 다시 간괘(艮卦)가 곤괘(坤卦)로 변하게 되면 이번에는 택지췌(澤地萃)가 된다. 그러면 함지췌(咸之萃)가 된다는 것은 알겠는데 구체적으로 어떻게 해석되는지는 삼진의 설명을 들어봐야 하겠다는 생각으로 삼진을 보면서 설명하기만 기다렸다. 삼진도 우창의 속내를 대략 이해한다는 듯이 일행을 보면서 말했다.

스승님께서도 말이 되는지 살펴 주십시오. 불도장이 위로 가면 함괘(咸卦)가 됩니다. 이것은 산 위에 연못이 있는 형상이지요. 이 물은 아래로 흘러 흘러서 세상의 만물을 적셔주니 길한 조짐이 됩니다. ()은 서로 뜻을 같이하는데 이것을 감()이라고 합니다. 느낌을 말하는 것이지요. 혹 주인께서 마음에 드는 남자가 있는 것이 아닙니까? 이것은 부친과는 전혀 무관한 점괘가 되어버리는 것으로 봐서는 마음이 동한 사람의 기밀(機密)을 보여주는 것이 틀림없는데 괘를 뒤집어서 풀이하기를 청하신 것으로 봐서 부인의 점괘가 틀림없다고 하겠습니다.”

삼진이 이렇게 풀이하자 여인의 얼굴이 갑자기 붉어졌다. 마음에 부합하는 바가 있었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었다. 그것을 아는지 모르는지 삼진의 풀이는 계속해서 이어졌다.

태괘(兌卦)는 소녀(少女)를 나타냅니다. 이것은 신체적으로 반드시 16세의 소녀만을 의미하는 것은 아닙니다. 아무것에나 감동하고 공감(共感)하는 천진난만한 심성(心性)을 의미하는 것이니까요.”

삼진이 이렇게 말하면서 여인을 바라보자, 그녀도 삼진을 보면서 부끄럽다는 듯이 얼굴을 붉히면서 말했다.

제가 느끼는 바가 있으니 계속 풀이를 부탁드려요.”

간괘(艮卦)는 소남(少男)을 의미합니다. 그러면 소녀와 소남이 되니까 마음이 순진무구(純眞無垢)하니 서로 다른 계교가 없이 자연스럽게 만나서 정을 통할 수가 있는 인연이니 순수하다고 하겠습니다. 다만 소녀는 마음이 동했는데 소남은 아직 그 의미를 잘 모르고 있어서 답답하다고 하겠습니다. 실로 그렇습니까?”

맞아요~! 정말 신통하네요. 그렇다면 앞으로는 어떻게 되는 것일까요? 그것까지도 풀이를 들었으면 좋겠어요.”

여인은 삼진의 말에 완전히 감복(感服)하면서 계속해서 풀이해 주기를 부탁했다. 그러자 삼진도 잠시 생각하고는 말을 이었다.

안타깝게도 주인장의 느낌대로 행하다가 대판 싸움이 벌어질 수도 있겠습니다. 마음을 굳게 먹고 자중하면서 때를 기다리느니만 못하다고 하겠으니 지금의 그 마음은 그야말로 소녀가 부친을 사모하는 것과 같다고 하겠습니다. 뜻을 이룰 수가 없는 조짐이니 조바심을 내다가 더 나빠지지 않도록 마음을 잘 다잡고 모아야 한다는 글자가 모일 췌()’입니다. 흩어지면 안 된다는 의미가 되네요.”

삼진의 말을 들으면서 여인의 붉어졌던 얼굴색은 잿빛으로 변하는 것처럼 어두워졌다. 마치 등불이 꺼지기 전에 빛을 한 번 내고는 점차로 어두워져서 까물까물하는 것을 떠올리게 했다. 그러는 사이에 주위도 어두워지기도 했다. 여인은 현기증이 나는지 잠시 허공을 보다가는 애써 정신을 가다듬고 삼진을 보면서 말했다.

참으로 신통한 점괘예요. 그냥 궁금해서 여쭸을 따름인데 이것으로 인해서 또 다른 일이 드러나게 되니 참으로 오묘하다고 하겠네요. 실은......”

여인은 잠시 망설이면서 주변을 둘러봤다. 그것을 본 삼진이 일어났다. 조용한 곳에서 이야기하고 싶어 한다는 것을 알고 여인에게 앞장을 서라는 듯이 한쪽 팔을 내밀자, 여인도 얼른 알아차리고는 앞서서 객실로 향하는 여인의 뒤를 삼진도 따랐다. 그것을 본 다른 일행은 결과를 나중에 들어보기로 하고 그냥 앉아서 음식을 즐겼다. 삼진이 안으로 가고 나자 이야기를 들으면서 생각에 잠겼던 자원이 우창에게 물었다.

싸부, 여기에서 2~3일 쉬었다가 가는 것도 좋잖아요? 풍광도 좋고 음식도 맛있어서 그래도 되지 싶어요.”

그럴까? 그래도 되지 뭘.”

싸부가 곡부에서 자원을 둔 채로 지광(地廣) 스승님과 길을 떠났을 적에는 무척 허전했는데 이제 그에 대한 보상을 받나 싶어서 마음이 얼마나 여유로운지 모르겠어요. 호호~!”

우창도 문득 곡부에서의 나날들이 자원의 말과 함께 떠올랐다. 이제 다시 유람길에 동행하게 되어서 위로가 된다는 말에 괜히 미안스러운 생각이 앞섰다.

그랬었군. 든 자리는 몰라도 난 자리는 표시가 난다잖아. 하하하~!”

말없이 요리를 먹던 여정이 문득 생각이 났다는 듯이 자원에게 물었다.

, 누님은 역경을 공부하지 않으셨습니까?”

, 대략은 알아도 자세하게 풀이할 정도의 수준은 아직 못 된다고 봐야지. 여정도 공부에 관심이 많은 것을 보니 삼진에게 매달려서 열심히 배우렴. 그 바람에 나도 옆에서 귀동냥으로 공부하게 말이야. 호호~!”

그래도 괜찮다면 이번 기회에 제대로 하나라도 배워서 필요할 적에는 점괘를 풀이해 보고 싶습니다. 매화역수의 신기한 풀이를 보면서 감동했거든요. 어쩌면 일상에서 조짐을 읽어내고 그것을 풀이할 수가 있는 것인지 너무나 놀라워서 책만으로 배워서는 도달할 수가 없는 곳에 삼진 형님이 계신 것이 아닌가 싶은 생각조차 들었습니다.”

초롱초롱한 눈빛으로 말하는 것을 보면서 자원도 미소가 저절로 지어졌다. 흡사 오광의 표정을 보는 듯해서 친밀감도 느껴졌다.

우선 매화역수를 공부하려면 무엇부터 해야 할까요? 얼른 배우고 싶습니다. 누님께서 아는 대로 가르쳐 주시면 열심히 따라서 익히겠습니다.”

그래? 그야 어려운 일이 아니지. 그런데 매화역수를 배우고 싶어? 아니면 우창 싸부의 오행생극(五行生剋)을 배울 수도 있는데?”

, 오행도 좋습니다만, 우선 매화역수에 반했으니 그것부터 배워도 괜찮다면 오행생극은 다음에 배우고 싶습니다.”

그야 마음대로 하렴. 호호호~!”

누님, 무엇부터 배우면 됩니까?”

, 급하기는 우물에서 숭늉을 달라고 하겠구나. 그럼 차근차근 물어봐야지. 팔괘는 알아?”

, 그것은 어깨너머로 익혔습니다. 다행히 역경의 64괘도 순서와 이름은 알아들을 정도입니다.”

그래? 듣고 보니 이미 기본공부는 다 한 것이나 진배없구나. 그럼 내가 가르칠 것은 없네. 삼진 사형에게 물으렴. 호호~!”

겨우 기초만 익혔을 뿐인데 기초가 된 것입니까? 괜히 가르쳐 주는 것이 귀찮아서 그러시는 것은 아닌 것 같고 정말 다행입니다.”

물론이야, 나도 딱 그만큼만 알고 있거든. 그래서 상괘가 태()이고 하괘가 간()이면 택산함(澤山咸)이구나 하는 정도만 알고 이것을 어떻게 풀이하는 것인지는 설명을 들어야 하니까 말이야. 그런데 여정도 그만큼은 알아듣잖아?”

, 맞습니다.”

두 사람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우창은 차를 마셨다. 그 사이에 점원이 음식을 치우고 다시 따끈한 차를 내와서 그것을 마시며 창가의 풍경을 보고 있었다. 창밖의 앵두호에는 작은 배에 서너 명씩 타고서 풍경과 함께 여유를 즐기는 모습들이 한가로워 보여서 좋았다.

잠시 조용한 시간이 흐르고 났는데 방으로 들어갔던 삼진이 나와서 탁자에 앉았다. 일행은 여인과 나눈 이야기가 궁금했으나 나중에 숙소로 돌아가서 나누는 것이 더 좋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그것은 덮어두고 차만 마셨다. 아무래도 은밀한 이야기라면 공개된 장소에서 거론하는 것도 마음이 편치 않을 것이기 때문이기도 했다. 삼진을 보자 여정이 바로 붙잡고 늘어졌다.

형님, 그 신기한 비법을 저도 배우고 싶습니다. 어떻게 하면 되겠습니까?”

쉽지 않을 텐데 그 어려운 것을 배우려고?”

, 좋은 생각이 있습니다. 제가 공부하면 과연 마무리할 수가 있을지 괜한 수고만 할 것인지 점을 쳐주십시오.”

여정이 이렇게 말하자 자원도 웃으며 말했다.

아니, 길가다말고 이게 무슨 일이람. 호호호~!”

마차를 몰라고 하시면 물속이든 불 속이든 가리지 않고 모시겠습니다. 다만 지금은 쉬시는 시간이고 든든하게 음식도 먹었으니 한 수만 가르쳐 주시면 또 며칠은 그것을 익히느라고 귀찮게 하지 않겠습니다.”

자원이 웃자고 한 말에 여정이 정색하고 말하자 오히려 머쓱해진 지원이 삼진에게 말했다.

 

 

오라버니, 아무래도 찰거머리가 하나 생겼나 봐요. 그냥 떨어지지는 않을 모양이니 아마도 있는 피를 다 빨려야 떨어지려나 싶네요. 그 바람에 자원도 국물을 조금 얻어먹으면 더 좋고요. 호호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