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28] 제42장. 적천수/ 28.화산려(火山旅) 이효(二爻)

작성일
2024-06-30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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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28] 42. 적천수(滴天髓)

 

28. 화산려(火山旅) 이효(二爻)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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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산을 만나서 오행원을 부탁하고는 귀가해서 저녁을 먹고 고월의 처소를 찾았다.

~ 우창이 오랜만에 나들이하셨구나. 하하~!”

열심히 초학들을 지도하느라고 노심초사(勞心焦思)하느라 수고가 많은 줄이야 잘 알고 있네만 큰 어려움은 없지?”

어려움이 다 뭔가 재미있을 뿐이지. 특히 엊그제 대중을 놀라움에 휩싸이게 했던 삼진도 초학의 과정에 있었으나 말하는 것을 보게나. 얼마나 재미있는 대화를 나눴겠는지 짐작이 되지 않겠어?”

, 그랬었구나. 초학의 과정이었지만 탁월한 직관력과 학문의 열정으로 그렇게나 깊이 파고 들어갔단 말인가?”

왜 아니겠나. 공부는 오래오래 하는 것이 중요하지만 타고나는 것은 아마도 전생의 수행력이 금생에 태어나면서 갖게 되는 것이 아니었겠나 싶기조차 했다네. 참으로 부러운 능력이라고 할 밖에. 하하~!”

요즘은 무슨 공부를 하느라고 백차방에도 통 나오지 않았는가?”

나도 요즘은 하루가 어떻게 흘러가는지조차 모를 지경이라네. 실은 역경(易經)을 좀 들여다보고 있지. 예전에도 틈틈이 살펴보기는 했으나 이번에 초학을 가르치면서 오히려 은밀한 소식을 살필 수도 있어서 말이네.”

그건 나도 항상 관심을 두고 있긴 하지만 고월이 몰입한다니 언제 나를 위해서 가르침을 부탁해야 하겠는걸. 하하~!”

나중을 생각할 필요도 없지 지금 당장 득괘(得卦)를 해보지?”

, 이번 여행길이 순탄할 것인지 내심 궁금하기는 하네만.”

우창이 관심을 보이자 고월은 책상 위에 있던 상아로 만든 투자(骰子:주사위)를 건네면서 말했다.

어렵지 않지, 이 투자를 손에 쥐고 마음속에 알고 싶은 것을 생각하면서 던져보게.”

우창은 시키는 대로 여행길이 순탄하기를 바라면서 허공으로 던졌다.

~떼구르르~’

바닥에 떨어진 그 투자는 서너 번 구르다가 멈췄는데 그 위에는 ()’자가 쓰여 있었다. 그것을 본 고월이 종이에 글자를 써놓고는 다시 던지라고 했다. 이번에도 시키는 대로 허공에 던졌다.

 

 

 

 

이번에는 ()’자가 나왔다. 그러자 또 종이에 적고는 이번에는 숫자가 적힌 육면체를 주면서 같은 방법으로 하라고 시켰다.

이번에는 ()’가 나왔는걸. 이렇게 하면 득괘가 되는가?”

그렇지. 팔면패(八面牌)와 육면패(六面牌)인데, 짐작했겠지만 팔면패는 소성괘(小成卦)인데 두 번을 던져서 괘를 얻게 되면 대성괘(大成卦)가 되는 것이지. 그리고 마지막에 던진 것은 변효(變爻)를 확인하게 되는 것이거든.”

, 듣고 보니 오히려 간단하군. 18변법(變法)은 사용하지 않아도 되는 편리한 방법인데 그것은 고월이 만든 것인가?”

손재주가 좋은 제자가 있기에 설명했더니 이렇게 만들어 줬다네. 그런데 아무 곳에서나 간편하게 사용하기에는 이보다 더 편리할 수가 없다네. 하하하~!”

그렇구나. 그럼 어떻게 해석되는지 이야기를 들어봐야지.”

잠시 종이에 적어놓은 괘를 보면서 생각에 잠긴 고월이 웃으며 말했다.

 

 


 

여지정(旅之鼎)이로구나 가는 곳마다 따뜻한 밥과 편안한 잠자리를 만나게 될 조짐이니 즐거운 여행이 되겠군.” 

 고월의 설명을 들으면서 우창도 생각해 보고는 말했다.

아하! 그러니까 화산려(火山旅)2효가 동해서 화풍정(火風鼎)이 되었단 말이로구나. 그런데 여괘(旅卦)가 나왔다니 이것도 참 신기한 일일세, 아무리 점신이 발동해도 그렇지 어떻게 하고많은 괘 중에서 하필이면 여괘라니?”

그래서 주역이 아닌가? 하하하~!”

과연 고월이 빠져들 만도 하네. 이효(二爻)가 동하여 정()이 되었다는 것은 무슨 조짐으로 해석하게 되는지 설명을 부탁하네.”

이미 앞에서 다 말했는데 뭘 또 설명하는가?”

그래도 더 듣고 싶단 말이네. 주의할 것이라던가.”

길을 떠나는 사람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숙식(宿食)이네. 잠자리가 편안해야 하루의 피로를 풀어버릴 수가 있고, 음식이 입에 맞으면 삼시(三時)를 배불리 먹어서 하루의 기운을 채울 수가 있는 까닭이잖은가?”

그야 당연하지.”

길을 떠나려는데 화산려괘가 나왔으니 가는 곳마다 따뜻한 음식을 만나게 되어 즐거운 여정(旅程)이 될 것이니 이보다 더 좋은 괘가 어디 또 있겠느냔 말이네. 하하하~!”

그렇다면 참으로 다행이기는 하지.”

더구나 노잣돈도 궁색하지 않을 모양인데? 누가 비용이라도 대어 줄 모양이군. 어떤가?”

고월의 말에 우창이 흠칫 놀라며 물었다.

아니, 그건 또 어디에서 나왔는가?”

우창은 잘 모르겠지만 외호괘(外互卦)가 태상절(兌上絶)이고 내호괘(內互卦)는 중천건(重天乾)이 되는 것으로 봐서 태괘(兌卦)는 음금(陰金)이고 건괘(乾卦)는 양금(陽金)인지라 무슨 복을 타고나서 이렇게 길을 떠나는 사람에게 재물이 겹겹으로 둘러있단 말인가. 내괘의 조짐이 이와 같아서 겉으로는 없어 보이지만 속으로 상당한 금전이 있을 것으로 해석하기에 숨어있는 재화(財貨)로 보는 것이라네. 어떤가?”

고월의 해석을 듣고서야 우산을 만났던 이야기를 했다. 우창의 말을 듣고서 고월이 웃으며 말했다.

과연 이 공부도 우창의 오주괘(五柱卦)만큼이나 재미있고 오묘하단 말이네. 역시 내게는 오주괘보다도 역경이 더 잘 맞는 것 같네. 하하하~!”

그렇구나. 그래서 저마다 인연이라고 하나 보군. 동행들과도 잘 지낼지도 알 수 있나?”

우창이 이렇게 묻자, 고월이 다시 점괘를 들여다보면서 말했다.

아랫사람과는 화목하다고 나왔네. 설마 윗사람과 동행할 것은 아니지?”

실은 삼진과 동행하기로 했네. 여기에 자원도 호위무사로 선택이 되었지뭔가. 이렇게 세 사람이니 윗사람은 아니로군.”

그러니까 아무런 걱정이 없단 말이지. 말을 잘 듣는 아이가 시중을 드는데 말썽도 부리지 않는다고 하잖는가. 들어봐도 말썽을 부릴 사람이 없군.”

지금 봐서도 그렇기는 하네만 또 알 수가 없어서 내심으로 염려되는 것이야 어쩔 수가 없지 않겠나. 하하하~!”

자원과 삼진의 동행이라니 나도 한 자리 끼어들고 싶네만 이번에는 내가 갈 자리는 아닌 모양이니 잘 다녀오게나. 하하하~!”

그래? 가고 싶으면 같이 가도 되지 뭘 안 되겠나?”

아니, 그냥 해본 말이고 실은 역경을 들여다보느라고 여념(餘念)이 없기도 하다네. 모쪼록 잘 다녀오기를 기원하고 있을 테니 많은 견문(見聞)을 쌓고 돌아오기만 바라겠네.”

고월의 진심 어린 말이 고마웠다. 오랜 인연이 머금고 있는 세월의 감정이란 또 이렇게 드러나는 것이려니 싶기도 했다. 함께 머리를 맞대고 토론하던 나날들이 스쳐 지나갔다.

우창이 고월과 작별하고 현담을 찾았다. 현담은 책을 옆에 놓고 시중을 드는 오광과 담소를 나누던 중이었다.

스승님 우창입니다. 번거로운 일을 맡겨드려서 어쩝니까? 하하~!”

우창을 본 오광이 일어나서 합장하고는 자리를 마련했다. 현담이 자리에 앉는 것을 기다려서 말했다.

괜한 소리를 마음에도 없이 하는군. 하하하~!”

실로 스승님께서 계시기에 마음은 하염없이 편합니다. 길을 떠나는 우창에게 해주실 말씀이라도 있으실까 싶어서 뵈러 왔습니다.”

, 그랬구나. 내가 일러둘 말이 따로 있겠나. , 요즘 고월은 역경을 보느라고 푹 빠졌나 보던데 점괘라도 뽑아 보지 그랬나?”

아니 스승님도 알고 계셨습니까?”

몇 차례 찾아와서 궁금한 것을 묻기에 그런가 보다 했지. 작심하고 파고 들어가는 모양이던데 한두 마디야 해줄 것이 있지 않을까 싶군.”

그렇지 않아도 고월에게 갔더니 득괘를 해 줘서 들었습니다.”

오호~! 그랬구나. 어떻게 나왔던고?”

여지정(旅之鼎)이 나왔는데 즐거운 여행이 될 것으로 해석해 줬습니다.”

그래? .... 여지정이라.....”

스승님께서 한 말씀 보태주시면 좋겠습니다. 어떤 암시가 있는지요?”

동행은 누구인가?”

, 삼진과 자원입니다. 다행히 자사께서 여장(旅裝)을 마련해 주셨습니다.”

여장이라면?”

마차 한 대와 마부를 보내주기로 하셨거든요.”

그랬구나.”

혹 어떤 가르침이 계신지요?”

점괘가 재미있어서 물어본 것이었네. 길 떠나는 사람에게 여지정보다 적합한 괘가 또 있을까 싶어서 말이네. 하하하~!”

그렇다면 참 다행입니다. 먼 길은 여러 가지로 위험한 일도 많으니 말입니다. 그래서 노정(路程)에 별 탈이 없기만을 바라지 않습니까. 하하~!”

아마도 이번 여행길에서 개안(開眼)을 하게 될 모양이로군. 시간이 좀 길어질 조짐이지만 그 소득은 언설(言說)로 다 할 수가 없을 것이네.”

시간이 길어진다면 얼마나 될 것으로 판단되시는지요?”

짧으면 3, 길면 6년이로군. 그런데 길어지는 것으로 봐서는 아마도 3년 내로는 돌아오기 어렵지 싶군. 이번 여행길에 기연(奇緣)을 만나서 공부를 마무리하게 될 것이니 미리 축하해도 되겠구나.”

우창은 현담의 말을 듣자 의아했다. 그 정도로 긴 여행길이라고는 생각하지 않았는데 어떻게 해석했기에 그렇게 말하는지 궁금해서 물었다.

스승님께서 그렇게 보신 연유를 듣고 싶습니다. 고월의 풀이에서는 듣지 못한 말씀이어서 궁금합니다.”

우창이 이렇게 묻자 현담은 낡은 책을 한 권 꺼내어서 펼쳤다. 그리고는 한 곳을 가리켰다. 그러나 글귀를 봐도 얼른 이해가 되지 않아서 다시 물었다.

스승님, 절반은 이해되고 절반은 잘 모르겠습니다.”

그럼 이해되는 만큼 풀이하면 되지 않겠나? 하하하~!”

우창은 흥미롭게 바라보며 말하는 현담에게 이해가 되는 만큼만 차근차근 풀이했다. 옆에서 이야기를 듣고 있는 오광의 관심도 글귀의 내용에 쏠렸다.

앞의 여지정(旅之鼎)은 알겠습니다. 화산려(火山旅)의 이효동(二爻動)을 말하는 것으로 보입니다.”

그렇지~!”

그다음은 공자(孔子)의 덕행(德行)을 따르면서 몸으로도 익혀서 익숙하다는 뜻으로 보입니다.”

맞아, 잘 풀이하고 있군.”

문군(文君)은 여상(呂尙)이 뒤에 있는 것으로 봐서 문왕(文王)을 의미하는 것으로 보면 될까요?”

그렇지.”

아하~! 이제 스승님께서 처음에 말씀하신 것이 이해됩니다. 그러니까 문왕이 사냥을 나가서 태공 여상을 만난 다음에 그를 태사(太師)로 삼고 제나라의 왕에 봉해진 것을 말하는군요.”

거봐, 잘 풀이하셨군. 하하하~!”

현담은 우창의 풀이를 듣고는 다시 웃었다.

아니, 그렇다면 스승님께서는 이 책을 다 외우고 계신다는 의미가 아니십니까? 우창은 그것이 놀랍습니다.”

그야 밥이나 축내면서 할 일이 이런 것 말고 또 무엇이 있겠나?”

책의 이름은 무엇이라고 합니까?”

이것은 초씨역림(焦氏易林)이라고 하는 것이라네. 들어본 적은 있나?”

생소합니다. 어느 고인이 쓰신 글입니까?”

역리(易理)에 통달하고 은거한다고 소문으로만 전하는 계연수(桂延壽)라는 고인(高人)이라네.”

? 어디선가 들어봤던 이름입니다. 어디서 들어 봤지......?”

그 이름을 들어 봤다면 우창의 식견(識見)도 상당하군. 보통은 알려지지 않은 책인데 말이네. 하하~!”

, 생각났습니다. 예전에 인연이 있어서 만났던 참회객(懺悔客)이라는 별호를 쓰는 동문(同門)의 사형(師兄)이 탈속(脫俗)한 기인(奇人)을 만나서 많은 깨달음을 얻었다고 했는데 스승의 이름이 초연수였던 것으로 기억됩니다.94화 참고

오호~! 그런 인연이 있었더란 말인가? 맞았네, 바로 그분이 틀림없지.”

참으로 대단하십니다. 초씨역림이 역경(易經)과 연관이 있을 것으로는 짐작하겠습니다만, 여지정(旅之鼎)의 뜻을 소상하게 밝혔다는 내용을 보니 오히려 길을 떠나려는 우창에게는 큰 희망을 안겨주는 것 같습니다.”

더구나 여정(旅程)이 북향(北向)이라면 당연히 옛날의 제나라인 산동(山東)으로 향할 것이잖은가? 강태공이 산동의 제나라 사람이라는 것이야 알고 있을 테고. 그래서 점괘가 기이하다고 한 것이라네. 하하~!”

과연 스승님의 말씀을 듣고 보니 우연이라고 하기에는 뭔가 앞뒤가 딱딱 맞는 것도 같기는 합니다.”

아마도 고월이 이 이야기를 들으면 당장 달려와서 가르쳐 달라고 조를 것이 틀림없겠네. 하하하~!”

그럼 전해주지 않으실 생각이십니까?”

그럴 리가 있나. 다만 아직은 기초를 더 다져야 할 때이니 시기가 이르지 않았을 따름이라네. 아마도 우창이 유람을 마치고 돌아올 즈음이면 고월도 이 책을 터득한 다음일 테지. 하하~!”

잘 알겠습니다. 그러면 고월에게는 발설(發說)하지 않겠습니다. 하하~!”

만사는 때가 무르익으면 자연스럽게 도래하니까 말이지.”

그런데 3년이나 6년은 어떻게 판단하신 것인지도 궁금합니다.”

허 참, 그것조차도 궁금했단 말인가? 하하하~!”

의문이 남으면 머리에서 떠나질 않습니다.”

그야 나도 우창에게서 배운 것이니 스스로 잘 알아낼 수가 있을 텐데 뭘 그리 조바심을 내는지 모르겠군.”

? 제자에게서 배우셨다니요? 그건 또 무슨 말씀이신지요?”

우창이 나를 찾아온 시간이 술시(戌時)의 진분(辰分)이란 말이네.”

, 그러면 진술충(辰戌沖)으로 풀이하셨습니까? 하하하~!”

이제야 이해가 되었나 보군.”

제자가 들어오는 순간에도 시간을 읽고 계셨던 것이 놀라울 따름입니다. 잠시도 조짐의 틀을 놓지 않으시는 것에 감동했습니다.”

이제 의문이 다 풀렸으니 그만 가서 쉬게. 내일 먼 길을 떠나려면 나눌 이야기도 많을 텐데 말이네. 하하하~!”

잘 알겠습니다. 그럼 다녀와서 뵙도록 하겠습니다.”

그래 여긴 걱정하지 말고.”

우창은 현담의 점괘 풀이가 비록 덕담일지라도 마음이 즐거웠을 텐데 직접 글귀까지 읽어보고 해석했으니 더욱 기대되었다.

서옥은 우창의 여장(旅裝)을 챙기고 있다가 우창이 들어오는 것을 보고서 표정을 살피며 말했다.

아니, 집을 떠나는 것이 그리도 좋아요? 얼굴에 그렇게 쓰고 다니게요.”

그런가?”

그렇지 않고요. 하긴 한동안 매여 있었으니 그 마음이 이해는 되네요. 호호호~!”

실은 스승님을 뵈었더니 좋은 예단(豫斷)을 해 주셨지뭔가. 그래서 기쁜 표정을 지었던가 보군. 마음 같아서는 서옥과 동행하고 싶지.”

우창의 말에 서옥은 입을 삐쭉 내밀고 말했다.

입에 침이나 바르고 말씀하셔야죠. 호호호~!”

아니야, 빈말이 아니란 말이네.”

여하튼 알았어요. 괜히 심통이 나서 해본 말이에요. 자원 언니의 말을 잘 듣기만 하면 돼요. 그러면 저도 마음이 놓이거든요. 호호~!”

알았네. 하나도 어기지 않고, 자원의 말이 당신의 말이라고 여김세.”

당연히 그러셔야죠. 어서 푹 쉬세요.”

그래, 일석이는 잠들었구나. 짐도 다 꾸린 것 같으니 그만 쉬지.”

지필묵(紙筆墨)만 넣으면 되는데 혹 글을 쓰실 것이 있으시려나 싶어서 스승님이 오기를 기다렸어요. 더 쓸 일이 없는 거죠?”

서옥, 이제 스승님이라고 하지 않아도 되지 않을까?”

우창은 먼 길을 떠난다는 생각에 아무래도 거리감이 느껴진다는 생각에 이렇게 말했다. 그러자 서옥이 반가워하면서 말했다.

아니, 이제야 그 말씀을 하시다뇨. 호호호~!”

그랬나? 진작 말을 하지 그랬어?”

저야 아무래도 괜찮은데 일석이가 점점 크겠기에 그 점이 조금 신경쓰였을 따름이에요.”

그렇구나. 그럼 이제부터는 여보 당신으로 칭하도록 하지.”

알았어요. 여보~ 왜 이렇게 간지러울까요. 호호호~!”

뭐든 습관이 안 되어서 그렇지. 나도 처음 들어보는 말이라서 좀 어색하기는 하구나. 하하하~!”

 

이튿날 아침.

조반(朝飯)을 든든하게 먹고는 우산이 보내준 마부와 마차에 짊을 싣고서 길을 나섰다. 대중들에게는 번거로워서 말하지 않고 조용히 나서느라고 일찍 서둘렀다. 우창은 왠지 모를 설렘으로 마음이 울렁였다. 그러한 심사를 대략 이해하고 있는 삼진과 자원도 말없이 스쳐 지나가는 풍경만 바라보면서 저마다 생각에 잠겼다.

마차가 소주(蘇州)의 변화한 거리를 빠져나올 무렵이 되어서야 우창이 마부에게 물었다.

젊은 친구는 이름이 무엇이며 나이는 몇인가?”

, 소인의 이름은 노제경(盧齊卿)이고 올해 나이는 21세 계축(癸丑)생입니다. 그런데 주인님을 어떻게 호칭해야 할지요?”

나직하지만 또렷한 음성으로 말하면서 고개를 돌렸다. 얼굴을 보니 안면이 있었다. 예전에 우산이 오행원에 나들이할 적에도 말을 몰고 왔었던 기억이 났기 때문이다.

, 그러고 보니 안면이 있구나. 주인님은 무슨, 이미 그대도 관원(官員)이잖은가?”

아닙니다. 정식으로 관원이 된 것은 아니고 백발 선생의 인연으로 자사 나리의 마부가 되었던 것이지요.”

우창은 노제경의 솔직한 말이 맘에 들었다. 나이도 이미 약관(弱冠)을 넘겼는데 아호가 필요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