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계절의 通根

작성일
2007-09-11 13: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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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자체적인 干支에서의 통근 정도를 이해하게 되었다면 다음으로는 또 하나의 통근법인 ‘계절의 상황에 의한 통근’ 정도에 대해서도 이해를 해야 할 것이다. 그리고 여기에서는 60종류가 아닌 120종류에 해당한다는 것도 알아야 하겠다. 즉 간지에서는 甲丑이 없는데, 월령에 대입되는 경우에는 甲丑도 얼마든지 고려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즉 甲木이 丑月에 태어난 상황이라면 그러한 丑月에 대입을 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렇게 상세하게 통근에 대한 연구를 하다 보면 점차로 사주팔자가 서로 기운이 통하는 느낌이 드는 경우와 기운이 단절된 느낌을 갖게 되는 경우도 발생한다. 이 정도가 되면 뭔가 나름대로 힘이 생기고 있는 것으로 봐도 좋을 것이다.

그런데 종류는 120가지라고 하더라도 그 바닥에 흐르고 있는 원리는 역시 지장간의 이치를 관찰하고 계절의 상황에 대해서도 고려를 한다면 별다른 어려움은 없으리라고 생각된다. 그러니까 태어난 시점이 어느 天干이 당령(當令)23)했느냐를 중시해야 한다는 점이 약간 다른 것이라고 이해를 하면 되겠다. 이 당령의 정도에 따라서 다른 干支에서도 영향을 받고 있는 것으로 이해를 해보자. 가령 자월의 癸水가 당령을 한 상태라고 한다면 다른 곳의 火는 자동적으로 위축이 된다는 식이다. 이것은 그냥 단지 하나의 干支만을 보고서 생각하는 것과는 상당한 차이가 발생하는 것이다. 그러니 이렇게 복잡하게 엉켜드는 월령위주의 통근에 대해서 어떤 방법을 써야 각 월령에 의한 통근의 이치를 바로 전달해 드릴 수 있을런지가 고민스럽다.




이러한 이치를 체계적으로 정리를 한 것이 바로 《궁통보감(窮通寶鑑)》이다. 다른 말로는 ‘조화원약(造化元鑰)’이라고 부르기도 하고, ‘난강망(欄江網)’ 또는 ‘여씨용신사연(余氏用神辭淵)’이라고도 불리는 것인데, 이것을 통일해서 궁통보감이라고 부른다. ‘여시용신사연’을 보면 가장 오래된 원형의 궁통보감에 대한 문헌을 소개한 책으로 생각되는데, 이렇게 각 월령을 대비해서 해당 天干의 상태를 인식하려고 애쓴 것은 상당히 과학적이고 합리적인 접근방식이었던 것으로 생각된다.

궁통보감의 의미를 전부 수용할 수는 없다. 때로는 이론에만 집착을 한것과도 같은 흔적도 보여서이다. 물론 이 정도의 이론서를 내어놓을 안목이었다면 자신의 이론에 집착을 할만 하다는생각은 들지만, 후학의 입장에서는 또 약간 다르기 마련이다. 필요한 것은 취하고 그렇지 않은 것은 참고만 하는 것이 또한 공부하는 사람의 요령이 될것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현제에도 이러한 궁통보감의 원칙론을 고수하시는 선배님들이 간혹 계신 것 같다. 한가지 이론에 정통(精通)하는 것은 중요하지만, 너무 그곳에 집착을 하게 되면 또다른 모습을 보지 못하는 결과가 타나난다는 생각이 든다. 여춘대님은 또 그렇게 생각을 하셨던 것이고, 임철초님은 또 약간 다르게 생각을 할수 있는 것이 학문이다. 그리고 서낙오님이나 이석영님도 물론 자신의 주관대로 생각을 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그리고 낭월이도 낭월이대로 자신의 속좁은 생각이 있기 마련이다. 물론 나중에 이 강의가 교재 축에 들게 되어서 참고서적이 될적에도 물론 후배님들은 당연히 배울 가치가 있는 것은 빼어서 먹고, 쓸모가 없다고 생각되는 것들은 버리게 될 것이다. 이것이 바로 학문이 발전하는 소리가 아닐까 싶다.




다만 여기에서는 궁통보감의 의미를 그대로 모두 싣지는 못할 것 같다. 이유는 아직은 통근의 입구에서 멈칫거리는 벗님들에게 궁통보감의 핵심적인 이치는 대단한 무게가 될 것 같아서이다. 얼핏 생각나는 영화가 있다. ‘소림 36방’ 이던가? 류가휘가 화려하게 등장을 한 영화였던 것 같은데,  그 내용에서 처음에 소림사에서 가장 무술이 높은 스님을 찾으니까 누군가가 정방(頂房)으로 안내를 했다. 그러자 열심히 반야심경을 외우고 있던 정방에서 방장이 어째서 왔느냐고 묻는다. 그러자 멈칫멈칫하는 주인공에게 냅다 한 손을 뿌리친다. 그 순간, 문밖으로 나동그라지는 주인공을 보면서 과연 대단한 정방이라는 생각을 했었다. 그 후로 영화가 전개되면서도 결코 정방에 대한 이야기는 나타나지 않았지만, 시종 그 정방의 놀라운 위력은 머리속에서 맴돌고 있었던 기억이난다.

즉 정방(頂房)에는 정방에 어울리는 사람이 와야 할 곳이었던 셈이다. 단지 복수를 해야 한다는 마음만 앞서가지고서는 될 턱이 없는 것이다. 문득 영화이야기를 했지만, 그 속에 흐르고 있는 의미는 똑같다는 생각이 든다. 벗님도 얼른 학문이 익어서 ‘자평명리의 頂房’에 입방하시게 될 날이 다가오기를 빈다.




각 월별로 十干이 어떤 상태가 되는지를 살펴볼 수만 있다면 내공증진(內功增進)에 상당한 도움이 될것이 틀림없다. 일단 어떤 기준을 세우기는 해야 하겠는데, 실은 그렇게 만만하지가 않아서 약간 난감한 기분도 든다. 이유는 바로 당령에 대한 이야기를 집어 넣게되면 내용이 상당히 복잡하게 된다는 점 때문이다. 그냥 본기(本氣)에 대한 것만을 생각하자니 단지 地支를 나열한 결과밖에 되지 않을 것 같고, 일일이 설명을 하자니 공부하는 입장에서는 너무 혼란스럽게 될 것 같아서이다. 이 문제가 여기에서 끝나게 된다면 다소 번거롭다라도 상세하게 설명을 해야 옳겠으나, 일단 이해만 하고서 다시 이 분야에 대해서는 구체적으로 복습을 해야하기 때문에 그곳에서 본격적으로 실제상황에 어떻게 대입이 되는지를 연구하도록 해야 하겠다는 생각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