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 조율이시? 조율시이?

작성일
1999-09-2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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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조율이시? 조율시이?



비나 태풍이 오거나 말거나 추석은 내일로 다가왔고, 대다수의
학생들은 가정에 충실하기 위해서 어제 하산을 했다. 또 지독한 공부 버러지성 학생들은
오늘 오전 강의를 듣고서 가겠다고 두어 명 버티고 있는 감로사에는 그래도 평시보다
약간 조용한 분위기이다. 오늘 쯤에는 송편도 조금 빚어야 할 것으로 보이는데 아무래도
연지 님이 소나무 가지를 구해 오라고 성화를 대지 않을까 짐작이 된다. 이 빗속에서
무슨 솔잎을 구해 오느냐고 버티기는 해야 하겠지만 그래도 솔 향이 배어있는 송편이
아니고서는 가짜라고 한 말이 있으니까 꼼짝없이 지가 놓은 올가미에 걸려서 한바탕
굿을 해야 할 모양이다.



절에서는 내일 아침에 많은 영혼들께 공양드린다. 그래서
또 젯상을 차려야 하는데, 아침에 일찍 잠이 깨어 TV를 보다가 문득 '조율시이'에
대한 이야기가 나와서 한번 생각을 해봤다. 벗님께서는 이 점에 대해서 어떻게 알고
계신지 궁금한데 나름대로 낭월이의 견해를 설명 드리고 싶어서이다. 자신이 알고
계신 것이 어떤 것인지 생각을 해보시고 그에 대한 이유를 붙여보신 다음에 다음
설명을 읽어보시면 더 재미있지 않을까 싶다.



결과적으로 말씀드린다면 아무래도 상관이 없다. 그야 아무렇거나
많이만 차려드리면 조상님들은 좋아하실 거다. 배가 오른쪽에 있든 감이 오른쪽에
있든 상관을 하지 않을 것은 분명한데, 유난히 남의 젯상에 밤놔라 대추놔라 하는
사람이 있고 보면 기왕에 차릴 젯상을 정확하게 알고 있으면 간섭의 여지를 훨씬
줄일 수가 있지 않을까 싶어서 이렇게 대응을 하시라고 일러드리는 것이다. 낭월이
말만 들으시면 이 문제로 다시는 시비를 할 필요가 없다고 하는 말씀을 자신 있게
드린다.



棗(대추-조)


栗(밤-율)


枾(감-시)


梨(배-리=이)



바로 요 녀석들이 문제의 주인공들이다. 아마도 대다수의
벗님들은 글자도 생소하실지도 모르겠다. 절에서는 포니 어니 육이니 하는 물건은
사용하지 않으므로 그만두고 항상 집집마다 가풍이 달라서 문제가 되는 요 과일 넷을
놓고 서열을 정해보자는 것이다.



1. 대추(棗)가 왕이다.



검붉은 색으로 익은 대추는 향기도 달콤하고 먹기에도 세상
좋다. 그냥 따서 먹으면 된다. 다른 것은 깎거나 까거나 해서 여하튼 손질을 해야
한다면 대추는 그대로 먹기만 하면 그만이다. 하긴 대추 껍질을 벗기고 먹어야 한다고
말하면 아마도 머리 부근에다가 동그라미를 그려봐야 하지 않을지도 모르겠다. 그래서
과일의 왕이라고 부른다. 라고 한다면 또한 무지한 지식이라고 해야 할 모양이다.
실은 과일은 그 속에 들어있는 씨를 잘 봐야 한다. 씨앗은 어디에선가 말씀을 드렸듯이
과일의 결정이고 핵이고 또 나무의 목적이기도 하다. 그래서 응고된 성분은 목의
水라고 했던 적도 있는데, 바로 그 핵이 나무로써는 가장 중요하고 지혜로웠던 우리
조상 님들도 이러한 점을 그냥 간과하고서 우선 먹기 좋다고 과일의 왕으로 삼았을
리가 없다는 것이다.


여하튼 대추는 모든 과일의 꽃이 다 지고 난 다음에 비로소
꽃이 핀다고 한다. 그만큼 출근이 늦은 모양인데, 원래 사장님은 늦게 출근하는 것이
관습인 것을 보면 왕은 문무백관이 모두 운집한 가운데 등장을 했을 것은 짐작이
된다. 그러니까 대추를 보면서 왕을 닮았다고 생각을 하는 것이 당연하지 않을까
싶다. 그리고 또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은 대추는 한 꼭지에 하나가 달리면서 다시
씨앗이 하나만 들어있다는 것도 특별하다. 지금이라도 좋으니까 씨앗이 하나만 들어있는
과일을 생각해 보시기 바란다. 하긴 복숭아 류가 있기도 하다. 그런데 제사 상에
복숭아를 올리면 조상을 욕되게 했다고 당장 난리가 날 것이다. 왜냐면 복숭아는
귀신을 쫓아버리는 주술적인 효과가 있는 나무이기 때문이다. 실제로야 그런지 모르지만
전해오는 말이 그렇다. 특히 동쪽으로 뻗은 복숭아나무 가지를 동도지(東桃枝)라고
해서 귀신과 싸울 적에는 레이저 검보다 더 효과가 좋은 것으로 알고 있는 물건이다.
그러니까 맛이 좋고 말고는 중요한 것이 아니라 그 의미가 더 중요한 것이다.


그리고 호도(胡桃) 등도 있는데 이것도 문제이다. 이름이
호도인 것을 보면 아무래도 이 땅의 토종이 아닌 모양이다. 호두라고도 하지만 방언이
아닌가 싶다. 호는 오랑캐의 이름에 부여하였던 것을 보면 짐작이 된다. 호밀이나,
호박, 호프, 호빵(?), 등도 역시 몽땅 수입종인 모양이다. 하하~ 한자로는 호도라고
해야 말이 되지 않느냐는 생각을 해봤다. 여하튼 기름지고 맛은 그만인데... 그래서
다른 나라에서 출생한 녀석을 왕으로 모실 수는 절대로 없다고 하는 강력함으로 인해서
모두 예선전에서 탈락이 되었을 것은 당연하다.


그리고 늦게 등장을 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어전회의가 끝나면
역시 가장 먼저 퇴장을 하는 것도 왕이다. 그리고 대추는 가장 먼저 익는다. 웬만하면
추석에 햇 대추를 쓰지 않는 경우는 거의 없다. 그만큼 빨리 있는 과일에 속한다.
누가 이렇게 대단한 대추를 보면서 왕이 아니라고 할 자가 있으랴 싶다.


그리고 이름만 봐도 알겠다 대추라는 말에 큰대가 들어있다는
것을 보면 알 일이다. 어디 큰 대가 들어간 과일 있으면 이리 나와보라고 해라. 대두(大豆)가
있지만 이미 콩은 과일이 아니니 자격상실이다. 그래서 또한 대추를 왕이라고 했다고
한 대서 누가 엉터리라고 하겠는가 싶다. 그 조그마한 과일에 큰 대자(大)가 들어있다는
것이 신기하다고 생각하지 않았다면 오늘 좋은 공부 한소식 하시는 것으로 알아도
되겠다. 낭월이는 이렇게 시시콜콜한 것에 대해서도 의미를 찾아보려고 노력을 하는
쫌상이다. 그래도 재미있는 것을 어쩌랴 그냥 생긴대로 살게 두시면 되겠다. 하하~


여하튼 이런저런 이유를 생각해 보니까 대추가 과일의 왕이
된 것은 틀림이 없다고 하는 말을 실감나게 한다. 아마도 대추 하나에 이렇게 많은
의미를 부여하기도 쉽지 않을 것이다. 자화자찬이다. 못난 녀석... 흐~



2. 밤(栗)은 정승이다.



왕이 등장을 하면 정승은 뒤를 따라야 한다. 그렇다면 대추가
등장을 하면 밤이 나타날 차례이다. 이 차례는 무조건 바뀌지 않는 법칙이다. 조율시이든
조율이시든 조율은 문제가 없는 것을 보면 모두 공인을 하였던 모양이다. 그렇다면
왜 정승인가를 생각해봐야 하겠는데, 어려서 밤 서리를 해보신 경험이 없다면 또한
설명을 하기에 곤란을 겪어야 하겠는데, 간단하다. 한 집에 삼정승이 있는 과일은
밤 뿐이기 때문이다. 탐스럽게 익은 밤은 알이 셋이다. 쩌억 벌어진 속에 짙은 갈색을
하고 있는 밤알 셋은 참으로 결실의 느낌이 철철 넘치게 하고도 남는다. 셋이면 삼정승을
말하는 것이 당연하다. 삼정승이 있어야 나라가 잘 유지되는 것이니까 말이다.


알밤은 한 알만 있다고 떼를 쓰실지도 모르겠다. 그렇다면
총리대신이 내각제를 하는 모양이다. 그래도 형식이나마 쭈구렁 밤알이 좌우에 버티고
있다는 것을 잊으면 않된다. 잘 살펴보시면 형식은 모두 셋을 갖추고 있다는 것을
아실 것이다. 다만 근래의 개량종에 대해서는 책임을 지지 못하겠다. 그래서 밤이
두 번째로 온다는 것을 짐작하면 충분하겠다.



3. 삼정승 다음엔 뭐가 와야 하나?



비로 이 부분이 오늘 낭월이 한담의 주제이다. 그래서 좀더
생각을 해보도록 하는데, 대충 조선시대의 행정구도를 이해한다면 삼정승 육판서라는
말을 들어보셨을 것이다. 삼현육각이라는 용어도 있는데 무관하지 않을 것이다. 다만
정승이 셋이면 三鉉이라고 해서 솥귀현(鉉)을 쓴다. 솥귀라니 무슨 뜻일까 싶은 벗님은
요즘 전기밥통을 생각하시면 곤란하다. 예전의 가마솥을 생각해도 않된다. 더 까마득한
옛날의 발이 셋 달린 솥을 생각하지 않고서는 답이 나오지 않음을 이런 기회에 알아두시는
것도 좋겠다.


그리고 낭월이 속가 이름에도 이 글자는 어김없이 들어있다.
박주鉉 이라는 말씀인데, 그래서 처음에는 무슨 이름에 솥귀가 들어가느냐고 불평을
했다가 부친께 야단을 맞고서야 그 의미를 알게 되었다. 여하튼 이름 자랑이나 하고
있을 생각은 없는데, 정승 이야기를 하다 보니까 문득 생각이 나서 언급을 했다.
기왕이면 글자도 알아두시라는 의미이기도 하다.



정승 다음에는 판서가 등장을 하는데, 그렇다면 배와 감
사이에 판서의 의미를 부여할 과일이 어느 것이냐는 생각을 해보시면 이미 답은 얻은
것이나 마찬가지이다. 즉 판서는 여섯 명이기 때문이다. 요즘같이 판서가 수십 명이
되었다면 아마도 감은 이 자리에 끼지 못했을 것이다. 판서는 장관급으로 보면 될
것이다. 어쩌면 요즘에는 석류가 이 자리에 들지 않았을까 싶다. 왜냐면 그 속에는
무수히 많은 알이 들어있고, 실제로 현재의 장관이 몇이나 되는지 낭월이는 잘 모르겠기에
아마도 그 정도는 되어야 할 것이라는 생각을 해봤다. 여하튼 수십 개 이상의 알이
되는 과실은 석류 말고 또 뭐가 있는지 얼른 떠오르지 않아서 언급을 드려 봤다.
키위가 있기는 한데, 이 녀석은 아무래도 한국 토종이라고 할 사람이 없을 것 같아서이다.
또 다른 것으로는 무화과도 있는데 이 친구는 꽃도 피지 않는 녀석이라고 알려져
있으니 아무래도 제외되어야 하지 않을까 싶기도 하다. 또 망상의 발동이 걸렸구나...


그리고 사과도 있지만 그 속을 들여다보면 씨앗이 6개 되는
것으로는 감이 당연히 우세하다. 그러니까 6개의 씨앗을 찾기 위해서 배를 드시고
속을 들여다보신다면 상당히 많은 씨앗을 발견하시게 될 것이다. 그리고 일정하지도
않다. 아마도 결실의 상태에 따라서 씨의 숫자가 달라지는 모양이다. 낭월이는 일부러
이 짓을 해봤다. 절에는 배가 항상 있는 셈이기도 하지만 뭐든지 이야기를 하려면
정확히 알고 해야 한다는 생각이 들어서 가능하다면 뭐든지 해보려고 노력 중이다.


감도 개량종은 씨앗이 적은 경우도 있고 아예 없는 경우도
있지만 그래도 기본적인 개수의 흔적은 찾아보실 수가 있을 것이다. 옆에 감이 있다면
한번 칼로 가로자르기를 해보시기 바란다. 만약 이보다 더 씨가 많다면 그 감은 족보도
없는 땡감일 것이다. 그리고 실제로 씨는 정확하지 않더라도 씨앗의 흔적은 6개입을
육각형 모양으로 배치되어있는 흔적을 발견하셨다면 그 감은 양반감이다.


감 이야기가 나왔으니까 말인데, 한국에서 감이라고 하면
어디가 유명하냐고 물어보고 싶다. 상주감이라고 할 수도 있겠고, 영동감이라고 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모르시는 말씀이다. 감의 명품은 바로 청도감이다. 정확히는
청도반시(淸道盤枾)이다. 너무 맛이 있어서 그야말로 남 주기 싫은 감이다. 사랑하는
연인에게 청도 반시를 선물해보시면 아마도 그 진가를 판단하실 것이다. 그리고 여기에서
반드시 언급을 드려야 할 것은 낭월이 고향이 바로 그 청도라는 점이다. 그리고 맛이
문제가 아니다. 지금 장면은 씨앗을 논하는 장면이기 때문이다. 청도반시는 씨가
몇이나 되겠는가? 물론 6개라고 말할 것이라고 생각을 하셨다면 '땡~!'이다. 씨앗은
1개만 들어있다. 그러니까 먹을 것이 많다는 말도 된다. 이러한 사정을 알고 나면
씨 골라내느라고 먹을 것도 없는 다른 감에 비할 바가 아닌 것이 바로 청도 감인
것이다. 서울에 계시는 벗님들이라면 가락동 시장을 가보시면 바로 발견하실 수가
있을 것이다. 그것도 당당하게 명패를 달고 있을 테니까 말이다.


그러면 상놈 감이냐고 하는 말씀을 하신다면 '어허~ 모르시는
말씀...' 이라고 말씀드리려고 한다. 판서의 감은 판서가 들지만 왕은 판서의 감을
먹을 수가 없다. 체면이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씨앗이 하나 뿐인 감을 찾아오라고
어명을 내렸다고 한다. 물론 아랫것들이 벌인 일이겠지만, 그렇게 왕이 드실 감을
찾아다니다가 청도의 반시가 바로 씨앗이 하나 뿐이라는 사실을 발견하고서 왕께
진상을 드렸던 바, 그 공로로 명예 판서가 되었다고 하는 말이 있는 것도 같던데....
흐~


이렇게 안간힘을 쓰면서 판서의 자리를 배에게 내어주지
않으려고 노력하는 것도 기실은 고향의 감이 장관이라도 한자리 해 먹으라고 하는
노력이 그 속에 숨어 있다고 음모라고 하신다면 천만의 말씀이다. 있는 그대로를
말씀드리고 있을 뿐이다. 여하튼 그래서 세 번째의 자리에는 감이 와야 한다는 것만
이해하시면 충분하다.



4. 맨 끝에는 백성이 와야지...



백성은 바로 속이 하얀 사람들이다. 그러니까 백성이다.
그러니까 속이 하얀 과일이 이 자리에 와야 한다는 것은 볼 것도 없다. 배의 속이
무슨 색이냐고 물어 볼 때까지 무슨 이야긴지 모르고 있다면 좀 갑갑할 것이다. 그리고
씨앗의 개수도 들락날락이다. 그리고 백성의 숫자도 그렇다. 그러니까 감히 판서의
자리에 끼일 위인으로는 불합격이다. 그래서 맨 끝으로 보내야 한다.



이렇게 해서 조율시이라고 하는 순서가 맞다고 주장을 하는
것이다.



5. 과연 그럴까?



이것은 순전히 낭월이의 생각인데, 만약 형편이 어려워서
모두를 구비할 수가 없다면 어떻게 하느냐고 묻는다면 배를 뺀다. 그래도 안되면
감을 빼야지 또 않되면 밤이 빠진다. 그래도 대추는 올려야 한다. 왜냐면 과일의
왕이기 때문이다. 이것까지도 알아야 완전한 조율시이를 알았다고 할 것이다. 그래서
공부를 하려면 하나에서 열까지 잘 이해를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을 하게 된다.
이런 성질머리로 명리학을 연구하니 엉망진창인 신살(神殺)이니 십이운성(十二運星)이니
격국구조(格局構造)이니 하는 성분들은 모조리 귀양을 보내 버리고 싶은 것은 어쩌면
당연할 것이다. 그야말로 자평명리학도 이제는 기준이 서고 그 속에서 깊이 있는
통찰력으로 궁리를 해야 할 것이다. 입으로만 최고라고 주장을 할 것이 아니라 이렇게
그 속에 흐르는 의미까지 잘 전해주시는 선생이 되려고 노력해야 하겠다는 마음을
오늘도 다지고 있는 낭월이다.



교향에 가시면 인터넷 나들이가 쉽지 않을 가능성이 아직은
있으시겠다. 혹 동네에 게임방이라도 있다면 다행이지만 그렇지 않으면 도리 없이
명절 잘 보내시고 또 놀러 오시기 바란다. 낭월이도 솔잎 따러 가야지....



          추석 전날 아침에 계룡산에서 낭월 두손 모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