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월의 눈 치우기

작성일
2012-02-01 10:58
조회
2163
 
 
 
 
 
그냥 보기야 마냥 좋지요~! 쓸어야 한다는 부담감만 없다면 말이지요.
감로사의 식구들은 아무도 눈을 좋아하지 않습니다.
눈이 날리는 순간부터 압박감이 마구마구 엄습을 하거든요........
 
 
 
 
오면서 쌓인 눈이 꽃 떨어진 목단 꽃대에 소복히 쌓였으니......
설도 지나 입춘이 낼 모랜데......한 겨울의 풍경을
유감없이 보여주는 대자연의 센스..... 전혀 반갑지 않은.....
 
 
 
눈밀개가 발명되어서 그나마 다행입니다. 옛날에는 나무판자로 만들어서 밀었으니까요....
아마도 10cm는 내린 것 같지요......? 밤새 퍼붓더니만.....
식구대로 밀개를 잡고 나섰습니다.
 
 
 
 
 
 
 
 
 
 
 
 
 
 
 
 
 
 
 
 
 
 
 
 
 
 
 
 
여하튼 언덕길까지는 밀었습니다.
깔끔하게 되지 않은 것은 낮에 내리면서 일부가 녹아서 얼었네요.
그래도 햇살이 퍼지면 대략 녹을 것으로 기대합니다.
 
눈을 치운 길을 밟고 돌아오는 마음은 숙제를 한 아이의 마음이지요.
 
 
 
 
눈 치우느라고 목이 말랐을 것을 생각해서 목이나 축이라고 차 한 잔 줬더니
화인은 오늘의 운세를 보겠다고 타로카드를 한 장 뽑아 듭니다.
 

 
 
흐~~!
아무리 좋게 봐주려고 해도 말이 나오지 않네요.
여덟 개의 검에 둘러쌓인 여인의 몪인 모습이라니..... 쯧쯧
 
 
 
금휘도 이모의 마음을 위로하려는 듯 한 마디 거듭니다.
 
"아하~! 이모! 오늘은 가만 있어도 되겠어요.
 왜냐하면 이 여자가 묶여있기는 하지만
 붉은 옷을 입고 있는 것을 보면 우울한 사람은 아니예요.
 그러니까 밖으로 돌아다니지 말고 내면을 수행하라는.....
 더구나 오늘같이 눈이 내린 날에는 들앉아 있으면 마냥 좋잖아요.
 하얀 검은 눈을 상징하는 거예요.

 오늘은 온통 눈으로 둘러쌓여있으니까요.

 어쨌든 이제 눈 쓸었으니 잊어버리세요.
 다만 밀린 숙제가 있나봐요. 얼른 숙제마치고 풀려나세요.
 자! 차 한 잔 마시고 편안히 하루를 지내자구요~~! "
 
화인도 그 말을 듣고서는 '그런가.....'하고 있네요. 위로가 되었으려나.....
 
 
 
 
 
 
 
 
이렇게 계룡산의 하루는 시작되었답니다.
 
하도 오랫동안 사진이야기를 못 올려드렸네요.
아마도 많이 분주했던가 봅니다.
오늘은  사진이야기가 아니라 감로사이야기가 되었습니다.
 
행복하신 임진년이 되시기를 기원드립니다. 고맙습니다.
 
 
                   2012년 2월 1일 계룡감로에서 낭월 두손모음